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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67화 (267/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67화

267화

"그게 무슨 소리야? 예언자라니?"

오사무는 너무도 황당한 소리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게…나비가 알아낸 바로는 틀림없다고 합니다."

쾅!

경호원의 말에 오사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어떻게 이교도에게 함부로 예언자라는 말을 하나?"

"죄…죄송합니다. 오사무님."

압둘은 오사무의 호통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원래 이교도였던 자라 코란의 위대한 지혜에 교화가 부족한 것이겠지요."

"흥, 당연한 이치지. 그래도 쓸모 있을 것 같아 성전에 참여시켜 주었더니. 쯧쯧쯧."

오사무는 혀를 찼다.

"아무튼 존 강이란 자가 개입되어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압둘의 말에 오사무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우리 쪽에서 배신자가 있는 것 같군."

오사무의 말에 압둘은 얼굴을 굳혔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오사무님. 배신자라니? 설마 그럴 리가?"

오사무는 압둘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네 심정도 이해는 가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말이 안되지 않나?"

"……."

"설마 자네도 그 예언자라는 헛소리를 믿는건가?"

압둘을 바라보는 오사무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아… 아닙니다. 오사무 님."

알둘은 고개를 숙였다.

나비 아니 알카에다의 조직원인 로렌이 전달한 내용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알라께서 전쟁을 막기 위해 예언자를 세웠다는 것이다.

예언자의 이름은 존 강.

신의 계시를 받은 존 강이 미리 자신들의 테러계획을 알고 개입했단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을 움직여 아랍 국가들에 대한 차별과 적대적 정책을 거두게 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선 듯 믿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로렌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자 존강이 자신이 알카에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직접 오사무에게 가서 자신이 예언자라는 사실을 전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배신자가 있는 것이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로렌의 정체를 알았겠어."

"……."

"그리고 우리 계획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며?"

"예, 우리의 원래 계획이 9월 11일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군.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오사무 역시 이 말에는 놀랐다.

9월11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였고, 모두 믿을 만한 자들이었다.

테러를 실제로 실행했던 자들과 오사무 자신, 그리고 몇몇 측근들이 다였던 것이다.

오사무 역시 그들이 발설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배신자는 반드시 찾아내야 해."

오사무의 말에 압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예언자라는 헛소리를 하는 여자를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처리하겠습니다."

압둘은 그대로 몸을 돌려 오사마의 처소를 빠져나왔다.

"그건 그렇고. 존 강이라? 아무래도 이 작자를 가만두면 안 되겠군."

오사무는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예언자라니?"

"쉿! 조용히 해."

알카에다 조직원 중 하나인 아브라임은 재빨리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갔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자세히 좀 말해봐."

"알았어. 보채지 좀 마."

아브라임은 함께 보초를 서고 있는 술라이만에게 말했다.

"나비라는 코드명을 지닌 우리 쪽 공작원이 있는데 말이야……."

아브라임의 말에 술라이만은 귀를 기울였다.

"…예언자가 등장했다고?"

"맞아, 그리고 그 사람이 미국 대통령을 설득했다는군."

"……!"

"우리의 테러 계획도 그 사람이 막은 거라고?"

"그렇다고 하는 군."

"맙소사!"

술라이만은 아브라임의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쉽게 믿기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사실이라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하지만 정말 예언자가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자신들의 계획을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미국 대통령을 움직였다면 대단한 일이었다.

지금 아랍 국가들은 조지아 대통령의 발언을 크게 환영하고 있었다.

게다가 테러 조직에 대한 단호한 조처에 발을 맞추겠다는 응답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의 반전에 알카에다 조직원들 역시 크게 동요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예언자라니?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들의 성전을 명분을 잃게 된다.

"나비의 말에 따르면 예언자님은 알라께서 자신의 아들들이 서로 피흘리며 싸우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는군."

"……음."

술라이만은 아브라임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원래 이슬람 교리의 상당부분은 평화와 사랑에 대한 내용들이다.

인류는 원래 모두 알라의 자녀들인 것이다.

이들끼리 서로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것을 알라께서 반대한다는 것에 술라이만은 할말이 없었다.

게다가 원래 명분으로 내걸었던 미국의 적대정책이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실제로 실행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만 일단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럼 우린 이제 어떻하지?"

"그… 글쎄. 사실은 나도 그게 고민이야."

아브라임이 머리를 끄적이며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아직 젊은 20대 초반의 나이였다.

성전을 위해 부모 형제를 떠나 먼 타국까지 왔지만 그들이 그립지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은 더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성전을 위한 대의명분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만일 정말로 예언자가 등장한 것이라면?

그래서 앞으로는 미국이 적대 정책을 멈추게 된다면?

