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게임(은꼬공금갠소)
테인이 당황해하며, 수하를 바라보았을 때, 수하는 그런 테인의 시선이 보이지도 않는지, 구겨져 있는 인상을 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두 손으로 흙바닥을 짚은 채로 고개를 들어 올려 테인을 쳐다보았다.
“나. 안아 줘.”
“어?”
“안아서 마을 가자고…!”
자존심이나, 그런 걸 챙길 때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차라리 튜토리얼을 빨리 깨고 만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 어응.”
외려 자신이 뭐라고 해서인지, 테인은 머뭇거리며 손을 뻗어 쭈그려 앉아 있는 수하의 다리 사이에 팔을 넣고 어깨를 감싸며 그대로 들어 올렸다. 테인의 가슴에 그대로 몸이 달라붙어 땀으로 축축해진 망토가 온몸을 싸맸다. 불편하고, 답답해 왔지만, 그런 감각을 참으며 테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가자.”
현실에서도 생각했지만, 게임 속의 몸도 참 좋다고 생각했다. 기대고 있는 어깨에서, 쿵쿵 뛰고 있는 테인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테인이 천천히 걸음을 옮길 때, 품 안에 안긴 채로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같이 걷는 건 오랜만이네.”
“…그런가….”
테인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짝살짝 위아래로 움직이는 몸에, 구멍 안에 있는 플러그가 빠져나갈까, 구멍에 힘을 주느라 바빴다. 한 손으로 테인의 셔츠를 움켜쥐고 감았던 눈을 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너 집밖에서 안 나오니까.”
“…음….”
“같이 어디를 걸어갈 일도 없고, 학교생활 때도, 너 돌아다니는 거 싫다고 매일 택시 타고, 버스 타고 대중교통만 이용했던 거 기억 안 나?”
“읏… 그랬었나….”
“나중에는 조금 걷는 것도 싫다고, 자전거 타는 애 뒤에 타서 정류장까지 갔잖아.”
테인의 입에서 나오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몸에서 천천히 피어나는 열기에 온몸이 점점 뜨거워졌지만, 그와 별개로, 전립선을 스치면서도 제대로 쾌감을 주지 않는 플러그에 예민해진 몸이 작게 움찔움찔, 떨려 왔다.
“그리고 기억 안 나?”
“뭐가….”
“버스에서 내리고 나면 걷는 거 귀찮다고 매번 나한테 업으라고 말했던 거.”
“…으음….”
테인의 말을 들으며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그렇게 움직이기 싫어했나? 생각해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추억을 회상하면서도 착실하게 앞으로 걸어가며 말을 하는 테인의 말을 들었다. 고개를 살짝 돌려 작은 돌멩이가 박혀 있는 흙바닥을 바라보며, 입을 천천히 벌렸다.
“몰라. 기억 안 나.”
“하하. 기억 안 해도 괜찮아.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너… 그딴 이상한 기억 좀 하지 마… 읏….”
“이상한 기억이라니. 못 잊을 추억 중에 하난데 왜?”
걸음이 점점 느려지는 테인에 옷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다른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응?”
“…닥치고 좀, 빨리 마을로 가자고.”
“응….”
테인의 머리 위에 달린 귀가 힘없이 축 처지는 게 보였다. 살랑살랑 등 뒤에서 흔들리던 윤기 나고 커다란 꼬리도 바닥에 축 처져서 힘없이 밑에서 흔들렸다. 나 지금 슬프다, 하고 말하고 있는 테인의 모습을 못 본 체하며 점점 가까워지는 마을을 바라보았다.
“살, 살려 주세요!”
마을과 가까워졌을 때, 멀리서 어린아이의 고통 섞인 비명이 들렸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뒤범벅되어 버린 목소리에, 테인의 발걸음은 멈추었고, 수하의 고개도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일단 저기로 가 보자.”
“그래.”
