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딸이 내게 집착한다-5화 (5/96)

〈 5화 〉 수현. ­ Remake

* * *

여느 때나 다름없는 월요일 출근 길.

지하철, 아니 지옥철은 오늘도 각종 사람들을 싣고 앞으로 나아간다.

아침부터 대차게 기침을 하거나, 큰 소리로 통화를 하거나, 임산부석에 할아버지나 아줌마들이 앉거나, 새벽부터 술에 대차게 꼴아서 잠든 사람이 1명이 객실 분위기를 어지럽힌다.

“허아아아아아암.”

“아~ 네! 지금 교대입니다! 네~ 금방 가겠습니다!”

“아잇 씻팔~”

물론, 오늘처럼 더운 날도 예외는 없었다.

‘그냥 차 가지고 올걸 그랬나….’

머피의 법칙이라도 걸린 건가, 왜 하필 내가 탄 객실만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지. 당장이라도 내려서 열차를 바꿔타고 싶을 정도다.

「이번 역은 역삼. 역삼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겨우 도착한 사무실. 인턴 몇 명과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참고로 혜진씨는 업무 부적합 평가를 받아 더 이상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은 참 좋았었는데 말이지……. 일처리가 정말 문제였지만.

“부장님 오셨어요~”

나 보다 약 1분 정도 늦게 온 지희씨가 나에게 인사를 한다. 그래. 사회생활은 저렇게 해야지. 취업이든 알바든, 인사성이 좋은 것이 기본 예의다.

‘그럼 오늘 일도 시작해 보실까요.’

컴퓨터 전원을 켜고, 바로 전날 적어뒀던 퀵메모를 확인했다.

「신입 소개 및 교육 안내」

그러고 보니 또 신입이 들어온댔었지.

혜진씨가 나가고 한 달. 그새 또 새로운 사람이 뽑혔다.

‘이번엔 제발 일 좀 잘하는 사람이 오길…….’

아무리 인사성 좋고, 사회생활을 잘해도, 결국 살아남는 것은 창립 멤버나 회장 아들이 아닌 이상 일 잘하는 사람 뿐이다.

시대가 스펙 위주에서 능력 위주로 바뀜에 따라, 자잘한 실수도 봐주지 않는 냉랭한 사회가 되었다. 10년 동안 잘 버텨 온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일을 위해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자, 지희씨의 안내를 받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오늘부터 일하게 된 강수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해요.”

올해로 스물 일곱인 강수현씨.

매직을 하고, 전체를 내 기준 왼쪽으로 넘긴 긴 생머리, 화장도 BB만 적당히 펴 바른 듯 생기 있고 깨끗한 피부가 돋보인다.

크고 눈꼬리가 올라간 고양이 눈은 나에게 확실하게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고, 밝다기보다는 약간 도도한 느낌을 주는 얼굴이었다.

복장도 첫 출근이라 그런지 적당히 흰 셔츠에 검은색 재킷을 걸친 정장 차림을 하고 왔다. 무릎 위 5cm라는 가장 이상적인 치마길이에, 속이 약간 비춰 보이는 검은 스타킹은, 일부러 그런 건가 싶을 정도로 시선이 절로 그리 향하게 된다.

‘이러면 안 되지.’

벌써부터 성희롱을 하면 곤란하다. 최근 들어서 갑자기 성욕이 늘어난 것 같다. 웬만한 거에 끄떡없었던 거기도 툭하면 조금 부풀어 오른다.

‘그 발단이 내 딸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만…….’

유희와는 그때 이후로 더 사이가 어색해졌다.

분명 티를 내진 않았는데 본인이 들켰다고 이미 자각을 한 건지, 나를 보면 더 신경질적으로 대한다. 문을 닫는 소리도 커졌고, 나를 볼 때마다 한 번씩 째려 본다.

그것과는 별개로, 유희와는 어느 신호가 생겼다.

쿵.

벽에 머리를 찧는 소리. 일부러 한 것이라 그 소리에서 작위적임을 느낄 수 있다. 이 소리가 신호다. 자신이 자위행위를 하겠다는 신호.

그때부터는 상관없다는 듯, 야릇한 신음을 내며, 굳이 귀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큰 소리가 난다.

나는 저번의 그 행위가 너무 추했기에, 얌전히 이어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딸의 신음이 멈출 때까지 음악을 듣거나, 거실에서 TV를 본다.

