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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내게 집착한다-6화 (6/96)

〈 6화 〉 수현. (2) ­ Remake

* * *

“아빠 왔어….”

요즘들어 계속 긴장된 마음으로 집에 들어온다. 유희가 또 언제 시작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엌에 있는 식탁에는 저녁 반찬들이 잘 차려져 있고, 감사한 마음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역시 맛있어.’

내가 찌개류를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자주 차려 준다. 오늘은 두부를 듬성듬성 으깨 넣은 된장찌개를 해 줬다.

두부도 좋아해서 많이 먹는다. 특히 찌개류에 들어간 국물 맛 베인 두부들을 좋아한다. 고기를 씹으면 육즙이 나오듯이 두부를 씹으면 찌개 국물이나 기름이 나온달까, 아무튼 맛있다.

당연하지만 밥을 다 먹으면 설거지는 내 담당이다. 유희는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치우는 건지, 내 설거지 밖에 할 게 없다. 가끔은 나한테 넘겨도 좋을 텐데, 고마울 따름이다.

“아….”

생각해 보니 와이셔츠에 국물 튀었었지.

다행히 재킷을 걸치면 안 보이는 위치라 괜찮았지만, 그래도 흰 옷에 국물이 튀면 신경 쓰이는 법이다. 차라리 검정 셔츠를 입었으면 편하게 다녔을 텐데.

와이셔츠를 벗어 빨래통에 넣고, 옷을 벗었다. 요즘 점점 더 더워져서 매일 밤 샤워를 하지 않으면 찝찝해진다.

그리고 빨래통에 익숙지 않은 컬러가 눈에 들어왔다.

“…….”

거의 입어본 적 없는 빨간색깔의 무언가가 세탁망 속에 있는 것이 보인다. 들어 보니 바로 뭔지 알 수 있었어서 내려놓았다.

‘하긴, 유희도 가끔 잊어먹을 수도 있지.’

우리 집에 다른 여자는 없으니 누가 봐도 유희의 속옷, 보통은 미리 빨아서 널어 놓는데, 뭔가 내 빨래와 섞여 있는 모습을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역시 그거 때문인가….

이렇게 오래 있다가 유희에게 들키면 할 변명이 없어 서둘러 욕실로 들어왔다.

─쏴아아아.

일 끝나고 끈적한 느낌을 샤워기로 씻는 느낌은 언제나 새롭다.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다. 물 이 튀기면서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뭔가 ASMR을 듣는 거 같은 느낌마저 난다.

“후우….”

만족스러운 한숨을 쉬며 방에 눕웠다. 피로가 풀리면서 눈이 금방 감긴다. 더워져서 그런가, 체력도 더 빨리 소진되는 느낌이다.

─쿵.

유희가 시작하겠다는 신호. 다행히 오늘은 몸이 지칠 대로 지쳐서, 신경 쓰지 않고 잘 수 있다. 이 소리를 외면하고 눈을 감고 뜨면 아마 다음날 아침이 되어 있겠지.

라고 방심했다.

“하아… 흐응….”

어떻게든 외면해 보려 하지만, 유희의 모습이 상상되는바람에 졸린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유희의 소리가 귀를 간질이면서 아랫쪽이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일부러 나한테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신음 소리를 감상하라는 듯 신음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흥, 흐윽…!”

참아야 한다. 그동안은 내가 연약했다지만 이제부터라도 이 악마의 유혹에 휩쓸리면 안 된다. 혹시라도 유희가 이 광경을 보게 된다면 싸늘한 표정으로 날 쳐다볼 것이다.

“읏!”

뭔가 절정에 이른 걸까, 유희의 신음 소리가 멈췄다. 다행히 오늘은 일찍 끝난 거 같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사고다. 딸이 자위를 한다고 나도 같이 자위하면 쓰나. 인간적으로 성장한 느낌이다.

‘젠장.’

그래도 머릿속에서는 아까 봤던 속옷을 입은 유희가 나를 유혹하는 모습 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잠이 드는데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

상부에게 건의를 했다.

이대로 우리 부서원이 다른 곳에서 사람 취급 받지 못하며 굴려지는 것이 역시 마음에 안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망설여 왔지만, 역시 이건 아니라고 본다.

“부장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

“응? 아니? 왜?”

“그냥 기분 좋으신 거 같아서요.”

“그래 보여?”

뭐… 확실히 기분 좋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나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으니까.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는 나의 자그마한 포부였다. 덕분에 이렇게 건의도 넣을 수 있고 말이지.

“혹시 수현씨랑 무슨 일 있으신 거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에이.”

“일이나 해 일.”

“네엡~”

수현씨가 자꾸 일하면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긴 하지만, 도통 말을 해 주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뭔가 나에게 말할 게 있는 것은 확실한데, 아무래도 출근한 지 이틀 밖에 안 됐기 때문에 내 눈치를 보는 거 같다. 굳이 눈치 볼 필요는 없는데.

이럴 때일수록 상사가 먼저 나서서 부담되지 않게 도와줘야 한다.

…오히려 부담인가?

“수현씨.”

“아, 네. 부장님. 시키실 일이라도 있나요?”