장난기 가득했던, 테인의 목소리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까 느리게 걷던 것과는 다르게 빠르게 뛰던 테인에, 날카로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싫어어! 살려 줘요!”
점점 가까워지는 목소리와 함께 비릿한 철 향이 코끝에 스쳐 지나갔다. 얼굴이 저절로 구겨졌을 때, 테인이 수하의 몸을 근처에 있는 수풀에 내려놓았다.
“위험할 것 같으니까. 여기에 숨어 있어.”
“하…? 야. 여기서 죽으면 너 다시 시작해야 돼.”
“안 다쳐. 멀쩡하게 돌아올 테니까. 여기서 있어.”
우리가 대화를 하는 사이에도 비명은 계속되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비명이 들리는 방향을 쳐다보았다가 한숨을 내뱉으며 테인을 바라보았다.
“…빨리 와.”
“그래.”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빠르게 수풀을 헤치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뛰어가 버린 테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수하는 한숨을 내쉬고 머리를 헤집었다. 인상을 찌푸리고 이대로 즐기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기랄… 진짜 좆같아서.”
낮게 욕설을 내뱉으며 망토를 들어 올리고 자리에 살짝 주저앉아 하얀 잠옷을 들어 올렸다. 손을 엉덩이에 가져가, 카데스가 넣어 놓은 애널 플러그를 붙잡았다. 이걸 빼면 또 벌이 기다릴 것 같았지만, 빼지 않기에는 혹시 찾아올지도 모를 위험에서 도망가기 힘들었다.
“흐읏… 읏….”
약한 신음과 함께 구멍 안에 들어가 있던 플러그를 뽑았다. 하얀 정액으로 뒤범벅되어 있던 플러그를 수풀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수하가 들어 올렸던 하얀 잠옷을 내렸을 때,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이 허벅지로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후….”
한 손을 들어 올려 이마에 배어 있는 땀을 닦아 내고 고개를 내밀어 테인이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았다. 퀘스트에서 나왔던, 어쩌면 즐겁고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난다는 말이, 저 비명을 지르는 아이인 걸까 생각했다. 만약 아이를 가리키는 거였다면,
“질 나쁘네.”
튜토리얼 퀘스트는 질이 나쁘다 못해,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하. 왜 안 오는 거야….”
한참을 기다려도 아이의 비명도, 테인이 돌아오는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힘이 별로 없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났다. 진짜 골이 아프다는 생각을 하며, 엉망으로 꺾이고 잘려 있는 수풀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비릿한 혈 향이 짙어졌다. 혹시 테인이 잘못됐나 하는 생각으로 천천히 걷던 걸음은 점점 빨라져 나중에 뛰듯이 달려갔다.
‘씨발씨발.’
현실에서의 도현이 죽는 건 아니었지만, 테인의 몸에 있을 도현이 죽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비릿한 향기가 맴도는 곳으로 빠르게 뛰어갔을 때, 그곳에는 테인이 바닥에 넘어져 있는 채로 한 남자가 테인의 머리를 발로 밟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히든 NPC ???와 만났습니다.]
[튜토리얼 (7) 집 밖을 나가 보자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튜토리얼 (8) 히든 NPC의 마음을 함락시켜라!]
『발레리 수하는 웨어울프인 테인과 함께 밖으로 나와, 방랑자 ???를 만났다. 방랑자인 ???은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신기한 물건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방랑자 ???의 마음을 함락 시켜 내 사람으로 만들어 보도록 하자.』
[이벤트 퀘스트 홀짝! 너의 선택은?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도박을 좋아하는 방랑자 ???는 지금 발레리 수하의 반려동물인 테인의 목숨 줄을 쥐고 있다. 그가 원하는 도박으로 테인의 목숨을 살리고 그에게서 살아남아라.』
「제한 시간 : 1:00」
《보상 : 테인의 목숨》
“….”
눈앞에 수없이 떠오르는 창들을 빠르게 읽고는, 손으로 휘저으며 테인의 머리를 밟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낡아 빠진 모포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커다란 덩치는 모포에 가려지지 않았다.
