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권 - 9장 (13/16)

뒷과외 4권

9장.

단단한 장골이 폭신한 보짓살을 푸욱 짓누르고 그 위로 포개진 불알을 쳤다. 거칠거칠한 음모가 연약한 살점에 비벼질 때까지 성기를 찔러 넣자 좌석 시트에 뭉개진 엉덩이 골 사이로 줄줄, 이예담이 갈긴 투명한 물이 쏟아져 나왔다. 한껏 꿰뚫렸던 뒷구멍이 아직도 벌어져 벌름거리던 탓이었다.

“하으……!”

제가 뱉어 놓고 제 신음에 놀란 은찬이 손바닥으로 급히 입술을 막았다. 쩌억, 쩍, 쩍! 딴딴한 살기둥이 끈적한 점액질이 가득 찬 보지 안을 짓치는 노골적인 소리가 휴대폰 스피커를 타고 울렸다.

- 은찬아? 무슨 일 있어?

“아니, 흐…… 으, 아니, 야…….”

은찬이 쾌감에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예담의 손등 위를 더듬었다. 눈살을 한껏 찌푸린 채 고개를 젓자 이예담이 사납게 짓치던 허리 짓을 뚝, 멈췄다. 묵직한 귀두가 딱 질구 중간에 걸려서는 꺼떡, 꺼떡 점막을 후비듯 요동쳤다.

“흐으응…….”

곧 보지 안을 터트릴 듯 치밀던 열기가 감쪽같이 사라지자 구멍 안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욱신욱신, 간지러워졌다. 항문 역시 번진 소양감에 맞서 허전한 구멍을 오물거리기 시작하고, 음탕하게 벌렁이는 붉은 구멍들 사이에 자리 잡은 회음부가 팽팽하게 펴진 채로 달달 떨려왔다.

- 아니야? 산책한다던 애가 너무 안 들어와서 전화했어.

“흐으…… 아니, 응, 아니야……. 걱정, 안 해도 돼……. 나 멀쩡, 하니까아…….”

아……. 그만하라고 칭얼댔다 해서 정말로 멈춰 버리다니. 온 신경이 움찔움찔, 안달 나 옴쭉거리는 보지로 쏠렸다. 접합부에 고여 든 걸쭉한 물이 애달프게 뚜욱, 뚜욱 흐르는 것을 느끼며 은찬은 끙끙 몸을 떨었다.

아래가 불이 난 것처럼 뜨겁고, 사타구니가 뻐근해 미칠 것 같았다. 수화기 너머 수민의 말에 어물어물 대답하면서도 대체 제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알 수 없었다.

- 자꾸 아니라고 하지 말고……. 혹시 숙소에 들어갔어? 졸려?

“으응……. 정말, 아니라서어…….”

은찬은 예담의 어깨에 걸쳐진 발뒤꿈치에 힘을 주며 엉덩이를 조금 더 위로 끌어 올렸다. 등줄기가 옴폭 파이면서 풍만한 엉덩이로 바짝 힘이 들어가 볼기가 올라붙었다. 아아……. 음부를 마구잡이로 짓이기던 감각이 그리워 온 근육이 들썩거렸다. 물고 빠는 통에 퉁퉁 부은 큼지막한 젖꼭지 또한 함께 달랑였다.

- 오랜만에 엠티까지 왔는데 먼저 자게?

예담은 은찬의 얼굴을 가운데 두고 뻗은 팔뚝에 힘을 주며 상체를 조금 더 아래로 내렸다. 단단한 팔뚝을 가르는 푸른 힘줄이 선명히 돋아남과 동시에 구멍에 걸쳐져 있던 묵직한 성기가 한 번에 깊숙이 밀려들어 왔다. 탁, 고간이 부딪히면서 짓눌린 살점이 철썩거렸다.

“힉! 흐으…… 언제까지, 이, 있으려고?”

충만한 압박감에 숨이 가빠왔다. 그러면서도 혹여 다시 성기가 속살을 가르고 빠져나갈까 두려워 보지 속을 힘껏 조였다. 흐응……. 엉덩이가 씰룩거리면서 덩달아 조여드는 뒷보지 구멍에서 뚝, 뚝 예담이 쏴댄 묽은 물이 떨어졌다.

- 오래 안 있을 거 같아. 너도 없는데 뭐. 진영이도 졸리대.

“으, 응……. 그러면, 흣…….”

이렇게 흥분했으면서 정신 못 차리네…….

예담은 그만 끊으라는 듯 빳빳하게 솟아 흔들리는 젖꼭지 한 알을 쥐고 통, 가볍게 튕겼다. 파르르 잘게 흔들리는 탄력 있는 젖꼭지와 더불어 몰캉한 가슴살이 출렁였다.

- 그러면 뭐? 내일 보자고?

커다란 손이 하얀 가슴살을 느릿하게 주물렀다. 기다란 손가락에 짓뭉개져 밀려나는 살덩이가 소름 끼칠 만큼 부드러웠다. 신경에 거슬리는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는 상황조차 잠시 잊을 정도였다.

“흐응……! 읏, 응. 먼저, 어, 자……. 미안……. 으응.”

혼몽한 상태이면서도 도무지 통화를 끊을 기색을 보이지 않자, 예담은 살짝 미간을 구겼다. 망설임 없이 통통한 가슴살을 지분거리던 손을 옮겨 그의 자지 선단을 감아쥐었다. 따듯한 손바닥이 예민한 표피를 감싸자 움찔, 떨리는 성기를 느낀 예담은 이윽고 엄지로 빠르게 요도구를 비비기 시작했다.

“히익!”

미끌미끌한 귀두를 문지르자 직격으로 쏟아지는 짜릿한 쾌감에 눈앞이 흐드러졌다. 아, 안 돼……. 이건 너무 세. 파드득 허리를 떨어 대던 은찬이 팔을 뻗어 공중을 허우적거렸다.

- 어……? 뭐라고? 얘가 진짜 꿈을 꾸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수민의 혼잣말에 이어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거는 듯, 제삼자의 음성이 웅성거리며 들려오기 시작했다.

“먼저 주무시래요. 걱정 마시고.”

예담이 한쪽 팔로 제 몸을 지탱하며 지지부진하던 통화를 끊어 버렸다. 미련 없이 휴대폰을 끄고 운전석으로 던져 버린 예담은 제 어깨에 올려 둔 은찬의 발목을 움켜쥔 채 허리를 퍼억! 사납게 쳐올렸다.

“아……! 힛! 히익! 흐으윽!”

속살이 뭉개지면서 질퍽거리는 소리가 재개되었다.

한층 더 깊어진 삽입에 눅눅해진 질 점막이 젖은 귀두에 철썩 달라붙었고, 강하게 박아 넣자 안으로 밀려들어 간 음순은 다시 성기가 빠져나올 때면 붉은 속살을 푸들푸들 뒤집은 채 날개를 펄럭거렸다. 정액이 비어 덜렁거리던 살굿빛 자지마저 단단해져 갔다.

“아으, 으……! 으응……!”

질펀해져 녹진녹진, 녹아내릴 듯한 속살이었지만 거대한 것을 받아 낼 때마다 보지가 벌어지는 느낌은 늘 뻐근한 압박감을 동반했다. 쑤욱 살기둥이 끝까지 쑤셔 박히면 한계치까지 확장된 질 근육이 마구 경련했다. 검붉은 살덩이가 흥건하게 젖은 틈새를 들쑤실 때마다 발생하는 난잡한 소리와 함께 은찬의 잇새에서도 앓는 소리가 함께 터져 나왔다. 예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아아…….”

“으, 으읏……!”

좁은 차내에서 상반신을 기울인 채 계속 허리 짓을 하다 보니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예담은 체위를 바꾸려 두툼한 허벅지를 벌리고 허리를 틀었다. 그 순간, 뜻하지 않게 질구에 박힌 자지가 안에서 휘돌았다. 질 벽 귀퉁이에 걸쳐져 있던 뭉툭한 귀두가 비스듬히 내려오면서 왼쪽으로 휜 선단이 푸욱, 부푼 점막 안 내밀한 곳을 강하게 비볐다.

“아응……! 힉! 히이이!”

은찬의 허벅지 안쪽 살이 파르르 떨려 오며 컴컴한 차내를 가르고 하얀빛이 내리쳤다. 어찌나 깊게 건드렸는지 물 많은 보지 안에 고였던 애액이 단숨에 왈칵왈칵 무리 지어 흐르면서 보지에 달린 조그만 요도구가 확장되는 모습까지 선명히 보일 정도였다.

“어떡, 흐으으으, 어떡……!”

흑, 흐으, 숨이 달렸다. 가빠진 호흡에 질끈 눈을 감자, 망막에 맺힌 빛 덩어리들은 색색깔의 불꽃이 되어 펑펑 터져 나갔다. 보짓살이 으깨지면서 발발한 쾌감에 견디지 못한 음부 요도구가 흐물흐물, 물결 모양으로 개폐를 반복하더니 퓻……! 묽은 체액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아! 아! 아……!”

눈앞이 아득해져 갔다. 펄떡이는 보지 곳곳에서 뜨끈한 액이 온천수처럼 터졌다. 음부를 감싼 속살에서도, 점처럼 조그맣게 뚫려 있는 요도구에서도 있는 대로 물이 줄줄 뿜어져 나왔다. 그린 듯 갈라진 예담의 복근으로 후두두둑, 투박하게 뻗어 나간 물줄기가 부딪혀 흘러내렸다.

“하아아아……. 씨발. 너무 좋아…….”

한계였다. 발작하듯 떨려 오는 보짓살에 남아 있던 이성이 몽땅 휘발되었다. 내내 자극받은 성기를 무자비하게 조였다 푸는 질 벽의 움직임에 뇌 속을 누가 쑹덩 떠 가기라도 한 것처럼 그저 아득한 느낌만 가득했다. 예담은 힘껏 귀두에 힘을 주고 점막을 쑤셔 발겼다. 그러자 무른 속살이 부드럽게 벌어지며 성기에 들러붙었다.

“후으, 씹!”

“으, 흐으, 으, 하아앙…….”

예담이 슬금슬금 엉덩이를 뒤로 빼는 은찬을 눈치채고선 좋아, 씨발, 되뇌며 퍽, 퍽, 못질하듯 성기를 내리찍었다. 아예 보짓살을 진탕 떡으로 만들기라도 할 듯 우악스럽게 내려치는 기세가 거침없었다.

“히엑……! 으응!”

보짓물에 더불어 터진 분수까지. 보지는 흥건하게 적셔진 체액으로 난장판이 되었다. 덕분에 매끈해진 질 벽에 미끄럼을 타듯 좆질이 한층 더 빨라졌다.

예담은 계속해서 굵직한 허리를 유연하게 흔들었다. 근육으로 뭉친 허리에 힘을 실을 때마다 짓쳐지는 물크러진 속살에서 쾌감이 끝도 없이 터졌다. 아으으…… 은찬은 온몸을 버겁게 떨어 대다가 마침내 제게 내리치는 쾌감에 곤죽이 되어 어깨에 건 다리를 자신에게로 당겨 왔다. 그에 자동적으로 밀착된 사타구니가 빈틈없이 맞물렸다.

“읏, 큿…….”

단단한 복근이 선명하게 도드라지면서 예담의 탄탄한 가슴 근육이 마구 부풀었다. 질 안에 자리한 성기를 사정없이 쥐어짜는 쫄깃한 보지 속살에 커다란 몸은 조금의 힘도 발휘하지 못한 채, 치미는 사정감에 함락당할 따름이었다. 그간 쌓아 둔 걸쭉한 백탁액이 꿀렁꿀렁 자궁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흐으으…….”

이미 흠뻑 젖은 보지였지만 정액이 질 안을 채우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쾌감이었다. 흐물흐물 풀려 이완된 질 벽이 제 안에 씨를 뿌리는 자짓물을 맛있게 받아 마시며 탐욕스럽게 점막을 부풀렸다 가라앉히길 반복했다.

그 부드러운 움직임에 사출하는 성기가 더더욱 단단해지며 미끈거리는 점막을 빻기 시작했다. 저를 반기듯 빨아 당기는 질 벽에 모든 걸 내어 줄 듯 죽죽 씨물을 쏟아 냈다. 하으으…… 은찬이 곧게 뻗어진 발뒤꿈치로 예담의 어깨를 문지르며 버거운 쾌감에 자지러졌다.

“아으으응……! 어떡, 해…… 흐으!”

“하…… 후으…….”

보지에서 터진 체액은 잦아들었지만, 아직도 등골을 타고 오른 희열감이 남아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황홀감에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 예담은 제 어깨에 걸쳐진 은찬의 발목을 붙잡아 쪽, 쪽 닿는 대로 입술을 내렸다. 움켜쥔 발목도, 양말이 뒤덮은 발등도, 하다못해 발가락까지도 모조리 사랑스럽다는 듯 입맞춤은 끊이지 않았다.

“흐익! 더, 더럽게, 하으, 뭐 하는 짓이야…….”

은찬이 숨을 할딱대며 발을 빼려 하자 예담이 느긋하게 웃으며 답했다.

“안 더러운데…….”

여전히 발목을 움켜쥔 채로 지그시 눈을 내리깔았다. 눈이 마주치자 얼굴이 화르르 달아오른 은찬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말을 더듬었다. 벌게진 얼굴을 향해 짧게 근사한 미소를 던진 예담은 한층 더 노골적으로 혀를 꺼내 보드라운 종아리를 사악 핥았다.

“흣! 더, 더럽다고 했잖아! 안 더럽긴, 차…… 꼴 좀 봐. 어떡해?”

괜히 허둥지둥 주의를 돌리려 아무렇게나 던진 말이었지만, 뒤늦게 살펴보니 정말이지 저와 이예담을 포함한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차가 뭐.”

“……오, 오……줌…….”

꼬물거리던 입술이 마침내 ‘오줌’이라는 단어를 완성했을 때, 은찬은 차마 눈웃음 짓는 이예담을 더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회피했다.

이예담이 제게 오줌을 쌌다고 난리를 피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창피하게도 곧 저도 싸 댄 탓이었다. 원치 않는 오줌이 그렇게 터져 나온 걸 보면, 이예담 또한 그의 말대로 소변 배출을 의도한 게 아니었을지 몰랐다.

“누가 오줌을 싸요.”

“……놀리지 마.”

“진짜 놀리는 거 아닌데. 여기서 오줌 싼 사람 아무도 없어요. 선생님도, 나도.”

예담이 쪽, 은찬의 반대편 발등에 입술을 내리며 속삭였다. 내리뜬 색이 짙은 눈동자 속에는 여전히 열기가 그득했다.

“어……?”

그제야 은찬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예담을 올려다보았다.

“……이거.”

예담이 덤덤한 표정으로 좌석이 연결된 부분에 고인 물웅덩이를 쓰윽, 손끝으로 훑더니 은찬의 얼굴 앞에 가져다 댔다. 그러곤 피식거리며 손가락을 작게 흔들었다.

“냄새 맡아 봐요.”

무슨…….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멈칫하던 은찬이 계속해서 그를 기다리는 손가락에 조심스레 다가갔다. 천천히 손가락 끝에 묻어난 체액의 향을 킁킁, 들이켜 보더니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술을 달싹였다.

“나……. 내가, 그런 거야?”

지나치게 흥분하면 음부에서 체액이 터진다는 건 알고 있었으면서 남자의 성기로도 비슷한 현상이 가능한지는 알지 못했다. 병적으로 음부에만 치우친 관심을 준 결과였다.

“응. 얼마나 좋았으면 선생님은 오늘 쌍 분수 터트린 거예요. 오줌이 아니라. 내 자지가 그렇게 맛있었어요?”

쌍 분수……. 무슨 말인가 골똘히 생각하던 은찬은 곧 의미를 깨닫고 기겁해 작은 얼굴을 마구 일그러뜨렸다.

“쌍 분수라니……. 그, 그런…… 무슨 그런 말을, 너는…….”

“응? 아. 내 걸 빼먹었구나. 그럼 트리플이라고 붙일까요. 음……. 뒷보지에서도 물이 나오면 더 좋을 텐데. 그죠.”

“…….”

그러면 쿼드러플인가. 입에는 잘 안 붙네요. 멀끔한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예담은 그동안 쌓였던 성욕을 몰아치며 한껏 풀어내서인지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계속해서 헛소리를 지껄여 댔다.

“그만해…….”

쪽팔렸다. 그것도 모르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었다. 거기다 이제야 떠오르는 조각난 기억들 사이에는 이예담이 제 안에 물을 쏘아 대자 그대로…… 저 또한 약속이라도 한 듯 묽은 물을 함께 지려 버린 기억이 있었다. 더욱이 문제는…… 그 물줄기가 오줌발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쾌감을 느낀 것이다. 흡사 저번 그의 집 욕실에서 있었던 일처럼.

“이예담…….”

은찬이 울상을 짓고 그를 불렀다.

“응?”

“나…… 진짜 이상해진 거 같아.”

“왜요? 쌍 분수 터트려서?”

벅찬 쾌감에 몇 번이나 지린 물도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더러운 오줌물을 맞는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좋다고 눈을 까뒤집은 제 반응이었다.

“……어.”

“하하하. 좋으니까 지리는 거지. 그게 뭐?”

엉망이 된 차 내부에도 그저 웃음만 터졌다. 이예담이 하복부가 들썩일 정도로 웃음을 터뜨리자 여전히 은찬의 안에 박아 놓은 성기가 들썩이며 다시 일어날 듯 꺼떡였다.

예담은 천천히 제 어깨에 걸쳐두었던 은찬의 다리를 아래로 내렸다. 자지를 꽂은 채로 누워 있는 은찬에게 묵직한 몸이 기울자, 젖은 접합부가 짓눌리며 주르륵, 크림 같은 정액 덩이가 꿀렁꿀렁 삐져나왔다. 걸쭉한 체액이 살갗이 보이지 않을 만큼 뭉텅이로 왈칵 쏟아졌다.

“선생님.”

“응. 또 뭐!”

또 어떤 헛소리를 하려나, 대수롭지 않은 대답에.

“정말 좋아해요.”

한결 진지해진 고백이 이어졌다.

치덕거리는 정액의 감촉을 고간으로 느꼈음이 분명함에도, 예담은 여전히 그와 몸을 맞붙인 채 땀으로 끈적거리는 은찬의 목덜미를 핥으며 속삭였다. 특유의 체향과 섞이자 찝찝하기는커녕 달게만 느껴졌다. 지나친 쾌감에 미각까지 미쳐 버린 건지도 몰랐다. 하아…… 뜨거운 숨결이 목선 위로 느릿느릿 쏟아지자 은찬은 또다시 소스라치듯 파르르, 몸을 떨었다.

“하으으, 으으응…….”

예담은 은찬의 귓바퀴와 귓불을 따라 쪽, 쪼옥 부드럽게 입술을 내렸다. 뜨겁고 촉촉한 점막이 닿는 곳마다 예민해진 살결이 움찔 떨려 와 은찬은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응? 좋아한다고.”

쪽, 쪽, 목선을 따라 입술을 내리며 계속 중얼거렸다.

좋아해. 좋아해요. 정말 좋아해……. 대답을 듣기 전엔 전신을 물고 빨아 댈 것처럼 끊임없이 입술을 내렸다.

“읏…….”

쪽, 쪽, 쪼옥. 계속되는 뽀뽀 세례에 은찬은 곧 머릿속을 채우던 걱정을 한구석으로 밀어냈다. 더는 제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흥분으로 조여드는 아랫배에 작게 한숨을 내쉬다가 결국 양 뺨을 한껏 발그레하게 물들인 채 입을 열었다.

“나도 좋아……해.”

예담의 얼굴에 싱그러운 미소가 드리웠다. 보기 드물게 시원한 입매를 드러낸 예담은 은찬을 으스러뜨릴 듯 꽉 껴안았다. 그러곤 입술을 귀에 붙인 채 중얼거렸다.

“또 듣고 싶어요.”

쪼옥, 이번에는 아까 지나치게 비대해졌다 추궁해 대던 유두를 가벼이 빨았다. 그새 다시 말캉하게 풀려 보들보들해진 살점이 침칠이 된 채 얌전히 쏙 들어가 있었다. 질척한 살덩어리가 휘감아 오는 자극에 다시금 융기할 듯, 연분홍빛 돌기로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으응…….”

“한 번 더 말해 줘요. 응?”

쪼옥. 그다음은 유두를 감싼 유륜에 키스를 퍼부을 차례였다. 연한 유륜의 지름을 따라 붉은 혀를 한 차례 두르던 예담은 은찬이 혼자 키워 낸 유두를 혀로 꾹꾹 눌렀다. 은찬이 파르르, 등허리를 떨며 꾸욱 신음을 억눌렀다.

“흐으, 응, 좋아, 해애…….”

마침내 예담이 입술에 입술을 내렸다. 초옥, 촉촉한 점막이 포개지면서 잔잔한 웃음이 터졌다. 여태 퍼붓던 입맞춤과는 결이 다른 키스였다.

그래. 이런 그가 저 말고 다른 놈 따위와 붙어먹었을 리 없었다. 좋아해요. 정말. 예담이 제 품 안의 몸을 힘껏 감싸 안은 채 몇 번이고 같은 말을 속삭였다. 어느새 푸른빛이 아스라이 깔리기 시작한 새벽이었다.

* * *

조수석 시트며 아래 매트며 흥건하게 젖어 온통 축축했다. 몸은 그보다 더욱 심한 체액을 뒤집어쓴 탓에 대강 닦아 낼 수도 없어, 결국 은찬과 예담은 곧장 서울로 출발했다.

한참 전에 잠이 들었을 수민에게는 급한 일이 생겼다는 문자 하나를 남겨 두고서 그야말로 급하게 엠티 장소를 벗어났다.

차는 자연스레 예담의 집으로 향했다. 이사했다는 집 안을 구경할 새는 없었다. 몸을 닦는다는 핑계로 함께 들어간 욕실에서 또다시 불이 붙은 탓이었다. 그렇게 몇 번이고 절정에 이르다 나란히 한 침대에서 잠이 들었는데…….

“응, 으응…….”

은찬이 침대 시트에 이마를 문지르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흣, 흐으응……. 이예담 깨면 안 되는데……. 아앙…….

은찬은 일어나지 않은 채로도 충분히 위압적으로 부푼 성기에 올라앉아 살짝살짝 허리를 돌려 가며 구멍을 맞추고 있었다. 잠든 이예담의 옆구리 바깥쪽 시트에 양 무릎을 대고선 침대 헤드 반대편 벽을 바라보며 미끄럼을 타듯 요분질했다.

