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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 줍는 힐러-74화 (74/130)

74화

[공격대] Snow: 그거 아니었으면 템 강화 더 하고 왔어야 했을걸? ㄹㅇ 피통이 애매하게 부족했어

[공격대] 개인주의: ㅁㅈ 보석술사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네요+_+

[공격대] 카젤: ㅋㅋㅋ 그럼 개주가 보술 부캐로 ㄱㄱ?

[공격대] 개인주의: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죠 ^^;

[공격대] 카젤: ...^^

[공격대] 개인주의: 흠흠... 아이템 뭐 나왔는지 볼까

개인주의는 카젤을 피해 보물 상자로 쪼르르 달려갔다. 능청스러운 개인주의를 응시하던 주하는 결국 작게 웃고 말았다. 하여튼 못 말리는 녀석이었다.

두 개의 상자 앞에 선 개인주의는 어떤 것부터 열까 고민하며 눈을 굴렸다. 결정을 내리는 건 쉬웠는지 곧바로 오른쪽 상자로 향했다. 그곳에서 자신의 무기가 나올 거라는 확신을 가진 모습이었다.

[공격대] 개인주의: 그럼!! 제가 상자 열어 보겠습니다!

[공격대] 일시불: 대장님! 개주가 열게 둬여?!

—알아서 열어.

[공격대] 개인주의: 봤냐?ㅋㅋㅋ 그럼 간닷!

멜로디에게 허락받은 개인주의는 상자 앞에서 두 번 절을 하고는 키스 세례까지 퍼부었다. 잘 부탁한다는 간절한 애원을 담아 허리까지 꾸벅 숙인 그는 드디어 상자에 손을 댔다.

그러자 아이템 획득 창이 뜨고 무기가 나타났다.

<불타는 천사의 지팡이(정령사)

무기 공격력: 150-210

무기 치유량: 3150-5520

체력: 140 / 지능: 330

능력치 2개 랜덤 부여

획득/포기>

[공격대] 개인주의: ......

[공격대] 일시불: ;;;;;;

[공격대] 바나나: 야이!! 개주 이시키야! 하필 뽑아도 정령사 무기를 뽑냐!!!!!ㅠㅠㅠㅠㅠㅠㅠ

[공격대] 개인주의: 어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공격대] 지구침략: 선율이 예고가 무섭긴 무섭네;

[공격대] 멜로디: ㅋㅋㅋㅋㅋㅋㅋ

멜로디는 음성으로도 웃고 채팅 창에서도 웃었다. 만족스럽다는 듯 목울대를 울리며 나긋하게 웃는 소리에 주하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웃는 거 진짜…… 간지럽다. 나름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파급력이 엄청나네.

손끝을 문지르며 이상한 느낌을 지워 낸 주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목소리만으로도 이런데 실물도 잘생겼다고 하니 괜히 기가 죽는 기분이었다.

—남은 거 하나도 열어 봐.

주하의 상황을 모르는 멜로디는 정령사의 무기를 획득하고 나서 다음 상자도 가리켰다. 개인주의는 쭈뼛대며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상자 앞으로 이동했다.

[공격대] 개인주의: ...설마 보술 무기 나오는 건 아니겠지;;

[공격대] Snow: ㅡㅡ 설마 쓰지 말라니까

[공격대] 개인주의: ㅠㅠㅠ 나 안 열래...

[공격대] 카젤: 낙장불입ㅋ 빨리 열자 개주야 ^^

마지막 무기를 앞두고 다들 바짝 긴장한 채 개인주의를 지켜보았다. 그는 절과 키스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상자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정신없이 온몸을 흔들었다. 마치 굿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카젤과 멜로디를 제외한 모두는 한마음 한뜻으로 예고가 빗나가기만을 바랐다. 카젤의 무기가 나오는 게 배 아픈 것이 아니라 단지 멜로디가 얄미울 뿐이었으므로. 어차피 멜로디와 카젤은 한 몸이지 않던가. 이젠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드디어 굿을 끝낸 개인주의가 상자에 손을 댔다.

그러자 나온 무기는.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

[공격대] Snow: ......

[공격대] 리미티드: ......

[공격대] 일시불: ......

[공격대] 여름n모기: ......

[공격대] 지구침략: ;;;;;;;

[공격대] 바나나: ^^....야 개주 너 이리 와 봐

[공격대] 개인주의: ㅌㅌㅌㅌㅌㅌㅌㅌㅌ;;;;;;

긴 막대기 끝에 달린 붉은 보석. 그리고 ‘불타는 루비의 지팡이’라고 적혀 있는 아이템 이름.

두 번째 상자에서 나온 건 보석술사 전용 무기였다.

<불타는 루비의 지팡이(보석술사)

무기 공격력: 825-1150

체력: 150 / 지능: 320

능력치 2개 랜덤 부여

획득/포기>

[공격대] 카젤: 이런... 보술 무기가 나왔자나? ^^

[공격대] 바나나: [email protected]#$%^%!!! 또 저 커플 것만 나왔어!!!

[공격대] 개인주의: ㅠㅠㅠㅠㅠ 죄,,, 죄송함다

[공격대] 리미티드: 어휴

과묵한 리미티드의 한숨을 보며 주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입찰을 눌렀다. 정말로 선율 형이 제 행운인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가방에 들어온 무기를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된다며 야유를 보내는 팀원들에게 멜로디가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부러우면 너네도 연애하든가.

[공격대] 바나나: ...

[공격대] 개인주의: ;;;;

[공격대] 지구침략: ...

[공격대] 카젤: ...????

즐거운 3.1 패치의 첫날이었다.