“…안녕.”
도박을 좋아하는 방랑자. 그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해야 테인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지 아직은 알지 못했다. 단, 여기서 선택을 잘못하면 테인은 이대로 게임 오버 돼서, 새로 캐릭터를 만들든가, 아니면 게임을 접든가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넌 누구지?”
딱딱하지만 나른한 목소리였다. 무언가 귀찮아하는 것 같은 음색에, 모포에 모습을 감춘 남자를 바라보다가 손가락 끝으로 남자가 밟고 있는 테인을 가리켰다. 어떻게든 벗어나려는지 몸을 들썩거리는데도, 일어나지 못하는 테인을 힐끔 쳐다보았다.
“저거 주인.”
“흐응… 웨어울프에게 주인이 있다는 건 처음 들어보는군.”
“그래서 그런데. 내 늑대를 밟고 있는 발 좀. 떼 주면 안 될까?”
“내가 그렇게 하면 뭐가 이득이라고, 그렇게 해야 하지?”
남자의 목소리는 무감각했다. 감각을 못 느끼는 건지, 아니면 오랜 방랑자로서 돌아다니면서 힘든 몸 때문인지 피곤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도박, 남자는 도박을 좋아한다는 것을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고 웃었다.
“내 늑대를 풀어 주면 당신에게 이득이 있을걸?”
“내게? 무슨 이득?”
“흐응… 글쎄. 그게 무엇일지는 내가 아니라 당신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일부러 나른하게 웃으며 땀에 젖어 있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감싸고 있던 망토가 벌어지며 땀과 애액으로 흥건해, 몸에 달라붙어 있는 옷이 그대로 드러났다. 남자의 시선이 망토 사이에 있는 옷에 닿는 걸 느끼며 속으로 웃었다.
“흐응.”
“그래서, 내 늑대 머리 위에 있는 발. 치워 주지 않을래?”
“좋은 생각이 있다.”
“하?”
“게임을 하나 하지.”
도박을 좋아한다더니, 누가 도박 좋아하는 사람 아니랄까, 게임을 하나 하자는 말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남자의 덩치가 덩치라. 테인을 데리고 도망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도망간다 하더라도, 둘 다 도망갈 수 있을지 알 수도 없었고.
“날 즐겁게 만들 게임. 그건 네가 생각하는 걸로 하지.”
모포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도 않았지만,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걸음 걸어와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술을 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게임은… 산 넘어 산 게임이야.”
게임 이름이라고 해 봐야, 뭐가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익숙한 게임의 이름을 내뱉었다.
“그건 무슨 게임이지?”
“시작은 내가 할 거야. 내가 당신을 흥분시키면 내가 이기고, 내가 당신을 흥분시키지 못하면 내가 지는 거지. 어때?”
“호오. 규칙은?”
“…게임은 한 텀씩 움직일 거야.”
천천히 남자에게 다가가며 웃었다. 크게 두 걸음, 남자와 나 사이에 남아 있는 거리였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모포가 무슨 능력이 있는지, 이런데도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첫 시작은 나. 그 다음이 당신. 먼저 느끼거나, 쾌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지는 거야. 어때?”
“흐응. 그래, 그럼 네가 이기면 이 늑대를 주고, 내가 이기면 넌 내게 무엇을 줄 거지?”
남자의 말을 들으며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게임에서 이기면 테인을 데려오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남자의 말대로, 남자가 게임을 이겼을 때, 내가 무엇을 줘야 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긴장하지 않으면서, 일부러 툭툭, 내뱉는 말투로 말하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어떻게든, 망토 안의 얼굴을 바라보고 싶은데도, 고개를 살짝 기울여도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가 않았다.
“흐음….”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침음성에 입안이 말라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숨이 튀어나올 것 같은 걸 꾹꾹 눌러 담고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도, 너무 긴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게임에서 네가 바라는 건. 이 녀석의 목숨이니.”
