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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69화 (269/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69화

269화

"말도 안 돼."

오사무 번 라덴은 한 통의 편지를 읽고 있었다.

글을 읽는 내내 오사무의 표정을 좋지 않았다.

"이런 멍청이들 같으니."

편지를 다 읽은 오사무는 편지지를 바닥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왜 그러십니까? 오사무 님."

오사무에게 편지를 전달한 압둘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편지는 알카에다의 중요 요직에 있는 간부가 오사무에게 보낸 편지였다.

21세기에 무슨 편지냐고 할지 모르지만 도청과 해킹에 민감한 오사무는 이런 방식을 더 선호했다.

"알리자드 마저 그 이교도에게 속았다."

"……!"

압둘은 깜짝 놀랐다.

알리자드는 알카에다의 핵심 간부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자가 설마하니?

"존 강 회장은 예언자이니 그의 뜻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고 하는군."

쿵-!

충격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압둘도 알고 있었다.

알카에다의 조직원들 중에 존 강 회장이 알라가 보내신 예언자가 아닌가하는 말들이 떠도는 것을.

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이미 아랍 세계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 상당수가 예언자의 존재를 믿고 있었다.

어떻게 순식간에 일이 이렇게 될 수 있는지 놀랄 지경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몇몇 이슬람 지도자들이 이미 존 강 회장을 만나기까지 했다고 한다.

테러 조직들 중에는 여전히 존 강을 미심쩍어하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일지 몰랐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오사무가 압둘을 바라보았다.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존 강 그 자를 처리해!"

"예, 오사무님."

알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사무의 명령을 전달하러 움직였다.

*     *     *

"존, 무슨 일이야? 여기까지."

안젤라는 자신의 집무실에 나타난 강혁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하하, 사실 전부터 안젤라가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

"정말?"

강혁의 말에 안젤라는 두눈을 깜빡이며 즐거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참, 이사한 집. 정말 괜찮더라."

"고마워. 안젤라."

강혁은 안젤라의 말에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그렇고. 이젠 말해봐."

"응? 뭘 말이야?"

"여기에 온 진짜 이유말이야."

안젤라가 짐짓 거짓말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듯 양 손을 허리에 두고 말했다.

"아, 그게. 말이지. 하하, 역시 네 눈은 못속이겠네."

강혁은 안젤라의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몇 장의 서류를 올려 놓았다.

"응? 이건 대체?"

안젤라는 의문에 찬 눈으로 서류를 펼쳤다.

한 장 한 장 서류를 넘기던 안젤라가 긴장된 얼굴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존?"

"맞아. 모두 사실이야."

안젤라는 강혁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서류를 들고는 책상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강혁의 뺨에 키스하며 말했다.

"정말 고마워. 존. 다음에 우리 따로 한번 만나."

"언제든지. 안젤라."

안젤라는 웃으며 강혁을 향해 눈웃음을 치고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강혁은 알고 있었다.

당분간 안젤라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조금 전 안젤라에게 건넨 서류들은 뉴욕에서 암약하고 있는 마피아 조직들을 괴멸시킬 수 있는 자료들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안젤라는 밤낮이 없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수사관들을 닦달해서 관련증거를 수집하고 증인들을 소환해야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만일 이번 일을 해낼 수 있다면 뉴욕시민들을 괴롭히던 몇몇 마피아들은 완전히 괴멸될 터였다.

이미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를 구가하는 안젤라였다.

이번 일까지 해낸다면 내년 뉴욕 시장 선거는 해보나마나가 될 것이다.

"최초의 여성 뉴욕 시장이라?"

강혁은 씨익 웃으며 입가에 미소를 내걸었다.

*     *     *

뉴욕 검찰청 건물을 나서며 강혁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르른 하늘이 더 없이 맑아 보였다.

오늘도 바쁜 하루가 예정되어 있었다.

조지아 대통령이 발족시킨 국토안보 위원회가 정식으로 가동되기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윌슨 의원이 이 위원회에 참가하기로 결정되었다.

자신을 믿고 뒤를 받혀주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요즘 강혁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사실을 말하자면 평소에도 그렇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강혁으로서는 이렇게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하나의 더없는 휴식이었다.

'그럼, 이제 그만 가볼까?'

강혁이 하늘을 올려다본 것은 정말로 짧은 한순간이었다.

다시 몇 계단을 내려갈 때 누군가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존, 잠시만 기다려."

"안젤라?"

고개를 돌리자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안젤라 윌슨이 계단을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이봐, 조심해."

날 듯이 뛰어오는 안젤라는 계단을 내려오다가 그만 휘청거리며 몸을 비틀거렸다.

강혁은 그런 안젤라를 향해 즉시 몸을 기울이며 두 손을 뻗었다.

타앙!

어디선가 총소리가 울렸다.

시멘트가 파이며 돌가루가 튀어 안젤라의 몸에 맞았다.

"아앗!"

"안젤라 괜찮아?"

"존!"

타앙!!

두 번째 총소리가 울렸다.

강혁은 재빨리 안젤라를 감싸안고는 몸을 이동시켰다.

한순간에 검찰청 앞은 지나던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가득찼다.

검찰청 내부에 있던 무장 경비 인력들이 로비에서 나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한편,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총구를 돌렸다.

더 이상 총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저격수는 이미 자리를 뜬 모양이었다.

"괜찮아?"

"존이야 말로.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난 괜찮아. 안젤라. 넌… 이리 팔을 내밀어봐."

