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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66화 (266/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66화

266화

#70장 방황하는 로렌

강혁은 조금 전 콜드 리딩 수법을 발휘해서 로렌의 표정과 강직된 몸동작을 통해 넘겨짚은 것이다.

천천히 해당 단어를 말할 때 상대의 표정과 몸짓언어를 캐치하여 상대의 비밀을 알아내는 수법.

강혁은 이런 콜드 리딩의 마스터로서 눈앞에서 로렌의 마음속을 해체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그 사실을? 어머니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데?"

"로렌 그게 사실이야?"

이규철은 깜짝 놀랐다.

설마 로렌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했다니?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너무나 화가 나고 안타까웠다.

"어, 어떻게……?"

"제가 가진 작은 재주랍니다. 로렌."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강혁은 로렌을 향해 계속 말했다.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셨군요."

"그…그래요. 아이샤라고… 저의 가장 친한 친구였죠."

얼굴이 핼쓱해진 로렌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로렌은 가능하면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로렌은 강혁이 가진 비밀을 알아내야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그 비밀에 접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작은 재주라니? …이게 대체?'

대기업 회장인 강혁이라면 자신에 대해 많을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어린 시절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아낸 것일까?

'엄마? 설마 엄마가 말한 걸까?'

로렌은 의문가득한 눈으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저기 설마 엄마가 말한 건가요?"

로렌의 말에 강혁은 살며시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로렌이 다녔던 학교에 폭탄이 터졌죠?"

"……."

부르르.

로렌의 몸이 살며시 떨렸다.

당시의 폭발은 지금까지도 로렌을 괴롭히는 트라우마다.

"명백한 미군의 잘못입니다.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죠."

강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민간인을 동반한 비행기 납치에 이은 폭탄 테러는 더 나쁜 짓입니다."

"……!"

"이것은 명백히 의도한 것이니까요.""당연하죠. 회장님."

이규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강혁은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했다는 로렌과 테러가 무슨 상관인가?

이규철은 뜬금없는 강혁의 이야기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규철은 그동안 강혁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헛튼 짓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지금 당장은 이해가 가지 않아도 지금 강혁의 말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이규철은 스스로 납득하며 강혁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로렌은 강혁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마치 자신인 테러리스트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 걸까?

하지만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

알카에다에서도 자신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무… 물론이죠. 회장님. 하지만 당시 미군의 행동은 정말 잘못된 일이었어요."

로렌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맞아요. 로렌 양. 그게 비록 실수에서 비롯한 일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런 아픔이 있었군. 로렌."

이규철이 안따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죽었다는 친구가 방아쇠가 된 거였군.

강혁은 아이샤라는 친구에 대해 말할 때 로렌의 얼굴에 비쳤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많이 친했나보죠?"

"예?"

"뚜따."

"아, 예. 정말 친한 친구였어요."

"그래서 알카에다가 된 건가요?"

"……!"

로렌은 깜짝 놀랐다.

"뭐, 뭐라고요?"

강혁의 말에 이규철도 깜짝 놀랐다.

그런데 강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로렌, 이번 테러 계획에 협력하셨죠?"

강혁은 로렌의 얼굴 표정과 몸동작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로렌이 알카에다의 하수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강혁의 직접적인 발언에 로렌은 정말 깜짝 놀랐다.

'모… 모든 걸 알고 있었어.'

이규철은 강혁의 말에 당혹스러웠다.

설마하니 로렌이 테러범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자신에게 접근했던 이유가?

이규철은 의혹이 가득 담긴 눈으로 로렌을 바라보았다.

로렌은 단도직입적인 강혁의 말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강혁의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아니 사실 이규철은 알고 있었다.

강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이규철은 속이 쓰려왔다.

'날 속이다니. 로렌.'

이규철은 그동안 자신에게 보여왔던 로렌의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때 강혁이 마치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듯 말했다.

"로렌, 선배님을 향한 당신의 마음은 진심이라는 건 저도 압니다."

"……!"

강혁의 말에 이규철은 또 한 번 놀랐다.

그리고 로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

"그걸 어떻게?"

로렌의 말에 강혁은 조용히 손가락 하나를 들어 하늘을 가르켰다.

"……?"

로렌은 순간 강혁의 행동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서…설마?"

강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로렌은 오랫동안 종교생활을 한 사람이다.

"알라께서 알려주셨다는 말인가요?"

"알라의 뜻이 무엇이었던가요?"

"……?"

갑작스런 강혁의 말에 로렌은 미동도 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뜻?"

"알라의 뜻이 테러와 파괴일까요?

"그…그건……."

강혁의 말에 로렌은 일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갓]이든 [알라]이든 발음의 차이일 뿐 모두 세상을 창조한 신을 가르키는 단어죠."

"……."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

"신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와 아랍이 서로 싸우다 멸망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으십니다."