예담의 자지 위에서 충동적으로 몸을 흔드는 은찬은 그와는 달리 완벽한 나신이 아니었다. 지난밤, 예담이 짓궂게도 제일 작은 사이즈로 구입해 둔 삼각팬티를 입힌 바람에 유독 쪼이는 천에 걸쳐진 회음부로 기다란 선이 생겨난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살점이 포옥 압박되어 들어가고, 양옆 보짓살은 더욱더 볼록하게 튀어나와 토실토실한 굴곡이 선연하게 드러나는 속옷이었다.

은찬은 팬티를 벗을 겨를조차 없어 천만 옆으로 젖힌 채 구멍에 자지를 비벼 댔다. 꼭 귀두 크기에 알맞게 벌어진 구멍에 질금질금 뱉어 낸 선액으로 뒤범벅된 좆 대가리가 닿자마자 흡입 당하듯 쪼옥, 살덩이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간질거리는 구멍 안을 드디어 시원하게 긁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미끈거리는 빨간 속살이 제멋대로 조여들었다. 하으으……. 이렇게 꽉 조이면 안 돼……. 큰 자지 받으려면…… 헐렁하게 벌려야 하는데…… 으응…….

은찬이 조여든 보지에 잔뜩 힘을 주어 구멍을 이완시켰다. 연이어 다시금 보짓살을 압박하는 천을 사타구니로 밀어젖히자, 압박감이 해소되면서 짓눌렸던 음순이 발라당 뒤집히고 질구가 헤벌쭉 벌어졌다. 그러면서 핏, 조갯살에 덮여 있던 속살에서 보짓물이 튀었다.

“흐익……!”

구멍이 조금 더 벌어지자 잇따라 깊이 들어오는 좆 대가리로 인해 은찬의 몸이 움찔움찔 잘게 떨려 왔다. 금세 사타구니 사이가 축축해졌다. 흐으……. 아……. 좋아…… 너무 조아아……. 쾌락에 젖어든 은찬이 상스럽게 허리를 돌려 댔다. 밀가루 반죽 덩어리 같은 차진 엉덩이 살이 찰싹대면서 귀두가 절반 가까이 모습을 감추었다.

“아아아, 아, 아응……. 으응, 조금만, 으응…….”

뭐야……. 방 안에 울려 퍼지는 희미한 신음 소리에 예담이 잠에서 깼다. 완전히 깨지는 않아 몽롱한 와중에, 성기가 따끈하고 축축한 어딘가에 푸욱 담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큿…….”

뜨끈한 물속에 잠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물이 쫄깃한 탄성을 가지면서 순식간에 다른 형태로 변화해 자지 표피를 짓이기는 듯한, 머리끝이 쭈뼛 서는 오싹한 감각이 밀려왔다.

“이게 뭐…… 읏!”

성기 끝에서 느껴지는 야릇한 감촉에 급히 눈을 뜨자마자 하, 예담의 입술 새에서 곧바로 헛숨이 터졌다.

“…….”

예담은 한동안 말을 잃고 제 앞에 펼쳐진 믿기지 않는 광경을 감상했다. 은찬이 제가 깬 줄도 모른 채 무릎을 침대에 대고 봉긋한 살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차마 자지를 다 삼키진 못한 엉덩이 골을 천에 건 채 비뚜름히 내놓고서, 풍만한 볼기짝 한쪽을 어설프게 흔드는 뒷모습에 그의 하복부가 단숨에 홧홧해졌다. 아릿할 정도로 온 근육이 뭉쳐 들었다.

“어디서 보지 냄새가 나나 했더니…….”

“읏, 응……!”

느껴지는 시선에 살며시 고개를 뒤로 돌렸다가 깜짝 놀란 은찬이 찔끔, 반사적으로 보지를 조였다. 잔뜩 일어나 곧 사정할 듯 꺼떡이던 남성기는 겁을 먹었는지 한결 기세를 수그렸고, 대신 주름진 보지 속살이 펄떡거리며 살점을 톡, 톡 튀겼다. 당장에 기분을 좋게 하는 자지를 빼앗길까 조바심이 나 꿈틀거리는 육벽이 귀두 끝에 쫀득하게 달라붙었다.

“하으……. 씹. 내 좆 가지고 보지 쑤시고 있었어요? 시발, 내 자지를 아주 딜도로 알고…….”

“힉, 응……. 그게……, 흐읏, 그게, 보지가 간지러워서, 으응…….”

은찬이 등줄기를 파르르 떨며 아직까지 귀두를 물고 있는 음부를 파들거렸다. 뾰족하게 선 음핵 아래, 갈라진 살점에서 나온 거미줄 같은 액이 틈새에서 쏟아지고, 전신이 가늘게 떨리면서 한쪽만 드러난 통통한 엉덩이 살에 귀여운 보조개가 패었다.

“…….”

짙어진 눈으로 말없이 은찬을 바라보던 예담은 은찬의 골반을 꽉 움켜쥐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러곤 보짓살을 짓누르던 팬티를 손쉽게 벗겨 내고는 시뻘건 보지 구멍에 비벼진 귀두에 뭉근히 힘을 주며 그의 등허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자연스레 접합부가 가까워지면서 보들보들한 보지 겉살만 깔짝거리던 귀두가 곧장 질척한 구멍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아아아……!”

거칠게 질 벽을 주욱 긁고 들이치는 성기에 짓눌린 속살이 탐욕스럽게 오므라들며 촉촉한 액이 터졌다.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뜨끈한 액에 미끈하게 감싸인 자지가 예민해진 몸체를 격하게 요동쳤다. 찐득한 구멍을 찰박찰박, 때려 대는 격렬한 움직임에 자극받은 점막에서 더욱더 많은 물이 왈칵 쏟아져 흘러 점막 주름을 윤기 나게 했다.

“큿……. 씹. 아…….”

“아! 아, 아! 좋아! 응, 흐으…… 읏! 아…… 조아아!”

예담이 자지를 꽂은 채로 침대에서 내려와 커튼이 쳐진 벽 앞에 섰다. 그러자 은찬은 가뿐하게 예담에게 들려 나란히 창문 앞에 서게 되었다. 차라락, 커튼을 걷자 주변 건물이 모두 넓은 창 아래에 펼쳐졌다. 학교에서 제일 큰 중앙 도서관도, 정문 근처의 메디컬 빌딩도 죄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도였다.

“나…… 넘어질 거, 흐으, 같아…….”

은찬의 가랑이 사이에서 뚝뚝, 질은 보짓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개가 배뇨하듯이 한쪽 다리로만 바닥을 버티고 서서는 반대편 발끝을 애매하게 침대에 걸쳐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아슬아슬, 벌어진 빨간 음부 살 사이로 휑한 바람이 스쳤다.

“나한테 기대요.”

예담은 은찬의 오금을 붙들어 활짝 벌린 다음,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하앙, 하아앙……! 두 사람분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유리창 위에 받친 단단한 왼팔로 허리 짓에 맞추어 핏대가 도드라졌다. 아아아…… 조아, 응…… 은찬은 낑낑대며 투실투실한 보짓살을 묵직한 자지가 드나드는 박자에 맞추어 비벼 댔다. 뜨겁게 일어나는 마찰에 곧 젖은 살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철퍽, 철퍽, 거대한 성기가 애액에 진창이 된 구멍을 분주히 짓찧을 때마다 좆뿌리와 음모로 끈적끈적한 액이 늘어지며 물풀처럼 엉겼다. 좆질이 계속될수록 쌓여 가는 액은 서서히 점도를 높여 가며 질어져 갔다.

은찬은 여전히 한쪽으로 들린 고간으로 개가 오줌을 싸듯, 침대 쪽을 향해 보지에서 짜낸 즙을 후드득 튀겼다. 꼿꼿하게 선 남성기가 외로이 덜렁거렸다.

“아으응……! 히이!”

강한 힘으로 퍽퍽 구멍을 올려 찍자 어느새 은찬의 젖가슴이 창문에 바짝 붙어 눌렸다. 손으로 쥐기 좋게 살 오른 젖통은 뒤에서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창문에 비벼지며 짓뭉개졌다. 발딱 선 젖꼭지는 예담이 허리를 쳐올릴 때면 창문에 짓눌려 강제로 쏘옥 들어가고 물러날 때면 투웅, 튀어나와선 음탕한 본질을 마구 드러내며 새붉어져 갔다.

고층인지라 따로 필름을 덧대지 않은 투명한 유리창은 창문을 청소하는 사람이라도 있었다간, 젖이 오목하게 들어갔다 도로 튀어나와 발발 경련하듯 떨리는 꼴을 구경했을 터였다. 그 일말의 가능성마저도 은찬을 절정으로 몰고 가는 데 일조했다. 정말, 확실히 변태가 되어 가고 있었다.

“힉……!”

“후으…… 보지로만, 가요.”

예담은 신호가 오는 은찬의 귀두를 틈 없이 감아쥔 채 허리를 떨었다. 기어이 엄지로 요도구를 막고 물크러진 속살을 퍽퍽 쳐 대면서 자신만 자짓물을 쏘아 낸 것이다. 그러자 막힌 요도에서 오는 갑갑함도 잠시, 은찬은 얼마 못 가 메마른 귀두를 벌벌 떨며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하으으으……! 응!”

시원하게 쏘아져야 할 정액 뭉텅이 대신, 한바탕 회오리처럼 세차게 몰아치는 쾌감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사지가 무아지경으로 떨렸다. 요도구 끝까지 쑤욱 밀려왔던 쾌감은 밖으로 터지지 않은 채로 다시 가라앉았다. 정신을 못 차리고 건조하게 떨어 대던 은찬은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감은 눈을 뜨고서 흐릿한 동공에 초점을 맞추었다.

“흐으, 흐으응…….”

묘했다. 통통하게 부풀었던 자지는 여전히 요도구가 막혀 있었는데도 가득 찬 씨물을 뱉어낸 것처럼 들썩거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쉬움은 남지 않았다. 분명히 내리뜬 육안으로 확인해본 바로는 귀두를 감싼 살결은 보송하기만 한데…… 사정한 것처럼 절정이 몰아친 것이다. 강제로 내리눌렸던 쾌감이 전신으로 번진, 마른 절정이었다.

“후…….”

자신의 품 안에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은찬을 바라보던 예담이 그의 목덜미에 입술을 내렸다. 잘했어요, 하며 뒤이어 중얼거렸다. 그 허락 같은 말에 은찬은 뒤에서 버티고 선 가슴팍에 제 등을 기댄 채 벅찬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정신 좀 들었으면 우리 이야기 좀 해요.”

“하으, 읏……. 무슨, 이야기?”

시선이 올라가며 고개가 들리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가슴팍에 문질러졌다. 예담은 그 찐득한 체액마저도 달큼하게 느꼈다. 잠시간 은은하게 풍기는 그만의 체향을 음미하던 예담이 천천히 보짓살 사이에 낀 귀두를 꺼냈다. 주르륵, 사타구니 사이로 삐져나오는 허연 점액질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협탁 위 갑 티슈에서 휴지를 뽑아 닦았다.

“……솔직해져 봐요. 나랑 떨어져 있을 때, 정말 공부만 했어요?”

보지 못한 새 몸이 이렇게나 달아올라서는, 얌전히 집과 도서관에 박혀서 취업 준비만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그럴 만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그 안에 있던 욕망을 일깨울 만한, 그런 계기.

“…….”

은찬이 숨을 죽이고 슬며시 눈을 치켜떴다. 이예담의 눈치를 보는 거였다. 아직 열에 달떠 있는 터라 머릿속이 몽롱해 어디까지 말해도 될지 쉽사리 판단이 서지 않았다.

“대체 그동안 혼자 뭐 하고 논 거예요?”

“…….”

“젖도 커지질 않나, 내 자지를 먼저 따먹질 않나. 나야 좋긴 한데…… 뭘 하고 놀았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네.”

이예담이 톡, 흥분해서 발딱 튀어나온 큼지막한 젖꼭지를 살살 굴리며 말을 이었다. 으응……! 계속 창문에 문대져 민감해진 젖꼭지는 조그만 자극에도 금세 반응해선 발긋한 유두를 딱딱하게 굳혔다. 넓게 퍼졌던 유륜이 수축하면서 봉긋한 가슴이 더욱 가파른 굴곡을 이루었다.

“우선 젖부터 말해 봐요.”

“……그게…….”

쉽게 대답하지 않자 예담은 다그치는 것처럼 빳빳하게 솟은 유두를 콱 엄지와 검지로 그러잡은 채 자비 없이 뒤흔들었다. 아아앙……! 돌기가 단단한 손끝에 잡혀 사정없이 당겨질 때마다 지방으로 가득 차 보드라운 가슴살이 탐스럽게 출렁였다. 예담의 눈이 흐드러지는 푸른 젖줄기를 집요하게 좇았다.

“흣, 으으! 아, 알았어……. 말할, 게. 읏, 그러니까, 으응……. 꾸, 꿈을 꿨는데 유두에서…… 모유가 나왔어. 말도 안 되는 거 아는데……. 나도 왜 그런 꿈을 꿨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런 꿈을 꿔서……. 그냥, 별거 아니고…….”

혼자 다시 떠올리고 상상할 때와는 달리, 이예담 앞에서 이야기를 꺼내려니 많이 수치스러웠다. 은찬은 음란한 제 상상력을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발그레하게 물들인 채 더듬더듬 말을 이어 갔다.

그 묘사에 이예담이 기다란 손가락에 힘을 주며 부푼 가슴살을 뭉그러뜨렸다. 흐읏……! 짓누르는 대로 뭉개지는 연한 가슴살은 정말 젖을 품고 있을 것처럼 뽀얘 음심을 자극했다. 이제는 커다란 손바닥에 세게 힘을 주면 넘칠 만큼 눈에 띄게 양감이 늘어 있었다.

“젖통에서 젖이 나왔다고? 하…….”

예담이 한쪽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끌어올리며 되물어 왔다. 제 음험한 욕망과 일치하는 꿈이었다. ……그런 게 꿈으로 나올 거면 저한테나 나오지, 겪어보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꿈을 꿨는데……?”

“기분이 많이…… 좋았어. 그래서 자꾸 혼자 만지다 보니까…….”

얼마나 끝내주는 쾌감이길래 정신을 못 차리고 혼자 만져 댔을까. 달뜬 숨을 몰아쉬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빳빳해진 유두를 뭉개는 그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꼴려서 이렇게나 좆이 다시 부푸는데.

“하아. 진짜 못 말리겠어. 정말 이 음탕한 젖꼭지에서 젖이 나오는 방법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보고 싶긴 해요. 선생님도 그렇죠?”

젖꼭지 봐요. 젖 빨기 좋게 생겼잖아요. 예담이 톡톡, 돋아난 돌기를 지그시 짓누르며 물어 왔다. 머릿속은 온통 젖구멍에 하얀 물이 방울방울 맺히다가 쪼로록, 흘러나오는 외설적인 광경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찼다. 상상하자 하복부로 단단히 열기가 몰려와 곧 사정이라도 할 것만 같았다.

“……그건, 그때 상황 봐서…….”

“지금은 어떤데요?”

“으읏!”

예담이 커다란 손으로 부드럽게 가슴을 주물러 왔다. 아아……. 뭉개지는 가슴살에서 피어오르는 몽롱한 쾌감에 은찬은 금세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또다시 유두에서 무언가 나올 것처럼 저릿저릿, 짜릿한 쾌감이 밀려왔다. 잊고 있던 느낌을 떠올리자 흥분을 참아 낼 수 없었다.

“흐으으……. 조아아…….”

“하……. 진짜 어떡하지. 이런 몸으로 누굴 만나.”

“흐으…… 응…….”

“나 말고는 선생님 책임져 줄 사람 없겠다. 그죠.”

“으, 응……. 마, 맞아, 흣…….”

억지로 대답을 종용하며 예담은 계속해서 마사지하듯 가슴살을 이리저리 몰고 잡아당기길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은찬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덩달아 방금 전까지 좆이 꽂혔던 구멍이 옴쭉거리면서 내부에 고였던 걸쭉한 액이 질질 새어 나왔다.

“……그거 말고는 없었어요? 말해 봐요. 다.”

한참 황홀한 쾌감에 떨어 대던 은찬은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기억을 더듬었다. 자위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가슴에서 모유가 터져서이기도 했지만, 같은 날 자지를 둘이나 동시에 받아 내곤 좋아 몸서리친 것 역시 이유로 들 수 있었다. 똑같이 생긴 이예담 둘이 나와서는 보지에 동시에 성기를 욱여넣고 저를 자지러지게 했던, 그 말도 안 되는 꿈속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했다.

정말이지 중증이었다. 머릿속엔 섹스밖에 남지 않아 뇌가 그런 쪽으로밖에 가동을 못 하는 것 같다.

“없었어…….”

차마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할 수는 없었다. 모유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변태라고 생각하고 있을 듯했으니까.

“정말? 그러면 정말…… 선생님은 타고나길 야해 빠졌나 봐요. 젖으로 느낀 거 하나로 이렇게까지 난리가 났다는 거죠?”

“아니거든. 그냥 꿈에서……!”

“꿈에서, 뭐?”

예담은 피식거리며 은찬을 놀려 대다가 울컥 흥분해 튀어나오는 반응에 잠시 젖을 주물럭대던 손길을 멈추었다.

“그냥 꿈이었어…….”

“그러니까 그냥 꿈, 또 뭐가 있는데요.”

“읏……. 이건 말이 안 되기는 한데……. 아까, 그것도 말이 안 되긴 했지만…….”

예담이 느른하게 눈썹을 끌어 올렸다. 젖꼭지로 젖 싸지르는 꿈까지 이야기해 놓곤 이제 와서 망설일 게 있나. 얼른 이야기하라는 듯, 제 품 안에 안겨 움찔거리는 가슴을 또다시 크게 주물렀다. 충혈돼 선홍빛을 띤 젖꼭지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선 짜낼 듯이 조몰락거렸다.

“으응……! 꿈이니까아…….”

“알았어요. 꿈이니까, 뭐? 안 놀릴 테니까 말해 봐요.”

재촉하며 손가락 사이에 끼운 유두를 까득 비트는 예담의 손길에 힉, 신음하며 허리를 뒤튼 은찬이 순순히 입을 열었다.

“자지 두 개가…… 흣, 보지 쑤시는 꿈도 꿨어.”

“……?”

처음엔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자지 두 개가 쑤셔졌다고? 그러니까…… 제 머릿속에 떠오른 검붉은 성기 두 개, 그거 말하는 거 맞나. 흔히 말하는, 셋이서 하는…… 그거?

“그…… 보지는 하나였는데…… 들어오는 자지가 두 개라……. 나도 그런 꿈을 왜 꿨는지 모르겠어……. 그런데, 그 이후로 자꾸만 보지가 간지러워져서…….”

“……아. 그렇구나.”

예담의 온화하던 표정에 금이 갔다. 늘 놀리듯 자지 두 개 먹여 줘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놓고는 막상 그가 진짜로 은밀한 구멍 속에 두 개의 성기를 쑤셔 박았다는 꿈을 꿨다고 실토하자 아까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반듯한 미간이 구겨지면서 짧은 탄성이 흘렀다.

제가 말하라고 종용해 놓고 이제 와 화내는 꼴도 우스웠다. 하나 예담은 갑작스레 이는 정적을 어찌할 의지가 생겨나지 않았다.

……잠자코 숨만 쉬다 보니 얼굴도 모르는 꿈속의 두 놈에게 화가 나 숨결마저 거칠어졌다. 씨발. 꿈속에 난입할 수 있었더라면 당장에 두 개의 자지를 낫으로 잘랐을 터였다.

그래도 시원찮았다. 무언가 방법이 필요했다. 유은찬이 무의식에서조차 두 개의 자지를 그리며 아쉬워하지 않을 만한 방법이.

“……배고프죠. 뭐 좀 먹으러 나갈까요.”

모유에, 두 자지에 머릿속이 혼란했다. 오늘부터 할 일이 아주 많았다. 애써 표정을 갈무리한 예담이 다시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은찬을 껴안았다. 그런 예담의 속도 모르는 은찬은 제 허리를 감아 오는 손등을 평온한 표정으로 감쌌다.

“응……. 너무 배고파. 근데, 다리에 힘도 거의 없어서…….”

후들거리는 몸을 예담에게 한층 더 기댄 은찬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흔들리기 시작한 시야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어……!”

예담은 한 팔로 은찬의 허리를 받치고 또 다른 팔은 그의 오금에 끼웠다. 눈 깜짝할 사이, 은찬의 두 발이 공중에 떴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곤 하던 공주님이 안긴 듯한 자세를 취하게 돼 당황한 은찬이 종아리를 팔딱대며 놀란 양손을 예담의 목에 걸었다.

“떠, 떨어질 거 같아……! 뭐 하는 거야?”

“안 떨어져요. 내가 몰아붙여서 힘든 건데 책임져야지.”

원인 제공은 선생님이 했지만. 예담은 여유 가득한 미소를 내보이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품에 안긴 새하얀 종아리가 대롱대롱 흔들렸다.

“…….”

처음엔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히던 은찬도 차차 시간이 흐르자 빼꼼 고개를 들어 예담의 움직임에 따라 휙휙 달라지는 집 안 풍경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침실에서 나오자 바로 보이는 너른 거실은 마찬가지로 대학가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창이 둘러싸고 있었다. 여기서라면 아마 제 자그마한 옥탑방도 충분히 보일 법했다. 휘적휘적 건너편으로 간 예담이 톡, 발끝으로 문을 밀어 다음 방을 보여 주었다.

“응? 여기는 왜 책상이 두 개야?”

“들어올 때부터 두 개로 맞춰 놨어요. 선생님이랑 같이 쓰려고. 예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해요? 처음 집 구했다고 말할 때.”

〈꼭 남 이야기하듯 하네. 남 얘기 아닌데.〉

“어……? 수능 끝났을 때……?”

수능 직후였던 걸로 기억했다. 이예담 어머니를 함께 만났던 날. 지금으로부터 꽤 오랜 시간 전이었다.

“이미 그때부터 내 마음에 확신이 있었거든요. 뭐, 선생님도 날 좋아할 거라는 확신까진 없었지만……. 책상 하나 더 들이는 건 일도 아니니까.”

그럼 저 책상은 나란히 같이 앉아 공부하기 위해 들여놓았다는 말인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게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렇게 넓은 데다 이예담과 저만 머무르는 공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했다. 앞으로 도서관 대신 이 집에 들러서 공부하면 되는 걸까…….

“드레스 룸 제외하고 방 하나가 더 남아요. 그건 선생님이 하고 싶은 대로 썼으면 좋겠어서 비워 뒀어요.”

물론 침대는 거기 더 안 놓을 거예요. 덧붙이는 예담의 표정이 밝았다.

