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장 (4/16)

3장.

“오늘 여사님 쉬는 날이라. 잠시만 기다려요.”

예담이 은찬을 소파에 앉힌 뒤 발걸음을 옮겼다. 넓은 응접실을 비롯해 집 안 전체에서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쥐 죽은 듯 고요한 내부에 은찬은 그제야 이 집에 올 때마다 이예담 외의 다른 식구들과 마주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했다.

저택이라고 일컬어도 어색하지 않은 규모의 집을 유지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이 집에 오래 머물지 못할 만큼 바쁜 일상은 필수 불가결한 부분인가 보다.

“…….”

함께 저녁을 먹던 다이닝룸과 과외를 진행하던 서재를 제외하고선 처음 머무는 공간이었다. 어색해진 은찬은 괜히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을 하며 초조한 다리를 덜덜 떨었다.

“하아…….”

일단 오긴 왔는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좋을까.

“선생님.”

생각을 정리하던 중, 이예담이 우드 트레이를 들고 등장했다. 담겨 있는 2잔의 음료 중 붉은빛이 감도는 과일 주스가 담긴 잔이 제 몫일 게 분명했다. 보풀 하나 보이지 않는 소매를 팔꿈치에 걷어 올린 채, 붉은 기 가득한 크리스털 잔을 앞으로 밀어 주며 이예담이 물어 왔다.

“그래서, 왜 왔어요.”

“저기…….”

“말해요.”

“너만 괜찮으면 과외…… 계속하면 안 될까. 혹시 그사이에 새로 과외 구했으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좀 급한 일이 있어서……. 네가 전에 내가 과외 하는 스타일이랑 맞는다고 했었으니까……. 혹시나 해서…….”

“그래요. 그럼 다시 해요.”

담담한 어조였다. 잠시 현실감이 없어진 은찬이 대답 대신 눈만 끔뻑였다. 이렇게 쉽게?

“……진짜? 저, 정말 그래도 돼?”

한 박자 느리게 따라오는 은찬의 반응에 이예담이 우아하게 웃었다.

“과외 다시 하고 싶다면서요. 그럼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급한 일이라는 건 돈 문제겠죠? 이렇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네요.”

“어…… 그…… 고마워…….”

어물어물 겨우 말을 잇는 은찬에 예담이 바짝 얼굴을 가까이했다. 삽시간에 들이치는 기척에 놀란 그가 토끼 눈을 하고 입술만 달싹이자, 시선을 마주친 이예담이 짧게 웃었다.

“잘 안 들려서요.”

“그…… 내가 전에는…… 너한테 좀 화가 나서……. 심하게 말을 하긴 했는데…… 알다시피 너도…… 아예 잘못을 안 하진 않았잖아. 이, 이제 와서 탓하려는 건 아니고, 그러니까 안 좋았던 일은 굳이 떠올리지 말고…….”

“그래요. 서로 지난 일은 잊어요.”

“그럼 정말 과외만……. 어차피 수능도 얼마 안 남았잖아. 딱 과외에만 집중하자. 괜찮아?”

“이제 선생님이 했던 말 다 실제가 아니란 걸 알았는데. 쭉 해 오던 가짜 경험담 이야기라면 더는 궁금할 것도 없어요.”

혹시라도 그런 쪽으로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태연하게 고개를 젓는 이예담에 어쩐지 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에 제게 갖던 호기심도 자취를 감춘 것 같았다.

“그러면…… 전에 얘기해 준다고 했었잖아. 어떻게 그거, 알게 된 건지 알려 줄 수 있을까.”

“아. 아직도 그 이야기예요? 그건 나중에. 봐서 알려 줄게요.”

뭉그러뜨리며 내뱉는 말에 바지 위로 올려두었던 손바닥에 땀이 고였다.

“불안해서 그래.”

“걱정 말아요. 나 말곤 모르니까.”

“…….”

네 말을 어떻게 믿어.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 말이지만 차마 꺼낼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은찬은 눈꺼풀을 빠르게 깜빡이며 이예담의 시선을 피했다.

“저도 선생님 믿고 과외 다시 시작하는 거잖아요. 서로 그 정도 신뢰는 남겨 두죠. 급한 일이 있다고 했으니까 계좌랑 필요한 금액 여기 남겨 두면 오늘 중으로 보내 드리도록 할게요.”

은찬은 잠시 미적거리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건넨 펜으로 종이 위에 천천히 제 이름 세 글자를 새겨 넣는 그를 내려다보며 예담이 고요히 미소 지었다.

* * *

[유한성 님께 송금이 완료되었습니다.]

“하…….”

은찬이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며 피곤한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존심을 버리니 급한 불은 매우 쉽게 꺼졌다. 허무할 정도였다.

며칠 전, 은찬은 오랜만에 아버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간 어떻게 지냈냐는 물음을 꺼내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음성이 쏟아졌다.

〈은찬아. 저, 너 그때 새로 시작한 과외 아직도 하고 있니?〉

뜻하지 않은 과실 치상에 휘말려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사정이었다. 그나마 아버지 본인은 다치지 않아 지방까지 내려올 필요는 없다는 만류가 있긴 했는데, 당장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돈이 한 푼도 없는 상황인 게 문제였다.

사업 실패로 주변인들과 인간관계가 다 정리된 만큼 아버지라고 마땅히 손 벌릴 사람이 있는데도 저에게 연락한 것은 아닐 게 분명했다. 거기다 마지막 연락에서 대박 과외 건수가 잡혔다고, 생활비에 보태라며 돈을 먼저 보내 준 것도 은찬 자신이었으니. 아버지가 이럴 때 연락해 오는 것도 어찌 보면 지당한 일이었다.

은찬은 그길로 새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곳에 찾아가 사정해 봤지만 사장은 난색을 표했다. 당연했다. 저라도 안면 튼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르바이트생에게 큰 액수의 돈을 선뜻 내줄 수 없었을 테니까.

아버지라면 질색하는 어머니 역시 사정이 좋지 않았다. 고려해 볼 선택지가 아니었다. 머리를 싸맨 채 얼마 되지 않는 휴대폰 연락처를 뒤지던 중, 은찬의 눈에 들어온 건 ‘ㅗ’로 저장된 이예담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이예담은 생각 외로 호의적이었다. 덕분에 아버지 일뿐만 아니라 손상되는 체력에 대한 근심도, 그에 따른 학점에 대한 걱정도 깨끗이 사라졌다.

벼랑 끝에 내몰린 차에 내린 결정이지만 그 결정 하나로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그동안 괜히 알량한 자존심 하나만 바라보고 버틴 것 같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건 몇 번의 과외가 거듭되면서 점점 짙어져 간 감정이었다.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다시 과외에 임한 것이 무색하게 우려했던 일은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예담은 늘 멀쩡히 수업에 집중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열정적이기도 했다.

별것 아닌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바르작거리는 건 오직 은찬뿐이었다.

* * *

졸렸다. 자면 안 되는데……. 전공 과제 제출 때문에 새벽까지 꼴딱 밤을 새워 버린 까닭에 아까부터 눈꺼풀이 무거웠다. 이예담은 오늘도 얌전히 문제 푸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고…….

은찬은 한쪽 턱을 괸 채로 숨소리도 거의 내지 않는 예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결국 병든 닭처럼 고개를 끄덕거리던 얼굴을 주체하지 못하고 책상 위로 스르르 엎어졌다.

“…….”

예담은 지나치게 조용한 사위에 고개를 들었다. 어느샌가 은찬이 책상에 얼굴을 기댄 채 까무룩 잠들어 있었다. 색색, 고르게 몰아쉬는 숨에 더불어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을 보고 있자니 간신히 참고 있던 욕구가 단박에 몸집을 부풀렸다.

의도적으로 가느다란 목선에 손가락 끝을 올리곤 느린 속도로 살결을 쓰다듬었다. 은근하게 문질러 대다 물러나며 익히 잘 아는 유두를 슬쩍 스쳤다. 움찔, 은찬이 무의식적으로 몸을 떠는 것이 느껴졌다.

“……읏? 뭐야.”

목덜미를 타고 오르는 소름에 놀란 은찬이 파르르, 어깨를 떨며 잠에서 깨어났다. 요란하게 일어나 커다란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인 뒤에야 뒤늦게 과외 중이란 걸 깨달았는지, 몽롱함이 남아 있던 표정을 급히 감추었다.

“선생님, 설마 존 거예요?”

나긋한 목소리가 속삭이듯 말했다. 어느새 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떼어진 채다.

목덜미에 남은 소름만 건재한 상황이었다. 은찬은 잠결에 야릇한 꿈을 꾼 것 같아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아니, 아니야.”

“침은 좀 닦고 아니라고 하지.”

예담은 부러 톡톡, 깨끗한 뺨을 가리키며 부드러이 웃었다. 은찬은 아무것도 묻지 않은 턱을 문지르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오른손으로 그가 가리킨 왼쪽 뺨을 비비자 팔뚝이 가슴을 스치며 뾰족하게 돋아난 유두가 느껴졌다.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스치는 감촉에 은찬은 말없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이제 이 유형에서는 같은 수식을 대입하는 거야. 엑스의 범위를 설정하고 풀기 시작하면 한결 더 수월해. 그러면 0보다 크고 1보다는 작은 범위가 나오잖아. 그때…….”

이예담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뭔가를 생각하는 듯, 문제를 향해 시선을 두고서도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조차 없어 문제집을 두들기는 제 손가락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일 지경이었다.

“너 듣고 있어?”

“…….”

그제야 시선이 얽혔다. 흐릿하던 눈동자가 초점을 맞추고 은찬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염없이 새카만 동공을 마주하자 어쩐지 아랫배가 저릿했다. 분명히 저 끈적한 눈빛을 전에도 받아 낸 적이 있었다.

입 안이 바싹 말라 왔다. 조용한 방 안엔 색색, 두 사람분의 숨소리만 가득했다. 점차 숨결이 거칠어지는 듯한 느낌에 은찬은 얽혔던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자 예담이 바투 다가왔다.

“왜……!”

“여기에 베타를 대입하면 되는 거죠.”

지나친 의식이었다. 예담은 태연하게 문제 옆에 표기된 곡선을 짚으며 물어 왔다. 느릿하게 다가온 손가락이 은찬의 손끝에 닿을 듯 말 듯 근처를 아슬아슬하게 배회하며 머물렀다. 닿지도 않은 손끝으로 열기가 올랐다.

“…….”

“선생님.”

“……어, 어.”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이예담은 신경 쓰지도 않고 있는데 도리어 혼자 난리였다. 이상한 꿈까지 꾸질 않나. 은찬은 정신을 차리려 입 안 살을 세게 깨물었다.

이예담은 문제 풀이 방법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은찬과 멀어졌다. 은은하게 풍겨 오던 싸한 향도 동시에 옅어져 갔다.

“…….”

한번 의식하고 나니 자꾸만 신경 쓰였다.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옆자리를 힐끔거리며 마른침을 거듭 삼키게 됐다. 바로 앞에 언제든 손만 뻗으면 마실 수 있게 생과일주스며, 탄산수며 대령되어 있는데도.

사각사각 연필이 종이와 맞닿는 소리 사이사이에 은찬이 고여 드는 침을 목울대 뒤로 모아 넘기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이예담 특유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질 때마다 은찬은 제 입술을 강박적으로 세게 물었다 놓았다. 연약한 아랫입술이 점차 부풀어 올랐다. 예담의 눈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변화였지만, 이번엔 어떠한 말도 얹지 않았다.

“후우…….”

간절기라 높여 둔 실내 온도에 이예담이 상의를 잡고 가벼이 천을 펄럭였다. 셔츠가 살짝 위로 들리면서 단단한 윗가슴 근육과 쭉 뻗은 빗장뼈가 보였다. 굵은 목덜미를 타고 땀 한 방울이 조르륵 흘러내렸다.

일순 은찬의 눈앞에 스치듯 지나친 장면이 있었다. 방금 본 상반신 일부분이 아닌, 잔근육과 탄탄한 굴곡으로 이루어진 이예담의 전신이 느긋하게 허리를 쳐올리는 모습이다.

더운 자취방 안에서 이어지는 허리 짓에 매끈한 피부를 타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꼭 지금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읏…….”

되새기는 은찬의 숨결이 뜨거워졌다. 더는 이 방 안에 버티고 있을 수 없었다.

“나…… 가, 갈게.”

“벌써요?”

“오늘 수업 다 끝났잖아. 문제도 다 풀었고.”

“음. 그래요, 그럼.”

이예담이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길은 유두가 도드라진 지점을 향해 있었으나 은찬은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은찬은 초조히 입술을 혀로 축이며 빠르게 제 짐을 챙겼다. 당장 이곳을 벗어나는 것만이 능사인 것처럼 허겁지겁 빠져나가는 얼굴이 토마토처럼 발갛게 익어 있었다.

* * *

은찬은 자취방 건물 꼭대기 층에 도착하자마자 바지춤을 부여잡았다. 다급하게 문고리를 돌리고 대충 신발을 벗어 던진 뒤, 곧장 침대로 뛰어들었다.

빠르게 바지 버클을 풀자마자 아래를 감싸고 있는 팬티를 벗으려 손가락을 천에 걸었다. 여유 없는 마음과는 달리 이예담 집에서부터 질척해진 팬티는 끈적끈적한 애액과 살갗이 눌어붙은 채로 말라 잘 벗겨지지 않았다. 서둘러 몸을 파닥이며 힘들게 팬티를 벗었다.

“이럴 줄 알았어. 읏…….”

드러난 생보지는 빨갛고 척척한 속살끼리 찐득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금이 간 것처럼 기다랗게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더라면 살 뭉치로 보였을지 몰랐다.

검지를 틈 사이에 쑤셔 넣자 뜨끈하고 질펀해진 슬라임을 뒤적이는 것 같은 감촉이 느껴졌다. 은찬은 손끝을 타고 번지는 아찔한 감각에 손가락을 덜덜 떨며 젖은 보지를 갈랐다.

“아, 흐으으…….”

다시는 보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자위할 때 남자의 좆을 떠올리지 않겠다는 다짐도 모조리 집에 오는 길에 휘발되었다. 그저 절절 끓어오르는 보지 점막을 휘저어 온몸을 간질이는 잔열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싶은 욕구뿐이었다.

그러고 나면 이 갈증이 해갈될 것만 같았다.

“후…… 으읏, 응…….”

자세가 조금 불편했다. 은찬은 베개를 끌어와 허벅지 아래에 두고 누웠다. 그러자 흥분한 하반신이 살짝 들려 한눈에 들어왔다. 반쯤 일어난 자지도, 그 아래 흥건하게 젖어 든 보지까지도.

그걸 보니 한껏 더 흥분하게 됐다.

새하얀 허벅지를 활짝 벌린 채 둔덕을 문지르며 서서히 몸을 데워 나갔다. 헐떡이는 숨에 맞추어 손가락도 점점 빠르게 보짓살을 쳐 댔다. 조그만 방 안은 가빠진 호흡과 젖은 살 쳐 대는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아…… 응…….”

클리토리스를 성마르게 비비며 절정에 닿을 때쯤엔 은찬은 더 이상 제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저 본능만을 좇기 시작했다.

탄탄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가슴과 굵다란 목선, 단단하고 힘 있는 손가락, 그 손가락이 은근하게 스친 목덜미와…… 자신의 손가락을 농밀하게 빨아 주던 붉은 입술. 이 모든 것들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그동안 억지로 덮어 두었던 욕망이었다.