***

토벌전 세 개를 모두 마무리하고 모두가 잠이 든 것은 아침이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에 다시 모이기로 했기에 주하는 12시에 알람을 맞춰 두고 잠에 빠져 있었다.

햇볕이 쨍하게 내리쬐는 오전 11시 55분.

알람이 울리기 5분 전에 전화가 왔다. 주하는 더듬거리며 손을 휘젓다 베개 옆에 있는 핸드폰을 쥐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얼굴 위에 핸드폰을 얹어 둔 그는 잠에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보, 세요.”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먼저 여보라고 해 주고.

“아, 혀엉.”

—거기다 애교까지? 귀엽네, 우리 주하.

“헛소리하려고…… 전화한 거야?”

주하는 가물거리는 눈을 끔벅이며 한숨을 내뱉었다. 깨자마자 이게 무슨 봉변이냐. 아직은 일어나기 싫어 베개에 얼굴을 콱 묻어 버렸다.

—일어나야지, 이제.

“응…….”

—일어난 김에 단톡방도 보고.

“단톡, 방? 왜? ……무슨 일 있어?”

—한번 봐 봐.

그제야 얼굴을 슬그머니 돌린 주하는 한쪽 눈을 가늘게 뜬 채 단톡방을 확인했다.

리프 길드에 가입한 그날 바로 단체 오픈톡에 들어갔는데, 항상 게임에서 만나는 터라 채팅방은 언제나 조용했다. 그러나 오늘만은 달랐다. 이미 50개가 넘은 메시지 알람을 본 주하는 허리를 세워 앉아 내용을 확인했다.

[개인주의: 아... ㅅㅂ 개빡치네]

[일시불: 저ㅅㄲ들이 미쳤나?]

[바나나: 지금 어디라고?]

[개인주의: 샤하스모르 5시 지역이요]

[지구침략: 아직도 시체 지키고 있어?]

[개인주의: 네]

멍하니 대화창을 보던 주하는 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다시 화면을 보았다.

항상 깨발랄했던 개인주의가 진심으로 화가 났는지 거칠게 욕을 내뱉고 있었다. 보아하니 필드에서 누군가에게 뒤치기를 맞고 죽은 모양이다. 거기다 부활도 못 하게 시체를 지키기까지.

다급히 화면을 내리자 뒤치기한 유저가 누군지 바로 나왔다.

[개인주의: <스크린샷>]

[개인주의: <스크린샷>]

[개인주의: <스크린샷>]

개인주의가 올린 사진엔 자신의 전 길드, 자진신고의 주요 멤버들이 둥글게 무언가를 에워싸고 있었다. 개인주의와 일시불의 시체였다.

주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진신고 녀석들이 애들 뒤치기하고 시체 지키고 있대.

“언제부터?”

—10분 전부터.

최신 대화 내용을 보니 상황을 알게 된 팀원들이 금방 접속하겠다는 말로 끝나 있었다. 주하도 재빨리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자진신고가 왜? 저와는 더 엮일 일이 없지 않나? 본인들이 먼저 알은척하지 말라고 하더니 갑자기 이렇게 나온다고?

당혹스러워서 헛웃음만 흘러나왔다.

—주하야.

“네, 어, 응?”

—진정하고 일단 보챗 들어와. 다들 들어와 있어.

“……바로 들어갈게.”

로딩 화면으로 넘어간 라나탈을 잠시 뒤로하고 팀원들이 있는 보이스 채팅방으로 들어갔다. 7/10으로 돼 있는 레이드 방에 입장하자 정신없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나 누나! 오른쪽!

—아, 저 자식들이 진짜.

—둘 다 아직 부활 안 돼?

—거리가 애매해요. 부활하자마자 죽을 거 같은데……. 조금 더 밀고 들어올 수 있나?

—우리가 인원이 부족해. 애들 언제 접한대?

—월차 형이랑 리밋 형 지금 겜방 가고 있대요.

—카젤은?

“저 지금 접속해요.”

—어! 잘 왔다. 멜로디랑 같이 합류해.

“네, 바로 갈게요.”

로딩이 끝나자마자 개인주의에게서 온 초대를 받았다. 샤하스모르 지역으로 넘어가자 옆에서 포탈을 타고 넘어온 멜로디가 보였다. 거의 동시에 접속한 모양이다.

—걔네 지금 몇 명이야?

—여섯 명. 천상검 무리야.

“우리는 네 명이 버티고 있어요?”

—외계인이랑 모기 있고, 눈이가 성기사라 간당간당하게 버티고는 있어.

—나 마나 거의 다 말라 가. 빨리 와.

주하와 멜로디는 재빠르게 탈것을 타고 이동했다. 어느 정도 달리자 미니맵에 팀원들이 보였지만, 시야에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샤하스모르 지역은 캐릭터 주변이 어둡게 가려져 있어 가까이 가야만 발견할 수 있었다.

드디어 팀원들과 합류한 주하는 Snow에게 달려드는 살금을 발견했다. 탈것에서 내리자마자 살금에게 보석 체인을 걸어 쭉 끌고 왔다.

[일반] 살금: 아 ㅅㅂ

—카젤아! 살금 새끼부터 잡자!

확실히 암살자가 있으면 귀찮다. 은신해서 뒤치기하면 방어가 약한 천 계열은 금방 죽을 수 있으니까. 그나마 Snow가 단단한 판금 힐러라 버틴 것이다.

“네, 누나. 은신 또 못 하게 도트 걸어 둘게요.”

주하와 바나나는 살금에게 달라붙었다. 각종 도트 스킬을 걸어 놓고 이속 감소를 걸자 바나나가 화력을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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