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딜러 줍는 힐러-67화 (67/130)

67화

[길드] 월차연차휴가: 대장님!! 대장님이 허락해 줘;;

[길드] 멜로디: 난 손 뗐어. 쟤들 닦달하는 거 감당할 수 있으면 들어가 보든가

[길드] 여름n모기: ;;;;;;

[길드] 지구침략: ;;;

[길드] 월차연차휴가: ......

[길드] 일시불: ......

[길드] 바나나: 봤냐? 우리의 위상을?!ㅋ

[길드] Snow: 봤냐고!! ㅋㅋㅋㅋ

[길드] 멜로디: 참고로 이상하게 만들면 다 철거해 버릴 테니까 대충 하지 마라 ^^

멜로디에게 뭐든 대충이란 없는 법이었다. 그럼 그렇지. 주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바나나와 Snow가 야유를 보내는 걸 즐겁게 보고 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멜로디의 파티 초대가 들어왔다. 주하는 기다렸다는 듯이 수락을 눌렀다.

[파티] 멜로디: 랜덤 박스 샀어?

[파티] 카젤: ㅇㅇ 일단 100개 샀어

[파티] 멜로디: 언제 까려고?

[파티] 카젤: 지금은... 촉이 좋지 않아 --;; 점심 지나서 할까 하는데

[파티] 멜로디: ㅋㅋㅋㅋㅋㅋ

[파티] 카젤: 형은 샀어?

[파티] 멜로디: 아직 너 할 때 같이 하려고 기다리는 중

[파티] 카젤: 왜? 먼저 해도 되는데

[파티] 멜로디: 네 운 가져와야지 ㅋㅋ

[파티] 카젤: ㅡㅡ

하여튼 말도 참 예쁘게 해. 눈앞에 있으면 입술이라도 꼬집을 텐데. 주하는 아쉬움 담긴 한숨을 내뱉었다.

[파티] 멜로디: 다들 바쁜 것 같으니까 업적이나 하러 가자

[파티] 카젤: ㅇㅇ 대신 펫은 각자 따로 좀

[파티] 멜로디: ㅋㅋㅋㅋ

[파티] 카젤: ㅇㅇ?

[파티] 멜로디: ㅋ

[파티] 카젤: 웃지만 말고 대답 좀요, 님? --^

[파티] 멜로디: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너랑 나랑 계속 붙어 있을 건데ㅋㅋ 헛된 희망은 버리자 주하야^^

[파티] 카젤: 아오 진짜ㅡㅡ

[파티] 멜로디: ㅋㅋㅋㅋ

이러다 진짜 제 운을 다 가져가 버리면 어떻게 하지? 다른 건 몰라도 랜덤 박스는 타격이 좀 큰데. 죄악의 탑 황금 게이트를 툭툭 열어 대는 선율 형이라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죄악의 탑 운도 그렇게 가져간 거 아냐?

주하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멜로디를 응시했다.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형과 함께 무언가를 할 때마다 제가 항상 지는 것 같았으니까.

[파티] 멜로디: 그만 노려보고 빨리 울부짖는 평원으로 와

가늘게 뜬 눈이 순간적으로 크게 벌어졌다. 어떻게…… 알았지? 어디서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선율 형은 제 행동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눈치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제 반응도 너무 쉽게 읽히는 게 문제 같았다. 조금 더 창의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어쨌든 이 고민은 나중으로 미뤄 두고 우선 울부짖는 평원으로 향했다.

하얀 고양이를 탄 자신의 캐릭터를 쳐다보던 주하는 손끝으로 화면을 툭 쳤다. 그의 손끝이 닿은 곳은 고양이의 이마였다. 진짜 꿀밤이라도 맞은 것처럼 고개를 흔드는 고양이를 보며 주하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수리를 마친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살랑이며 훑고 지나갔다.

***

<멜로디 님이 SS등급 펫 합성에 성공했습니다.>

연달아 펫 합성에 실패했다는 메시지 위로 갑자기 굵고 큰 폰트의 메시지가 떴다. 월드 알림이었다. 그뿐인가, 파란색 폰트로 파티 시스템 메시지도 동시에 떴다. 화려한 팡파르를 터트리는 성공 소식에 주하는 헛웃음을 토해 냈다.

“허…… 와, 진짜.”

—성공했네.

익숙하다는 듯, 아니면 별것 아니라는 듯 담담한 음성이 더해지니 왜 배가 슬그머니 아픈 것 같은지.

예정했던 점심시간이 아닌 레이드가 열리기 두 시간 전인 오후 5시에 펫 합성을 시작했는데, 선율 형이 먼저 SS등급 펫 합성에 성공했다. 랜덤 박스에서 재료가 나오는 것도 운이 좋더니 기어코 합성까지 한 번에 끝내 버리다니.

주하는 기운이 빠져 의자에 스르륵 무너졌다.

—나 축하 안 해 줘?

“어엉. 축하해.”

—진심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는데?

“아…… 몰라.”

—마음을 곱게 가져 봐, 주하야.

저리 말하면서 음성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단전에서부터 올라온 답답함이 한숨이 되어 흘러나갔다.

[길드] 개인주의: ...이럴 줄 알았어 ㅠ

[길드] 일시불: 새삼스럽지도 않다......

[길드] 지구침략: SS등급 생각보다 확률 낮은 거 같은데;;

[길드] 월차연차휴가: 실질적으로 가챠가 두 번이잖아 형ㅠㅠ 랜덤 박스에서 재료 구하는 게 한 번. 그 재료로 합성하는 거 두 번. 당연히 확률 낮지 ==;;

[길드] 개인주의: 저 그래서... 오늘은 S등급으로 만족하려구요... 생각보다 돈 많이 썼음 ㅠㅠ

[길드] 일시불: 나도 ^^;;

[길드] Snow: 나나야 우리도 슬슬 랜박 돌리자; 하우징은 좀 천천히 해야겠어

[길드] 바나나: ㅇㅇ

길드원들은 익숙한 일인 듯 동요하지 않았다.