“아……! 흣! 으!”

발끝에 힘을 주어 허리를 들었다. 자연스레 엉덩이가 공중으로 솟아오르면서 둔근과 음부 내측이 꽉 조여들었다. 하반신이 올라붙으며 단단하게 일어난 자지가 맑은 물을 흘려 댔다.

일반적으로 빳빳해진 남자의 성기는 삽입의 욕구를 나타내겠지만, 은찬에게는 정반대의 욕구를 의미했다. 이제 은찬은 누구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알았다.

삽입당하고 싶다.

은찬은 꺼떡이는 자지를 상관 않고서 계속해서 보짓살을 뒤적거렸다. 어딘가에 자지를 쑤셔 박는 것보다 갈급한 욕망이 우선했다. 아래위로 긁기도, 양옆으로 비벼 대기도 하면서 질척하게 젖은 음순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짜릿한 흥분감에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사방으로 요란하게 흔들어 댔다.

보드라운 엉덩이 살이 찰싹찰싹 뒤흔들리자 흘러나오는 애액에 속살이 난잡하게 비벼졌다. 손가락과 맞닿는 모든 살결이 끈덕지고 질펀하게 녹아내렸다.

당장 무른 속살을 묵직한 자지로 매섭게 짓찧고 싶었다. 그러면, 그러면 이 감질나는 쾌락의 끝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찬은 더욱 힘껏 둔부를 씰룩이며 절정을 향해 손가락을 털기 시작했다.

“흐으……! 아, 아……!”

좆 기둥을 쥐고 흔들기도 전에 진탕 사정감이 몰려왔다. 이제 곧 갈 것 같아. 은찬은 검지와 중지를 그러모은 채 한 번에 퍽! 보지 속으로 격렬하게 쑤셔 넣었다. 말캉한 보지가 짓눌리며 왈칵 보짓물이 터졌다. 일순 눈앞에 기다란 번개가 번쩍 내리쳤다.

“아……! 으응! 응!”

외롭게 공중에서 끄떡이던 자지 끝 귀두에서 희뿌연 액이 픽, 뿜어져 나왔다. 투두둑, 납작한 아랫배와 허벅지, 매트리스 위로 덩이져 떨어진 정액과 함께 은찬은 절정에 달했다. 어깨로 상체를 받친 채 붕 떠 있던 몸이 순식간에 매트리스 위로 떨어졌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단번에 떨어지는 듯한 아찔한 소름이 함께 찾아왔다.

보지 점막이 미처 꺼내지 못한 손가락을 조이면서 펄떡거렸다. 허벅지가 모여들면서 손목을 바짝 감싸고, 사방에서 애액에 젖은 손가락을 압박해 왔다.

간신히 힘을 주어 손가락을 꺼내자, 손가락 또한 보지처럼 벌벌 떨리고 있었다. 어찌나 잔 경련이 오래갔는지, 모든 액을 뱉어 낸 자지가 힘없이 쪼그라든 뒤에도 떨림은 계속 이어져 갔다. 몸을 뉘인 매트리스 또한 잘게 흔들렸다.

“아…… 흐읏.”

방 안이 후덥지근했다. 보일러를 켜지 않았음에도 공기는 아까 이예담 집에서 느낀 온도보다도 물씬 후끈하게 느껴져 숨이 가빴다. 은찬은 정액 때문에 흠뻑 젖은 아랫도리뿐만 아니라 바삐 역동한 근육이 자리 잡은 전신 곳곳이 진땀으로 절었음을 느꼈다. 탁한 숨결이 절로 터져 나왔다.

“하아…… 하아…….”

가슴팍에 고여 든 땀방울 한 줄기가 또르르 능선을 따라 흘렀다. 은찬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밀려오는 여운을 만끽하고 싶었다.

좋았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충족감이 들었다. 아마…… 실제 좆을 쑤셔 넣으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쾌감이 내리치겠지. 희미한 기억만으로도 이렇게 자꾸만 생각나는데.

은찬은 더는 제 몸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혼탁했던 머릿속도, 달아올라 괴롭던 몸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 * *

“그럼 다음 수업 전에 자율적으로 팀원과 주제를 정해서 메일로 제출해 주세요.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최대한 팀플이 있을 법한 수업은 피해서 짠 시간표인데도 불구하고 결국 한 과목에선 피하지 못했다. 시험보다 비중도 커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데다가 팀원 선정을 자율에 맡기다니……. 이럴 줄 알았다면 같은 과목 듣자던 수민의 말을 들을 걸 그랬다. 은찬은 교수가 사라지자마자 조용히 눈을 굴리며 안면이 있을 법한 얼굴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알 턱이 있나. 평소에 과 모임이며 동아리 모임이며 잘 나가지 않았던 까닭에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아 보였다.

가만히 있다 보면 남은 사람들끼리 묶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우두커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저기, 아직 팀원 못 구하셨으면 저희랑 하실래요?”

고개를 돌아보니 꽤나 장신인 남자 셋이 은찬 뒤에서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말을 건 귀엽게 생긴 남자를 필두로 나머지 둘도 힐끔힐끔 은찬을 바라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희가 딱 셋이라 사람 한 명만 더 있으면 되거든요. 아, 저희는 건축학과예요. 학점 버릴 생각은 없으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절대 잠수 안 타요. 잠수 타면 대자보를 붙이셔도 됩니다.”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은찬은 딱히 선택권이 없었다. 이미 저를 제외하고 세 명이 모여 있는 조가 더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은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과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주제는 여기서 지지부진하게 떠들지 않고 추후 정하기로 했다.

“그럼 오늘은 금요일 저녁이니까 다음 수업 전까지 다시 정해 봐요.”

“네. 안녕히 가세요.”

질척거리는 타입이 아니라 좋았다. 그래도 팀플이 싫은 건 싫은 거다. 구시렁거리며 캠퍼스를 나서다 뒤늦게 아차, 하고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집에 가기 전에 정문 근처 도시락 가게에 들른다는 걸 깜빡해 빈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과외가 없는 날이면 늘 그랬듯 집 앞 편의점에서 냉장 도시락을 사 먹는 방법도 있었지만, 금요일 저녁까지 그렇게 해결하고 싶진 않았다. 은찬은 기꺼이 몇 걸음 더 걷기로 마음먹고 발걸음을 돌렸다.

“어……. 도시락 종류가 이것뿐인가요?”

“네. 금요일이라서 여분을 많이 준비해 두지 않았더니 남은 건 이거밖에 없어요.”

애써 여기까지 왔는데 보람이 없었다. 후식 과일까지 케이스에 넣어 파는 도시락 전문점은 늘 인기 있는 과일 세트가 먼저 나가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그 결과로 바나나가 들어 있는 갈릭 볶음밥만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

“그럼 이걸로 살게요.”

별수 없지. 바나나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편의점 도시락보다야 여기가 나았다. 바나나는 남겨 뒀다가 먹든 버리든 하고 볶음밥이나 먹어야겠다.

이상적인 저녁 식사는 아니지만 빈손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은찬은 간간이 문제를 물어 오는 이예담 문자에 답장하며 집으로 향했다. 가끔 보면 당연히 알 것 같은 문제도 이해를 잘 못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재수를 하나…….

* * *

자작하게 들끓던 욕망은 한번 인정하고 받아들인 순간부터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은찬은 부쩍 늘어난 성욕 때문에 매일같이 보지를 힘껏 자극했다. 본 적 있는 굵다란 성기를 일과처럼 떠올린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읏, 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건강하게 일어나 있는 자지를 외면하지 않고 속옷을 내렸다. 물론 성욕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표면적인 표현일 뿐, 실제로는 곧장 보지로 손길이 향한 채다.

“흐으…… 응, 읏, 으응…….”

은찬은 보지 입구 위, 톡 튀어나온 살점을 둥글리며 은근하게 비볐다. 간질거리는 감각과 함께 가느다란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빨리, 더 빨리.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격하게 움직이면서 주름진 대음순을 짓눌렀다. 절박하게 마찰을 일으키며 뜨거운 신음을 터트렸다.

“아, 흐으, 진짜아…….”

한창 달떠 있던 은찬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추었다. 손가락으로는 뭔가 부족했던 탓이다.

더 굵은 걸 거세게 쑤셔 넣고 싶었다. 맛을 모르면 모를까, 이미 아는 맛을 다시 보지 못하니 환장할 지경이었다.

흐리멍덩한 눈으로 음부를 헤집던 와중, 은찬의 시야 끄트머리에 어제 사 와서 다 먹지 않은 도시락 케이스가 걸렸다. 접이식 테이블 위에 뚜껑이 덮인 채 얌전히 놓여 있는 모습이었다.

“…….”

이를 주시하는 은찬의 눈빛이 흔들렸다.

과일이 케이스에 같이 포장되어 있는 도시락은 바나나조차 예쁘게 다듬어진 채 고이 들어가 있었다. 뾰족한 줄기 부분은 칼로 도려내 둥그렇게 휜 몸통의 위아래 모두가 바나나 속살이 드러나 껍질을 벗기기 좋았다. 알맞게 익어 반점이 몇 개 생긴 바나나는 단단해 보이면서도 적당한 굵기를 자랑했다.

꼭, 살짝 휜 남자 좆을 연상시켰다.

“미친.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종종 자위할 때 남자 좆을 반찬으로 쓰곤 했지만 그건 정말 자위라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한번 경험해 본 섹스가 계속해서 잊히지 않을 만큼 좋긴 했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할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 덮어두고 상상하는 데 몰입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저 자신이 가진 걸로 만족해야 했다. 보지를 압박하는, 평소와 같은 수준의 자극이면 곧 절정에 달할 수 있을 것이다.

“으응……! 흣, 읏……!”

조금만, 조금만 더…….

오늘따라 감질났다. 평소만큼 안을 휘저어 봤자 절정에 오르긴 요원해 보였다. 흐물흐물해진 점막은 손가락을 빨아들이며 좀체 달아오르지 못해, 미미한 쾌락만을 안겨 주었다.

한껏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김이 빠진 탄산음료처럼 밍밍하기만 했다. 질 깊숙이 자리한 열점까지 건드려 줄 수 없고, 안을 가득 채워 줄 수 없어 오는 한계점이었다.

겨우 손가락을 추가해 해결될 열락이 아니었다. 보지를 찢어발길 것처럼 흉흉한 무언가를 질구 안으로 쑤셔 넣고 싶었다. 은찬은 남은 도시락을 멀거니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

케이스에 담긴 바나나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은찬은 손가락을 가져가 조심스레 바나나 몸통을 쓰다듬었다. 실온에 놔둬서 그런지 지나치게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속살에 닿아도 놀라지 않을 만큼의 온도였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은찬은 망설이다 바나나를 쥐고 음부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질감이 여린 점막을 자극하자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살랑거렸다. 푸욱. 손가락보다 굵고 묵직한 것이 거침없이 안을 갈랐다.

“……아!”

즈즈즉, 벌렁거리던 구멍이 벌어지며 마침내 보지 안이 가득 채워졌다. 충족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은찬은 어딘가에 홀린 것처럼 바나나 기둥을 쥔 채 움찔거리는 보지를 쑤시고 빼내길 반복했다.

푸욱, 푹 적나라한 소리를 내며 바나나가 연한 살점을 무자비하게 헤집었다. 은찬은 이예담이 제 걸 붙들고 놀리던 순간처럼 거칠고 세차게 바나나로 추삽질했다. 머릿속은 바나나가 아닌 검붉은 살덩이가 저를 꿰뚫는 장면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아, 아…… 아! 흐으응!”

그러다 한순간, 흥분한 보지가 사정없이 조여들었다. 푸들대는 속살에 절정을 예감한 은찬이 동시에 바나나를 빼냈는데.

“…….”

이상했다. 손잡이 윗부분이 꼭 알맹이만 쏙 빠진 것처럼 흐물흐물하게 느껴진 것이다. 분명 자지처럼 탱글탱글했던 바나나가…… 보지 안에서 절반으로 쪼개져 알맹이를 남겨 둔 채 껍질만 빠져나온 거였다.

“미…… 미친…….”

껍질을 타고 질금질금 흘러내린 물이 침대 시트 위로 고여 들었다. 당황한 은찬은 질구에 박혀 나오지 않는 바나나를 꺼내 보려 검지로 질 내부를 더듬었다. 그러자 의도와는 달리 물컹하게 잘 익은 바나나 과육이 안으로 부드럽게 밀려들어 가며 노란 즙을 쩌덕쩌덕 흘려보냈다.

“어떡, 어떡해…….”

꺼내려 애를 쓰면 애를 쓸수록 바나나는 점점 더 깊숙이 모습을 감추었다. 거울에 비추어 보아도, 폴짝폴짝 뛰어 봐도 밖으로 나올 일은 요원해 보였다.

이대로 몸속에, 그것도 보지 속에 바나나를 넣고 지낼 순 없었다. 속에서 썩어서 균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지. 병원에 가서 꺼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제가 꺼내는 건 더더욱 불가능해 보였다.

거기다…… 이렇게 고민하는 순간에도 과육은 더더욱 무르고 있을 텐데.

“흐으…….”

은찬은 가쁜 숨을 내쉬다 입술을 사리물었다. 수치심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도움을 구할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 * *

울먹이는 은찬의 전화를 받은 예담은 곧장 차 키를 챙겨 차고로 향했다. 주차된 많은 차 중 출입문과 가장 가까이 있는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은 다음, 통화 내용을 곰곰이 되짚었다.

의아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뚱딴지같은 단어들의 향연이었다.

〈이예담……. 나 어떡해?〉

〈무슨 일 있어요?〉

〈바나나가 물러서 쪼개졌어…….〉

처음엔 술주정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연락하고서는 뜬금없이 바나나가 물러서 쪼개졌다니, 또 무른 바나나가 반절로 갈라진 게 무슨 큰일이라고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구는 건가 싶어서.

하지만 몇 번 말을 걸어 보니 일전에 만취했을 때처럼 발음이 어눌하지도, 맹하지도 않아 맨정신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제게 절박하게 연락할 만한 일이 생겼다는 말인데.

“……보통 일은 아니겠네. 가 보면 알겠지.”

예담은 능숙하게 핸들을 꺾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요즘 들어 종종 애단 표정으로 저를 볼 때가 있긴 해도 아직은 거부감이 더 크게 남은 유은찬이었다. 그런 그가 직접 전화까지 해서 도움을 청할 일이라니 쉽게 짐작 가지 않았다.

온전히 운전에만 몰두하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번 와 본 게 전부지만 쉽게 찾아온 은찬의 집 앞, 운전석에 앉은 예담은 핸들을 쥐고서 옥탑방을 올려다보았다. 가만히 그가 있을 집을 응시하던 예담은 곧 골목 초입에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SUV를 아무렇게나 정차해 둔 채 긴 다리로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이윽고 옥탑방 문 앞에 섰다. 똑똑. 낮은 노크 소리를 내며 은찬을 불렀다.

“선생님? 저 왔어요.”

“문…… 안 잠겼어. 열고 들어와.”

한껏 지쳐 갈라진 목소리였다. 뭐지. 의문과 함께 손잡이를 돌리며 낡은 문을 열자, 그가 했던 모든 행동이 단숨에 이해되는 환장할 만한 장면이 펼쳐졌다.

유은찬이 제 보지에 바나나가 박힌 채로 울먹이고 있던 것이다.

“…….”