“아……. 응?”

“침대는 하나 써야죠. 따로 쓰게? 그것만큼은 양보 못 해요.”

……그러니까, 이예담은, 둘이 함께 사는 걸 전제로 모든 집 안을 소개하고 있었다. 느닷없이? 아니, 그는 예전부터 생각해 온 일이라고 하긴 했지만 은찬에게는 불과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선뜻 그러겠노라고 대답할 순 없었지만…….

좋았다. 주책맞게 이예담의 가슴과 맞닿은 심장이 요란하게 박동하며 쿵, 쿵, 설레는 제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 * *

마지막으로 자취방에 돌아간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했다. 엠티에 다녀온 이후로 계속 이예담 집에 머무른 탓이었다. 이예담은 정말 작정이라도 했는지 은찬이 갈아입을 옷이며, 세안 도구며, 심지어는 노트북까지 여유분을 구비해 둬 그가 집으로 돌아갈 핑계를 주지 않았다.

사실, 은찬 역시 애당초 그의 의도를 알면서 어느 정도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다. 기실 밤낮 할 것 없이 접붙느라 무지근해진 몸을 외면하면서까지.

“오늘 첫 수업 뭐예요? 인문관으로 가요?”

“응. 인간과 역사. 교양인데 그냥 학점 채우려고 넣은 과목이야.”

“그거 되게 지루하다던데. 수강 신청 정정 기간에 안 바꿨나 보네.”

“응. 바꾸는 게 더 귀찮아서. 너는 오늘 으응, 음…….”

집을 나서기 전, 닫힌 현관문 앞에서 또다시 입술이 맞닿았다. 눈을 뜨고 나서 몇 번째인지도 모를 만큼 잦은 입맞춤이었다. 성적인 함의 없이 부드러이 입술을 포갰다 떼어 낸 예담이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은찬 역시 그림 같은 그 미소에 따라 웃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그토록 다정하게 붙어 있던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애매하게 거리를 두고 걷기 시작했다. 건물 최상층에 위치한 이예담 집은 한 층을 통째로 쓰고 있어 이웃 주민을 마주칠 일은 없었지만, 건물 위치가 위치인지라 언제 같은 학교 학생을 만날지 모른다고 여긴 은찬이 기어코 밖에서는 일정한 거리 이상을 유지할 것을 고집했던 까닭이었다.

띵동.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도착하자 조금 더 간격을 벌린 은찬이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 이 짓도 몇 번 해 봤다고 적응되었는지 처음에 비해 한결 당당해진 걸음이었다.

보폭의 차이가 있어 은찬이 부지런히 걸어도 예담은 얼마 안 가 그를 따라잡곤 했다. 장난스레 휘적휘적 긴 다리로 아슬아슬할 만큼 붙어오는 이예담과 티격태격하다 보니 집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어느새 정문 인근이었다.

일반적인 대학생이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비싼 월세와 관리비에 아직 입주자가 다 차지 않은 오피스텔 건물과 달리 정문으로 다가설수록 많은 인파가 눈에 띄었다. 정확히 정문을 기점으로 홱 몸을 돌린 은찬이 예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럼 잘 가.”

이 역시 지난 며칠간 이루어진 일상이었다. 교내에서는 점심시간 말고는 어울릴 짬이 나지 않아 아쉽긴 해도 학년이 다르니 어쩔 수 없었다. 은찬이 아쉬움을 감춘 채 뒤돌자, 예담이 피식 웃으며 그를 따랐다.

“뭐야……. 저리 가.”

내가 그렇게 좋은가. 집에서 그만큼 붙어 있었으면 됐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가엔 비식비식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왜 저리 가래요.”

“너도 네 강의 들어야지. 언제까지 내 꽁무니만 쫓아다닐 거야?”

부러 퉁명스러움을 가장해 던지는 말투를 다 안다는 듯, 예담이 웃음기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의 들으러 가는 길인데.”

“……뭐? 너도 이 건물이야?”

첫 주엔 못 봤던 거 같은데.

“네. 거기다…….”

예담이 말끝을 흐리며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어느새 두 사람은 은찬이 일별하던 순간보다 더욱더 가까워져 있었다.

“거기다?”

왜 말을 하다 마는 거지. 은찬은 의아한 눈으로 예담을 바라보았다.

아……. 아침이라 그런지 금빛 햇살이 내리쬐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그가 더욱 근사해 보였다. 예담의 외모에 홀린 은찬이 멍하니 입술을 열고 바라보던 순간, 기다리던 대답이 이어졌다.

“인간과 역사, 그거 들어요.”

“어……?”

그러니까, 지금 내가 들으러 가는 과목을 말하는 게 맞나. 은찬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번에 출석 부를 때 너 없었는데…….”

“네. 정정 기간에 정정했어요. 다른 과목 들었는데 영 안 맞아서. 우연히 겹친 건데 아침에 알았어요.”

아니, 계획적이었다.

공통으로 수강이 가능한 과목을 알아보며 동시에 은찬의 시간표를 손에 넣었던 예담은 언제 그가 화를 풀지 알 길이 없어 해당 시간에는 자신의 시간표를 비워 뒀었다. 그리고 정정 기간이 되었을 때, 아직 애매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조용히 같은 과목을 신청했다. 이후엔 관계가 어떻게 되든 그와 한 공간에 있고 싶어 막무가내로 저지른 일이었는데, 운 좋게도 모든 일이 시기적절하게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어……? 재미없다고 유명하다며. 왜?”

“왜긴요. 나한테는 재미있어 보여서?”

나란히 같이 듣는 게. 뭘 해도 재밌기만 할 터였다. 수능 시험 중간중간에 주어지는 쉬는 시간마다 꿈꾸고 있던 순간의 실현이었다.

“근데 같이 들으면 너무 튀지 않을까?”

이예담은 이미 교내 유명 인사가 된 것 같은데……. 가뜩이나 같이 다니는 걸로 이미 사람들 눈에 띄고 있는지라 은찬은 혹시라도 누가 자신들의 관계를 알게 될까, 늘 조바심 났다.

“난 상관없어요.”

오히려 관계를 제멋대로 추측해 주면 이득이었다.

……괜히 피곤하게 굴지 않아도 되니까. 은근히 눈엣가시처럼 구는 놈을 치우느라 골머리를 앓는 건 한 번이면 족했다. 예담이 뻐근한 한쪽 어깨를 돌리면서 멀리서 걸어오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다가오는 인영을 응시하는 눈초리가 유난히 매서웠다.

“서승…….”

멀리서 다가오는 서승원을 부르려다 은찬은 멈칫했다. 괜히 아침부터 이예담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왜 부르다 말아요.”

이예담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물었다.

“……전에 보니까 너랑 그다지 사이가 좋아 보이진 않아서. 무슨 일 있었어?”

그 정도로 으르렁댔으니 암만 눈치가 없는 유은찬이라도 모를 리 없었다. 마음 같아선 피떡이 되도록 패 버리고 싶었으나 전에 보이던 눈빛을 봐서는 글쎄, 그랬다간 피해자인 양 굴며 마음 약한 그를 파고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예담은 약간의 가능성마저도 차단하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사이가 좋고 말게 뭐가 있겠어요. 잘 알지도 못하는데.”

아직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서승원을 바라보며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던 서승원과 그들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면 늘 하듯 반갑게 다가와 제 이야기를 늘어놓을 거라 예상했던 서승원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더니 다가오기는커녕, 방향을 바꾸어 멀어져 갔다. 어어, 하는 사이 커다란 몸이 점보다 작아졌다.

“왜 저러지…….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실상을 알 턱 없는 은찬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승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모든 과정을 눈에 담은 예담은 무심히 웃으며 그를 이끌었다.

“바쁜가 보지. 우리도 빨리 가요. 강의 시간에 늦겠어요.”

* * *

〈으응……. 흐.〉

〈음…….〉

달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골목 안에서 두 인영이 맞붙었다. 그들은 예담의 집에서 한바탕 뒹군 후, 기어코 집에 가서 자겠다는 은찬 때문에 함께 나섰다 입술을 맞물린 참이었다. 고맙게도 시에서 정비 사업을 미룬 덕택에 음산하리만큼 주변이 어두컴컴해, 요 근래 헤어질 때면 입맞춤 정도는 눈치껏 할 수 있었다.

예담은 자그마한 턱을 감싸고 부드러운 입술을 양껏 빨아들였다. 숨을 헐떡이며 쫓아오는 혀를 휘감고 몇 번이나 쓰다듬던 그는 입맞춤에 몰입한 가운데 어디선가 묘한 시선을 느꼈다. 여전히 제게 입술을 붙여 오는 은찬의 턱을 고정한 채 고개를 비틀어 조심스레 입술을 뗐다. 그러곤 진득하게 느껴지는 시선의 방향으로 눈길을 돌렸다.

“…….”

“…….”

……뭐 하는 새끼지. 흠씬 눈매를 일그러뜨리며 은찬에게서 얼굴을 떼어 내려던 예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저와 은찬을 지켜보고 있던 낯익은 인영의 정체를 알아챘다.

그래서 보란 듯이 더더욱 입술을 맞대었다. 유일하게 하나 서 있던 가로등마저 수명을 다해 어둑한 담벼락에 몸을 기대어있던 인영이 흠칫, 한 발 뒤로 물러날 때에는 입꼬리마저 비틀려 올라갔다.

〈이제 들어갈까요.〉

〈뭐야아……. 오늘은 각자 집에서 자기로 했잖…….〉

〈그걸 믿었어요? 오늘은 선생님 집에서 자는 날이란 소리였어요.〉

〈너 진짜…….〉

근사한 미소에 이미 홀린 은찬이 슬며시 예담을 흘기자 어깨를 두른 단단한 손이 그를 빌라 건물 안으로 가벼이 이끌었다. 은찬보다 한 걸음 뒤에서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던 예담은 은찬이 온전히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한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인영을 보며 돌연 다정한 미소를 지우고 싸늘하게 조소했다.

〈이미 한참 늦었어.〉

예담이 의미심장하게 웃자 담벼락 앞에 굳은 듯이 서 있던 서승원의 눈가가 움찔 떨렸다.

* * *

날이 많이 풀렸다. 이제는 티셔츠 하나만 입고 다녀도 무리가 아닐 만큼 적당히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럴 때 교외로 데이트 나가면 딱 좋을 텐데……. 예담은 손가락 사이에 끼운 펜을 굴리며 좀체 틈을 내어 주지 않는 은찬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하…….”

필기할 때마다 살짝살짝 감질나게 내려가는 티셔츠 사이로 지난밤 제가 한껏 빨아 댄 살결이 드러났다. 쇄골이 힐끔 보였다 사라질 때마다 예담은 초조해졌다. 저 빗장뼈를 핥을 때 은찬이 어떤 신음을 흘리는지, 덩달아 반응하는 유두가 얼마나 야한지 너무나도 잘 아는데, 보고 있기만 하자니 금세 아랫배가 뻐근해진 까닭이었다.

“후…….”

홧홧한 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제가 알고 있는 유은찬의 시간표대로라면 오늘 그는 빨라야 저녁 6시에 수업이 끝난다. 지금은 아직 점심시간 언저리인데다 학교인지라 더는 여지가 없을 게 분명했다. 어차피 은찬 하나만 바라보고 신청한 수업인 탓에, 늘 함께하는 수업 시간마다 예담은 은찬과 시계를 번갈아 보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6시간……. 한창인 나이에는 실로 버거운 고문이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봅시다. 다들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마침내 은찬의 얼굴만 주야장천 바라보는 수업이 끝났다. 좀처럼 곁을 내어 주지 않는 예담에 익숙한 얼굴들이 꽤 섞인 수업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강의가 끝나면 둘만 함께 이동하곤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예담은 학식을 싫어했다.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가 볼 만한 식당이 즐비했는데 은찬은 늘 학교에서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데 최선을 다했다. 어쩔 수 없이 시간 절약에서만큼은 의견을 굽히지 않는 은찬을 따라 예담은 매번 학생 식당을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음……. 돈가스? 김치볶음밥? 뭐가 더 나을까.”

은찬은 한참 동안 메뉴판을 보며 고민을 거듭했다. 돈가스든 김치볶음밥이든 예담이 볼 땐 거기서 거기인 음식들이었는데, 매번 심각하게 고민하는 그를 볼 때면 어쩐지 웃음이 터졌다. 예담은 실실 웃으며 그의 장단에 맞추어 덩달아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게 그렇게 고민돼요? 고민되면 둘 다 먹어요.”

“두 개를 어떻게 다 먹어? 남기면 좀 그렇잖아.”

먹고 싶은 만큼 먹고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은찬은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게다가 확연히 차이 나는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매번 예담이 결제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은찬이 학식만큼은 제가 내겠다고 우겨 대 본의 아니게 얻어먹는 꼴이기도 해, 예담은 더는 제 의견을 피력할 수 없었다. 어차피 제 입맛에 맞지도 않는 음식이었으니 그를 따를 수밖에.

“그럼 각각 돈가스, 김치볶음밥 시켜요. 나눠 먹게. 둘 다 맛있을 거 같으니까 김치볶음밥 사 주세요.”

예담은 돈가스도, 김치볶음밥도 끌리지 않았지만 은찬을 위해서라면 어떤 음식도 감내할 수 있었다. 학식에는 전에 은찬이 함께 먹자고 사 온 곱창전골 같은 유의 메뉴는 보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람쥐처럼 양 볼을 도톰하게 부풀린 은찬이 부지런히 숟가락을 움직였다. 예담은 은찬의 손이 더 많이 가는 김치볶음밥을 피해 돈가스 몇 점을 입에 넣었다. 점심을 대충 때웠으니 저녁은 괜찮은 곳으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머릿속에 적당한 프렌치 레스토랑 몇 곳을 떠올리며 식사를 마쳤다.

“배불러. 너는 김치볶음밥은 별로였어?”

“아……. 막상 먹어 보니 짠 게 별로 안 당겨서.”

“그래? 그럼 김치볶음밥 괜히 시켰나 봐.”

“아녜요. 돈가스 먹었잖아요. 역시 같이 시키길 잘한 거 같아요.”

이예담 정도의 몸을 유지하려면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그는 은근히 입이 짧았다. 저번에 곱창전골은 잘 먹던 거 같았으니 다음엔 학식 대신 그걸 먹으러 가자고 해 볼까. 은찬은 과외 하던 시절, 제가 사 갔던 곱창전골을 남김없이 먹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며 다음 데이트 행선지를 짰다.

“……이따 끝나면 6시죠? 그때 자연관 앞으로 맞춰 갈게요.”

예담은 팔을 뻗어 제 옆에 놓아두었던 그의 가방을 건넸다. 가방을 아예 들고 다니지 않는 예담이라 함께 이동할 때면 은찬의 가방을 제 것처럼 메고 다니곤 했다. 마음 같아서는 다음 강의실까지 데려다주고 싶지만 몇 주간 지켜본 바로는 몹시도 꺼릴 그를 잘 알기에 여기에서 놓아주는 게 맞았다.

“어? 그럴 필요 없어. 오늘은 그냥 네 수업 끝나면 집에 가서 쉬어.”

이어지는 이예담의 시간표는 고작 2시간짜리 강의라 사이에 뜨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6시에 만나려면 다시 학교로 와야 한다는 말인데, 암만 집이 가깝다 한들 번거로웠다. 기다렸다 만나면 반갑기야 하겠지만 그 잠깐의 기쁨 때문에 그를 자신에게만 매어 둘 순 없었다.

“며칠 내내 제대로 된 밥 안 먹었잖아요. 오늘은 끝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음……. 끝나고?

그 말을 들은 은찬이 곤란한 듯 웃었다. 저런 표정을 지을 때면 꼭…….

“나…… 과외 하러 가야 해서. 어쩌지.”

그래. 과외 이야기가 나왔다.

“또? 무슨 과외가 그렇게 자주 있어요.”

예담이 미간을 찌푸린 채 되물었다. 근사한 얼굴은 일그러져도 상대의 기분을 끌어내리는 데에는 영 힘이 없었다. 은찬은 쓱쓱, 구겨진 그의 미간을 검지로 펴 주며 발랄하게 대답했다.

“너랑 할 때보단 훨씬 횟수 적은데 뭘. 아무튼 갈게. 이따 연락해. 응?”

은찬은 무해하게 웃고는 금세 뒷모습을 보였다. 예담은 종종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았다. 드물게 감정이 드러난 얼굴은 싸늘했다.

“하……. 그놈의 과외. 진짜 신경에 거슬리네.”

혼자 남은 예담이 고요히 가라앉은 눈으로 중얼거렸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데 오히려 얼굴을 마주치는 시간은 작년에 비해 더욱 줄어들었다. 암만 같은 과, 같은 동아리라 한들 학년이 달랐기에 겹치는 교양 수업 하나를 제외하곤 함께 시간을 보내기 힘들었던 탓이었다.

본격적인 학기 시작 이후 가뜩이나 학교에선 취업 준비를 핑계로 곁을 잘 내어 주지 않는 그인데, 학교 밖에서까지 빌어먹을 과외에 만날 시간을 뺏기도록 넋 놓고 있을 순 없었다.

“…….”

방법이 필요했다. 학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들로 분주해지고 있는 예담에게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겼다.

* * *

“응. 이제 집에 거의 다 왔어. 너도 걱정하지 말고 얼른 자.”

과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새를 못 참고 예담이 전화를 걸어 왔다. 과외 하는 집 앞으로 데리러 온다는 걸 겨우 막아 냈으니 전화 통화 정도야 기쁘게 받아 줄 수 있었다. 저 또한 이렇게 잠시 떨어져 있는 순간을 참지 못하는 이예담이 벅차게 좋기도 했고.

그래서 은찬은 함께 들렀던 편의점을 지나다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춘 채 무언가를 사기까지 했다. 가방 안 물건을 떠올리는 은찬의 양 뺨이 삽시간에 홍조로 물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뺨을 붉힌 은찬은 어디선가 느껴지는 진득한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어……?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어? 집에 있었다며.”

“방금 왔어요.”

예담이 고요히 웃음 지으며 은찬에게 팔을 뻗어 왔다. 슬쩍 어둑한 주변을 한번 돌아본 은찬은 자신들 외에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선 활짝 웃으며 뻗어 온 손을 맞잡았다. 크기가 현저히 차이 나는 깍지 낀 손을 흔들며 함께 옥탑방으로 향했다.

“왜 그렇게 사람을 힐끔힐끔 봐요? 설레게.”

“……아니, 그게……. 음. 아니야……. 나 먼저 씻고 올게.”

예담은 방금 막 샤워를 마치고 온 듯, 그의 집에 가면 은찬이 즐겨 쓰곤 하는 싸하고 시원한 샤워 젤 향취를 가득 풍기고 있었다. 그런 그와는 달리 은찬은 종일 밖에 머물던 터라 제 몸이 여간 찝찝한 게 아니었다.

황급히 욕실로 사라지는 은찬을 바라보며 입매를 밀어 올리던 예담은 이윽고 그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둔 가방으로 시선을 향했다. 미처 지퍼를 끝까지 잠그지 않은 탓에 살짝 열린 가방 사이로 얼핏 이질적인 내용물이 비치고 있었다.

“나 다 씻었어. 오늘 뭐 했…….”

문이 열리자 뜨끈하고 습한 공기가 욕실에서 쏟아졌다. 은찬은 물기 가득한 얼굴을 절반쯤 가린 수건으로 살결을 문지르며 밖으로 나왔다. 지나치게 조용한 사위에 가려졌던 시야를 슬며시 확인하자 곤혹스러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은찬의 손에 쥐고 있던 수건이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갸름한 턱선을 따라 또르르, 미처 닦지 않은 물기가 방울져 흘러내렸다.

“그, 그걸 왜…….”

이예담의 손에 갈색의 납작한 물체가 들려 있었다.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기 직전, 은찬이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사 온 물건이었다.

“이거? 내가 묻고 싶은 건데…….”

이예담이 짓궂은 표정으로 손에 쥔 얇은 물체를 흔들었다. 포장지 위에 쓰인 선명한 여덟 글자를 소리 내 읽으면서.

고탄력 팬티 스타킹

“……읏.”

헛숨을 들이켠 은찬이 기억을 더듬으며 부지런히 변명거리를 찾았다. 얼마 전, 교내 편의점에 들렀을 때 무심코 계산대 앞에 진열된 스타킹을 바라보던 그의 귓가에 이예담이 다가가 속삭였었다.

〈이거 입고 하면 그렇게 느낌이 죽인다는데. 궁금하지 않아요?〉

〈뭐?〉

당시엔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아르바이트생이 놀랄 만큼 세게 이예담의 등짝을 후려쳤던 은찬이었는데. 과외 때문에 바쁜 저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그를 떠올리니 기특한 마음 반, 미안한 마음 반으로 가득 차 그가 좋아하는 걸 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같은 브랜드인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고, 충동적으로 스타킹을 산 참이었다.

사긴 샀는데…… 당장 오늘 개시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럴 때 자연스럽게 꺼내려고 했는데……. 맹세코 이렇게 바로 들키는 건 계획에 없는 일이었다.

당혹감이 어린 눈망울로 파르르, 눈동자를 떨던 은찬이 더듬더듬 수분기로 뒤덮인 입술을 열었다. 제 입술 사이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되는 대로 말이 쏟아졌다.

“그게…… 어, 어떻게 입는 건지도 잘 모르고…… 그냥……. 전에 얘기가 나와서…… 사긴 샀는데……. 너, 랑 꼭 쓰겠다는 게 아니라……. 이런 거 사 두면…… 나중에, 혹시 쓸 일이 있을까 봐…….”

“그럼 ‘혹시’ 나랑 쓸 걸 대비해서 산 건 맞아요? 그게 아니면 혼자 스타킹 신고 거울 앞에 서는 은밀한 취미라도 있는 건가.”

하여간 야한 짓 좋아하기로는 한 수 위라니까. 예담이 담담하게 웃으며 제 손에 든 커피색 스타킹을 얼굴 옆에 대고 흔들었다. 얼굴이 한껏 달아오른 은찬과는 달리 평온한 기색으로 스타킹을 대하는 태도에 은찬이 입술을 세게 짓씹었다. 아무래도 한두 번 스타킹을 만져 본 솜씨가 아니다.

“너는 왜 안 부끄러워해? 혹시 스타킹…… 이, 이런 거 다른 사람이랑 해 본 적 있어?”

“무슨…….”

갑작스럽게 짜증이 섞인 말투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예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 무언가 깨달은 듯 탄성을 내뱉으며 짤막하게 웃었다.

“선생님.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

“……지, 질투 그딴 거 아니고! 네가 너무 익숙해 보이니까…… 나랑은 다르게…….”

