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길드] 개인주의: 와... 벌꿀님 진짜 대박이야ㅋㅋㅋㅋ
[길드] 일시불: 우리 대장님한테 검수받느라 힘들었뎈ㅋㅋㅋ
[길드] 바나나: 글 올리는 걸로 경쟁했나 본데?
[길드] 지구침략: ㅋㅋㅋ 근데 선율이보단 벌꿀님이 올리기 잘한 거 같아. 다른 사람이 여미새한테 당한 일 이야기하는 건 보기 안 좋으니까
[길드] Snow: 그렇긴 해 ㅇㅇ 당한 당사자가 말하는 게 좋지
[길드] 리미티드: 카젤은 벌꿀님처럼 못 쓸 테니까 쟨 제외하고
[길드] 바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카젤: ...난 아예 처음부터 제외당했어
[길드] 개인주의: ㅋㅋㅋㅋㅋㅋ
[길드] 월차연차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카젤: 벌꿀님도 나보고 그냥 자진신고나 열심히 잡으라고 하더라. 저 내용도 글 올라오고 나서 알았어;;;
[길드] 멜로디: ㅋㅋㅋㅋ
[길드] 여름n모기: 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리미티드: ㅋㅋ
신나게 웃어 대는 리프 길드원들을 보며 주하도 가볍게 미소를 그렸다. 걱정하지 말라던 말은 이런 뜻이었다. 이미 증거를 다 준비해 두고 있었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벌꿀오소리가 스샷을 찍어 둔 것도 그렇지만, 가장 큰 공헌을 한 건 리미티드가 받아 둔 증거였다. 블랙체리가 자진신고 팀에 들어가게 됐다며 자랑하던 그 스샷이. 확장팩이 나오기 전부터 천상검이 준비하고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거기에 더해서 제대로 시너지가 된 건 천상검의 여미새 짓이었다.
걱정하지 말라던 것과 다르게 벌꿀오소리는 천상검에게 심하게 당하고 있었다. 스샷에 있는 그의 행동은 끈질기다 못해 소름 돋을 정도였다. 싫다는 사람한테 저러는 건 스토커와 다를 바 없었다.
주하는 친구 창을 확인하고 접속해 있는 벌꿀오소리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귓속말] 카젤: 벌꿀님
[귓속말] 벌꿀오소리: ㅇㅅㅇ 글 봤음?ㅋㅋㅋㅋㅋ
[귓속말] 카젤: 그보다 님도 나한테 혼 좀 나야 할 것 같은데?
[귓속말] 벌꿀오소리: ??? 대뜸? 이렇게 갑자기?
[귓속말] 카젤: 저렇게 당했는데 왜 말을 안 함? 난 그 정도로 심각할 줄 몰랐지. 알았으면 가만 안 뒀는데
[귓속말] 벌꿀오소리: 아ㅋㅋㅋㅋ 님이 레이드 땜에 참은 것처럼 나도 레이드 땜에 참았다고!
[귓속말] 카젤: 참을 게 따로 있지 저런 걸 참아??
[귓속말] 벌꿀오소리: 왜 급정색함?; 순둥이님이 안 어울리게;;
[귓속말] 카젤: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를 떠나서 이건 진짜 혼나야 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저번에 모임 한다고 했을 때 제주도라고 한 건 진짜임?
[귓속말] 벌꿀오소리: ;;; 당연히 구라지;
[귓속말] 카젤: ...그럼 다행이고
[귓속말] 벌꿀오소리: 와... 내가 카젤님한테 혼날 줄이야... 이런 날이 있긴 하군;
[귓속말] 카젤: 별소릴 다하네ㅋ 근데 별똥 길드는 어때요? 저번에 보니까 천상검 같은 사람은 없는 것 같긴 한데
[귓속말] 벌꿀오소리: ㅇㅇ 없지ㅋ 완전 쾌적함ㅋㅋㅋ 다만 똥 이야기가 많아서 그것만 좀 에러임ㅡㅡ 길마가 제정신이 아니야
[귓속말] 카젤: ㅋㅋㅋㅋ 다행이네
[귓속말] 벌꿀오소리: 머가 다행임?? 지금 나 놀림???
[귓속말] 카젤: ㅋㅋㅋㅋㅋㅋㅋㅋ
주하는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꼭 말하라고 벌꿀오소리에게 신신당부했다. 알았다며 대답하는 모양새가 별로 진지해 보이지 않아서 한 번 더 혼내자 벌꿀오소리는 도망치듯 후다닥 사라졌다.
[길드] 개인주의: 근데 쪽팔리긴 한가바여ㅋㅋㅋㅋ 이것들이 아예 접속을 안 하네? ^^
[길드] 바나나: 나 같아도 접속 못할 거 같닼ㅋㅋㅋ
[길드] 일시불: 자진신고 애들 보고 시프다... 도라와 얘두라 (*꒦ິㅿ꒦ີ)
[길드] 지구침략: ㅋㅋㅋㅋ
[길드] Snow: 길드 등급 더 내려줘야 하는데+_+
[길드] 월차연차휴가: 그게 문제가 아닐 듯; 레이드는커녕 게임도 못할 거 같은뎈ㅋㅋㅋㅋ
[길드] 리미티드: 서버 이전밖에 답 없을걸요?
[길드] 여름n모기: 아니면 사과하고 자숙한다든지?
[길드] Snow: 바랄 걸 바래라;
[길드] 바나나: 맞아. 그리고 사과한다고 누가 받아준대??? 눈앞에서 치워 버리기 전까지 전쟁이야! 길드 공지 잊지 마라!