예담은 가느다랗게 눈을 좁힌 채로 찬찬히 침대 위의 상황을 파악해 나갔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은 필요 없었다. 알맹이가 중간에서 잘렸는지 과육이 절반쯤 남은 바나나가 껍질째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고, 그 바나나 껍질엔 보짓물로 추정되는 반투명한 액이 뒤범벅되어 있던 까닭이다.

짓무른 바나나가 덕지덕지 묻어난 보지 구멍이 움찔거릴 때마다 붉은 속살과 노르스름한 과육이 으깨지며 주르륵 번들거리는 즙이 흘러내렸다. 보지즙과 과즙이 섞여 한데 녹아내리는 진풍경에 예담이 말을 잃고 물끄러미 서 있었다.

“아아……아! 나 좀…… 도와주면 안 돼? 꺼내 줘…….”

예담은 은찬의 칭얼거림에 바닥에 두었던 시선을 그의 얼굴로 옮겼다. 자그마한 얼굴 전체가 붉게 달아올라선 군데군데 땀방울이 가득했다. 젖은 눈시울과 물기 어린 속눈썹까지. 그야말로 야해 빠진 얼굴이었다.

간혹 바나나나 오이 같은 식료품을 이용해서 자위하는 경우가 있다고 풍문에 듣긴 했지만…….

그게 유은찬일 줄이야.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당장 저 난잡한 광경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뒹굴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다.

“……119 부를까요?”

부를 마음은 없으면서도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폰 화면을 두드렸다. 입 밖으로 ‘보지’라는 단어만 꺼내도 난리인데 긴급 구조대를 부른다니, 유은찬의 성격상 기절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아, 안 돼……!”

말도 안 됐다. 보지 속에 바나나가 박혀 빠지지 않는다는 사유로 긴급 구조대에 전화를 한다니……. 신체적 비밀인 보지가 탄로 나는 것도 일차적으로 거부감이 일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상 성욕자 취급을 받을 걸 생각하니 단번에 숨통이 막혀 왔다.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를 듯 삽시간에 눈가가 뜨끈해졌다.

“그럼 어떡해요.”

“…….”

비스듬히 내려간 눈꼬리가 처연했다. 속눈썹 끝에 눈물방울까지 살짝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니 혼자 낑낑댄 시간이 꽤나 흐른 듯했다. 하다 하다 안 돼서 저를 부른 거겠지.

“선생님, 어떻게 해 줄까요. 해 달라는 대로 해 줄게요.”

부드러운 음성이 은찬을 달랬다. 눈물이 핑 돌았다. 기어코 수치스러운 말을 하게끔 유도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몰려드는 절박함에 눈앞의 이예담을 붙들 수밖에 없었다.

“꺼……내 줘.”

“네?”

“이거…… 꺼내, 는 거 도와 달라고…….”

“제가요?”

“……응. 부탁해.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그 말에 이예담이 가까이 다가왔다. 급박한 상황과는 달리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었다.

“없던 일로 하자면서 내숭 떨더니……. 보지 쑤시고 싶어서 뒤에선 이러고 있었어요?”

은찬은 노골적인 희롱에도 화를 낼 수 없었다. 굴욕적이게도 이예담 말이 맞기도 했고, 지금은 자존심 따위를 지키는 것보다는 제 안에 박힌 바나나를 꺼내는 일이 더 급했기 때문이었다.

“흐윽……. 일단 도와줘. 안 돼?”

“선생님이 도와 달라는데 제가 외면할 리가 없잖아요.”

“……응.”

“음. 선생님, 어디까지 해 봤어요?”

“손가락……을 넣어 봤는데 더 안에 밀려들어 가기만 해서…….”

“그럼 손가락은 안 되겠네요.”

예담이 태연히 말을 건네더니 침대 중간에 앉아 있는 은찬의 발목을 움켜쥐곤 제 쪽으로 스르륵, 끌어당겼다. 예담에 비해 작은 체구인 은찬은 순식간에 그가 자리한 침대 귀퉁이로 몸이 옮겨졌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예담을 바라보자, 은찬의 양 발목이 그의 손아귀에 잡힌 상태로 밖을 향해 벌어졌다.

“아! 뭐야……?”

예담은 제 허벅지를 넓게 벌려 모여들려는 은찬의 발목을 고정했다. 그러곤 고개를 숙여 파닥이는 은찬의 가랑이 사이를 살폈다.

“도와 달라면서.”

“그건, 힉!”

그 말을 끝으로 예담의 혀가 보지 안으로 진득하게 파고들었다. 뜨겁고 말캉한 점막이 밀착하며 질어진 보지를 거세게 쭈읍, 빨아들였다. 축축하게 적셔진 보지에서 수분이 함빡 짜여 나왔다.

내밀한 곳에 박혀 있던 바나나 덩어리 또한 쑥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좁은 질 벽을 꿰뚫으며 밀어내는 과육에 점막이 경련하며 열기를 뿜어냈다. 혀끝에 그 잘은 진동이 느껴졌다. 예담이 더욱더 아래를 힘주어 쭙쭙 빨았다.

“흐으응……! 읏! 읍!”

은찬은 스스로의 신음 소리에 놀라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눈을 질끈 감은 채 거세게 도리질했다. 그 모습에 예담이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이미 전에 소문 다 났어요. 밤새워 목 아플 정도로 소리 질러 놓고 이제 와서?”

그러곤 다시 고개를 숙여 게걸스레 보지를 헤집기 시작했다. 좀 전처럼 빨지만 않고 때론 혀를 얇게 말아선 안을 쑥쑥 쑤시기도 했다. 심을 세운 혀가 짓누르는 대로 푹푹 들어가는 폭신한 질 벽이 보짓물을 쏟아 내며 애처롭게 경련해 댔다.

“아……앙! 응! 흐으!”

한참 보지를 가지고 놀던 예담이 혀를 넓적하게 펴선 푸들거리는 소음순을 느릿하게 핥아 올렸다. 그러자 기어 올라가는 혓바닥과 함께 은찬의 자지 또한 슬그머니 고개를 치들었다.

퉁, 곤두서는 자지가 예담의 이마 끝자락에 걸려선 잘게 튕겼다.

“으읏…….”

은찬은 억누른 신음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뒤챘다. 그러자 예담이 찰싹, 소리 나게 볼기를 쥐어짜며 그의 하체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살짝 시선을 들어 확인하자 힘이 들어간 엉덩이의 여파로 자지가 엉망으로 젖은 채 움찔거리고 있었다.

예담이 슬며시 미소 짓더니 여태 보지를 쑤시던 혀로 실수인 양 보지 겉살 위에 올라붙은 고환을 지긋하게 둥글렸다. 같은 남자 자지인데…… 역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더 흥분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보고 싶을 뿐이었다.

한참 동안 슬쩍슬쩍 불알을 문지르던 혓바닥이 찌덕, 적나라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가자 어느샌가 감긴 은찬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 왔다.

“아, 아아……! 읏!”

요도 구멍에서 쿠퍼액이 질금질금 샘솟고, 동시에 보지에서도 왈칵 애액이 터져 나왔다. 그 덕에 온천수처럼 뜨끈한 물이 흘러넘치면서 바나나 섬유질이 가닥가닥 아래로 밀렸다.

바나나 향이 물씬 풍기는 섬유질과 보짓물이 구멍 속에 쑤셔 넣은 혀에 엉겨 자아내는 음탕한 맛이 기꺼웠다. 더 조르고 싶어진 예담이 한 손으로 보지를 벌리고 더욱더 고개를 아래로 처박았다.

결이 좋은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은찬의 아랫배를 간질이고, 높은 콧대가 음핵과 고환 사이를 뒤집듯 문질러 댔다. 뜨겁게 보지로 쏟아지는 숨결이 적나라했다. 예민한 살점을 사방에서 자극해 대는 탓에 붉은 속살이 흥분으로 펄떡거렸다.

“아, 흐으, 이…… 상, 해애, 흣.”

예담은 은찬의 거칠어진 숨소리를 느끼며 함께 흥분하기 시작했다. 혀로 성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질구 여기저기를 세운 혀로 찔러 넣을 때마다 뻘건 점막이 타액으로 점철된 살덩이를 조여 왔다. 마치 탱글탱글한 보짓살이 자지를 조이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작열하는 쾌감에 혀가 닿을 수 있는 가장 안쪽까지 억세게 살덩이를 밀어 넣었다. 예담의 아랫배가 단단해졌다.

“아, 아…… 더어, 흐으윽!”

은찬은 자신이 무슨 목적으로 이예담을 부른 건지 잊은 채로 흐무러지게 빨리는 보지에 심취했다. 옴쭉대는 보지를 그가 거침없이 쭉쭉 빨아 댈수록 야릇한 감각이 전신으로 번져 나갔다.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침대 시트가 구겨질 정도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흐읏, 으으으……!”

이제 은찬은 예담이 힘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다리를 벌렸다. 뜨겁고 부드러운 입술에 제 몸을 밀착하고 싶어 낑낑대며 아래를 높이 치들기까지 했다.

푸욱, 통통한 보짓살이 반듯한 콧날을 뭉그러뜨리면서 다가서자 코끝에 시큼한 보지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날것 그대로의 냄새라 한없이 꼴렸다. 바지 안에 갇힌 좆이 아플 정도로 천을 밀어내며 핏줄을 불툭였다.

“하……. 보지 냄새.”

예담이 질구 속에 박힌 바나나 과육을 격렬히 뽑아내다 얼굴을 들었다. 조각 같은 얼굴이 온통 묽은 액으로 흥건했다. 말을 하려 입술을 벌리자 벌어지는 입술 표면에 진득한 애액이 묽은 죽처럼 주르륵 늘어졌다. 이를 느낀 예담이 헛웃음을 치며 붉은 혀로 제 입술을 핥았다.

“선생님. 보지 간지러워서 바나나로 긁은 거 맞아요?”

“흐읏! 으응…….”

“대답 안 하면 멈출 거야.”

“으, 흐으…… 응. 마, 맞아. 그러니까…….”

“뭐가 맞는데. 똑바로 말해요.”

“거기가…… 간지러웠어.”

“그럼 더 빨아 줘?”

“으응, 빨……아 줘.”

“어디를? 한 번에 제대로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ㅂ, 보……지…… 힉!”

도톰한 입술에 담긴 보지라는 말에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예담은 재차 고개를 숙이고 입 안이 뻐근하도록 보지를 힘껏 빨았다.

미끌미끌한 바나나가 질 벽을 미끄럼 타며 내려갔다. 아래가 벌어지는 느낌에 은찬이 흐느끼듯 신음하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꽤나 압력을 준 탓에 바나나 덩어리가 어느새 혀끝에 닿을 정도가 되었다. 뭉개진 과육 일부가 돋아난 미뢰를 거쳐 달콤한 바나나 맛과 새콤한 보짓물 맛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씨발. 골이 다 땅길 만큼 색정적이었다.

예담은 양 음순에 손을 올리고 바깥을 향해 내벌렸다. 보지를 더욱 빨기 좋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입술을 떼지 않고 쭙쭙, 집요하게 압력을 주자 바나나즙에 전 물컹한 보지가 쑤욱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흐으……!”

은찬이 눈을 까뒤집고 파들파들 사지를 떨었다.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아득한 전율이 느껴졌다. 눈앞이 하얘지는 전율이 쌓이고 쌓이면 황홀한 쾌감으로 바뀌어 뇌리를 뒤흔들 게 뻔했다.

은찬은 어찌할 도리 없이 허벅지를 맞붙이며 예담의 목덜미를 감싸 안았다. 그러곤 짧게 깎은 손톱이 드러난 손끝이 하얗게 질릴 때까지 그를 바짝 끌어당겼다. 부드럽고 말캉한 입술이 보지에서 떨어지지 않길 바랐다.

“으음…….”

예담은 기분 좋은 압박감을 느끼며 혀를 바쁘게 놀렸다. 요사스러운 혀를 길게 내어 보지 틈 사이를 덧그리다가 예고 없이 안으로 찔러 넣으며 음순을 마구잡이로 비벼 댔다. 찔걱, 쩌억, 쫍. 보지 안을 뒤집는 혀가 만들어 내는 노골적인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마침내 조금씩, 조금씩 빠져나오던 바나나 덩어리가 모조리 쑥 예담의 입 안으로 넘어갔다. 막혔던 수문이 터지고 시원하게 물길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사정과 비슷한 짜릿한 희열에 은찬에게서 벅찬 숨이 터졌다.

“아아……! 어떡, 어떡! 흐윽!”

예담은 보지 틈에 묻어난 조금의 즙이라도 남기지 않을 것처럼 음순까지 게걸스럽게 핥아 먹었다. 뜨거운 살덩이가 음순을 진득하게 비벼 올 때마다 은찬의 몸이 흠칫흠칫 튀어 올랐다.

한참 동안 질구 속에 담겨 있던 터라 과육은 지나치게 뜨끈했다. 예담이 피식, 작게 웃었다. 그리고 제 입 안으로 쑥 들어온 바나나를 손바닥에 퉤, 뱉어 내며 말했다.

“나오긴 했는데 다 꺼내진 건지는 모르겠어요.”

은찬은 거칠어진 숨을 색색 내쉬다 겨우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마터면 바나나를 꺼내다 치욕스럽게 갈 뻔했다.

저 원수 같은 바나나. 기다란 타원 형태가 된 채 고이 누워 있는 바나나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흐읏……. 다 나오지 않았어? 지금까지 빨았잖아.”

“혀가 질 깊숙이까지는 안 닿아서요. 끝부분은 남았을지도 몰라요.”

“……그건 그렇지만……. 읏. 그럼 어떡해? 이대로 내버려 두면…… 나머지는 천천히 밖으로 나오겠지?”

“좀 더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거 같긴 한데.”

“어떻게…….”

“음, 그게.”

예담이 느릿하게 고개를 내리며 터질 듯 솟아오른 제 왼쪽 허벅지를 가리켰다. 왼쪽 사선으로 수납된 성기가 바지 위로 기다란 윤곽을 내보이고 있었다.

“개……수작 부리지 마.”

“아아, 들켰네.”

“뭐?”

“개수작인 거. 그래도 자지 끝에 묻어나는 액이 어떤지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말 그대로 개수작이었다. 이미 한껏 달아오른 몸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유은찬을 알기에 던질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아직 잔열이 가시지 않아 대화 내내 은찬은 허벅지에 힘을 준 채 흠칫흠칫 몸을 떨고 있었다.

예담이 빙긋, 여유로운 미소를 던지며 말을 이었다.

“선생님, 이럴 땐 모른 척 그냥 해 달라고 해도 돼요.”

“헛소리하지…… 헤윽!”

이예담은 어느샌가 툭, 바나나 덩어리를 미련 없이 바닥에 던진 뒤 엄지로 도톰한 둔덕을 살살 문질렀다. 손가락이 양옆을 오가며 보짓살을 짓뭉갤 때마다 갈라진 틈은 점차 더욱 벌어지며 진득한 애액을 쏟아 냈다. 예담은 미끌거리는 점액질을 윤활유 삼아 쩌적거리는 난잡한 소리가 나도록 사정없이 속살을 뒤집었다. 그러자 포동하게 살 오른 둔덕 사이로 점차 엄지가 파묻혀 손가락 끝이 보이지 않게 됐다.

