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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80화 (280/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80화

280화

압바스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해 몸을 날렸을 때는 이제 꼼짝 없이 죽는구나했다.

그때 주마등처럼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영국에서 태어나 자랄 때 압바스는 자신을 영국인이라고 생각했다.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자유와 민주주의의 나라 영국을 사랑했다.

부모님은 두 분 모두 리비아 태생으로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영국으로 이민을 왔다.

압바스는 그런 두 분에게 감사하며 살았다.

가끔 TV를 통해서 보았던 아랍인들과 서구인들 간의 대립은 그냥 영화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영국인인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가끔씩 자신을 아랍인이라며 놀리는 친구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디나 저런 얼간이 한둘은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압바스의 이런 생각은 오래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원하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발 벗고 뛰어 다닐 때였다.

어머니는 영국으로 이민을 온 지 얼마 안가 공사 현장에 나간 아버지를 사고로 잃었다.

그 후 자신 하나만을 바라보며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 꼭 성공해서 보답하고 싶었다.

자신은 최고의 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러니 틀림없이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압바스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도 날 받아들여 주지 않았지.'

면접장에서 자신을 외면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좋은 양복에 좋은 구두를 신은 사람들.

그들은 한결 같이 자신을 외양으로만 판단했다.

어설프게 영국인 흉내를 내는 아랍인.

그것이 그들의 판단이었다.

자신보다 낮은 학벌에 떨어지는 능력을 가진 자들은 모두 합격통지서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자신은 끝까지 원하던 직장을 받지 못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되는 일들 밖에 없었다.

압바스는 어머니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못했다.

그리고 삼년 전 어머니는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자신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갖은 고생 끝에 얻은 병으로.

병원 한구석에 방치되듯 죽어 있는 어머니를 끌어안고 압바스는 울부짖었다.

그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송두리째 부서지던 날이었다.

그길로 압바스는 아파트를 정리하고 런던에서 사라졌다.

'그 후 알카에다로 들어왔지.'

압바스는 자신의 곁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몸을 던져 하늘을 바라보는 일야스를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만난 놈들은 하나같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녀석들이었지.'

외국물을 먹고서 알카에다에 들어온 자들은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한 자들이었다.

이들은 태어나서 쭉 그 나라 사람으로 살아가다가 자신이 끝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들이었다.

성전에 뛰어든 것에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어머니, 여기서 죽으며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건가요?'

그의 눈앞에 어머니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그때였다.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엇!"

고개를 들어 소리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저…저 놈은?'

'나는…알라께서 여러분에게 보낸 예언자 존 강입니다.'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미친 소리를 지껄인 자였다.

그 자가 허공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똑바로 쳐다보며 손가락을 위로 쳐들었다.

햇살에 비친 그 모습을 장엄하기까지 했다.

"미…미친!"

그때였다.

하늘을 가리키던 동양인의 손가락이 서서히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날아오던 미사일이 방향을 바꾸어 오른쪽으로 크게 꺾었다.

콰―아아앙!

미사일이 야산 중턱에 떨어지며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맙…맙소사!"

압바스는 고개를 돌려 동양인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동양인을 비추고 있었다.

마치 휘광을 두른 듯 동양인의 온 몸에서 빛이 흘러넘쳤다.

놀라운 광경에 좌중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사실이었나?'

'나는…알라께서 여러분에게 보낸 예언자 존 강입니다.'

그때 이맘 이브라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오! 알라의 예언자시여!"

고함 같은 외마디 외침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울음과 감격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급히 엎드려 경배하며 알라와 그가 보낸 예언자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압바스는 망연자실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엎드려 경배하는 자들 중에는 자신의 부하들도 있었다.

압바스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동양인을 바라보았다.

거짓말처럼 동양인도 자신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압바스는 강혁의 두 눈에서 푸른 광채가 일렁이는 것을 보고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무슨 눈빛이 저렇게 강렬하지?'

강혁은 압바스와 눈을 마주칠 때 자신의 10년 내공을 일제히 개방했다.

그래서 두 눈에 정기가 흘러 넘쳐 감히 마주 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압바스가 그런 사정을 알 리가 없었다.

아프간 허허벌판에 내공심법에 대해 알고 있는 자가 있을 리 만무한 것이다.

강혁이 일제히 개방해 온 몸에 흘려보낸 내기와 허공에서 내리 쬐이는 햇살이 맞부딪히며 장엄한 광경을 연출했다.

"정…정말 알라께서 보내신 예언자이십니까?"

"그대는 자신의 두 눈으로 본 것도 믿지 못하는가?"

"……!"

"믿음이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음이 있는 자가 되게! 형제여!"

강혁이 목소리에 내공을 살짝 실어 보내자 공기 중에 살짝 파동이 일었다.

무림에 내려오는 음공의 일종으로 경지가 낮아 살상력은 없지만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데엔 충분했다.

