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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70화 (270/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70화

270화

#71장 위기 중첩

"안젤라, 괜찮은 거니?"

"아빠."

안젤라 윌슨은 검찰청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윌슨 의원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너무 걱정마세요. 이런 일쯤……."

"이런 일쯤이라니? 백주대낮에 널 죽이려는 자가 나타났는데?"

윌슨 의원은 사실 딸을 향한 걱정과 함께 딸을 노린 자에 대해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었다.

언론에서는 안젤라를 노린 자가 국제적인 킬러라는 소문이 있다며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암살범의 배후에는 뉴욕에서 암약하고 있는 마피아 조직들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문제는 안젤라가 조사 중인 마피아 조직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들 모두가 연합해서 벌인 일일지도 몰랐다.

이미 뉴욕 경찰은 이들 마피아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과연 배후를 밝혀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두들 회의적이었다.

"아빠……."

"휴, 난 이제 와서 후회가 되는구나. 널 법조계로 보낸 것이 과연 잘한 일인지."

"쿡쿡, 그렇게 법대, 법대 하시던 분이 이제 와서 후회가 된다고요?"

"후, 그런 일도 있었지."

윌슨 의원은 안젤라의 고등학생 때 일을 떠올렸다.

안젤라는 당시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음대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윌슨 의원이 강력하게 주장해 법대로 진학하게 된 것이다.

"저도 후회하지 않아요. 법대 진학 한 거."

"안젤라."

"그 덕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요. 아빠."

안젤라의 말에 윌슨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껏 안젤라가 자랑스럽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목숨이 위태로워진 지금에 와서는 법대 진학을 종용했던 것이 잘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만일 음대에 진학했다면 지금처럼 마피아 조직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휴, 누가 널 말리겠지. 아무튼 조심해라. 안젤라."

"걱정 마세요. 아빠. 경찰에서 경호 인력을 보내주었으니까요."

안젤라의 말대로 저격사건이 알려진 직후 경찰에서 경호 인력을 파견시켜 주었다.

지금 안젤라의 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도 뉴욕 경찰의 민원 형사였다.

윌슨 의원과의 전화를 끊은 안젤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

저격 사건 이후로 자신을 걱정하는 전화가 한동안 사방에서 걸려왔었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안젤라 본인도 윌슨 앞에서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사실 엄청 큰 충격을 받았다.

만일 강혁이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았다면 검찰청 건물 앞에서 그대로 죽임을 당했을지도 몰랐다.

지금도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손이 떨려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뉴욕 시민들이 삶을 지켜야하는 검찰청의 수장으로서 마피아의 위협 앞에 물러 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휴, 존… 내게 힘을 줘."

창 밖을 내다보며 안젤라는 자신도 모르게 강혁의 이름을 불렀다.

남 앞에서는 힘든 소리를 절대 하지 않는 안젤라였지만 보는 눈이 없으니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이 흘러나온 것이다.

한동안 말 없이 바깥 풍경을 보고 있던 안젤라는 문 듯 이상함을 느꼈다.

"그라임스 형사님, 왜 이쪽으로 가시는 거죠?"

"41번 도로가 꽉 막혔다는군요. 그래서 허드슨 강을 돌아서 가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라임스 형사의 말에 안젤라는 약간 의문이 들었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수긍했다.

하지만 차량이 도로를 벗어나 사람이 드문 장소로 이동하자 이상함을 느끼고 말했다.

"그라임스 형사님? 왜 이런 곳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던 그라임스 형사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씨익 웃었다.

"안젤라 검사장님, 사실은 검사장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시답니다."

"……!"

차량이 완전히 인적이 없는 곳으로 들어섰다.

안젤라는 급히 전화기를 만졌다.

그때 그라임스 형사의 손에서 무언가가 발사되었다.

"읍, 이건?"

"걱정 마세요. 목숨에 지장은 없을 테니."

"……!"

안젤라는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 숨 푹자두라고요. 안젤라."

