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97화 (297/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97화

297화

#78장 마지막 싸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는 가운데 신상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눈빛이 일변하더니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지?"

"도련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

전화를 건 사람은 검찰 쪽에 상현이 심어 놓은 사람이었다.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아무래도 늦은 모양이군."

상현은 씨익 웃더니 전화기를 닫았다.

잠시 후 일련의 사람들이 우르르 거실로 몰려들었다.

"압수수색 영장입니다. 당신이 최상현입니까?"

노집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이들과 함께 들어왔다.

대문에서 막아섰지만 소용없었던 모양이다.

"…도련님."

"걱정하지 마. 할아범."

신상현이 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     *     *

"최영혜 의원실은 현재 검경합동수사반이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시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TV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에 놀라고 있었다.

야당 대선 후보인 최영혜 의원이 북한의 불순세력과 짜고 평화회담을 수포로 만들려는 기도를 했다는 것이다.

전국을 뒤흔들 내용이었다.

최영혜가 누구인가?

전직 대통령인 최강수의 무남독녀이자 야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가 아니던가?

이번 평화회담 이전까지는 독보적인 지지율로 다음 대통령이 유력했던 인물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최영혜에 대한 모략이자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들 중 다수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속속 전해지는 추가 보도에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최영혜 대선 후보 측이 북한 군부세력과 모의를 했다는 증거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습니다.]

[최영혜 후보의 신임장을 든 최측근이 북경에서 이들과 만났다는 증거가…….]

[충격입니다. 대한국당이 북한 군부와 결탁하여 우리측 해군 경비정을 공격하도록 사주했다고 합니다.]

[이 일에 연관된 사람들이 속속 밝혀지는 가운데 최 후보의 양아들 최상현 군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아무리 대선이 중요하다고 해도 북한군부와 결탁해 자국의 군대를 공격하도록 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야당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정부의 음모론이 돌았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부가 공작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의 유력 후보였다가 갑자기 사퇴한 이회수 전 대표가 언론에 등장했다.

"국민 여러분, 제가 갑작스럽게 후보를 사퇴한 이유는 최 후보측에서 살인협박을 했기 때문입니다."

폭탄선언이었다.

"제 비서실장도 최 후보 측에서 사고로 위장해 죽였습니다. 증거도 있습니다."

이회수 전 대표는 그동안 자신에게 가해졌던 살인 협박에 대한 증거들을 언론에 배포했다.

"절 죽이려던 자들이 최 후보 측이 시킨 것이라고 모든 것을 실토했습니다."

국회 회견장에서 한 이 회수 대표의 폭로는 핵폭탄급이었다.

그동안 정부 일방의 주장에서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야당유력인사의 증언이 터진 것이다.

정부의 말을 믿지 않던 야당 지지자들이 크게 동요하게 된 순간이었다.

한편 이회수 대표의 기자회견을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있었다.

"수고했어."

수식어가 일체 없는 짧은 말.

박 팀장이었다.

그의 옆에는 검은 작업복을 위아래로 걸친 청년이 서있었다.

"뭐,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소."

"훗, 든든하군."

"그럼, 난 이만 사라지겠소. 아직 국정원에 저쪽 잔당들이 많이 남아서 말이요."

말을 마치자 말자 청년은 기척도 없이 사라졌다.

국정원 블랙요원이었으나 지금은 강혁의 편으로 돌아선 블랙엔젤 장건후였다.

장건후는 이회수를 죽이려는 신상현 측 사람들을 제압하고 이회수를 구출했다.

게다가 제압한 자들을 회유해 일체의 자백을 받아낸 것도 그였다.

이번 일에 큰 공을 세운 것이다.

장건후는 일진회에 회유된 블랙요원들과 지금도 치열한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박 팀장도 만나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이회수 전 대표를 암살하기 위해 블랙요원들이 동원되었기에 장건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한편 국민들은 이회수 전대표의 언론회견 이후로 최영혜에 대한 의심이 깊어졌다.

하지만 삼양 백화점 사건으로 국민 영웅이 되었던 최영혜다.

여기에 최강수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지 않았던가?

그녀에 대한 갈팡질팡하는 민심에 쇄기를 박은 것은 이진주 기자였다.

오랫동안 삼양 백화점 사건을 조사해왔던 이진주 기자의 기사가 때마침 터져 나온 것이다.

국민들은 최영혜가 삼양 백화점 붕괴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구청과 신문사 등에 제보가 들어갔지만 손을 쓴 것이 최영혜 쪽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때맞추어 백화점을 찾아 사람들을 구하는 척하고 영웅이 되었다는 기사는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구청과 신문사의 관계자들이 증언한 내용까지 있어서 믿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들은 최영혜에 대해 엄청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런데 그때 또 하나 감춰져 있던 진실이 드러났다.

바로 최영혜가 양자로 삼은 최상현 아니 신상현에 대한 폭로였다.

놀랍게도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었던 것은 사실 최영혜가 아니라 신상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최영혜는 그저 신상현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증언이었다.

최영혜를 아끼던 사람들 사이에서 이 이야기는 급속도로 퍼져갔다.

하지만 신상현은 이제 19살에 불과했기에 논란이 되었다.

과연 어른인 최영혜가 어린 아들의 말을 듣고 그 모든 일을 행했겠냐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의심될만한 정황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의구심도 깊어갔다.

여기에 이진주 기자가 또 다시 신상현에 대한 의혹 기사를 쓰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신상현의 어린 시절부터 파헤친 추적기사였다.

