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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87화 (287/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87화

287화

고풍스런 중국식 정자에 후진타오와 시진풍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동안 시 동생의 조언과 협조 정말 고마웠네."

후진타오의 얼굴에는 시진풍에 대한 고마움이 절절하게 묻어 있었다.

"이번에 내가 주석 직에 오르게 된다면 그건 모두 자네 덕이네. 내 잊지 않겠네."

"그게 어찌 모두 제 덕이겠습니까? 무엇보다도 형님의 능력과 쌓은 공덕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시진풍이 짐짓 겸양을 떨었다.

"아닐세, 아니야. 내가 시 동생의 도움을 잊는다면 사람이 아니네."

후진타오는 거듭 시진풍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정치적으로 고비가 올 때마다 시진풍이 적절한 도움을 주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3월에 그가 주석이 되어 중국 공산당이 권력 서열이 1위가 된 것도 시진풍의 도움이 컸다.

원래의 역사에서라면 1년 후에나 이뤄질 일이었다.

하지만 강혁의 주도로 중국 공산당 내 객가 네트워크가 후진타오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물심양면으로 후진타오를 도와 그의 정적들을 무너뜨려 한 해 빨리 주석이 된 것이다.

강혁이 이렇게 서두른 것은 사실 올해 있을 제2연평해전과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제 내가 주석이 되었으니 총서기는 자네가 맡게."

후진타오의 말에 시진풍이 깜짝 놀랐다.

"예? 제가 총서기를 맡으라고요?"

"시 동생, 자네가 아니면 누가 맡겠나? 하하하."

후진타오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시진풍은 깜짝 놀랐다.

엄청난 파격이 아닐 수 없었다.

총서기는 보통 주석이 되기 전 맡게 되거나 총서기와 주석을 겸직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주석에 취임과 동시에 총서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가 크다는 뜻이었다.

또한 정권의 2인자이자 자신의 후계자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셈이었다.

"감사합니다. 따거."

시진풍은 몇 번이나 사양하다가 거듭 부탁하는 후진타오의 말에 못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후진타오도 알고 있었다.

정권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누구보다도 시진풍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특히나 앞으로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해외와 국내의 화교 네트워크가 적극 돕고 있는 시진풍의 협력이 필수였다.

여기에 더해 후진타오가 무엇보다도 크게 본 것은 시진풍의 놀라운 혜안이었다.

그가 제안한 정책이나 천거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곤 했던 것이다.

그가 배신할 거라고 말한 사람은 틀림없이 자신을 배신했고, 그가 믿어보라고 한 자는 정말 큰 성과를 거두곤 했다.

이러니 후진타오가 시진풍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원래의 역사에서 주석이 되기까지 중앙정계에서 크게 이름을 날리지 못했던 시진풍이 일약 2인자가 된 이유였다.

물론 여기에는 시진풍에게 한 강혁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지금의 시진풍은 강혁이 한 말이라면 하늘의 계시라도 되는 양 받아들이고 있었다.

후진타오에게 총서기 직을 제안 받은 시진풍은 집으로 돌아와 강혁에게 받은 위성 전화기를 들었다.

세계 최고의 IT회사가 심혈을 기울인 역작으로 지구상의 누구도 해킹할 수 없는 전화였다.

시진풍은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나 이 전화로 강혁에게 조언을 구해왔다.

"이보게 동생."

―형님, 축하드립니다.

"……!"

시진풍은 강혁의 말에 깜짝 놀라다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역시 우리 강 회장이군."

―총서기 직을 제안 받으셨지요?

"그렇네. 하하하."

시진풍은 이미 단련이 되었다는 듯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묻지 않고 그저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본 거겠지.'

강혁에게 물어보면 항상 똑같이 말했다.

자신의 눈에 보였다고.

한마디로 하늘에서 계시가 내린 셈이다.

다만 이것은 하늘이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원하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르게 말하면 자신이 총서기 직에 오르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말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자 시진풍은 하늘에라도 오를 듯이 기분이 좋았다.

사실 강혁은 정말로 눈으로 본 것이었다.

인공지능 아이린이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서 알려주었고, 즉시 실시간 첩보 위성을 통해 두 사람의 만남을 확인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두 사람이 몸에 지니고 있는 핸드폰은 두 사람의 대화를 강혁에게 알려주는 친절한 도구가 되어 주었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강혁은 말 그대로 신의 힘을 손에 넣고 있었다.

그가 어디에 있든 무슨 말을 하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다면 모든 행적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강혁은 진정한 의미에서 모르는 것이 없는 존재가 되어갔다.

인공지능 아이린은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가장 적절한 전략과 조언을 주었다.

뛰어난 분석력은 마치 미래를 예견하는 수준의 예측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데이터가 모이면 모일수록,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그 예측력은 더 높아 질 것이다.

강혁이 회귀 전의 역사를 모르더라도, 혹은 역사가 바뀌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셈이었다.

"어떻게 받아드리기는 했는데 잘한 걸까?"

시진풍이 물었다.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다음 주석은 시 형님이 되신다고요.

"그…그랬지."

강혁의 말에 시진풍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몇 년 만 더 기다리면 자신이 중국의 1인자가 된다.

아니 당장 총서기 직을 받아드리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말이라면 끔뻑 죽는 후진타오가 아니가?

어쩌면 이미 자신의 시대가 열린 것일지도 몰랐다.

―받아드리십시오. 그리고 새로운 중국을 만들어 보십시오.

