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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56화 (256/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56화

256화

백악관은 난리가 났다.

즉시 백악관 지하 벙크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되었다.

그런데 관계자가 모두 모이기도 전에 또 하나의 소식이 들려왔다.

"대통령님, 지금 국방성이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하 벙크에 이미 와 있던 미 육군 장성 토마스 대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요?"

"조금 전 아메리카 항공 77편이 국방성 서쪽 벽에 충돌해 건물이 붕괴됐다고 합니다."

"맙소사!"

장군을 말을 들은 지하 벙크 내 고위 책임자들은 장군의 말에 모두 분노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

모두는 반드시 책임자를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었다. 또 어디를 공격할지 몰랐다.

"지금 즉시 모든 항공기를 가까운 공항에 착륙시켜야 합니다. 긴급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국토부 장관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즉시 승인했다.

"승인하네. 바로 시행해."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자 장관은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대통령님, 쌍둥이 빌딩이 불타기 시작했습니다."

"뭐라고? 사망자는? 사람들은 모두 대피했나?"

"그런 것 같습니다. 다행히 아침부터 안젤라 검사장이 대피 명령을 내렸지 않습니까?"

"그래, 그랬지. 그건 다행이군."

조지아 대통령은 엄중한 상황에서도 한줄기 희망을 보았다.

전례가 없는 테러 공격이지만 희생자 수는 많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대통령님, 국방성에서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이쪽도 희생자는 없다고 합니다."

국방성과의 연락장교인 스미스 대위의 말에 대통령은 깜짝 놀랐다.

"그래요?"

"비행기가 충돌 전에 미리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아니 어떻게?"

"그건 긴급 상황이라 대통령님께만 알려드리겠다고 합니다. 보안 통신을 열어 주십시오."

스미스 대위의 말에 대통령은 위성 통신기를 들고 자리를 피했다.

국방성 책임자가 반드시 대통령님만 들으셔야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커튼 장군, 대통령이요."

전화기 너머로 커튼 장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통령님, 상황은 들으셨지요?

"그렇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다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요?"

―그게 존 강 회장이 찾아 왔었습니다.

"존 강 회장이?"

커튼 장군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부터 요직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커튼 장군은 존 강에 대해 알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이 국방성의 책임자로 있었기 때문에 강혁이 직접 그곳을 방문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런 사정은 모르고 있었다.

"서로 아는 사이요?"

―지난 행정부때 저는 클링튼 대통령님과 몇몇 고위급인사들과 함께 안보에 중요한 기밀을 알고 있었지요.

"……!"

―전임 대통령께서 대통령님께도 알려드리셨을 겁니다.

"그… 그렇소. 하지만……."

―저도 알고 있습니다. 믿지 않으셨지요.

"……."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존 강 회장의 말을 믿었기에 직전에 대피를 시켰습니다.

"……그렇군."

대통령은 할 말이 없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조지아 대통령이 말했다.

"장군,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요?"

대통령의 질문은 조금 모호했다.

어떻게 이런 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일까?

아니면 어떻게 강혁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고 있는 것인지를 묻는 것일까?

아니 둘 다를 물은 건지도 몰랐다.

―존 강 회장의 말로는 일종의 계시라고 하더군요.

"계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성경에도 종종 기록되어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으음."

커튼 장군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신음성을 흘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상당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그런 자라서 강혁을 영매 흉내를 내는 사기꾼이라며 싫어 했던 거이다.

하지만 그것을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선지자라고 돌려 말하니 그거 부정하기도 어려웠다.

성경의 반이 선지자의 계시를 적은 내용이 아닌가?

사람이 어떻게 미래를 알 수 있느냐고 하는 것은 자신의 믿음을 부인하는 소리기도 했다.

"존 강 회장이 선지자라는 말인가요?"

―그건 저도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존 강 회장이 미래를 보고 우리에게 경고를 했다는 겁니다.

"……으음."

―그러니 그 사람을 영매라고 부르든 선지자라고 부르든 그건 보는 사람의 입장차이겠지요.

"……."

―한 가지 분명한 건 존 강 회장 본인은 자신을 영매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 그렇소?"

―그렇습니다.

커튼 장군의 말을 들으니 조지아 대통령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존 강 회장은 그저 선의로 미국과 미국 정부를 대해왔다.

그런데 자신이 괜한 선입감으로 그를 멀리했던 것이다.

조지아 대통령은 깊은 후회가 몰려왔다.

―대통령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커튼 장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존 강 회장을 믿으십시오.

커튼 장군의 말에 조지아 부스 대통령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알겠소. 커튼 장군. 내 그리 하지오. 존 강 회장의 말을 들어 보겠소."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존 강 회장이 그곳에 있다는데 혹시 나와 통화가 되겠소?"

―예,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바꿔 드리지요.

잠시 후, 한번 들어 본 적이 있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대통령님.

"존 강 회장."

―…….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조지아 대통령이었다.

"미안하오. 그리고 감사하오. 이것은 미 국민을 대신해서 대통령으로서 하는 말이오."