멜로디는 그동안 사용하던 펫을 해제하고는 SS등급으로 만든 펫을 꺼냈다. 새로 나타난 것은 검은 고양이었다. 그 주변엔 최고 등급이라는 걸 뽐내려는 건지 이펙트가 화려하게 일렁였다.

“뭐야, 웬 검은 고양이? 인형 펫 안 쓰고?”

—SS등급은 당연히 너 닮은 검은 고양이로 해야지.

“…….”

—그래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잘했지?

“아, 예.”

—너도 흰 고양이 그대로 할 거지?

“난 얘밖에 안 써서.”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는지 선율 형은 한껏 다정한 목소리로 “그래”라며 대답했다. 무슨 생각을 하든 정정해 주고 싶었지만, 기운이 빠져 있는 터라 그마저도 귀찮았다.

의자에 축 늘어져서 멍하니 화면을 보다가 가방을 열고 랜덤 박스를 확인했다. 남아 있는 박스는 총 50개. 더 사야 할까 고민하는데, 거래가 들어왔다.

“응? 왜?”

—남은 랜덤 박스 줄 테니까, 이것도 해 봐.

“진짜? 나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어서 거절 못 해.”

—그래, 다 줄 테니까 열어 봐.

“그럼 사양하지 않고.”

거래를 수락하자 품목을 올리는 창이 떠올랐다. 그런데 척척 올라오는 랜덤 박스에 주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몇 개를 주는 거야?”

—남은 거라니까.

“아니, 500개는…… 좀.”

—눈에 뵈는 거 없다며? 빨리 받아.

기껏해야 10개, 50개 정도를 생각했지, 500개나 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갑자기 그 아래 다른 물품이 추가되었다. 합성 펫 재료 16개였다.

—남은 재료도 있었지, 참.

“…….”

—모자라? 더 줘? 기다려 봐, 구매해야 해.

“잠깐! 알았어, 이것까지만 받을게.”

뜸을 들일수록 늘어만 가는 물건에 주하는 다급히 수락을 눌렀다. 부담감을 제대로 느낄 시간도 없었다. 가방에 들어온 물건들을 얼떨떨하게 바라볼 수밖에.

—부족하면 더 사 줄 테니까 빨리 해 봐.

“……돈을 너무 막 쓰는 거 아냐?”

—막? 이게 막 쓰는 건가? 필요하니까 쓰는 건데.

“형한테 필요한 게 아니잖아.”

—나한테 필요한 거 맞아. 내 딜노예 딜이 좋아져야 내가 편하지.

“…….”

선율 형은 허튼소리를 뱉어 놓고 잘도 웃었다. 그놈의 딜노예는 미남 카젤과 함께 평생 들을 운명인가 보다.

—어쨌든 걱정하지 마. 나는 써도 되니까.

어이없는 소리는 그렇다 쳐도, 본인은 써도 된다니. 이건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가. 뭐, 어디 건물주라도 되나?

—응.

“응?”

—건물주 맞는데. 빌딩 두 채 있어.

“……헐?”

생각한다는 걸 중얼거렸나 본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선율 형이 진짜 건물주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빌딩 두 채. 저도 못사는 건 아니지만, 선율 형은 레벨이 달랐다. 당황해서 입만 뻐끔거리고 있는데,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건물주라고 마냥 노는 건 아니야. 가끔 개인적인 일 있다고 자리 비우잖아. 그거 일하러 가는 거야.

“가끔이라……. 한 달에 한두 번?”

—그 정도는 아니야, 한 달에 두세 번?

“아하?”

제가 어이없어하는 걸 느꼈는지 선율 형은 소리 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관리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래”라며 말했다. 참으로 훌륭한 변명이었다.

어쨌든 건물주님이라고 하니 부담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우선 합성 재료 16개를 사용해 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해 봤지만, 역시나 SS등급은커녕 S등급도 나오지 않았다. S등급이 나오면 아쉬운 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발 뭐라도 좀 나왔으면 좋겠다.

주하는 가방에 있는 랜덤 박스에 시선을 돌렸다. 총 550개. 그동안은 열 개씩 묶어서 열었는데 그렇게 하다간 오래 걸릴 것 같았다.

하나하나 음미하는 것도 개수가 적을 때나 할 수 있는 거지, 이렇게 많으면 그것도 일이었다. 주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최대 개수인 99개를 한 번에 올리고 박스를 열었다. 그러자 획득 알림이 주르륵 올라갔다.

<합성 펫 재료를 획득했습니다.>

<합성 펫 재료를 획득했습니다.>

<합성 펫 재료를 획득했습니다.>

<합성 펫 재료를 획득했습니다.>

<방어구 능력치 두루마리를 획득했습니다.>

<합성 펫 재료를 획득했습니다.>

<합성 펫 재료를 획득했습니다.>

<라세아 잉어 10마리를 획득했습니다.>

“어……? 뭐야.”

—왜? 잘 나왔어?

“99개 열었는데 25개 나왔어!”

주하는 늘어져 있던 몸을 바짝 세우며 눈을 빛냈다. 그동안 죽어라 안 나오더니 드디어 운이 트이기 시작한 건가? 제발 이번엔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마음을 가다듬고 재료를 사용해 하나씩 합성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A급, 두 번째는 B급, 세 번째는 D급, 네 번째도 D급.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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