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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62화 (262/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62화

262화

#69장 알카에다의 반격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잘 대처하면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씀은?"

―최대한 선업을 행하고 지은 죄를 속죄하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그럴 때 길이 열릴 겁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존 회장."

조지아 대통령은 강혁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

'속죄의 길을 가야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휴, 대통령이 되고 쉬운 일만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조지아 대통령은 혀를 내둘렀다.

하필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임기에 발생하게 되었으니 자신의 어깨에 걸린 책임감이 막중했던 것이다.

―꼭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

조지아 대통령은 강혁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쁜 일만이 아니라니?

역사상 최대의 테러와 자연재해를 임기 내에 만나는데 그게 나쁜 일이 아니라고?

―대신 제대로 대처해낸다면 미국의 역사에 남을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테니 말입니다.

"……!"

조지아 대통령은 강혁의 말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역사에 남을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맞아, 원래 영웅은 난세에 나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게 꼭 나쁜 일이라고만 할 수는 없어.'

조지아 대통령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강혁의 말대로 잘하면 오히려 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으로 후대에 칭송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지아 부스는 원래 사업가였다.

정치를 하기 전까지는 번듯한 사업체를 꾸려 나간 적이 있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말해 남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생을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은 역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조지아 부스.

미국의 41대 대통령로 43대인 현 조지아 부스의 아버지였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름이 같기 때문에 흔히 아버지 부스. 아들 부스라 구분해서 부르곤 했다.

지금의 조지아 부스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은 아버지 부스를 떼어 놓고 말할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 부스는 평생 본받고 싶고, 또 따라잡고 싶은 롤모델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들 부스는 아버지를 넘어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자신의 앞에서 앞서가던 아버지의 등을 보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제야 자신이 아버지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순간이 다가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조지아 부스의 눈빛이 변했다.

하필 자신의 임기에 이런 대형 사건들이 터지는건가하며 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잠시.

어쩌면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이 아버지를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버지를 넘어선다는 것은 미국의 역사에 남을 위인이 된다는 뜻에 가까웠다.

'아버지는 재임에 실패하셨지.'

위대한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오점이었다.

그래서 아들 부스는 대통령에 등극한 후, 반드시 재임에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사실 아버지 부스가 재임에 실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물리치고 전쟁에 승리한 대통령이었던 조지아 부스였다.

그래서 당시 조지아 부스의 연임은 확정적이라고까지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혹자가 말하길 선거란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했던가?

아버지 부스는 재임에 실패하고 정권을 민주당에게 넘겨줬던 것이다.

당시 경쟁자였던 클링튼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선거문구로 대역전 드라마를 썼었다.

어쩌면 당시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존 강의 말을 들으라는 클링튼의 조언을 밀어낸 것일 수도 있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던 조지아 부스는 입맛이 썼다.

'젠장, 이게 모두 클링튼 그 녀석때문이야.'

초기에 강혁을 밀어낸 이유를 미운 클링튼 때문으로 돌리며 조지아 부스는 강혁에게 말했다.

"존 회장님, 당신만 믿겠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조지아 부스의 목소리에는 매우 진솔했고, 진심이 담겨있었다.

"부디 우리 미국과 미국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물론입니다. 대통령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하겠습니다.

강혁의 말에 조지아 부스는 흐믓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강혁이 자신을 돕지 않는다고해서 비난을 받을 일은 하나도 없었다.

따지고 보면 미국은 강혁 자신의 나라도 아니었고, 단지 여러 사업체가 있는 국가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여준 강혁의 모습은 미국 국민 그 이상이었다.

아무리 명예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미국인도 아닌데 그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주었던 것이다.

"감사하오. 존 회장. 대통령으로서 미국 국민들 대신해서 감사드리는 바이오."

―하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저도 명예 시민권이 있는 사람입니다.

"……."

―그리고 인류의 한사람으로서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인데 당연히 도와야지요.

조지아 대통령의 강혁의 답변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경심스런 마음이 들었다.

그의 말마따나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갖 의혹과 불신을 무릅쓰고 자신의 재산까지 소비하며 사람들을 구한 것이다.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왜 신께서 존 회장에게 미래를 계시해주는지 알만하군.'

조지아 부스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경에 나오는 선지자들처럼 강혁도 미래를 알고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주었다.

신의 계시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아 부스는 강혁에 대해 알면 알수록 강혁이야말로 신이 보낸 선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강혁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커져갔다.

한편 조지아 부스와의 통화를 끊은 강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군. 이로서 앞으로 4년 후에 일어날 참상을 최소화할 수 있겠어."

강혁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4년 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동부를 강타하게 된다.

이때 호수의 제방이 붕괴되면서 뉴올리온스 주에 큰 피해를 주었다.

