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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72화 (272/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72화

272화

F.B.I 뉴욕 지부.

"뭐라고? 확실해?"

F.B.I 뉴욕 지부의 지부장 핸슨은 부하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다들 한결같이 자기들 짓이 아니라고는 하는데………."

마피아 두목들의 심문을 담당한 앨리슨 조사관은 확신이 서지 않는 듯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흥, 뭘 그리 고민해? 앨리슨. 거짓말인 것이 뻔하잖아?"

"하지만 해외로 빠져나간 돈의 흐름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계좌가 있는 것이겠지."

핸슨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봐,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는거야? 놈들은 안젤라 검사장을 납치까지 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번 일은 놈들의 짓이야. 이제 와서 발뺌을 해도 안 통해."

"하지만 기소를 하려면 확실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앨리슨 조사관의 말에 핸슨은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심정만으로 기소를 할 수는 없었다.

"…음. 우리를 위해 증언해 줄 놈이 없을까?"

"사법 거래를 하자는 말씀입니까?"

앨리슨의 말에 핸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찾아보라구."

"알겠습니다. 보스."

앨리슨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핸슨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핸슨 지부장님.

"이런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죠. 또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전화 주십시오."

―그럼, 다음에 또 부탁드리죠.

"다음에는 부탁이 아니라 지시를 내리시는 게 될 겁니다. 존 회장님."

―하하, 그렇게 되나요.

핸슨의 말에 강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며칠 후면 강혁에게 엄청난 권력이 손에 들어오게 된다.

국가 보안과 관련된 일이라면 강혁의 지시에 따라 군, 경, 정보조직이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일은 선처리 후보고이고, 1년에 두 번 국가보안 위원회에 감사를 받는다.

다만 국가 보안과 관련된 일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판단하게 된다.

그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 위원들의 주관이 많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게다가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들 대부분이 강혁에 대해 신뢰가 굳건한 사람들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야. 이제 내게 주어진 이 힘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강혁은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9.11테러 이전에 이 힘이 있었다면 억울한 죽음을 한 사람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후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슈퍼 파워 미국이 가진 막강한 군, 경, 정보조직을 자신이 한 손에 주무를 수 있게 된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핸슨 지부장님."

―제가 드릴 말씀입니다. 존 회장님.

뉴욕 지부장인 핸슨은 이번 일에 대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F.B.I 고위직 인사였다.

또한 강혁의 능력을 알고 이번 일을 적극 지지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강혁이 그동안 정보기관이나 군에서 은퇴한 사람들을 위해 해온 일을 알고 있기에 더 그랬다.

국가가 해주지 못하는 일을 강혁의 골든그룹이 대신해주고 있다는 인식이 군, 경, 정보기관 요원들 사이에 파다했다.

그렇기에 핸슨같은 사람은 강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그럼, 다음에 또."

―예, 존 회장님.

전화를 끊은 핸슨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뉴욕 지부 지부장은 앞으로 부국장이나 국장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요직이었다.

그래서 다른 지부 지부장도 모르는 일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특히나 이번 테러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여러 사건들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하아, 만일 존 회장님에게 이번 테러 이전에 지금 같은 힘이 주어졌다면…그런 불상사는 없었을 텐데."

핸슨은 안젤라 저격사건이 미수에 그친 것도 강혁이 뭔가 손을 썼다고 믿었다.

실제로 납치 사건도 금방 해결하지 않았던가?

자신들과 같은 정보기관도 미처 알아채지 못한 대형 테러 사건도 강혁은 미리 알고 대처했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강혁이 자신들을 돕는다면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었다.

*     *     *

한편 핸슨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강혁은 회장 집무실에서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역시 할 수밖에 없는 건가?"

안젤라 저격 사건은 강혁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미스테리한 일이었다.

강혁의 개입으로 인해 이미 미래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9.11테러가 일주일이나 연기된 것처럼 안젤라 저격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서서히 미래를 미리 알 수 없는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역시 할 수밖에 없나?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사생활은……."

강혁은 깊은 생각에 잠겨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가만히 두드렸다.

탁. 탁. 탁. 탁.

창밖에는 어스름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평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멀리 허드슨 강이 보였다.

새롭게 뉴욕의 랜드마크가 된 골든그룹 사옥에서 내려다보이는 뉴욕 거리는 평소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세계는 미증유의 격랑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강혁이 그동안 비밀리에 개발해온 인공지능 프로젝트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인공지능 아이린.

그녀는 온라인 세계를 헤엄치며 온갖 정보를 수집하여 이번 테러를 예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 못했다.

아이린이 완전해지려면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

가슴팍에 넣어둔 핸드폰이 사정없이 울렸다.

문득 깊은 상념에 잠겨 있던 강혁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존 강입니다."

―존 회장님, 드디어 VIP의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

―존 회장님?

전화기 너머로 백악관 안보실장의 의아해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강혁은 어금니를 살짝 깨물며 답변했다.

"VIP께는 큰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말씀 전해주십시오."