남자의 목소리는 느리고, 덤덤하게 귓가에 들려왔다. 천천히 말하던 그가, 발밑에 있는 테인의 머리를 짓누르며, 수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가 웃고 있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기면, 네 녀석의 목숨 줄을 얻는 것도 괜찮겠지.”
“….”
“어떤가? 서로, 원하는 배팅인 것 같은데.”
돈이 아닌 배팅으로, 목숨을 배팅으로 하자는 말에 입안이 말라가는 것 같았다. 힐끔 남자의 발아래 밟혀 있는 테인의 머리를 바라보았다가, 보이지 않는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한숨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한숨을 눌러 담으며 남자를 바라보고 편안하게 웃으려고 노력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재미있네. 목숨을 배팅으로 하는 것도.”
다행히도,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어깨를 작게 으쓱하며,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는 한번 테인을 내려다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강해 보였던 테인이. 남자의 발아래 아무것도 못 하는 것도 신기했으나, 지금 테인을 버리고 도망가는 것도 싫었고, 그럴 수 있다 해도 남자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크으… 어… 수… 하지 마…!”
발아래서 꿈틀거리는 테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들어 올리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땅에 두 손을 짚고 일어나려고 하지만, 일어나지 못하는 테인이 목을 긁는 목소리로 내게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피에 묻은 모습과 다친 모습도 보이는데, 이상하지. 그렇게 비명을 지르던 어린아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아도, 어디에도 어린아이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언제 시작하는 거지?”
“…지금. 시작할 건데. 그 전에 머리 위에 올리고 있는 발을 떼 주면 좋겠는데.”
“흐응. 어차피 도망가지도 못할 테니. 상관없겠지.”
남자가 테인의 머리를 짓누르던 발을 떨어트렸다. 바닥에 엎어져 있던 테인이 떨리는 두 팔로 바닥을 짚으며 일어날 때, 남자는 테인의 목줄을 움켜쥐고 잡아끌었다. 테인이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남자의 손에 끌려갔다.
손끝이 움찔거리고,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뛰쳐나갈 수가 없었다. 여유로운 척, 동요하지 않아 보이는 척하려고 해도, 커다란 나무에 목줄을 매달아 단단하게 고정한 남자가 몸을 돌려 내게로 다가왔다.
“자. 그럼 시작할까?”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의 등 뒤로, 나무에 묶인 채로 벗어나려 하는지 손으로 목줄을 당기는 테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인상을 찌푸린 채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가…! 가라고! 난 죽어도 상관없으니까…!”
테인이 소리치는 말을 들으며 코앞까지 다가온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래서 룰이 어떻게 된다고 했지?”
목소리 하나는 좋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를 올려다보고 있는 상태로 주먹을 그러쥐었다가 풀며 웃었다. 손에 땀이 배어나는 것 같아, 바지에 티가 나지 않게 문질러 닦았다.
“이 게임 룰은 간단해.”
“말해.”
“내가 먼저 당신에게, 스킨십을 할 거야”
“스킨십?”
“그게 이 게임의 룰이니까. 내가 당신에게 먼저하고, 당신이 내게 같은 걸 하면서 더 강한 스킨십을 내게 하면 돼. 그걸 릴레이처럼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하는 게 룰이야.”
“이 게임에서 지는 건, 먼저 하나 쓰러지거나 포기하는 경우인가?”
“…맞아.”
모포를 치웠을 때, 얼굴이 잘생기기를 바랐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때 남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하더니, 손을 들어 올려 머리를 가리고 있던 모포를 뒤로 넘겼다.
“그럼 게임을 시작해 보지.”
“…좋아.”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을 때,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이 게임에 들어오면 모두 얼굴을 세세하게 조정 가능하니 평범한 사람들보다, 잘생긴 사람들밖에 안 보였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저렇게 잘생긴 얼굴은 처음이었다. 특별한 NPC라서 얼굴까지 특별한 건지, 은하수를 품은 것 같은 검은색 눈동자도 그랬지만, 머리마저 칠흑 같은 검은색이었다.
