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59화
259화
콰르르르르―
굉음과 함께 갑작스럽게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렸다.
비행기가 폭발하며 빌딩에 화재가 일어난지 40여분이 지난 후였다.
무너져 내린 잔해가 인근의 빌딩 위로 떨어져 내리며 주변의 일부 건물마저 무너졌다.
이미 안젤라의 지시에 따라 쌍둥이 빌딩에서 멀리 피신해 있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하니 저 거대한 빌딩이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인근 빌딩에 근무하고 있던 사람들은 더욱 놀라움에 휩싸였다.
갑자기 들이닥친 뉴욕 경찰과 소방대가 자신들을 피신시키지 않았다면 큰 화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께 감사를 드리는 한편 안젤라에게 미안해했다.
강제로 건물에서 퇴거하는 이유가 안젤라의 지시라는 것을 알고 일부는 반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앞에서 벌어진 참상을 보고는 그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설마하니 저 거대한 빌딩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을 할 수 없었다.
거대한 잔해와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주변의 건물을 무너뜨린 모습은 이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으으, 저기에 내가 그대로 있었다면?"
"꿀―꺽, 하나님 맙소사!"
쌍둥이 빌딩과 인근 건물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은 진저리를 치며 부르르 떨었다.
"뭐라고? 빌딩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조지아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TV 영상을 연결시키도록 지시했다.
잠시 후 지하 벙커 안 대형 스크린에는 CNN 방송에서 송출하는 영상이 떴다.
"맙소사!"
벙커 안 고위 당국자들은 입을 다물수 없었다.
거대한 빌딩이 있던 곳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 뿐이었다.
"다행히 사망자는 거의 없습니다."
TV영상 속 아나운서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런 대형 재난 속에서 기적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에 지하 벙커 안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대통령님!"
"나도 들었네."
조지아 대통령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모든 것이 강혁과 그의 예언을 믿은 안젤라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존 회장, 그리고 안젤라 검사장 정말 고맙네. 고마워.'
조지아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는 한편 자신을 자책했다.
'만일 내가 존 회장의 말을 처음부터 믿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아.'
단순히 강혁의 말을 믿지 않은 것을 넘어 그의 회사를 조사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욱 미안한 마음에 휩싸였다.
만일 조지아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면 희생자는 더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사실까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새벽 안젤라 검사장에게 온 제보를 토대로 뉴욕 경찰과 소방대가 동원된……]
TV속 아나운서의 표정이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방송을 보고 있는 전 미국의 국민들 마음이 딱 저랬을 것이다.
경악과 분노 그리고 이어지는 경이로움.
이런 엄청난 테러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자 숫자가 생각보다 많이 않았다.
만일 쌍둥이 빌딩에서 근무하고 있던 수백수천의 사람들이 그대로 빌딩 내에 있었다면?
상상을 불허하는 엄청난 재앙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말 그대로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조지아 대통령을 비록 안전보장회의에 소집된 고위 공직자들의 생각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정말로 불행 중 다행이었다.
"적어도 오늘 더 이상의 테러 시도는 없을 거라는군."
대통령의 말에 자리에 앉아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건 어디서 얻으신 정보이십니까?"
제복 장군으로서 전군을 지휘하는 제럴드 합참의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조지아 대통령이 진지한 표정으로 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해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보안등급으로도 접근할 수 없는 특급 보안 상황입니다. 단지 그정도로만 알아두십시오."
"그렇다면 경계 태세를 해제할까요?"
국방부 장관이 물었다.
"아니 그건 아직 이르지. 만일의 경우를 위해 그대로 경계 태세를 유지하세요."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케네시 국장!"
"예, 대통령님."
C.I.A국장인 케네시가 조지아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이번 테러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철저히 조사하시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케네시 국장은 이번 일에 조직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C.I.A는 이번 테러에 대해 큰 책임이 있는 조직이었다.
미국 국내에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징후를 현장에서 보고 받았지만 결국 테러를 막지 못했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만한 정보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벌어진 테러 사태에 케네시 국장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F.B.I국장인 에반스의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테러는 F.B.I의 책임이었다.
"국내에서 일어난 일이니 테러 사건 자체는 저희가 조사하겠습니다."
에반스 국장의 말에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합동수사가 필요할 거요."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에반스와 케네시 두 국장이 서로 입을 맞춘 듯 함께 대답했다.
"이번에는 두 기관이 서로 배척하지 말고 철저히 협조를 해야 합니다."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두 기관 사이의 권력 다툼은 어제오늘 사이의 일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말은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이유가 두 기관 사이의 알력다툼도 하나의 원인이 아니었느냐는 질책이 담겨 있었다.
실제 역사에서도 9.11테러를 미연에 방지 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 부분이다.
두 기관이 서로 배척하면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바람에 테러를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새로운 정보기관이 창설되기까지 했다.
"예, 대통령님."
두 사람은 이번에도 사전에 미리 맞춘 듯 똑같이 대답했다.
이전에 없든 일이라 두 사람을 지켜보던 다른 위원들이 얼굴을 실룩거렸다.