그라임스 형사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듯 하더니 안젤라는 정신을 잃었다.

*     *     *

"뭐라고? 안젤라가?"

"죄송합니다. 의원님."

뉴욕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이 윌슨 의원에게 사과했다.

그럴만도 했다.

오늘 오후 5시경 검찰청으로 향하던 안젤라 검사장이 실종된 것이다.

경호인력으로 파견된 그라임스 형사는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그라임스 형사를 죽이고 안젤라에게 접근한 모양이었다.

"지금 뉴욕 경찰 전체가 검사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만일 안젤라가 죽기라도 한다면 사임을 각오해야 할 거요. 패트릭 경찰청장."

윌슨 의원이 무서운 얼굴로 엄포를 놓았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패트릭 경찰청장은 무거운 얼굴로 윌슨 의원의 자택을 나섰다.

윌슨은 경찰청장이 서재를 나가자 말자 즉시 전화기를 들었다.

"존!"

―윌슨 의원님.

"내 딸이 실종되었네."

윌슨 의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때 윌슨 의원의 귀에 전화기 너머로 총소리가 들려왔다.

탕― 탕탕―

연이어 총알이 발사되는 소리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총소리는 전화기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설, 설마 자네?"

―의원님, 따님은 제가 꼭 찾아드리겠습니다. 절 믿으십시오.

"…존!"

―제가 지금 조금 바빠서요. 일이 일단락되면 전화를 드리죠.

딸깍―

강혁은 전화를 끊고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시오. 세르게이 보스."

"뭐, 뭐냐 너는?"

뉴욕의 암흑계를 주름잡고 있는 러시아 마피아의 대부 세르게이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갑자기 문을 열고 난입한 동양인은 자신을 눈앞에 두고 태연히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문 밖에서는 자신의 부하들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내 소개를 하지. 난 존 강이라고 하오."

"…….?"

세르게이는 강혁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오라? 당신이 그 소문의 동양인이로군."

가십 신문에 오르내렸던 기사가 떠오른 것이다.

세르게이는 새삼스런 표정으로 강혁을 아래위로 훑었다.

"흐흠, 안젤라 양이 반했다고 하던데. 확실히 외양은 훌륭하군."

세르게이는 동양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큰 키와 단단한 체격,

훈훈한 인상에 나름 긍정을 표했다.

"기업 회장이라고 하던데… 그런 사람이 왜 날 찾아 왔지?"

상대가 누군인지 알자 세르게이는 나름 안정을 찾았다.

아마도 안젤라를 찾아 온 모양이었다.

인질이 자신에게 있는 이상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미 외부에 있는 자신의 부하들이 들이 닥치고 있었다.

살짝 시간은 끌면 눈앞의 동양인은 결국 자신에게 목숨을 구걸해야 할 터였다.

"세르게이 아직도 뭘 잘못 생각하고 있군."

"……?"

"내가 왜 널 만나러 온 것 같나?"

"글쎄? 나야 모르지. 오히려 궁금하구만. 그래, 왜 날 만나러 왔나?"

세르게이는 정말 모른다는 듯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큭큭큭."

강혁이 웃었다.

그리고 그런 강혁을 보며 세르게이도 똑같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큭큭큭큭. 카하하핫."

세르게이는 눈앞의 강혁이 정말 가소로웠다.

뭘 믿고 이곳에 처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감히 러시아 마피아 두목의 소굴로 몇 몇의 사람만 이끌고 쳐들어 온 것이다.

확실히 여기까지 들어온 것은 대단한 일이기는 했다.

분명 솜씨 좋은 부하들이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뿐이다.

현실은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

곧 자신의 부하들이 이곳으로 몰려들면 솜씨 좋은 부하 몇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자신은 인질을 붙들고 있었다.

그리고 인질이 있는 장소는 아무도 모른다.

만일 이곳에서 자신을 손가락하나라도 건든다면 눈앞의 남자에게 지옥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러니 곧 지옥이 눈앞에 펼쳐질지 모르고 까부는 눈앞의 남자가 너무도 가소로웠던 것이다.