도시 대부분의 지역이 물에 잠기게 된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재난 사고였다.

이제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믿게 된 이상 그때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때, 강혁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음, 누구지?"

강혁은 번호를 확인하고는 즉시 전화를 받았다.

"선배님!"

―회장님, 이규철입니다.

"하하,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휴, 그놈들 이제야 저희 팀을 풀어주더군요.

이규철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궁금한게 많았겠죠."

―더 잡혀 있을 수도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풀려난 건 회장님 덕분입니다.

이규철의 말에 강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무슨 말씀을……."

―겸양하실 필요없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게 아니었으면 어휴…….

이규철은 진저리가 난다는 듯 도리질을 쳤다.

"고생하셨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 푹 쉬십시오."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요.

이규철의 말에 강혁은 마음이 짠해졌다.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기다리고 있는 건 딸 하나뿐이니 말이다.

"선배!"

―예,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회장님.

"그게 아니라… 딸도 좋지만 선배님도 아직 한참이시지 않습니까?"

―아, 그… 그건 그렇죠.

"집으로 바로 가시지 마시고, 만날 사람이 있으면 데이트도 하시고 그러세요."

강혁의 말에 이규철은 머리를 끄적거렸다.

―아, 아… 그… 그러죠.

이규철의 말에 강혁은 얼굴빛이 밝아지며 물었다.

"엇? 혹시 상대가 있는 겁니까?"

강혁은 이규철의 목소리에서 뭔가를 느끼고 바로 물은 것이다.

―그…그게 하하, 아직은 모릅니다.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오! 축하드려요. 꼭 연락주세요. 아셨죠? 선배!"

이규철은 왠지 강혁이 오버한다는 생각을 하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러자 급히 갈려쓴 듯한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종이 조각이 하나 나왔다.

'이름이… 로렌이라고 했던가?'

이규철은 승무원 복장을 한 금발의 미인을 머릿속 떠올렸다.

워낙 급박한 상황이 흘러가던 중이라 얼굴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상당히 호의를 보였던 것이 생각났다.

이규철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아내를 잃고 지금까지 독수공방한지도 수년이 흘렀다.

죽은 아내도 용서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규철은 핸드폰을 꺼내들고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는 이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실비아 로렌입니다. 누구시죠?

전화기 너머로 여성의 고운 음성이 들려왔다.

"저… 혹시 기억나시나요? 비행기에서 제게 번호를……."

―어머, 제임스 씨. 왜 이제야 전화주신 거예요?

"하하, 죄송합니다. 그동안 수사기관에서 시달렸답니다."

―어머, 그러시군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하하……."

이규철은 로렌의 수다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 정신없음을 즐겼다.

그의 입가에 오랫동안 사라졌던 미소가 걸렸다.

*     *     *

일주일 전, 워싱턴 덜레스 공항.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비행기가 무사히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착륙을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봐요. 당신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해요. 오늘 우리들의 목숨을 구했어요."

승무원인 로렌은 상급자처럼 보이는 동양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특히나 이 동양인은 하마터면 추락할 뻔한 여객기를 구해준 것이다.

"하하,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이규철의 말에 로렌은 살짝 볼을 붉히며 말했다.

"제 번호에요. 꼭 연락주세요."

로렌이 이규철의 손바닥에 핸드폰 번호가 적힌 쪽지를 주고는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던 팀원들이 훗하고 웃으며 당황하는 이규철의 어깨를 두드렸다.

특히나 스튜어디스 제복을 입고 있던 제인은 배를 잡고 웃었다.

"큭큭, 보스. 저 여자 꼭 잡으세요. 이번 크리스마스도 딸하고 보내고 싶지 않으면……."

"킥킥킥."

제인의 말에 톰과 해리슨도 입을 막으며 낄낄 거렸다.

"웃지마. 그리고 누구 짓인지는 알아냈어?"

이규철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팀원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모두는 금세 표정을 바꾸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놓쳤어요. 틀림없이 저 중에 있을텐데."

톰과 해리슨이 승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규철 역시 인상을 찡그렸다.

틀림없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승객실로 왔는데 기장과 부기장이 숨져 있었다.

상처를 보면 날카로운 칼에 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누가?'

승객들 중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자들은 미리 특정 지을 수 있었다.

여객기에 탑승 직전 승객들에 대한 신원조회를 통해 의심되는 자들을 추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장과 부기장을 죽인 사람은 적어도 그들 중에는 없었다.

자신과 팀원들이 그들의 동선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들의 일은 여기까지야. 나머지는 수사기관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이규철의 말에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여객기가 열리고 제일 먼저 공항에 대기 중이던 F.B.I수사관과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제일 먼저 제압당한 테러리스트들을 인계받았고, 이규철과 팀원들은 관계기관에 반강제로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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