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월드] 개인주의: 살금이 내꼬 >.<
[월드] 살금: 머 ㅆㅂ
[월드] 개인주의: 크! 욕 들으니까 ㅈㄴ 짜릿하다!
[월드] Ridiya: 막 소름 돋아?
[월드] 개인주의: ㅇㅇ 빨리 눕히고 싶어짐
[월드] Ridiya: 응? 눕혀서 머할라고?
[월드] 개인주의: ;;;;; 리디야 정신 안 차려?;
[월드] Ridiya: ㅋㅋㅋㅋㅋ (˵ ͡° ͜ʖ ͡°˵)
달려가는 동안에도 개인주의는 월드 채팅에서 놀았다. 전투 인원이 더 적음에도 이런 느긋한 모습은 은연중에 상대방에게 압박감을 심어 주었다. 강자는 언제나 여유로운 법이었다.
—쟤들 총 열다섯 명이네? 일반 길드원들까지 왔어.
—좋다, 좋아! 길드 경험치 배로 뺏어 먹을 수 있겠다!
—월차야! 적진 들어가서 예쁘게 모아 봐.
—아, 그거?
—응! 그거!
—역시 스타트는 화려하게 시작해 줘야지!
월차연차휴가와 바나나의 대화를 듣던 탱커들이 갑자기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법사인 월차연차휴가가 가장 선두로 나서게 되었다. 동시에 멜로디와 Snow가 탈것에서 내렸다.
자진신고와 격돌하기 바로 직전, 월차연차휴가에게 각종 버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의 보호막>
<성스러운 축복>
<물의 오라>
<자유의 문장>
<정령의 수호>
월차연차휴가의 버프 창에는 보호막과 받는 대미지 감소, 시전 밀림 방지, CC기 효과 면역, 그리고 10m 내에 들어온 적의 시전 속도 증가와 이동 속도를 감소시키는 버프가 차례대로 중첩되었다.
—짜릿해!
—가랏! 월차몬!
바나나의 외침과 함께 월차연차휴가가 순간이동으로 자진신고 본진 가운데로 들어갔다.
제아무리 버프를 둘둘 둘렀다고 해도 방어가 약한 마법사가 이렇게 선두로 나오는 건 죽여 달라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였다. 자진신고는 어이가 없었다.
[일반] 살금: 죽으러 왔냐?
[일반] 세렌디피티: 정신 나갔넼ㅋㅋㅋ
[일반] 베르메르: 사령관은 개뿔ㅋㅋㅋㅋ 칭호가 아깝다
자진신고는 눈앞에 떨어진 월차연차휴가에게 달려들었다. 후방에 있을 때야 무섭지만, 가까이에 있는 마법사는 맛있는 먹잇감이었다. 한 녀석부터 죽이고 시작하자는 마음에 월차연차휴가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갑자기 그를 중심으로 바닥에 물의 장판이 넓게 깔리기 시작했다. 자진신고 전원의 발아래까지 펼쳐진 물줄기는 쩡!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얼어붙어 거대한 빙판이 되었다. 그 위에 서 있던 녀석들이 주춤한 것도 잠시, 너 나 할 것 없이 주르륵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일반] 천상검: ??
[일반] 블랙체리: 뭐야 ㅅㅂ
그런데 미끄러지며 이동한 곳이 마법사가 있는 정중앙이었다. 넓게 퍼져 있던 자진신고는 단번에 월차연차휴가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이게 되었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에 스킬을 퍼붓는데, 갑자기 화염을 동반한 파동이 마법사가 있는 중앙에서부터 확 퍼져 갔다. 월차연차휴가를 둘러싸고 있던 자진신고는 전원이 넉백30)을 당해 바닥을 뒹굴었다.