바보야. 그게 질투잖아. 은찬이 입 안 살을 깨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워낙에 잘난 녀석이라 저 말고 몇 명이나 만나 봤을지…… 잠시 스친 상상만으로도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었다.

“안 써 봤어요. 선생님이랑 하는 게 처음이에요. 당연하잖아. 날 가르쳐 놓고도 그래요?”

예담이 숙어진 은찬의 턱을 쥐어 끌어 올렸다. 눈이 마주치자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 그럼 됐고……. 그러면 너랑 나랑 둘 다 잘 모르니까 이건 나중에, 다음에……. 여자용이니까 내가 입으면 잘 안 맞을 수도 있고……. 조, 조금 더 준비를 해서……. 그때…… 해 보도록 하자…….”

은찬이 횡설수설하며 그의 손에 들린 스타킹을 뺏으려 손을 뻗자, 예담은 불쑥 스타킹이 들린 손을 더욱더 높이 들어 다가오는 손길을 피했다. 조급함이 묻어나는 은찬과는 달리 나긋한 손놀림에서 여유가 흘러넘쳤다.

“왜 잘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고탄력’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러곤 지이익, 포장지를 이로 뜯고선 커피와 비슷한 색상을 띤 천 조각을 흔들었다. 촤르르, 손날을 타고 아래로 부드러이 떨어지는 스타킹이 번들거렸다. 형광등 빛을 받은 올마다 반짝이며 탄력성을 자랑하는 모양새였다.

“직접 입혀 줘요?”

“아니이……. 그런 말이 아니라……. 흐으!”

예담이 바짝 다가서며 그의 몸을 감쌀 것처럼 굴자 다가온 몸에서 또다시 익숙한 향이 났다. 잠시 그 향에 취해 킁킁거리다 기겁한 은찬이 예담의 손에서 스타킹만 급히 빼앗아 왔다. 하하. 예담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침대가로 가서 앉았다. 은찬이 스타킹을 신는 모습을 구경이라도 할 참인 듯했다.

은찬은 손날을 따라 늘어진 커피색 스타킹을 양손으로 펼쳐 들었다. 아……. 포장지에 감싸였을 때와는 달리 서늘한 온도와 더불어 촘촘한 그물망이 매끈거리는 감촉이 좋았다. 홀린 듯 스타킹을 가만히 만지작거렸다.

“하아……. 빨리 생보지 위에 씌워 봐요. 벌써 자지 터질 거 같으니까. 후우…….”

이미 은찬이 씻고 나왔을 때부터 성기를 발딱 세웠으면서. 채근하는 이예담의 말에 은찬은 결국 떠밀려 스타킹을 입기 시작했다. 갓 씻고 나와 말랑거리는 맨살 위로 스타킹을 덧씌웠다. 허리 밴드를 붙잡고 발가락부터 조심스레 스타킹 안으로 밀어 넣자 시원한 촉감이 발끝에서부터 번지며 발목과 종아리, 허벅지까지 차츰 이어졌다.

“으응…….”

스타킹 특유의 촉감에 은찬이 매몰되어 있을 때, 예담은 이를 관람하며 재빠르게 제 옷을 벗어 나갔다. 은찬이 미처 스타킹 전체를 신기도 전에 나신이 된 예담은 톡, 톡, 기다란 손가락을 침대 시트 위에 불규칙적으로 두드렸다. 빨리 그의 뽀얀 나신 절반이 쫀쫀한 커피색 스타킹으로 뒤덮이길 기다리는 마음이 조급했다.

이미 잔뜩 올라붙은 불그죽죽한 성기가 꺼떡이며 단단한 복근을 때리자, 예담은 시트를 짚던 손을 들어 프리컴이 질질 흘러내리는 좆 기둥을 타악, 탁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후우……. 고작 스타킹을 입는 모습만으로도 조루가 된 듯, 좆물을 싸낼 것 같았다.

“하……. 얼른 입고 돌아서요.”

“읏, 자, 잠깐마안…….”

스타킹은 포장지에 명시된 것처럼 탄력 있게 쭉쭉 늘어나 나머지 한쪽 다리까지 집어넣고 손을 떼자, 늘어났던 허리 밴드가 줄어들며 은찬의 허리를 바짝 조여 왔다. 하얗고 보드라운 살점이 진갈색 밴드에 옴폭 짓눌리며 그의 허리 라인을 따라 아찔한 곡선이 생겨났다.

고간은 짓눌린 자지에 의해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고, 덩달아 뭉개진 불알 때문에 보지는 틈새조차 보이지 않아 이렇게 보니 몸 선이 고운 것 외에는 특별할 게 없는 남자가 스타킹을 신은 것 같기도 했다. 보지가 달렸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자태였다.

물론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랑이 사이에서 뚝, 뚝 투명한 액을 흘리며 음부가 제 존재를 주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예뻐요.”

“……예쁘긴. 벼, 변태 같아 보이는 거겠지…….”

“음……. 그럼 예쁜 변태?”

“…….”

하하. 예담이 목울대를 낮게 울리면서 침대에서 내려와 은찬 앞에 무릎 꿇었다. 그러곤 뭐 하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곧장 붉은 혀로 종아리부터 서서히 핥아 올리기 시작했다.

“히, 으응, 흣……!”

끈적한 살덩이가 은근하게 스타킹 위를 핥자, 촘촘한 그물망 사이로 고스란히 느껴지는 감촉에 오싹해진 허벅지 안쪽이 파르르 떨려 왔다. 혀가 진득하게 움직일 때마다 덩달아 스륵, 미끄러지는 스타킹의 감촉이 야릇했다. 예담은 천천히 혀를 핥아 올리며 흥분에 할딱이는 은찬을 감상했다. 치켜뜬 눈동자 안에 붉어진 그의 얼굴이 고스란히 담기면서 이미 터질 듯 발기한 성기에서 쪼르르, 한결 더 많은 양의 쿠퍼액이 흘러내렸다.

쪼옵, 예담이 스타킹에 눌린 고환을 입술로 빨자 금세 굳어 가는 음낭을 타고 선액이 흘러내렸다. 스타킹에 압박된 자지 끝에서부터 또르르 흘러내린 프리컴은 둥그런 불알을 타고 내려와 흥건해진 보짓살까지도 뒤덮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음부 틈새에 빼꼼 나와 있던 소음순에 대롱거리며 매달린 보짓물 방울에 프리컴까지 합쳐지자 굵어진 물방울이 또옥, 똑, 바닥으로 낙하했다. 금세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하아…….”

예담이 한껏 뜨겁게 새어 나오는 숨을 깊이 내쉬었다. 보드라운 살결이 커피색 스타킹에 둘러싸여 늘씬하게 뻗어 있는 모습이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꼴렸다. 긴장한 몸이 움찔움찔 떨릴 때마다 보일 듯 말 듯, 가는 선이 그어진 회음부로 자지와 보지에서 흐른 체액이 모여들어 뚜욱, 뚝, 떨어지는 광경이 절경이었다.

“스타킹 안 신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보지가 좋아서 보짓물 질질 지리는 것 봐.”

“흐으…… 아니, 으응…… 읏…….”

뻘게진 눈으로 가랑이 사이를 올려다보던 예담이 합, 입을 벌려 회음에 그려진 기다란 선을 따라 그곳을 쪽 빨았다. 자지를 빨듯 이를 세우지 않은 채 부드러운 입술로만 연한 회음 살결을 쭈욱 빨아내자 은찬의 아랫배가 덜덜 떨려 왔다. 아아……! 뜨끈하고 축축한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회음을 따라 앞뒤로 자리한 구멍 두 개가 늘어지기 시작했다. 뒷보지도, 앞보지도 하도 박아 길게 늘어난 형상의 구멍이 된 채 잘게 떨렸다. 뚝, 뚝, 주름진 회음선을 타고 흐르는 애액의 속도가 한결 더 빨라졌다.

망사를 거쳐 입 안으로 딸려 들어오는 얇은 점막과 시큼한 보짓물 맛에 예담의 시야가 진탕 흐려졌다. 예담은 곧장 꿇었던 무릎을 펴며 은찬을 침대 위로 끌어왔다. 제가 이끄는 대로 끌려온 은찬이 얼결에 엎드리자 바로 꼿꼿이 선 자지를 움켜쥐어 엎드린 엉덩이 골에 가져다 댔다. 찌익, 매끈하고 탄력 있는 스타킹이 귀두에 눌리며 팽팽하게 당기기 시작했다.

한껏 늘어난 섬유의 색이 옅어지며 엉덩이 골 사이만 살색에 가까워졌다. 벌어진 보지는 연해진 스타킹 그물망 사이로 시뻘건 선정적인 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켜보는 예담의 입 안에 침이 고였다.

“흐응…….”

“아……. 씨발…….”

막연히 상상하던 감촉보다 훨씬 자극적이었다. 시원하면서도 매끄러운 촉감을 주는 스타킹 그물 위로 귀두가 닿자 묘한 감각에 당장 요도구에서 자짓물이 나올 것처럼 좆 대가리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후으……. 예담이 신음을 참아 내며 귀두를 스타킹이 감싼 회음부에 가져다 댄 채 슬슬 문질렀다. 쿵, 쿵, 오싹한 소름이 돋으면서 심장이 뛰는 것처럼 얇게 저며진 살결이 박동했다. 귀두로 그 진동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젖은 귀두에 미끈거리는 스타킹이 문대질 때마다 선단에서부터 저릿저릿, 원색적인 감각이 쏘아졌다. 그야말로 뇌가 갈가리 찢길 듯, 버겁게 들이치는 감각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탄탄한 복근에 힘이 바짝 들어간 채 고간이 떨려 오기 시작했다.

“아……. 씨발. 진짜……. 느낌, 진짜 좋아. 보지 주변이 미끈거려…….”

“흐으으……. 읏…….”

예담은 귀두로 스타킹을 문지르는 행위에 빠져든 채 중얼거렸다. 촘촘한 그물망 사이로 새어 나온 미끈거리는 체액이 귀두를 함빡 적셨다. 한결 더 자극적으로 쏟아지는 자극에 예담이 거친 호흡을 흩뜨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더 문질렀다간 이대로 쌀 것 같았다. 변화가 필요했다.

예담이 가랑이 사이 스타킹을 움켜쥐었다. 탄력 있게 늘어나는 스타킹 면을 힘을 주어 잡아당기자 지이이익, 귀두가 들이칠 만큼의 크기로 스타킹이 찢어졌다. 올이 나간 부분에서 느껴지는 뚝뚝 끊긴 섬유의 촉감이 거칠어 예담은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했다. 끈적끈적하고 뜨끈한 체액이 주는 자극에 더해 낯선 섬유가 주는 묘한 감촉까지. 요도구 끝까지 정액이 들어찬 것처럼 하반신이 잘게 떨렸다.

“씹. 이러다 보지 쑤시기도 전에 좆물 터지겠네.”

예담은 곧장 벌어진 음부 살 틈새로 제 성기를 찔러 넣었다. 물컹거리는 속살이 꿰뚫리면서 질펀하게 귀두를 움켜쥐고, 올이 나간 부분들이 자지 기둥을 살살 간질였다. 열감으로 뭉친 고환이 간질거리는 쾌감에 의해 들끓기 시작했다. 크읏……. 사방에서 번져 나가는 열기에 잠시간 숨을 고르던 예담이 곧 허리를 길게 쳐올렸다.

“흐으, 응……, 아, 아흑!”

은찬의 엉덩이가 덜컹 튀어 올랐다.

“아, 후으…….”

큼지막한 귀두가 습한 속살을 가르고 우악스레 들이쳤다. 뜨끈한 물에 잠기듯, 성기 표피로 따듯하고 야릇한 자극이 밀려왔다. 질질 짜낸 보짓물을 흠뻑 머금어 물렁물렁해진 보짓살은 단단한 귀두가 길을 내는 대로 헤집어지며 속살을 고스란히 내어 주었다. 굵다란 귀두를 기다렸다는 듯 연신 몰캉하게 깨물어 댔다.

“아, 씨발……. 좋아…….”

사정없이 보지 안을 가르는 귀두가 주는 자극에 붉은 점막이 잔뜩 부풀며 살갗에 틈 없이 맞붙었다. 뜨끈한 살점이 예민한 좆 대가리에 들러붙자 선단이 발작하듯 펄떡거리며 야들야들한 속살 여기저기를 쳐 댔다.

푹, 푹, 노골적인 소리를 내며 안을 빻아 대는 살덩어리에 반질거리는 육벽에서 한층 더 많은 양의 애액이 분비되었다. 얇은 그물망으로 이루어진 스타킹 면을 타고 질척거리는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후으, 후…….”

“아아, 아응……. 으응.”

어느샌가 살기둥 뿌리까지 흘러내린 점액질에 예담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스타킹이 감싼 엉덩이 살을 꽈악 움켜쥐었다. 늘 후려칠 때마다 찰싹거리던 궁둥이는 스타킹에 갇히자 말랑하기보다는 탄력적인 살성에 가까워져 쥐는 맛이 넘쳤다. 잘근 말아 문 잇새에서 뜨거운 숨이 터져 나왔다.

“후아…….”

“하으으! 흑!”

볼기를 터트려버릴 듯 거칠게 쥐어뜯자 남아 있는 스타킹 면이 조여들며 은찬의 음부 살과 눌린 남성기를 강렬하게 압박해 왔다. 보지가 외부의 힘에 짓눌리는 느낌에 더해 스타킹 밴드에 조인 아랫배 또한 땅겨 오며 욱신거렸다. 양쪽으로 늘어나는 스타킹에 압박당한 대음순이 활짝 벌어지며 소음순까지도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예담이 천천히 허리를 물리자, 스타킹에 짓뭉개진 두 음순들은 질척하게 분비된 애액에 비벼지며 끈끈하게 달라붙었다. 마치 색소를 넣어 구운 크레페처럼 주름진 빨간 살이 여러 겹 겹쳐지고, 그 사이로 짜낸 꿀처럼 끈적거리는 애액이 느릿하게 흘러내렸다.

“읏, 으……! 아, 아앙…….”

뜨끈한 음순끼리 찐득하게 눌어붙는 생생한 느낌에 은찬은 침대 시트에 이마를 비비며 간드러지는 신음을 토해 냈다. 도저히 아래가 간질거려 견딜 수 없었다. 뭐라도 쥐어야 했다.

은찬은 이불 대신 손을 뻗어 제 가슴을 움켜쥐었다. 움푹 들어간 함몰 유두를 곧장 손톱으로 긁어내며 꺼내 세우고는, 큼지막한 돌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천박하게 제 젖을 모았다. 그러곤 통통한 가슴살을 마구 주물럭거렸다.

“아응, 흥, 으응…….”

쥐어 짜이는 가슴으로 찌릿한 쾌감이 모여들수록 엉덩이는 더더욱 위로 치들렸다. 은찬은 검붉은 성기가 들이치던 엉덩이 살을 푸들푸들, 떨어 대며 예담을 유혹했다. 얼른, 빨리 다시 넣어 줘……. 하으응……. 예담이 그에 응하듯 그러쥔 볼기짝을 터트릴 것처럼 단숨에 손아귀로 힘을 주며 퍽! 성기를 쑤셔 박았다.

“아……! 아흐으! 히익! 아! 아아!”

철퍽, 걸쭉한 체액이 접합부 여기저기에 튀어 올랐다. 예담이 붉은 혀로 아랫입술을 핥으며 느릿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쿠욱, 쿡, 귀두로 질 벽 여기저기를 긁어 대며 점막 곳곳을 쳐올렸다. 그러다 퍼억! 소리가 날 만큼 거칠게 자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아아아! 으응……! 힉! 나, 자지이…… 아파아……!”

음부로 쏘아지는 거대한 쾌감에 영향을 받아 미끈거리는 스타킹 안에 갇혀 비벼지는 자지가 쓰라렸다. 남성기를 담고 있는 스타킹은 부풀어 오르는 자지에 곧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당겨오고 있었다.

“아직…… 뜯기에는 아까운데. 후. 보지 조이는 느낌, 좋지 않아요? 하아.”

“으으응, 그렇긴 한데…… 흐으…… 자지는 아파서어, 흑, 어떡, 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눌린 자지는 너무 아픈데 눌린 보지에서는 소름끼치는 전율이 터졌다. 욱신거리는 통각과 더불어 야릇한 열감이 폭우처럼 퍼부어져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철벅거리며 자지가 질구를 드나들고, 매끈하면서도 어딘가 거친 느낌을 주는 스타킹이 뭉근하게 음부를 뭉개니 쏘아지는 쾌락에 온몸이 무르녹았다.

“하으, 으, 너, 무…… 으응!”

은찬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제 가슴을 힘주어 비틀었다. 아아아……! 농익은 젖꼭지로 피가 몰리면서 도톰한 젖통을 가르는 젖줄기 색이 한결 더 푸르게 변하고, 가슴살이 반죽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며 출렁거렸다. 하응! 도리질과 함께 신음이 터지고, 갑갑하게 스타킹 안에 갇힌 자지가 한결 더 고통스러워졌다.

“하아…… 해결, 해 줄게요.”

예담이 엉덩이를 쥐었던 손을 옮겨 허리를 감싼 밴드를 주욱 늘렸다. 그러곤 스타킹 밴드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구겨져 수납된 은찬의 성기를 주물럭거리며 펴 주었다. 곧게 하늘을 보도록 남성기와 불알을 정리해 주고, 짜부라진 음핵도 덤처럼 단정한 손톱으로 꾹꾹 눌러 주고 손을 꺼냈다.

“흐응! 하아아앙……! 아! 아앙!”

단단한 손가락이 잠시간 클리토리스를 짓뭉개고 떨어져 나가자 음핵이 오르내리면서 천둥 번개가 내리친 듯, 시야가 어찔해졌다. 눈을 홉뜬 은찬이 갸르릉 신음하며 몸을 떨자 투웅, 다시 밴드를 허리에 감은 예담은 휑해진 그의 엉덩이 살을 재차 움켜쥐었다.

기대감에 은찬이 가랑이 사이를 활짝 벌리며 그를 맞이했다. 뜯어진 스타킹 사이로 비치는 갈라진 속살이 뻘게 한없이 관능적으로 보였다. 예담은 살짝 구멍에 걸쳐 두었던 귀두를 쑤욱 밀어 넣으며 아까 빻아 대던 곳을 퍼억! 다시금 찍어 올렸다.

장골을 밀어붙이자 스타킹 천이 사방으로 늘어나며 둔부가 납작해졌다. 늘어난 스타킹 망 사이사이로 거친 예담의 음모가 느껴지고, 끈적거리는 점막이 좆 기둥에 짓이겨질 때마다 몸뚱어리가 뒤틀리며 흥분에 할딱이는 숨이 터졌다.

“흐으응! 아! 좋……아! 조아! 으응!”

퍼억! 퍼억! 계속해서 사납게 허리를 흔들자 거대한 몸 아래 깔린 은찬이 점차 앞으로 밀려났다. 예담은 그가 멀어질 때마다 더욱더 조급하게 사타구니를 철썩철썩 밀어붙였다. 불알이 탁탁 스타킹 면을 쳐 대면서 근지러워진 뒷보지가 구멍을 오물오물 물어 댔다. 쩌걱, 쩌억, 체액으로 반질거리는 좆 기둥이 들락거리면서 표면에 쌓이는 점액질이 스타킹 올 위로 찌덕하게 흔적을 남겼다.

“헥, 흐윽!”

예담이 팔을 뻗어 엉덩이 살 대신 말캉거리는 가슴살을 꽈악 그러쥐었다. 가슴이 쥐어뜯기며 앞으로 밀려나지 않게 된 은찬은 온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듯한 작열감에 침대 이불보에 맞닿은 발끝을 마구 문질렀다. 예담의 손가락에 부드러운 살점이 뭉개지면서 정점에 바짝 일어난 젖꼭지가 아찔하게 흔들렸다. 길게 뽑힌 성기가 단숨에 보드라운 음부 살을 가르며 들이쳤다.

“아으응, 흐으, 윽……!”

딴딴한 귀두가 연한 속살을 꿰뚫자, 차오르는 열기에 맞추어 보지가 탐욕스레 부풀며 안에 담긴 살덩이를 극심하게 압박했다. 좋아 죽을 것 같다며 비명을 지르는 질 벽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예담이 허리를 흔들면서 안에 박힌 귀두가 같은 지점을 연속적으로 짓찧어 대자 서서히 신호가 왔다. 녹진해진 속살이 거대한 살기둥에 쩍쩍 달라붙으며 은찬의 살굿빛 자지가 통통하게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예담은 스타킹에 눌렸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부푸는 그의 고간을 느끼며 보짓살을 찢어발길 듯 쾅! 거세게 좆을 쑤셔 박았다.

“아으으응……! 아, 아앙!”

성기가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재빠르게 속살을 쳐 대자 스타킹을 신은 발가락 끝이 꼬물꼬물 오므라들었다. 쩌덕쩌덕쩌덕. 질척하고 차진 무언가를 치대는 소리가 나면서 속살 안에 뜨끈하게 고여 있던 반투명한 물이 질금질금 틈새로 흘러나왔다.

“으…… 으…….”

전신이 으슬으슬 떨려 오기 시작했다. 이내 베갯잇에 얼굴을 묻은 채 은찬이 자지러졌다. 예담은 더더욱 밀착하며 복근으로 은찬의 등줄기를 내리누르곤 연거푸 허리를 잘게 털었다.

“힉……!”

짓이겨지는 질 벽에 지진이 일어난 듯 내부가 사정없이 떨렸다. 동시에 또다시 자지 끝으로 배뇨감과 비슷한 감각이 급작스레 몰려오기 시작했다. 탄탄하게 조여 오는 스타킹 덕에 한층 더 아찔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은찬은 베갯잇에 묻은 얼굴을 도리질하며 힉힉 신음했다.

얼마 전 겪었던 것처럼 흥분에 터져 나오는 체액이 아닐까. 그때, 그때 기분이 너무 좋았어서…… 기대감에 보지 안이 얼얼하리만큼 바짝 조여 오고, 오싹한 쾌감을 기대하는 뇌에는 오로지 찌릿한 전율만이 번졌다. 아아……. 물이 터지는 기분, 너무 좋아아…….

은찬이 쾌감에 발발 몸부림치자 예담이 그의 젖을 움켜쥐고 늘어진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상반신이 일으켜진 은찬은 좁은 방에 퍼져 나갈 묽은 물을 예상하며 요도구를 바짝 확장시켰다. 사정하듯 힘을 주어 이완된 구멍으로 체액을 파앗! 쏘아 냈다. 스타킹의 촘촘한 망을 꿰뚫고 세찬 물줄기가 퓻! 거침없이 쏘아져 나갔다.

