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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 Prologue (1/16)

뒷과외 1권

Prologue

“그랬구나. 그럼 선생님은 어때요?”

“뭐? 내 거? 갑자기 왜…….”

“그냥. 그만큼 여자랑 많이 만나 본 걸 보면…… 선생님 자지 꽤 클 것 같은데. 맞아요?”

“어? 뭐……. 그, 그렇지.”

꿀꺽,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가 커다랗고 고요한 방 안을 울렸다. 이건, 그러니까, 여태까지 해 온 거짓말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듣게 된 예상치 못한 질문이어서일까. 순간 목이 탔다.

은찬은 당혹스러운 마음이 어린 눈동자를 우물쭈물 내리깔았다. 여자 성기에 관한 묘사나 애무에 따른 여자의 반응, 오르가슴에 도달시키기 위한 공략 부위까지. 그깟 성기 크기보다 훨씬 더 적나라한 소재에 대해 떠벌릴 때조차 무감했으면서. 이제 와서 내외하는 것도 아니고, 새삼.

“부럽다.”

“뭐, 그, 부, 부럽기는. 너도 대학만 가면 여자들이 줄을 설 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하기만 하면 돼.”

“그걸 어떻게 장담해요?”

“그거야…….”

넌 잘생겼고, 키도 크고, 돈도 많으니까.

이 자식은 진짜 제 처지를 몰라서 이렇게 나오는 건가. 울컥 열등감이 일어난 은찬은 뚫어져라 책상만 바라보던 눈길을 돌려 이예담을 응시했다.

“어…….”

그런데…… 무언가 달랐다. 이렇게 쏘아보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면, 제가 아는 이예담은 언제나 조용히 웃으며 화제를 돌리곤 했는데. 그랬는데…….

줄곧 느껴지던 시선에 더해 이예담의 눈빛마저 심상찮았다. 늘 풍기던 나긋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먹이를 잡아먹을 듯, 형형한 눈동자를 빛내는 맹수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돌연 달라진 분위기에 당황한 은찬이 바닥에 닿은 발끝을 밀어내 이예담과 저 사이의 거리를 벌렸다. 드르륵, 의자에 달린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가며 삽시간에 책상 끄트머리에 맞닿았다.

이를 지켜보는 이예담의 입꼬리가 작게 올라갔다. 무릇 이런 상황에서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수려한 웃음이었다.

“어디 가요. 더 궁금하게.”

“어?”

“자지 얘기하다가 멀어지니까…….”

본인의 키만큼 길쭉한 근육질의 팔이 벌어진 거리를 단번에 좁히며 다가왔다. 커다란 그림자가 은찬의 눈앞을 뒤덮고, 뒤이어 딸깍, 바지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은찬이 어어, 하는 사이, 순식간에 바지춤이 골반으로 내려갔다.

“예담…… 읏!”

“확인하고 싶어지잖아.”

마디가 긴 손가락이 일말의 머뭇거림 없이 회색 드로어즈 위를 그러쥐었다. 아, 으흑! 너무 놀란 나머지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비트는 은찬을 가만히 바라보던 예담은 곧이어 손바닥으로 기둥 윤곽을 휘감고 예민한 부위를 뭉근하게 문질렀다.

“하…… 으으…….”

어떠한 자극도 받지 못해 추욱 늘어진 성기는 예담이 주무르는 대로 모양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은근하게 차오르는 전율에 은찬이 눈을 질끈 감자, 숱 많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 왔다.

“흐, 야! 이예담. 너 미쳤어?”

“음. 생각보다 사이즈가 귀엽네요?”

예담은 상대를 희롱하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담담했다. 흡사 수학 문제의 정답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흐으…… 아…….”

남자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성기를 무시하는 발언에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건만. 너무나도 태연자약한 이예담의 태도 때문에 은찬은 그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담긴 함의를 알아채지 못하였다. 그저 노골적으로 성기를 짓뭉개는 손길에 휩쓸린 채 속절없이 탁음만 내뱉을 따름이었다.

예담의 커다란 손아귀에 뭉그러지는 자지는 수치를 모르고 피가 돌기 시작했다. 차갑고 예민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손바닥은 부드럽고 따뜻해,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맞닿은 부위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쾌감이 피어올랐다.

말랑말랑한 촉감을 유지한 채 쪼그라들어 있던 살덩이가 단단하게 변모하며 심을 세운 것이다.

사내새끼 손이 주는 자극인데, 역겨워야 하는데.

자꾸만 숨이 차오르고 시야가 하얗게 번졌다. 이를 악물고 엉덩이를 뒤로 빼던 은찬은 점점 자극을 받아 반응하는 남성기에 절망했다.

