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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75화 (275/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75화

275화

"그…그 사람은 아마도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C.I.A분석관은 화면에 마슈드의 사진을 띄웠다.

그리고 그에 대해 간략히 브리핑을 했다.

회의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보게,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건가?"

국방장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장관님, 마슈드는 9.18테러 이틀 전 알카에다에 의해 암살당했습니다."

"뭐…뭐라고?"

분석관의 말에 회의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각양각색으로 변했다.

그들은 모두 C.I.A분석관이 한 말의 뜻을 곱씹었다.

"알카에다가 마슈드 사령관을 죽이고 나서야 우리 미국에 테러를 시도했다는 말이군."

대통령이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물었다.

"그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회의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침통하게 변했다.

누구도 제2의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이 빠져드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개시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미국 국민들은 복수를 원하고 있었다.

만일 개전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백악관으로 몰려와 자신들의 목을 질질 끌고 광장으로 나갈지도 모른다.

"진퇴양난이군."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

내각의 각료들과 장군들이 한탄하고 있을 때였다.

조지아 대통령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네."

대통령의 말에 모두들 의아스런 표정으로 그의 입을 향했다.

"살아 있네."

"……?"

"마슈드 장군이 살아 있다는 말이네."

"……!"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일변했다.

"그게 사실입니까? 대통령님?"

C.I.A국장이 급히 물었다.

대통령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전쟁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 실버울프에 대해서 알고들 있지?"

"국방성과 협력하고 있는 민간 군사 회사네."

국방장관이 내각 각료들과 장군들에게 말했다.

"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에 마슈드 장군을 구해냈다고 하는군."

"그렇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C.I.A분석관의 표정이 달라지며 환하게 말했다.

"좋아, 장군. 탈레반이 이번 협상을 거절했으니 우리 미국은 전쟁을 선포하겠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이미 작전 계획은 완성되어 있습니다."

"장군만 믿겠네."

대통령이 애슐리 장군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몇몇 장관들과 정보기관 수장들은 크게 놀라고 있었다.

조지아 정부 내에서도 강혁에 대한 이야기가 은밀히 돌고 있었다.

선지자.

미래를 읽는 자.

신의 대리자.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은밀히 오가고 있었다.

이미 클링튼의 재선과 스캔들을 미리 알고 경고했다는 이야기.

스캔들 당시 영부인을 움직여 동정 여론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남에게서 듣는 이야기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세상에 정말이었어.'

'존 강 회장. 정말 앞날을 보고 미리 움직였다는 말인가?'

'실버 울프라면 존 강 회장이잖아? 소문이 사실이었군.'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생각들이 오갔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무조건 친하게 지내야 한다.

존 강 회장과는 적이 되면 안 된다.

모두의 마음속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     *     *

미국은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미국이 개전을 선포하고 나자, 각국 언론들은 쉽게 미국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변변한 무기 하나 없고 대부분 산지에 양이나 키우는 자들이 어떻게 미국을 상대하겠는가?

마치 어른이 어린 아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런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의외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강대국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또 한 번의 패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강력한 근거는 소련과의 전쟁이었다.

미국과 함께 세계를 양분하는 이대 강대국인 소련도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라고 다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관적인 여론은 한 사람의 등장으로 인해 급속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뭐라고? 마슈드 장군님이 살아계신다고?"

"정말이야. 내가 두 눈으로 분명히 봤다고. 지금 사령관 막사에 계셔,"

"그, 그래?"

동료 병사의 말에 하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산만이 아니었다.

막사에 있던 다른 동료들도 막사를 박차고 나왔다.

하산과 동료들은 자신들처럼 막사를 나와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어디로 가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산과 동료들이 사령관 막사 앞에 도착하자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숫자는 늘어갔다.

얼마 안가 수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막사 앞에 늘어섰다.

'정말 그 분이 살아계신 걸까?'

하산은 간절한 표정으로 막사 앞을 바라보았다.

"뭐야? 바깥에 무슨 소란이지?"

마슈드 장군의 부관인 아샤드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병사를 바라보았다.

지금 막사에는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온 마슈드 장군이 돌아와 있었다.

아직은 더 안전을 취해야 하는 몸이라 아샤드는 바깥의 소란스런 소리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병사가 밖으로 나가자 아샤드는 마슈드 장군을 바라보았다.

"아샤드, 현재 전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장군님, 지금은 그것보다 몸을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샤드의 말에 마슈드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지금이야 말로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돼. 미국이 개입한 이상 우리도 힘을 보태야 해."

"맞는 말씀이지만……."

아샤드는 자신의 눈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던 마슈드를 떠올리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하, 아샤드.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야. 죽음을 두려워했다면 다시 돌아오지도 않았을 거네."

"장군님."

"이제 우리 북부동맹군은 다시 결집해서 수도를 탈환해야 해. 그래서 탈레반 놈들을 몰아내야지."

"후후, 전혀 변하지 않으셨군요."

"그래서 유감인가?"

마슈드 장군의 말에 아샤드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장군님, 아슈드 부관님."

조금 전 막사를 나갔던 병사가 급히 들어와 두 사람을 불렀다.

