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68화 (268/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68화

268화

백악관 조찬 기도회가 성황리에 끝나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었다.

이번 조찬 기도회는 특별히 조지아 대통령의 오랜 멘토인 제임스 목사가 인도했다.

오래 전부터 조지아 대통령이 초청을 했었는데 이번에 겨우 일정이 맞았던 것이다.

모든 일정이 끝난 후, 제임스 목사는 오랜만에 만나는 조지아 대통령과 가볍게 포옹을 나누었다.

"대통령님, 오랜 만이군요."

"목사님, 옛날처럼 그냥 조지아라고 부르세요."

"하하, 그럴 수는 없죠. 일국의 대통령이 되셨는데 말이에요."

제임스 목사는 웃으며 조지아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잔주름이 가득한 눈가에는 깊은 연륜에서 배어나오는 지혜가 엿보였다.

조지아 대통령은 청년시절 잠깐 방황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가족들과 제임스 목사의 따금한 충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조지아 대통령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대국민 연설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제임스 목사의 칭찬에 조지아 대통령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목사님같은 분이 칭찬해주시니 더 기쁘군요."

쑥스러워하는 조지아 대통령을 제임스 목사는 흐믓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하신 겁니까? 사실 전 대통령께서 아주 강경하게 나올거라고 봤거든요."

제임스 목사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도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의 저라면 틀림없이 그랬겠죠. 어쩌면 저 때문에 3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을지도 모르죠."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제임스는 살짝 놀라며 그의 얼굴 표정을 다시 살폈다.

보아하니 헛튼 소리를 하는 것 같지 않아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을 바꾸신 겁니까?"

"그게… 사실은……."

조지아 대통령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하나님이 보내신 선지자를 만났답니다."

"……?"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제임스 목사는 깜짝 놀랐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영문을 몰랐다.

신이 보낸 선지자라니?

21세기에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사도 시대 이후 지금까지 성경 속의 선지자는 다시 등장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선지자를 만났다고?

제임스 목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네요. 목사님."

조지아 대통령은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제임스 목사와 따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로 옮겼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걸보면 진심이신 모양이군요."

제임스 목사가 자리에 앉은 후 말했다.

조지아 대통령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맙소사. 대체 누구입니까? 그 선지자란 작자는?"

제임스의 말투에는 조지아 대통령에 대한 염려가 깃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목사님, 싶게 믿기 힘드시겠지만 사실이랍니다."

조지아 대통령은 자신을 염려하는 제임스 목사에게 간단히 전후사정을 말해주었다.

"…으음, 그렇다면 그 선지자란 자가 그런 말을 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음."

제임스는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선지자란 자가 했다는 말은 평소 제임스 목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지금처럼 서로 간에 반복을 반복한다면 서구 문명과 아랍권의 공멸로 갈뿐이었다.

하나님이 그런 상황을 원하실리 없었다.

적어도 제임스 목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선지자란 사람. 적어도 틀린 말을 하지는 않았군요."

"…예, 목사님."

"으음."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제임스 목사는 크게 침음성을 삼켰다.

그리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목사님? 어디 불편하신대라도?"

"아, 아닙니다. 불편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

제임스 목사는 며칠 전 자신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떠올렸다.

*     *     *

"맙소사! 이게 얼마만이야."

제임스 목사는 십년 만에 걸려온 친우의 전화에 깜짝 놀랐다.

"자네 나같은 세속적인 목사와는 절연한다고 하지 않았나?"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네.

"그래? 그런데 왜 전화를 할 생각을 다했나?"

제임스는 친우인 그레이엄 목사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레이엄은 20대 시절 신학교에서 만난 친구였다.

10년 전만 해도 L.A에서 큰 교회의 담임 목사로 유명세를 떨치던 사람이었다.

정치권에도 발이 닿을 정도로 지역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유능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시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후 모든 것이 변했다.

친구인 자신에게도 말도 없이 교회를 후임에게 물려주고 시골로 떠난 것이다.

그곳에서 새로 교회를 개척해서 목회를 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게 다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연락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그레이엄이 갑자기 연락을 취하다니 무슨 일일까?

―제임스.

"말해봐. 그레이엄. 대체 무슨 일이야?"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레이엄."

―하나님이 보낸 사자가 미국… 아니 세계를 공멸의 위협에서 구해내게 될 거네.

"……!"

제임스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방금 자네 공멸이라고 했나?"

―그래.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공멸이라니?"

―조만간 자네도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거네.

"……?"

―내 말 잘 듣게. 만일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이 말을 전해주게.

"……?"

―그의 말을 들어라!

"이… 이봐.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뚝.

전화는 갑자기 끊어져 버렸다.

너무나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갑자기 전화를 걸더니 신의 음성을 들었다는 이상한 말만 하고 끊어버리다니.

하지만 제임스는 그레이엄에 대해 잘 알았다.

신학생 시절 그레이엄은 누구보다도 신앙심이 두터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종종 친구들에게 예언 비슷한 말들을 하기도 했는데 놀라운 것은 나중에 모두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설마?"

