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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96화 (296/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96화

296화

"앞으로 4일입니다."

"……?"

"4일 후면 다시 모든 것이 뒤바뀔 겁니다. 기다려 보세요."

말을 하는 신상현의 눈빛이 기이하게 번들거렸다.

이제 19살에 불과한 청년의 눈에서 볼 수 있는 눈빛이 아니었다.

마치 노회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그 안에 들어 있기라도 한 모습.

남성수는 자신도 모르게 오금이 저렸다.

빙의라도 된 듯한 저 눈빛이야말로 신상현의 진정한 본모습이었다.

"왜요? 안 믿어지나요?"

신상현의 눈빛이 물빛으로 변했다.

마치 사람의 눈이 아닌 듯한 눈빛.

"나… 나무자비조화불!"

남성수는 자신도 모르게 신상현이 가르친 주문을 외쳤다.

눈 앞의 소년이 다시 빙의가 된 것이 틀림없었다.

영세계에서 온 칙사.

최영혜를 한민족의 여왕으로 만들어 준다는 바로 그 사람이다.

"나무자비조화불! 믿… 믿습니다. 조화불님!"

조금 전까지 도련님이라 부르던 남성수의 말투가 단번에 바뀌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경외감이 뒤섞여 있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예언으로 일진회 사람들을 놀래켰던 신상현이다.

그의 본모습이 나오자 남성수는 저절로 그가 가르친 주문을 외치며 복종했다.

"그때가 되면 우리 측 언론을 총동원해서 현정권을 공격해야합니다. 준비해두세요."

"존… 존명!"

남성수는 고개를 조아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택을 나섰다.

저런 모습을 보인 신상현에게는 무조건적으로 복종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다른 기색을 보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대체 4일 후에 무슨 큰일이 일어나기에?'

남성수는 저택을 나서며 의문을 품었다.

웬만한 일로는 지금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다려 보는 수밖에…….'

흘깃 저택을 향해 고개를 돌린 남성수는 당사로 서둘러 돌아갔다.

신상현이 말한 대로 언론을 대대적으로 움직이려면 미리 전화를 돌려놓아야 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 4일 후면 그날이잖아?'

4일 후 6월 29일, 이 날은 대구에서 3, 4위 결정전이 벌어지는 날이었다.

6월 29일 아침 7시.

대한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지 기자들은 서둘러 회사로 출근했다.

지난밤에 긴급 소집령이 떨어졌던 것이다.

"젠장, 대체 무슨 일이기에 별다른 언질도 안주면서 오라가라 하는 거야?"

대한일보 정치부 기자 김성한은 투덜거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선배, 같이 가요."

"어, 박 기자."

"기다려. 나도 같이 타자."

여기저기서 출근한 기자들이 엘리베이터로 몰려들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는 만원을 이뤘다.

기이잉.

엘리베이터가 층계를 올라갔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야? 뭐 아는 거 없어?"

김성한이 주변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나도 여기저기 찔러 봤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

"진짜? 대체 무슨 일이야? 지금껏 이런 일이 있었나?"

"없었지. 대체 뭐지?"

"글쎄 말이야?"

기자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지시를 받은 대로 데스크로 집합했다.

*     *     *

"도련님, 지시한대로 준비가 끝났습니다."

남성수의 전화를 받은 신상현은 빙긋이 입가를 끌어 올렸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북쪽에서 제대로 터트려주는 일만 남은 것이다.

사건이 벌어지면 언론이 대대적으로 현 정권을 공격하는 기사를 써댈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최영혜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선전할 것이다.

북한은 절대 믿을 수 없는 족속이다.

현 정권이 속았다.

그에 비하면 최영혜는 얼마나 현명한가?

누가 대통령이 되어 이 나라를 이끌 자격이 있는가?

지난 역사에서는 월드컵의 열기에 가려 연평해전은 언론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그렇게 만들 테니깐.