“히이이……! 아……! 아응……!”

부르르, 몸을 떨며 시원하게 물을 쏘아 내자 커피색 스타킹에 둘러싸인 허벅지가 빠르게 수축했다. 부릅뜬 눈앞이 흐릿해지며 머릿속엔 벌건 쾌락만 남아 흘러내렸다. 짜릿해…… 조아, 아앙…… 조아아……. 혀를 쭉 내뺀 채 교성을 내질렀다.

피빗! 하늘을 향해 고정된 성기 끝에서 흘러나오는 액은 유독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곧장 바닥으로 후드득 빗물처럼 떨어졌다. 온몸이 잘게 경련할 때마다 스르르 하반신을 감싼 스타킹이 옴찔 조여오면서 끊임없이 야릇한 쾌감이 번져 나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시원하게 쏘아지는 물에 이어서 어딘가 쿰쿰한 냄새가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불쾌하지만 익숙한, 공중화장실에서 분명히 맡아 본 적 있는 듯한, 그런 비릿한 냄새였다.

“아……?”

은찬은 꺼떡 넘어가 젖혀졌던 고개를 바로 해 요도로부터 솟구쳐 침대 시트와 바닥에 흩뿌려진 물을 응시했다. 꿇린 무릎과 맞대어진 하얀 시트를 따라 노오란 점성 없는 물이 고여 들고 있었다.

틀림없는 오줌이었다.

“아, 아……. 안 돼…….”

과외 하는 집에서 챙겨 준 주스를 습관적으로 다 마시고 나온 탓일까. 아니, 원인을 따지는 게 우선이 아니라 지금 이예담 앞에서 자의로 오줌을 싼 게 더 급한데……. 그러니까, 화장실도 아닌 방 안에서…… 스스로 오줌을 싼 거였다.

“흐윽……. 오주…….”

오줌, 정말 오줌을 싸 버렸다. 당황한 혀가 굳어 발음마저 잘되지 않았다. 어찌할 줄 몰라 노란 물로 축축해진 침대 시트에 몸을 웅크렸다. 팔을 둥그렇게 말아 자그마한 머리를 쏙 집어넣고는 벌벌, 몸을 떨었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울먹이는 것 또한 동시였다. 이런 건…… 전혀 상상한 적 없었다.

“흐으, 흑…….”

“아……. 후, 으…….”

예담이 연신 아랫입술을 핥았다. 오줌을 쏘아 내는 동시에 발작하듯 조여 대는 보지 때문에 좆이 터질 것 같은데, 그렇다고 철푸덕 엎어진 그를 외면하고 턱턱 좆질에나 몰두할 수 없었다. 아쉽지만 일단 자지를 꺼내고 진정시켜야 했다.

쯔으으, 단단히 발기한 자지를 붉은 속살에서 억지로 떼어 내려 들자 흥분한 음부가 조여 들며 되레 성기를 쥐어뜯었다. 흐으응…… 은찬이 울먹거리는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허리를 비틀며 움찔움찔 떨었다.

“큿……. 아, 후…….”

근육으로 가득 찬 허벅지가 떨리기 시작하면서 맞닿은 스타킹 면을 마구 쓸었다. 더불어 생경한 촉감의 스타킹이 좆을 간질이는 듯한 야릇한 쾌감은 더욱더 짙어져 갔다. 결국 황홀경에 젖어 든 예담은 의지와는 달리 바르작거리는 은찬의 안에 울컥울컥 좆물을 싸지를 수밖에 없었다. 좁은 구멍 안이 뜨거운 자짓물로 채워지자 발작하듯 점막이 뒤흔들리고, 은찬의 억눌린 울음소리도 점차 커져 갔다.

“하…… 씹.”

질끈 눈을 감고 정액으로 보지 안을 후벼 파듯 하던 예담이 간신히 눈꺼풀을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뺄, 게요. 잠시만…….”

조심스레 그의 허리를 움켜쥐고 아직 채 정액을 다 싸지 못해 요동치는 성기를 마저 꺼내자, 흐물흐물하지만 좁다란 구멍을 억지로 빠져나가는 귀두에 맞추어 뽀옹, 질구가 비면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퉁, 퉁, 제멋대로 흔들리는 굵직한 성기의 움직임에 따라 찐득거리는 정액이 흩날리며 커피색 스타킹 위로 치덕치덕 묻어났다. 은찬은 여전히 엎드린 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어떡, 으응……, 어떡…….”

“하아. ……나만 본 건데 뭐 어때. 괜찮아요.”

“아, 흐으, 안 괜찮, 아, 흐으으……. 내가, 끅, 오줌 쌌, 잖아……. 흐으, 흑…….”

은찬은 수치심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간 오줌을 가지고 이예담에게 화를 냈던 게 몇 번이었는데. 면이 서지 않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서러워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까닭에 찔끔 눈물마저 날 지경이었다. 아니, 이미 흐르고 있었다.

“선생님. 그럼 나도 싸면 되잖아요. 응?”

한참을 엎어져서 자괴감에 빠져 있던 은찬이 그 말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붉어진 눈동자에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정……말?”

그래. 이예담도 나란히 오줌을 싸면 덜 창피할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까 여태 소변을 누는 모습은 저만 보였지, 이예담은 보여 준 적이 없지 않은가. 과거를 반추하니 지나치게 일방적인 관계에 서서히 화까지 날 지경이었다.

“네. 몇 번이고 쌀게요. 그러니까…….”

하아. 예담이 열기를 잠재우려 호흡을 끊어 가며 말을 이었다.

“그럼 화장실로 가자. 빨리…….”

은찬은 입술을 물었다 놓으며 고갯짓했다. 이미 좁은 방바닥 여기저기 노란 오줌이 웅덩이져 있었지만 여기에 이예담 오줌까지 더할 순 없었다. 은찬이 급히 다리를 벌리고 일어나자 투둑, 가랑이 사이를 찢어 놓았던 스타킹이 한결 더 길게 찢어지는 소리가 나며 투웅, 구멍 난 스타킹 사이로 늘어진 불알과 자지가 함께 쏟아졌다. 남성기를 압박하는 힘이 없어진 탓이었다.

“여기다 누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어요?”

예담은 진실로 커다란 성기를 붙들고 그가 보는 앞에서 소변을 보려 자리 잡았다. 부러 변기가 아닌 화장실 바닥에 대고 자지를 흔들었다. 그렇게 하면 비슷한 처지가 되어 은찬이 덜 창피해 할 것 같아서였다.

“후우…….”

“싼다며…….”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소변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입으로만 저도 소변을 본다고 하고는 참고 있는 건 아닐까. 분명히 좋아하는 마음은 통했지만 여태 고고한 척, 망가지는 꼴을 보인 적 없는 이예담이니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 지금도 어떻게든 격해진 제 마음을 달래려고 단순히 하는 시늉만 보이는 것일지도. 그렇게 결론 내리니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씨이. 너…….”

은찬이 눈살을 구기며 이예담의 다리 사이에 달린 살덩이를 내려다보았다. 흥분하지 않아도 굵다란 생수병처럼 부피가 큰 그의 성기는 색상부터 제 것과 다른 흉측한 물건이었다. 저런 걸…… 저딴 걸 붙잡고 과연 오줌을 누일 수 있을까. 은찬은 목울대로 마른침을 삼키며 여린 입 안 살을 정신없이 짓씹었다.

“아……. 막상 하려니까 잘 안 나와요. 진짜 소변 나올 기미가 보이면 꼭 말할게요. 그때 보여 줄 테니까 일단 나가요. 나가서 바닥 좀 닦고…… 선생님도 물 좀 마시고…….”

예담은 아직 진정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은찬을 달래듯 제안하며 욕실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아니. 지금 너도 싸! 싸기로 했잖아. 도망가지 마!”

너른 등판을 보이며 멀어져 가자 은찬이 다급하게 이예담을 불렀다. 연이어 손목까지 씩씩거리며 낚아챘다.

그다지 힘이 느껴지는 악력은 아니었지만, 예담은 어딘가 화가 나 보이는 은찬의 모습에 순순히 그가 이끄는 대로 끌려갔다. 단박에 예담을 욕실 끝으로 몰아붙인 은찬은 곧장 예담의 아래를 그러잡았다. 거대한 성기를 움켜쥐는 손길이 떨렸다.

“…….”

하얀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실제 모습 외에도 세면대 위에 달린 거울을 통해 예담은 눈앞의 광경을 다각도로 지켜볼 수 있었다. 제 손보다 한마디는 작은 손이 힘겹게 자지를 감싸 쥐다 버거운지 나머지 한 손을 함께 뻗었다.

“읏…….”

“생각해 보니깐 전에 너도 나 오줌 누게 했잖아. 이렇게 잡아서. 그러니까…….”

너도 내 손에 싸야 공평하지. 말을 잇는 얼굴 표정이 더없이 결연했다. 예담은 잠시간 이해되지 않는 말을 이해하려 한쪽 눈썹을 끌어 올리다 별안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제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자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려 해 웃음과 함께 숨마저 참아 냈다.

일전에 화장실에서 그의 성기를 잡은 채로 오줌을 뉘었던 기억이 떠올라 억울해졌나 보다. 복수심에 불타는 은찬과는 달리 당시 예담은 그의 배뇨 활동을 보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에 충실했을 따름인데. 어쩐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 저도 억울해지려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자그마한 손에 주물려 싸는 오줌이라니 오히려 환장하게 좋았다. 오줌이든 뭐든, 그가 하고 싶다는 건 다 해 주고 내어 줄 마음가짐이 되어 있었다.

“음……. 그래요. 선생님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자.”

예담이 애매하게 허공에 떠 있던 제 손을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며 뒤로 넘겼다. 저를 고스란히 그에게 넘겨준다는, 항복과도 같은 자세였다. 은찬은 그런 예담의 전신을 조용히 아래위로 훑더니 성기를 두 손으로 단단하게 받쳤다.

“하아…….”

은찬이 손을 고쳐 쥐자마자 예담의 자지는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체적을 부풀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울룩불룩 돋아난 핏줄들과 성이라도 난 것 같은 검붉은 살갗, 볼 때마다 경악스러운 크기의 살덩이……. 감당하기 버거운 걸 건드렸다는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은찬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싸……! 너도, 읏, 너도! 싸라고…….”

은찬이 서투르게 예담의 자지를 쥐고 흔들었다. 한 손에 다 들어오지 않아 두 손으로 고이 쥐고선 떠받치듯 하는 모양새가 의도와는 달리 귀엽게만 비쳤다. 불그죽죽한 살덩이와 대조되는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을 보며 소리 없이 웃음 짓던 예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표정을 지워 갔다.

홍조 가득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채 제 좆을 필사적으로 잡아 흔드는 은찬을 인식하자 가뜩이나 단단하던 좆이 바위처럼 딴딴해진 까닭이었다. 은찬은 제 손바닥 안에 있던 둔중한 자지가 꿈틀거리며 한 번 더 체적을 키워 나가는 것에 놀라 잠시 손놀림을 멈추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은찬이 입꼬리를 축 내린 채로 눈살을 찌푸렸다. 암만 자극을 주어도 제 자지는 결코 이런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거기다 방금 전에 한 발 쌌잖아! 그래 놓고 또 이렇게 금세 발기한다고?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은찬이 눈을 세모꼴로 떴다.

“이거라뇨. 듣는 자지 속상하게. 얘도, 후으……. 어엿하게 짝이 있는데.”

“미…… 미친 소리 하지 마! 자, 자지에 무슨 짝이 있어?”

그 말에 예담이 욕정 가득한 시선을 내리깔았다. 정확히 시선이 은찬의 가랑이 사이를 향하고 있었다. 통실통실 살 오른 보지를 눈에 담고 있었다.

“너 또…… 말 돌리지 말고 오줌 싸기나 해!”

다급하게 외치곤 이미 팔이 떨어질 듯 아팠지만 이를 악문 채 다시 좆을 흔들었다. 아……. 너무 세게 흔들어서 피가 몰린 건가? 이번에는 압박보다는 간질이는 데에 중점을 두기로 마음먹은 은찬은 살살 좆 기둥을 쓰다듬었다. 땀인지, 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은찬의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 턱 끝에 대롱대롱 매달릴 때까지.

“쉬이…….”

“후으…….”

“쉬이이…….”

이상했다. 녀석이 했듯 같은 동작을 하고, 같은 단어를 외쳤는데……. 오히려 채근하며 자위를 도와주고 있는 꼴이었다. 오줌 대신 좆 대가리에 맺혀 질질 흐르는 선액이 명백히 현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예담은 지금 요의가 아니라, 사정감이 치밀고 있다는 것을.

“벼, 변기로 가. 그 앞에 자리 잡아.”

변기 앞이 아니라 분위기가 안 나는 걸지도 몰랐다. 조금 분위기를 바꾸면 녀석 역시 제가 그랬듯 요의가 밀려와 곧 오줌을 쌀 것이다. 은찬은 말간 이맛살을 잔뜩 구기며 예담을 이끌었다. 예담은 여전히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가 이끄는 대로 몸을 따라 주었다.

“분부대로 했어요. 또 원하는 거 있어요? 다 할게요.”

“…….”

근육의 결대로 우락부락하게 갈라진 허벅지가 변기를 사이에 두고 벌어졌다. 이예담은 뒷짐을 진 채 느른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고, 벌어진 사타구니 사이의 자지는 그새를 못 참고 흉포하게 요동쳤다. 당장이라도 스타킹에 눌린 음부를 잡아먹을 것처럼 끄떡거렸다.

“……됐어. 이제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이예담의 성기는 몸집에 맞게 힘도 좋아 한계까지 발기한 이후로는 은찬의 손길에 잘 흔들리지도 않았다. 은찬이 간신히 두 손으로 자지 표피 지름을 두르고서 천천히 살갗을 훑자, 즈윽, 서서히 올라가는 껍데기마저도 제 성기와는 달리 두껍게만 느껴졌다.

은찬은 엄지로 요도구를 살살 자극하며 천천히 구멍 주변을 쓸었다. 기둥 주변보다는 선단에 집중하며 부드러운 귀두를 슬슬 둥글렸다. 두 눈은 이예담의 자지를 한 번, 변기를 한 번, 번갈아 오고 가느라 바빴지만 조금만 더 하면 곧 그가 오줌을 누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으음…….”

굵은 목울대를 통해 낮은 신음이 울렸다. 소변을 참아 낸다기보다는 성기를 통해 전달되는 성감을 즐기고 있는 것에 가까운 음성이었다. 뭔가 이상해 가만히 귀를 기울이던 은찬이 기겁하며 손을 놓았다.

“히익!”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비뚜름하게 서 있던 자지로 바짝 힘이 들어가더니, 귀두 끝에서 허연 씨물이 왈칵왈칵 솟구치기 시작한 것이다. 경직된 은찬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리면서 요도 구멍에서 세차게 쏘아져 나온 정액이 욕실 바닥과 주변을 혼탁하게 덮어 내렸다.

“후…… 큿.”

이예담이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젖혔다. 날카롭게 뻗은 턱선과 목울대가 파르르 떨리고, 목빗근이 뚜렷하게 솟으면서 핏대마저 선명히 돋아났다. 잘 조각된 복근과 이어진 그의 허벅지 근육이 움찔움찔 떨리고, 좁은 화장실 곳곳에 영역을 표시하는 짙은 분비물이 산란하게 튀었다.

황급히 떨어져 나갔지만 조그마한 손바닥이 제 좆을 감싸던 감촉이 생생해 보드라운 손금마저 선명히 기억날 것 같았다. 말캉거리는 속살과는 또 다른 감촉을 되새기던 예담이 마침내 남아있던 자짓물을 부르르 몽땅 털어 냈다. 습한 욕실이 비리고 텁텁한 냄새로 가득 차올랐다.

“하아, 후…….”

사출을 마친 이예담은 또록, 은찬의 턱을 타고 내려오는 투명한 물방울을 검지로 닦아 냈다. 그러곤 발긋한 뺨을 쥔 채 얼굴 여기저기에 입술을 내렸다. 읏, 으응…… 피하려고 목을 뒤로 빼 보아도 옴짝달싹할 수 없어 은찬은 고스란히 뽀뽀 세례를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오줌이 안 나와서 어떡하죠. 노력했는데. 쉽지가 않네요.”

예담이 흐트러진 숨을 고르며 평온하게 미소 지었다.

“……노력했다고? 노력한 게 이거야? 저, 정액이나 싸는 거!”

은찬이 눈을 부릅뜬 채 이예담을 노려보았다. 독기를 가득 품은 표정이었으나 기선을 제압하는 데에는 조금도 쓸모가 없는 표정이기도 했다.

“선생님. 일부러 소변보는 걸 조절한 건 아녜요. 신도 아니고 그게 가능할 리도 없고요. 자꾸 그렇게 보면…….”

“뭐!”

“또 꼴리잖아요.”

“읏? ……악!”

그새 또다시 일어나기 시작한 성기가 꺼떡이며 은찬의 손등을 쳤다.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손등을 바라보자 방금 전까지 제가 쥐고 있던 두껍고 무겁던 것의 감촉이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

은찬은 잔뜩 얼굴을 구긴 채 이예담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철퍽, 철퍽. 바닥에 몇 점 떨어진 정액이 스타킹을 신은 발바닥에 밟히고, 커피색 섬유가 감싼 종아리에 차가운 변기가 맞닿았다. 어느새 은찬이 코너에 몰려 있었다.

“노력했는데 진짜 왜 안 나오나 몰라.”

이예담이 태연하게 중얼거렸다. 더는 뒤로 물러날 곳 없는 은찬에게 옅은 미소를 보이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너…… 내, 내 밑에 자지 꽂았을 때는 잘만 싸 놓고! 내 안에다 쌌잖아!”

“……그러게. 그랬죠. 아직 남은 방법이 있었네.”

“……뭐?”

삐져 있으면서도 곧장 반응해 왔다. 치밀었던 분노는 어느새 다른 감정에 희석되어 사라진 채였다. 예담이 그 순진한 모습에 하하, 목울대를 울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선생님이 좀 화가 난 거 같아서 해 본 말인데, 진짜 자극 때문인지 뒷보지 안에서는 금세 나오긴 했거든요. 안이 많이 조여서 그런지 할 때마다 거의 그런 느낌 받아요. 선생님은 안 그래요? 보지도 너무 좋은데 뒷보지는 다른 느낌으로 좋아서.”

“…….”

은찬이 아랫입술을 살포시 깨물었다. 사실, 오늘은 앞보지만 건드려서 조금 아쉬웠던 참이었다. 이예담이 저렇게 말하니 방치된 뒷보지 구멍이 근지러웠다.

* * *

“아흐…….”

은찬은 고개를 떨군 채 세면대를 붙들고 신음하고 있었다. 엄습하는 묘한 쾌감에 둥그스름하게 마감된 하얀 도기를 붙잡은 손등이 파르르 떨리고, 스타킹 밴드에 말랑한 살점이 짓눌린 허리가 절로 뒤로 젖혀졌다.

잇새에서 터지는 습한 숨결에 더불어 피부 곳곳에 맺힌 진득한 땀까지. 온몸에서 열과 물을 뿜어내느라 바빴다. 그러모은 긴 손가락이 질척질척한 애액이 고인 후장 입구를 야릇하게 문지를 때마다 좁은 구멍이 움칠 들썩거렸다.

“하아……. 조금만, 더…… 벌려 봐요. 잘하잖아. 뒷보지 구멍 벌리는 거. 응?”

제 손가락을 잘라먹을 듯 거세게 조여드는 주름에 낮은 한숨을 내쉰 예담이 찰싹, 커피색 스타킹에 감싸인 엉덩이를 내리치며 읊조렸다. 말랑말랑한 볼기는 탄탄한 스타킹에 갇히자 매서운 손길에도 불구하고 심히 뭉개지지 않은 채 탄력 있게 올라붙었다. 탱글탱글, 탄성이 느껴지는 살성에 예담의 숨결이 한결 거칠어졌다. 서서히 안구로 열이 올랐다.

“아으응……!”

푹, 체액으로 함빡 적셔진 기다란 손가락이 단번에 구멍을 파고들었다. 곧장 볼록 튀어나온 곳을 반복적으로 짓치는 손길에 은찬이 어깨를 움츠리며 벌벌 떨었다. 이미 오줌까지 진하게 싸 낸 살굿빛 자지가 다시 힘을 받아 곤두서기 시작했다. 여전히 스타킹에 압박당해 하늘을 향한 채였다.

“이제…… 읏, 너, 너어…… 넣어 줘어…….”

은찬은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아 세면대에 팔꿈치를 기대고 벌벌 떨었다. 그대로 서 있다간 삽입하는 각도가 맞지 않을 것 같아 들린 발끝 역시 위태로이 떨려왔다.

“빨리이……. 으응……. 응?”

이러다 고작 손장난으로 갈 것 같았다. 그건 싫었다. 단단한 손끝을 빠르게 털어서 자극을 주는 것도 정신없이 짜릿한 자극을 주긴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뒷보지 안을 꽈악 채우고 싶었다. 보지를 터트릴 것처럼 가득 채우는 압박감을 느끼고…… 그리고…… 아앙…….

예담이 거칠게 내벽을 뭉개던 손을 꺼내자 붉은 살점이 즈으윽, 딸려 나와 벌겋게 익은 내장의 색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예담은 검붉게 발기한 제 좆을 슥슥, 훑어 내리며 아랫입술을 혀로 핥았다. 쿡, 쿠욱, 좁아터진 음탕한 입구를 귀두로 쓰다듬다가 예고 없이 푹! 농밀한 살점 속으로 쑤셔 박아 넣었다.

“아, 아, 아으……!”

스타킹에 감싸여 반질거리는 허벅지 뒤로 근육으로 가득 찬 단단한 앞 허벅지가 탁, 탁 맞부딪쳤다. 틈 없이 사타구니를 맞붙인 예담이 스타킹에 감싸인 엉덩이를 쥐어뜯을 듯 주무르자 움츠렸던 몸이 덜컹 튀어 올랐다. 예담이 그의 안에 박아 넣은 좆 대가리를 뭉근하게 문지르며 허리를 털기 시작한 건 동시였다.

“하아, 하으, 씹…….”

“헤으, 윽! 응! 흐응!”

보짓물을 덕지덕지 덧발라 둔 후장 구멍은 빠른 속도로 성기가 들락거릴 때마다 자지를 두른 체액을 훑어내듯 쫍쫍 기둥을 정신없이 빨았다. 그로 인해 주름진 입구는 대번에 체액 범벅이 되었고, 쑥쑥 안을 드나드는 살덩어리는 금세 표피를 연유로 코팅이라도 한 듯 희멀건 액과 검붉은 살갗이 섞여 혼탁해졌다.

