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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 줍는 힐러-59화 (59/130)

59화

개인주의가 찡찡대며 울고 있을 때였다. 그동안 조용히 있던 지구침략이 생각지도 못한 말로 길드를 뒤흔들었다.

[길드] 지구침략: 남겨 둔 자리 카젤님 기다린 거 맞아

[길드] 개인주의: 헐??? 정말요? @[email protected]!!!

[길드] Snow: 자진신고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빼 오기라도 할 작정이었던 건가;;;?

[길드] 월차연차휴가: 진짜???

[길드] 일시불: 아니면... 카젤 형님이 나오는 걸 대장님은 알고 있었다든지?

[길드] 지구침략: 둘 다 아니야

[길드] 월차연차휴가: 그럼 뭔데요 형?

[길드] 개인주의: 몬데몬데 ;ㅇ;

[길드] 일시불: 몰까몰까 ;ㅅ;

길드원들의 재촉에도 지구침략은 한동안 침묵했다. 촐싹거리던 막내들이 서서히 입을 다물 무렵 그는 그제야 제가 알고 있던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길드] 지구침략: 확팩 나오기 전에 이상한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 그게 카젤님에 관한 이야기였어

[길드] Snow: 무슨 이야기요?

[길드] 여름n모기: 불길하다...

[길드] 지구침략: 블랙체리가 카젤님 대신 레이드 팀에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길드] 개인주의: ?????

[길드] 일시불: 네???

[길드] 바나나: ......

[길드] 월차연차휴가: ㅡㅡ 아니... 진짜요? 시불이가 한 말이 사실이라고?

[길드] 지구침략: ㅇㅇ 리밋이가 지인한테 들었다고 했어. 그 사람이 블랙체리랑 아는 사이인데 본인한테 들었다고 했거든. 그래서 나랑 멜로디는 알고 있었지

[길드] 개인주의: 아니 그럼!!! 바로 데려왔어야죠!

[길드] Snow: 그러게????? 왜 여태 놔둔 건데?

리미티드와 지구침략, 그리고 멜로디는 알고 있었다는 말에 리프 길드원들은 경악했다.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빨리 데리고 왔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길드] 지구침략: 확실하지 않은 일이잖아. 어떻게 보면 카더라랑 다를 바 없으니까. 그래도 마냥 무시할 순 없어서 주시는 하고 있었지

[길드] 월차연차휴가: 허헛...

[길드] 지구침략: 그때 천상검이랑 블랙체리가 카젤님 욕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제멋대로인 사람에 본인이 공대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남 깎아내리는 데 혈안에 콧대만 높아서 사람들 무시하기 일쑤라고. 그래서 천상검이 골치 아프다고 그랬대

[길드] 개인주의: ?????????

[길드] 일시불: ??????????????????

[길드] 바나나: 그거 누구 이야기하는 거야?

[길드] 여름m모기: 내가 아는 카젤님이 아닌데?;;;;

[길드] 개인주의: 대체 뭔 헛소리죠ㅠㅠㅠㅠ??? 자진신고 길드랑 싸울 때 내가 그 팀원들에 대해서 다 알아봤었는데 카젤 형 아는 사람들은 그런 말 안 했어요! 그쪽 길드 사람 중에 가장 클린했던 게 카젤 형이랑 벌꿀오소리 님이었다고ㅠㅠ!

개인주의는 라나탈에서 알아주는 핵인싸였다. 그는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고, 자유게시판이나 사사게 등 라나탈에 관한 모든 정보를 본인이 알아야 한다는 이상한 집착을 하고 있었다.

자진신고 길드와 싸웠을 때 이미 그 사람들에 관한 정보를 다 수집해 둔 터라 카젤이 어떤 사람인지도 미리 알고 있었다.

카젤은 자진신고 길드에 들어가기 전까지 막공을 전전했는데, 공대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열정과 컨트롤을 칭찬했다. 공략도 클래스별로 알아 와서 차근차근 알려 주기도 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체크해서 진행을 도왔다고 한다.

게다가 사람들이 실수해도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는데, 항상 마지막까지 살아 있고, 기믹도 본인이 다 맡아서 하고, 그러면서도 투덜거리거나 으스대지 않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풀고자 노력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 성향에 맞게 두 길드가 지저분한 싸움을 할 때도 카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리프 길드원들은 자진신고 길드 사람들을 싫어했지만, 카젤과 벌꿀오소리에게만큼은 유감이 없었다. 오히려 호감을 가졌으면 가졌지.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남을 깎아내리고 콧대가 높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길드] 지구침략: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어떤 사람인지는 확실하게 알아야지. 멜로디가 악탑에서 만났을 때는 그런 사람 같지 않다고 해서 일반 던전 같이 해 보자고 한 거고

[길드] 개인주의: ...그때 그럼 견적 다 나오지 않았어요? 우리 진짜 재미있게 했는데? 카젤 형 성격 엄청 좋았고 컨트롤도 장난 아니었는데??

[길드] 지구침략: 그게 문제였어

[길드] 일시불: 엥? 그게 왜 문제예요?

[길드] 지구침략: 천상검은 블랙체리를 데려오고 나서도 카젤님을 내치지 않았어. 그런 상황에서 천상검이랑 블랙체리가 이런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우리한테 오라고 했으면 믿었겠어? 사람 빼가려고 이상한 짓 하는 사람처럼 보이면 모를까;

[길드] 지구침략: 게다가 그렇게 나왔다고 쳐도 나중에 욕먹을 사람은 카젤님이지. 갈아탔다고 저격할 게 뻔해서...