“…몸에 걸친 거, 벗어 줄래?”
“흐응. 좋아.”
쭉 뻗은 콧날도 그렇고, 얼굴도 잘생겼다. 확실히, 게임을 할 맛 난다고 생각하며, 남자가 모포를 벗는 것을 지켜보았다. 걸치고 있는 옷이 지저분하고 더러워서, 속 안의 옷도 더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에 입고 있는 옷은 비싸 보이는 셔츠와 깔끔한 검은색 바지였다.
“자. 네 말대로 벗었다.”
남자는 벗은 모포를 그대로 바닥에 내려놓았다. 남자가 바닥에 내려놓은 모포에 힐끔 시선을 주었다가, 손을 뻗어 남자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긴장해야 할 거야. 쉬이 지지는 않을 거니까.”
“재미있겠군, 언제나 길고 긴, 긴장감 넘치는 게임을 좋아하거든.”
“…그래?”
“이번 게임은 특이하고. 처음 해 본 게임이라. 더 즐거운 것 같군.”
투둑, 툭, 남자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냈다. 부드러운 재질의 셔츠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단추를 전부 풀어냈을 때, 남자의 단단한 근육질 몸이 그대로 보였다.
‘몸 하나는 진짜 좋네. 얼굴도 그렇고…’
단추를 전부 풀어내고 슬쩍 고개를 돌려 테인을 바라보았다. 눈가가 벌겋게 물들어서 날 쳐다보는 테인이 무언가 소리치는 것처럼 입을 뻐끔뻐끔하는데 그의 목소리가 단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게임에 방해될까. 목소리는 안 들리게 했다. 어차피. 들을 필요도 없잖아?”
“…맞아.”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벌어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가슴을 손으로 쓸었다. 처음은, 가볍게 시작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남자의 검은색 눈을 힐끔,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내밀어 움푹 들어가 있는 유두를 손톱으로 긁으며 다른 유두를 혀로 핥았다.
“…음….”
낮은 탄식과도 같은 신음을 들으며 혀를 함몰되어 있는 유두에 집어넣어 속 안에 숨어 있는 유두를 괴롭혔다. 손톱으로 유두를 괴롭히자, 힘이 들어간 유두가 점점 솟아올라 튀어나왔다. 손가락으로 튀어나온 유두를 괴롭히며 혀에 걸리는 유두를 빨아들이며 이빨로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큭….”
낮은 신음을 들으며 혀로 한 번 둥근 유두를 핥으며 얼굴을 떨어트렸다.
“…기분 좋았나 본데.”
“생각보다. 간지러워서. 이번엔 내 차례인 건가?”
“…맞아.”
“좋아.”
남자의 손이 뻗어져 수하의 옷을 움켜쥐었다. 억센 손길에 입고 있던 망토가 그대로 남자의 손에 벗겨져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남자의 힘으로 망토가 벗겨졌을 때, 몸이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 순간, 남자의 큰 손이 수하의 팔을 움켜쥐고 넘어지지 않게 지탱하듯, 날 잡아당겼다.
“몸이 갓 태어난 망아지처럼, 힘이 없네.”
흔들리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제대로 멈춰 서자, 남자가 무심한 얼굴로 가만히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좀 부드럽게 해 주면 안 되는 거야?”
“이런, 부드럽게 하는 것도 내기에 포함되어 있는 건가?”
“…아니.”
“그러면 굳이 부드러울 필요는 없겠군.”
팔뚝을 움켜쥐고 있는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아픔이 느껴졌다. 고통에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았을 때,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목 위로 느껴졌을 때, 비릿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주인이 아니라, 노예처럼 옷을 입고 있군.”
“…이건.”
“아니면, 다른 자와 한 번 게임을 하고 온 건가?”
