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79화 (279/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79화

279화

"잠깐, 기다려 보시오."

총을 쏘려는 사내를 향해 이브라힘이 소리쳤다.

압바스가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지금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하오? 이맘?"

"……!"

이브라힘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의 등장에 놀랐지만 애꿎은 목숨이 또 하나 희생되게 생긴 것이다.

"압바스 무사 아흐마드 쉬라힐리, 그대는 영국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나왔지만 아랍인에 대한 차별 때문에 원하는 직장을 가지지 못했지."

"……?"

압바스는 갑자기 터져 나온 강혁의 말에 깜짝 놀랐다.

너무 놀라 눈만 끔벅끔벅 떴다.

"일야스 술라이만, 그대는 독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지. 대학을 나와 은행원이 되고 싶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지."

강혁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사내를 향해 말했다.

이브라힘과 마을 청년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사내들의 신상도 차례로 말했다.

모두는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등장한 이 이방인이 어떻게 그들의 신상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말인가?

"C.I.A에서 왔나?"

압바스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강혁은 씩 웃으며 고개를 가로 지었다.

"자넨 너무 피라미라 C.I.A도 모른다네. 자네들도 마찬가지지."

압바스를 비롯한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에 대해 아는 거지?"

압바스의 눈동자는 의혹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들의 신상에 대해서는 같은 조직원들끼리도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 동양인이 알고 있다는 말인가?

강혁은 압바스의 말에 손가락 하나를 허공을 향해 가리켰다.

"알라께서 내게 보여주셨다네."

강혁이 씩 웃었다.

회귀 전 강혁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CNN뉴스와 다큐멘터리를 시청했었다.

이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은 미군 오폭에 대한 국제적 논란이 있었다.

이후 미국의 영화감독이 드론을 이용한 전쟁의 잔혹함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재조명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해 강혁이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거짓말쟁이 같으니. 압바스, 이 말을 믿으십니까?"

"일야스, 조용히 해."

압바스가 자신의 부하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예언자라고? 동양인이?"

"알라께서 인종을 따지시는 분인가?"

강혁이 웃으며 되물었다.

"흥, 말은 번지르르하군. 그래서 자칭 예언자 양반, 여긴 왜 온 거지?"

압바스가 물었다.

강혁은 그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살짝 뜸을 들이며 천천히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압바스는 강혁이 뜸을 들이자 짜증을 내며 소리치려 했다.

그때 갑자기 강혁이 압바스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압바스는 순간 말이 막혔다.

강혁의 두 눈에서 발하는 강력한 기운에 압도당한 것이다.

"나는 오늘 알라의 명을 받아 그대들을 살리러 왔소."

"……?"

강혁에 말에 모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     *

"대체 왜 저기로 들어간 거지?"

탈레반 군복에 중령 계급을 달고 있는 사내가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현재 소규모의 탈레반 군인들이 마을 인근의 야산에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들은 정찰대로 마을 인근에 진을 친 미군에 대한 정찰 후 인근 마을의 지형을 살펴보고 있었다.

정보국 소속인 야흐야 중령은 미군과의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곳이라 지형을 살펴보고 복귀할 생각이었다.

망원경으로 마을을 내려다보던 야흐야 중령은 웬 동양인이 마을 어귀에 등장하자 깜짝 놀랐다.

현재 북부동맹군과 맞서고 있는 탈레반 군인들 사이에 은밀히 돌고 있는 소문이 하나 있었다.

북부동맹군을 돕고 있는 알라의 예언자에 대한 소문이었다.

최근 탈레반 정부군은 북부동맹군과 싸우기만 하면 대패를 당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판지시르의 사자라고 불리는 마슈드 장군이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투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다른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용맹한 탈레반 정부군의 전사들이 북부동맹군과 싸우기만 하면 대패를 당하는 이유는 알라가 보낸 예언자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탈레반 정부군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마슈드 장군에게 알려준다는 소문이었다.

처음에는 소문에 불과했지만 처참한 대패가 반복되면서 점차 그 소문은 확산되고 있었다.

정보국 소속인 야흐야 중령은 소문의 예언자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하마드가 소문의 예언자가 동양인이라고 했었는데…….'

아프간에서 동양인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희귀한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떡하니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동양인이 나타났다.

야흐야 중령은 혹시나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간 동양인 사내가 소문의 예언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흐야 중령님, 이제 본대로 귀환해야 합니다."

정찰대를 이끌고 있는 하미드 대위가 말했다.

"하미드 대위, 아무래도 복귀를 늦춰야겠네."

"예?"

하미드는 의아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침에 대대장 앞에 불려갔을 때 하미드는 눈앞의 야흐야 중령이란 자를 만났다.

정보국에서 나왔다는 야흐야 중령은 전형적인 엘리트 군인으로 야전에서 구르는 자신과는 별세계에서 사는 사람이었다.

첫눈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명령에는 절대 복종해야 한다.

대대장의 명령으로 하미드를 데리고 이곳까지 왔지만 미군이 인근에 있었다.

잘못하면 한순간에 목숨을 잃거나 포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곳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미군이 근처에 있습니다. 잘못하면 우리도 위험해 집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네."

야흐야 중령의 말에 하미드는 의아스런 표정을 지었다.

