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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300화 (300/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300화

300화

신상현은 소파에 마주 앉아 자신을 향해 분노하는 강혁을 보며 웃고 있었다.

'괴로워해라. 더… 더… 더.'

누구도 자신의 범행을 알아채지 못했던 시절.

강혁을 알게 되었다.

유일하게 자신의 범행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천재 형사.

상현은 그가 알아채 주기를 원했다.

자신의 완전 범죄를.

그리고 마지막 순간 강혁에게 무력감과 절망을 안겨주려고 했다.

그러나 강혁은 어느 순간 다시 살아나 자신에게 죽음을 안겼다.

자신의 모든 것을 망쳐버린 자.

이번 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이번에야 말로 모든 것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을 차례다.

'흐흐, 그 강혁이 내 눈앞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신상현의 눈꼬리가 돌아가며 희열에 차올랐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공포와 열등감.

그것이 깊었던 만큼이나 희열로 끓어올랐다.

'그래, 이 느낌이었지. 이제 다시 누가 나를 이렇게 즐겁게 해줄까?'

고통에 찬 강혁의 표정을 바라보며 상현은 문득 아쉬움까지 느꼈다.

'자 그럼 파티를 시작해 볼까?'

"흐흐, 강 형사님. 유라를 정말로 살리고 싶나요?"

"이 자식. 유라를 놓아줘! 차라리 날 죽여!"

"뭐, 그것도 나쁘지 않기는 한데. 우리 게임을 하나 하죠."

"게임?"

"여기를 보세요."

스크린 속 화면이 셋으로 분할되었다.

세 화면은 각각 이유라가 있는 곳과 어떤 회사 건물의 비상계단, 그리고 체육 창고였다.

강혁은 두 눈을 부릅떴다.

"어디인지 알겠나요?"

"뭘 하자는 거야?"

강혁의 화난 물음에 신상현은 흐흐 웃으며 대답했다.

"선택하세요."

"선택?"

"페이스북 본사 건물과 유라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폭탄을 설치해 뒀어요."

"……!"

"어디든 구하고 싶은 장소에 시간 안에 달려갈 기회를 드리죠. 참고로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은 페이스북 본사에요. 그다음은 학교. 유라는 달랑 한 명이죠."

"이… 이 자식."

"만일 어느 곳이든 당신 아닌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면 바로 폭탄이 터지도록 해뒀습니다."

"……!"

"절 보지는 마세요. 폭탄발화장치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으니깐."

"……."

"지금 절 잡아도 소용없다는 뜻입니다."

강혁은 뚫어지게 신상현의 표정을 살폈다.

모두 한 치도 거짓 없는 사실이었다.

'누구지? 누가 돕고 있는거지?'

"강 형사님이 과연 어느 곳을 선택할지 보고 싶군요."

신상현이 히히덕거리며 강혁을 바라보았다.

"자, 카운트다운 시작했습니다."

'틱'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분할된 세 화면에 동그란 시계가 나타나더니 30분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유라가 있는 곳에는 주소창이 떴다.

"참고삼아 말하자면 셋 중 어디로 가든지 가는 데만 정확히 10분이 걸릴 겁니다. 세 곳 모두 말이죠."

"……!"

"과연 어딜 선택하실 건가요? 강 형사님?"

결박당한 이유라의 등 뒤에서 박광수가 칼을 꺼내들고는 혓바닥으로 핥았다.

그리고 칼등으로 유라의 뺨을 쓰다듬었다.

"개자식!"

강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런 그를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더니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는 강혁의 모습이 잡혔다.

"흐흐, 어디로 가실 건가요? 강 형사님?"

승용차가 움직였다.

신상현은 어디로 향할지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승용차가 방향을 돌리자 상현은 고개를 내저었다.

설마 했던 선택을 한 것이다.

강혁의 차가 향한 곳은 학교였다.

"설마? 왜지?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거죠?"