남자의 손이 쿠퍼액으로 질척하게 묻어 성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부분을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움찔, 허리가 굳어지고 몸이 떨려 왔다. 긴장한 몸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입안에 타액을 모아 천천히 삼켜 냈다.
“그걸 내가 대답해 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그렇지. 대답할 필요도 없고, 굳이 궁금하지는 않아. 어차피 게임이니.”
남자의 손이 수하의 허벅지 위에 달라붙어 있는 하얀 잠옷을 붙잡아 그대로 잡아 올렸다. 움찔, 몸을 떨었을 때, 어깨까지 올라온 잠옷에 팔이 어중간하게 올라갔다.
“손들어.”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와 함께, 남자는 수하가 하나밖에 걸치고 있지 않던 옷을 그대로 벗겨 바닥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아무것도 입지 않고 나체로 서 있는 몸이 부끄러워서, 두 다리를 모았다. 무릎을 서로 부딪치며 두 손으로 발기되어 있는 성기를 움켜쥐었을 때, 남자의 고개가 천천히 수하의 가슴으로 내려왔다.
“흐음.”
남자의 숨결이 유두에서 느껴졌다. 흥분감에 단단해진 수하의 유두를 손톱으로 긁어내는 것 하나에, 찌르르한 쾌감이 유두에서부터 가슴까지 울리는 것 같았다. 움찔, 몸에 힘을 주며 한 걸음 물러나려 하자, 남자가 수하의 팔뚝을 붙잡고 있는 손안에 힘을 주고 내 몸을 당겼다.
“게임을 포기하려는 건가?”
발정 난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힘없이 비벼지는 발아래, 짓눌려지는 풀잎이 뭉개져 고개가 꺾어 버렸다. 남자의 검은 눈동자를 홀린 듯 쳐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나무에 묶여 있는 테인을 바라보았다. 쇠사슬을 당기며 날 바라보고 소리를 치는 테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다른 곳에 신경 쓸 시간이 있나 보군.”
“아… 읏!”
테인을 신경을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한순간 불룩 튀어나온 유두를 깨물고 어깨를 움켜쥐는 남자의 행동에 움찔, 몸을 떨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신음이 튀어나왔다. 입을 꾹 다물고 아랫입술을 이빨로 깨물며 짓눌렀다.
“하… 갑작스럽게 하면 좀 놀라는데….”
“이런, 내게 신경을 쓰지 않으니. 게임을 하는지, 유흥을 즐기는지 몰랐다.”
“…게임에 집중하면 되잖아?”
“그렇지.”
남자는 아프게 깨물고 있던 수하의 유두를, 그다지 아프지 않게 살살 치아로 툭툭, 건드렸다. 남자는 손아귀 안에서 작게 떨리는 몸뚱이를 내려다보며, 뜨겁고 축축한 혀를 내밀어 유두 주변을 핥았다.
“흐응….”
낮은 콧소리가 수하의 입에서 뱉어졌다. 남자의 두 눈이 빛이 났을 때, 남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두 눈이 빛이 나는 순간, 남자는 수하의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며. 수하를 바닥에 주저앉게 하듯, 힘으로 수하의 어깨를 눌렀다.
“윽…!”
수하의 무릎관절이 접혔다. 두 무릎이 흙바닥에 닿아 더러워지는 순간, 남자는 다리를 쭈그려 앉아 수하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남자가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으며, 수하의 파르르 떨리고 있는 입술을 힐끔 쳐다보았다.
“자. 이제 정말 내 차례이겠군.”
“…그렇지.”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가?”
“…그래. 하지만.”
수하의 눈이 들어 올려져 남자의 두 눈과 마주쳤다. 분명 동요하는 듯, 입가와 눈썹이 작게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티를 내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수하의 눈이 살짝 휘며, 흥분했다는 걸 숨긴 채로 남자를 향해 말했다.
“당신이 하는 행동이. 당신도 당해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돼.”