대대장이 자신에게 준 임무는 단순했다.

바로 야흐야 중령을 데리고 미군을 정찰하고 오는 것.

그리고 모든 임무는 무사히 마쳤다.

지금 마을 인근의 지형지물을 살펴보는 것도 원래 임무에는 없는 것이었다.

하미드 대위는 짜증이 일었다.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만큼 중요한 겁니까?"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히며 허공에서 불꽃이 튀었다.

야흐야는 잠시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대립을 보고 있는 병사들을 살폈다.

"잠시 따라오게."

야흐야 중령은 하미드를 데리고 병사들이 없는 곳으로 갔다.

병사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이 돌아오자 더 이상 하미드는 야흐야 중령을 제지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글쎄 말이야.'

'뭐, 우리가 알면 곤란한 건가 본데. 어쨌든 중요한 일인가보지.'

병사들은 서로 눈짓을 교환하다가 다시 자기자리로 돌아가 경계를 섰다.

그런데 잠시 후 건물 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     *     *

"허튼 소리라면 당장 당신 머리에 총구멍을 내주겠어."

합바스가 강혁에게 소리쳤다.

"저 위를 바라 봐."

강혁이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건물 밖으로 나온 모든 사람이 강혁의 손짓을 따라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맑은 하늘 위에는 구름이 떠있고, 간간히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한참 허공을 올려다보던 합바스가 피식 웃으며 강혁을 바라보았다.

"대체 뭘 보라는 거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글쎄, 그럴까?"

"헛소리, 이봐 일야스 당장 이놈을 죽여 버려!"

"예? 옛!"

일야스가 총구를 돌려 강혁을 조준했다.

하지만 강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뒷짐을 지고는 허공을 향해 눈을 고정시켰다.

그런 강혁의 모습에 압바스는 기가 찼다.

조금 전 강혁은 건물 안에서 깜짝 놀랄 발언을 했다.

지금 미군이 이 건물 안에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들어 온 것을 알고 드론으로 폭격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모두는 깜짝 놀라 쉽게 믿기지는 않았지만 일단 건물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더 두고 볼 필요 없어. 이놈을 죽이고 이브라힘도 죽여 버려."

압바스의 명령에 일야스가 방아쇠 닿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엇! 저…저것 보세요."

누군가 깜짝 놀라며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모두의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미…미사일?

"피…피해!"

자신들을 향해 미사일 하나가 불을 뿜으며 날아왔다.

합바스와 알카에다 요원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라 그 자리를 피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미사일의 폭발 반경을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와중에도 강혁은 그저 담담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를 쳐들었다.

"미…미친!"

땅을 향해 몸을 날린 합바스는 그런 강혁을 올려다보며 미친놈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혁이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휘두르자 갑자기 미사일의 방향이 바뀌며 야산 중턱에 떨어진 것이다.

콰―아아아앙!

불꽃과 함께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폭발의 잔향이 얼마나 큰지 갑자기 머리 위로 모래와 흙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압바스와 마을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강혁은 몸을 돌렸다.

"평화가 그대들에게 있기를……."

강혁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그때 마침 햇살이 강혁의 뒤에서 비추었다.

그의 머리에 마치 광채가 휘광처럼 둘렀다.

"오! 알라의 예언자님!"

이맘 이브라힘이 무릎을 꿇으며 크게 외쳤다.

"알라의 예언자님!"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강혁을 향해 엎드려 경배하며 소리쳤다.

"저…저게 뭐야?"

미사일이 떨어진 반대쪽 야산에 숨어 있던 탈레반 병사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갑자기 웬 동양인이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들더니 손을 휘두르자 미사일이 방향을 바꾸어 산중턱에 날아간 것이다.

엄청난 폭풍이 휘몰아치고 난 뒤 사람들이 앞 다투어 동양인을 향해 소리치며 경배하는 모습이 보였다.

"예…예언자?"

야흐야 중령은 망원경을 내려놓고 망연한 표정으로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병사들은 야흐야 중령의 말에 깜짝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예언자라니요? 설마 저 사… 아니, 저 분이 알라의 예언자라는 말입니까?"

탈레반 정부군 사이에 알라의 예언자에 대한 소문은 상당히 퍼져있는 상태였다.

북부연맹군에게 백전백승의 승리를 가져다준다는 소문의 예언자.

방금 자신들이 본 것이 바로 그 예언자가 한 일이라니?

병사들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봐, 방금 장면 확실히 찍었지?"

"예, 여기 보십시오."

야흐야 중령은 급히 조금 전 장면을 화면에 담은 병사에게 다가가 촬영 장비를 빼듯이 확인했다.

미군 정찰 때 사용했던 장비였다.

조금 전 야흐야 중령은 건물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자 즉시 명령을 내려 동양인을 중심으로 영상을 찍도록 지시했던 것이다.

건물에서 나온 동양인이 소문의 예언자가 맞다면 매우 중요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앞에서 목격한 것은 자신이 예상했던 이상의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영상 속의 장면을 다시 반복해서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뭔가 이상한 것은 확인할 수 없었다.

"오! 위대한 알라시여!"

야흐야 중령이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자 병사들은 어느새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양손을 올리며 알라에게 경배를 드리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