“그게… 그럼 이것 좀….”

이러려는 게 아닌데, 어쩌다 또 일을 맡겨버렸다. 이러다 익명 사이트에서 까이는 거 아니야?

‘하아….’

실제로 익명으로 기업에 대해서 올리는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존재하고, 자기 회사 자체를 까거나, 상사를 까거나, 남의 회사를 까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도 그 사이트에 가입해서 가끔씩 우리 회사나 나를 까는 사람은 없나 하고 찾아는 보지만, 다행히 날 까는 내용은 아직 보지 못했다. 회사를 까는 내용은 많이 보였지만….

이런 곳에 올린다고 당장 영향력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그 특정 대상을 눈치챈 사람들이 있다면, 여론이 순식간에 안 좋아지고, 당사자는 영문도 모르게 사내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그 광경을 몇 번 본적 있다.

‘어떡하지….’

그렇다고 줬던 일거리를 뺏을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건 수현씨가 불평하지 않기를 속으로 바라는 것뿐이다.

부담을 덜어 줘야 하는데, 오히려 부담을 얹어 주는 바람에 아마도 수현씨에게서 할말은 듣지 못할 것 같다.

─뚜루루루

사내망으로 전화가 온다. 누구일까 일단 받았다.

「김 부장님. 인사부 입니다. 건의 하신 거 일단 수용 됐어요. 아마 그쪽으로 이제 전화 안 갈 거예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대신 있는 기간이 짧아질 거 같아요. 1개월 정도는 빨리 나갈 거 같네요.」

“아…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교육시켜 놓겠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설마 이렇게 건의가 빨리 수용될 줄이야. 우리 회사가 이렇게 좋았었나? 보통 일주일은 걸리는 걸로 아는데…. 됐으니 다행이지 뭐.

그리고 수현씨는 유능해서 딱히 교육시킬 것도 없다. 다른 신입들도 이제 거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내가 할 것은 정말 없었다. 뭔가 노는 기분이 들지만, 나름대로 일이 많다.

「수현씨.」

이 소식을 일단 당사자에게 알려야 했다.

「수습기간 3개월에서 2개월로 줄었어요. 아마 수현씨면 더 빨리 정직원 되실 거예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번을 대화 하지만 말투가 모두 사무적이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활발한 성격이었다가 어떤 일로 무뚝뚝하게 바뀌었는지, 아니면 원래 시니컬 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래도 수현씨를 보면 원래부터 시니컬한 성격인 것 같다.

“아, 맞다.”

생각해 보니 건의를 전화로만 넣었지 서류로는 넣지 않았다. 그쪽이랑 친해서 그런지 바로 전해진 거 같다. 그래도 형식상 서류는 갖춰야 하기에 문서를 작성하고 인사부에 건네러 갔다.

“어, 부장님!”

흰 재킷에 검은색 블라우스와 치마. 눈물 점이 예쁜 자리에 찍혀있어, 곁눈질을 하는 모습이 그렇게 섹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목에는 금목걸이. 사장의 딸이라서 그런지 뭔가 진짜 24k 같은 느낌이 든다.

“아, 황 대리. 이거 전해주러 왔어요.”

“뭘 이런걸 다……. 굳이 안 주셔도 되는데.”

“그래도 형식은 지켜야죠.”

내 건의를 상부에 전달해주고, 인사부의 대리이자, 이곳 사장의 딸 황시연 대리다. 보통 낙하산이면 과장이나, 적어도 팀장은 맡고 시작할 텐데, 본인의 희망으로 일반 사원부터 왔다고 한다. 입사한 지는 2년정도 됐다.

그래도 사장의 딸인 걸 알아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이 대할 때 약간 껄끄럽게 대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나는 그런 거 상관없이 평범하게 대한다. 나에게 무슨 짓을 하지만 않는다면 평등하게 대한다는 주의니까.

“감사합니다~”

“저야말로요.”

“저기… 부장님!”

“네?”

“아뇨… 재킷 꺾여 계셔서요….”

뒤쪽 꼬리가 약간 올라간 재킷을 황 대리가 내려 줬다.

“고마워요. 그럼 갈게요.”

“네~”

수현씨보다 어린 황 대리를 보면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라며 추억하곤 한다. 유희를 위해 열정을 불사른 나날, 몸은 지쳤지만 그래도 유희에 대한 열정만큼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하필 지금 점검이라니.”

황대리가 근무하는 곳이 10층이다 보니 계단으로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올라올 대까지만 해도 잘 타고 올라왔는데, 덕분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후우….”

“아, 아아….”

“응? 수현씨. 왜 그래?”

우리 부서로 돌아오자, 자기감정은 하나도 안 보여 줄 것 같은 수현씨가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부장님….”

“응?”

“컴퓨터가….”

“응? 아….”