하지만 이렇게 무시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딸이 자위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내 온 신경은 이어폰을 넘어 딸이 자위하고 있는 방으로 집중된다.

“흐, 흐으……!”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가라고 재촉하는 건지, 아니면 이제 병풍취급을 하는 건지. ‘차라리 말로 해 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고 나도 모르게 생각해 버린다.

작게 들리는 신음 소리에, 나도 벽에 기대어 자연스레 그 행위에 동참한다. 이것이 우리의 일과가 되었다.

“하으응…!”

반성못했다는 엄청난 죄악감과 배덕감이 내 머릿속에 뒤엉키면서 점점 내 이성을 갉아먹어가고, 유희가 절정해버리는 신호와 맞춰 결국 사정까지 이르게 된다.

“하아…….”

자괴감이 들면서도 내 머리에는 이미 알몸의 유희로 가득 찼다. 실제로 보면 얼마나 굉장할까같은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면서 하루가 마무리 된다.

언제까지 이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부장님?”

“아, 미안해요. 잠시 딴생각이 나서…….”

“아뇨 괜찮습니다.”

“하하… 그럼 자리부터 안내할게요.”

젠장. 또 쓸데없는 성욕이 나를….

“여기가 수현씨 자리예요. 컴퓨터 사양이 좀 그렇긴 한 데…. 그래도 3달만 있으면 다른 부서로 가실 수 있으니까 좀 만 참으세요.”

“괜찮아요. 적응하면 되는걸요.”

수현씨가 자연스럽게 전원 버튼을 찾아서 눌렀다. 혜진씨는 찾지도 못 했는데, 인사팀도 보는 눈이 있긴 있구나.

“아….”

혜진씨가 남겨 놓고 간 잔해. 설마 비밀번호도 안 풀어 놨을 줄이야.

─띠리리리링. 띠리리링.

거기에 또 타이밍 안 좋게, 다른 부서에서 전화도 왔다. 안 그래도 바쁜데. 월말이라 인원좀 보내달라고 연락이 온다.

최 과장도 이미 다른 부서에 파견 나가서 없는 상태다.

“수현씨 미안해요. 혹시 포맷할 줄 알아요?”

“아, 네.”

“빨간 USB는 포맷용이고, 파란 USB는 업무에 필요한 내용들이랑 프로그램이 담겨 있어요. 이거 보시고 계셔주세요.”

“알겠습니다.”

아~ 정말 믿음직해라.

상고를 나와서 그런가 이런 부분에 빠삭하다. 정작 인서울 나오고도 이런 거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여보세요.”

「아, 김 부장님. 혹시 보내주실 인원 있어요?」

“오늘은 다들 바빠서 없어요. 내일부터 보낼게요.”

「아니면 부장님이라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요. 이쪽도 충분히 바쁘거든요?”

「아 네… 죄송합니다……」

신입교육하랴, 다른 사업 수주하랴, 나도 충분히 바쁘다. 교육부라고 해서 신입들 교육만 시키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리고 정식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렇게 급하게 파견나가는 경우에는, 거의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빨리빨리 안 하면 닦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욕 한 사발 들어 먹는 것까지 장난 아니다.

적어도 내 부서 사람들에게는 이런 꼴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다. 나도 처음 왔을 때 엄청 굴려졌단 말이지….

“기다렸죠? 사람들이 월말이면 만만한 우리 부서 사람들 데려가거든요. 수현씨도 아마 내일부터 다른 부서 갈 지도… 포맷 벌써 다하셨네요?”

“네. 생각보다 빨리 되더라구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파란색 화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혜진씨 화면은 이상한 아이돌 사진부터 시작해서 엄청 더러웠었단 말이지…. 차피 남에게 보일 일 없어서 뭐라 하지는 않았다만.

자기 집 컴퓨터도 아니고, 제발 회사 컴퓨터로 커스텀하는 건 그만둬줬으면 좋겠다.

“그럼 설치 다되거든 저 불러 주세요. 밖으로는 안 나가시는 게 좋아요. 다른 부서한테 잡힐 수도 있거든요.”

“알겠습니다.”

옆모습으로 보니 긴 머리로 가렸지만 얇은 턱선이 보인다. 배경만 바꾸면 한 폭의 그림 같이 보일 정도로 정말 미인이었다.

일도 싹싹하게 잘할 것 같고, 수현씨 같은 인재만 들어온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거 같다.

