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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85화 (285/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85화

285화

#75장 강혁의 위기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크하하하핫!"

조지아 대통령이 대화 도중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아프간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알카에다가 와해되고 수장인 오사무를 잡아드렸기 때문이다.

이미 오사무의 신병은 몰래 미국 국내로 들어와 콴타나모에 수감 중이었다.

"지금 조사원들이 오사무를 신문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알카에다 잔당들 모두 잡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F.B.I국장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저녁 대국민 발표를 할 생각이야."

"최고 시청률을 올리겠군요."

비서실장이 입가에 미소를 지고는 눈 한쪽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면 다음 선거 결과는 보나마나였다.

조지아 정부의 재집권.

눈앞에 그려진 듯 보이는 미래에 집무실에 모여 있는 모두가 화기애애했다.

"마슈드 장군. 그 사람 진짜 인물이더군요."

국방장관이 흐뭇한 얼굴로 연신 마슈드를 칭찬하고 나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미군의 희생을 최소화시키면서 원하던 전략적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슈드 장군의 깃발이 올라가기만 해도 탈레반 놈들이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는 실정입니다."

"호오! 그래요?"

구체적인 전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각료들 몇이 국방장관의 말에 호기심을 보였다.

"귀신같은 전략으로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싸우기만 하면 백전백승이에요."

"그 정도입니까?"

"말해 뭐합니까? 게다가 마슈드 장군의 뛰어난 점은 이 사람이 단순히 싸움만 잘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

"전쟁 중에도 새로 점령한 지역에 병원과 학교를 세우고, 보건과 교육에 힘쓰더군요."

"그래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새로 점령된 도시에 주민들이 아주 좋아해요."

"호오… 그것 참, 아프가니스탄에 그런 인물이 있었다니. 놀랍군요."

국방장관의 말을 들은 각료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탈레반 정권 치하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교육과 보건 능력은 매우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료를 위해 자국이 아닌 이웃 나라로 국경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맞아요. 게다가 이 친구는 기특하게도 여성에게도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더군요."

지금까지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국무장관이 말했다.

조지아 정권의 국무장관은 여성 장관으로 특히나 여성 인권 신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후후, 자네가 좋아할만한 사람이지."

조지아 대통령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결정된 거군요."

국무부 장관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래, 우리 미국은 마슈드 장군을 밀어줄 거야."

조지아 대통령의 말에 각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가니스탄에 탄생할 새로운 정부를 이끌 수장으로 마슈드 장군을 낙점한 것이다.

"당분간은 우리 군이 주둔해야 하겠지만 언제까지나 있을 수는 없어."

"마슈드 장군이라면 강한 군대를 키울 수 있을 겁니다."

국방 장관이 조지아 대통령에 말에 대꾸했다.

"맞아, 나도 그 사람이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네."

조지아 대통령도 수긍했다.

"그건 그렇고. 존 회장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어떻게 이렇게 딱 맞는 사람을 추천했는지."

각료 중 한사람이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대통령과 일부 인사들은 그 말에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엇, 그 표정은? 뭡니까? 제가 모르는 게 있는 거죠?"

"이봐, 허슬러. 더 이상 묻지 마. 각하께서 숨기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비서실장이 뭔가 더 캐물으려는 각료를 제지했다.

"이런 젠장. 나도 몰라야 하는 일이면 보안등급이 대체 어느 정도 일이라는 거야?"

허슬러라 불린 사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제스쳐를 취했다.

그러자 모두들 유쾌하게 웃어대었다.

"뭐, 자네 등급보다 한 단계 위야."

"제길, 그러면 내가 대통령이 되거나. 권력 서열 4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소리군."

허슬러가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면 업무에 필요한 관련자거나."

비서실장이 허슬러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튕기며 윙크를 했다.

"당연히 비서실장인 자네는 알고 있겠지?"

허슬러가 푸념했다.

"참, 그건 그렇고. 그 소문 들으셨습니까?"

각료 중 하나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응? 소문이라니?"

누군가 물었다.

"그게 아프가니스탄에 예언자라는 사람이 등장한 모양이야."

"예언자?"

"그게 말이지……."

그 각료는 자신이 들은 소문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때 비서실장과 대통령은 슬쩍 서로 눈을 마주쳤다.

집무실 안의 몇몇 사람만은 소문의 예언자가 바로 강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은 특급 보안이 걸려 있는 부분이었다.

"예언자의 이름도 나이도 국적도 모르지만 한 가지만은 알려져 있지."

"그게 뭔데?"

"바로 동양인이라는 거야. 이 신비로운 사내는 가는 곳마다 여러 가지 이적을 일으킨다지?"

"이적을 일으킨다고?"

"탈레반이든, 미군이든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구해주는데. 손가락질 하나로 날아오는 미사일도 빗겨가게 만든다는 군."

"뭐? 그게 말이 돼?"

"소문이 그렇다는 거야. 소문이. 하지만 직접 본 사람도 많다는 군."

각료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때 조지아 대통령이 끼어들었다.

"자자, 이제 이야기는 그만하고. 일들 하지."

대통령이 축객령을 내리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나섰다.

