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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74화 (274/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74화

274화

#72장 예언자의 활약

"어… 어떻게 한 거지?"

아흐마드의 입술이 떨렸다.

믿기지 않는 일을 본 듯 두 눈은 커져 있었다.

"내 눈에는 보이기 때문이지."

"보… 보인다고?"

"아흐마드."

움찔.

강혁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아흐마드는 부르르 떨었다.

'어떻게 내 이름을? 진짜 예언자인가?'

"오사무에게 돌아가 전해라."

강혁의 입에서 오사무가 나오자 가슴이 떨려왔다.

눈 앞의 남자는 모르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듯했다.

강혁은 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가리켰다.

"알라께서는 자신의 아들들이 서로 다투는 것을 원치 않는다."

"……!"

아흐마드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이교도의 입에서 감히 나올 말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라의 말씀을 계속해서 거부한다면 자한남에 들어가 다시 나오지 못할 것이다."

강혁의 말에 아흐마드의 눈이 찢어져라 벌어졌다.

자한남은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지옥이다.

그런데 단순히 징벌의 공간이 아니다.

생전에 죄로 인해 더럽혀진 영혼이 정화되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징벌의 기간이 끝나면 지옥을 벗어나 천국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극악의 죄를 저지른 죄인을 제외하면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슬람의 지옥 개념은 불교의 윤회사상을 닮아 있다.

"아즈라엘이 너를 고통의 천사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

아흐마다의 눈이 더 이상 찢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아즈라엘은 이슬람에서 말하는 죽음의 천사이다.

그는 항상 두 명의 천사를 동반하여 나타난다.

하나는 자비의 천사이고 하나는 고통의 천사이다.

죽은 자가 신실한 믿음과 선행의 삶을 살았다면 자비의 천사에게 부드럽게 인도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난폭하게 고통의 천사들에게 전달된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눈 앞에서 계속해서 믿기지 않은 일을 벌인 자의 말이라 아흐마드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어… 어째서?"

"감히 꾸란의 말씀을 저버리고, 무고한 자를 살해했다."

"……!"

"알라를 믿지 않고 그가 보내신 예언자에게 등을 돌렸다."

"……!"

"삶과 신앙에서 위선적이다."

아흐마드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럴 수밖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슬람 원리주의자 아흐마드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한남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슬람에서 지옥을 뜻하는 자한남은 천국처럼 일곱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무서운 지옥이 기다리고 있으며 마지막 층이 나락층은 다시 구원받을 수 없는 대죄인들이 떨어지는 곳이다.

그런데 강혁이 자신에게 바로 그 나락층에 떨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이슬람에서 말하는 지옥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곳이다.

죄인들은 불타는 송진으로 된 옷을 입어야 한다.

그리고 불기둥에 묶여 뱀과 전갈들에게 계속해서 물어 뜯긴다.

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피고름.

내장을 녹일 만큼 뜨거운 물.

더러운 오물이 가득한 샘물.

악마의 머리처럼 생긴 가시 돋친 과일뿐이다.

*     *     *

강혁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에 뭔가 모를 힘이 실려 있었다.

사실 말하고 있는 강혁 마저도 뭔가 신이 들린 듯 거침이 없었다.

아흐마드는 갑자기 강혁의 앞에 오체복지했다.

그리고 뭔가 모를 아랍어로 외치기 시작했다.

아이린이 강혁의 귀에 아흐마드가 외치는 말들을 번역해주었다.

'흐흥, 그러니까. 저 놈이 알라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빌고 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마스터.]

강혁은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다시 상체를 일으킨 아흐마드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정말로 알라가 자신을 벌하려 할까 두려워하는 표정이었다.

"아흐마드, 너의 죄를 알겠느냐?"

"예언자님, 제가 어떻게 해야 벌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아흐마드는 진지했다.

"내가 말한 대로 오사무와 너의 동료에게 전하라."

"알겠습니다. 예언자님."

다시 한 번 아흐마드는 오체복지하며 말했다.

이 일로 인해 알카에다는 큰 파문에 휩싸이게 된다.

로렌으로 인해 한차례 파문이 일었던 알카에다였다.

여기에 알카에다에서 명성이 높은 아흐마드가 다시 한 번 그들을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이전 로렌이 일으킨 것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 그들을 강타하게 된다.

수없이 많은 알카에다 소속원들이 아흐마드와 함께 오사무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     *     *

"어째서 절 살려주시는 건가요?"

돌아가는 길에 로렌이 물었다.

"저는 선배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

로렌은 강혁의 말에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이규철에게 누구보다도 미안한 것은 로렌이었다.

하지만 그를 향한 마음 역시 진심이었다.

그런데 강혁이 자신을 용서해준다면 어쩌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은 여전히 로렌을 기다리고 있어요."

"제임스가요?"

로렌의 물음에 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저는……."

"로렌…평생 속죄하면서 살아가세요. 그러면 되지 않을까요?"

"존 회장님."

로렌은 이번 테러로 인해 죽어간 민간인들에게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들을 희생 시킨 것에 대한 미안함에 마음이 편치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은 이규철을 속이고 있었다.

"로렌, 자신에게 솔직해지세요."

"……?"

"아흐마드에게 죽기 전에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이 누구인가요?"

"……."

강혁의 돌직구에 로렌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죽기 직전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니라 제임스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로렌의 말에 강혁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거봐요. 로렌에게도 선배님이 필요해요."

'정말 그럴지도.'