곧바로 기상기31)로 일어난 그들은 다시 공격을 가하려 했지만, 외곽으로 퍼졌던 화염 파동이 다시 돌아왔다. 자진신고는 또다시 바닥을 뒹굴게 되었다. 이미 기상기 쿨타임이 돌고 있기에 당장은 일어날 수 없었다.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녀석들 머리 위로 리프 길드원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우리 월차 녹슬지 않았네!
—예쁘게 모아 놨습니다, 나나 누님. 맛있게 드십쇼.
—오냐, 만족스럽구나.
월차연차휴가의 히든 스킬은 대미지가 사라진 대신, 강력한 CC기가 시전자 중심으로 펼쳐진다. 자진신고 전원을 한 명도 빠짐없이 가운데로 뭉쳐 두고 몸도 가누지 못하게 만든 그는 유유히 본진으로 합류했다.
—자, 이번엔 주하가 가볼까?
멜로디의 지시에 주하는 가볍게 웃었다.
“처음부터 너무 사기 꺾는 거 아닌지 몰라.”
—도망가 봤자 저 녀석들이 갈 수 있는 데는 대도시 아니면 던전뿐이야. 아직 팀원도 못 구해서 레이드는 못 가니까 빨리 깃발 못 쓰게 떨궈 놔야지.
—맞아! 빨리 3렙으로 떨궈 버려!!!
—누나, 3렙으로 떨구려면 얼마나 죽여야 해?
—보자…… 대충 1,500번 죽이면 되네.
—쟤네 길드원 몇 명이지?
—서른다섯 명.
“지금 최대한 많이 죽여 보죠. 앞으로는 게릴라전밖에 못 할 것 같으니까.”
—동감이야.
주하는 월차연차휴가가 빠져나온 적 본진 사이로 훌쩍 들어갔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녀석들 위로 광역 기절 스킬을 사용하자 열다섯 개의 별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시크릿 스톤: 2성>
허리를 반쯤 굽힌 채 단체로 해롱대는 녀석들은 연속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짜증이 폭발했다.
[일반] 베르메르: ㅅㅂ 인성 *창났네!!
[일반] 살금: ****들이!
[일반] 세렌디피티: ** 별 *같은 짓만 다 하고 다니네????
[일반] 개인주의: ㅇㅅㅇ?? 우리가 있는 스킬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너흰 이런 거 없엉? 없나?
[일반] 바나나: 없나 본뎈ㅋㅋㅋ 하긴... 히든 스킬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๑꒪⌓꒪๑
[일반] 일시불: 엥? 요즘 히든 스킬도 없는 랭커가 있어여?
[일반] 월차연차휴가: ㅋㅋㅋㅋㅋㅋ 짭퉁 랭커인득
[일반] 개인주의: 와... 10위 아래는 히든 스킬이 없구낭! 나 오늘 처음 알았어! +_+
라나탈의 상위 1%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히든 스킬의 유무도 랭킹에 집계되기 때문에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순위가 오른다. 하지만 누구도 히든 스킬을 몇 개나 가졌는지는 알지 못했다.
[일반] 온별: 히든 스킬 없으면 *밥인 것들이 ㅈㄴ나대네
[일반] 천상검: 여태 스킬빨로 1위 한 건가?
[일반] 살금: 그럼 그렇지. 컨트롤 ㄱㅈ놈들
[일반] Snow: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둥이 전섭 1위답네
[일반] 월차연차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자로 저격하면서도 리프 길드원들은 열심히 공격했다. 자진신고 녀석들의 피가 반쯤 남았을 때 기절이 끝나자 이번엔 멜로디의 광역 CC기가 들어왔다.
자진신고 머리 위에 Zzz 표시가 떠오르고 다들 쿨쿨 잠에 빠졌다. 이때 스킬을 사용하면 다 깨기 때문에 리프 길드원들은 잠시 공격을 멈췄다.
개인주의는 그들 앞에 다가가 바닥에 철퍼덕 앉더니 물었다.
[일반] 개인주의: 그러고 보니 마법사는 구했어? ㅇㅅㅇ?