예담은 거울 속 은찬이 할딱할딱 달뜬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바라보며 장골을 밀어 올렸다.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오뚝하게 선 젖꼭지가 발발 떨리며 도톰한 몸집을 더더욱 통통하게 키워 갔다. 한 손을 뻗어 그 유혹적인 돌기를 까득 잡아당겼다.

“하으……! 아아아!”

딱딱하게 돋아난 젖꼭지와는 달리 아양을 떨 듯 딸려오는 살점은 몰랑하기만 했다. 예담은 우악스레 돌기를 굴리던 손가락을 펼쳐 말캉한 가슴살을 한가득 움켜쥐었다. 보들보들한 살점을 뜯을 듯 거칠게 다루자 내벽은 한결 더 녹진녹진하게 풀려선 자지를 퉁겼다.

부드럽게 성기를 감싸 오는 보지와는 다른 매력의 뒷보지는 쫄깃한 탄성으로는 어디에 비할 바가 없었다. 콱 아래를 박아 넣을 때마다 찰기 있는 반죽으로 자지를 감싸 밀어내는 듯한 감각에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 씹. 하여간…… 보지뿐만 아니라 젖도 쳐 맞는 게 더 좋아요? 응?”

“흐으……. 그런 거 아니, 아앗!”

찰싸악! 예담은 젖을 쥐었던 손을 떼어 내며 하얀 젖가슴을 후려쳤다. 불시에 얻어맞은 연한 살점이 출렁이며 부어올랐다. 은찬이 짜릿한 쾌감에 허리를 흔들자 자지가 담긴 내벽이 한껏 조여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씨발. 아니긴……. 예담이 중얼거리며 무자비한 손길로 여린 가슴살을 매섭게 철썩, 철썩 휘갈겼다. 선홍빛 유두가 시뻘게지고, 가슴을 이룬 둔덕 곳곳에 커다란 손자국이 났다.

“아아, 아으…….”

예담은 어느새 본래의 양감보다 한결 도독하게 부푼 가슴을 내려다보며 일어난 유두를 꾸욱, 잘 정돈된 손톱으로 짓눌렀다. 히윽……! 졸지에 강제로 숨을 죽이게 된 유두는 손이 떨어져 나가자마자 반항적으로 토옹, 튀어나오며 빳빳한 젖꼭지를 발딱 세웠다. 아흐으…… 은찬이 야릇한 신음을 내지르며 예담의 손바닥에 제 가슴을 비벼 대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짓이겨 달라는 듯 찰싹이는 연한 가슴살에 예담이 양 손가락으로 젖꼭지를 움켜쥔 뒤 바깥을 향해 튕기듯 놓았다. 투우웅, 발개진 유두가 사방으로 뒤흔들리며 야들야들한 젖가슴이 함께 출렁였다.

“히이! 아아앙……!”

음란하기 짝이 없는 행태가 고스란히 거울을 통해 비치고 있었다. 은찬은 흐리게 뜬 눈으로 제 야한 몸을 바라보며 점점 남성기를 세웠다. 통, 통, 스타킹 사이를 빠져나와 통통하게 부푼 살굿빛 자지가 세면대에 부딪히며 붉게 익어 갔다. 물기 어린 세면대 곳곳에 투둑, 투둑, 자지에서 떨어진 쿠퍼액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후으…….”

예담이 잠시 멈추었던 허리 짓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살살 허리를 쳐올리다 점점 더 피치를 올려 미친 듯이 허리를 털었다. 사나운 허리 짓에 따라 지이익, 뜯어졌던 스타킹 구멍이 점점 더 크게 늘어났다. 꽉 잡아 주던 스타킹을 벗어난 하얀 볼기가 철썩철썩 흔들리며 예담의 장골에 얻어맞았다. 부드럽기 그지없는 살성이었다.

좁고 습한 화장실에서 계속되는 추삽질에 신음과 떡 치는 듯한 마찰음이 공명하듯 울렸다. 습한 욕실 안, 더더욱 습한 숨결에 덩달아 맺힌 땀방울이 또르륵, 예담의 반듯한 이마를 따라 턱선을 타고 흘렀다. 뚜욱, 뚝, 예담 앞에 숙어진 마른 등허리에까지 그 물방울이 길을 내고, 파인 척추 선을 따라 흐르던 물방울은 퍽퍽 쑤셔 박히는 성기의 움직임에 따라 찢어진 스타킹을 거쳐 엉덩이 골 사이로 주륵 흘렀다. 철퍽철퍽 체액으로 뒤덮인 접합부로 또 다른 체액이 엉기는 순간이었다.

“읏. 하아, 응, 으응…….”

“시발……. 돌겠네.”

한참 자지를 박아 대던 예담이 돌연 인상을 찌푸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느릿하게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몰아쉬더니, 손바닥에 착 감기는 탄력 있는 엉덩이를 틀어쥐고 천천히 허리를 물렀다. 무언가를 참아 내는 듯 볼기를 움켜쥐는 손가락 끝은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왜, 왜 빼애……!”

꽉 찬 뒷보지가 서서히 휑해지는 느낌에 은찬이 뒷구멍을 옴쭉 조이며 다급히 외쳤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찔러 주면 갈 것 같았는데……. 왜……. 다 찢어지지는 않은 스타킹으로 인해 반질거리는 엉덩이를 흔들며 애타게 예담의 허리 짓을 재촉했다. 연한 갈색이 감도는 스타킹 위로 벌건 자국이 들여다보일 만큼 고간에 그악스럽게 부딪혔던 엉덩이 살이 찰찰 흔들렸다.

“느낌이…… 후으, 오줌 나올 거 같아서. 아까 말했던 대로 이제 뺄게요.”

이대로 쫀쫀한 점막에 걸친 성기를 꺼내고 싶지 않은 건 오히려 예담이었다. 평생 이 짓만 해도 좋을 정도로 아찔하게 좋았는데, 극심한 자극으로 인해 또다시 내장에 오줌을 갈길 것만 같았다. 본능을 버티느라 잔뜩 힘을 준 굵은 허벅지 위로 근육이 두툼하게 쪼개졌다.

“흐으…… 확실해?”

아니었으면 했다. 같은 곳을 두어 번만 더 자극해 주면 절정에 닿을 것 같은데. 부푼 전립선에 닿은 뜨끈한 귀두의 감촉을 그리자 애가 타 발끝이 절로 오므라들었다.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하아, 일단 빼려고.”

그대로 싸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까의 분위기를 되짚어 보면 아마 삐진 유은찬의 화를 풀어 주려 일주일은 매달려야 할 듯했던 탓이다. 예담이 정말 허리를 물릴 것처럼 즈즈즉, 성기를 빼내기 시작했다. 점막이 쭉 딸려 나가며 배 속에 꽉 찬 쾌감도 옅어져 갔다.

“싫어…….”

소변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데, 당장 눈앞의 황홀경을 빼앗길 수 없었다. 쾌감에 정신이 팔린 은찬이 도리질하며 옴쭉 항문을 조였다. 움찔움찔 뒷보지 주름이 촘촘하게 조여들며 예담의 성기를 꽈악 붙들고 흔들어 댔다.

후장 근육이 세차게 땅기자 구멍을 향해 당겨진 내장이 좁아 들며 굵은 자지 기둥이 벌건 내벽에 짓뭉개졌다. 큿……. 빠듯하게 조여 오는 뒷보지에 예담의 잇새에서 혼탁한 숨이 터졌다. 시발. 미칠 것 같았다.

“뭐……라고요?”

“확실하지 않으면, 흐응…… 그냥 계속해 줘…….”

오줌이 아니라 다른 거일 수 있잖아……. 응? 은찬은 내장 안을 거세게 두들기는 묘한 감각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몸이 달아 들썩이고 있었다. 거울을 통해 눈이 마주친 이예담을 조르며 아래가 뻐근하도록 온 힘을 다해 구멍을 조였다. 마주한 색이 옅은 눈동자는 온통 욕망으로 인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읏…… 진짜, 씨, 발. 자지, 잘라 가려고…… 그래요?”

예담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되물었다. 움켜쥔 도기를 으스러뜨릴 듯, 한계에 이른 손등은 돋아난 푸른 핏줄로 가득했다.

“응……. 흐으, 그러니까아, 빨리…….”

은찬이 유혹하듯 엉덩이를 흔들었다. 커피색 스타킹에 감싸인 살덩이가 농밀하게 뒤흔들리고, 스타킹이 길게 찢어져 드러난 뽀오얀 회음이 팽팽해진 모습이, 씹……. 예담은 짓씹듯 욕설을 내뱉고는 허리 짓을 재개했다.

철퍽, 철퍽, 쫀득거리는 내장을 비벼 올리며 맞닿는 살점을 몽땅 녹일 듯 격렬하게 마찰을 일으켰다. 점막이 마찰하는 곳마다 작은 폭발이 일어나며 속살이 발딱발딱 날뛰었다.

“아, 아아아……!”

은찬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정신없이 흔들렸다. 하아, 하아, 무력하게 세면대에 팔을 기댄 채 뒤에서 짓쳐오는 몸에 저를 완전히 내어주었다. 세워진 발끝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이 휘청거렸지만, 어찔하게 밀려오는 아득한 열락에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눈앞의 쾌락만 바라보았다.

그러다 일순 찌르르, 허리를 타고 전류가 올랐다. 동공이 탁, 풀리고 눈꺼풀 너머로 눈동자가 절반쯤 넘어가면서, 내벽이 강하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짓이겨진 속살이 역으로 성기를 짓이길 듯 마구 들러붙어선 안을 죄었다. 좁다란 내장에 끼인 자지가 미끈하고 뜨끈한 점막에 둘러싸여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아…… 씨……발.”

터억! 좆뿌리까지 남김없이 밀어 넣은 예담이 성긴 음모를 보드라운 엉덩이 골에 비비며 허리를 털었다. 철썩철썩 커다란 음낭 두 쪽이 항문 주름과 회음을 쳐 댈 때마다 후끈거리는 구멍에서 얼얼한 열감이 번졌다. 절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엉덩이를 꽉 쥔 기다란 손가락에 단단히 힘이 들어가고, 근육으로 가득 찬 팔뚝에 힘줄이 바짝 솟았다. 퍽! 격하게 찔러 넣은 자지가 육벽 안에 온전히 자리를 잡자, 뒤이어 후두두두, 은찬의 내장 가득 세찬 물줄기가 쏘아지기 시작했다. 내장을 폭격하듯 두드려대는 자극에 은찬이 발끝에 잔뜩 힘을 준 채 혀를 쭈욱 내뺐다.

“아, 좋아……! 으응……! 아!”

“후으……. 큿……!”

벌겋게 익은 내벽이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물줄기에 거죽이 뚫릴 것처럼 짓이겨졌다. 그 세찬 수압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건 오로지 쾌락뿐이었다. 녹진한 정점에 좆 대가리를 파묻은 성기가 끝도 없이 물을 쏘아내자 흥분에 발름거리느라 다물리지 않는 구멍에서 줄줄줄, 노란 물이 샜다. 예담의 귀두에서 뿜어지는 물이 마침내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건…… 오줌이었다. 오줌이 확실했다.

그런데도 은찬은 여전히 제 배 속을 때리며 퍼져 나가는 쾌감이 좋아 개처럼 헥헥거렸다. 기겁하며 화내는 대신 쾌락에 전율하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발치가 난잡한 물로 젖어 들었지만 두 다리를 동동거리며 짐승처럼 쾌감에 울부짖느라 그딴 건 신경 쓸 새가 없었다. 코끝이 알싸할 정도로 느껴지는 지린내에도 오감은 그저 들떠 날뛸 뿐이었다.

비릿한 물 냄새가 야릇한 페로몬 향이라도 되는 것처럼 배 속에서 느껴지는 떨림과 더불어 온몸이 뜨거워졌다. 은찬은 예담이 갈겨 대는 노란 오줌물을 쬽쬽 빨아들이면서 엉덩이를 흔들었다. 주름진 구멍 사이를 빠져나가는 뜨끈한 체액이 아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

“더, 더, 가득 채워 줘……. 으응……. 아, 흣…….”

“하……. 이게 뭔지, 알고 그래요?”

“흐으, 으……. 알아, 으응……, 그러니까아……!”

“씹, 후으……, 뭔데?”

“오……줌. 으응, 읏!”

“…….”

은찬이 제 소변을 갈구하는 모습에 눈이 회까닥 돌아버린 예담은 엉덩이를 움켜쥐었던 손을 그의 아랫배로 옮겼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벌어진 입술 새로 뚝뚝 타액을 흘리는 은찬을 확인하곤 움켜쥔 하복부에 꾸욱 힘을 주었다. 말랑거리는 뱃살이 옴폭 들어가면서 오줌으로 찰랑이는 내장이 거세게 압박당했다.

“흐엑……!”

납작한 아랫배가 더더욱 납작하게 눌려지면서 성기가 담긴 내장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여 왔다. 전립선과 바로 붙어있는 방광도 잇따라 짜부라지면서 오줌발이 세차게 튀는 내벽으로 버거운 자극이 들이쳤다. 배 안에 무언가가 들어있기라도 한 것처럼 꿈틀꿈틀 내장이 들썩이고, 억지로 방광을 쥐어짜 내는 것처럼 요의가 무섭도록 치밀어 올랐다.

“읏, 흐으……!”

은찬은 세면대에서 떼어 낸 팔을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제 배를 휘감은 손에 저항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단한 손바닥에 짓눌려 빈틈없이 구겨진 내장과 거센 물살을 쏘아내는 자지, 뭉개진 방광……,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완성된 희열감에 눈앞이 아득했다. 조아. 좋아아……, 더 해줘……. 자지러지며 엉덩이를 흔들 따름이었다.

예담이 쏟아 내는 오줌발은 좁아진 내장 공간으로 인해 절반 이상 은찬의 항문 밖으로 주르륵 게워져 나왔다. 배를 부풀릴 새 없이 꾹꾹 눌러대는 그의 손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가쁘게 숨을 할딱이던 은찬은 파르르, 몸마저 경련하듯 떨기 시작했다. 흥건히 젖은 구멍이 찰싹찰싹 떨리는 볼기의 진동에 맞추어 후드득 묽은 물을 떨어뜨렸다.

세면대 위를 통통 때리던 살굿빛 자지도 덩달아 절박하게 요동치더니, 푸슈슛! 어찔한 쾌감과 함께 인내력을 다한 요도구에서 물이 솟구쳐 올라 욕실을 갈랐다.

“아……, 아…….”

은찬은 끝도 없이 솟아올라 거울 속 제 얼굴을 퍽, 퍽, 폭력적으로 때려대는 노릇한 물줄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확인할 것도 없이 명백한 오줌이었다.

* * *

위이이잉.

요란하게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아침잠을 깨우는 소음에 천천히 눈을 뜬 은찬이 옆을 돌아보았다. 목 뒤를 으레 받쳐 주곤 하던 단단한 팔 대신 푹신한 베개가 뺨에 맞닿았다. 은찬은 주변을 두리번대다가 커다란 매트리스 위로 팔을 짚고 일어났다. 여전히 찾는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예담……?”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좀처럼 갈 일 없는 부엌으로 향했다. 귀를 때려 대는 소음이 부엌에서부터 들려오고 있어서였는데, 셀 수 없이 많이 이 집을 방문하면서도 늘 스치듯 지나치기만 했던 공간이라 어쩐지 어색해 향하는 발걸음이 느릿했다.

“일어났어요?”

이예담이 평온한 미소가 어린 얼굴로 말을 걸어 왔다. 갓 일어난 은찬과는 달리 어디 다녀오기라도 한 듯 멀끔한 차림새였다. 기다란 손가락이 움켜쥔 블렌더 안에는 원래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주황빛 덩어리가 담겨 있었다.

아마 아침부터 자신을 깨운 소리의 정체는 블렌더였나 보다. 개수대 안에 담긴 귤빛 껍질로 이를 짐작한 은찬이 고개를 쭉 빼며 둥그런 플라스틱 통 안을 들여다봤다.

“뭐 하고 있었어?”

“과일 주스 만들어요. 어제 본가에서 제철 과일 가져다준다길래 주스 이야기했더니 블렌더도 같이 보내와서요.”

예담의 입에서 ‘과일 주스’ 언급이 되자마자 지금 개수대에 무더기로 쌓인 한라봉뿐만이 아니라 각종 과일이 종류별로 갈려 유리병에 담겨 왔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본가에 있을 때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던 도련님이 직접 주스를 만들어 먹겠다고 알려 와 산지에서 직송된 과일 몇 박스와 블렌더가 함께 새벽같이 배달된 참이었다.

본래 예담이 혼자 지낼 때에는 각종 식자재를 가져온 사용인이 집 안으로 들어와 냉장고 정리와 더불어 음식물을 수납해 넣는 것이 일상이었으나, 은찬이 집에 있을 때면 완강히 집밖에서 전해 받으려는 예담으로 인해 오늘 본가에서 보내온 각종 음식들은 빛을 보지 못한 채 대충 냉장고 제일 아래 칸에 박혀 있었다.

예담은 자신만만하게 제가 갈아 낸 주스를 컵에 따라 은찬에게 건넸다.

“……맛있다. 정말 네가 한 거야?”

은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과일주스 귀신답게 하얀 목울대가 몇 번 움직이자 금세 그의 손안에 쥐고 있던 컵이 투명하게 비워졌다.

“네. 선생님이 좋아하니까.”

“고마워. 아침 일찍부터……. 넌 안 마셔?”

은찬이 한라봉 즙이 묻어나는 입술을 움직이며 물었다. 말간 인중과 윗입술 사이에 주황빛을 띤 진득한 점성의 액체가 번들번들 묻어나고 있었다.

예담은 그 모습을 온화한 얼굴로 바라보다 예고 없이 얼굴을 내렸다. 움찔, 은찬이 떠는 사이 내밀어진 붉은 혀가 사아악 입술 표면을 훑고 지나갔다. 마지막엔 초옥, 촉촉한 점막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도 들려왔다.

“먹었어요. 선생님 말대로 정말 맛있네.”

“아…….”

삽시간에 은찬의 양 뺨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이런 식의 접촉은 정말 있는 그대로의 애정을 표현하는 것만 같아 언제 겪어도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보지 안에 자지를 넣어 달라고 칭얼댈 때보다 부끄러워 얼굴 가득 열기가 일었다. 예담은 그런 은찬을 내려다보며 낮게 목을 울리며 웃었다.

“저기…….”

“응? 왜요.”

예담이 웃음기가 묻어나는 목소리를 내며 은찬을 바라보았다. 애정이 한가득 비치는 눈빛과 눈을 마주한 은찬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다시 한번 입술을 달싹였다.

“더…… 안 먹어 볼래?”

은찬은 성큼 예담에게 다가가 발끝을 살짝 들었다. 조금은 높아진 키에 거리가 좁혀지면서 예담이 대답하기도 전에 은찬의 입술이 예담에게 맞닿았다. 멈칫하던 예담이 적극적으로 입술을 붙여 오며 은찬의 목덜미를 감싸 안았다.

질척한 살덩이가 뱀처럼 스멀스멀 진입해선 농밀하게 입 안 점막을 훑었다. 혀가 엉기고 비벼질 때마다 방금 맛본 상큼한 과일향이 점막 곳곳에 피어올랐다. 흐으……, 숨이 모자라 옅은 신음을 내뱉자 잠시 호흡을 틔워준 예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입술을 맞붙여왔다. 입 안의 타액과 혀를 모조리 앗아갈 듯 구는 예담의 입맞춤에 은찬의 허리가 흠칫, 비틀렸다.

“음……으응, 음…….”

과일즙이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을 만큼 안을 빨아 댄 예담이 마침내 촙, 입술을 떼며 나직이 속삭였다.

“모처럼 휴일인데…… 오늘은 학교 안 가면 안 돼요?”

대답을 않는 턱이 슬며시 내려가자 예담이 목덜미를 쥐던 손을 내려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틈 없이 몸을 맞붙이며 귓가에 입술을 붙였다. 연이어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다시금 속살거렸다.

“응? 안 돼요?”

사람을 이렇게 흔들어 놓고. 쏙 내빼면 안 되잖아요.

“아예 손 놓기는 그래서……. 그럼 도서관에서 잠시만 있다가 올게.”

“서재 있잖아요. 팀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 휴일에 학교까지 가요.”

“아…….”

그거야 네가 방해하니까……. 언젠가 서재에서 공부한다며 나란히 책상에 앉았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책상 위에서 질펀하게 섹스를 해 댄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색달라 좋긴 했지만…… 결과를 알면서 또 넘어가 주긴 그랬다. 과외 준비도 덜 했고 훑어볼 공모전도 많았던 까닭이었다.

“정말 방해 안 할게요. 응?”

예담은 사정상 취업에 목매는 은찬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어차피 제 연인은 조만간 KBB 건설의 장학생에 선정될 터였다. 거기다 장학생에 선정되면 채용 연계형 인턴으로도 자동 추천되는 시스템인지라 이후 취직은 정말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아직은 그 사실을 모르는 은찬에게 제 계획을 밝힐 수도 없어 티 나지 않게 최대한으로 그를 설득하는 수밖에.

“……나중에 말 바꾸면 안 돼.”

주저하던 은찬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말 바꾸면 또 어쩔 건데. 또 휘말릴 거면서…….

은찬은 여지없이 예담에게 질 걸 잘 알았다. 알면서도 눈을 부릅떠 강조하며 그에게 괜히 제 의지를 확인시켰다.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주억인 예담은 쪽, 쪽, 그새를 못 참고 방금 맞닿았던 말캉한 입술을 또다시 목덜미로 비볐다. 곧 하얀 피부 위로 장밋빛 꽃잎이 빼곡하게 흔적을 수놓았다.

“그럼……. 뭐 하지?”

과업을 모두 오후로 미뤄 두니 오전이 비었다. 갑작스레 생긴 여가 시간에 은찬이 눈을 굴리며 고민했다.

“고작 주스 한 잔으로 되겠어요? 우선 뭐 좀 먹을까 봐요.”

읏차. 예담이 여전히 은찬을 안은 채 그의 허리를 틀어쥔 손에 힘을 주었다. 살짝 공중으로 발이 뜬다 싶더니, 곧 은찬의 발이 예담의 발등 위에 얹어졌다. 실내에서도 꼭 슬리퍼를 신는 예담과는 달리 제집에서 지내던 버릇을 못 버리고 늘 맨발로 뽈뽈 돌아다니는 은찬의 차가운 발바닥이 따듯한 질감의 슬리퍼 천 위에 안착되었다.

“나 무거워, 읏…….”

