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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61화 (261/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61화

#261화

"…그렇다면 우리 미국이 앞으로 큰 화를 당할 것이라는 말입니까?"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강혁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았다.

이번 테러가 그동안 미국이 저질러온 죄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니?

게다가 앞으로 더 어려운 일이 발생할 거라고?

"천재지변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무…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설마?"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증유의 천재지변이 미국을 강타할 겁니다."

강혁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제…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빙고! 넘어 왔군.'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강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물론 얼굴은 엄숙한 표정을 짓고 말이다.

"이번에 발생한 테러. 그리고 앞으로 있을 천재지변 모두 그동안의 악행으로 인한 것입니다."

"………."

"그러니 갑자기 행동을 바꾼다고 해서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

강혁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조지아 대통령의 얼굴 표정은 강혁의 말에 따라 밝았다가 어두워졌다가를 반복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솥투껑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그동안 강혁을 부정하고 멀리했던 것 이상으로 조지아 대통령의 마음은 강혁에게 쏠려 있었다.

강혁이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신의 뜻처럼 들렸다.

이번 테러가 발생하기 전 조지아 대통령의 태도를 생각하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다.

"그… 그게 대체 뭡니까?"

조지아 대통령은 이미 한 시간 전 클링튼 대통령에게 들었던 이야기로 머리가 가득차 있었다.

강혁에게 전화가 오기 전 조지아 대통령에게 전임인 클링튼의 전화가 걸려왔었다.

그리고 그때 들은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뭐라고요? 이번 일에 대해 이미 들어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뉴욕의 빌딩에 비행기가 충돌한다고 했지요.'

'……!'

'하지만 저만 잘한다면 제 임기 중에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

'그…그게 무슨 말입니까?'

'다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조지아 대통령.'

꿀-꺽!

조지아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존 회장은 신이 우리 미국에게 보낸 사자입니다. 그의 말을 들으십시오.'

이때의 기억이 조지아 대통령을 사로 잡고 있었다.

클링튼 대통령은 강혁의 말을 따라했기에 이번 테러 사태를 피했다고 하지 않는가?

만일 자신도 취임 초부터 강혁의 말을 잘 들었다면 테러를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뭐… 뭐든지 하겠습니다. 말씀만 하세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모르고 조지아 대통령은 강혁에게 매달렸다.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며 말이다.

"그동안의 악행이 쌓여 벌어진 일이라 재앙을 없앨 수는 없지만 최소화시킬 방법은 있습니다."

"그… 그거라도 알려 주십시오."

재앙을 없앨 수는 없지만 최소화 시킬 수 있다니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었다.

"그 방법은………."

한 시간 후, 연설 비서관이 다시 조지아 대통령에게 왔다.

그가 호출한 것이다.

"연설 원고가 완성됐나 보군요."

"음, 그렇네. 자네가 마지막으로 한 번 살펴보게."

"예, 대통령님."

연설 비서관은 대통령이 건네는 원고를 받아 들고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리고 그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     *     *

미국이 사과를 했다.

언론을 통해 세계 전역을 놀라움에 빠뜨린 헤드라인 제목이었다.

조지아 대통령이 공개 연설에서 미국을 대표하여 아랍권에 사과를 한 것이다.

그리고 앞장서서 아랍권에 대한 증오와 배척의 문화를 개선시키겠다고 했다.

오래 전부터 톨레랑스를 지향해온 프랑스는 미국의 결정을 크게 반색했다.

그리고 독일 역시 미국의 통 큰 결단이라며 조지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증오 대신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 것에 놀라움을 표하면서 말이다.

물론 조지아 대통령은 많은 미간인 피해를 불러온 테러에 대해서 단호한 응징을 표했다.

명분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단호한 응징 이후에 나온 반성과 화해의 메시지였다.

이 메세지로 미국의 분노에 숨죽였던 전 세계가 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핵전쟁은 없을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범 서구세계와 범 아랍권의 세계대전을 걱정했던 세계는 크게 반색했다.

심지어 조지아 대통령을 칭송하는 소리까지 있었다.

교황 역시 조지아 대통령이 내민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에 대해 크게 격려했고 미사에서 인용하기까지 했다.

당사자인 아랍권 역시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대규모 테러를 당하자 아랍시민들 중에는 크게 반색하며 환호하는 자들도 많았다.

그리고 반대급부로 미국이 분노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까 두려워하는 자들도 많았다.

아랍권 전역은 이번 사태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에 휩싸여 있었던 것이다.

바로 통쾌함과 두려움.

통쾌함은 잠시였고 이후 몰려온 두려움은 미국의 힘을 생각할 때 막막한 것이었다.

애먼 테러 분자 몇몇 때문에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며 공포에 젖은 자들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저녁에 행해진 미 대통령의 연설은 아랍권 전역의 주목을 받았다.

이미 연설 전에 여객기에서 납치를 자행한 자들이 아랍인들이란 사실이 들어났기에 더욱 그랬다.

