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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88화 (288/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88화

#288화

강혁의 말에 시진풍은 몹시 괴로워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공산당이 저지른 죄 때문에 중국 인민들이 큰 고통을 받는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이미 정해진 형벌이고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약화시키기라도 해야 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나?

"아무리 시 형님이 정권의 제 2인자이고 후진타오 주석의 신임을 받고 있어도 위구르족 독립은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그건 그렇지.

강혁의 말 대로였다.

만일 지금 자신이 그 일을 주도한다면 호시탐탐 자신의 실각을 노리고 있는 경쟁자들에게 발목이 잡힐 것이다.

후진타오 역시 자신에게 베풀고 있는 호의를 거둘 수도 있었다.

그만큼 신장 위구르족의 독립은 민감한 문제였다.

"하지만 독립을 시켜주지 않으면 끝없이 몰려드는 재앙에 휘말리게 될 겁니다."

강혁의 말에 후진타오는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꿀꺽.

"일단 지금부터 운을 띄우는 작업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음.

"위구르 족에 대한 탄압을 멈추고 독립을 시켜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이런 소문을 퍼트리십시오. 형님은 이 소문에 적당히 우려를 표하면서 사람들을 설득하시고요."

―……?

"그러면 당연히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그렇겠지.

"그들이 힘을 합쳐 일제히 형님을 공격하면 형님은 그들의 반대에 밀려 의견을 접어주십시오."

―하…하지만 그러면?

"독립은 못 시켜도 인권 탄압을 줄이자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해 주십시오."

―…그 정도는 가능할 지도 모르겠군.

"그러다가 실제로 대재앙이 닥치면 형님은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인민들의 희생을 최소화 시키는 동시에 반대자들을 일거에 쓸어버리는 겁니다."

―……!

"그렇게 되면 형님의 정적들도 모두 실각시키고, 위구르 독립을 반대할 자도 없게 될 겁니다."

꾸―울―꺽!

강혁의 말에 시진풍의 머리가 선풍기 돌아가듯 재빠르게 휙휙 돌아갔다.

강혁이 제시한 방법은 하늘의 징벌을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 일이 성공하면 대륙에서 형님을 견제할 자는 단 한 명도 없게 될 겁니다."

―……!

이 순간이었다. 신장의 독립과 자신의 영구 집권이 시진풍의 머릿속에서 같은 등식이 성립된 것이.

시진풍의 머릿속으로 중국 인민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자신의 장밋빛 미래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강혁의 말에 심적 부담을 받았던 시진풍은 이제는 오히려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강혁은 자신에게 보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내게 맡겨만 주시게. 내 확실히 해보이지.

두 눈에 의욕이 가득한 시진풍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면서 강혁은 씩 웃었다.

몸이 단 모습이 확연해 보였던 것이다.

'영구 집권 계획. 흐흐. 원 역사에서도 그러시더니… 역시나.'

강혁은 속으로 끌끌 혀를 찼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을 시진풍이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혁은 그런 시진풍을 앞으로도 확실히 컨트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인간은 욕망의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최선이지.'

―그런데 동생, 두 번째 북한은 또 무슨 이야기인가?

시진풍의 말에 강혁이 다시 한 번 목소리의 톤을 바꾸었다.

"형님, 김정일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십시오."

―응? 누굴 만나겠다고?

"김정일 국방 위원장 말입니다."

시진풍은 잠깐 당황스러웠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그가 왜 김정일을 만나려는 걸까?

―물론 나라면 만남을 주선해 줄 수 있지. 그런데 굳이 왜 그를 만나려는 건가?

"하늘이 중국에 주는 징계의 강도를 약화시킬 방도는 공덕을 쌓는 겁니다."

―으음.

"올해 북한이 남쪽에 군사적 도발을 시도하게 될 겁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잠시 시진풍의 얼굴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현재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이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남북 간 회해 협력의 분위기가 만발한 가운데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강혁이 미래를 보는 천인이 아니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양쪽 모두 상당한 인명 손상을 입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그걸 막으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날 분쟁을 막아낸다면 하늘에 공덕을 쌓는 셈이 될 겁니다."

―그…그렇군.

시진풍은 강혁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필시 한 나라가 쌓는 공덕이란 개인 간의 선행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가 아니겠는가?

―좋아, 주선해 보겠네. 그런데 그것만으로 되겠나?

"넌지시 김정일에게 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주십시오."

―……! 그…그건 좀…….

시진풍은 자신만의 비밀스런 장자방을 남에게 소개해준다는 것이 조금 꺼려졌다.

"그 정도 약은 쳐놓아야 김정일이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겠습니까?"

―음, 하긴 그렇겠지.

생각해보면 감춘다고 해서 영원히 감춰질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알기로도 이미 미국이나 한국의 정부도 강혁의 능력을 알고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고 알고 있었다.

감춘다고 해서 감춰질 인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자신의 인맥을 과시해서 덕을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네. 그리고 내가 더 도울 일은 없겠나?