수하는 이 순간, 이 게임의 묘미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솔직히 그렇지 아니한가. 절대 누구에게도 당할 것 같이 생기지 않은 남자가, 자신의 구멍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순간, 자신도 남자의 구멍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을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 생각했다.
수하의 말의 뜻을 이해한 듯, 남자는 한동안 고민을 하는 얼굴을 하는 듯하더니. 손을 내려 수하의 가슴부터 아랫배까지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남자의 손끝에서 움찔움찔, 떨리는 수하의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그렇군. 이제 제대로 된 룰을 알 것 같군. 정말….”
중얼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내뱉는 목소리였지만, 남자와 가까이에 있던 수하에게는 그 목소리가 귓가에 박혀 오듯 들려왔다.
“재미있는 게임이야.”
남자의 목소리에 숨을 흡, 한순간에 들이켜고 살짝 내뱉었다. 덤덤하게 내뱉어진 목소리 같은데, 그 안에 깔린 질척한 감정이 느껴져서 손끝이 작게 떨려 왔다. 남자의 검은색 눈동자는 내 생각과 몸속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듯이 지켜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당신 턴인데 안 할 거야?”
수하가 천천히 말을 하고 어깨를 들썩거리는 순간이었다. 남자의 고개가 내밀어져, 수하의 목에 얼굴을 묻고 입을 벌려 아프지 않게 수하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남자의 입술이 닿아 있는 하얀 목이 작게 부르르, 떨려 왔다.
움찔움찔, 수하의 몸이 들썩거리며 움직일 때, 남자는 잇자국이 나 있는 하얀 목을 혀로 둥글게 핥으며 위로 핥아 올라가며, 볼록 튀어나와 있는 귓불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읏….”
낮은 신음이 수하의 입에서 내뱉어지는 순간, 남자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떨어졌다. 살짝 들뜬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수하를 가만히 내려다본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손을 뻗어 수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뭐 하지? 이제, 내 턴은 끝났는데.”
“…할 거야.”
이러다가 게임을 오래 지속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성관계를 하면 좋다는 생각과 함께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의 유두를 깨물었다. 낮은 앓는 소리와 함께, 몸을 작게 움찔 떠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 올려 입을 최대한 벌려 남자의 목을 아득, 소리 나게 깨물었다.
“윽… 이런, 난 이렇게 아프지 않게 깨물었던 것 같은데….”
비릿한 철 맛이 나는 목을 혀로 둥글게 핥으며 내밀었던 고개를 떨어트렸을 때, 남자의 목에 자리 잡고 있는 잇자국이 드러났다. 소리가 소리여서 그런지, 하얗게 변한 살갗 아래 잇자국 부분에 상처가 생겼는지 붉은 선혈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지는 내 맘이지.”
남자의 목덜미를 혀로 핥으며 귓불을 잘근잘근 깨물고 주변을 혀로 핥았다. 아마, 남자의 귓가에 츕츕, 야한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귓불에서 입술을 떨어트리자, 아까보다 남자의 미소가 짙어져 있었다. 아픔을 쾌락으로 느끼는 사람인가 생각하며 두 손을 뻗어 남자의 바지춤을 붙잡았다.
“이제 본게임이야.”
“흐응.”
“못할 것 같으면 게임 포기해도 상관없고.”
남자의 버클을 풀고 바지 지퍼를 내렸다. 하얀 속옷 위로 불룩 튀어나와 있는 성기는 확실히 발기되어 있는 상태였다. 골반 부분에 걸려 있는 팬티를 손으로 붙잡아 살짝 내리자, 남자의 성기가 팬티 밖으로 튀어나와 위아래로 흔들렸다.
“내가 못한다기보다, 네가 포기하고 싶은 건 아닌가?”
“…웃기네.”
“그러면, 더는 말은 그만하고 게임을 하는 것은 어떻지?”
“….”
남자의 말에, 수하는 벌렸던 입을 다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남자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던 수하는, 얼굴은 잘생겼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상체를 천천히 숙여 몸을 말았다. 남자의 녹록하고 뜨거운 성기가 코끝에 닿았다.