"강 동생, 정말 고맙네. 내 자네를 만난 것은 내 일생일대의 행운이야."

강혁은 한동안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시진풍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과찬이십니다.

"무슨 소리. 내 자네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 지위를 얻을 수 있었겠나?"

시진풍이 눈을 빛내며 강혁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사실 지금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중국의 제 1인자.

감히 꿈에서라도 이룰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대륙 최고의 권력.

욱일승천하고 있는 중국의 국력과 함께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자리였다.

강혁은 한참 감격하고 있는 시진풍에게 적당히 치하하는 말로 한층 기분 좋게 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본론을 끄집어냈다.

―그런데 형님, 대륙에 좋지 않은 어두운 기운이 엿보입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설마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시진풍은 강혁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어두운 기운이라니?

한창 들떠있던 시진풍으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혹여나 훈풍이 불고 있는 자신의 운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기색을 강혁은 금세 눈치챘다.

'흐흐, 이런 반응이라니? 아무래도 이번 일은 잘 풀리겠는데?'

강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과 통화하고 있는 시진풍의 얼굴 표정을 세세히 살폈다.

그렇다.

집무실 한쪽에 놓여 있는 거대 스크린에 커다랗게 시진풍의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특별히 도감청 장비를 시진풍의 집에 설치해 둔 것이 아니었다.

강혁에게서 선물로 받은 노트북.

태우 전자가 새롭게 야심차게 개발한 신제품 노트북에 달린 렌즈에 비친 모습이었다.

시진풍은 어디를 가든 강혁이 준 이 노트북을 가지고 다녔다.

이 제품은 같은 노트북 시리즈 중에서도 한정판으로 전 세계에서 오직 시진풍만을 위해서 특별 제작된 노트북이었다.

당시 최고의 기술을 동원한 노트북이었기에 시진풍도 기쁘게 이 선물을 받아들였다.

대부분 아주 두꺼운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던 시절이라 매우 슬림하게 나온 이 신제품을 시진풍은 매우 아꼈다.

하지만 시진풍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별다른 감청프로그램이 없어도, 노트북을 주변에 두기만 해도 강혁이 주변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은 노트북을 꺼두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형님, 만일 이 불길한 기운을 그대로 둔다면 형님의 대권에 악영향을 미칠 겁니다.

"뭐? 뭐라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나?"

시진풍이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1인자인 주석까지 이제 한 걸음 남았다.

그 길에 방해가 되는 것은 설령 신이나 악마라고 해도 치워버릴 것이다.

―형님, 신장 위구르 족 아시죠?

"……!"

시진풍은 강혁의 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설마 강혁이 신장 위구르 족을 언급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게 첫 번째 어두운 기운입니다.

"뭐야? 이번 일에 위구르 족이 관여되어 있어?"

―예, 그렇습니다. 형님.

"그…그럼. 두…두 번째는?"

―북한입니다.

"뭐…뭐라고?"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신장 위구르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혈맹이지만 제멋대로라 항상 애를 먹는 북한까지.

벌써부터 머리가 쑤셔왔다.

'제길, 한 걸음만 더 가면 되는데 여기서 골치 아픈 일을 만나는군.'

시진풍을 입맛이 썼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천기를 읽는 제갈량 뺨치는 인물을 동생으로 두지 않았는가?

그렇다. 강혁이 있는 한 그 무엇도 무섭지 않았다.

"그래, 신장 위구르 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아뇨, 반대로 물으셔야죠.

"……?"

―위구르 족에 대한 중국의 탄압이 거세지면서 대륙에 엄청난 재앙이 닥칩니다.

"뭐, 뭐라고?"

―사실 이 일은 이미 늦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지금이라도 중국 정부가 위구르 족에 대한 탄압을 멈춰야 합니다.

"그…그게……"

강혁의 말에 시진풍은 크게 당황했다.

―앞으로 한 차례 거대한 하늘의 징벌이 있을 겁니다.

"하…하늘의 징벌?"

―거대한 지진이 덮칠 겁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죠.

"……!"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꿀꺽.

시진풍은 크게 침을 삼켰다.

신장 위구르 족 문제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신장 독립 문제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문제 중의 하나였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인종적으로 다른 위구르 족은 언제나 독립을 원해 왔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위구르 족의 독립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로 인한 탄압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중국의 위구르 족 탄압은 시진풍 시대에 가장 극악했다.

강혁은 그것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대지진이 거의 한 해마다 걸러서 일어날 겁니다.

"……!"

시진풍은 강혁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보게 동생, 어떻게 방법이 없겠나?"

―지금으로서는 재앙을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

―공덕을 쌓아 예견된 징벌의 수준을 줄이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그럴 수가……."

―하늘이 형님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시진풍은 강혁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그게 무슨 말인가? 동생?"

―하늘이 중국에 한 번의 기회를 주기 위해 형님을 택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

시진풍의 얼굴 표정이 크게 변했다.

―중국 공산당이 그동안 저지른 죄에 대한 하늘의 징벌은 오직 형님만이 막을 수 있습니다.

"방금 징벌은 이미 정해졌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해지지 않은 징벌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럼 징벌이 더 있다는 말인가?"

―앞으로도 더 강한 징벌을 받느냐 마느냐는 형님에게 달려 있습니다.

"내…내게 달려 있다고?"

화면에 비치는 시진풍의 얼굴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갔다.

복잡한 감정의 변화가 그의 가슴 속에서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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