[일반] 살금: ㄲㅈ ***야
[일반] 개인주의: 아니이∼ 광고하는 거 봤는데 너무 어이가 없지 모야ㅋㅋㅋㅋ 구할 생각이 아예 없어 보여섴ㅋㅋㅋ
[일반] 일시불: 누가 들어가겠냐ㅋㅋㅋㅋ
[일반] 개인주의: 하긴 •̀ɞ•́
실컷 신고 놈들의 약을 올린 개인주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수면이 끝날 타이밍이었다.
라나탈은 유저들끼리 싸울 때 행동 불능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하도록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해 두었다. CC기가 연속으로 들어가면 시간이 줄어들게 만든 것이다. 이는 유저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나중엔 면역도 뜨기 때문에 완급 조절은 필수였다.
드디어 잠에서 깨어난 자진신고가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피가 닳아 있는 것을 채우기 위해 힐러 둘이 힐을 사용하려던 그때였다.
여전히 적 본진에 있던 주하가 광역 침묵 스킬을 사용했다. 힐러들의 캐스팅이 끊기고, 카젤에게 향하려던 공격도 우뚝 멈췄다.
주하는 그 상태로 스킬을 시전했다.
공격을 차단할 수 없던 자진신고의 근접 딜러들은 평타를 치기 시작했다. 적어도 스킬을 지연시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멜로디의 <물의 오라>가 카젤에게 둘렸다. 시전 밀림을 방지하는 스킬이었다.
—카젤아, 그거 무슨 스킬이야?
—스킬 이름이…… 보석 폭풍?
“아, 이거요?”
—보석 폭풍? 어디서 들었던 거 같은데…….
—아! 저 스킬! 저거 나 알아!
여름n모기가 신나 하던 그때, 긴 시전 시간을 끝낸 <보석 폭풍>이 발동되었다. 그러자 카젤의 주변에 수십 개의 보석이 생기더니 파삭, 하며 깨져 버렸다. 날카로운 파편들이 그 상태로 회오리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저거 그거잖아. 보석술사 궁극기.
—잉? 궁극기가 벌써 찼어?
이렇게 빨리 궁극기가 나올 줄 몰랐던 리프 길드원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개인 버프 중에 유저를 공격할 때 게이지를 200%로 채우는 게 있어요. 거기다 딜량이 아니라 타격 횟수로 바뀌거든요. 그래서 딜보다는 횟수가 많은 광역 공격을 걸어 두고 게이지를 쭉쭉 채웠죠.”
—아하, 인원이 많아서 가능했군?
팀원들은 주하의 설명을 들으며 거대한 토네이도 안에서 갈리고 있는 자진신고 녀석들을 구경했다. 궁극기답게 스킬에 맞은 녀석들의 피는 땡볕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어? 저기 한 놈 도망간다.
여름n모기가 보석 폭풍에서 벗어나려던 온별을 발견하자 주하는 녀석에게 보석 체인을 걸어 쭉 끌어왔다.
[일반] 온별: 아 개...ㅆ
사제인 온별은 방어력이 약해서 보석 폭풍 속에 계속 있다간 죽을 수도 있었다. 이미 피가 간당간당했다. 침묵이 걸린 상태에서 탱커들의 백업도 받을 수 없으니 알아서 생존해야 했지만, 주하가 도망가게 둘 리가 없었다.
보석 폭풍뿐만 아니라 리프 길드원들의 공격도 쏟아지는 터라 결국 온별이 가장 먼저 쓰러졌다.
주하는 침묵이 끝나자마자 제게 쏟아지는 공격과 팀원들의 폭힐을 받으면서 다시 본진으로 돌아왔다. 이제부턴 각개격파였다.
“제가 먼저 1킬 땄습니다.”
—아니!! 여기서 경쟁심을 부추긴다고?
—카젤 형 예전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벌써 우리한테 물든 거 같아. 이래서 적응이 빠르면 무섭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