속살 사이에 박힌 굵은 손가락이 마찰하는 살점에 주름이 질 만큼 힘껏 안을 뒤적거렸다. 느릿하다가도 때론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보지를 비비는 자극에 은찬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단단하고 마디진 손가락이 몇 시간 동안 끓어오른 보지 점막을 잘게 털자 은찬의 잇새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 흑, 응!”

은찬이 움찔움찔 보지 구멍을 조였다. 어딘가 부족한 전율이 몰아쳐 내밀한 자궁 안이 저릿했다. 빈 보지 안에 뜨겁고 커다란 살덩이를 넣고 마음껏 빨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면 모자란 감각이 가득 찰 것 같았다. 아까부터 계속 치밀어 오르는 욕구였다.

“마지막으로 묻는 거예요. 선생님. 확인해 보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싫으면…… 그만둘게요.”

무르녹은 반응은 고스란히 예담의 손끝으로 전달되었다. 어떤 대답이 나올지 빤히 알고 있기에 던질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

은찬은 머뭇거리다 대답 대신 눈을 질끈 감았다. 말간 뺨이 발갛게 달아올라 씰룩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예담은 낮은 웃음소리를 내며 보드라운 뺨을 칭찬하는 것처럼 쓰다듬었다.

* * *

느긋함이 어린 동작은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예담은 열기 가득한 눈동자로 바지 버클을 풀며 단번에 바지와 속옷을 벗었다. 상의 역시 가볍게 벗어 바닥으로 던졌다.

순식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 되어 침대 매트리스에 올라가서는, 느른한 눈빛으로 은찬을 내려다보았다. 단단한 손가락 끝으로 그의 회음부를 살살 쓸어내리며 뾰족한 제 입가를 혀로 핥았다.

“어…….”

은찬의 눈이 쏟아져 나올 듯 커다래졌다. 꿈결 같은 기억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다부진 몸체와…… 무섭도록 커다란 성기가 눈에 밟혔다. 방금 전까지 은찬의 보지를 빨아대느라 한껏 흥분한 자지는 흉흉한 몸집에 더해 당장이라도 음부를 후벼 팔 듯 꺼떡이는 움직임까지 합해져 더욱 무도해 보였다.

“아……안 돼.”

“뭐가요.”

은찬의 보짓물로 점철된 붉은 입술이 한쪽 입꼬리만 끌어 올렸다. 휘어진 입꼬리를 따라 번들거리는 애액이 곡선을 그리며 느릿하게 흘러내렸다.

이를 본 은찬이 고개를 저으며 엉덩이를 뒤로 슬금슬금 내뺐다. 불그죽죽한 살덩이가 여기저기 핏줄이 돋아난 채로 질질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리 보지가 달아 있어도 저렇게 징그럽고 흉측한 걸 넣고 싶지는 않았다.

저런 걸 넣었다간…… 보지가 찢어지고 망가질 게 분명했으니까. 병원도 갈 수 없는 처지에 상처를 낼 순 없었다. 암만 제 보지가 달가운 존재가 아니라한들 자학하는 취미는 없었다.

“못 넣어.”

“……하. 이제 와서?”

“못 넣는다고! 안 돼! 너무 커.”

“선생님, 보지는 그렇게 야하게 적시고서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요.”

예담이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폭이 좁은 골반을 그러쥐었다. 그러고는 파닥거리는 은찬의 하체를 들어 요령껏 제 허벅지 위에 얹었다. 짙은 시선을 내리깐 채 가랑이 사이를 천천히 살폈다.

못 넣기는……. 안 된다는 말과는 달리 보지는 빨리 안에 들어오라며 구멍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방금 전에 남김없이 빨아 먹었는데도 그새 가득 차 넘치는 보짓물이 여러 줄기를 내며 엉덩이 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맞닿은 예담의 허벅지 앞면도 금세 찐득하게 적셔지고, 곧 시트 역시 흥건하게 젖어 들었다.

천을 흠뻑 적시고도 넘쳐난 애액은 결국 시트 위로 고여 들기까지 했다. 예담이 둥그렇게 고인 물 표면에 손가락 끝을 가볍게 튕기자 찰박, 찐득한 물소리가 났다. 그 야한 소리에 자지가 한결 더 흉악하게 크기를 키웠다.

“흐으으……, 으응…….”

전에는 해 달라고 사람을 미치게 하더니 이번엔 안 된다고 해서 미치게 하네. 어느 방향이든 매번 사람 애달프게 하는 덴 도가 튼 것 같았다. 하여간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었다. 뭐, 그 정도의 수고는 들일 가치가 충분하긴 했지만.

예담은 작게 헛웃음을 치며 그새 바싹 마른 아랫입술을 느릿하게 핥았다. 그러곤 고개를 살짝 기울여 질척하게 녹아내린 보지 속살을 가늠하듯 살폈다.

질구는 쥐어짜 낸 보지즙과 과즙으로 충분히 적셔져 있어 별도의 예열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삽입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담은 기대에 부응하고자 살기둥을 붙들고 보지 구멍을 문질렀다. 찔걱, 찔걱. 무르녹은 점막이 예민한 귀두 끝에 쫀득하게 달라붙었다 간신히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났다.

쿠퍼액으로 범벅된 귀두에 힘을 주고 짓눌렀다. 살짝 귀두를 밀어내는 것처럼 굴더니, 기다렸다는 듯 좁다란 구멍이 벌어지며 살덩이를 갈급하게 빨아들였다.

“흐읏! 잠……까…… 아! 흐응!”

커다란 귀두갓이 음순을 비비며 매끄럽게 보지 입구를 통과했다. 미끄러지듯 들어가면서 구멍과 자지 사이에 조갯살 같은 소음순이 끼였는데, 한 번에 자지 전체를 넣지 못한 예담이 살짝 허리를 뒤로 물렸다 다시 안으로 찔끔 쳐올릴 때마다 중간에서 압박당한 음순으로 격렬한 자극이 휘몰아쳤다.

자꾸만 민감한 음순을 거칠게 비비적거리는 것과 같은 효과에 구멍이 벌렁거렸다. 굵은 귀두가 억지로 구멍을 벌리며 들어갔다 빠져나올 때마다 짜부라진 음순이 흥분으로 더욱 부풀고, 마찰하는 박자에 맞추어 파르르 양 날개가 진동하며 자지러졌다.

팽팽해진 살점은 귀두가 들락거리는 찰나엔 짓눌렸다 곧 다시 원형을 회복하며 와락 조여들었다. 한껏 젖은 귀두 덕택에 통통한 살집 위로 윤기를 머금은 채였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전율에 은찬의 허벅지가 움찔거렸다.

“아, 아흐, 응! 읏! 흐……!”

온전히 자지를 삽입하기도 전에 가 버릴 것 같았다. 은찬이 허리를 들썩이며 가랑이 사이에 자리한 예담의 몸통에 제 종아리를 감았다. 애가 탔다. 발목이 배배 꼬이고 발끝이 제멋대로 오므라들었다.

“흐으, 응…… 아…….”

“하아…….”

은찬이 바짝 달라붙자 예담이 장골을 아래로 퍽, 밀어붙였다. 단단하게 힘이 들어간 허벅지가 근육의 결대로 쩍쩍 쪼개지며 면적을 늘렸다. 두 몸을 잇는 자지는 알아서 꾸역꾸역 길을 내며 내벽을 헤쳐 나갔다. 아릿한 압박감에 신음하는 은찬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하으…… 응…….”

“후으. 씨발.”

미칠 것 같았다. 고작 삽입만 했을 뿐인데 술 취해 늘어진 몸과 멀쩡한 이성이 살아 있는 몸과의 간극이 너무나도 컸다.

분명히 제 인생을 통틀어 최고의 쾌락을 느낀 날이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온전히 제 자지를 담으며 반응하는 은찬에 예담은 역치를 넘어선 열락을 느꼈다. 등줄기를 타고 주욱 오르는 소름에 욕설이 절로 흘러나왔다.

예담은 제 허리를 감은 발목을 스치듯 확인하고선 몸을 낮추었다. 그러곤 아까부터 거추장스럽다 느꼈던 파자마 단추를 손쉽게 끌러냈다.

투, 툭. 떨어져 나가는 파자마 단추가 무색하게 이미 일어난 돌기가 윤곽을 드러내며 꼿꼿하게 서 있었다. 장시간 보지를 자극해 댄 결과였다.

“허리 들어요.”

다정하면서도 어딘가 강압적인 명령에 은찬이 얌전히 허리를 들었다. 단번에 그의 상체를 두르고 있던 파자마 상의가 벗겨져 나갔다. 허연 젖가슴 중심에 옅은 분홍빛을 한 생유두가 발발 떨렸다. 마치 자극해 달라는 것처럼 볼록 솟아선 팽만해지고 있었다.

“읏……!”

성급한 하반신과는 달리 유두를 둥글리는 손길은 느릿하고 여유로웠다. 뜨거운 손끝이 느린 속도로 유륜을 문지르자 가슴과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발등이 흥분으로 곱아들었다. 멈추지 않고 쳐올리는 허리 때문에 보지 안에 스멀스멀 야릇한 기운이 번져 나갔다.

유두는 도저히 평소의 함몰 상태가 상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유달리 커다란 젖꼭지는 젖샘과 연결된 젖 구멍이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예담은 말랑말랑하면서도 도톰하게 솟은 돌기를 꾹, 꾹 중지로 눌러 대다 별안간 젖꼭지를 붙잡고 주욱 잡아 늘렸다.

“흐으……! 아으으! 아, 아프……!”

끝이 빨개져 팽팽하게 늘어나는 가슴을 따라 은찬의 상반신이 앞으로 끌려오듯 튀었다. 예담은 갓 꺼낸 지점토처럼 반죽하는 대로 몰캉하게 뭉개지는 가슴살을 모아 그러쥐었다. 꾸욱, 꾸욱, 부드러운 살점이 손바닥 모양대로 짓눌린 채 감겨들었다.

거세게 짓뭉갠 살집을 안쪽을 향해 힘껏 모으자 약한 능선마저 생기려 했다. 쓸리고 비틀린 살집에서 홧홧한 열감이 감돌자 예담의 허리를 감은 발가락이 모여들며 꼼지락거렸다.

“흐으응! 아응! 읏, 응!”

예담이 손아귀에 쥔 가슴을 주물럭대며 질구를 완연하게 벌렸다. 빠듯하게 벌어진 점막은 곧 다시 좁아 들며 안을 꿰뚫은 성기에 찌덕찌덕 눅진하게 달라붙었다. 울퉁불퉁하게 솟아난 힘줄의 굴곡이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바짝 밀착해 왔다.

뜨끈하고 축축한 점막이 예민한 성기를 감싸 안자 걷잡을 수 없이 짜릿한 성감이 올랐다. 후으……. 눈살을 찌푸리며 낮은 한숨을 내쉰 예담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예담은 한동안 저를 잠식해 오는 희열을 그렇게 조용히 음미했다. 그러다 은찬의 얼굴 옆에 제 양팔을 내렸다. 단단한 팔뚝과 두꺼운 상체에 가로막힌 은찬이 답답한 듯 바르작대자, 예담은 곧 날렵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허리가 흔들리는 속도에 맞추어 은찬의 종아리가 너울거렸다.

“아흑! 응! 흐으, 흐, 읏……!”

자지에 얻어맞는 연한 속살이 얼얼할 정도로 달아올랐다. 녹진녹진 풀린 데다 열기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녹아내리며 좆 기둥에 찐득하게 달라붙었다. 격하게 안을 푹푹 쑤셔댈수록 자극이 심해져 육즙을 잔뜩 머금은 보지에서 보지즙이 핏핏 쏘아져 나왔다. 보지 안팎이 농도 짙은 애액으로 뒤범벅되었다.

예담과의 복부 사이에 낀 은찬의 성기가 점점 체적을 달리했다. 예담이 허리 짓 하면서 몸을 맞댈 때마다 자극받은 탓이었다. 두툼한 허리를 쳐올리면 끼인 자지 표피 역시 쩌억 위로 밀리고, 삽입한 성기를 살짝 빼내면 밀려 올라갔던 얇은 껍질이 질질 내려오며 이리저리 속수무책으로 쓸렸다. 탄탄한 복근이 얄팍한 자지 표피를 비비적대며 자극을 지속했다.

비벼 오는 복근의 방향에 따라 문질러진 자지는 착실히 몸집을 부풀리며 쿠퍼액을 조금씩 내뱉었다. 보지에서 오는 쾌감에 더해 자지까지 자극당하자 발작하듯 은찬의 몸이 떨려 왔다. 두 성기를 마구잡이로 흥분시키는 느낌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울음 같은 신음을 터뜨렸다.

“으, 으응, 흑……! 아, 아아.”

이미 좁아 들었던 보지가 더더욱 좁아 들며 자지를 뻐근하게 물어왔다. 폭신한 입구와 달리 내벽 점막은 서로를 진득하게 엉기고 있었다. 안을 지나치게 바짝 조인 탓인지 보지 입구에 달린 클리토리스는 역으로 부풀어선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발발 경련했다. 꼭, 자극해 달라 매달리는 것처럼 야릇하게 보였다.

이를 본 예담이 제 몸을 받치고 있던 한 손을 떼 내어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꾹, 짓뭉개며 억세게 비볐다. 쩌적, 쩍. 끈적한 살점을 집요하게 비비자 은찬이 헐떡이며 또다시 비명을 내질렀다. 베갯잇에 뒷머리를 맞댄 채 절박하게 도리질했다. 동시에 보지가 확 수축해 오며 오물오물 물린 자지를 씹어 먹듯 빨아 삼켰다.

자지 뿌리까지 엉겨 붙어서 빨아들이는 보지에 예담이 퍽, 고간을 틈 없이 맞붙였다. 보지를 눌러오는 묵직한 체중이 주는 압박감에 질구는 더더욱 맹렬하게 끓어올랐다.

예담은 절구를 짓찧듯 귀두로 보지 안을 으깨기 시작했다. 굵다란 살덩이를 입구까지 꺼내는 시간도 아까웠다. 가장 깊숙한 곳에 좆 대가리를 박아 넣은 채로 무자비하게 허리를 퍽퍽 털었다. 질퍽하게 젖은 살을 빠르게 치는 음탕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하아……. 선생님, 후으, 여기에 바나나를 넣는 건, 너무 자원 낭비라고 생각 안 해요? 하, 씹.”

“으응, 흐으, 읏…….”

더웠다. 온몸을 홀딱 벗고 엉겨 있는데도 자꾸만 땀이 흘러나왔다. 예담의 날렵한 턱선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아래에 깔린 채 발딱 선 연분홍빛 젖꼭지 위로 똑, 하고 떨어졌다. 그 얼마 되지 않는 가벼운 자극에도 은찬이 발작적으로 허리를 튕겼다. 동시에 빳빳하게 솟은 자지 역시 덜컹 튀어 올랐다.

“아흑!”

오싹하고 날카로운 쾌감이 온몸을 난도질했다. 버거운 감각이 사납게 파고들자 은찬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예담에게 제 몸을 맡겼다. 참을 수 없는 저릿한 전율이 전신을 강타해 더는 버티고 있을 수 없었다.

예담은 계속해서 허리를 쳐올리며 터질 듯 부푼 음핵을 간질였다. 그 자극에 보지가 지끈거리며 움츠러들었다. 으응……! 하지 말라는 듯 은찬의 손이 내려가 과격한 손길을 막으려 했다. 당연하게도 무소용한 짓이었다.

“흐으, 아, 힉……!”