“하나도 안 무거워요. 살 좀 쪄야겠어. 뭘 먹어도 보지로만 살이 가는 거 같아요. 보짓살은 지금도 넘치게 통통한데.”

“아으…… 아니잇…….”

아침부터 무슨 보지 이야기를. 은찬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긴. 맞잖아.”

“힉!”

예담이 허리를 잡은 손 하나를 떼어 내어 제 셔츠 하나만 걸친 맨 사타구니로 불쑥 집어넣었다. 두 발끝이 모두 예담의 발등 위에 놓인 터라 움직이지 못하는 허벅지 사이로 단단한 손가락이 들어왔다. 그러곤 정말 살집이 있는 게 아니냐는 듯, 조물조물 말랑한 살점을 꼬집듯 주물렀다.

“하으응…… 으, 으응…….”

갈라진 틈을 기점으로 나누어진 두 살덩이를 손가락으로 짜부라트리듯 짓뭉갰다. 그러자 연약한 살점이 캐스터네츠처럼 꾸욱 다물렸다. 몇 번 더 음부 두덩에 압력을 주며 조몰락대자, 선홍빛 속살에서 뿜어져 나온 애액이 틈새를 타고 질질 흘러나왔다. 빵 사이에 지나치게 두툼히 발라댄 잼이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는 모양새였다.

처음엔 보들보들한 음부 겉살만 살살 떡처럼 주무르던 손길이 점점 으슥한 곳으로 향했다. 은찬은 허벅지를 배배 꼬며 제 가랑이 사이를 유영하는 손에 매달렸다. 벌어진 음순을 매만지다 속에 숨어 있는 미끌미끌한 소음순을 톡, 손톱 끝으로 건드리자 그새 고인 녹진한 물이 토도독, 흩뿌려지듯 떨어지며 기다란 손가락과 은찬의 발등을 적셨다. 갑작스럽게 떨어진 물에 놀란 은찬의 발가락이 퍼뜩 오므라들었다.

“흐으, 보지, 살쪘는지 보려고, 으응…… 그랬던 거잖아…….”

“응. 지금 하고 있잖아요. 어후…… 안은 더 살쪘는데?”

“헤윽! 아, 흐읏……!”

푸욱, 예담이 음순을 깔짝거리던 손가락을 곧장 질구 안으로 쑤셔 박았다. 파들파들 떨리던 질 벽이 벌어지면서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폭신한 점막으로 손가락을 감쌌다. 미끄러지듯 보지 안으로 진입한 손가락이 습윤한 살점을 잇따라 푹푹, 치대자 손등 뼈에 닿곤 하던 늘어진 자지가 어느덧 바짝 일어섰다.

“아으으!”

은찬이 벌벌 어깨를 떨며 몸을 움츠렸다. 입술을 사리물고 버티려 해도 자꾸만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 보지 운동 좀 시켜야겠다. 어떻게 생각해요? 이렇게 뒤룩뒤룩 쪄서 어떡해.”

“흐으……, 어, 어떻게…… 빼애…….”

예담이 통실통실한 속살을 혼내는 양 보지 안에 들어간 손가락 두 개를 맞붙이며 살점을 꼬집는 것처럼 쥐어짰다. 아아앙……. 물을 머금은 질 벽이 무도하게 짓이겨지면서 미끈거리는 물이 터지고, 꿈틀대는 점막에서 피어오르는 야릇한 열기에 절로 가랑이가 벌어졌다.

“하아……. 보지 냄새. 내가 도와줄게요.”

예담이 눅눅한 음부에서 손가락을 꺼내 애액 냄새를 맡았다. 푹 익은 보짓살에서 나는 시큼하고 달달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보지에서 손가락이 빠져나오면서 덩달아 주르륵 쏟아진 걸쭉한 액이 예담의 슬리퍼 위로 툭, 툭 늘어지며 자국을 내었다. 이를 바라본 예담이 반투명한 물이 묻어난 손가락을 거리낌 없이 입 안에 넣어 쪽, 빨았다.

결국 부엌에서 사이좋게 한 발씩 빼낸 두 사람은 밭은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더 몰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종일 섹스만 하다 하루가 갈 것 같아 성욕을 최대한 억누른 결과였다.

한참 동안 말을 잊은 채 서로의 심장 고동 소리만 듣던 시간이 흐르고, 예담이 쪽, 은찬의 입술에 가벼이 입맞춤을 하고선 고개를 들었다.

“진짜 배고프죠.”

“조금…….”

예담은 그 말에 은찬을 조심스레 내려놓곤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실과 냉동실에는 온통 본가에서 정리해 놓고 간 찬들이 가득해 조리대 옆 레인지를 이용하면 5분도 채 되지 않아 식사가 준비될 터였다. 그런 것조차 귀찮아 쌓인 찬들은 매주 정기적으로 들르는 사용인이 비워 내고 채워 내길 반복했다.

찬이 뚜껑 한 번 열어 보지도 않은 채로 족족 버려지니 더는 보내지 말라는 예담의 말에 어머니는 아예 상주하는 사용인을 들여놓고 싶어 했는데, 그런 그녀를 만류하며 예담이 제시한 타협안은 지속적으로 가져오는 찬과 각종 과일류를 일단 집 안에 들여놓기는 한다는 것이었다. 매번 짜여 오는 식단표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알겠다고 들인 바람에 냉장고 안에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이 필요했다.

냉장고 문을 연 채 고민하는 예담을 가만히 바라보던 은찬이 문득 떠오른 궁금증에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는 졸업하고 뭐 할지 생각해 봤어?”

“어? 갑자기요?”

“그냥……. 나는 일단 어디든 취업하고 볼 생각인데 너는…… 이렇게 매번 챙겨 주는 너희 부모님 기대도 있을 거 아냐.”

은찬은 정확히 이예담의 부모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몰라도 그 큰 저택이며, 지금 제가 자고 일어난 오피스텔이며, 그 외 이예담이 걸치고 하고 다니는 걸 바탕으로 적어도 예전의 제 아버지가 그랬듯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수준의 규모는 아닐 거라 짐작했다. 조그마한 중소기업을 운영할 때조차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나중에 은찬이 자라면 이 회사를 물려줄 거라 했었는데, 이예담 부모라면 바라는 바 역시 더 크지 않을까. 그야말로 부잣집 도련님인데.

“음……. 글쎄. 별로 생각을 안 해 봐서요.”

예담이 무심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학교를 선택하고 진학하면서 어느 정도 생각이 있었을 거 아냐.”

“그냥 선생님이랑 같은 학교 다녀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게 다예요.”

그 전까진 수능에 대한 동기부여도 없었고, 이대로 외국으로 나가 집안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결혼에 협조해 줄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지내던 와중에 저를 바꾼 건 은찬이었다.

“그래……. 그래도 너랑 나랑 같이 학교 다니는 건 길어야 1년일 텐데. 그 이후도 전혀 생각 안 해 본 거야?”

“그렇게만 돼도 좋아요.”

“그래도…….”

예담은 이제 냉장고 문을 닫고 온전히 은찬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긴장한 듯한 어깨를 살살 매만지며 그윽한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은찬 외에는 무엇도 비추지 않는 눈동자를 투과한 눈빛에는 오로지 따스하고 부드러운 애정만이 가득했다.

“음. 그럼 고작 1년밖에 CC 못 하는 걸 가엾게 여겨 줄 생각은 없어요?”

“무슨 말이야?”

“같이 살자는 거…… 아직 대답 안 해 줬잖아요.”

“아…….”

은찬은 저를 향한 이예담의 마음을 잘 알았다. 그건 비단 그가 매번 아낌없이 퍼붓는 애정 표현 외에도 지금처럼 잠잠히 저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질 법한 뚜렷한 감정이었다. 더불어 서로의 집을 번갈아 오고 가면서도 아무래도 비교할 수 없는 가구며 집기들이 갖추어진 이예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때가 더 많긴 했다.

그럼에도 쉽게 그 말에 응할 수 없는 건 이미 그와 저 자신의 처지 차이를 알고 시작했으면서도, 쓸데없이 이렇게 툭툭 튀어나오는 걱정들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예담과 쌓이는 추억에 더불어 그와의 환경 차이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나중에 취직을 해서 돈을 벌게 되면 그땐 이 커다란 집 절반만큼이라도 월세를 보탤 수 있을까……. 그러면 같이 살자는 제안에도 조금은 덜 불편한 마음으로 응할 수 있을까.

“아직은 일러. 나중에.”

은찬이 어색하게 웃으며 예담의 품을 빠져나갔다. 예담은 고요히 그 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쓰게 웃었다. 아직은 한참이나 더 큰 제 마음이 은찬에게 부담스러운 건지, 씁쓸한 상황을 되짚으며 뒤돌아 그를 따랐다.

은찬은 괜히 어색해진 공기에 성큼성큼 거실 중앙으로 걸어가 TV를 켰다. 폭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 채널을 돌리다 최대한 시끄러운 방송에서 리모컨을 멈추었다. 정적이 이는 거실을 이렇게라도 채우고 싶었다.

[……그리고 이 미션에 성공하면 떡볶이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억지로 집중하는 척하며 TV 화면 쪽으로 몸을 기울인 은찬에게 어느새 예담이 다가와 곁에 앉았다. 별것도 아닌 프로그램을 나란히 앉아 바라보며 빠르게 시간이 흘렀다.

“어…… 우리 오늘 직접 요리해서 먹어 보는 건 어때?”

은찬이 정적을 가르며 말을 던졌다. 되는 대로 던진 말이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계속해서 은찬만 바라보고 있던 예담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확인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요리하자고요?”

난감한 분위기를 푸는 방법을 고민하느라 찌푸려졌던 예담의 미간이 한층 더 일그러졌다.

“누가…… 요리를 한다는 거예요?”

“음. 같이? 떡볶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저기 봐 봐. 저 사람들도 저 정도는 하잖아.”

은찬이 손가락으로 TV 화면을 가리켰다. 시끌벅적한 화면 속에선 떡볶이에 넣어도 될지 의심스러운 재료들이 퐁당퐁당 냄비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비치고 있었다.

“선생님 밀가루 종류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 딴 건 물컹거리는 느낌 때문에 안 좋아하긴 하는데, 떡볶이는 초등학교 때 학교 앞에서 친구들이랑 경쟁적으로 사 먹던 버릇이 있어서 좀 달라. 넌 떡볶이 싫어해?”

예담은 딱히 음식에 호오가 없었다. 동물의 내장이나…… 내장이나…… 내장 같은 것들을 제외하고는. 아……. 곱창전골을 떠올리는 눈매가 살짝 떨렸다.

“아뇨. 떡볶이 괜찮을 거 같긴 한데…… 직접 해 본 적 있어요?”

“아니. 사실 지금 사는 집에는 너도 알다시피 부엌도 없잖아. 라면도 안 끓여 본 지 오래긴 한데…….”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 은찬이 눈을 반짝이며 덥썩 예담의 손을 움켜쥐었다.

냉장고는 이미 만들어진 반찬 외에는 식재료라고 할 만한 게 딱히 없으니까 같이 나가서 장도 보고……. 주절주절 늘어놓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제법 그럴싸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기실 그럴싸하지 않아 보인대도 그가 하고 싶다면 무조건적으로 다 들어줄 자세가 되어있었지만.

“음……. 그런데 학교 근처에 마트가 있었나? 편의점은 많은데.”

“찾아볼게요. 없으면 차 타면 되고.”

떡볶이 정도의 요리를 하는 데 필요한 재료야 굳이 대형 마트까지 갈 필요가 없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후식으로 먹을 아이스크림이나 커다란 펜트리 안에 채워 놓을 간식도 잇따라 떠올랐다. 생각보다 방대해질 것 같은 쇼핑카트에 두 사람은 차를 타고 교외에 위치한 대형 마트로 향하기로 했다. 멀지 않은 곳에도 마트야 몇 곳 있었지만 학교 주변이라는 것을 의식하자 행선지를 틀게 되었다.

마트에 도착하자마자 은찬은 쪼르르 카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카트 하나를 빼어 내고 죽 끌자, 언제 왔는지 예담이 뒤에서 불쑥 팔을 뻗어 와 카트 손잡이 양옆을 잡았다. 그러자 은찬의 몸이 예담의 몸 안에 쏘옥 갇힌 꼴이 되었다.

“야.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선생님.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와 상관없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어요. 아들러가 그러던데? 교양 때 졸았어요?”

“으…….”

말로는 이예담을 이길 수 없었다. 은찬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던진 농담이었는지 그는 곧장 은찬을 가두듯 뻗었던 팔을 거두며 카트를 완연히 제 쪽으로 끌어왔다. 그제야 한숨을 돌린 은찬이 이예담의 보폭에 맞추어 걸었다.

“신혼부부 같지 않아요?”

“아…… 저기?”

건너편 수산물 코너에 다정한 연인으로 보이기도, 부부로 보이기도 하는 한 쌍의 커플이 보였다. 은찬은 그 말에 동조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보기 좋다.

“아니. 저쪽 말고, 우리.”

예담이 잔잔한 웃음과 함께 은찬의 허리를 감아 왔다.

“아, 또……!”

“이렇게 있으려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여기서도 눈치 볼 거면 뭐 하러 1시간이나 운전했겠어요.”

예담은 이번엔 양보 없이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않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지그시 몸을 붙여 오기까지 했다. 힐끔거리는 시선 따위 상관 않는 얼굴에 난감해진 은찬이 바르작거리자,

“얌전히 안 있으면 더 할 거예요. 뽀뽀하고 싶어요?”

하고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속삭여 와 은찬은 한껏 긴장한 얼굴로 몸을 굳혔다. 그러곤 빳빳하게 경직된 몸을 움직여 예담이 이끄는 대로 마트를 돌기 시작했다. 시선은 내내 허공을 향해 있었다.

“어…… 그리고 고춧가루도 있어야 한다고 나와 있어.”

“흐음. 고춧가루는…… 저쪽 코너에 가면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호기심 어린 눈초리들이 옅어지자 은찬은 보다 편안하게 재료를 고를 수 있었다. 남자 둘이 누구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인터넷에 검색해 나온 떡볶이 재료를 카트에 담았다. 은찬은 어디선가 주워들은 지식으로 국산이 좋다는 말을 되뇌며 꼼꼼하게 원산지도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한참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그가 고춧가루 옆 각종 소스가 모여 있는 코너를 가리켰다.

“간장도 있어야 한대.”

자신 있게 간장 용기가 모여 있는 가판대 앞에 다가가서는 멈칫했다. 생각보다…… 간장의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던 까닭이었다.

“뭐야. 이게…….”

양조간장, 진간장, 국간장, 조림간장, 어간장, 콩간장……. 은찬이 검색한 글에는 그저 ‘간장 1스푼’이라고 적혀 있을 뿐인데 생각 외로 많은 간장의 종류에 당혹감이 일었다.

“대충 좋아 보이는 걸로 사요. 아까 고춧가루처럼.”

보통 제일 가격대 높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예담이 대수롭지 않게 덧붙였다. 목소리만으로도 확신을 주는 어조라 은찬은 여차하면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갈 뻔했다.

“……지금 검색해 보니 네가 들고 있는 건 국간장이라 국 끓일 때 쓰는 거래. 떡볶이로 국 끓일 거 아니면 놓지?”

“하하. 국물 있는 떡볶이도 괜찮던데.”

예담이 능글맞게 웃으며 카트에 담으려던 국간장을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선생님. 방금 되게…… 신혼부부스러운 멘트였어요. 남편 혼내는 거 같아서 그 말 듣고 자지 섰어요.”

“……뭐? 미쳤어?”

농담이 아닌 듯, 왼쪽 허벅지를 감싼 천 위로 기다랗고 굵직한 윤곽이 두드러지고 있었다. 형태가 매우 적나라했다. 아마도 제가 이상해진 것처럼, 이예담 역시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그걸 지금에야 깨닫다니……. 은찬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절레절레 도리질했다.

* * *

“나쁘진 않았어. 그치?”

“음…….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맛있었는데.”

이예담 말이 빈말이 아닌 듯, 웬일로 그의 앞에 놓인 접시가 싹 비워져 있었다. 이렇게 음식을 깨끗이 다 먹은 건 곱창전골 이후로 처음이었다. 곱상한 도련님처럼 생겨서는 입맛은 친근하다 못해 영혼의 단짝 같을 지경이었다.

“정말? 그럼 우리 다음에 또 만들어 먹어 볼까. 나는 마트 가는 것도 좋았고, 요리 만드는 과정도 좋았어. 떡볶이가 요리……라고 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 중간 저를 놀리기 위해 장난을 쳐대 곤란할 때도 있었지만, 저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그 덕분에 분명히 분에 넘치게 행복한 하루였다.

“그래요. 선생님 시간만 되면 언제든지 또 해요.”

예담이 식탁에 턱을 괸 채 조잘거리는 은찬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잠자코 응시하던 얼굴로 옅은 미소가 번지자 쑥스러워진 은찬이 부산스럽게 자리를 정리했다. 발긋해진 얼굴로 황급히 다음 말을 골랐다.

“그, 그럼 우리 이제…….”

붉은 입술이 열리기 시작하자 예담의 얼굴에 번진 희미하던 미소가 짙어지며 기대감마저 어렸다. 적당히 배가 찼으니 이제 마트에서부터 터질 것 같았던 좆을 달랠 차례였다.

“공부 좀 할까?”

“…….”

아. 시발. 모범생 애인을 두면 기대감은 종종 이렇게 무너지곤 했다.

“아까 서재 이야기 했잖아. 오늘은 날씨도 좋아서 거기 창 앞에 앉아서 공부하면 진짜 좋을 거 같아. 창문도 열까?”

뒤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붉은 입술이 쫑알대는 모양만 허탈하게 응시할 뿐이었다.

“알았어요. 같이해요.”

“정말?”

“네.”

잠시 못 미더운 표정을 짓던 은찬은 이윽고 책과 노트북을 챙겨 서재로 향했다. 서재의 문을 열면 왼쪽에는 예담의 책상이, 오른쪽에는 은찬의 책상이 같은 높이로 나란히 놓여 있었다. 차이 나는 앉은키만큼 다른 높이의 의자에 각각 앉은 두 사람은 곧 자신들 앞에 놓인 노트북에 시선을 주었다.

잠시간 제 앞 노트북 모니터를 쳐다보던 예담은 슬며시 눈을 돌려 확인한 은찬이 키보드 위로 손을 올리자마자 완연히 얼굴을 돌렸다. 본격적으로 그를 감상할 시간이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들이치는 책상 앞, 한껏 집중한 은찬의 얼굴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했다. 예담은 그를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하며 제일 먼저 눈이 갔던 결 좋은 머리카락과 커다란 눈망울을 감싼 길고 숱이 많은 속눈썹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다 부풀어 붉었던 입술로 시선을 내렸다. 언제부터인가 마구 짓씹지 않게 된 입술은 부드럽고 촉촉해 보이기만 했다.

“…….”

예담은 곧장 그의 목덜미를 감싸 안고 입술을 내리고픈 충동에 맞서고 있었다. 이번에 또 그를 방해했다간 영영 서재에서 쫓겨나거나, 혹은 그가 학교 도서관에서 돌아오지 않거나 하는 둘 중 하나의 결말을 맞이할 게 분명했던 까닭이었다.

누구에게는 천국 같은, 또 누구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 현저히 차이 나는 속도로 흘렀다. 예담이 잠자코 모니터와 은찬을 번갈아 바라보는 고뇌의 시간을 두 바퀴쯤 흘려보냈을 때, 머지않아 두 사람 모두에게 공평하게 시간이 흐르는 밤이 찾아왔다. 실로 달콤한 시간이었다.

* * *

“……그래서 올해는 장학생 뽑는 거, 이번 달 말까지로 늘려서 신청받는대요.”

“갑자기?”

침대에 누워 뒹굴던 은찬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예담은 그에게 내어 주고 있던 팔을 당겨 치든 조그마한 얼굴을 감싸곤 온화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응. 과대가 그러던데.”

예담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리 준비해 둔 신청서를 휴대폰 화면에 띄웠다. 은찬의 고개가 기울며 제 휴대폰과 같은 기종의 휴대폰 화면을 향해 시선이 집중됐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운 듯, 예담이 한껏 진심을 다해 웃었다.

“아…… 이거 정말 조건이 좋긴 한데, 나는 힘들 것 같아. 여기 이력 쓰는 칸이 있는데 별로 채울 게 없어. KBB면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턱이 높을 거 같은데…….”

은찬이 금세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신 없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를 지켜본 예담이 붉은 혀를 꺼내 찬찬히 입가를 쓸었다.

“일단 한번 써 보고 생각해요. 놓치면 아쉽잖아요. 신청서 내는 데 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도전 안 할 건 아닌데…… 너무 기대하면 실망할 거 같아서, 그런 말 한 거야. 너는…… 될 거라고 생각하고 이야기 꺼낸 것 같아서.”

“저번에 엠티 갔을 때 학과장이랑 따로 이야기도 했다면서요.”

“그건 그런데……. 갑자기 나한테 왜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어. 내가 특별히 두각을 나타낸 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더 자신이 없기도 해.”

올해 들어 담당 교수며, 학과장이며 지나치게 저에게 관심이 많았다. 취업을 앞둔 4학년이 되면 다 그런 건가, 싶어도 수민이나 동기들에게까지 고루 나눠지는 관심은 아닌 것 같았다.

“뭐, 나쁜 일도 아닌데 편하게 생각하는 게 어때요.”

“그래, 뭐……. 그렇긴 하지.”

이예담의 말이 맞긴 했다. 갑자기 관심을 가져 주면 좋아하기나 해야지. 1등까진 아니어도 공모전에 입상하고, 어떻게든 취업해 보려 바쁘게 사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던 걸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은찬을 바라보던 예담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보드라운 뺨에 입술을 대었다. 쪽, 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가벼이 입술을 내렸다 떨어지자 은찬이 뒤늦게 고개를 들어 멀어지는 입술을 쫓았다. 쪼옥, 이번에는 진득하게 점막이 맞비벼지는 소리가 났다.

* * *

“네, 네. 그럼 내일까지 증빙 서류들 말씀하신 이메일로 제출할게요. 네, 네. 감사합니다. 들어가세요. ……와!”

전화를 끊자마자 은찬은 소파에 함께 앉아 있던 이예담의 목을 덥석 끌어안았다. 멀뚱하게 은찬을 바라보던 예담은 곧 격하게 기뻐하는 그의 반응을 인지하고는 덩달아 잔잔하게 웃었다.

“KBB 건설 전화예요? 장학생 됐대요?”

“응……! 최종 선정됐다고 서류 제출하래!”