"예…예언자님!"

압바스는 강혁의 압도적인 풍모에 격동하며 다른 사람들처럼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형제여! 경전에 이르기를 누구든 동등한 처벌의 권리를 포기하는 자는 더 큰 자비를 베푸는 것이라고 했소."

강혁이 부드러운 눈으로 압바스를 내려다보았다.

"예…예언자님!"

압바스는 강혁이 쿠란의 5장 45절의 후반부를 언급하자 놀란 눈을 떴다.

이 구절의 앞부분은 당한 만큼 갚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지만 후반부는 오히려 용서를 권유한다.

"그대의 어머니는 결코 그대가 지금처럼 남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오."

강혁이 어머니를 거론하자 압바스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어…어머니… 크흐흑."

항상 인자하게 자신을 돌보아 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대의 어머니가 그대 양 손이 피로 가득한 것을 원할 거라 생각하시오?"

강혁은 울부짖는 압바스를 향해 자애로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산 중턱을 향하더니 다시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헉! 설마 여길 쳐다 본 건가?'

야흐야 중령은 화들짝 놀랐다.

조금 전 멀리 떨어져 있는 강혁의 두 눈이 망원경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읊조렸다.

'평화가 그대와 함께 하기를.'

음성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입모양이 딱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던 것이다.

이미 자신을 제외한 모든 병사들이 땅에 엎드려 경배를 하고 있었다.

야흐야는 병사에게 명령을 내려 이 모든 것들을 정찰용 카메라에 담도록 지시했다.

'정말로 알라께서 우리에게 예언자님을 보내신 거란 말인가?'

야흐야는 온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모두 들으시오!"

강혁이 다시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알라께서는 그대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원치 않으시오."

"……!"

"그대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하늘의 아들인 것을 깨달아야 할 때가 왔소. 우리는 형제요. 서로를 향한 증오를 내려놓는 자야말로 알라의 신실한 종이라 칭해질 것이오."

"오! 오!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시다)~"

강혁의 말에 모두는 연신 몸을 앞으로 엎드리며 알라를 경배했다.

*     *     *

아프간 미군 주둔지.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아프간에 파병한 미군을 통솔하는 최고 사령관 리차드 미셀 장군은 부관의 말에 기가 막혔다.

드론으로 알카에다 조직원을 아프간 상공에서 폭격하는 임무를 맡은 병사들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웬 동양인이 손가락 하나로 드론이 쏜 미사일 폭격을 막았다고?"

"그…그게 그런 소문이 돌아서 확인해보니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드론에서 촬영한 영상이 있습니다."

부관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리차드 장군은 잠시 후 부관이 가져온 동영상 촬영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면 속의 동양인은 골든 그룹의 존 강 회장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골든 그룹? 그 골든 그룹을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장군님."

부관의 말은 갈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정말이지 믿기지가 않는 군."

조금 전 리차드 장군은 드론에서 촬영된 영상을 통해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동양인 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미사일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산중턱에 충돌했다.

"초능력자인 건가?"

"본국에 보고를 올릴까요?"

"잠깐만… 기다리게. 내 먼저 알아볼 것이 있네."

"예, 장군님."

부관이 집무실을 나가자 말자 리차드 장군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보안 등급이 낮은 자들은 알지 못하는 모종의 사실을 리차드 장군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골든 그룹 강혁 회장은 미군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왜 그런 사람이 갑자기 말도 없이 아프간에 나타난 것일까?

게다가 손가락 하나로 기적을 행하다니?

리차드 장군은 도대체가 이해가 가지 않아 자신의 상급자인 국방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10여분 후, 백악관은 리차드 장군이 알려준 정보를 확인하느라 발칵 뒤집혔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군?"

조지아 대통령은 손으로 입을 매만지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리차드 장군이 보내준 영상은 드론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두 눈을 보면서도 인간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예?"

국방장관이 되물었다.

"자네 하나님을 믿나?"

"교회를 나가지 않은지 좀 됐지만 어린 시절에는 저도 주일 성경학교를 좀 다녔었죠."

"하하, 그런가?"

조지아 대통령은 국방장관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곧바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보게, 국방장관."

"예, 대통령님."

"골든 그룹의 존 강 회장은 보통 사람이 아니네."

꿀―꺽.

이제는 국방장관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대체 대통령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정신상태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도 존 강 회장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미래를 보는 하나님의 선지자!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신의 사자.

존 강 회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아직도 완전히 믿기지는 않지만 조지아 대통령은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이제는 믿지 않으려 해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리차드 장군이 갑자기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존 강 회장에 대해 물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그리고 대통령과 함께 집무실에서 영상을 보았을 때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신의 사자."

국방장관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심을 내뱉었다.

대통령은 그런 국방장관은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았다.

"후훗, 결국 자네도……."

"저런 영상을 눈앞에서 본다면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국방장관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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