감은 눈꺼풀 위로 산란한 불빛들이 정신없이 반짝였다. 빨갛기도, 노랗기도, 하얗기도 한 불빛들은 순서 없이 팡팡 터지다가도 번개처럼 궤적을 그리며 내려치기도 했다. 그러다 의지와 상관없이 아래가 바짝 조여들었다. 온 근육이 힘껏 수축하는 신호였다.

“하아앙! 으흣! 아, 아아!”

“크읏……!”

자지를 씹어 버릴 것처럼 오그라드는 점막에 예담의 허벅지가 힘차게 떨렸다. 꿀렁거리는 액체를 분사하며 부르르, 제멋대로 떨리는 하체의 진동이 은찬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였다.

“흐으으…….”

이미 보지에서 오는 오르가슴에 정신없이 아래를 조이고 있었는데, 거기에 더해 뜨끈한 정액까지 차오르자 한계였다.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고 보지도 펄떡펄떡 격렬하게 맥동했다. 끔찍할 만큼 선정적인 전율이 척추를 타고 올랐다. 은찬은 흐느끼듯 신음을 내지르며 저릿저릿한 자지 구멍에 해방감을 안길 수밖에 없었다.

“아, 아흑……!”

예담의 품에 안긴 채 가느다란 몸이 경련하듯 들썩였다. 자지를 부여잡지 못한 채라 제멋대로 픽, 픽 요동치며 쏘아지는 백탁액은 바로 앞 예담의 복근뿐만 아니라 단단한 가슴팍, 옆구리까지 산란하게 퍼지며 쿰쿰한 향을 흩뿌렸다.

“허으으, 흐으, 응, 우응…….”

할딱이던 은찬이 추욱 늘어졌다. 두툼한 허리를 조여 오던 종아리 역시 힘이 풀린 채 스르륵 시트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따뜻한 체온이 멀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예담은 묵직하게 박아 넣은 자지를 한 번 더 뿌리까지 길게 찔러 넣었다. 자궁을 거쳐 배꼽 너머까지 꿰뚫릴 듯 선득한 감각에 은찬이 움찔, 허리를 떨며 반사적으로 보지 구멍을 오므렸다.

“아아아…….”

“후으, 씹…….”

하지만 그건 되레 자지를 자극하는 행위였다. 서서히 힘이 빠지고 있던 성기로 재차 열기가 들끓었다. 예담이 질 벽에 대가리를 처박은 자지 선단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은찬은 더는 신음도 지르지 못한 채로 손끝만 벌벌 떨었다. 아주 미미한 진동이었으나 예민해진 좆이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또다시 그의 좆이 부풀기 시작했다.

타고난 명기였다. 의도치 않은 서투른 몸짓마다 몸을 달게 했다. 이렇게 야해 빠진 몸으로 여태 여기저기를 무방비하게 과외랍시고 돌아다녔을 생각에 예담이 낮게 욕설을 뇌까렸다. 이제 이 맛을 알았는데 접근해 오는 놈들을 과연 뿌리칠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 화가 치밀었다.

“선생님.”

“흐으, 응, 읏…….”

“앞으로도 이런 건…… 이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만 연락해요.”

“……아앙, 으응…….”

아직 정신이 없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지만, 오늘 의사에게 제 몸을 보이느니 차라리 저에게 연락한 유은찬이다. 몇 개월 지켜봐 온 그의 성격상 앞으로도 이 몸은 저만이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결론을 내린 예담이 은밀하게 입꼬리를 휘며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를 삼켜 넘겼다.

“약속한 거예요.”

“하, 흣……. 알, 았어…….”

“그런데…… 이제 겨우 한 번인데 벌써 지치면 어떡해요.”

열락에 취한 얼굴을 보고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체위도 시도해 보고 싶었다. 살짝 자지가 휜 덕에 매번 삽입할 때마다 왼쪽 질 벽부터 긁고 들어가는데, 반대 방향으로 자극을 주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했다.

이번엔 뒤로 해 볼까. 그런 생각으로 서서히 보지 안에 박힌 제 성기를 꺼내려 들던 예담이 일순 멈칫했다.

“큿…….”

생각처럼 쉽게 성기를 빼낼 수 없었다. 끈덕지게 딸려 오는 점막이 주는 쫀쫀한 탄력감에 미간이 절로 구겨졌다.

축축하고 찐득한 속살이 들러붙으며 둥그런 지름 전체를 조여 왔다. 욕 나올 정도로 끝내주는 쾌락이었다. 또다시 처박힌 자지 선단이 한계까지 체적을 키웠다.

“보지가, 무슨……. 씹.”

눈이 벌게진 예담은 성기를 꺼내는 걸 포기하고 귀두에 힘을 준 채 재차 깊숙이 자지를 박아 넣었다. 큼지막한 자지에 아래가 빠듯하게 쑤셔 박히자 은찬의 몸이 가느다랗게 떨려 왔다. 이와 달리 뜨끈한 정액으로 가득 찬 내벽은 들이치는 자지를 기다렸다는 듯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아흑……! 응! 흐, 아!”

예담이 음부 안에 자신을 박아 넣은 채로 은찬의 몸을 돌렸다. 자궁 안에 틀어박힌 자지가 180도 돌아가며 질 벽을 죽죽 긁었다. 빙글, 돌아가며 예민한 점막을 자극하는 탓에 은찬이 파드득 튀어 오르며 자지러졌다. 그것만으로도 안긴 팔다리가 벌벌 떨렸다.

“와……. 벌써 느껴요? 선생님 진짜 민감하다. 이 보지를 달고 그동안 어떻게 혼자 참았어요.”

“흐으으…… 아, 앙, 아힉…….”

잔뜩 술에 취해 있던 몸보다 온전히 정신을 부여잡고 바르작대는 지금이 비교할 수 없이 좋았다. 이미 제가 맛볼 수 있는 최고치의 절정감을 맛봤다고 생각했으나 그 이상이 존재한다는 데에 확신이 들었다.

예담은 은찬의 허리를 팔로 감아 고정한 채 퍼억, 하체에 무게를 실어 왔다. 아……! 보지 안을 단단한 정으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질 벽이 징징 울릴 정도로 거센 삽입에 내장이 뒤집어졌다. 힉,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진 은찬이 풀썩,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아……. 선생님. 힘들어요? 자세 바꿀까요.”

예담이 은찬을 가뿐히 들어 침대 아래로 내려왔다. 조심스레 바닥에 착지시킨 뒤 숙였던 상체를 들어 자세를 맞췄다. 여전히 보지 안에 꽂아 넣은 자지를 빼내지 않아 둘은 연결된 상태였다.

“읏…… 이, 러……케?”

“네. 조금만 더.”

키 차이가 나서 까치발을 들어야 접합부가 제대로 맞춰졌다. 자연스레 발끝으로 선 은찬을 내려다본 예담은 한 손으로는 납작한 배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녹아내릴 듯 보드라운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흐읍! 읏, 아!”

“후우…….”

예담의 붉은 입술 사이에서 짙은 한숨이 터졌다. 만질 맛 나는 큼지막한 돌기가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었다. 손가락을 반대 방향으로 엇나가게 비틀며 유두를 찌그러트렸다.

이미 동그랗게 융기한 젖꼭지가 더욱더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앓는 소리와 함께 다리에 힘이 풀린 은찬이 재차 무너져 내렸다.

“하으으…….”

“나한테 기대요.”

예담이 은찬의 가슴살을 뭉그러뜨리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은찬은 끈 떨어진 종이 인형처럼 예담의 지휘에 맞추어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하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살짝 빠졌던 성기가 다시 쑤욱, 밀어 넣어지며 좁다랗게 줄어들었던 내벽이 팽팽하게 벌어졌다. 얇게 펴진 점막이 성기 모양대로 길게 벌어진 채 움찔거렸다.

“흐으, 응…… 아, 흣…….”

긴장한 질 벽이 적당하게 풀어졌다는 판단이 서자 예담은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칠게 쳐올렸다가 느릿하게 빠져나오며 닿는 점막을 뭉근하게 비비고 짓쳤다.

그럴 때마다 엉덩이 살이 사방으로 크게 뒤흔들리며 퍼졌다가 다시 둥그렇게 되돌아오며 잘게 떨렸다. 철썩, 철썩. 차진 엉덩이가 예담의 장골에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외설적인 소리에 맞추어 접합부에서 질질 물이 샜다.

통통하게 부푼 속살이 짓눌리자 아래가 진탕 저릿저릿했다. 호흡이 가빠진 은찬이 뒤통수를 예담의 가슴에 기댄 채로 헐떡헐떡 몸부림쳤다. 길게 뻗은 가느다란 목선이 저를 향해 있는 모습에 예담이 고개를 숙여 입술을 내렸다. 열에 들떠 소금기가 희미하게 느껴졌지만 그것마저 달았다.

“읏, 응…….”

부드러운 점막이 예민한 목덜미를 은근하게 타고 내려오는 감촉에 은찬이 흠칫흠칫, 허리를 떨었다. 간신히 발발 버티고 서 있던 발가락이 그에 균형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힘이 빠져 간헐적으로 발끝이 내려앉을 때마다 더욱 깊어진 삽입에 놀란 은찬이 퍼뜩 다시 발끝을 세웠다. 그럴 때면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종아리와 함께 질 근육 역시 수축하며 좁아 들었다.

은찬의 아랫배가 덜덜 떨리고 보지가 전율했다. 예담의 목울대 역시 떨려 오며 잇새에서 끓는 듯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후으……. 큿.”

자지를 잘라 먹을 듯 쫀쫀하게 조여드는 질 벽에 흥분한 예담이 거칠게 허리를 찍어 눌렀다. 쾅쾅, 소리가 날 정도로 밀어붙이자 은찬의 종아리와 맞닿은 침대 매트리스가 앞으로 밀려나며 삐꺽댔다. 끼긱끼긱, 소음을 내며 움직이는 침대 프레임 소리 사이마다 빠른 리듬으로 쳐 대는 물소리가 섞여들었다.

“하, 아, 흐, 아앙…… 으, 응…….”

은찬이 정신없이 흔들리다 자지러지며 무너지자 쾌락점을 눈치챈 예담이 같은 곳을 거세게 처박았다. 보지가 쪼개지고 관통되는 느낌에 달아오른 작은 얼굴이 움칠 일그러졌다. 덩달아 발작하듯 성기를 압박하는 뜨끈한 둔덕에 관자놀이가 어찔해 왔다.

“하아…….”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으면 이런 맛을 내는 건지. 한참 봐 놓고도 또 보고 싶었다. 예담이 엉덩이 밑 살에 손을 가져가선 바깥을 향해 살점을 쫘악 내벌렸다. 온통 붉은 속살이 쫀득하게 조여들며 자지를 빨아 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주름진 조그만 구멍 역시 보지가 수축할 때면 촘촘히 쪼그라들고, 확장할 때면 벌름벌름 구멍을 벌리며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때로는 반질거리는 점막이 내비치기도 했다.

예담은 그 모습을 잠시간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열감이 어려 붉어진 그곳은 더 이상 배설 기관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저 주름이 모조리 펴질 때까지 자지를 욱여넣으면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다.

“흐응! 아……! 빨리이……!”

예담의 생각을 끊고 은찬이 엉덩이를 흔들며 재촉했다. 어느 순간 허리 짓을 멈추자 안달 나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조금만 더 하면 또다시 갈 것 같은데, 끓는점 직전까지 도달시켜 놓곤 움직이지 않는 그가 야속했다.

체면도 잊은 채 두 팔로 침대 매트리스를 짚고선 다급하게 볼기짝을 뒤흔들었다. 설 수 있는 최대치로 엉덩이를 바짝 들어서 이예담의 고간에 비벼 댔다.

흥건한 체액으로 뒤덮인 살덩어리가 출렁출렁 떨려 오며 자지를 자극하자, 머리가 쭈뼛 설 만큼 야릇한 소름이 등허리를 관통했다. 움직임을 멈춘 채 가만히 서 있는 예담의 좆 대가리가 알아서 푸욱, 푹 구멍을 대 주고 있는 보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후으……. 끔찍할 정도로 선득한 열락이 귀두를 타고 전신으로 번졌다.

“하……. 씹. 진짜…….”

“히, 으으으…….”

예담은 뒷구멍에 대한 감상은 잠시 치워 두고 다시 허리 짓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쾌락에 물든 은찬이 보채는 모습에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뇌가 자지에 달린 것처럼 부지런히 좆질에 골몰할 따름이다.

뭉근하게 귀두를 찍어 누르며 보짓살을 달구다가 느닷없이 콱콱 허리를 짓치자, 부풀어 말캉해진 보지 속살이 맥동하기 시작했다. 질 벽 안에 심장이라도 달린 것처럼 점막이 펄떡펄떡 요동치며 담긴 성기를 마구잡이로 주물렀다. 교접한 부위가 타오를 것처럼 격하게 끓어올랐다.

“후으, 후…….”

보지에 꽂힌 성기가 터질 것처럼 부풀고 머릿속 역시 터질 것 같았다. 흥분을 관장하는 기관이 과열로 인해 폭발한대도 이상하지 않았다. 예담은 점차 허리를 잘게 털며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더는 빨라질 수 없는 속도로 이어지는 과격한 허리 짓에 부푼 귀두에서 진득한 물이 터져 나왔다.

“후으……. 하아.”

“아아아……!”

녹진해진 점막과 비슷한 농도의 정액이 질 벽을 메우기 시작했다. 꿀렁꿀렁, 아까 잔뜩 싸 둔 정액을 비집고 갓 생성된 정액이 섞이며 보지 온도가 미세하게 달라졌다. 자지가 담긴 자궁구가 무너지는 기이한 감각에 예담이 잡고 있던 엉덩이 살을 터트릴 듯 세게 움켜쥐었다.

“흣! 아, 흐읏……!”

비쩍 마른 팔다리와는 달리 풍만한 엉덩이 살은 손바닥에 감겨 오는 맛이 차졌다. 뭉그러뜨리고 놓아줄 때마다 길고 마디진 손가락 사이로 연약한 살점이 불룩불룩 튀어나왔다.

“흐으…….”

놀란 보지가 쫀득하게 달라붙으며 한층 더 진득하게 자지를 조여 물었다. 속살 깊숙한 곳까지 꿰뚫은 살덩이의 체적이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틈 없이 밀착해 왔다.

하지만 더 이상 흉흉한 자지를 두른 힘줄은 느껴지지 않았다. 성기와 점막 사이를 정액이 도포하듯 두른 탓이었다.

“아으…… 으, 흐…….”

엎드린 자세로 삽입한 것도 아닌데 섹스 내내 매트리스에 쓸린 은찬의 무릎이 새빨갰다. 쥐고 흔들었던 하얀 가슴께에도 벌건 손자국이 혼재했다. 방금 쥐어 짜냈던 탐스러운 엉덩이 살은 말할 것도 없었다.

색스러운 색상이었다. 꼭, 보지 속살처럼.

이를 인지하자 이미 사정하고 있는 예담의 성기로 다시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예담이 근육으로 가득 찬 엉덩이에 힘을 주자 딱딱해진 선단이 요동치며 보지 안을 퍽퍽 쳐 댔다. 무방비하게 노출된 여린 속살이 헤집어지면서 습윤한 점막이 머금고 있던 물이 흥건하게 터졌다.