"……!"

"둘 모두 신의 아들들이니까요."

부르르.

강혁의 말에 로렌은 몸을 떨었다.

"당… 당신은 대체?"

"우리 회장님은 신이 택한 예언자이셔."

이규철이 말했다.

"예… 언자?"

"선지자라고 해도 좋고. 종교에 따라 뭐라고 부르든… 이 분은 진짜야."

"……!"

"이번 테러 역시 회장님은 미리 알고 계셨지."

"그… 그럴 리가?"

이규철의 말에 로렌은 심하게 떨었다.

싶게 믿기 어려운 말이다.

설마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예언자라니?

그렇다면 신의 사도라는 말인가?

"로렌, 원래 계획은 9월11일이었죠?"

"……!"

강혁의 말에 로렌은 두 눈이 화등잔만하게 변했다.

그의 말대로 원래 이번 테러 계획은 9월11일에 벌어질 예정이었다.

"그… 그걸 어떻게?"

로렌의 말에 강혁은 그저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따름이었다.

"정… 정말로 예언자이신가요?"

"글쎄요."

강혁은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절 뭐라고 부르던 상관은 없습니다."

"……."

"하지만 신이라고 생각되는 존재가 제게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강혁은 지긋이 로렌을 바라보았다.

로렌은 그의 눈빛에서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느꼈다.

"왜… 왜 제게……."

"비밀을 말해주냐고요?"

강혁의 말에 로렌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감춰야하는 사실 아닐까?

만일 강혁이 예언자가 맞다면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그 이유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강혁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미국은 확실히 잘못된 방향으로 갔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

"조지아 대통령이 한 대국민연설을 기억하시죠?"

쿵!

로렌의 얼굴 표정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나름 표정을 관리하고 있었던 것과는 천차만별이었다.

물론 아무리 표정을 관리해도 강혁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무장해제였다.

그만큼 강혁의 지적은 로렌을 흔들어 놓았다.

사실 로렌만이 아니었다.

조지아 대통령의 연설과 그후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테러리스트들에게 큰 동요를 주었다.

사실 테러 조직들 안에도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했다.

대부분 성전에 대한 대의명분에는 공감하지만 그 안에도 온건파와 과격파가 존재하는 것이다.

조지아 대통령의 대외연설은 온건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리고 로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이런 면모 때문에 지난 번 테러에서도 초반에는 직접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달라질 겁니다."

"……!"

"하지만 당신들도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꿀꺽!

지긋이 자신을 바라보는 강혁의 시선에 로렌을 침을 꿀꺽 삼켰다.

"오사무 번 라덴에게 전하세요."

"……!"

"신의 사자를 만났다고."

로렌은 강혁의 말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아직까지 미국은 대외적으로 이번 테러를 저지른 집단에 대해 특정해서 말하지 않았다.

알카에다와 오사무 번 라덴도 이번 테러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일개 대기업 회장이 이런 중대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역시 그의 말대로 신의 계시를 받은 예언자라는 말인가?기독교에서는 선지자. 이슬람에서는 예언자라고 불리는 존재.

이들은 하나같이 신에게서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였다.

설마 현대에 그런 선택받은 인간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로렌은 큰 충격을 받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가세요. 로렌. 그리고 오사무에게 내 말을 전하세요."

로렌은 비틀거리며 그 자리를 물러났다.

이규철은 그녀를 부축하려다가 멈추었다.

로렌은 무고한 일반 시민들을 헤치려고 했던 테러리스트의 일원이었다.

"미안해요. 선배."

"회장님."

"제가 알게 된 것은 선배가 이미 로렌을 만나기 시작한 이후였답니다."

"그… 그러셨군요."

"미리 알았더라면……."

"아닙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이규철이 약간은 힘이 빠진 얼굴로 말했다.

"선배."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사실 큰일 날 뻔했으니까요."

이규철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런데 이제 어쩌실 겁니까? 저대로 로렌을 보내는 건……."

이규철이 우려의 눈빛으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적들이 저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저들을 분열시킬 필요가 있어요."

"……?"

"저들 중 내가 예언자라는 사실을 믿는 자들이 생긴다면……."

"……!"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이규철은 강혁의 말에 깜짝 놀랐다.

설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새삼 이규철은 강혁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 회장님은……하늘이 보내신 사람…….'

이규철의 눈빛이 조금 전과 달리 다시 날카로움을 찾았다.

'회장님… 회장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강혁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낸 이상 적들이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컸다.

신변이 이전보다 훨씬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참으로 고귀하지 않는가?

인류의 평안을 위해 강혁은 스스로를 위험에 몰아넣었다.

이규철은 그런 강혁을 마음 속 깊이 존경했다.

'두고봐. 회장님은 반드시 내가 지킨다.'

두 눈빛이 빛나며 이규철은 결심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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