'껄껄걸, 가소로운 하룻강아지 같으니. 이제 곧 너는 내게 개처럼 엎드려 자비를 구하게 될 거다.'

세르게이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강혁에게 줄 생각이었다.

눈앞에서 안젤라가 남자들에게 고통 받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떻게 할까?

제발 그만두라며 비명을 지르면서 개처럼 엎드려 빌게 되겠지.

세르게이는 눈앞의 자신만만한 남자가 혓바닥으로 자신의 구두를 핥아대는 모습이 훤했다.

곧 강혁에게 벌어질 일이었다.

"큭큭큭, 그래, 다시 묻지. 대체 여긴 왜 온 건가?"

세르게이는 웃음을 참으며 강혁에게 물었다.

"모르겠다니 알려줘야겠지. 이 전무."

강혁도 웃음을 참더니 누군가를 불렀다.

"예, 회장님."

문 밖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세르게이는 흠칫 놀랐다.

설마 벌써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제압당했다는 말인가?

비록 많은 부하들이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곳에 남아 있는 부하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래서 벌써 모두 제압당했다는 것이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세르게이의 의문에도 불구하고 문이 열리며 웬 동양인이 들어섰다.

그의 몸에서는 화약 냄새가 나고 있었고, 옷 여기저기에 피가 묻어 있었다.

모두 자신의 부하들이 흘린 피일 것이다.

'으으으, 대체 뭐야? 저 놈은?'

동양인 사내의 온 몸에서 마치 저승에서 기어 올라온 듯한 기분 나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한편 사내의 손에는 작은 슈트케이트 하나가 들려 있었다.

강혁은 슈트케이트를 받아 들고는 세르게이의 눈앞에서 열었다.

세르게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열린 슈트케이트 안에는 노트북 하나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강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르게이에게 노트북을 켜서 보여주었다.

"자, 여기가 어딘지 알겠나?"

"……?"

강혁의 말에 세르게이는 노트북의 영상에 주의를 기울였다.

"설마, 여…여기는?"

"그래, 세르게이. 너희 러시아 마피아들이 사람들을 납치하면 가둬두는 곳이지."

"……!"

세르게이는 영상과 강혁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흐흣, 이 따위 가짜 영상으로 날 위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글쎄, 가짜 영상이라? 아무튼 좀 더 봐보라고."

강혁의 말에 세르게이는 다시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잠시 후, 영상 속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강혁의 말대로 러시아 마피아의 아지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영상은 아지트의 상공을 비춰주었다.

그리고 그곳에 나타난 것은 미군의 특수 작전에 동원되는 작전용 헬기들이었다.

"저… 저건?"

세르게이의 두 눈이 커지는 것과 함께 헬기에서 일련의 사람들이 레펠을 타고 강하했다.

완전 무장한 군인들이 헬기에서 강하하더니 러시아 마피아들의 아지트에 진입을 시작했다.

쾅― 콰앙!

두드드드드드!

요란한 소리와 섬광탄이 연이어 터지더니 얼마 후 자신의 부하들이 줄줄이 머리에 손을 올리고 개처럼 끌려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안젤라가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건물 안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끄응……."

영상을 본 세르게이는 혀를 내둘렀다.

"설마, 미군이 움직인 건가?"

세르게이는 영상 속의 헬기와 그 속에서 내린 군인들이 네이비 씰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미군이 움직인 것일까?

"후훗,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군."

"설명해주겠나?"

"간단해. 대통령의 의자를 흔들면 되지."

"……!"

강혁의 말은 대통령이 급히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는 뜻이다.

설마 눈앞의 남자가 그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인가?

말 한마디로 미국 대통령을 움직여 군대를 동원했다는 말인가?

세르게이는 강혁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세상에 누가 그런 힘을 지니고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눈앞의 영상은 확실히 네이비 씰의 작전용 헬기와 특수부대를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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