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301화
301화
양팔을 바닥에 짚은 강혁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끄응, 무통이라, 이거군."
박광수는 바닥에 떨어진 단검을 다시 들었다.
"들어 와! 들어 와!"
한손에 단검을 든 손을 가볍게 들고는 반대 손으로 들어오라며 손을 까닥거렸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선 강혁은 목을 좌우로 돌리더니 다시 자세를 잡고 박광수를 향해 겨누었다.
"들어 올 생각이 없나? 그럼 내가 가지!"
쉬익, 쉭―
날카로운 칼날이 강혁의 팔을 스치고 지나자 피가 허공에 떨어졌다.
"까악! 조심해요. 아저씨!"
"흐흐, 그래. 조심해야지. 강혁. 넌 나 같은 초인이 아니잖아."
"초인?"
"그래. 난 너처럼 평범한 사람과는 이미 다른 존재거든."
혓바닥을 내밀어 입술을 훔쳤다.
그런 박광수를 강혁은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역시. 결심했어."
"……?"
"넌 여기서 죽여 버리겠어."
"응? 푸하하핫! 평범한 네가 초인인 나를 죽인다고? 해 봐! 해 보라고!"
쉬익―
칼날이 다시 허공을 스치고 지났다.
급히 강혁이 팔을 돌려 피했다.
그러자 단검이 괘도를 바꿔 위에서 아래로 쇄골을 파고 들었다.
"꺄아악! 안 돼!"
유라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퍼억!
피가 흩뿌려지며 살이 잘려나갔다.
그리고 단검이 뼈를 관통하는 순간.
강혁이 한 모금의 숨을 들이켰다.
"하압!"
슈우우웃!
내기가 한 바퀴 주천을 하는 순간 강혁의 온 몸이 다시 강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러자 놀랍게도 살을 찢고 들어가던 단검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이익?"
단검이 들어가지 않자 박광수는 회수하려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검이 빠지지 않았다.
"뭐, 뭐야? 왜 이래?"
강혁의 양 손이 박광수의 팔을 쳐냈다.
일순 단검을 놓친 박광수의 팔을 강혁의 양손이 강하게 잡아 당겼다.
그리고.
크헝!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쾅!
'이… 이게 뭐야?'
박광수는 의식이 흐릿해졌다.
강혁이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마로 콧등 부위를 내려친 것이다.
코뼈가 가루가 된 듯했다.
쾅!
강혁이 다시 이마로 머리를 박았다.
안면이 붕괴되며 튀어나온 곳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코와 눈이 있던 곳의 위치가 기이하게 변했다.
쾅! 쾅!
다시 2연타.
무지막지한 공격이었다.
상대의 팔을 강력하게 잡아당기며 이마를 망치처럼 얼굴에 때려 박은 것이다.
박광수는 이미 의식을 잃었다.
그런데도 계속되는 강혁의 공격은 아예 숨통을 끊어 놓았다.
꾸우웅.
박광수의 몸이 바닥으로 끈 떨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절명.
마침내 박광수의 숨통이 끊어졌다.
짝짝짝!
"역시 대단하군요. 강 형사님. 하지만 여기까집니다."
고개를 돌리자 신상현이 보였다.
재빨리 유라를 찾았다.
백발의 노집사가 유라의 목에 칼을 대고 있었다.
"눈치챘군."
강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이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더군요."
―죄송합니다. 마스터.
아이린의 한계였다.
현재의 기술로 새로운 영상을 즉석에서 만들 수는 없었다.
"눈치채자마자 이곳으로 왔는데. 이런, 이런. 내가 아끼는 부하를 또 죽였군요."
"너도 죽여주지. 이번에는 거기 할아범. 너도 숨통을 끊어주마."
"……!"
강혁의 말에 신상현이 눈을 살짝 치켜떴다.
"오옷! 역시. 강 형사님은 할아범이 해치운 건가?"
"……?"
백발 노집사는 강혁과 신상현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몰라 눈만 끔벅거렸다.
"자, 유라를 죽이고 싶지는 않겠죠?"
강혁은 양손을 들어올렸다.
건물에서 봤던 신상현의 부하들이 들어와 강혁을 결박시켰다.
"흐흐, 우리 인연은 이제 여기서 끝내도록 하죠."
신상현은 이유라를 결박시켜 옆에 앉혔다.
"유라는 보내줘!"
"흐흐, 그건 안 되겠네요."
"왜! 네 복수는 내게 하면 되잖아. 유라는 아무 잘못이 없어."