살짝살짝 맞물린 접합부가 어긋날 때마다 자궁 안에 철벅이는 체액들이 실금하듯 흘러나왔다. 가느다랗게 흐른 물은 오금과 종아리를 타고 스쳐 바닥에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집 안 어딘가에 비라도 새고 있는 모양새였다.

“으응! 아…… 조, ……아아! 으웅!”

“후으, 흐…….”

발바닥을 진득하게 적시는 체액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여러 경로로 쏟아지는 자극에 은찬이 입술을 헤벌린 채 절정에 올랐다. 보지 속살이 잘게 경련하고 허벅지 근육이 제멋대로 콱콱 조여들었다.

반대로 종아리엔 힘이 풀려 하반신이 비틀거렸다. 예담이 무너지려는 은찬을 힘줄 선 탄탄한 팔로 받쳐 들었다.

허리와 달리 고정되지 않은 성기에서 울컥울컥 뱉어 내는 정액은 바로 앞 침대 시트뿐만 아니라 모서리, 바닥 할 것 없이 방 안을 덕지덕지 덮어 내렸다.

열기 가득한 방 안엔 비집고 나온 체액으로 인해 온통 야해 빠진 냄새가 진동을 했다. 숨을 들이켜고 내쉴 때마다 더더욱 적나라해지는 농밀하고 짙은 냄새가 공기 중에 번졌다.

“하아, 후…….”

예담은 공중으로 정액을 쏘아 댄 은찬과는 달리, 좆물을 남김없이 보지 안에 채워 넣고도 모자라 계속해서 선단을 문질렀다. 말캉하고 뜨끈한 보짓살이 주는 느낌이 좋아 좆물을 모조리 분출한 뒤에도 성기를 빼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뿌리 끝까지 들이친 좆을 다시 한번 욱여넣듯 콱 허리를 추켜올릴 따름이었다.

“흐읏……. 아! 아, 안, 대애……!”

묵직하게 들이치는 살덩이에 은찬이 하복부를 부여잡은 채 신음을 터트렸다. 자궁 안이 꽉 차서 아래가 빠듯했다.

예담이 포만감 가득한 신음을 내뱉으며 서서히 허리를 물리자 안에 고였던 희멀건 정액이 범람하듯 콸콸 쏟아져 나왔다.

샤워기에서 거센 물살이 쏟아지는 것처럼 검붉은 좆 대가리로 퍼부어지는 정액 뭉텅이에 예민하게 달아오른 귀두가 곧장 반응했다. 예담은 질구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귀두에 힘을 주며 속살을 비벼 올렸다.

“흐응! 아! 아앙……!”

안에 가득 찬 좆물이 윤활제 역할을 해 점막이 부드럽게 밀려 올라가며 자지를 감싸 안았다. 매끄럽게 길을 내며 안아 주는 질 벽이 선사하는 소름 돋는 감각에 예담의 숨이 거칠어졌다.

“큿…….”

예담은 정도를 지킬 수 없었다. 단단해진 자지를 불알까지 몽땅 박아 넣을 것처럼 우악스럽게 퍽퍽 내리찍었다. 짓쳐지는 속살이 푹 꺼질 때마다 쩌억! 음낭이 보짓살을 때렸다. 난잡한 소리가 울려댐과 동시에 접합부가 찐득한 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얼핏 보면 크림으로 미장질이라도 해 둔 것처럼 치덕치덕 덧발라져 있었다. 은찬이 숨을 몰아쉴 때마다 둔덕이 오르내리며 끈적하게 엉긴 물이 점차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흐으, 흐, 응……. 이제 그만……. 힘들어어…… 흐읏.”

은찬이 가쁜 숨을 고르며 웅얼거렸다. 황홀감 뒤에 이어진 탈력감에 겨우겨우 입술을 달싹이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아랫입은 뜨거운 살덩어리가 반가워 벌름거리기 바쁜데 윗입은 사정이 달랐다. 예담이 고개를 숙이며 칭얼대는 은찬의 턱을 돌려 붙잡았다. 입술을 머금어 혼을 쏙 빼곤 제 것을 집어넣으려는 생각이었다.

“읏, 응. 무…… 뭐야.”

키스한 기억은 없었다. 부분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탓이었다. 당황한 은찬이 목을 뒤로 빼며 얼굴을 붉히자 잠시간 묘한 표정을 하던 예담은 곧 대수롭지 않게 제 얼굴을 물렀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뭐, 괜찮았다.

“아아. 도통 보지가 놔줘야 말이죠. 더 하자는 건 줄 알았지.”

개구진 미소를 지으며 속살거렸다. 미련이라곤 없는 듯 차분히 허리를 물리자 질펀하게 엉긴 체액이 쏜살같이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한참 전에 싸질러 놓아 일부는 굳은 채 뒤엉켜 포말을 만들기도 했다.

예담은 잔뜩 젖은 귀두를 손바닥으로 한번 쓸어 올렸다. 그러곤 번들번들해진 손바닥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픽, 가벼이 웃으며 말했다.

“바나나는 이제 다 나온 거 같은데.”

“…….”

잊고 있었다. 이게 다 바나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아까 다 안 나왔어도 보짓물에 휩쓸려서 깨끗이 닦였겠어요.”

“제대로 본 거…… 맞지.”

“못 믿겠으면 보지 좀 짜 봐요.”

“……뭐?”

“힘줘서 안에 쌓인 좆물 내보내 보라고. 그럼 선생님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거 아니에요.”

“……나, 나중에 혼자 할게.”

“혼자 봤는데 남아 있으면 어떡하게. 그냥 지금 한 번에 해결하는 게 낫지 않아요? 설마 이제 와서 부끄럽기라도 한 건 아니죠.”

부끄럽기보다는 수치스러웠다. 이예담이 바나나를 언급한 덕에 되살아난 감정이었다. 은찬은 얼굴을 은근하게 붉힌 채 애먼 입술만 물었다 놓았다. 떨떠름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거의 다 빠져나온 것 같긴 하지만…… 걱정되기도 했다. 혹시라도 찌꺼기가 남아 있다면 이예담을 여기까지 부른 의미가 없어지니까. 그러면 여태껏 벌였던 모든 짓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과 같았다.

머뭇거리던 은찬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잘 생각했어요.”

“응…….”

예담은 은찬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엉망으로 구겨진 이불을 밀어 올려 침대 위에 공간을 만들었다. 여기 와서 살펴보라는 듯, 고개를 사선으로 비틀며 과즙과 보지즙이 스며들어 축축해진 침대 시트 위를 툭툭 손가락으로 쳐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은찬은 그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무릎을 들어 침대 위로 오르려 했다.

“으…… 이, 이상해.”

서 있는 사이 발바닥으로 엉긴 눅눅한 체액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살갗에 쩍쩍 달라붙었다. 은찬이 살짝 미간을 구기며 엉금엉금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본 예담이 짧게 웃었다.

방금 전까지 과격하게 박아 댄 탓에 엉덩이가 얼얼했다. 예담의 단단한 손가락이 감싼 모양대로 불그스름한 손자국이 볼기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침대에 걸터앉으려 하자 침대 턱에 걸린 엉덩이 밑살이 파르르 흔들리며 아래위로 찰싹였다. 출렁임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붉게 엉덩이 살을 물들인 채 볼기가 뒤흔들리는 모습에 예담이 입술을 깨물고 마른침을 삼켜 넘겼다.

마침내 은찬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오금을 반으로 접었다. 우물쭈물 사타구니 사이를 살짝 벌리며 깊숙한 내부를 바라보려 할 때, 예담이 친절한 낯으로 다가섰다. 그러곤 한 다리는 바닥을 짚고, 나머지 한 다리는 침대 매트리스 위에 올라간 자세를 취하도록 만들었다.

“아……! 이건 좀…….”

“이렇게 해야 안에 있는 게 잘 나오죠. 가랑이랑 허벅지를 그렇게 딱 붙이면 나오려고 흐르던 것도 도로 들어가겠어요.”

“…….”

그러면서 한쪽 손으로 자지와 고환까지 붙잡아 들게 하자, 마침내 하얀 사타구니 사이가 형광등 빛에 남김없이 비쳤다. 통통한 살집으로 이루어진 둔덕은 두 덩어리로 갈라진 채 질척이는 빨간 속살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었다. 은찬은 아랫입술을 사리물고선 이마에 핏대가 설 때까지 하반신에 거세게 힘을 주었다.

“흐으…….”

물기 어린 속살이 천천히 벌어지면서 파들파들 떨려 왔다. 벌어진 상태에서 유지시키려 아랫배를 조이자 심한 압박감에 점막은 주름마저 모조리 펴진 채로 얕게 요동쳤다. 지친 은찬이 잠시 숨을 들이켜니 그새 즈즈즉, 오므라드는 보지 구멍에서 질금질금 하얀 물 한 줄기가 천천히 새어 나왔다.

“아……. 좆물이네요.”

은찬은 제 가랑이 사이를 타고 흐르는 백탁액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런 힘을 주지 않은 채 다리를 벌리고 있자 잔열감이 남은 보지는 할딱이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그 바쁜 움직임에 보지 안을 채운 미끌미끌한 점액질이 넘칠 듯, 말 듯 찰박이며 너울거렸다.

활짝 벌어진 구멍 속, 벌건 점막과 허연 자짓물이 한데 녹아내리는 모습이 지독히도 야했다. 보기만 해도 온기가 느껴지는 갓 뿌려진 정액, 이를 담은 더욱더 뜨거운 속살의 감촉을 너무나도 잘 아는 예담이 흥분으로 인해 탁해진 숨을 몰아쉬었다.

“후으……. 돌겠네.”

음란한 광경을 보고 싶어 시킨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더욱 자극적이었다. 예담은 더는 못한다며 찡찡거리는 은찬을 모른 척 다시 눕히고 자지를 저 구멍 속으로 처박고 싶어졌다. 씨발. 그렇게 하지 못할 거라면 욕심껏 이 야해 빠진 보지가 벌렁거리는 모습이라도 감상해 줘야 했다.

“선생님, 뭐 해요. 힘줘야죠.”

“흐으으! 응!”

은찬이 보지 밑이 쑥 빠질 만큼 힘차게 구멍을 밀어냈다. 바짝 조여 오는 근육에 좁다란 틈이 경련하듯 애처로이 확장되며 벌어졌다. 그러자 내밀한 공간에 남아 있던 미끌미끌한 점액질이 움찔거리는 보지를 걸치고 하릴없이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 흐, 흐읏…….”

벌렁벌렁 개폐하는 구멍을 타고 흐르는 체액은 여러 가지 종류의 물이 섞여 있었다. 뻑뻑한 좆물과 끈적끈적한 보짓물, 그리고 점성이 없다시피 한 땀까지 한데 모여 씹물을 만들어 냈다.

희멀건 정액이 주가 되는 체액은 정액을 중심으로 엉겨 점성 또한 이와 유사했다. 은찬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아래에 힘을 주면 덩어리째 몰려나오다가도 잠시 힘이 빠질 때면 도로 구멍 속으로 들어갈 것처럼 뚝, 멈춰서는 아슬아슬하게 보짓살 끝에 진득이 매달려 있었다. 마치 농축된 벌꿀 같은 모습이었다.

은찬은 제 보짓살 끝에 달랑달랑 매달린 점액질을 느끼곤 젖은 빨래를 쥐어짜듯 물기 어린 점막을 남김없이 짜냈다. 그러자 꾸물꾸물 더디게 밀려 나오던 정액 덩어리가 울컥, 덩어리져 한방에 게워졌다.

한번 길을 트자 그다음은 쉬웠다. 기다렸다는 듯 내밀한 점막 안에 박혀 있던 체액이 줄지어 흘러나오기 시작했던 까닭이다. 느릿하게 둔덕을 타고 흐르던 씹물은 아래가 얼얼할 만큼 힘을 줄 때마다 속도를 높여 주룩주룩 빠져나갔다.

침대 시트와 맞닿은 엉덩이로 흥건한 씹물이 점철되었다. 연이어 벌어진 사타구니를 타고 뚝, 뚝 바닥으로 떨어진 체액 역시 난잡한 정사의 장면에 외설적인 흔적을 더했다.

“흐으, 읏! 아……!”

배출을 통한 희열을 느낀 은찬이 날카로운 신음을 내질렀다. 침대 위에서 기역 자를 그리며 버티고 있던 한쪽 다리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전신에 번져 나가는 탈력감에 더는 버티고 있을 수 없었다. 공중에 있던 은찬의 무릎이 침대 매트리스에 닿으며 얕게 떨려 왔다.

“하으, 응…….”

“고생했어요, 선생님.”

예담은 태연하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선 기운 빠진 은찬의 발목을 거머쥐었다. 한쪽 발목만 바투 당겨 어깨 위로 올리자 은찬의 고간이 그에게 대령된 듯한 자세가 취해졌다.

옴폭 들어간 가랑이 사이로 통통하게 부풀어 올라 있는 건 오직 보지뿐이었다.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갈 때까지 힘을 주어 쥐어짜 낸 탓에 단단히 달아오른 보지로 열감까지 일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 가까이 다가가니 보지를 감싼 공기의 온도만 유독 후끈했다.

예담이 투실투실 살찐 보지를 엄지와 검지로 잡아 눌렀다. 퉁퉁한 살집이 꼬집히듯 가운데로 모아지며 완만한 능선을 그리던 둔덕이 볼록 솟아올랐다. 아찔한 압박감에 쾌감이 인 보지가 잘게 경련했다.

“흐우, 응, 응……!”

홍합 껍데기를 벗긴 채 삶아 짓누른 듯한 모습이었다. 쫀득한 보짓살이 사정없이 쥐어 잡힌 은찬도, 뜨끈하게 달아오른 살점을 짓뭉개는 예담도 저릿한 흥분감에 사로잡혔다. 두 사람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져 갔다.

“하……. 먹는 건 죄다 보지로만 가는 거 같네.”

“무슨, 말이야…….”

예담이 마디진 손가락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그러자 음순이 납작하게 짓뭉개지면서 살점이 머금고 있던 반투명한 점액질이 질질 짜여 나왔다. 물기 어린 점막에서 퓻, 소리가 날 만큼 진득하게 체액이 터졌다.

“아……! 이예, ㄷ…… 흐으!”

보짓물이 터지면서 쾌감도 함께 터졌다. 예담은 토실한 살집을 단단히 붙든 채 반죽하듯 빠르게 비볐다. 쩌걱쩌걱, 야한 소리와 감촉이 선득하게 오감으로 번졌다. 은찬은 그새를 못 참고 쾌감에 전 허벅지를 벌벌 떨어 대며 하염없이 신음했다.

어느덧 자지를 고정하던 손길은 떨어져 나갔지만 상관없었다. 언제 쪼그라들어 있었냐는 듯 팽팽하게 일어나고 있어 보지를 관찰하는 데는 조금의 방해도 되지 않았다.

“…….”

예담은 손가락을 타고 끈적끈적하게 흐르는 액체를 잠자코 지켜보았다. 그러다 검지를 보지 속으로 우악스레 쑤셔 넣으며 속살을 후볐다. 젖은 음순을 가르고선 더 내밀한 안쪽 점막으로 파고들었다.

“하읏! 뭐, 뭐야…… 으응……!”

놀란 가냘픈 몸이 덜컹 튀어 올랐다. 예담은 은찬을 진정시키듯 제 어깨에 걸쳐진 채 파르르 떨리는 발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별건 아니고……. 마지막으로 확인해 보는 거예요.”