로렌은 새삼 자신이 이규철에게 흠뻑 빠져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 시작하세요. 저나 선배나 힘껏 도울 테니 말이에요."

"고마워요. 회장님."

로렌은 진심으로 강혁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     *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번 테러를 오사무 번 라덴과 알카에다가 일으킨 짓이라는 것을 전세계에 공표했다.

그리고 오사무와 알카에다의 본거지인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그들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탈레반들로 이뤄진 정권이었다.

이들 탈레반은 알카에다 못지않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었다.

탈레반이라는 이름 자체가 신학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순수하게 이슬람의 교리로 나라를 다스리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이슬람 교리라는 것도 교단에 따라서 해석을 달리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해석을 고집하여 나라의 발전을 막고 있었다.

이를테면 여자는 교육을 받거나 직업을 가지지 못하게 했다.

이동시에도 남자 형제나 가족이 동반하지 않으면 멀리 가지 못했다.

머리에 쓰는 히잡도 온 몸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형태를 고집했다.

여성 인권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바닥을 기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 탈레반을 구성하는 자들 중에는 시골 골짜기에서 자라면서 한 번도 여성을 본 적이 없는 자들이 많았다.

오직 자신들 식의 편협한 교리해석에 치우친 코란 교육만을 받고 자란 자들이다.

그러니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닥을 가도 무엇이 잘못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변의 이슬람 국가들마저 이들의 여성 말살적 정책에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그들에게 유일하게 같은 인식을 가지고 지지하는 것이 알카에다같은 조직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 못지않은 원리주의자들이었다.

게다가 탈레반이 오사무와 알카에다를 저버리지 못하는 결정적이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판지시르의 사자

아흐마드 샤 마슈드.

그가 이끄는 북부동맹군은 수도 카불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잘못하면 탈레반이 수도를 버리고 후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정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던 그때.

오사무와 알카에다는 아흐마드 샤 마슈드의 암살에 성공했다.

자신들의 눈엣가시였던 마슈드를 오사무와 알카에다가 처리해 준 것이다.

그런 판국이라 이들은 결코 오사무와 알카에다의 등을 질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     *     *

백악관 전략회의실.

대통령 이하 모든 국무위원과 주요인사들이 배석하고 있었다.

"뭐라고? 그놈들이 우리 제안을 거절했다는 말이요?"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조지아 대통령은 국방장관의 말에 기가 막혔다.

아프가니스탄은 변변한 방공무기체계하나 없는 국가였다.

미국이 맘먹고 공격한다면 얼마 못가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감히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다니.

조지아 대통령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친구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아마도 이전 전쟁에서 이겼던 경험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음."

국방 장관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멈칫했다.

사실 아프가니스탄은 이미 주변 강대국들과 몇 차례 전쟁을 치렀다.

특히나 소련.

미국과 군사력 경쟁을 벌렸던 소련과의 전쟁에서 그들은 승리를 거두었다.

"우리는 소련과는 다르오."

조지아 대통령이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각하. 하지만……."

"왜요? 뭔가 문제가 있소?"

"단기전에서 우리가 그들을 제압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

"전쟁을 조기에 끝내지 못하고 아프간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국방장관이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자 옆에 배석해 있던 C.I.A국장이 말을 이었다.

"베트남전의 재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뭐… 뭐라고요? 베트남?"

C.I.A국장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이 기함을 했다.

베트남전은 미국인들의 자부심에 생채기를 내는 잊고 싶은 전쟁이다.

"잘못하면 수렁에 빠진 지프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저희의 분석입니다."

국무장관의 말에 국방부 장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프가니스탄은 강대국들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있지요."

C.I.A국장의 말과 함께 전략실 정면 화면이 켜지며 자료 화면이 떴다.

그리고 분석관이 나와 브리핑을 시작했다.

C.I.A분석관의 말이 진행될수록 배석한 사람들의 얼굴빛이 서서히 굳어갔다.

브리핑이 끝나자 배석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잠시 말이 없었다.

C.I.A의 분석을 따르면 이 전쟁은 자칫 밑도 끝도 없는 전쟁이 될 수 있었다.

엄청난 국고가 낭비되고, 많은 수의 사상자가 나올 것이다.

그러고도 결국은 미군이 철수하면 나라가 다시 탈레반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소련이 딱 그런 모양새였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아니 세상은 미국이 진 전쟁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잠시 회의실 내의 분위기가 잠잠해졌다.

회의 시작 전의 끓어올랐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당시에는 아프가니스탄을 금방이라도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분위기였다.

아무도 말이 없는 가운데 대통령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방법이 없겠소?"

"죄송합니다. 각하 지금으로서는……."

C.I.A국장이 말을 흐렸다.

그때 대통령의 가슴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대통령의 얼굴이 짜증스런 표정을 짓더니 핸드폰을 열고는 잠시 달라졌다.

"잠깐… 모두 잠시만 기다리시오."

대통령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자리를 피했다.

모두 의아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전략회의였다.

이런 중대한 작전회의를 중단시킬 전화라니?

얼마나 중요한 전화이기에?

모두 의아해하는 가운데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모두들 자신의 시계를 살필 때쯤 대통령이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이봐요. 국장. 그리고 거기 분석관."

대통령의 말에 C.I.A국장과 C.I.A분석관이 바짝 언 채로 대통령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예, 대통령님."

"아흐마드 샤 마슈드가 대체 누구요?"

"예?"

대통령의 말에 C.I.A분석관이 크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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