"물론 저 아이 잘못이 아니죠. 하지만 저 아이가 살아 있으면 곤란한 사람이 있어서 말이죠."
"……?"
의아스런 표정을 짓는 강혁을 보며 신상현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두 사람이 죽기 전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드리지요."
"……?"
신상현은 두 사람이 듣고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설마 그 아이가……?"
강혁은 보육원에서 만났던 이세라가 아내인 이유라의 행세를 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자, 유라 아가씨. 어때요. 당신의 절친이 당신 인생을 훔쳐갔는데."
"……"
유라는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강혁은 그런 유라를 바라보며 가슴이 아팠다.
"왜 내가 여기서 유라 아가씨까지 죽여야 하는지 이제 알겠죠?"
"세라가 시킨 건가요?"
"응? 글쎄 어떨까? 적어도 이 일로 그 아이는 평생 내 충실한 꼭두각시가 되겠지."
강혁은 비로소 신상현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깨달았다.
삼강이라는 화수분을 잃은 상현이 그에 버금가는 TG를 노리는 것이다.
"자, 그럼. 유라 아가씨. 강 형사님이 보는 앞에서 내 손에 죽어 주시죠."
목덜미에 날카로운 나이프가 다가갔다.
"그만해! 이 개자식아!"
강혁이 소리쳤다.
쉬이익―
파악!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과 함께 뭔가가 관통되는 듯한 타격음이 울렸다.
신상현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터져나간 문 앞에 이세라가 양궁 활을 들고 서있었다.
신상현은 세라를 한 번 쳐다보더니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화살 하나가 심장을 뚫고 지나가 있었다.
"세라야!"
"유라!"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때였다.
백발 노집사가 바닥에 라이터를 던졌다.
화르르ㅡ
불길이 순식간에 거실에 타올랐다.
노집사는 불길 속으로 쓰러지는 신상현을 향해 달려갔다.
"도련님!"
바닥에 쓰러진 신상현을 품에 안았다.
"…할… 아범."
"도… 도련님!"
"이런… 젠장!"
심장에 박힌 화살을 바라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흥, 네 죗값이다."
"이 계집년이! 감히!"
백발 노인이 소리쳤다.
휘이익!
바람을 가르며 화살 하나가 날아가 백발 영감의 심장에 그대로 박혔다.
"흥, 날 욕하다니!"
신상현 못지않은 사이코패스가 바로 이세라다.
그녀는 단숨에 두 사람의 숨통을 그 자리에서 끊어버렸다.
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의 몸 위로 불길이 타올랐다.
"유라야! 어서 피해!"
"난 안 돼. 너나 빨리 피해!"
"세라야! 위험해. 여기서 나가!"
거실 곳곳에 기름을 뿌려 놓았기에 불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콜록콜록!
유라가 기침을 했다.
방 안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에 타죽기 전에 먼저 질식사하게 생긴 것이다.
"아… 아저씨……."
이유라가 털썩 쓰러졌다.
"유라, 유라야!"
강혁이 소리쳤다.
그때였다.
이세라가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화르륵 거리는 거센 불길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초코파이 아저씨? 어떻게 여기에?"
그녀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잠시 그녀는 두 사람 중 누굴 먼저 구해야하는지 망설였다.
"기다려요. 아저씨."
이세라는 칼로 유라의 밧줄을 잘랐다.
하지만 잘 잘리지 않았다.
"칼을 내게 줘."
"하지만 팔을 쓸 수가……."
"기다려."
강혁은 뒤로 묶인 팔을 뿌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돌렸다.
강제로 팔을 뽑아 돌린 것이다.
그 바람에 얼굴이 붉게 변했다.
"끄으응."
"괜… 괜찮아요?"
"괜찮아."
뿌드드득!
탈골된 어깨를 다시 끼워 넣은 강혁에게 이세라가 칼을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우며 말했다.
"소중한 친구인가 보구나?"
"예, 친자매나 마찬가지에요."
이세라의 말에 강혁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표정은 처음 만났을 때의 거짓 표정과는 전혀 달랐다.
한 점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좋아. 기다려."
강혁은 칼을 사용해 재빨리 밧줄을 잘라냈다.
그리고 유라의 밧줄도 풀었다.
"음, 잠시 정신을 잃은 것뿐이군."
강혁은 유라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등에 업었다.
그리고 한손으로 이세라의 팔을 잡았다.
"가자!"
"예!"
불길이 거셌다.