망했다. 단순히 이예담의 손길에 자지가 섰다는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성기가 속옷을 밀어낼 만큼 발기한다면…… 머지않아 내밀하게 이어진 곳 또한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젠장. 그게 문제였다. 자위할 때 역시 그랬으니까.

얇은 모달 소재의 팬티는 금세 젖은 기색을 내비칠 것이고, 미묘한 위치에 뜬금없이 생겨난 자국을 보면 아무리 여체에 대해 무지한 이예담일지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리 없었다. 큰일 났다.

“미친 건 아니고……. 매번 선생님 경험담 듣다 보니 궁금해져서요. 조금 불공평한 것 같기도 하고?”

“대체 뭐, 가 불공평, 하읏, 데. 당장 손 떼!”

눈앞에 이번 달 치 과외비가 담긴 흰 봉투가 아른거렸다. 현금 다발로 받는 게 더 기분이 좋을 거라며, 매번 이예담이 직접 건네주는 봉투였다. 웬만한 사회 초년생 월급은 상회할 것이 분명한 액수다.

당장에 이 미친놈의 뺨을 주먹으로 날려야…… 그래야 하는데.

그러면 더는 이 꿀 빠는 과외를 이어 갈 수 없겠지. 부모의 지원 없이 학교에 다니면서, 심지어 종종 역으로 돈을 송금할 일도 발생하곤 하는 제 처지에 꼭 필요한 과외 자리였는데…….

문득 이예담과 함께했던 평화로운 시절이 뇌리를 스쳤다.

〈선생님한테 과외받는 거, 저한테 정말 잘 맞는 거 같아요. 혹시 제가 실수하는 거 있으면 편히 알려 주세요. 수능까지 쭉 같이 하고 싶거든요.〉

그래. 대체 이예담이 뭐에 핀트가 나가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진정만 시키면, 곧 평소처럼 ‘미안해요. 선생님.’ 하며 깍듯이 고개를 숙일 터였다. 그러면 모든 게 정말 다 괜찮아질…….

“아……! 그만하라고!”

찌걱찌걱. 점성 있는 액체가 속살에 진득하게 비벼지는 소리에 수치심을 느낀 은찬이 활짝 벌려진 허벅지를 모으려 애썼다.

이예담만은 못해도 분명히 저도 성인 남자인데. 죽을힘을 다해 사타구니 사이를 다물려 애써 봤지만 벌레만도 못한 발악인 듯, 이예담은 눈 하나 깜짝 않은 채로 피식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곤 놀고 있는 반대편 손을 들어 덤덤히 은찬의 허리께에 붙이더니, 은근하게 옆구리를 쓸어내리기까지 했다.

“읏, 예담아. 아, 그만……. 너 진짜, 아! 장난, 작작해! 이예담!”

얇은 티셔츠 위를 느릿느릿 덧그리는 손길에 그나마 남아 있던 힘이 산산 조각나 흩어졌다. 덜덜 떨리는 아랫배 근육이 움칠 조여들고, 어느샌가 공중에 뜬 발끝이 제멋대로 곱아들었다. 혼자서 제 것을 쥐고 흔들 때와는 비교되지 않는, 버거운 쾌감이 밀려오는 느낌이 생생했다.

“응. 예담이 왜 불러요, 선생님?”

“흐으, 응, 으읏……!”

“흐응. 부르는 게 아니었구나. 보채는 거네. 애기처럼.”

예담이 고요히 웃음을 머금었다. 느긋함이 서린 고아한 얼굴과는 달리 가랑이 사이를 오고 가는 팔뚝의 움직임은 서슴없었다. 또한 집요했다.

근육이 감싼 단단한 팔뚝에는 어느새 푸른 핏줄이 돋아났다. 숨을 할딱거리던 은찬은 다급하게 손을 뻗어 이예담을 막아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탁, 손쉽게 은찬의 팔목을 붙들어 이를 역으로 저지했고, 순식간에 버둥거리던 양팔이 한 손에 붙들렸다. 은찬은 제 의도와는 달리 속옷 위를 제멋대로 주무르는 무도한 움직임을 더욱더 수월케 하는 데 기여한 꼴이 되어 버렸다.

“흐, 으, 아아…….”

이런 게 아니었다. 이예담을 가르치는 건 각종 변덕으로 과외 선생을 힘들게 만드는 고등학생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게 편한 일이었다. 과외 전이면 입이 떡 벌어지게 준비된 저녁상으로 주린 배를 든든하게 채워 주었고, 지나친 긴장으로 인해 문제에 대한 설명을 어버버하며 잘하지 못해도 불평을 하기는커녕, 웃기만 하던 그였다.