결국 장학생으로 선정되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참지 못하고 지척에 있는 그를 껴안았지만, 정말 이예담은 제가 KBB 건설의 장학생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생각보다 담담한 반응이었다. 함께 기뻐하며 입꼬리를 휘긴 했어도 당연한 소식을 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여간 정말 세상 물정을 몰랐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진짜 좋아. 너무 좋아.”

“나만큼?”

얘는 어떻게 이런 말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할까.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그리고 그런 점이…… 좋았다. 뭔들 좋게 느껴지지 않겠냐마는.

“너보다는…… 덜?”

이제는 이런 낯간지러운 말도 잘 할 수 있었다. 은찬이 커다란 눈을 굴리며 대답하자, 평소처럼 능글맞게 웃어 대며 또다시 받아칠 것 같았던 이예담은 이상하게 말이 없었다. 꼭 버퍼링이 걸린 프로그램처럼 숨을 쉬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일시적으로 버벅대다 멈춘 것 같았다.

“이예담?”

예담이 반응이 없자 은찬은 가슴팍에 기대고 있던 얼굴을 들어 그를 확인했다. 한 번에 들어오지 않아 바로 읽어 낼 수 없는 표정 때문에 그의 양 뺨에 제 손바닥을 대고 주욱 얼굴을 끌어 내렸다. 그리고 살폈다.

“어…….”

나이답지 않은 느긋함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그건 환경에서 온 태생적 성향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었는데……. 이예담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뺨에서 느껴지는 체온마저 뜨끈한 것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괜찮아?” 하고 물어보며 슬쩍 눈을 마주치자 곧바로 눈동자마저 반대편 방향으로 돌아갔다.

“읏!”

그러곤 은찬을 으스러뜨릴 듯 꽉 껴안았다. 두근, 두근, 마주한 가슴이 거세게 고동치는 것이 귀로도 들릴 만큼 격했다.

“나 죽이려고 그러는 거죠.”

“어?”

“갑자기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요.”

당연히 얼버무릴 거라 생각해서 던진 농지거리였는데, 착실히, 그것도 제가 꿈꾸던 대로 대답하니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죽이려고 그러냐는 말이 진심으로 튀어나왔다.

“……그런 걸로 죽으면 살아 있는 사람 몇 안 될걸.”

“그럼 내가 최초의 사망자가 되겠네.”

누가 듣는다면 꽤나 닭살을 떨고 있다고 비난받을 말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면서 한참 동안 그렇게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 예담의 품에 늘어진 채 조용히 숨만 쉬고 있던 은찬은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제 고간과 맞닿은 부위가 딱딱하게 부푸는 것을 느꼈다.

“이게 뭐…….”

놀라 화들짝 예담에게서 떨어진 은찬은 이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늘 왼쪽 허벅지 위에 놓여 있곤 하던 살덩어리는 딱딱해져선 비스듬히 그의 트레이닝복 앞섶에 걸쳐져 있었다. 엉덩이를 쿡쿡 찔러 대던 것의 정체일 터였다.

“계속 안고 있으니까 그렇죠.”

예담이 기다란 눈을 휘어 접으며 매끈한 입술을 끌어 올렸다.

“어……. 그래. 그, 자세가 좀……, 그랬지…….”

퍽 야릇한 느낌을 주는 색정적인 미소에 은찬이 말을 더듬었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다 이내 일그러뜨렸던 이맛살을 폈다.

피식, 바람 새는 웃음소리를 낸 예담이 제 아래로 슬쩍 시선을 주었다. 엉덩이로 비벼 댄 것도 아닌데 좀 많이 과하긴 했나, 생각하며 슬슬 달라붙는 바지 앞섶 인근의 천을 움켜쥐어 공간을 만들려던 찰나.

“……뭐 하는 거예요?”

은찬이 예담의 허벅지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얌전히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순진무구한 얼굴에 손을 뻗어 그를 일으켜 주려 했는데,

“너는…… 내 거 빨아 줬잖아. 그러니까 나도 해 줄래.”

“어……?”

은찬이 팔을 뻗어 예담의 바지춤을 잡았다. 그러곤 도톰하고 붉은 입술을 앙, 턱 관절이 소리가 날 때까지 벌리고는 드로어즈에 갇힌 살덩이를 꺼냈다. 예담이 멍하니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니 어느샌가 발기하기 시작한 자지가 은찬의 입 안에 담기고 있었다.

“읏……! 아.”

쭙, 일전에 예담이 그랬듯 번들거리는 귀두에 입을 맞춘 은찬은 이윽고 혀를 넓적하게 편 뒤 예담의 것을 얹었다. 흐우웁……. 붉은 혀 위에 얹어진 검붉은 살덩이는 눈에 보이는 체적만큼이나 실제 무게가 묵직했다. 도무지 혀에 세운 심으로만 버틸 수 없어 바지춤을 쥐고 있던 두 손을 옮겨 함께 감아쥐었다. 그러곤 안간힘을 쓰며 둥그렇게 만 혀에 소중히 자지를 담았다.

“후으…….”

예담의 깊은 눈매가 일그러지며 혼탁한 숨이 새어나왔다. 이를 눈치 챈 은찬은 조금 더 입을 벌려 살덩어리를 깊숙이 빨아들였다. 입 안이 꽉 찼다. 하아, 숨을 내쉬었다 들이마시니 이예담 특유의 체향이 더욱 짙게 몰려오며 열감마저 느껴졌다.

“흐으응……. 읍.”

훅 끼쳐오는 살냄새에 더해 바지 안에 갇혀 있는 동안 차오른 열기까지. 은찬은 습하고 짠 살덩이를 쭙쭙 빨며 넘어오는 열감에 아랫배가 뜨겁게 조이는 것을 느꼈다. 제가 열심히 빨아 댈 때마다 움찔거리는 성기의 움직임에 이어진 음낭도 탱글탱글 올라붙기 시작했다.

“큿. 으으…….”

은찬이 천진하게 치켜뜬 눈으로 이예담을 올려다보았다. 음습한 욕망으로 가득 찬 새카만 눈동자가 당장이라도 저를 잡아먹을 듯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은찬의 보짓살 사이가 뜨끈뜨끈해졌다. 저릿한 흥분으로 보짓물이 질금질금 흘러나오는 탓이었다.

“으응, 음, 흐…….”

열심히 고갯짓하며 성기를 입안으로 담금질했다. 빨면 빨수록 흥분에 젖어든 자지 냄새가 짙어지면서 뇌가 쑹덩 녹아들었다.

“하아…….”

흐리멍덩한 눈으로 제 좆을 쭉쭉 빠는 달뜬 얼굴이 예담을 한껏 미치게 했다. 예담은 손을 뻗어 커다란 눈동자를 가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조심스레 그의 뒤통수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스륵, 스륵 부드럽게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허벅지를 벌린 채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알아서 조여 오는 뜨끈하고 보드라운 점막에 등골을 타고 야릇한 소름이 스쳤다.

“후으……. 으…….”

감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반응에 한결 용기가 생긴 은찬이 더욱더 성기를 깊이 물었다. 거대한 귀두 끄트머리를 지나 살기둥 중간까지 최선을 다해 입을 벌려 맞이했다. 체액에 적셔져 미끌거리는 성기가 찢어질 듯 벌어진 입술을 마찰 없이 통과하며 쑥쑥 빨려 들어갔다.

“큿…….”

여린 점막에 감싸이는 성기가 점점 더 굵다랗게 부풀며 요동치기 시작하자, 발그레하게 변한 은찬의 뺨이 불룩불룩 튀어나왔다. 예고 없이 제멋대로 튀어 대는 성기에 은찬이 자그마한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응, 으응…….”

쿵쿵, 자지를 둘러싼 혈관이 맥박 칠 때마다 살덩이가 잘게 꺼떡이며 점막 여기저기를 쳐 대고, 여린 살 곳곳을 퍽퍽 때려 대다 한계까지 발기한 귀두가 우둘투둘한 입천장을 죽죽 그어 댔다. 으읏……. 은찬은 할딱할딱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이예담이 제게 그랬듯 입술에 힘을 주어 버거운 성기를 조였다.

“아……! 읏.”

순간, 예담의 허벅지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본능적으로 은찬의 뒷머리를 쥔 손에도 거칠게 힘이 들어가, 은찬의 얼굴이 그의 샅에 한결 가까워졌다. 우윽…… 욱, 끝끝내 귀두가 펄떡이는 목젖을 쳤다. 목구멍 깊숙한 곳을 찔러 대는 핏대 돋은 살덩이에 구역감이 치밀어 은찬이 헛구역질을 하자, 놀란 예담이 뒤늦게 허리를 물렀다.

“괜찮아요?”

“욱, 흐으…… 흐…….”

주르륵, 단단히 선 성기를 빼어 내고 그의 얼굴을 살폈다. 퉁, 튕겨 나가는 성기에 은찬의 입술 표면에 걸쭉한 액이 묻어났다. 어느새 맺힌 눈물에 발갛게 변한 눈시울과 찢어질 듯 부르튼 입가, 도톰한 입술을 타고 흘러내린 체액들이 한데 모인 갸름한 턱 끝이 시야에 들어왔다.

“괜찮, 아……. 으응. 계속할래. 흐읏.”

“뭘 계속해요. 안 괜찮은…… 큿!”

빨리, 빨리 자지가 빨고 싶었다. 한껏 풍겨오던 그의 살내음에서 멀어지자 애가 달았다. 은찬은 와락 예담의 샅에 달려들어 허공에서 끄떡이는 성기를 다시 입에 물었다. 필사적으로 입 안 깊이 쑤셔 넣고선 연한 입 안 점막 곳곳에 살덩이를 비볐다. 그러고도 부족해 종종 제 유두를 끼워 넣곤 하는 요도 구멍을 뾰족하게 세운 혀로 파헤치며 프리컴을 맛봤다. 비리고 쌉싸름한 쿠퍼액의 맛이 한결 더 진하게 느껴졌지만 거부감이 아닌 희열만 가득 차올랐다.

“으음, 응…… 흐응…….”

자지를 빨면 빨수록 흥분이 고조됐다. 진한 살 내음을 풍기는 뜨거운 살덩이를 욕심껏 빨고 싶었다. 그리고 이 살덩이에서 자짓물이 터져 나올 때까지 녹일 듯 빨아서…… 다음엔 한참 젖어 있는 보지 안을 들쑤시고 싶었다.

아아……. 상상만으로도 음부 속살이 문드러질 것처럼 물컹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펄떡펄떡 맥동하는 성기에서 쏟아지는 쿠퍼액마저도 달았다. 얼른 좆물을 받고 나서 보지로 한껏 자지를 맛볼 생각에 자지를 쥔 손끝이 저릿저릿해졌다.

“응, 으응…….”

은찬이 말랑거리는 엉덩이를 흔들며 제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입술로는 정신없이 성기를 빨면서 아래에 걸친 하의를 벗는 모습에 놀란 예담이 소파에서 일어나려 하자, 으으응…… 고개를 살짝 도리질하며 계속해서 하반신에 걸친 모든 천 조각을 벗었다.

마침내 낑낑거리면서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는 데 성공한 은찬은 드러난 하얀 둔덕 사이, 적나라하게 보짓물을 싸 대는 틈새로 자신의 중지를 푸욱 쑤셔 넣었다. 흐우응……. 몰캉한 속살이 벌어지며 찌르르, 내밀한 곳에서부터 쾌감이 일었다.

은찬은 새초롬하게 쌍커풀 진 눈매를 찡그리며 속눈썹을 가늘게 떨었다. 뜨끈한 질을 파고든 가운뎃손가락으로 점막을 긁을 때마다 촉촉하게 새어 나오는 애액이 손끝을 적시며 야릇한 소름이 몰아쳤다. 그는 점액질에 젖어 흥건해진 손가락을 고정한 채 새하얀 엉덩이를 찰싹찰싹 흔들었다.

“우, 흣…….”

무른 속살이 손가락과 엉덩이 움직임에 눌려 동시다발적으로 짓뭉개졌다. 자궁에서 느껴지는 홧홧한 열감에 은찬이 조금 더 격하게 엉덩이를 흔들다 모자랐는지, 둔덕 위에 얹어져 있던 엄지로 움찔거리는 클리토리스를 꾸욱 짓눌렀다.

“우으응……! 응! 으응!”

벼락처럼 뻗친 쾌락이 음핵을 매섭게 강타하자 제 손길에 저가 버거워 신음이 마구 터졌다. 은찬은 예담의 자지를 문 채 아득해진 눈꺼풀을 반쯤 뒤집고는 계속해서 보지를 비볐다. 중지로 매끈한 점막을 쑤걱쑤걱 비비면서 엄지로는 눌린 클리토리스를 빠르게 뭉갰다. 털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손가락을 잘잘 털자 보지 점막이 헐떡거리며 강하게 죄어들었다. 펄떡, 펄떡, 들썩이는 보지와 함께 허벅지 안쪽이 경련하듯 조여 왔다.

“응…….”

은찬은 수축감에 발맞추어 중지를 힘껏 출납하기 시작했다. 쩌걱쩌걱, 미끄덩한 질 벽을 격하게 비비는 가운뎃손가락이 얼얼해져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때쯤, 짧게 숨을 들이마시며 엄지와 중지를 푸욱 함께 짓눌렀다. 두 손가락을 오므라뜨리며 부풀어 오른 음핵과 폭신한 보짓살을 함께 압박한 것이다.

“으……, 우으!”

팟! 보이지 않는 전류가 보지에서 튀어 나갔다. 누르는 대로 부드럽게 들어가는 새빨간 살점에 곧 엄지와 중지가 얄팍해진 내벽을 꿰뚫고 만날 것만 같았다. 격렬한 쾌감에 허리를 마구 떨자 투웅, 퉁 살굿빛 자지로 피가 몰리면서 음부를 짓치는 손목에 쿠퍼액이 진득하게 묻어났다.

“아앙……. 흐, 으응…….”

몸체가 오그라들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질펀한 엉덩이가 더더욱 크게 뒤흔들리고, 가랑이 사이는 온통 반투명한 점액질로 뒤덮였다. 은찬은 커다란 동공에 초점이 풀린 눈을 하고선 입안에 느껴지는 비릿한 맛을 음미하며 열심히 보지를 쑤석거렸다.

“우으응…….”

질퍽질퍽, 모아진 손바닥과 젖은 음핵이 부딪히며 정점이 문질러질 때마다 은찬은 바닥과 맞붙은 종아리를 옴찔대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아, 아……. 내려오는 손바닥에 맞추어 허리를 추어올리며 둔덕을 마구 비볐다. 흥분한 입술이 입 안에 담긴 성기를 세차게 빨아 댈 때마다 손가락을 담은 질구가 옴쭉옴쭉 손가락을 맛있게도 빨아먹었다.

얼른 여기에 거대한 자지를 쑤셔 넣고 싶었다. 손가락만으로 차지 않는 육벽을 꽉 채워 줄, 자궁구까지 시원하게 긁어줄 성기를 원했다. 은찬은 이제 행위를 시작한 목적이 자지를 빠는 일이었는지, 보지를 들쑤시는 것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모든 게 아득하고 흐릿하기만 했다.

“흐웁…….”

급한 마음에 입 안에 들이친 자지를 부드러이 둥글리다 요도 구멍을 쑥 쑤셨다. 그러곤 빠르게 혀를 쳐대며 벌름거리는 요도구를 자극했다. 성기를 두른 혈관이 한층 더 부풀며 입 안 점막을 문질러 대는 감각이 선연했다.

“하……. 크읏.”

예담이 탁한 숨을 뱉어 내며 침음을 흘렸다. 열에 들떠 발개진 은찬의 귓바퀴를 만지작거리면서 제 성기를 빨며 보지로 자위하는 연인의 음란한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좆으로 들이치는 자극도, 시야로 들이치는 자극도 미치도록 아찔했다.

격하게 숨을 내쉬면서도 쭙쭙,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살기둥을 빠는 짓을 포기하지 않는 은찬에 결국 예담의 고환이 굳어 가기 시작했다.

보지 속살이 절정에 올라 자지에 달라붙는 것과 비슷한 조임과 감촉이었다. 그걸 인지하자 한결 더 묵직해진 성기가 움찔 떨리더니, 예담의 관자놀이로 뚜렷한 핏대가 섰다. 두툼한 가슴 근육마저 크게 들썩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그마한 입 안으로 뜨끈하고 진한 백탁액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응……, 으, 응!”

커다란 성기만큼 많은 양의 정액이 끝도 없이 입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늘 싸하고 시원한 향이 나는 이예담의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게 비리고 쿰쿰했지만, 은찬은 제 입에 가득 담긴 자짓물을 도로 뱉어 내고 싶지 않았다. 꿀떡꿀떡, 욕심껏 삼켜 내며 보지를 조였다. 갈라진 틈새에 박힌 손가락 표면이 찌덕찌덕한 보짓물로 인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읏……. 하아, 다 먹은 거예요? 왜…….”

사정을 하면서도 빨리는 자지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이예담이 후으…… 정적이 감도는 거실에 뒤늦게 정신 차리고 은찬의 양 뺨을 움켜쥐었다.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내려다본 은찬은 아직도 입 안에 남은 꾸덕꾸덕한 정액을 혀로 쓸어내리며 오물거리고 있었다. 하얀 목울대가 그에 맞춰 바삐 움직였다.

“응……. 하아, 하아. 네가 나한테 해 준 거, 나도 다 해 주고 싶어……. 너도 내 거…… 먹었잖아. 으응…….”

정말이지 해 줄 수 있다면 다 해 주고 싶었다. 한계까지 입술을 벌리고 성기를 빨아댄 탓에 조금 찢어진 입가에 아야……. 살짝 눈을 찡그린 은찬은 이예담의 눈치를 보며 얼른 따끔거리는 입꼬리를 움츠렸다. 이예담은 아직까지 펄떡거리는 쾌감을 잠재우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느라 그 동작을 미처 보지 못한 채였다.

“하하……. 후으, 뭘 얼마나 해 주려고요?”

“해 줄 수 있는 거면 다…….”

예담이 은찬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여기서 그 이야기를 꺼내도 되나……. 조용히 알아보기를 마쳤으나 언제 말을 할지 타이밍을 고르고 있던 주제였다.

“뭐어, 말해……. 빨리.”

은찬은 망설이는 예담을 느끼곤 재촉했다. 얼른 하던 이야기를 끝내고 저 굵다란 자지로 보지를 쑤셔 줘야 하는데…… 자꾸만 뜸을 들이니 조급해진 보지가 시큰거릴 지경이었다. 기다리며 애가 타 이예담 몰래 손가락으로 보지 속살을 꾹꾹 눌렀다. 파르르, 기다란 속눈썹이 쾌감으로 떨렸다.

“음. 전에……. 선생님이 나한테 젖 나왔다고 이야기했던 거 기억나요?”

“그때 그 꿈……? 으응…… 흣, 갑자기 왜…….”

워낙에 몸이 달아 있을 때라 몽롱한 정신에 솔직하게 말하긴 했는데, 시간이 꽤 흐른 뒤 이예담의 입을 통해 들으니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지금도 비슷한 짓을 하고 있지만.

“진짜, 너무 좋았다고 했었잖아요.”

예담이 말을 이어 가며 슬쩍 아랫입술을 혀로 핥았다. 잠시간 입술을 축이며 말을 고르던 그는 홍조를 띤 은찬의 양 뺨을 손바닥으로 쥐었다. 스르르, 자연스레 뺨을 붉힌 채 고개를 들게 된 은찬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껏 진지해진 분위기에 보지 사이에 쑤셔 넣은 손가락도 가만히 멈추었다.

“응……. 그렇긴 했지.”

“아직도 관심 있어요? 나는 아주 관심이 많은데.”

“어……?”

관심이 있다고 해서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지레짐작한 은찬은 조용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끝 모르고 솟구치던 남성기가 기세를 꺾었다.

“집안에 주치의가 있는데 양성구유 쪽 연구를 진행하는 의학박사를 소개해 줬거든요. 어릴 때부터 나랑 꽤 인연이 있는 축이라 말 새어 나갈 걱정은 할 필요 없고……. 당사자가 선생님이라는 것도 당연히 몰라요.”

알아본 바로는 유은찬과 같이 흔치 않은 케이스에 모유가 나온 연구 결과가 존재했다. 호르몬 조절을 통해 젖을 분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 방법은 부작용보다는 오히려 그처럼 양쪽 성기가 다 있는 바람에 호르몬이 교란된 몸을 안정시키는 데 일조한다고 했다.

어차피 몸의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추후 유은찬과 저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면 겪어야 할 일이었다. 아직은 너무나도 멀기만 한 미래를 조금 더 빨리,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험한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동거도 수락받지 못한 마당에 아이라니, 그가 안다면 기함할 생각이긴 했지만.

“……아. 어떤 내용인지 한 번에 잘 못 알아듣겠어서.”

“여기 정리된 자료를 보면 더 이해가 빠를 거예요. 참고만 하고, 선택은 선생님이 해요. 선생님 몸이니까.”

예담은 설명과 함께 제가 구한 자료를 그에게 넘겼다. 얼마나 꿈꾸던 순간이었으면 휴대폰의 한 폴더를 클릭하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가 곧장 펼쳐졌다. 은찬이 그 자료를 확인하는 동안 예담은 숨을 죽이고 그를 지켜볼 따름이었다.

“궁금한 게 많을 텐데…… 직접 전화로 상담해 볼래요?”

“응.”

의사에게 은찬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던 그는 제 휴대폰을 통해 은찬과 의사 간 통화까지 연결시켰고, 여러 질문과 대답 속에 한동안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던 은찬은 잠시 후, 결심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답을 들려주었다.

“해 볼래.”

“좋아요. 그럼 더 알아볼게요.”

이미 넘치도록 알아봤지만 은찬의 몸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나쁠 건 없었다.

“……이제 할 말은 끝난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이예담의 모습에 은찬은 곧장 무릎을 꿇었던 다리를 펴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다리가 들리자마자 눅진해진 보짓살 틈새에서 후두둑 투명한 물이 마구 떨어졌다. 은찬은 허겁지겁 손을 뻗어 단단한 목을 감싸 안고, 망설임 없이 질척하게 젖어 있는 음부 살을 그의 고간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들썩일 때마다 다시 우뚝 선 살굿빛 자지가 퉁, 퉁, 이예담의 하복부를 치며 젖은 살끼리 바짝 맞닿았다.

“큿……. 선, 생님, 후으……. 이게, 무슨…….”

당황한 예담이 몸을 굳히자 은찬은 재차 허리를 들어 맞붙인 성기들끼리 은근하게 비볐다. 그리고 칭얼거렸다.

“으응, 그만하고…… 이제, 넣어 줘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