신상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틀림없이 강혁이 이유라를 구출하러 갈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생판 남을 구하러 갈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말도 안 돼. 간다고 폭탄을 해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그저 개죽음이야."

신상현은 헛웃음을 쳤다.

"뭐, 잘 된 건가? 강 형사님도 이유라도 모두 죽일 수 있게 됐으니 말이야."

"강혁이 여기로 안 오는 겁니까?"

스크린 너머로 박광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교로 달려갔어."

"흥, 바보 같은 자식. 끝까지 성인군자인 척하는군."

아쉬운지 박광수가 상어턱을 매만졌다.

자신의 손으로 해치우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어쨌든 시간이 되기 전에는 건들지 마."

"그러죠. 보스."

박광수가 두 눈을 빛냈다.

잡혀 있던 이유라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케이 아저씨, 아니 혁이 오빠.'

제니, 아니 이유라는 뭐가 알고 있다는 듯 마음속으로 케이가 아닌 강혁을 부르고 또 불렀다.

*     *     *

"아이린!"

―마스터.

"어딘지 알아냈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인근 카페나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장치를 몰래 숨겨 놓고 있는 것 같아요."

"폭탄장치 해킹은?"

"시도 중입니다."

"시간이 없어! 아이린, 마스터의 권한으로 울트라 모드를 허락한다."

―울트라 모드 허락받았습니다. 가동 들어갑니다.

강혁의 지시가 떨어지자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엇 뭐야? 갑자기?"

주식 거래창을 살피고 있던 증권사 직원 마이클은 자신의 노트북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갑자기 컴퓨터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마이클만이 아니었다.

미국 동부권역 전체에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구글 등 골든 그룹 산하 기업의 모든 서버가 일시 가동이 멈췄다.

그로 인해 세계각지에서 불만이 폭주했다.

"사장님, 전 세계에서 항의전화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최승호는 부하 직원의 말에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시적 과부하가 걸린 모양이야. 비상 서버를 모두 가동해!"

"예, 알겠습니다."

부하 직원이 자리에서 물러나자 최승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울트라 모드를 가동시킨 건가? 뭐야? 혁이 형, 대체 무슨 일을 벌리고 있는 거야?'

―마스터. 해킹 성공했습니다. 놈들도 찾았습니다.

"어떤 놈들이야?"

―안면 인식 프로그램 가동합니다. 알아냈습니다. 요르단의 전 알 카에다 조직원들입니다."

"요르단?"

강혁은 최승호와 친구들을 테러하려 했던 자를 떠올렸다.

"탈옥했다는 그놈이군."

강혁은 누가 움직였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아부 무사브 파드힐.

지금의 아랍권에서 공공연히 예언자인 자신에게 반기를 들 자는 그 자밖에 없었다.

강혁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

아부 무사브는 지옥 끝까지 자신을 쫓을 자였다.

"좋아, 신상현 쪽은?"

―드론 장악했습니다. 카메라 및 전파 해킹시도 성공했습니다.

"좋아, C.I.A와 F.B.I를 움직여! 아부 무사브 파드힐이 어디 있는지 찾아서 체포해!"

"알겠습니다. 마스터."

두 정보기관은 모두 강혁의 지시가 내려지면 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

전파 해킹에 성공한 지금 두 정보기관을 움직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금 신상현은 아이린이 보내고 있는 평범한 장면만 보고 있었다.

울트라 모드는 아이린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극대화시키는 모드였다.

미국 동부권내 모든 컴퓨터와 서버, 그리고 골든 그룹 산하의 서버들을 총동원한 것이다.

미국의 절반과 골든 그룹의 전 세계 서버를 모두 이용한 것이 그 능력은 거의 상상을 초월했다.

강혁의 머리 위에는 신상현이 띄운 드론이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화면 분할 화면을 보고 강혁은 신상현이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마치 회귀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상황이었다.

당시에도 신상현은 드론을 사용해서 범죄를 은폐하고 자신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을 눈치 챈 강혁이 드론 해킹을 시도한 것이다.