두 기관의 수장들이 그동안 얼마나 알력싸움이 심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똥줄이 탔구만?'
지켜보던 위원들의 마음 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두 국장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러 사건에 대한 조사와 배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그때 대통령이 갑자기 두 사람을 불러 세우며 말했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쪽을 조사해 보세요."
"……?"
"그쪽을 파보면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거요."
대통령의 말에 잠시 두 국장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들을 거냐고 묻는다면 이번에도 답변은 조금 전과 동일하오."
대통령의 표정의 변화없는 얼굴에 두 사람은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자리를 나섰다.
하지만 둘 모두 짐작가는 곳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강혁이었다.
두 사람 모두 전임자들에게 강혁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F.B.I와 C.I.A 두 기관 모두 실버 울프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두 기관의 수장이 두 국장이 그의 존재를 모르지 않았던 것이다.
'존 회장이 정말로 이번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면 놀라운 일이군.'
케네시 국장은 벙커 밖으로 나가며 말없이 강혁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정보국의 수장으로서 케네시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자였다.
이번에 일어난 대규모 테러 사건을 미리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그는 책임이 있는 자였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 강혁의 능력이 사실인지의 여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미국의 안보에 있어서 강혁의 능력은 실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 그 분과 자리를 마주해야겠군.'
케네시는 윌슨 상원의원이 강혁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윌슨 의원이라면 그와 강혁 사이에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번 테러 사태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미리 예견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한편 케네시 국장과 함께 엘리베이트에 오른 에반스 국장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전임 국장과 뉴욕지부장에게서 강혁에 대한 능력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조지아 대통령과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강혁이 두 차례에 걸쳐 납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에는 우연과 행운이 작용했다고 말이다.
그런 운빨에 기댈 정도로 자신은 우둔하지 않다고.
하지만 이번 일이 일어난 후 에반스는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뉴욕 검사장인 안젤라는 강혁이 해결한 두 건의 납치 사건 중 한 사건의 피해자였다.
그녀라면 강혁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에반스 국장은 안젤라 검사장이 새벽에 걸려온 제보를 받고 경찰과 소방서를 움직였다고 했을 때 직감이 왔다.
강혁이 제보한 전화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단순한 전화 한통화로 자신의 직을 걸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신뢰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젤라는 움직였다.
그리고 대소동을 벌이며 쌍둥이 빌딩에서 사람들을 피신시켰다.
아직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말이다.
에반스는 혀를 내둘렀다.
두 사람이 이번에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심지어 그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었다.
'정말로 존 강 회장이 그런 능력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그의 말을 믿어준 사람이었다면?'
'그렇다면 테러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지 않을까?'
이런 일련의 생각이 떠오른 동시에 속이 쓰라렸다.
뉴욕지부장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조언이 떠오른 것이다.
'에반스 국장님, 저라면 존 강 회장의 말은 그게 무엇이든지 백퍼센트 믿을 겁니다.'
당시 에반스 국장은 그런 뉴욕지부장을 속으로 비웃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이번 테러 사건을 막지 못하고 방관하고 만 것이다.
'젠장, 내가 틀렸어.'
생각에 빠져 있는 두 사람의 귓잔에 팅―하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벙커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오며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알카에다란 말이지?'
'오사마 빈 라덴? 그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야겠군.'
두 국장은 힐끗 서로를 바라본 후 걸음을 서둘렀다.
이번에도 경쟁이었다.
두 기관은 어쩔 수 없는 경쟁관계에 있었다.
이번 게임은 누가 먼저 증거를 찾아내느냐였다.
'빌어먹을 저 놈들에게는 질 수 없지.'
'이번엔 우리 F.B.I가 한 방 먹여주지. 스파이놈들.'
두 기관의 알력 때문에 앞으로 엄청난 권력을 지닌 새로운 기관이 탄생한다는 사실은 모른채 두 사람은 서로를 뒤로 하고 걸어갔다.
* * *
TV속에는 연단에 오른 조지아 대통령의 연설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우리 미국은 오늘 공격당했습니다. 하지만……"
조지아 대통령의 표정은 결연해 보였다.
전 세계가 그의 연설을 숨죽여 듣고 있었다.
구 소련이 해체된 후, 지구상에서 유일한 슈퍼 파워를 지닌 국가.
그것이 현재의 미국이었다.
그런 국가에 테러가 일어났다.
그것도 역사상 없을 정도의 대규모 테러였다.
평범한 미국 시민이 타고 있는 여객기를 납치해서 쌍둥이 빌딩에 그대로 충돌했다.
헐리우드 영화계조차 미처 상상의 나래를 펴지 못했던 제대로 미친 짓이었다.
여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여객기는 미국 국력의 상징인 국방성에 충돌했다.
무사히 구출 된 것으로 알려진 또 하나의 여객기는 워싱턴으로 향하고 있었다.
국회의사당이나 백악관이 목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 시도까지 성공했다면 미국은 전율에 휩싸였을 것이다.
미국이 공격당했다.
현재 미국 국민 모두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이제 미국이 어떤 반응을 할지 전 세계가 숨죽여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