시진풍의 말에는 그걸로 되겠느냐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단순히 강혁을 소개한 것만으로는 공덕을 쌓았다고 하기에 뭔가 부족함을 느꼈던 것이다.

"경고를 해주십시오."

―경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월드컵이 진행 중일 때 일어납니다."

―그, 그래?

시진풍은 강혁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번 월드컵은 중국인들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아니 큰 관심이라는 말로는 너무 부족하다.

전 중국이 들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국 축구 역사상 첫 번째 본선 진출.

이번 한일 월드컵에 중국이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한 것이다.

10억 중국 인민의 관심이 이번 월드컵에 쏠려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잔치에 북한이 찬물을 끼얹다니!

시진풍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알았네. 내 아주 강력하게 경고를 하지.

"감사합니다. 제가 김정일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강혁의 말에 시진풍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 정도면 그래도 공덕을 쌓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그래?

강혁의 이어진 말에 시진풍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앞으로 수년 후면 자신이 중국 주석이 될 터인데 연이은 재앙이 닥친다면…….

아니, 당장 내년에 재앙이 닥쳐도 문제였다.

후진타오가 잘 되어야 후계자인 자신이 무사히 주석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후진타오의 권력이 약화되면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 될 수 있었다.

―동생, 속 시원하게 한 번 말해보게.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나?

시진풍이 간절하게 물었다.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어 부탁하는 것은 시진풍 쪽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시진풍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흠, 정 그렇다면… 형님, 북한의 핵무장을 막으십시오."

―…….

시진풍은 강혁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핵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한다고?

"오래지 않아 그렇게 됩니다."

―……!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혁이 한 말이다.

믿기지 않았지만 안 믿을 수도 없었다.

중국은 대외개방을 하고 한참 경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북한의 김정일도 중국의 경제 발전에 대해 큰 자극을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라 설마 북한이 군사적 도발에 핵무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사실 최근 중국은 워낙 경제개발에 올인 한 상황이라 주변국에 대해 솔직히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북한의 문제는 알아서 해결해라, 라고 말하는 중이었다.

지금 북한을 도울 가장 좋은 나라는 같은 민족인 남한이라고 말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국제 정세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북한 내부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당장 시진풍의 머릿속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 주변국과의 정세에 대한 생각들로 어지러워졌다.

중국 정부 입장으로도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복잡한 문제였다.

비록 혈맹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되는 것이 그리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게다가 북한이 핵을 가지면 남한도 핵을 가지려는 유혹이 커지겠지. 거기다 일본까지 연쇄적으로…….'

물론 미국의 입김이 강한 한국이나 일본이 쉽게 핵무기를 손에 넣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북한이 핵이 없는 쪽이 앞으로도 중국이 북한을 컨트롤하기 더 쉬운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알겠네.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시도를 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막겠네.

"잘 생각하셨습니다. 형님. 그렇게만 된다면 확실히 하늘에 쌓는 공덕이 될 겁니다."

강혁의 확답에 시진풍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제 북한의 핵개발 저지는 시진풍의 숙원 사업이 되었다.

―이보게, 동생.

"예, 형님."

―그렇다면 남북이 서로 화해하고 평화 통일을 이루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중국이 그동안 쌓았던 죄업들을 상당 부분 해소시키는 일이 되겠지요."

―그…그렇겠지?

강혁이 먼저 언급도 하지 않았던 통일 문제가 시진풍의 입에서 나왔다.

그 순간 강혁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시 형님. 그렇게만 해준다면 영구 집권. 제가 받쳐드리죠.'

강혁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잘하면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 간 화해 협력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통일의 길도 열릴 수 있었다.

*     *     *

북한 평양 주석궁.

"시 총서기께서 이렇게 몸소 와주시다니. 우리 북중 간 혈맹의 정이 더욱 두터워지는 것 같습니다."

김정일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내빈실로 들어서는 시진풍을 맞이했다.

설마하니 중국의 제 2인자인 시진풍이 이렇게 직접 평양까지 올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주석궁을 찾은 손님 중에서도 거물급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시진풍은 원래 중앙 정계에서 그렇게 이름난 인물이 아니었다.

푸젠성의 부서기로 오히려 중앙 정계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떠오르더니, 지금에 와서는 중국의 2인자가 된 풍운아였다.

북한 정계에서도 아직 시진풍과 연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난감해하던 차였다.

어떻게든 그와의 끈을 만들고자 노력하던 중에 본인이 직접 내한한 것이라 김정일도 크게 놀라고 있었다.

현재 중국 주석인 후진타오의 후계자라 알려진 인물이었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다음 번 중국의 주석이 될 것이 분명한 사람이 몸소 방문한 것이다.

김정일은 나름 크게 감동을 받고 있었다.

"내래 멀리서나마 시 총서기 동지의 명성을 듣고서 흠모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직접 면전에서 뵙고 나니 높은 명성이 과연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하, 부족한 저에게 금칠을 하시는 군요."

시진풍이 껄껄하고 웃으며 김정일이 준비한 연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자, 이 100년 묵은 너구리를 어떻게 구워삶는다?'

시진풍은 슬쩍 곁눈질로 김정일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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