이 기사의 첫 장을 펼친 사람들은 시작부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상현이 사실은 삼강 그룹 신철호 회장의 사생아이며 현재는 삼강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라는 사실에 말이다.

기사의 서두는 부모에게 버려졌던 불우했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삼촌 집에서 살면서 학대 받았던 어린 시절.

그가 살던 동네에는 누가 했는지 알 수 없는 방화와 동네 개들의 죽임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런데 신상현이 사라진 후 일순간 동네에서 방화와 동물 살인이 사라졌다.

누가 한 짓인지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신상현을 의심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가정폭력, 방화, 동물 살인.

이 세 가지는 모두 연쇄살인마가 공통적으로 가지게 되는 특징이라는 기사 내용은 섬뜩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신상현이 사라진 후 최영혜가 살던 동네에 어느 날부터 발생한 또래 여자아이들의 실종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들의 돌연한 죽음.

기사는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기사 말미에는 갑자기 미국에서 사고로 죽음을 당한 그의 형 신석준 역시 그가 사주한 일이 아닌가 의심된다는 글로 맺고 있었다.

이진주의 추적기사는 언론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과연 이 기사가 믿을 만한 내용이냐는 것이다.

각종 언론 매체가 이진주의 기사에 대한 팩트체크에 나섰다.

그리고 상당부분 신상현의 주변에서 그런 사실이 일어났다는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정말로 신상현이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잦은 방화와 동물 살인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들은 신상현이 삼촌 집에서 갑자기 사라진 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언론은 신상현이 이후 갑자기 최영혜가 운영하던 보육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그곳에서의 첫 만남 후 최영혜는 신상현을 양자로 들였다.

그리고 몇 년 후, 최영혜가 살고 있던 동네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서 실종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실종 대상은 모두 신상현과 나이차이가 크지 않은 여학생들이었다.

여기까지는 모두 우연의 일치로 치부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들 역시 모두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었다.

매스컴은 형사들이 수사를 위해 당시 최영혜의 집도 방문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형사들이 사라지거나 죽음을 당한 것도 이때 방문 이후였다.

하나같이 사고를 당해 죽었지만 이 일은 살해협박을 폭로한 이회수 대표의 절친과 비서의 사건이 오버랩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정황증거에 불과했다.

정말로 19살의 신상현이 중학생 시절부터 벌린 살인극인 것일까?

연일 의혹을 제시하는 언론에 수사당국도 곤란해 할 즈음 결정적인 두 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속보입니다. 미국에서 사고로 죽었다고 알려진 신석준 전 삼강그룹 사장이 살아 있었습니다.]

[이정수 전 대표가 수사당국에 살인협박의 배후로 최영혜 후보의 아들 최상현 군을 지목했습니다.]

[신석준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죽음의 위협에 숨어 지낸 것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한 배후로 배다른 동생인 최상현군을 지목했습니다.]

[수사 당국에서는 최상현 군의 신명을 확보하려…….]

미국에서 사고사로 죽었다고 알려진 신석준 사장의 등장은 전국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는 삼강 그룹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재 삼강 그룹은 신상현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정하던 신철호 회장이 갑자기 의식불명으로 병원행을 한 후부터 신상현이 실권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신석준 사장이 살아 있었다?

여기에 신상현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은 신철호의 갑작스런 의식불명까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제기랄, 회장님도 녀석에게 당한 건가? 이 사이코패스 새끼!"

삼강 그룹의 기획실 실장에서 하루아침에 강등당해 그룹홍보과로 자리를 옮겼던 이 전무는 분함을 참지 못해 책상을 두드렸다.

"이럴 때가 아니야. 어서 사장님의 복귀를 서둘러야해."

이 전무가 자리에 일어서자 갑자기 문을 열리며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 전무, 들었어? 사장님이 살아 있대!"

몰려든 사람들은 모두 신상현에 의해 한직으로 밀려난 그룹의 충신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눈물을 글썽이며 이 전무를 바라보았다.

신철호 회장이 정정할 때 그룹의 중심이었던 사람이 바로 이 전무였다.

이 전무는 옛 동료들을 바라보며 울컥하는 자신을 다스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뭣들 해! 어서 사장님을 모시고 와야지!"

"와아아!"

외진 곳으로 옮겨졌던 이 전무의 집무실에서 함성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이 전무가 밖으로 나오자 그룹 사원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여러분, 이제 어둠은 물러났습니다. 제가 직접 사장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전 기획실 실장 이 전무의 선언에 그룹 전체가 떠나가라 함성과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     *     *

"이봐, 일어나!"

"이제 풀어주는 겁니까?"

신상현의 말에 국정원 수사요원은 코웃음을 쳤다.

"걱정 마. 넌 조만간 다시 여기로 돌아올 테니까."

"그럼, 전 어디로 가는 겁니까?"

"경찰이야. 너 제법 화려하게 저질렀더라? 이 사이코패스 새끼."

국정원 요원의 빈정거림에도 신상현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신상현은 그동안 국정원에서 북한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신상현 때문에 조사는 한발로 진척이 되지 있었다.

그러던 차에 검찰과 경찰에서 몇 건의 살인사건 혐의로 신상현의 신병을 넘겨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여기 사인해주시죠."

경찰에서 나온 수사관의 말에 국정원 요원은 서류에 사인을 하고 신상현을 넘겨줬다.

"조만간 다시 보자. 사이코패스 새끼야."

국정원 요원의 말에 신상현은 씨익 웃으며 경찰차에 올라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