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딜러 줍는 힐러-62화 (62/130)

62화

[길드] 개인주의: 꺄하하하하하!!! 카젤 형!! 드디어 오셨다!!! 오셨어!!!!‪ヾ(๑ㆁᗜㆁ๑)ノ”

[길드] 일시불: 카젤 형님^0^ 아이디 아래에 달린 게 무척 잘 어울리네여!

[길드] 지구침략: 반가워요 카젤님 ㅎㅎㅎㅎ

[길드] 바나나: 이거지 ㅋㅋ 이거야! 카젤님 환영합니다!!

[길드] Snow: 잘 지내 봐요! 카젤님 +_+

[길드] 월차연차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젤님 어서 와요 완전 환영함!

[길드] 여름n모기: ㅎㅎㅎ 드디어 오셨다;; 반가워요!!

[길드] 리미티드: 어서 오세요

[길드] 카젤: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

레이드 팀원들 이외 일반 길드원들도 환영해 주자 주하도 가입 인사를 건넸다. 전 길드에선 단 한 번도 이렇게 반겨 주는 인사를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기도 했고, 또 제게 시선이 너무 과하게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기저에 있는 건 들뜬 감정이었다. 인사를 건네고 받는 이 별것 아닌 것들이, 전에는 보기 어려웠는데 이곳에서는 당연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곳에 온 기분이었다.

[길드] 개인주의: 이런 말 하면 괜찮을까 모르겠는데... 자진신고한테 고맙다고 절이라도 하고 싶음. 땡큐다!! 이 자식들아! +ㅁ+

[길드] 일시불: 카젤 형님 죄송요; 개주가 지금 좀 미쳐 있음;;

[길드] 카젤: 괜찮아요ㅋㅋ

[길드] 바나나: 그러고 보니... 개주랑 시불이는 카젤님 나이 알아? 계속 형이라고 하네?

[길드] 개인주의: 게임 잘하는 사람은 다 형이니까요!

[길드] 일시불: ㅇㅇ 근데 나이 물어봤는데 팅겨 나옴... ^^

[길드] 바나나: 너희가 물어서 그런 거 아닐까? ㅋ

[길드] 개인주의: 헐?

[길드] 일시불: ...형님 정말입니까?

주하는 아차 했다.

솔직히 제 나이를 밝히고 말을 놓는 거야 상관없지만, 멜로디가 애매하게 껴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존댓말을 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신경이 쓰였다. 안 그래도 이전에 절대 신상 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리프 길드에 들어오게 되었더니 외면했던 것들이 슬그머니 몰려오고 있었다.

‘……멜로디가 나보다 형이면 어떻게 하지.’

가장 좋은 건 동갑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진 않았다. 개인주의와 일시불이 스무 살이고 막내였다. 그들이 리미티트에게 형이라고 불렀고, 리미티드는 멜로디에게 형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멜로디가 최소 스물두 살 이상이라는 건데. 저와 같은 나이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냔 말이다.

‘아무래도 나이는 숨겨야 할 것 같지?’

이제 와서 멜로디에게 형…… 이라고 하면 ‘너’라고 했던 과거의 기억들이 제 발목을 붙잡을 것 같았다. 그리고 형이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기도 했고.

주하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눈을 부릅떴다.

[길드] 카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길드] 바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바나나: 내가 시도해 봄

[길드] 카젤: 시도해도 똑같을 겁니다;;

[길드] 바나나: 헐... 왜요?

[길드] 카젤: 비밀이기 때문이죠 ^^

[길드] 일시불: 앜ㅋㅋ 나나 누나도 실패ㅋㅋ

[길드] 월차연차휴가: 비밀이라고 하니까 더 궁금하넼ㅋㅋ 대장님이랑 말 놓는 거 보니까 동갑일 것 같은데

[길드] 개인주의: 오! 그럼 누나들 친구 생기는 건가?! 좋겠다ㅋㅋ

[길드] 카젤: 음... 조금 더 친해지면 그때;

[길드] 바나나: 그래ㅋㅋ 너무 들이대지 마. 그러다 카젤님 도망가겠다

[길드] Snow: ㅇㅇ 천천히 친해지면 되지

[길드] 지구침략: 그리고 동갑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 ㅎ 형일 수도 있고, 동생일 수도 있고

[길드] 바나나: 오! 그럼 내 나이라도 알려 줘야겠군

[길드] 카젤: 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 괜찮아요;; 말씀 안 하셔도 돼요;

카젤의 다급한 거절에 바나나의 눈이 반짝였다. 본인 나이를 알려 주지 않는 거야 그럴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나이까지 알고 싶지 않다? 그것도 멜로디와 동갑인 자신의 나이를?

바나나는 개인주의와 일시불이 인정하는 눈치왕이었다. 그녀는 멜로디와 카젤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슬그머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길드] 바나나: 오호라

[길드] 개인주의: 뭐지... 나나 누나 뭔가 눈치챈 느낌인데!

[길드] 일시불: 역시 같은 팀일 땐 든든해!

[길드] Snow: 다른 팀일 때는 무서워? ㅋㅋㅋ

[길드] 일시불: 당연하져! 나나 누나 눈치가 얼마나 빠른데;

[길드] 바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개인주의: 그나저나 왜요? 뭔데요! +_+ 궁금하니까 빨리 알려죠요 나나 누나!

[길드] 바나나: 카젤님과 진지한 대화를 좀 나눠야 할 것 같아 ^^

[길드] 카젤: ;;;;;;;;;;;;

[길드] 멜로디: 오자마자 놀리려고?