주하는 오랜만에 길드 공지를 확인하며 픽, 웃었다. 공지에는 자진신고 녀석들이 게임을 접을 때까지 전쟁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주하는 화면에 뜬 ‘선율 형’을 확인하곤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너무 정 없이 받는다……. 이제 정말 여보세요 안 할 거야?
“응, 이게 더 편하고 좋아.”
—억울한 일 당한 거 다 풀어 줬는데 이렇게 나오시겠다?
“와…… 치사하게 나오네?”
전화하자마자 칭얼대는 소리에 주하는 어이없어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이젠 저런 모습마저도 귀여워 보이니 문제였다.
—분조장이랑 따로 글을 올렸어야 했는데. 왠지 내 활약상이 제대로 안 보인 거 같아서 억울하다.
“충분히 보였습니다만?”
—그래? 그럼 빨리 보상 줘.
“형, 그런 사람이었어? 보상받으려고 막, 어?”
—응, 맞으니까 빨리 줘.
가볍게 정색해 봤지만 역시 통하지 않았다. 주하는 어깨를 으쓱이며 슬쩍 웃었다. 짐을 덜어내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PC방이지?”
—네에, PC방이죠. 데리러 간다고 해도 오지 말라고 하는 카젤님. 옥모를 뵙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드네요.
“씻고 나갈 테니까 자리 맡아 줘.”
—……온다고?
“보상으로 같이 게임 하고 저녁 사 줄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충분하지. 데리러 갈까?
언제 뚱해 있었냐는 듯 목소리가 단번에 부드러워졌다. 처음엔 쿨한 척하더니 만나자는 걸 두 번이나 미뤄서 알게 모르게 골이 나 있던 모양이다. 저도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어서 그런 건데.
그래도 만나는 걸 좋아해 줘서 다행인가?
“가까운데 뭘. 알아서 갈게.”
—너 더위 잘 타잖아. 금방 갈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자리는 어쩌고?”
—예약 걸어 두면 돼.
솔깃했다. 차로 가면 금방이지만, 걸어가면 20분은 걸리는 거리다. 가깝지만 아주 가깝다고 할 수는 없는, 애매한 거리. 뭐, 본인도 오고 싶어 하니 굳이 말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럼 20분 뒤에 내려갈게.”
—응, 나도 바로 출발할게.
뭐가 저리 신났는지. 전화를 끊고서도 여전히 선율 형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아 귓불을 매만졌다. 살짝 올라온 열기가 느껴져 조금은 민망했다. 괜스레 목덜미를 한번 쓸어내리고서야 조금은 진정할 수 있었다.
***
먼저 고발 글을 올린 자진신고는 멜로디와 벌꿀오소리의 반박 글로 인해 제대로 역풍을 맞았다.
유저들의 조롱은 기본이고, 필드에 나가면 리프뿐만이 아니라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공격당해 죽었다. 그뿐만 아니라 길드원끼리만 던전을 가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레이드 팀원을 구하지도 못하니 토벌전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길드] 개인주의: 아싸!!!!! 막타!!!
[길드] 리미티드: ...개주 너 이리 와바
[길드] 개인주의: (งᐛ)ว (งᐖ )ว
[길드] 일시불: 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리미티드: 쟨 대체 저런 이모티콘을 어떻게 쓰는 거야
[길드] 개인주의: 당연히 매크로죠!!! 자주 쓰는 것만 따로 모아 뒀거든여! ㅇ.< 찡긋
[길드] 일시불: 매크로는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겁니다!!!
[길드] 리미티드:......
[길드] 월차연차휴가: 어? 쟤들 길드 레벨 떨어져땈ㅋㅋㅋㅋ
[길드] 여름n모기: 그럼 2렙인가?ㅋㅋㅋ 도핑 강화도 나가리 됐네?
[길드] Snow: 지금 길드 레벨이 문제겠냐ㅋㅋㅋ 사람이 안 구해져서 토벌전을 못 가는데∼
[길드] 바나나: 아무고토 모타죠ㅋ
[길드] 개인주의: 아무고토 모타죠ㅋ
[길드] 지구침략: ㅋㅋㅋㅋㅋ
주하는 여전히 자진신고를 쫓아다니는 길드원들을 보며 짧게 웃었다.
이젠 저보다 더 열심히 킬 수를 올리고 있는데, 조만간 따라잡힐 것 같았다. 게다가 그동안 제게 양보했던 선율 형도 등수 놀이에 빠져들어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몇몇 유저를 접게 했다던 그 성깔을 더는 억누를 수 없던 모양이다.
[길드] 월차연차휴가: 앗!!! 대장님이 남은 애들 다 죽이잖아!!!
[길드] 개인주의: 아악!!! 대장님 나나나나나나 나 줘여!!!
월차연차휴가와 개인주의가 남아 있는 자진신고 녀석들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놈들을 마무리하려던 멜로디에게서 검붉은 오라가 흘러나왔다. 두 사람은 흠칫 놀라며 곧바로 몸을 틀었지만, 이미 멜로디의 사정거리에 들어간 후였다.
[길드] 개인주의: ;;;; 아 제발;;
[길드] 월차연차휴가: ;;;
하얀 빛무리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가출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자신들의 공격력을 멜로디에게 상납한 월차연차휴가와 개인주의는 얌전히 무릎을 꿇었다.
[길드] 카젤: ...아니 왜 와서 공격력을 주고 그래ㅡㅡ
[길드] 개인주의: 재성함다ㅠㅠㅠㅠ
[길드] 월차연차휴가: ㅠㅠㅠㅠㅠㅠㅠㅠ
[길드] 바나나: 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정신 못 차렸짘ㅋㅋㅋ
[길드] Snow: ㅋㅋㅋㅋㅋㅋ
주하는 두 사람분의 공격력 버프를 두른 채 날뛰는 멜로디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막타를 가져가려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완전히 말아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