"좋아, 아이린. 우린 유라를 구출하러 간다.

"예! 마스터."

강혁이 차를 돌려 이유라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드론은 그런 강혁을 쫓지 않았다.

그 장소 그대로 멈춰 선채 아이린이 보내주는 영상만 송출하고 있었다.

이제 신상현의 눈과 귀가 막힌 것이다.

*     *     *

"흐흐, 제니라고 했나? 귀여운 이름이군."

박광수는 연신 칼로 이유라의 뺨과 머리를 문질렀다.

"걱정하지 마. 처녀로 죽지는 않을 거야. 죽이기 전에 듬뿍 예뻐해주지."

박광수가 장갑을 낀 손으로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명백히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유라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케이 아저씨, 혁이 오빠. 구해줘요!'

유라의 두 눈에서 눈물방울이 고였다.

"흐흐, 기다리기 힘들군."

박광수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그리고 그의 손길이 서서히 목덜미를 넘어 가슴으로 다가갔다.

아직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았다고 생각하자 짜릿한 쾌감이 솟구쳤다.

시간은 남았지만 이 정도는 신상현도 용서해줄 것이다.

박광수의 손길이 아직 채 여물지 않은 이유라의 가슴을 향할 때였다.

콰아앙―

거대한 굉음이 울리며 문이 박살났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폭탄이라도 터진 것일까?

나무로 된 문짝이 박살이 나있었다.

터져 나간 문짝 사이로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온 몸의 근육이 강철처럼 부풀려져 있었다.

박광수는 모르지만 지금의 모습은 강혁이 경기공을 사용한 것이다.

폭발 호흡을 이용해 몸을 강철처럼 만들어 문짝을 박살내고 들어온 것이다.

"박! 광! 수!"

강혁의 입에서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샤크 박광수는 두 눈을 부릅떴다.

믿을 수 없었다.

그의 눈앞에 강혁이 서있다니?

고개를 들어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 속에서 강혁은 학교 체육 창고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이 자식 무슨 수를 부린 거야?"

박광수가 놀란 표정으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느새 강혁이 자신을 향해 몸을 던지고 있었다.

콰아앙!

그대로 얼굴을 얻어맞은 박광수는 바닥으로 처박혔다.

"괜찮아?"

"아저씨?"

강혁은 양 손으로 단단하게 묶어 놓은 밧줄을 잡고는 비틀었다.

부드득!

굷은 밧줄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정신을 차린 박광수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괴력이었다.

"저쪽에 가있어. 금방 처리할 테니."

"조심해요. 아저씨."

유라는 재빨리 한쪽 구석으로 달려갔다.

왠지 강혁은 데자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회귀 전에는 수영이, 그리고 지금은 어린 유라였다.

'절대로 그때처럼 되게 하지는 않겠어.'

강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자식, 죽여 버리겠어."

박광수는 군용 단검을 고쳐 잡고 강혁에게 다가갔다.

쉬익, 쉭―

단검이 바람을 가르며 허공에서 몇 번이나 방향을 바꾸며 날아들었다.

특수부대에서 나이프 파이팅을 훈련한 박광수였다.

거기다 오랜 시간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흥, 여기로 와줘서 고맙군. 잘게 썰어주지."

쉬익―

팔을 베어가던 단검이 괘도를 수정해 다시 목덜미로 날아들었다.

강혁은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피했다.

그리고 손목을 잡아 팔 관절을 몸 쪽으로 돌리고는 열린 몸통을 향해 팔꿈치를 날렸다.

팔극권의 절기, 내문 정주였다.

콰앙!

몸통 쪽 옆구리에 팔꿈치를 얻어 막은 박광수는 그대로 팔을 돌려 강혁의 얼굴에 양훅을 날렸다.

쾅! 쾅!

강혁은 예기치 못한 반격에 얼굴을 얻어맞고는 그대로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흐흐, 뭐야? 이 정도밖에 안 돼?"

박광수는 강혁을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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