업무를 계속 보고 있자, 수현씨가 나를 호출했다.

“전부 다 설치 했습니다.”

“잘하셨어요. 메신저 켜보실래요?”

수현씨가 내 말에 따라 마우스로 딸깍소리를 내며 메신저 앱을 열었다.

“계정 만드시고 저기 지희씨한테 말하면 저희 부서에 편입해 줄 거예요. 그때부터는 메신저로 대화해요.”

“알겠습니다. 아, 부장님. 이거.”

“고마워요.”

USB넘겨 주는 것도 확실하게 잊지 않았다. 아. 너무좋아. 후배가 알아서 척척해주니 할 일이 줄어든 기분이다.

“읏차.”

혹시라도 파일이 날아갔을 때를 대비해, USB를 꽂아서 확인해야 한다. 이런 쪽에 처음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USB 안에 있는 파일을 복사하지 않고 통째로 옮겼을 때다.

이렇게 되면 USB에 파일이 남지 않게 돼서 다음에 쓸 수가 없게 된다.

이 역시, 혜진씨가 한 실수다.

‘부팅디스크는 문제 없고.’

각종 자료들과 프로그램이 들어 있는 USB를 꽂아 확인했다. 이쪽도 모두 멀쩡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우리 부서 채팅방에 수현씨를 초대했다.

이미 인사한 경리인 지희씨와 나 밖에 확인할 사람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예의상 보내주는 것보니 괜히 뿌듯했다.

수현씨한텐 미안하지만 정리할 서류가 산더미이기 때문에, 몇 가지 일을 바로 맡겼다.

「형식보고 맞춰서만 작성해 주시면 돼요.」

「알겠습니다.」

그때부터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두 시간도 안 돼서 클라우드에 업로드 했다는 알림이 왔다.

“수고했어요. 일처리 속도가 빠르시네요. 좀 쉬세요.”

“네. 감사합니다.”

이 많은 양을 점심 전에 처리하다니, 다시 봐도 정말 대단하다. 물론 업무가 형식 그대로 채워 넣는 거긴 하지만, 오탈자도 하나 없었고, 맞지 않는 비율은 알아서 조절했다. 실제로는 이런 기본적인 업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점검을 마치자, 딱 점심시간이 되었다.

“부장님~ 부대찌개 드실래요?”

“좋지. 수현씨는?”

“저도 좋아요.”

이렇게 두 명은 됐고, 최 과장에게도 연락을 넣었다.

「저는 거를게요. 홍보부 이 새끼들이 작년 거 가지고 올해 거라고 박박 우겨 대서 상황이 전혀 진전이 안 돼요.」

꼭 이런 부류들 있다. 분명 파일이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못 찾거나, 형식이 있는데도 자기 맘대로 창작해서 만들 거나…. 최 과장이 화낼 만 하다. 더군다나 자기 부서도 아니면 더더욱.

“그럼 셋이서 먹을까.”