신상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강혁이 그 무슨 수를 쓰더라도 최영혜가 대권을 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흐흐흐, 강 형사님. 이번에는 내가 이긴 것 같군요."

신상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북한쪽 군부세력과 모든 이야기가 다 되어 있었다.

앞으로 북한은 강혁의 입김이 들어간 김정일을 숙청하고, 새로운 세력이 권력을 잡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앞으로도 그들과 계속 끈을 유지하며 관계를 돈독하게 가질 생각이었다.

그들로서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삼강가를 등에 입은 자신의 막대한 금전적 지원을 거절할 자들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후후후, 오히려 잘 되었어. 그러고 보면 강 형사님은 항상 내게 생각도 못한 선물을 안기신단 말이지. 크크큭."

신상현은 저택이 떠나가라 웃어댔다.

오전 9시 북방한계선 남쪽 연평도 인근 바다.

북한 경비정 여섯 척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쪽 해역으로 이동해 왔다.

원 역사에서 두 척이 내려온 것과 달라진 점이었다.

반란을 꾀하는 북한 군부 측에서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내려오는 중이었다.

여기에 맞서 남측에도 여섯 척의 참수리 전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 쪽으로 온다. 전원 전투 준비!"

참수리 고속정 357호 정장 윤용수 대위는 남쪽 해역으로 넘어오는 북한 고속정을 보고 명령을 내렸다.

"전원 전투 준비!"

참수리 고속정을 타고 있는 전 대원들이 전투 준비를 외치며 자기 자리로 이동했다.

윤용수 대위는 훈련대로 신속 이동하는 대원들을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늘인가?

월드컵 개막일을 앞두고 북한 한계선을 지키는 참수리 고속정단에 내려온 비밀 지령을 떠올렸다.

그동안 유지해왔던 차단기동 수칙이 아닌 새로운 교전 수칙과 함께.

"대위님, 오늘일까요?"

"글쎄? 아니길 바라지만 혹시 오늘 그날이라면 내년 오늘이 저놈들 제삿날이지."

윤용수 대위가 단호하게 말했다.

월드컵 기간 중 평화협정을 반대하는 북한 측 군부 세력의 무력도발 가능성.

참수리전단 전원은 국방부에서 내려온 비밀 첩보를 통해 이미 정신 무장이 되어 있었다.

오히려 오기만 하면 박살을 내주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비밀리에 참수리 고속정에 긴급 보수 작업도 이루어졌다.

북한 측의 기습 공격에도 뚫리지 않도록 내부 갑판을 보수한 것이다.

가까운 지근거리가 아니라면 적 함포 공격에도 쉽사리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만일 이전의 교전 수칙대로 차단기동을 했다면 위험했겠지만 이미 교전수칙도 바뀌었다.

윤용수 대위는 계속해서 다가오는 북한 경비정을 향해 경고 방송을 시작했다.

경고방송을 하며 거리를 계속 유지하자 북한 경비정에서 얼마 후 함포를 쏘아댔다.

"웃! 이 녀석들!"

이전과 달리 차단기동을 하지 않자 결국 참지 못하고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직격을 당해도 이 거리라면 참수리 고속정의 갑판을 뚫을 수 없었다.

윤용수 대위가 씨익 웃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예, 대위님!"

"전원 전투 개시!"

명령과 함께 기동을 펼치고 있던 6척의 참수리 전대가 곳곳에서 함포와 기관포가 발사되었다.

콰콰쾅!

슈우웅― 쾅!

그 시각.

평양 곳곳에서 일련의 소규모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김정일에 반기를 든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이익,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비밀리에 김정일의 호위 부대를 제압하기로 한 강오일은 당혹스러웠다.

어떻게 된 일인지 호위총국에서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대응을 했던 것이다.

정보가 샌 것이 분명했다.

기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화기를 동원한 호위총국에게 부하들이 몰살을 당하고 있었다.

"제… 제기랄!"