자신들이 굳이 여기서 힘들게 있을 필요가 없게 된다.

아브라임과 술라이만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두 사람과 같은 생각을 하는 알카에다 조직원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나비 아니 로렌은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오사무에게만 알리지 않았다.

그녀는 존강이라는 이름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실들을 여러 알카에다 하부조직에 퍼트렸다.

결국 이 소문은 급속도로 퍼져나가 알카에다만이 아니라 다른 테러 조직에도 점점 퍼져나갔다.

*     *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윌슨 의원은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의외이신 것 같은 얼굴이군요."

"그…그게 죄송합니다. 사실 전 대통령께서 존 강 회장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윌슨이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사실 저는 그 사람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죠. 그래서 의원님께 큰 실례를 범하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윌슨 상원의원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기대감이 어린 표정을 지었다.

"맞습니다. 이제 저는 존 강 회장을 믿습니다."

"오오! 다행입니다. 우리 미국을 위해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대통령님."

윌슨 의원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윌슨 의원."

"예, 말씀하시지요. 대통령님."

"이번에 제가 깨들은 점이 많습니다."

"……."

"제가 처음부터 의원님의 충고를 따랐다면 이번 사태를 미리 막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조지아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짙은 자책감이 배어나왔다.

"너무 자책 마십시오. 대통령님이 아니라도 선득 제 말을 믿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윌슨 의원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만일 다시 정권이 바뀐다면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

"만일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조지아 대통령이 굳은 의지를 담아 말했다.

윌슨 의원은 그런 조지아를 의아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만 어떻게 하시려고요?"

"정부와 양당의 고위층 중 소수만 참여하는 위원회를 창설할 생각입니다."

"……?"

"국회의 양당 최고위층 몇명과과 정부 측 인사가 모인 가칭 범정부안보보장회의 즉 쉴드 아메리카입니다."

"쉴드 아메리카?"

"이 위원회의 핵심은 바로 미래를 보는 존 강 회장의 능력입니다."

윌슨 의원은 강혁의 이름이 거론되자 급격히 관심을 보였다.

의자를 바싹 당기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계속 말씀해 보시죠. 대통령님."

"존 강 회장이 자신의 능력을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이 위원회의 목적입니다."

"……!"

윌슨 의원은 조지아 대통령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크게 놀라고 있었다.

조지아 대통령이 세운 구상의 골자는 강혁이 미국의 안보전략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있었다.

"으음."

윌슨은 조지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곱씹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과연 민주당에서 이 구상을 받아들일까요?"

"우리가 받아들이게 만들어야지요."

"……?"

"민주당 쪽에도 존 회장의 능력을 아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윌슨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정권 사람들 몇이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협력한다면 성사될 가능성이 높죠. 아니 내가 꼭 그렇게 만들고 말겠소."

조지아 대통령이 의지를 불태웠다.

윌슨은 그런 조지아를 바라보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전에는 그렇게 조언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말그대로 강혁 바라기가 따로 없었다.

'으음, 위원회라?'

윌슨 역시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면?

정작 미국이 위기에 빠졌을 때 존강의 능력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번만해도 하마터면 대재앙이 벌어질 뻔 하지 않았던가?

위원회는 일종의 감시 역할도 할 수 있는 양수겹장의 좋은 방책처럼 느껴졌다.

사후라도 강혁이 미국의 전략자산을 사용한 용처를 확인할 수 있으니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리라.

"대통령께서는 정말 존 회장을 믿으시는가 봅니다. 어쩌면 위험할 수 있는 일인데……."

윌슨의 말마따나 미국의 안보전략자산을 한 개인이 사용할 수 있게하는 일이었다.

만일 강혁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정말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대통령인 제가 모든 권한을 정지시킬 수 있습니다."

"위원회도 마찬가지긴 하죠."

"그렇습니다."

조지아 대통령의 표정은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얼굴이었다.

정말이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강혁에 대한 태도가 가장 극적으로 바뀐 인물이었다.

윌슨으로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안보와 미국 국민들을 위해서 강혁은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다.

적어도 윌슨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아는 사람 중 강혁처럼 타인을 생각하고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미 윌슨 의원은 강혁이 자신의 재산을 이용해서 퇴역 군인과 경찰, 정보요원들을 돌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래라면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숱한 관료주의와 행정절차에 막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들이 존재했다.

강혁은 특히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필요한 케어들을 해주었다.

말그대로 나라가 해주지 못하는 일은 일 개인이 강혁이 해주고 있는 것이다.

알고보면 미국 국민도 아닌 강혁이 말이다.

단지 자신이 사업하고 있는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해주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비록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강혁의 조국인 대한민국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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