“네~”

~~~

건물이 건물이라, 지하 1~2층은 음식점이 많다. 다 맛있는 건 아니고, 거를 리스트도 몇 개 있어서 간판 모양을 보고 저 집은 가지 말아야지 기억한다.

오늘 가는 부대찌개집은 그래도 맛있는 편에 속했다.

“수현씨는 어디대 나왔어?”

“……대 경영학과요.”

“진짜? 거기 가기 어려운데 아니야!?”

“특성화 전형으로 넣었어요.”

“아~”

이력서를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특성화 전형이란 게 있었다니 전혀 몰랐다. 유희도 그쪽에 보냈으면 더 쉽게 대학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잘 다니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그건 그렇고 초면부터 반말이라니, 붙임성이 너무 좋은 거 아냐?

“혹시 첫 직장?”

“네.”

“의외네~ 쉬는 동안 뭐 했어?”

“알바랑 그리고…….”

수현씨가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아마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거겠지.

크흠.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수현씨 나이가 어떻게 되지?”

“스물 아홉 입니다.”

“하핫. 낼 모레 서른이네?”

“초면한테 무슨 소리하는 거야.”

“뭐 어때요~ 저도 이미 서른 셋인데. 어디 좋은 남자 없으려나요….”

“주변에 널린 게 남잔데 아무나 잡지 그래?”

“저 그렇게 쉬운여자 아니거든요? 부장님도 그 나이 먹고 아직 노총각이시면서.”

“그건……. ”

내 가정사를 아는 건 최 과장 뿐이다. 본인도 애는 없지만 한 번 이혼 해 봐서 그런지 엄청 공감해 주었다. 다행히 입도 무거운 친구라, 3년 넘게 다닌 지희씨도 아직 모를 정도다.

“나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마.”

“혹시 부장님 나이가…….”

“아, 서른 아홉이에요.”

“젊으시네요. 서른 초반인 줄 알았어요….”

“뭐, 그 나이에 이 직급을 달았긴 했지만요.”

동안으로 보인다니 다행이다.

“맞아, 부장님은 진짜 결혼 언제하실 거예요?”

“글쎄… 이대로 안 할지도 모르지.”

“네!? 왜요?”

“나이 찬 것도 있고…. 적응이 돼서 그런 걸까나….”

전 부인도 있고 하니까 말이지….

유희가 결혼할 때까지는 안 할 생각이다. 아니, 그전에 내가 늙어버려서 못할지도 모른다.

서른 전에는 시집 갔으면 좋으련만, 남자친구나 이런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으니 나로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드세요.”

어느 덧 보글보글 부대찌개가 끓고, 라면사리까지 꼬들꼬들하게 익었다. 먼저 국자 손잡이가 내 앞을 향한 것을 보니 새삼스레 여기까지 온 내 자신이 대견해 보였다.

대부분의 토크를 지희씨가 이어나가서 그런가, 그냥 조용히 먹어도 분위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지희씨가 가기 전까지는.

“어떡해! 미쳤나봐 진짜!”

상사 앞에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보지만, 어쨌든 지희씨가 급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죄송해요 부장님! 저 1시에 치과 예약했었는데! 먼저 들어갈게요!”

“아, 그래.”

“다녀오세요.”

지희씨가 나가기 무섭게,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나이 차가 너무 많이나서 그런가, 요즘 사람들의 트렌드를 따라가기엔 역시 힘들기 때문에, 뭘 대화주제로 잡을까 어려웠다.

“부장님은…….”

서로 묵언수행을 하던 와중, 먼저 입을 연 건 수현씨였다.

“부장님은 만나시는 분 계신가요?”

“아니요 없어요.”

“그렇군요.”

“수현씨는요? 만나는 사람 없어요? 있을 거 같은데.”

“저도…. 없어요.”

“일 때문에 안 만나는 거예요?”

“네?! 아, 네 뭐… 그렇죠.”

“흐음….”

하긴, 연애는 학창 시절 때나 마음껏하는 거지,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내 취향을 고르지 못하게 된다. 서로 만나지 못할 때도 많고, 돈이나 집 위치 등, 학생 때와는 확연히 서로의 관계를 다질 수 있는 때가 부족하다.

생각해 보면 직장인 커플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소꿉친구면 모를까, 소개팅이나 동호회 같은걸로 만나서 그 관계를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려우니까.

“경험은요? 아, 연애 경험이요.”

“ㅇ 네 명 정도….”

“아~”

역시 얼굴 값은 하는구만. 네 명이라… 대충 대학때 명당 1년씩만 사귀었다고 생각해도 수지가 맞는다.

음… 해마다 갈아치우는 것처럼 보여서 좀 그렇나. 뭐, 그만큼 남자들이 수현씨의 눈에 들지 않은 거겠지.

“부장님은 누구 만나고 싶다는 생각 없으세요?”

“음… 글쎄요. 이 나이에 누굴 찾기에는 좀 그러네요.”

“흐음….”

수현씨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인다. 나도 부대찌개의 면이 불기전에 빨리 건져서 먹었다. 지금 보니까 면 하나도 안 줄었잖아….

“부장님!”

“깜짝이야.”

덕분에 라면사리를 놓쳐서 국물이 튀겼다.

“아 죄송해요.”

“아뇨. 괜찮아요. 그보다 왜요?”

수현씨가 식당 휴지와 물티슈를 따로 가방에서 꺼내 내 셔츠를 닦아줬다. 뭔가 거리가 가까워지니 순간 혹할 뻔했다.

“이건 제가 닦을 테니까 됐어요. 뭐 말한 거 있어요?”

“네?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점심 마저 먹죠.”

“아, 네…….”

누가 봐도 할 말이 있는 눈치였지만, 일단은 모른 척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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