안젤라의 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최초의 총격에 부서진 돌조각이 안젤라의 팔에 상처를 내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정도는 괜찮아. 존. 내 걱정은…아얏!"

강혁은 손수건을 꺼내어 안젤라의 팔을 감아 주었다.

그때 경찰들이 다가왔다.

"괜찮습니까? 검사장님."

"어서 이 분을 병원으로 모셔요."

존이 경찰에게 말했다.

"안젤라가 경찰의 부축을 받으며 말했다."

"내 걱정은 하지마. 이런다고 조사를 멈출 내가 아니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마. 안젤라."

강혁의 말에 안젤라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무리할 건데?"

"풋."

강혁은 웃으며 경찰의 부축을 받아 병원으로 향하는 안젤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총알이 날아든 빌딩 쪽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응시했다.

'그런데 정말 안젤라를 노린 것일까?'

총알은 안젤라만이 아니라 자신도 맞을 수 있었다.

그때 안젤라가 휘청거리며 계단에서 넘어질 뻔 하지 않았다면 둘 중 누구라도 맞을 수 있었던 것이다.

*     *     *

안젤라 저격 미수 사건은 뉴욕 시민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당장 경찰은 안젤라를 경호할 인력을 파견했고, 안젤라가 수사 중인 범죄조직들을 뒤집어 놓았다.

안젤라는 뉴욕 시민들의 영웅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쌍둥이 빌딩이 무너질 때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방송에서는 당시 안젤라의 기민한 대처덕분에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인터뷰에 나섰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감히 우리 안젤라 검사장을 노린 사람들은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겁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그분을 노리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요. 수많은 뉴욕 시민들의 목숨을 살린 분이에요.]

방송국에서 나온 리포터가 시민 중 한사람에게 물었다.

[누가 안젤라 검사장을 노린 걸까요?]

[뻔하잖아요. 마피아 놈들이죠. 지금 안젤라 검사장님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될까봐 이러는 거라고요.]

한 흑인 남성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 누군지는 모르지만 당장 그만둬. 그분은 당신 같은 사람이 노릴 분이 아니야!]

그 흑인 남성은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방송에 내보내기에는 부적절한 면이 많았지만 방송국은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그만큼 뉴욕 시민들은 저격수와 마피아들에게 화가 나 있었다.

감히 뉴욕의 상징과도 같은 사람을 저격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피-잇.

TV화면이 꺼졌다.

"젠장."

누군가 소파를 향해 TV리모컨을 던졌다.

"안 그래도 저 여자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동정심까지 얻게 생겼어."

"진정해. 헨리."

"이봐,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언성을 높이는 사람은 민주당의 젊은 시장 후보 멕코너였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줄리아나 뉴욕 시장의 후계자로 이름이 높았던 젊은 정치인이다.

"아직 포기하기는 일러. 멕코너."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드레이코?"

맥코너는 눈앞의 매부리코를 가진 남자에게 화가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실제로 화가 나있었다.

그것도 머리 끝까지.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줄리아나 시장이 시장직에서 은퇴하고 그 자리는 자신이 맡기로 되어 있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뉴욕의 유수깊은 가문으로 멕코너는 시쳇말로 있는 집 자식이었다.

하버드 법대를 나와 이름 있는 법률 사무소에서 5년을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배경을 힘입어 민주당 소속으로 정치에 뛰어 들었다.

민주당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젊고 위트가 넘치며 야망이 있는 그를 좋아했다.

그라면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뉴욕 시장 자리를 무난히 넘겨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슈가맨 멕코너였으니 말이다.

그랬는데……

모든 것이 다 틀어져 버렸다.

그게 다 어느날 나타난 눈에 가시. 안젤라 윌슨때문이었다.

처음 그녀가 방송에 등장했을 때는 멕코너도 호감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젊은 미모의 검사보. 안젤라 윌슨.

그녀의 첫등장은 그렇듯이 평범했다.

금수저를 가지고 태어나 뉴욕시의 검사보로 일하기 시작한 미모의 재원.

딱 그것이 세상이 안젤라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부였다.

멕코너가 안젤라를 바라보는 시선도 여기서 다르지 않았다.

당시의 멕코너는 안젤라에게 호감을 가지고 데이트 신청까지 했었다.

단번에 거절당했지만 말이다.

멕코너로서는 인생 전반에 걸쳐 거의 없었던 일이었다.

한동안은 그녀가 자신과 밀당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슈거맨 멕코너를 거절할 여자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에게는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골든 그룹의 회장 존 강.

안젤라 윌슨 검사장이 사랑하는 남자.

지금에 와서는 라이벌 정치인이 되었지만, 한동안 멕코이는 안젤라에게 몰두했던 기간이 있었다.

그렇기에 더 속이 안좋았다.

그녀는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속을 긁어 놓는 여자였다.

"마음에 안 들어."

"누구? 안젤라? 아니면 그 남자?"

"둘 다 말이야."

드레이코는 자신의 고급 양복깃을 매만지며 멕코너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겠지. 멕코너."

"뭐야? 그게 다야?"

"물론 아니지. 날 뭘로 보는거야? 멕코너."

자신의 고급 양복깃을 매만지던 드레이코가 멕코너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올려다 보았다.

드레이코는 멕코너의 아버지가 그에게 소개시켜준 선거컨설팅 전문가였다.

"두고 봐. 아주 속이 시원하게 해주지."

"어떻게? 뭔가 방법이라도 있어?"

"흐흐, 사람들은 아름다운 이야기 이상으로 유명인들의 추문을 좋아하는 법이지."

드레이코가 두 눈을 번쩍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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