그리고 그 수현씨가 보고 있는 화면에는, 레드 스크린이 떠 있었다.

~~~

“흐음….”

RAM 과부화, 과도한 프로그램 사용, 프로그램 로드 오류 등, 시스템에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면 블루 스크린이 뜨게 된다.

그리고 그 빨간 버전이 레드 스크린일뿐이다. CPU가 나갔다거나 그런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아니라서, 껐다키면 다시 켜진다. 아마 드물게 떠서 그런지, 많이 당황한 거 같다.

요즘 블루스크린, 레드스크린 보다 무서운 것은 :( 하고 QR코드가 떠 있는 화면이다. 그건 아예 부팅부터가 손상된 거라서 OS를 다시 깔아야 하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수현씨를 위해 전원 버튼을 두 번 눌러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켰다. 다행히 문제없이 잘 켜졌다.

생각해 보니 이걸 핑계로 새 컴퓨터를 살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뭔가 아쉽구만.

“켜져서 다행이네요.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네….”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실수해서 많이 당황 한 것 같다. 뭐, 이건 실수도 아니지만. 그리고 이것보다 더한 실수를 해도 잘리지 않는다. 실제로 최 과장이 하드를 날렸을 때도 아무 일도 없이 잘 다녔으니까.

생각해 보니 혜진씨도 레드 스크린 떴었지… 진짜 컴퓨터가 구린 거 아닌가.

“아, 부장님.”

“네?”

“그… 감사합니다….”

“네… 뭐….”

감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혜진씨처럼 호들갑 떨진 않아서 다행이다. 그때만 생각하면 어우….

자리에 복귀하니 수현씨에게서 메신저가 왔다.

「부장님, 퇴근하고 시간 되시나요?」

「네. 근데 왜요?」

「감사합니다. 질문할 게 많아서요. 부장님 컴퓨터 잘 사용하시는 거 같아서…」

「아하…」

기본적인 거라고 본다만… 하긴, 우리 부서에서 제일 컴퓨터에 관심 많은 건 나니까. 항상 최신으로 유지하고 있기도 하고.

‘모르는 것만 안 물어 봤으면 좋겠는데.’

아마 길어질 것 같으니, 유희에게 늦는다는 문자를 보냈다.

~~~

「아빠 늦게 들어올 거 같으니까 저녁 안 차려도 돼.」

마침 딱 저녁을 준비하려는 시점에, 아빠에게서 톡이 왔다.

“늦게 와…?”

아빠는 늘 야근 하면 “오늘 야근이라 늦을 거 같아.” 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야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건 야근 하고 오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설마…….’

회사에서 억지로 끌려갈 수도 있는 거지만, 아빠는 부장이다. 오히려 끌어갈 위치지 끌려갈 사람은 아니다. 게다가 아빠는 술을 별로 안해서, 회식도 두 달에 한 번 꼴로밖에 안 한다.

물론, 이때도 회식을 한다고 말한다.

아빠가 아무 이유도 대지 않았다는 것은, 누군가와의 저녁 약속일 것이다. 상대가 남성이면 좋겠지만, 만약 여성이라면…….

‘확인해 봐야겠어.’

아빠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컴퓨터의 로그인 된 아빠의 톡(잘 때 몰래 인증했다)을 확인해 보니, 친구 창에 노란색이 떴다.

“강수현…?”

누구지 이 사람은?

검은색 긴 머리에, 정장을 입어서 그런가, 뭔가 세련된 느낌이 난다. 꿰뚫는 듯한 고양이 눈매에,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확실히 예쁘다.

「Pranco.」

강수현이란 사람의 상태 메시지. 명언 같으면서도 이름 같은 단순한 단어다.

─탁탁탁탁.

뭔 뜻인지 모르겠으면 검색하는 게 제일이다.

“이건…….”

검색결과에 가장 먼저뜬 X튜브 링크. 썸네일에는 『미친 게임』이라는 굵은 글자가 사진을 가리고 있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인트로가 나오고, 딱 봐도 이상하게 생긴 게임과 오른쪽 아래에는 한 여성이 비췄다.

“이건….”

완전한 바니걸 복장. 보정도 해서 그런가, 안 그래도 하얗던 피부가 더 하얗게 보였다. 게다가 저 가슴골, 뭔가를 끼워 넣으면 터질 정도로 부푼 가슴이 눈에 띄었다.

이런 꼴로 방송을 해서 유명해졌다니. 정말 상스럽기 짝이 없다. 뭐, 저마다의 마케팅 포인트가 있으니 내가 상관할 건 아니지만.

「꺄아아아아아!」

제목답게 게임이 정말 미쳤다. 세이브 로드도 없고, 떨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올라가야 하는 말 그대로 생노가다형 게임이었다. 즉, 무조건 올 클리어 할 때까지는 게임을 끌 수가 없다. 끄면 처음부터 다시해야 하니까.

강수현이 순간의 실수로 떨어지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 영상 화면상으로 보이는 채팅들이 모두 ‘ㅋㅋㅋㅋㅋ’로 도배된다.

‘생방송도 하는 건가?’

X튜브엔 없고, 다른 사이트를 찾아서 검색하니 정말로 강수현의 사진이 박혀있는 계정이 나왔다. 팔로워가 5만명인 좀 큰 방송이었다.

「오늘은 휴방입니다~ 미안미안 >

공지글을 보니 오늘은 휴방이라고 써 있다.

‘설마….’

아빠는 진짜 이 사람이랑 있는 건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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