[길드] 바나나: ㅋㅋ 재미있는 걸 알아낸 거 같아

[길드] 멜로디: 쟤 오늘 정신없는데 너까지 보태냐? 적당히 해ㅋㅋ 도망가는 거 잡아 오려면 힘들어. 얼마나 잠수를 잘 타는데ㅋ

[길드] 카젤: ......

[길드] 바나나: 흐음ㅋㅋㅋ

[길드] 멜로디: 일단 나 자리 좀 옮긴다

[길드] 바나나: 천천히 와 ^^

저게 더 불길하다는 걸 모르는 걸까. 아니, 바나나는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하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멜로디가 게임을 종료하자마자 바나나에게서 귓속말이 들어왔다.

[귓속말] 바나나: ^^

[귓속말] 카젤: ;;;;

[귓속말] 바나나: 어케 다른 날에 면담할까용?

[귓속말] 카젤: 그게...

[귓속말] 바나나: 보니까 대에에충 눈치챈 거 같은데 ^^ 은근슬쩍 피하려 하시네. 나야 상관없는데 괜찮겠어요? 멜로디랑 이대로 지내는 거? 카젤님 속만 시끄럽지 않을까 싶은데?

[귓속말] 카젤: ......

역시 신은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주하는 손에 이마를 기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당황했더니 힌트를 주고야 말았다. 이래서 사람은 속이고 못 사는 건가 보다.

[귓속말] 카젤: ...나이가 정확히 어떻게 되시는데요?

[귓속말] 바나나: 슴여섯임다 ^^

[귓속말] 카젤: ㅠㅠ

[귓속말] 바나나: ㅋㅋ 혹시 이런 거 불편하세요? 말 놓고 그러는 거 ㅎㅎ

[귓속말] 카젤: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귓속말] 바나나: ㅇㅋ 그럼 정리되면 말해 줘요ㅋㅋㅋㅋ 멜로디 뒤끝 심한 거 알죠? ㅋ

[귓속말] 카젤: ......잘 알죠

아무래도 교통정리가 필요할 듯하다. 어색하고 적응하기 어렵긴 해도 계속 너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모르고 한 실수는 그러려니 해도, 알면서 하는 건 실수가 아니었다. 그것도 네 살 차이 나는 형이 아니던가.

길게 한숨을 쉬며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천천히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자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쳤다.

“…….”

오뚝한 코, 살짝 말려 올라간 입꼬리, 새카만 눈동자,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서 조각한 것 같은 섬세한 남자.

저를 구경하고 있던 사람은 저번에 봤던 그 남자였다. 그는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눈을 길게 휘며 웃었다. 그러곤 또다시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인사를 한다. 두어 번 마주치기도 했고, 같은 게임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친밀감을 느끼는 듯했다.

주하도 적당히 고개를 숙여 묵례를 건네고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제 옆에 포커 게임을 하는 중년 아저씨를 지나 그 옆자리에 앉았다. 컴퓨터를 켜며 또다시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게 느껴졌다.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서도 시선이 느껴지니 괜히 오른쪽 얼굴이 굳는 기분이었다.

슬그머니 얼굴을 문지르며 다시 게임 화면에 집중했다.

그런데 어느새 귓속말 대상이 바뀌어 있었다. 바나나와는 얼추 대화를 끝내긴 했는데 곧장 다른 이가 귓속말을 보낸 것이다.

그 사람은, 자진신고에 있는 벌꿀오소리였다.

[귓속말] 벌꿀오소리: ......

[귓속말] 벌꿀오소리: 카젤님... 나 지금 좀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는데... 정말 길드 스스로 나가신 거?

그녀의 질문에 순간 주하의 미간이 구겨졌다. 길드는 제 발로 나간 게 아니라 멍하니 있다가 쫓겨난 건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설마 천상검이 거짓말을 한 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만 튀어나왔다.

[귓속말] 카젤: 누가 그래요? 제가 알아서 나갔다고?

[귓속말] 벌꿀오소리: 다들 카젤님이 나가서 블랙체리가 자리 메꾸게 됐다고 말하는데? 사실 아님?

[귓속말] 카젤: ㅋㅋㅋ 당혹스럽네... 벌꿀님 거기 길드 창고 봐 보세요. 재료 그대로 있죠?

[귓속말] 벌꿀오소리: ....ㅇㅇ

[귓속말] 카젤: 제가 스스로 나갔으면 그거 다 들고 나가지 않았을까요?ㅋㅋㅋ 제가 캐서 넣어둔 거잖아요

[귓속말] 벌꿀오소리: ......

[귓속말] 카젤: 그거 챙기지도 못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추방당했어요. 천상검이 저랑 레이드 같이 하기 어렵다고 하면서요

[귓속말] 벌꿀오소리: ?????? 몬 소리임?

[귓속말] 카젤: 그동안 제가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하던데요

[귓속말] 벌꿀오소리: 아... ㅅㅂ 어쩐지 이상하더라.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갑자기 나갈 사람이 아닌데

떠올려 보면 벌꿀오소리 덕분에 지금까지 자진신고에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마저 없었다면 더 빠르게 고립됐거나 쫓겨났을지도 모른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귓속말] 카젤: 미안해요. 뭘 어쩌기도 전에 끝나 버려서... 저도 좀 당황했거든요. 이상하게 벌꿀님 없을 때만 꼭...

순간 의문이 생겨났다. 벌꿀오소리가 없을 때만 일이 벌어지던 게 정말 우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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