[길드] Snow: ...

[길드] 바나나: ....

[길드] 지구침략: 어쨌든 카젤님 반응은 나쁘지 않아서 우리도 잘못 알고 있는 건가 하고 생각했지. 그저 블랙체리가 길드에 들어간 것뿐인데 오해한 건 아닐까 하고

[길드] 개인주의: ....

[길드] 지구침략: 무엇보다 지난 시즌에 자진신고가 우리 뒤를 바짝 쫓아올 수 있었던 이유가 카젤님과 벌꿀오소리님이 합류해서잖아. 퍼클을 노릴 수 있게 만든 주역을 그렇게 쉽게 내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길드] 월차연차휴가: 하긴...

[길드] 일시불: ...카젤 형님도 예상하지 못했겠네여

[길드] 지구침략: ㅇㅇ 근데 일던이랑 영던이랑 악탑까지 제외당하니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셨나 봐. 대놓고 천상검한테 물어봤다고 하더라. 레이드는 같이 하는 거냐고. 그러니까 천상검이 당연히 같이 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대. 그래서 그때 우리는 반쯤 포기했었어

[길드] 개인주의: 아니... 근데 왜 그런 거짓말을 해요? 블랙체리 데려와 놓고?

[길드] 일시불: 아... 나 뭔지 알 것 같아...

[길드] 바나나: 뭔데?

[길드] 연차월차휴가: ...설마

[길드] 일시불: 열흘 뒤에 3.1 패치 나오잖아. 웬만한 공대들은 확팩 초반에 사람 다 구했을 거란 말이야; 이런 시기에 떨어져 나가면 다른 공대 들어가는 게 거의 불가능해;;;;

[길드] 개인주의: ...미1친

[길드] Snow: 헐?

[길드] 바나나: 그렇게까지 한다고...?

[길드] 일시불: 와...

[길드] 월차연차휴가: ...

지구침략의 설명을 모두 들은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진신고 길드 사람들과 싸울 때 빻은 인성은 이미 경험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설마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이야.

한동안 리프 길드의 채팅창은 침묵에 휩싸였다. 사람들이 마음을 가다듬은 건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였다.

[길드] 여름n모기: 근데 카젤님 연락은 되나?

[길드] 바나나: 멜로디가 전화하고 있는 거 같은데... 말 없는 거 보니까 안 받는 거 같아

[길드] 개인주의: 으.... 안 돼 ㅠㅠㅠ 형 도라와ㅠㅠ

[길드] 월차연차휴가: 카젤님을 놔줘서 다행이긴 한데... 하씨... 기분 별로네;;;

[길드] 바나나: 맞아-_-

[길드] Snow: 근데 카젤님은 아직 모르지 않아? 우리 한 자리 비어 있는 거

[길드] 지구침략: 모르시지

[길드] 바나나: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을 그딴 식으로 취급하다니ㅡㅡ 굴러들어 온 복을 발로 차다 못해 짓이길 줄이야.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

[길드] 일시불: 길드전 신청하고 싶다... 필드에서 보이는 족족 다 죽이고 싶어여 ㅠㅠㅠㅠㅠ

리프 길드원들은 동감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 놓고 낄낄거리고 있을 녀석들을 생각하자 속에서 열불이 났다.

[길드] 여름n모기: 근데 얘들아... 멜로디도 화가 많이 나 있네;;

[길드] 지구침략: 응?

[길드] 여름n모기: 단톡방에 봐 봐 나 쟤 저렇게 화나 있는 거 처음 봄;;;;;

[길드] 월차연차휴가: 오... 우리 대장도 제대로 빡쳤나 보네

리프 길드원들은 길드 단톡방을 확인하며 짧게 탄식했다. 멜로디가 비속어가 섞인 욕설을 쓰는 걸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자진신고가 도발할 때도 피식 웃고 말았던 사람이 멜로디였으니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저를 귀찮게 했던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게임을 접게 만들 때도 그는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얼마나 버틸지 즐겁게 구경하기만 했다.

길드원들은 그의 분노 역치가 높은 건지, 그저 관심이 없는 건지 헷갈렸다. 일반적인 반응은 아니었으므로. 마치 복잡한 인간사를 벗어나 저 높은 구름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오늘에서야 그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역치가 높은 것도 아니었다.

그의 마음을 흔들 만한 것이 없던 것뿐이었다.

[길드] 개인주의: 대장님이 카젤 형이랑 친해졌나 보다. 엄청 마음에 들었나 바! ٩( *˙0˙*)۶

[길드] 바나나: 그렇게 쫓아다닌 거 보면 뻔하지

[길드] 여름n모기: 하긴... 파티 콘텐츠 아니면 맨날 혼자 하던 길마님이 웬일인가 싶었다;;; 거의 맨날 붙어 다니던데

[길드] 지구침략: 그럼 문제없겠다 ㅎ 멜로디가 화났으면 가만둘 리가 없으니까

[길드] 일시불: 헐... 그러네? +_+

[길드] Snow: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가라앉았음ㅋㅋ

[길드] 월차연차휴가: ㅋㅋㅋㅋ

[길드] 리미티드: 그럼 우린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요

[길드] 바나나: ㅇㅇ 어차피 카젤님 연락처 가지고 있는 사람도 멜로디뿐이니까 기다려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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