―아닙니다. 대통령님, 우방국의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지요.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맙소. 혹시 안젤라 검사장에게도 존 회장이 제보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

혹시나 했는데 역시 강혁의 제보였던 모양이다.

하긴 안젤라 검사장과 강혁의 이야기는 대통령도 어느 정도는 아는 바가 있었다.

가끔 정가에서는 강혁과 안젤라 두 사람을 두고 화제거리를 삼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를 로맨틱한 이야기로 포장한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안젤라는 대체 어떻게 강혁의 말을 믿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경력이 끝장날 수 있는 시도였다.

자신이라면 전화 한통화로 그 모든 것을 행할 수 있었을까?

조지아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거렸다.

보통의 믿음으로는 선뜻하기 어려운 일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안젤라는 그것을 해냈고, 수백명의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안젤라 검사장에게도 감사를 드려야겠군요. 당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면 사람들을 구할 수 없었을 겁니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이 아니오. 내 진심입니다. 아무튼 부럽군요."

―…예?

"하하, 아니오. 그건 그렇고. 존 강 회장."

다시 조지아 대통령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미래를 보았다면 혹시 누가 이 짓을 저질렀는지도 아시오?"

―…….

대통령의 질문에 강혁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알카에다가 이번 테러를 실행한 자들입니다.

"……!"

강혁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잠시 충격을 받았다.

오사마 빈 라덴은 대통령이 된 후 가끔 보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는 부유한 집안을 떠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탈레반으로 참여했다.

현재 알카에다라는 테러 집단을 이끌고 있다고 들었다.

조지아 대통령으로서 곤란한 점은 오사마 가문과 오래 전부터 비즈니스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가문의 일원이었던 자가 이번 테러를 실행했다니?

"그게 사실이오?"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음…혹시 나와 오사마 가문의 관계를 아시오?"

잠시 망설이던 조지아 대통령이 강혁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다.

―으음, 알고 있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강혁이 알고 있다는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가슴 한켠이 으스스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에 휩쓸릴 때가 아니었다.

그들이 이번 일에 협조했는지부터 알아야했다.

"그렇다면 혹시?"

―그건 아닙니다. 대통령님. 적어도 오사마 가문 전체가 협조한 것은 아닙니다.

강혁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군."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짓이라는 것을 오래지 않아 알릴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미국의 오판을 유도하기 위해 한동안은 침묵을 지킬 겁니다.

"……?"

―미국이 아랍 전체를 적으로 간주하게 된다면 오사마의 염원이 이뤄지게 되겠죠.

"….그렇군."

조지아 대통령은 강혁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이해했다.

―오사마는 서방진영 전체와 아랍진영 사이에 성전을 꿈꾸는 자입니다.

"…미친!"

―하루라도 빨리 그를 잡아야 합니다.

"알겠소. 존 회장. 고맙소."

조지아 대통령이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강혁이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대통령님!

"응? 아직 남은 말이 남았소?"

―그렇습니다.

"말씀하시오."

―아직 테러 시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알고 있는 것이 있소?"

―그렇습니다.

"……!"

*     *     *

탕―

"까-악!"

"맙소사!"

비명소리가 기내에 울려 퍼졌다.

한 동양인이 비행기 안에서 총을 든 아랍인과 격투를 벌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총알 한방이 발사된 것이다.

총알은 다행히 좌석으로 날아가 박혔다.

기내에 구멍은 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만일 조금 전의 일로 기체에 구멍이 났다면 큰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그런 면을 감안해서 무기를 구입했을 것이다.

뿌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아랍인의 어깨가 탈골되며 그대로 제압되었다.

그때였다.

"여기를 보시지!"

한 여인이 총을 스튜어디스의 목에 겨누고 있었다.

꺄아악!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건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자리를 피했다.

"하만을 놓아줘!"

남자의 이름이 하만인 모양이다.

"포기해! 너희들은 이미 끝났어."

"웃기지 마. 끝난 건 너희야."

여자가 웃으며 동양인을 향해 말했다.

그때 기장실이 있는 곳에서 백인 남성 한명과 흑인 남성 한명이 걸어나왔다.

그런데 그들의 손에는 각각 얼굴이 피죽이 된 아랍인이 잡혀 있었다.

"포기해야 하는 건 너희들인 것 같은데?"

"이…익!"

여자는 자신의 동료들이 이미 모두 제압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총을 들어 사내들을 향해 겨눴다.

그녀의 얼굴에는 독기가 어려 있었다.

"죽……."

방아쇠를 당기기 전 찰나의 순간

퍼-억!

그녀의 목덜미를 수도로 가격하는 백인 여성이 있었다.

스튜디어스 복장을 하고 있는 그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떨고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갑자기 돌변하며 여인을 제압한 것이다.

"휴우, 이제 모두 제압한 것 같은데?"

여인의 양손을 묶으며 스튜디어스 복장을 한 백인 여성이 말했다.

"그런 것 같군."

그때였다.

갑자기 비행기의 불빛이 꺼지며 비상램프가 커지고 급격하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비행기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며 머리 위에 있던 산소호흡기가 일제히 내려왔다.

"모두 자리에 착석하고 안전벨트를 매세요!"

진짜 스튜디어스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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