확실한 게 좋으니까, 하고 속삭이며 손가락 마지막 마디가 질구에 닿을 때까지 깊숙이 밀어 넣었다. 다시금 벌어지는 질 벽이 아릿했다. 은찬이 흐으…… 도리질하며 붉은 입술을 사리물었다.

예담은 손끝을 갈고리 모양으로 휜 채 느릿하게 문질렀다. 그러곤 살살 각도를 바꿔가며 집요히 부드러운 속살을 휘젓기 시작했다.

“흡, 으! 아! 아……!”

촘촘하게 겹 싸인 질 점막을 간질이는 움직임이었다. 도저히 얌전히 있을 수 없는 자극이기도 해, 뻐근하게 긴장한 근육에 힘이 들어가면서 엉덩이가 잘게 뒤흔들렸다.

예담은 그렇게 한참 동안 단단한 손가락으로 질 내부 여기저기를 마구 짓쳤다. 포동포동하고 폭신한 살점을 난폭하게 쑤시고 뭉개면서 질구 안에 고여 있는 모든 액체를 긁어낼 듯 굴었다. 그럴 때마다 쫀쫀한 점막이 손가락에 들러붙으며 방해해 댔다.

“흐으, 아…… 이예담……. 너무, 흣, 세애, 그, 만…….”

은찬이 정신없이 손가락을 놀리는 이예담의 어깨에 푹, 머리를 기대왔다. 땀으로 젖어 축축한 이마가 가슴 부근에 닿자 풀칠이라도 해 둔 것처럼 끈끈하게 밀착되었다. 무게 따위 느껴지지 않는 자그마한 머리통이었다. 예담은 제게 몸을 맡겨 오는 은찬을 내려다보며 푸른 힘줄이 돋아난 팔뚝의 움직임을 서서히 늦춰 나갔다.

“아흐으…….”

거침없이 보짓살을 뒤적이던 손가락이 슬슬 질 벽을 빠져나가다가 다시금 쩌억, 손등 뼈가 걸릴 때까지 무자비하게 들이쳤다. 이런 건…… 흐, 읍……. 질 안에 고여 있을지 모르는 과육을 긁어낸다기보다는 더욱더 억센 자극을 주는 행위에 가까웠다.

예담이 근육질의 팔뚝을 오고 갈 때마다 흥분한 보지가 움칠 조여들며 뻐끔거렸다. 더는 빼낼 것 없는 자지는 일어날 듯 말 듯 꺼떡이며 어정쩡한 각도를 유지하고, 보짓살과 맞닿는 불알은 뒤흔들리면서 굳어 갔다.

“아아……! 이제, 이제……!”

“다 됐어요. 후…….”

마침내 예담이 손을 거두었다. 내부를 샅샅이 후벼 파던 손가락에 딸려 나가려 드는 속살을 뻐근하게 조여 붙든 은찬이 눈을 감고 숨을 멈추었다. 아득하게 다가오는 모든 감각이 버거워 잠시 쉬고 싶었다.

“흐으. 다…… 된 거지? 없는 거 맞지.”

은찬이 몽롱한 눈동자에 초점을 맞추며 예담의 손가락과 손등을 거듭 확인했다. 다행히도 익히 알고 있는 체액 이외의 속성을 띤 이물질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제야 긴장한 몸을 이완시키며 깊은 한숨을 토해 냈다.

“음…….”

사타구니를 타고 흐르는 제 정액을 바라보던 예담이 느긋하게 입술을 휘며 말했다.

“네. 누군지 모르겠지만 보지를 워낙 잘 빨아 줘서 흔적도 안 남았네요.”

“…….”

“다음엔 또 뭘 넣어 보는 게 좋을까. 좋아하는 과일 있어요?”

“뭐……?”

“바나나는 끝 맛이 떫어서…… 기왕이면 깔끔하게 떨어지는 과일이면 좋겠어요. 아, 선생님이 망고 좋아하는 건 아는데 그건 넣지 마세요. 저한테는 지나치게 달아서.”

농지거리에도 화를 낼 수 없었다. 정신 나간 짓을 한 건 저였으니까. 은찬이 주눅 든 표정으로 입술만 달싹거렸다.

“뭐든 넣고 싶어지면 말만 해요. 다 꺼내 줄 테니까.”

“그만해…….”

“알았어요, 선생님. 어쨌든…… 혹시라도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주저 없이 저한테 연락하세요. 다른 사람한테 괜히 더 알려서 좋을 거 없잖아요?”

“……그럴 일 없을 거지만……. 알았어.”

엎드려 절 받는 구색이었지만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전에 이 집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학을 떼고 난리를 치던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 정도면 우호적인 편이다.

그러고 보면…… 겨우 두 번째긴 하지만 자꾸 이 집에서만 하고 있었다. 이제 반경을 넓힐 때가 온 듯했다. 예담은 제집 곳곳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내친김에 오늘 귀가하면 알아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 * *

“자료 조사는 나눠서 하는 게 좋겠죠? 파트는 일단 세 군데로 나눠봤는데 A 파트가 유독 양이 많아서 두 명이 함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내가 A 맡을게. 혼자 해도 괜찮아.”

“에이. 혼자 하긴 너무 많은 양인데요. 둘이 나눠요. 저랑 같이해요, 선배님.”

은찬의 맞은편에 앉은 장신의 남자가 눈을 접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얘가 강도영이라고 했던가. 저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 모두 아는 사이인 데다 말이 많은 타입이라 이름을 기억할 새가 없었다. 은찬은 희미한 기억을 대강 더듬으며 파트를 나누자는 후배와 눈을 마주쳤다. 저를 배려해서 해 주는 말에 굳이 반박할 생각은 없었다.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도영아. 그럼 도표는 내가 먼저 딸게.”

“아. 저는 도영이가 아니라 승원이에요. 서승원.”

“제가 강도영이고요.”

서승원 옆에 앉아 있던 강도영이 어깨를 으쓱이며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말없이 제 옆에 앉아 있는 녀석이 김강혁인가 보다.

“……미안. 세 명 이름이 섞여서. 한 번에 잘 안 들어오네.”

“아닙니다.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해야겠네요.”

“맞아요, 선배님. 승원이가 흐리멍덩하게 생긴 죄예요.”

서로 간 이 정도의 말장난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강도영의 말에 서승원도, 김강혁도 크게 반응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셋 다 같은 학과에다 같은 교양 과목을 수강할 정도면 어지간히 친할 듯했다.

“그럼 승원이랑 선배님이 A 맡아 주시고 저랑 도영이가 B, C 각각 해 올게요.”

“오케이. 좋아, 좋아.”

“그래. 자료는 바로 메신저로 공유해서 피드백하자.”

“넵.”

팀플 과제로 한배에 타게 된 세 명은 모두 건축학과 1학년이었다. 은찬은 1학년 초반에 수민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가입했던 동아리 외에는 과 활동도 하지 않았던 터라 신입생과 말을 섞는 경험 자체가 생경했다. 큰 나이 차는 아니지만 저와는 엮일 일 없는 학번이라 생각하니 거리감이 느껴졌다.

올해 20살, 저와는 두 살 차이.

그러면……. 곰곰이 그들의 나이를 곱씹던 은찬은 곧 이예담 역시 이들과 동갑내기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안 엮이긴……. 최근 일상을 통틀어 가장 찐하게 엮인 게 바로 이예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마냥 햇병아리 같아 보이던 세 명의 얼굴이 조금 달라 보이기도 했다. 이예담은…… 도무지 어려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지이잉.

양반은 못 됐다. 은찬은 무릎 위에 올려 둔 휴대폰이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화면을 확인했다. 휴대폰 액정은 이예담에게서 도착한 문자로 번쩍이고 있었다.

[이예담

선생님. 저번에 푼 우유 용기 문제요. 삼각함수랑 미적분 대입하는 데서 막히는데…… 오후 15:03]

‘ㅗ’로 저장했던 지난날이 무색하게 이예담은 은찬의 휴대폰에서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어쨌거나 다시 과외 선생의 지위에 올랐으니 학생을 그런 이름으로 저장할 수는 없었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얼마 전엔 가장 치욕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더는 당당히 엿을 먹일 수 없게 됐다. 바나나만 빼고 그쳤으면 몰라, 정신이 나가선…….

또다시 치밀어 오르는 수치심에 은찬은 조용히 입술을 물었다 놓았다. 초조한 일이 있을 때면 늘 나타나는 습관이었다.

“선배님.”

서승원이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는 은찬에게 몸을 기울여 왔다. 톡톡, 가볍게 책상을 두드리며 노트북 화면을 짚자 화들짝 놀란 은찬이 어깨를 움츠리며 서승원을 바라보았다. 큰 체구가 거리를 좁히자 드리우는 음영이 익숙했던 탓이었다.

“어, 어. 미안. 뭐라고?”

은찬이 빠르게 눈을 감았다 뜨며 경직된 몸을 이완시켰다. 아까부터 줄곧 이예담과 문자를 해서 그런지 고작 다가오는 그림자에도 이예담을 떠올리게 됐다. 미친놈. 어떻게 얘를 보면서 걔를 생각해.

“여기 이 부분요.”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곳에서 서승원의 입술이 열렸다. 이예담과는 헷갈릴 수 없는 판이한 체향이 짙어지자 자괴감이 고개를 들었다.

“도표가 조금 복잡해 보이는데 이걸 그래프화시키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 어. 좋은 생각인 거 같아. 그렇게 하면 자료 정리하는 거랑 발표에 다 쓸 수 있겠다. 수식 정리는 내가 할게.”

“그럼 선배님이랑 저랑 이 부분은 따로 더 얘기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서승원은 처음 자신을 소개했던 말 그대로 과제를 게을리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직 신입생의 열정이 남아 있어서 그런가. 염치가 있지, 이런 애가 꾸린 조에 깍두기처럼 끼워져서는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

“그래. 잘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해.”

“네. 기왕 하는 거, 이 수업 과제 잘 끝내고 싶어서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와, 대박! 시간 봐!”

잠자코 은찬과 승원의 대화를 듣고 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문을 열었다. 강도영이었던가, 김강혁이었던가. 아직도 헷갈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과사에 얘기해 둔 시간이 다 돼서요. 이제 회의실 비워 줘야 해요.”

“진짜 열심히 불태웠다. 어쩐지 배고프더라. 밥 먹으러 가자.”

판판한 배를 부여잡고 울상을 짓는 강도영인가, 김강혁인가, 어쨌든 둘 중 한 사람이 자리를 정리하며 저녁 식사를 하자는 말을 꺼냈다. 은찬을 제외한 나머지 둘은 그 말에 고민할 것도 없는 듯 동의하며 곧바로 회의실을 벗어날 채비에 나섰다.

“선배님, 저희 저녁 먹고 헤어질 건데 같이 안 가실래요?”

“아……. 나는 과외가 있어서.”

“아. 그러시구나.”

아쉬워하는 눈빛들이었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몇 번이나 거절한 식사 자리였다. 거기다 셋 다 1학년인데……. 두 학번이나 위인 선배다 보니 이렇게 결성된 조 모임에서 밥 한 끼 사지 않는 것도 인색해 보였다. 이예담 과외가 재개되었으니 엄청나게 비싼 밥만 아니라면 한 번 사 줄 만도 했다.

“내가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진짜 과외가 있거든? 오늘은 안 될 거 같고 다음번엔 시간 조정해 볼게.”

먼저 손 내밀어 준 부분도 있고, 처음에 강조했던 것만큼 성실히 팀플에 임하려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은찬은 옮길 수 없는 과외 스케줄을 거듭 강조하며 진심으로 양해를 구했다. 서승원도, 나머지 둘도 꼭 그러자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버스를 타자마자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쩐지 하늘이 우중충하더라니. 가뜩이나 정시에 도착하기 아슬아슬했는데 이러면 늦을 게 뻔했다. 은찬은 버스 빈자리에 앉자마자 이예담에게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

[오후 17:13 진짜 미안한데 원래 과외 시간보다 30분만 늦춰도 될까? 지금 가고 있긴 한데 늦을 거 같아.]

답장은 오지 않았다. 종일 휴대폰만 보고 사는 것 같았는데 아닐 때도 있나 보다. 몇 분 차이인데 전화까지 하면 지나치게 절박해 보일 것 같아 고민하다 그대로 두었다. 과외 선생으로서의 위신은 이미 바닥에 떨어지다 못해 지구 내핵을 뚫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적정한 행동을 고심하게 됐다.

은찬의 예상대로 버스는 평소보다 늦게 예담의 동네에 도착했다. 창밖을 보니 소강상태에 접어든 비가 보슬보슬 옅게 내리고 있었다. 은찬은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급히 내리며 평소 가방 안에 넣고 다니는 우산을 꺼내 펼쳤다.

“어……. 이게 왜 이러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잘 썼던 우산인데. 우산 뼈대가 접히는 부분이 어긋나 자꾸 중간에 걸려 온전히 펼쳐지지 않았다. 은찬은 끙끙대며 재차 우산을 접었다 펴길 반복하다 아직도 아무런 답장이 없는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급했다.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제아무리 부드러운 낯으로 모든 걸 받아 줄 것처럼 구는 이예담일지라도 녀석과 저는 계약으로 묶인 사이였다. 거기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을 대하는 직업인 만큼 기본적인 시간 약속은 지켜야 마땅했다.

“허억, 헉…….”

제대로 펴지지 않은 우산 때문에 은찬은 결국 우산 쓰는 걸 포기하고 달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양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거세게 내렸던 비로 인해 고인 물웅덩이가 문제였다. 철벅철벅, 비가 고인 아스팔트를 거침없이 밟고 달리는 통에 머리카락뿐 아니라 바지 밑단까지도 축축하게 젖어 갔다.

은찬은 비를 쫄딱 맞은 채로 초인종을 눌렀다. 예정된 시각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오늘도 군말 없이 대문은 부드럽게 열렸다.

“선생님, 대체 시간…….”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며 현관으로 다가서던 예담이 은찬의 모습을 보고 말을 멈추었다.

“뭐야. 우산 있는데 왜 이렇게 젖었어요?”

예담은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된 은찬을 천천히 훑었다. 새하얀 피부 곳곳이 비로 적셔져 있어 그의 오른 손목에 걸려 있는 물기 가득한 우산의 존재가 의문스러웠다.

은찬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기다란 속눈썹 끝에 매달린 눈물 같은 물방울이 자그마한 얼굴을 타고 흘렀다. 똑, 똑 물에 젖어 진갈색이 된 머리카락을 타고 떨어지는 물방울은 가느다란 목선까지 이어지며 미끄러졌다.

목선과 이어진 빗장뼈에는 투명한 물이 고일 것처럼 흠뻑 머금어져 있었고, 이 모든 선을 이루는 어깨를 감싼 티셔츠는 바짝 젖어 투명하리만큼 흰 피부를 그대로 비추었다.

“…….”

예담에 비하면 한없이 가녀린 몸에 물에 젖은 티셔츠가 찰싹 달라붙었다. 덕분에 옷을 벗기지 않았는데도 알몸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몸 선이 노골적이었다. 가슴 근처는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을 그리고 있었고, 선이 가는 허리는 손에 힘을 주면 부러뜨릴 수 있을 것처럼 잘록했다.

얇은 티셔츠 아래, 유난히 돌기가 큰 유두가 살짝 돋아 있었다. 평소 자극을 주지 않으면 옴폭 파인 채 들어가 있는 야들야들한 살점인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거칠게 쥐고 비틀어야만 곤두섰던 유두를 바라보는 예담의 표정이 서늘해졌다. 제가 자극하지 않았는데도 빳빳하게 고개를 든 젖꼭지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마치 저 아닌 다른 이의 손을 타고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든 까닭이었다.