거기다 여름이면 불쾌한 땀 냄새를 풍기는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박하를 닮은 상쾌한 체향까지 물씬 뿜어내 정말 사람이 맞나,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후각이 예민한 저를 괴롭게 하지 않는 유일한 과외 상대였는데.

처음 과외를 소개해 준 수민에게 황송해 과외비를 받자마자 제대로 대접하리라 결심할 만큼 늘 이예담과는 좋았던 기억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모르는 새 내가 기분을 상하게 만들기라도 한 걸까.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은찬은 힉힉, 가쁜 숨을 참아 내며 지난날을 되짚었다. 급했다. 제 잘못을 찾아내야 했다. 일반적인 대학생 인맥으로는 좀처럼 구할 수 없는, 흔치 않은 꿈같은 조건의 과외를 지켜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결박된 손바닥에 자꾸만 땀이 차오르고, 달뜬 자그마한 얼굴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던 예담의 눈매가 가늘게 접혔다.

“아, 예쁘다. 나쁘지 않네요.”

모양 좋은 입술 사이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혼몽해 정신을 잃을 지경인 은찬에게는 들릴 리 없는 말이었다. 은찬은 계속해서 신음을 억누른 채 제 머릿속을 뒤엎은 과거를 살펴 나가는 데 급급했다.

아. 외동이라 형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는 말에 조금 선을 넘긴 했었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짓이라 생각했지만, 20살이 된 마당에 고삐가 풀려 놀고 있는 친구들과 비교해 박탈감을 느끼는 이예담을 보며 측은함이 일어나 시작한 일이었다. 꼴에, 주제도 모르고…….

그리고 그 결과가…….

“으읏!”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딴생각할 만큼 지루한가 보네. 미안해요. 부족해서. 더 열심히 배울게요?”

어느샌가 은찬의 귓가에 바짝 다가선 예담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가 귓바퀴에 내려앉자 오싹한 소름이 일었다. 목덜미를 뒤덮은 보드라운 솜털이 바짝 일어나고, 등골을 타고 야릇한 감각마저 휘돌았다.

은찬은 정신을 다잡으려 아랫입술을 깨문 채 절박하게 도리질했다. 허덕이는 몸부림에 맞추어 붉은 입술이 점차 하얗게 질려 가고 있었다.

“정말 그만. 흣, 예담아. 왜 이래. 왜…….”

“음. 왤까요.”

“자, 장난하지 말고…… 으, 흐읏!”

“좋아, 인심 쓸게요. 선생님. 여태 제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일들에 대해서 알려 준 건 고마웠는데…… 그거, 선생님이 여자 만나서 직접 해 본 거 아니죠?”

“……뭐, 뭐? 그게, 하아…… 응, 무슨, 말이야.”

“한국대 다니는 거 보면 바보는 아닌데……. 그냥 눈치가 없는 건가.”

음험한 미소를 띤 예담이 여태껏 가지고 놀던 성기를 미련 없이 놓았다. 제멋대로 가지고 놀며 준 자극에 자지가 빳빳이 일어난 탓에 아랫도리를 감싼 속옷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형태가 드러나고 있었다.

걸리적거린다는 듯 윤곽이 드러난 성기를 퉁, 무감하게 치고 난 뒤 예담은 손길을 더욱더 아래로 향했다. 스멀스멀, 뱀처럼 둔덕을 기어가던 손가락은 어느 한 지점에 닿자 일순 전진을 멈추었다.

“이쯤인가?”

예담은 회색 드로어즈를 진하게 적신, 긴 타원형의 눅진한 자국을 보며 실소했다. 설마……. 그 웃음에 은찬은 극도의 긴장감을 느낀 채 잔뜩 움츠러들었다. 예담은 잔뜩 졸아든 은찬의 얼굴을 한 번, 척척하게 젖은 팬티를 한 번 번갈아 살펴보다가 픽, 바람 새는 웃음을 터뜨리며 젖어 있는 천을 느릿하게 쓰다듬었다.

단단한 손끝이 닿은 둔덕이 파르르, 떨리면서 갈라진 연분홍빛 속살이 더욱 농밀히 젖기 시작했다. 놀란 은찬의 동공이 커다랗게 벌어지고, 이미 예상했던 바라는 듯 평온한 낯을 유지한 예담은 도톰한 살점이 두 덩이로 쪼개지는 입구에 중지 마디를 구부려 대었다. 그러곤 녹아내릴 듯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은찬아, 너…… 보지 달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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