제임스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어쩌면 십년간 그레이엄은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었다.

돌연 딸과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불쌍한 친구."

제임스는 친우를 위해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     *     *

"그 선지자란 사람……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군요."

"……?"

조금 전까지 자신의 말을 불신하는 표정으로 듣던 제임스 목사의 말에 이번에는 조지아 대통령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레이엄은 신학교 시절부터 특별했죠."

"……?"

"그 친구가 한마디씩 흘린 듯 했던 말들이 나중에 모두 현실로 나타나고 했답니다."

"그… 그래요?"

"그런데 그 친구가 돌연 10년 만에 전화를 해서는 그런 말을 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마침 조찬 기도회에 초대를 받으셨고요."

"공교롭게도 제 스케줄도 비어 있었죠."

제임스 목사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의 얼굴에 경이에 찬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분이 한 말이… '그의 말을 들어라.'였습니다."

조지아 대통령은 가슴이 벅차 올랐다.

역시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더 분명해지는군요. 그분은 분명히 하나님이 우리 인류에게 보낸 사자가 틀림없습니다."

"으으음. 확실히 공교롭기는 하군요."

제임스 목사가 말했다.

"목사님. 틀림없습니다. 그 분은 분명 이 시대의 선지자입니다."

조지아 대통령은 완전히 확신에 찬 모습으로 말했다.

그런 조지아 대통령의 모습을 바라보며 제임스는 그레이엄 목사를 떠올렸다.

'믿어도 되는 거겠지? 그레이엄.'

제임스는 자신의 친구 그레이엄 목사가 한 말을 떠올리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떠올렸다.

어쩌면 정말로 신께서 인류의 파멸을 막기 위해 누군가를 보내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정말로 그런 것이면 좋겠군.'

제임스 목사는 얼마 전 일어났던 테러를 떠올렸다.

정말로 엄청난 피해가 일어날 수 있었던 국가적 비극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일었던 미국민의 엄청난 분노.

만일 조지아 대통령이 조금만 판단을 잘못했어도……

서구 문명 전체와 아랍 문명 전체의 대충돌로 이어지는 제3차 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묵시록의 멸망이 성큼 눈앞에 다가온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다행히 조지아 대통령은 두 문명세계의 거대한 충돌이 아닌 화해를 택했다.

테러를 벌인 집단에 대한 단호한 징벌에 대한 선언과 함께 말이다.

세계가 그런 미국의 판단에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그런 이면에 선지가의 존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묵시록 속 종말에 대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제임스 목사는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었다.

자신이 살아 있는 생전에 그런 비극적인 결말을 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런 것이라면 하나님께 감사하고 싶군요."

"제임스 목사님."

조지아는 제임스 목사의 말에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제임스 목사는 공화당의 정통적인 지지층이 미국 중부지역.

즉 바이블 벨트라고 불리우는 지역의 기독교 단체를 이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종교계만이 아니라 정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번에 자신이 공화당의 후보가 되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된데에는 제임스 목사의 힘도 컸다.

-어쩌면 그분에게 제임스 목사님이 큰 우군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군.

조지아 대통령은 제임스 목사님을 바라보며 강혁을 떠올렸다.

*     *     *

"뭐라고요? 아야톨라?"

이브라힘은 조금 전 자신이 들은 말을 믿기지 않았다.

이슬람의 고위 성직자인 아야톨라가 한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이브라힘, 아무래도 그 자는 알라께서 보내신 예언자인 것 같구나."

"……?"

"왜 내 말이 믿기지 않느냐?"

이브라힘은 수염이 성성한 백발의 아야톨라를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지혜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 아야톨라, 그… 그 사람, 존 강은 이교도입니다."

이브라힘의 말에 백발의 아야톨라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 말을 믿지 못하는군."

"아, 아닙니다. 아야톨라. 그저 너무 놀라워서."

"알라의 은총이 내린 이상, 그는 더 이상 이교도가 아니다."

"…그럼 존 강 회장이 이슬람교도라는 말씀입니까?"

"아니, 그렇지 않다."

"……?"

"그렇다고 해서 그가 기독교인인 것도 아니다."

아야톨라의 말은 갈수록 이해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는 둘 다 아니기에 둘 모두를 이끄는 알라의 지팡이가 된 것이다."

"……!"

"알라의 지팡이로서 그는 우리 이슬람교도들과 기독교인들 모두의 예언자가 되어 줄 것이다."

"그… 그럴 수가!"

이브라힘은 아야톨라 이스타파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의 형제들에게 전하도록. 누구든 존 강 회장을 적대시하는 자는 알라의 적이다."

전 세계 이슬람 시아파의 영적 거두인 이스타파 대 아야톨라의 말에 이브라힘은 고개를 숙였다.

"예. 아야톨라."

시아파 최고위 성직자인 그의 말은 곧 알라의 말이었다.

이브라힘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원을 나섰다.

'오, 위대한 알라시여. 이 종은 당신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이스타파는 이브라힘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주름진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띠웠다.

그리고 집무실로 돌아가 그동안 반목해왔던 타종단의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