하얀색 티셔츠가 흠씬 젖어 들자 젖꼭지 근처만 붉은빛을 띠어 유륜의 경계를 또렷하게 내보였다. 유독 넓게 퍼진 유륜은 유두가 심을 세우지 않으면 지나치게 말랑말랑해 만지는 지문을 녹여 버릴 것처럼 부드러웠다. 그랬다.

“…….”

예담은 빗물에 함빡 적셔진 유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촉감을 느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주시하는 가슴살에서 멀리 떨어진 채 허공을 부유하는 손가락이 지나치게 생생한 감각에 저릿해졌다. 급히 뛰어온 은찬이 가쁜 호흡을 내쉴 때마다 정점에 달린 젖꼭지가 파르르, 옅게 떨리고 있었다. 팽팽하게 부풀었을 때엔 워낙 알이 커 현관이 아니라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 서 있었대도 윤곽을 알아봤을 정도였다.

당장 저 음란한 젖꼭지를 거칠게 물고 빨며 진탕 녹여내고 싶었다. 신음이 새어 나오는 물기 어린 입술을 머금고, 더더욱 농밀하게 젖어 있을 뜨거운 아래를 난잡하게 맞붙이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다.

예담은 저도 모르게 손끝을 말아 쥐며 단단하게 힘이 들어가는 허벅지를 느꼈다. 어느새 바짝 흥분한 아랫도리는 부드러운 스웨이드 원단을 뚫어 버릴 듯 묵직해진 채 흉포하게 날뛰고 있었다.

“선생님, 설마 이러고 종일 돌아다닌 거예요?”

마침내 예담이 입술을 열었다. 바닥을 긁을 것처럼 낮게 잠긴 목소리였다.

“어……?”

뜻밖의 말이었다. 눈동자와 눈가 사이에 스미는 빗물을 손등으로 닦아 내던 은찬이 이맛살을 구겼다. 가뜩이나 비에 젖은 옷이 찝찝하던 차인데 수건이라도 내어 주지는 못할망정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엉뚱한 질문이 느닷없었다.

“늦은 건 미안한데…….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은찬이 눈살을 찌푸리며 제 앞의 이예담을 응시하였다. 의중을 알 수 없는 형형한 눈동자가 저를 주시하고 있었다.

퉁명스레 던진 말과는 달리 자신에게 떨어지는 진득한 시선을 느낀 목울대가 긴장으로 떨려 왔다. 오싹한 소름이 목덜미를 타고 자잘하게 돋아 올라, 은찬은 그걸 떨치려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흘러내려 뭉친 빗물이 토도독, 사방으로 튀었다.

“어? 왜 대답을 안 해.”

은찬은 빗물이 고여 든 입술을 부산스레 짓씹었다. 초조함에 숨기지 못한 습관이었다. 상냥할 땐 한없이 상냥한데도 종종 이예담은 이렇게 알 수 없는 기색으로 사람을 긴장시키곤 했다.

정말, 알 수 없었다.

“말 그대로예요. 종일…….”

이예담이 일정 간격을 두고 서 있던 거리를 좁히며 성큼 가까이 다가왔다. 잔뜩 젖어 찝찝하던 기운을 단숨에 지워 내는 특유의 청량한 체향과 함께였다. 은찬이 잠시 코끝을 스치는 향을 킁킁대며 맡는 사이, 길쭉한 팔이 나타났다. 연이어 꾹, 어중간하게 솟은 유두가 짓눌렸다.

“아…… 읏!”

“이렇게 야하게 돌아다녔냐고. 여기가 발딱 섰잖아요.”

말을 마치자마자 단단한 손가락이 천 위로 유두를 가볍게 튕겼다. 마치 제 몸이라도 되는 것처럼 스스럼없는 손길이었다.

“흐윽!”

절반쯤 돋아났던 젖꼭지가 순식간에 딱딱하게 심을 세웠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란 은찬이 짧은 신음만 내지르는 동안, 이예담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계속 제가 하고자 하던 짓을 해 나갔다.

“선생님. 그거 알아요? 여기는 혀로 핥아 주거나…….”

천 위로 불쑥 뜨끈한 촉감이 일었다. 질척하고 따뜻한 점막이 윤곽을 드러낸 젖꼭지를 흡입하듯 뒤덮은 탓이었다.

“아……!”

차가운 바깥 공기에 계속 노출되어 있던 젖꼭지는 확연히 대비되는 온도의 점막에 감싸이자 단번에 팽팽하게 부풀었다. 은찬의 어깨가 움찔거리며 앞으로 말리고, 잔뜩 젖은 양말 속에 숨어 있던 발가락도 바쁘게 오므라들었다.

“아니면…… 이렇게 만져 주는 거.”

미련 없이 츄웁, 예담이 입술을 떼어 내자 붉은 입술과 하얀 천 사이에 얇은 타액이 늘어졌다. 턱을 완전하게 드니 끈적끈적하게 늘어지는 침은 더욱더 가늘어지다 뚝, 공중에서 끊겨 나갔다. 예담은 제 턱에 흘러내리는 타액을 대수롭지 않게 닦아 내곤 통통하게 부푼 정점을 거칠게 그러쥐었다.

적나라하게 곤두선 돌기가 엄지와 검지 사이에 짜부라지듯 짓눌렸다. 젖꼭지와 티셔츠를 적신 질척한 타액과 차가운 빗물이 엉겨들며 눅눅하게 짜여 나왔다. 예담의 손톱 위로 물기 어린 투명한 거품이 일순 모여들었다.

“흣!”

저릿저릿, 젖꼭지에서 번지는 아찔한 감각에 은찬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겨우겨우 거친 숨만 내쉬며 무너지는 몸을 벽에 기댔다. 하아, 흐으……. 무슨 개짓거리를 하냐고 해야 하는데, 그런 말 따위 내뱉을 수 없을 만큼 머릿속이 몽롱했다.

보지 안에 박힌 바나나를 빼낸다는 핑계로 이예담과 맨정신에 붙어먹고 난 이후 항상 이런 식이었다. 몸은 늘 이성과는 다른 반응을 했고, 은찬은 그런 몸을 바로잡을 의지보다는 욕구가 앞섰다. 희롱하는 목적을 빤히 알면서도 속절없이 휘말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니면…….”

이예담이 좀 더 바짝 다가왔다. 모공 하나 보이지 않는 도자기 같은 피부가 낱낱이 들여다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자칫 마주한 뺨을 그을 것처럼 날카롭게 뻗은 콧날이 불쑥 다가와선 어긋난 각도를 만들었다. 그러곤 입술과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간격을 유지한 채로 뜨거운 숨결을 쏟아 내며 속삭였다.

“보지 쑤셔 주면 이렇게 젖이 서더라고요.”

“우응! 읏!”

예담은 이제 옷감으로 칭칭 감싼 신체를 투과하여 들여다볼 수 있었다. 베이지색 슬랙스 앞섶에 일어난 굴곡, 그리고 그 굴곡 아래 숨겨진 음습한 구멍까지도 모조리 눈앞에 선명했다.

거침없이 중지를 앞세워 벌어진 틈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천에 막힌 보지 속살을 뒤적이진 못해도 바지에 눌려 뭉그러진 고환 아래, 길게 쪼개진 둔덕의 위치는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문제 될 게 없었다. 예담은 회음에서부터 갈라지는 시작점까지 살점 위를 덧그리며 축축하게 젖은 보짓살을 빠르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흐으……. 아, 응…….”

습도 높은 날씨에 어울리게 보지 속살은 평소보다 훨씬 습윤한 상태였다. 분무기로 살점에 물을 뿌려 두기라도 한 것처럼, 바지 위로 닿는 투박한 손길에도 물크러진 속살끼리 비벼지는 감촉이 느껴질 정도였다.

점막이 얕게 전율하며 열기가 몰려들었다. 뜨거워진 질 내부가 진득하게 녹아내리면서 점액질이 기다렸다는 듯 흥건히 내벽을 타고 흘렀다. 녹진해진 구멍 안에 고여 넘실거리는 물은 고이는 족족 밀착된 천에 흡수되며 빠져나갔다.

보지에서 터진 물로 팬티가 가득 찼다. 비에 젖었던 팬티가 보짓물에 적셔지며 맞닿은 바지 천으로까지 척척한 애액이 스며들었다.

그래, 꼭 오줌이라도 싼 것처럼 중심부가 젖어 들고 있었다.

“그죠?”

“읏…… 으응, 흡…….”

쩌적쩌적, 젖은 살 비벼지는 소리가 고요한 거실에 울려 퍼졌다. 층고가 높고 면적이 넓은 장소인지라 번져 나가는 소리는 평소보다 더욱 음탕하고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귀청에 대고 보짓살을 비빈다 해도 이 정도로 노골적인 소음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남들 다 보게 입으나 마나 한 티셔츠를 입고 뽈뽈 돌아다니는 건……. 보지에 자지 박아 달라고 하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요. 이렇게 보지는 잔뜩 적셔선. 응?”

“그런, 그런 거 아니야. 버스 타니까 비가 와서, 내릴 때 보니까…… 우산이, 흣! 고장, 나서…….”

예담이 기실 쓸모없는 은찬의 자지를 무자비하게 감싸 쥐었다. 내밀한 곳에 감추어진 음부와 달리 겉으로 드러난 자지에 직접적인 자극이 내리치자 은찬이 바들바들 떨며 아래를 조였다. 옴쭉대는 진동을 여과 없이 느끼는 예담의 손등 위로 굵은 핏줄이 툭툭 불거졌다.

“그래요? 난 또……. 보지 쑤셔 달라고 종일 젖 내놓고 다닌 줄 알았지.”

“아니라니…… 흐응!”

예담이 부드럽게 손아귀를 흔들며 은찬의 자지를 주물럭댔다. 이쯤 하면 귀두에 조그맣게 난 요도 구멍에서 흐른 쿠퍼액으로 선단이 번들번들하게 젖어 있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워낙에 제 손이 큰 탓에 손바닥 면적에는 다 차지 않았지만 어디 써먹기에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예담은 계속해서 바지 아래에 있는 은찬의 자지에 대한 감상을 이어 갔다.

올곧게 생긴 기둥에다 털 한 올 없는 미끈미끈한 피부, 크진 않지만 그렇게 작지도 않은 크기. 음. 남자 성기라 하기엔 지나치게 예쁜 게 여자 취향은 아닐 것 같기도 하고…….

보지가 있으나 마나 늘 남자한테 박혀야 하는 쪽이 어울렸다. 그리고 그에 어울리게 지금은 아마도 요도 구멍뿐 아니라 그 아래 달린 보지 구멍, 더 내려가서는 뒷구멍까지 바지런히 빠끔대고 있을 것이다.

벌름거리는 붉은 점막이 떠오르자 예담은 예전의 자신이라면 할 수 없는 난잡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선명하리만큼 새빨간 구멍은 도톰한 보지 음순 안에 숨어 있기도, 촘촘한 주름으로 뒤덮인 뒷구멍 안에 싸여 있기도 했다. 쫀득하게 조여들었다가 헐겁게 늘어나기를 반복하는 유혹적인 모습조차 두 구멍 모두에 적용되는 상상이었다.

남자 몸에 달린 보지를 맛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하다 하다 항문에까지 관심을 가지다니……. 수험 스트레스로 미친 게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었다.

미친놈. 예담은 작게 실소하며 둥그런 불알이 수납된 공간 아래 달려 있을 클리토리스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바지 위 손가락으로는 자지를 붙든 채, 꺾인 손바닥 아래 지점으로는 뭉근하게 음핵을 짓누르길 반복하며 보지를 압박했다.

“흐으으……! 아! 응!”

그러자 은찬의 고개가 뒤로 확 꺾였다. 허리가 제멋대로 비틀리다 엉덩이 살까지 요동쳤다. 은찬의 하반신을 감싼 바지가 경련하듯 떨리는 허벅지 위로 팽팽해졌다.

강제적으로 끌어 올려진 성감에 팬티 안이 뜨끈한 걸 넘어서 홧홧하고 습해졌다. 예민한 귀두와 음핵이 동시에 짓눌리자 하반신을 이루는 세포들이 움찔거리다 못해 튀어 올랐다. 몸의 주인 역시 등허리를 타고 오르는 전율에 허리를 튕기며 자지러졌다.

“하윽! 아, 아아응!”

은찬은 허벅지를 모으며 아랫도리에 힘을 주었다. 온몸이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새 흥분한 자지가 솟아오르며 앞섶을 빠듯하게 부풀렸다.

남의 집 거실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젖은 채로, 저와 달리 한 점 흐트러지지 않은 상대방의 손길 몇 번에 온몸이 지독하게 달궈지고 있었다.

“하아, 이, 예…… 흐으, 응…….”

숨이 찼다. 허덕거리던 은찬은 예담의 탄탄한 팔뚝을 붙잡으며 가늘게 떨었다. 저지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버티고 서 있기 힘들어서였다.

파들파들 떨리는 손가락, 거칠어진 호흡, 귓바퀴까지 발개진 피부. 모든 것들은 정직하게 은찬의 흥분을 내보이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아랫배의 얕은 떨림까지도.

이미 예담이 익히 잘 알고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흥분을 삼켜 낸 예담은 살짝 깨문 입술 사이로 한결 더 뜨거워진 숨결을 흘렸다. 바지 위를 계속해서 만지작대자 잔뜩 젖은 바지에서 흐른 물기가 손등을 타고 질질, 탄탄한 팔뚝까지 적셔 나갔다.

“아…… 흐응, 읏, 으.”

제멋대로 헤집는 손길을 타고 예담의 보송한 옷감 여기저기가 척척하게 젖어 들었다. 후들거리는 은찬의 발걸음을 따라 바닥 곳곳에 빗물이 흔적을 남기고,

“여길 적신 게 빗물인지 보짓물인지 모르겠어요.”

“아으……!”

외마디 비명 같은 신음이 샜다.

은찬은 갓 잡아 건져 올린 활어처럼 팔딱이며 예담의 가슴팍에 몸을 기댔다. 하얀 목덜미마저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예담이 안타깝다는 듯 들썩이는 은찬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쉿. 아까 보니까 오늘은 일하는 분이 출근했던데. 들으면 어쩌려고 이래요.”

“으, 흡……!”

이 미친놈, 집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데 여태 거실에서 이러고 있었다니. 심장이 쿵쾅거리다 못해 곧 떨어질 것만 같았다. 은찬은 급히 어깨를 움츠리며 커다란 몸 뒤로 제 몸을 숨겼다. 흡사 폭 안긴 수준에 가까웠다.

예담은 젖은 몸을 바짝 붙여 오는 은찬을 내려다보다 손을 뻗어 껴안았다. 굴곡진 팔뚝이 주는 안정감에 은찬이 더더욱 품 안으로 파고들며 눈치를 보았다. 큼직하게 확장된 동공으로 자신의 뒤편을 바삐 훑어 대는 모습을 한참 구경하던 예담이 웃음기 스민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 그러고 보니 정원 조경 담당하는 분이었구나. 집 안이 아니라 밖에 있겠네. 슬슬 비가 그쳐서 나가 본다고 하는 걸 헷갈렸어요.”

……이 여우 새끼가 진짜.

〈2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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