부하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것을 목도하며 강오일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구만!"

강호일은 허리춤에 있는 권총집으로 손을 가져갔다.

"뭐라고? 강오일이가 자살을 했다고?"

"그… 그렇습네다. 대장 동지.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습네다."

"다른 놈들은? 다른 놈들은 어떻게 됐어?"

강오일만이 아니라 여러 부대를 김정일의 가족들에게 보내었다.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 보면 그쪽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부관의 표정이 안쓰러울 정도로 찌그러졌다.

그도 아는 것이다.

쿠데타에 실패한 자신들이 어떤 운명을 겪게 될지를…….

"대장 동지, 어서 피하시지요. 여기도 위험합네다."

부관의 말에 박종길이 고개를 내저었다.

"헛소리 하지 말라우. 내레 북조선에서 피할 곳이 어딨어?"

"하지만… 대장 동지."

"저리 비키라우!"

박종길은 부관의 만류를 뒤로하고 총집에서 권총을 꺼내 머리에 갖다댔다.

살아서 수모를 겪느니 차라리 지금 끝내는 것이 나았다.

타앙!

한 발의 총알이 그의 뇌수를 휘젓고 빠져나갔다.

―내레 남조선 후레새끼의 말을 듣는 게 아니었어.

박종길은 죽어가며 자신에게 연락을 취했던 남쪽 인사를 떠올리며 숨을 거두었다.

*     *     *

[긴급 속보]

[북한 쿠데타 발생.

북한내부 군부세력 김정일 및 일가족 납치 시도.

평양 곳곳에서 전투 치러져.

연평도 인근 한국해군, 기습을 시도한 북한군과 교전 중…….]

긴급 속보로 전해지는 소식은 전 국민을 놀라게 했다.

뉴스에서는 평화협정에 불만을 지닌 일부 군부세력이 쿠데타를 벌였다는 소식을 전했다.

게다가 연평도 부근에서는 남측에 무장 도발을 벌리려 했으나 미리 첩보를 받은 해군이 대응사격에 나섰다고 한다.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전 국민이 놀랐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청와대에서 긴급 브리핑을 한다는 자막과 함께 화면이 전환되었다.

[금일 오전 9시경 평양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한 청와대 브리핑은 놀라운 내용의 연속이었다.

[쿠데타는 진압되었으며, 현재 김정일 위원장과 그 가족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세력의 계획이 사전에 노출되어 쉽게 진압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북방한계선 이남으로 우리 경비정에 무력 도발을 시도한 북한경비정 역시 이들 소속이었습니다.]

TV를 시청하던 국민들은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기껏 이뤄진 평화 협정을 망치려던 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이다.

쿠데타 시도가 실패했다는 말에 안도하는 이들도 많았다.

비록 김정일과 그 일가는 미웠지만 기껏 이뤄 놓은 평화 협정이 그대로 진행되기는 바라는 것이다.

"이번에 일어난 쿠데타 시도 및 남측 경비정 기습 공격 시도에는 안타깝게도 남한 내 일부 불손한 세력이 이번 계획을 부추겼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에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었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갔지만 아직 발표가 끝나지 않았다.

"국정원은 이번 계획을 사전에 알고 북한 정부와 협력하여 이번 사태를 준비했으며……"

챙그랑!

바닥에 잔이 떨어지며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젠장! 이게 무슨 소리야!"

신상현의 얼굴이 잔득 일그러졌다.

이번 일을 위해 보안을 얼마나 철저히 지켰는지 모른다.

계획의 전모를 아는 사람 역시 소수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미 모든 계획이 발각된 것이다.

신상현으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아무리 도청 장치를 막고, 비밀리에 움직여도 인공지능 아이린의 눈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현대 문명을 조금이라도 이용하는 한 모든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잡혔다.

이미 신상현의 주변에는 어떤 감시 세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괜히 신상현으로 하여금 조심하게 할 이유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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