더 이상 이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밖으로 나가자 조지아 대통령은 강혁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     *     *

"대통령님, 저는 비록 미래를 보는 일이 있지만 그것이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통령님이 누군가의 미래를 말해달라고 해도. 저는 알 수 없다는 말이지요."

"하…하지만 존 회장님은……."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지요. 하지만 저는 단지 허락된 것만 볼 수 있답니다."

"허락된 것?"

"그렇습니다. 하늘이 제게 보여 주시는 것만 볼 수 있고, 제게 말하라고 하는 것만 말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

조지아 대통령은 금세 강혁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주일학교에서 배웠던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선지자들이 딱 그랬던 것이다.

그들의 능력은 자신의 마음대로 구사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신의 대리인으로서 신이 보여주는 계시에 따라 사람들에게 미래를 알려주었다.

만일 신이 계시를 주지 않는다면 선지자도 아무런 말을 해줄 수 없었다.

이적이나 기적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신의 뜻대로 행한 것이었다.

만일 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적도 행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저를 전지전능하다고 착각하시면 곤란합니다."

"……."

강혁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입을 다물었다.

사실 그는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기 위해 강혁을 만나러 왔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존 회장님."

조지아 대통령은 강혁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자책했다.

신의 사자이자 대리인인 사람에게 사적인 일로 부탁을 했다는 것이 부끄러워졌던 것이다.

사실 이 날의 대화는 강혁 나름의 대비책이기도 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강혁이 알고 있는 미래는 줄어들게 될 것이고, 언젠가 강혁으로서도 미지의 시간대가 오게 된다.

게다가 자신이 한번 살았던 시대라고 해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강혁이 지닌 콜드 리딩 기술로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허점을 파고 들 수는 있지만 말이다.

대화중에 상대에게서 중요한 정보를 캐내는 능력은 강혁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그러니 앞으로도 사람의 심리를 쥐락펴락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지금처럼 미래를 알고 있지 못한다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은 언제든 상존했다.

그렇기에 강혁은 조지아 대통령만이 아니라 아프간에서도 자신을 숭배하는 자들에게 몇 번이고 말했다.

자신은 오직 신이 알려준 것만 알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말은 자신의 숭배자들에게 혹여 일어날 수 있는 의심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장치였다.

"그분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해도 신의 의지를 대리하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야."

조지아 대통령은 모두가 나가고 없는 집무실에서 혼잣말을 했다.

집무실에서 강혁에 대해 잘 모르는 각료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아프간에 나타난 예언자가 신적 능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지아 대통령은 그가 정말로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자신도 전에는 그 각료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청탁(?) 비슷한 것을 한 적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과거를 후회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걸로 나도 한숨 돌리게 됐군."

조지아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이 잘 마무리 되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는 자기 책상으로 돌아갔다.

강혁이 자신이 생각했던 그런 능력자가 아니면 어떤가?

정말로 나라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에는 언제든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조지아 대통령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밀린 서류를 다시 검토해 들어갔다.

*     *      *

서울 국제공항.

날렵한 동체를 자랑하는 회색빛 제트스트림 Ⅲ가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부드럽게 착륙에 성공한 비행기가 활주로에 멈춰 서자 그 앞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일렬로 도열해 섰다.

비행기 문이 열리며 젊은 청년 한 사람이 비행기 계단을 내려왔다.

하지만 도열해 있는 사람들 중 누구도 그를 단순한 청년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짝짝짝짝짝!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다시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회장님."

도열해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청년에게 환영 인사를 보냈다.

"아이쿠, 다들 바쁜데 여기까지 나오셨군요."

강혁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도래해 있는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모두가 한국에 있는 골든그룹의 자회사 사장과 임원들이었다.

"회장님, 앞으로 당분간은 한국에 계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강혁의 말에 사장단은 모두들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강혁이 없는 동안 밀려 있는 결재 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화상통화로 회의를 진행했지만 직접 사인을 받아야 하는 것들이 쌓여 있었다.

"그럼 회사로 가서 이야기하죠."

강혁이 리무진에 올라타자 사장들도 곧 그 뒤를 따랐다.

*     *     *

"안―돼!"

앳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려 퍼졌다.

헉! 헉!

얼굴에 땀이 흥건한 채로 침대에서 반쯤 몸을 일으킨 여자아이는 눈에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안 돼요, 안 돼. 죽지 마요. 아저씨!"

여자 아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았다.

목소리가 컸는지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열렸다.

"제니, 무슨 일이니?"

"엄, 엄마."

"왜 그래. 악몽이라도 꾼 거니?"

"죄송해요. 엄마."

"무슨 소리야. 네가 왜 죄송해. 잠들 때까지 엄마가 곁에 있어줄까?"

제니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뇨, 혼자 잘 수 있어요. 잠을 깨워서 죄송해요."

엄마라 불리 백인 여인은 안쓰럽다는 얼굴로 제니의 여린 얼굴을 손으로 감싸 안았다.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제니. 내가 곁에서 있어 줄게."

"정말 전 괜찮아요. 엄마. 가서 주무세요."

제니의 등쌀에 밀려 여인은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문이 닫히자 제니, 아니 이유라는 한숨을 쉬며 다시 몸을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쉴 새 없이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오빠, 혁이 오빠……."

잠든 유라의 입에서 강혁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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