문 밖으로 나왔지만 비상계단이 있는 긴 복도를 통과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콜록! 콜록!
이세라가 기침을 해되었다.
―마스터. 뒤로 물러나세요.
아이린의 목소리에 강혁은 이세라의 손을 잡고 뒤로 물러섰다.
콰앙!
벽면 한쪽이 날아가며 거대한 철골구조물이 나타났다.
공사할 때 사용하는 크레인이었다.
"저기에 올라타자!"
"예?"
"어서, 시간이 없어."
강혁이 이세라의 손을 잡고 크레인으로 다가가 몸을 숙였을 때였다.
머리 위에서 불길이 우스스 떨어져 내렸다.
"아, 안 돼!"
불길은 제일 먼저 등에 업힌 유라에게 떨어지고 있었다.
"아앗!"
이세라가 비명을 질렀다.
몸으로 유라에게 떨어지는 불길을 막은 것이다.
"세라야!"
강혁은 재빨리 손으로 세라의 몸에 붙은 불을 껐다.
그리고 두 사람을 한꺼번에 업고는 크레인에 올라탔다.
―마스터, 꼭 잡으세요.
위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크레인이 돌아나와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삐용삐용―
소방차와 경찰차가 건물 주위를 가득 메웠다.
"주차장에 남자 둘이 죽어 있더군요. 칼로 목이 베인 것 같던데 누구 소행인지 알겠습니까?"
경찰이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강혁에게 물었다.
'세라 짓이군.'
강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전혀 모르겠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치료 잘 받으십시오. 존 회장님."
경찰이 경례를 붙이더니 물러났다.
강혁은 옆 자리에 누워 있는 이세라를 바라보았다.
"왜 절 보세요?"
"아무 것도 아냐. 그건 그렇고. 양궁은 언제 배운 거니?"
"몇 년 됐어요. 국가 대표를 노리고 있죠."
이세라가 말했다.
클럽활동으로 처음에는 취미로 하던 것을 지금은 개인코치까지 두고 연습하고 있단다.
"그런데 왜 그런 거니?"
"……?"
"유라를 두 번이나 구했잖아."
강혁의 말에 이세라는 옆자리 침대에 누워있는 이유라를 바라보았다.
유라의 목에는 세라가 걸어준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신상현이 알려준 대로 이유라에게 말해 빌려 쓴 그 목걸이였다.
"절 진짜 구해준 건 유라에요."
이세라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이세라를 강혁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 *
십 년 후.
"존 회장님. 이번에 제안하신 하이퍼루프 개발 계획은 정말 획기적이더군요."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이게 실현된다면 엄청난 일이 될 거예요."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물류와 유통에 있어서도 혁명적인 일이 될 겁니다."
관련 부서의 장관들이 혀를 두르며 강혁과 골든 그룹을 칭송했다.
"존 회장님은 기부도 엄청나게 하시니 정말 진정한 이시대의 노블레스 오브리제를 실천하시는 분이 아니겠습니까."
"맞아요. 지난번에도 아프리카까지 가셔서 부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시고 오셨다던데."
장관 한 명이 너스레를 떨었다.
"이… 이봐."
옆 자리에 있던 장관이 옆구리를 찔렀다.
"응? 아… 아참!"
장관은 자신이 한 말이 대통령의 심기를 어지럽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만 입을 다물었다.
"하하, 왜 그러세요. 우리 강 회장이 항상 부부 동반으로 봉사 여행을 떠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인데……."
"아, 예.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실무진들과 협의를 해야 해서……."
"그렇게 하세요. 하하."
장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자 강혁이 대통령을 향해 말했다.
"그럼, 대통령님, 저도 이만 물러가……."
대통령이 강혁의 소매를 잡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벌써 가려고요?"
"안젤라……."
스타 검사를 거쳐 뉴욕 시장이 되었던 안젤라는 지금은 미국 대통령이었다.
"날 이 자리까지 올려놓고는 지금 와서 나 몰라라 할 거야?"
"하하, 그… 그게. 시간이 좀 있는 것도 같아. 안젤라."
"흥. 부인하고는 매일같이 붙어 다니면서 말이야. 나한테는 시간도 안 주려고?"
"하하, 미안해."
"그건 그렇고. 딸이라며?"
"응."
"이름은? 이름은 뭘로 할 거야. 당연히 내게 대모를 맡기겠지?"
"안젤라가 경아의 대모가 되어 준다면 그야말로 영광이지."