초반 연설이 진행될 때만 해도 이런 불길한 예감은 맞아 떨어지는 듯했다.

테러를 자행한 자들과 배후 세력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연관된 자들을 발본색원해서 뿌리를 뽑겠다고까지 했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거나 숨겨준 나라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보복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여러 나라가 전란에 휩싸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연설 후반부에서 갑자기 어조가 바뀌었다.

미국이 자신들의 오만함을 거론하며 테러를 일으킨 원인제공을 과거에 하지 않았는지 반성한 것이다.

그리고 앞장서서 반아랍 정서와 혐오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천명했다.

앞으로 미국은 달라질 것이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그동안 미국이 자행한 모든 역사적 과오들을 사과하고 후속 조치까지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메시지는 아랍권 전역을 강타했고 각국 정상들은 즉각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누구도 미국과 전쟁을 불사할 나라는 없었으니 말이다.

이들은 즉각 이번 일을 저지른 테러 조직에 대해 분노하며 자신들도 미국과 함께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전쟁의 공포에 휩싸여 있던 자들 역시 크게 환영했다.

그렇게 아랍권의 여론은 테러조직에 대한 비토와 함께 미국의 이번 연설을 환영한다는 방향을 취했다.

다만 미국 내 여론은 분분했다.

대통령이 겁쟁이라는 자들부터 아랍에게 머리를 숙일 수는 없다는 자들까지 다양한 여론이 존재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환영하고 아랍 국가들도 미국 편에 서겠다고 태도를 분명하게 하자 확연히 여론이 바뀌었다.

조지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매우 영리하고 도덕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이다.

게중에는 테러 조직과의 전쟁을 앞두고 적을 더 만들기보다는 우군을 증가시키는 것이 맞다는 여론도 형성되었다.

상당히 전략적인 판단에 기초를 둔 연설이었다는 것이다.

전쟁을 앞두고 연설 하나로 적을 잠재적 우군에게서 고립시켰다며 찬사를 하는 사람들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미국 국내를 비롯해서 세계의 여론이 조지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으로 변했다.

이런 여론의 동향을 감지하면서 조지아 대통령은 더욱 강혁에게 감사하고 의지하는 마음이 커졌다.

대국민 연설 일주일 후.

"대통령님, 어쩐 일이십니까?"

강혁은 조지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하하, 어쩐 일은요. 꼭 일이 있어야 전화해야 하나요?

조지아 대통령이 강혁에게 슬쩍 농을 던졌다.

"하하, 아닙니다. 언제든지 전화하시면 됩니다."

강혁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지지율 혹시 보셨습니까?

"60%를 넘겼더군요. 축하드립니다. 대통령님."

―하하하, 이게 다 존 회장 덕분입니다.

이것은 빈말이 아니었다.

역사상 최대의 테러를 겪은 직후 국민 여론을 둘로 갈라놓았다는 대국민연설 후였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둘로 양분된 국민 여론 때문에 조지아도 곤혹스러워했다.

혹여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닌가하고 말이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마법처럼 모든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했다.

심지어 오늘은 60%를 넘겨 조지아 대통령의 얼굴이 활짝 편 것이다.

"다 대통령님의 진심이 통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강혁의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슬쩍 자신의 공을 대통령 덕분으로 넘겼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무슨 소리십니까? 존 회장이 아니었다면 저는 그런 연설은 못했을 겁니다.

조지아 대통령은 진심으로 강혁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당시의 연설 이후, 전 세계의 반응은 정말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세계가 미국이 당한 테러의 아픔을 공감할 뿐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민 화해의 손길에 감동을 받았다.

조지아 대통령에게 노벨상을 수여해야한다는 소리까지 나돌 정도였다.

비서실장에게 그런 이야기도 나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조지아 대통령은 눈을 반짝거렸다.

어쩌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었다.

냉전은 이미 해체되었지만 중동에는 아직도 화약 냄새가 나고 있었다.

만일 자신을 통해 중동에 평화가 정착된다면?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분분했던 국내 여론도 자신을 지지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었다.

조지아 대통령으로서는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사상 최악의 재앙을 만난 대통령이 처한 상황치고는 너무도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조지아 대통령으로서는 이 모든 것이 오롯이 강혁의 말을 잘 들은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존 회장.

"예, 말씀하시죠. 대통령님."

―지난 번 통화 때 말씀하신 천재지변 말입니다.

"……."

―혹시 여전히 제 임기 때 일어나는 것입니까?

'후훗, 역시 걱정이 되는가 보군.'

"음, 안따까운 일이지만 그렇습니다."

―하아…….

강혁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게… 어떤 종류의 재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으음."

강혁은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살짝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잠시 후 입을 뗐다.

"허리케인."

―허…허리케인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그것도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재난을 가져올 허리케인입니다."

―……!

강혁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미국이 쌓아놓은 죄업으로 인한 것이니 지금으로서는……."

―막을 수는 없다고 하셨지요.

조지아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큰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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