―이지스 프로젝트는 우리 미국의 안보를 위한 것이니 강혁 회장님께 거는 기대가 큽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보 실장님."

백악관 안보 실장의 전화를 끊은 강혁은 어금니를 풀었다.

"역시 할 수밖에 없나.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지스 프로젝트.

강혁은 대통령을 설득시켜 새로운 개념의 국가안보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 중의 하나는 여러 개로 분산되어 관리하고 있는 여러 정부 온라인 시스템의 통합이었다.

각각 분리된 상태로 수집되는 정보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분석해서 빠른 시간 안에 대처하자는 것이 그 개념이었다.

이런 시스템을 개발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회사인 골든 그룹이 유일했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에 나타난 이유에 불과했다.

강혁은 책상을 뒤로 돌아 서재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어딘가를 만지자 서재가 열리며 비밀 문이 나타났다.

강혁이 보안장치에 안구를 갖다 대자 문이 스르륵하며 열렸다.

[마스터- 어서 오세요.]

거대한 스크린 앞에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이 나타나며 강혁에게 말했다.

"아이린, 대통령의 승인이 떨어졌어."

[드디어! 때가 온 건가요.]

강혁의 말에 영상 속의 아이린이 들뜬 얼굴로 말했다.

"그래, 그런 것 같군."

[그런데 마스터는 그리 기뻐하는 것 같지 않군요.]

아이린이 의아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가? 사실 약간 복잡해."

[……?]

강혁의 말에 아이린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은 아직 제가 이해할 수 없군요."

[그렇겠지.]

강혁의 아이린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좋아. 아이린. 시작해."

[예, 마스터.]

강혁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인공지능 아이린은 미국 정부기관의 시스템에 접속을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막혀 있던 정보통로가 열리며 아이린과 연결되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어.'

한 번 연결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가 없었다.

나중에 미국 정부가 강제로 연결을 끊는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린은 자신의 일부를 아무도 모르게 정부 시스템 안에 남겨 놓아 언제든 시스템과 연결시킬 수 있었다.

전국에 있는 CCTV와 전화기, 팩스, 이메일, 도로 교통정보, 노트북, 핸드폰, 모든 정보가 아이린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스크린 앞에 떠있는 아이린의 홀로그램 영상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마스터, 이제 됐어요.]

"음, 축하해. 아이린."

강혁은 복잡미묘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린을 통해 자신이 얻게 된 힘은 군, 경, 정보기관의 힘 이상일 수 있었다.

앞으로 골든 그룹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정부시스템에 업그레이드해서 올리는 프로그램은 페이크에 불과했다.

실제로는 조금 전 아이린이 모든 작업을 끝낸 상태였다.

앞으로 아이린은 적어도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미리 예견할 수 있었다.

빅테이터를 활용해서 사건 사고가 발생할 것을 미리 알아내는 것이다.

사람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이 마지막까지 걸렸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강혁은 불편했던 마음을 정리했다.

어쩔 수 없다면 즐기자고 마음을 바꾸었다.

[마스터, 이제 뭘 할까요?]

아이린의 말에 강혁은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안젤라를 저격한 자가 누구인지, 배후가 누구인지 찾아!"

[예스, 마스터.]

스크린 위의 아이린의 홀로그램 영상이 천진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아이린을 보고 강혁은 다짐했다.

'아이린은 선악을 구별할 줄 모른다. 결국 내가 잘해야 해.'

강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실비아 로렌은 F.B.I의 조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시 감방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동안의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댁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

로렌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정말 절 풀어 주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로렌은 F.B.I 조사관의 말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설마 미국 정부가 자신을 풀어 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로렌 양은 자유입니다."

"감, 감사합니다."

"저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윗사람들 생각은 다른 모양입니다."

"흑!"

로렌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벼운 벌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로렌은 F.B.I건물을 빠져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은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떠있었다.

약간 차가운 날씨에 로렌은 옷깃을 여밀었다.

그리고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가시나요?"

택시 운전수의 말에 로렌은 주소를 불러주었다.

"알겠습니다. 집으로 모시죠. 로렌."

차가 엑셀을 밟고 출발했다.

"잠깐,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시는 거죠?"

"그야, 우린 옛 동지였으니까."

운전사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섬뜩하게 웃었다.

로렌은 깜짝 놀라 차문을 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 위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마스터, 지금 지나간 택시를 따라가요.]

"오케이, 아이린."

강혁은 조심스럽게 차량을 운전해 눈앞에서 지나간 택시의 뒤를 따랐다.

그의 귀에는 이어폰 하나가 꼽혀 있었다.

"젠장, 신호가 바뀌었어."

택시가 지나가자 말자 빨간 불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빨간 불이 다시 금새 파란불로 바뀌었다.

[마스터, 가요.]

강혁은 다시 엑셀을 밟아 택시의 뒤를 쫓았다.

"아이린, 네 짓이야?"

[물론이죠. 마스터.]

강혁의 귓가에 아이린의 목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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