"훗, 이름이 경아야? 예쁜 이름인걸?"
"그렇지? 크면 정말 예쁠거야. 풀네임은 강유경이야."
"그렇군. 그런데 혹시 이미 본거야? 미래의 딸의 모습을?"
안젤라의 말에 강혁은 얼굴을 활짝 펴고 웃었다.
"응, 내 눈에 보였어."
강혁은 자신의 시그니처 대사가 된 말을 나직이 말했다.
* * *
"사모님!"
"아, 이리나 비서님."
"회장님은 아직도 안 돌아오신 거예요?"
"아, 오빠요? 대통령께서 부르셨으니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겠어요?"
"흥, 그저 하이퍼루프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서에요.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 이유가 없다고요."
"그… 그래요?"
"친구로서 말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유라."
"조… 조심해라고요?"
"물론이죠. 안젤라는 아직 회장님을 포기하지 않았다고요."
"하, 하지만 오빠는 이미 결혼을 했는데……."
"물론, 지금은 유라 양이 점수를 올린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하는 건 여자의 마음을 너무 쉽게 보는 거예요."
"그… 그런가요?"
이유라는 이리나의 말에 당혹해했다.
"그렇고 말고요. 안젤라가 아직까지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는 이유가 대체 뭐겠어요?"
"그, 그렇죠."
"한때 두 사람은 애인 비슷한 사이였다고요."
"알… 알고 있어요."
"거기다 천시시 그 불여우도 조심해야하는 건 마찬가지에요."
"명심할게요."
천시시 역시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한때 강혁의 여자친구로 언론에 회자되었던 사람들이라 이리나의 충고가 꼭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건 이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강혁의 모든 여자들 중 가장 시간을 많이 가지는 건 이리나였다.
어떻게 보면 가장 경계해야 할 여자가 있다면 이리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유라는 감추고 있었다.
"이유라, 비서님 말이 맞아. 넌 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어머, 세라 양이 와 있었군요."
"예, 비서실장님. 오랜 만이에요."
"이리나라고 불러요. 지난 번 올림픽은 정말 대단했어요."
"고마워요. 이리나."
이세라는 올림픽 양궁 대표선수가 되었다.
단식과 단체전 모두를 휩쓸어 2관왕이 되어 지금은 국민적인 스타였다.
"이리나가 유라 옆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이 멍충이는 옆에서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눈뜨고 당할 애라니까요."
이세라의 말에 유라가 혀를 내밀로 헤헤하고 웃었다.
"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하는 말이야. 명심하라고."
"그… 그래."
이세라는 실제로 이유라의 인생을 8년이나 훔치고 살았다.
그런 그녀가 하는 말이니 유라로서도 무조건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지금 이세라는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십 년 전, 목숨을 걸고 이유라를 구한 이세라는 고모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했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진짜 자매가 되었다.
놀랍게도 모든 사실을 안 고모가 이세라를 양딸로 입양한 것이다.
"만일 내가 너와 자매만 아니었으면 혁이 오빤 내가 데려갔을 거야."
"세… 세라야?"
"훗, 너 긴장했지?"
"응. 넌 한다면 진짜 하는 애니깐."
"잊지 마."
"응?"
"그런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니니깐 말이야."
"알았어."
"후훗. 그건 그렇고. 이름은 왜 유경이라고 지은거야?"
"응? 그, 그건 비밀이야."
"……?"
이세라는 고개를 가우뚱거렸다.
굳이 비밀로 할 만한 이유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십 년 전.
"아저씨, 케이 아저씨."
"응? 왜 그러니 제니."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유라를 강혁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소원이 있어요."
"소원?"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에요. 들어줄 수 있나요?"
유라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한 거예요."
"그래, 약속했어. 이제 소원을 말해봐."
"경아를 다시 만나게 해줘요."
"……?"
강혁은 이유라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경아라니? 너 설마?"
이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다 기억났어요."
"대… 대체 언제부터?"
"이미 몇 년 전부터… 처음엔 꿈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알아요."
"……?"
"신상현, 그 사람. 그리고 박광수. 모두 꿈에서 봤던 사람들."
"…그렇구나."
"미안해요. 그동안 혼자서 힘들었죠."
유라가 강혁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마치 아내가 돌아온 것 같았다.
"유… 유라야."
강혁의 두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이런… 아저씨. 아니 혁이 오빠."
강혁은 얼굴을 감싸안고 울음을 참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강혁을 유라는 꼭 감싸 안았다.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