"이봐, 호들갑 떨지 말고 무슨 일이야?"

아슈드가 인상을 굳히며 병사에게 말했다.

평소 병사들의 군기를 담당한 것은 아슈드 부관이었다.

두려워하는 상관이 인상을 굳히자 병사는 황급히 자세를 바로하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막사 앞에 사령관님을 뵙고자 병사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병사의 말에 마슈드 장군이 의아스런 표정으로 부관을 바라보았다.

"그게 아마도 장군님이 막사로 오시는 중에 병사들 몇이 본 것 같습니다."

"그래?"

마슈드 장군은 부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우렁찬 소리로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슈드!"

"마슈드!"

"판지시르의 사자 마슈드!"

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총을 높이 들며 마슈드라고 외치자 막사 앞에 모인 수백 명의 무리들이 일제히 따라 외쳤다.

함성 소리는 금세 모두에게 전파되어 우렁찬 고함소리로 변했다.

막사 앞은 소식을 들은 병사들로 어느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사람들의 인파로 변했다.

"마슈드!"

"마슈드!"

"판지시르의 사자 마슈드!"

사람들의 외침소리가 갑자기 잦아 들었다.

막사 앞에 한 인영이 등장하면서 부터였다.

"마…마슈드 장군님!"

수백 명의 병사들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분명히 불패의 장군 아흐마드 샤 마슈드였다.

조금 얼굴이 초췌해진 것 같지만 틀림없는 마슈드 장군이었다.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마슈드 장군이 죽었다는 소식에 사기가 땅에 떨어졌었다.

누구보다도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을 진심으로 위하던 단 한 명의 지도자였다.

전쟁 중에도 마슈드 장군이 다스리던 지역은 평화와 안정이 찾아 들었다.

여자라고 차별하는 것도 없었고, 학교와 병원 세워 전쟁 중에도 공부를 하고 치료를 받게 했다.

전쟁 영웅이었지만 권력을 탐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들을 위해 헌신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마슈드를 제외한 모두가 전쟁이 끝나고 자신의 잇속만을 찾았다.

천신만고 끝에 소련을 몰아내고 다시 찾은 나라였지만, 결국 그런 지도자들 때문에 탈레반이 정권을 차지하게 되었다.

탈레반은 다를 것이라고 믿었던 국민들의 희망은 얼마 가지 않아 덧없이 사라졌다.

극단적인 이슬람 교리와 강압에 의한 통치.

국민들은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병자들이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에 있는 병원을 향해야 했다.

아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부모님을 따라 양과 가축을 키우며 자라야 했던 것이다.

그런 극단적 이슬람 교리에 사로잡힌 탈레반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낙향했던 마슈드가 다시 전면에 나섰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든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그의 말이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었다.

마슈드가 새로운 나라를 그들과 자신들의 가족들에게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어느 날 마슈드가 암살당했다.

북부동맹군 병사들 모두에게 그 소식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탈레반 전사들을 무찌르고 눈앞에 수도 카불을 두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북부연맹군은 하마터면 한순간에 와해될 뻔했다.

그의 죽음은 그만큼 북부동맹군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불패의 장군 판지시르의 사자 아흐마드 샤 마슈드.

같은 편에게는 승리의 기쁨을.

적에게는 죽음의 쓴잔을 안겼던 사나이.

그런 그가 살아 있다.

"모두들 잘 있었나!"

초췌한 안색과 달리 마슈드 장군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장내를 압도할 정도로 힘과 카리스마가 넘쳤다.

"장군님!"

"살아 계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어서 우릴 이끌고 탈레반을 무찔러 주세요."

"마슈드!"

"마슈드!"

순식간에 다시 그를 연호하는 소리가 막사 앞을 뒤덮었다.

아샤드 부관은 그런 병사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사기가 땅에 떨어졌던 병사들의 두 눈에서 희망과 투쟁 정신을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을 향해 연호하는 병사들을 보며 마슈드 장군 역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마슈드 장군이 살아 있다!]

북부동맹군과 탈레반 진영에 공공연히 마슈드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선포하고 병력을 움직였다.

마슈드가 이끄는 북부동맹군에 의해 수도 카불이 점령 직전까지 갔던 탈레반은 분위기가 흉흉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마슈드가 살아 있다니?"

"그게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탈레반 정권의 수장인 하미드는 부하의 말에 질겁했다.

"뭐라고?"

"며칠 전부터 북부동맹군의 저항이 갑자기 거세졌습니다. 소문도 그때부터였는데……."

"……?"

"확실하다고 합니다. 마슈드가 지난 전투에는 전장에 직접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하미드는 덜컥 의자 위에 몸을 던졌다.

"말도 안 돼!"

하미드의 입장에서는 곡소리가 절로 나올 이야기였다.

마슈드를 암살해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 덕에 미국과 전쟁을 치르게 되었는데 사실은 마슈드가 살아 있다니?

하미드는 눈앞에 오사무 번 라덴이 있다면 살점이라도 떼서 씹어 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개자식들… 감히 우릴 속여!"

하미드의 집무실에서 분노에 찬 고함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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