“할 수 있다면, 상관없어.”
작게 중얼거렸지만, 이 목소리를 남자가 들었을 거라 생각했다. 입을 최대한 벌리고 남자의 성기를 입안에 넣었다. 혀를 누르며 들어오는 성기를 옥죄고 눈을 천천히 감았다. 수하는 그 찰나의 순간 잠깐.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모두 성기가 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이 입을 작게 커스텀을 하긴 했으나, 모든 사람의 성기가 입술이 벌어지다 못해 턱이 아려올 정도로 성기가 컸다. 이건, 입이 작아도 성기가 큰 거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남자의 성기를 츕츕, 소리를 내며 빨았다.
“크읏… 읏….”
머리 위로 남자의 신음이 들려왔다. 테인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궁금했으나, 눈을 들어 올려도, 남자의 단단한 복근만이 들어왔다. 반쯤 떴던 눈을 다시 감고 고개를 천천히 더 밑으로 숙여 목구멍 깊이 남자의 성기를 빨아들였다.
“츄읍… 츕….”
“으… 읏….”
수하의 목젖 부분, 남자의 성기가 깊게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그 순간순간마다, 불룩 튀어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점점 빨라지는 고갯짓과 함께, 수하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숨을 제대로 쉬기도 힘든지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삼키지 못한 타액은 남자의 성기를 따라 밑동으로 흘러내렸다. 남자의 음모는 점점 타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하아….”
남자의 손이 수하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 순간, 수하는 입을 최대한 오므리고, 볼을 움푹 팰 정도로 남자의 성기를 조였다. 남자의 다리가 움찔 떨려오며, 결국 어중간하게 쭈그려 앉아 있던 남자가 흙바닥에 궁둥이를 닿고 앉았다.
“크… 윽…!”
남자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내뱉어지는 순간, 입안에 끈적이고 비릿한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남자는 꽤 오랜 시간 자위도 하지 않았는지, 입안에 머금어진 정액은 농도가 짙었고, 냄새도 심하게 느껴졌다.
“푸흐… 음….”
남자의 성기에서 입술을 떨어트리고, 입술 주변을 혀로 핥았다. 혀에 묻어 있는 끈적한 정액 때문에 입안이 텁텁해졌다. 목구멍으로 입안 가득한 정액을 삼켜 내도,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끈적거리는 느낌이 계속 남았다.
“꽤… 기분 좋았나 봐.”
손가락 하나를 입가 주변에 묻어 있는 정액을 닦아 냈다. 손끝에 묻은 진득한 정액은 손가락을 따라 밑으로 흘러내려 갔다. 혀를 내밀어 손가락을 따라 흘러내리는 정액을 핥아 먹으며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는 왜인지 아까랑 다르게 얼굴이 굳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이제 당신 턴인데…. 안 해?”
한 발 싸 버렸다고 끝나는 건가 싶었다. 몸도 좋은데 생각보다 정력은 안 좋은 걸지도 몰랐다. 수하는 남자를 말없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그는 입가에서 혀를 찼다. 아까와 다르게 능글맞았던 웃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수하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주춤 엉덩이를 뒤로 물리려 했다. 남자의 손이 뻗어져 수하의 어깨를 붙잡아 그대로 밀었다.
“어… 어…!”
수하의 상체가 기울어져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딱딱한 돌부리가 등을 긁는 느낌에 아릿한 고통이 올라왔고, 땀으로 끈적한 등에 들러붙은 흙과 모래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어쩌지?”
“…어?”
“게임은 내가 졌다는 걸로 하지.”
“뭐?”
“내기의 조건 그대로, 늑대의 목숨은 네게 넘겨주도록 하지.”
이렇게 어이없게 게임이 끝난다는 말에 입을 벌리고 남자를 말없이 쳐다보는 순간이었다.
[이벤트 퀘스트 홀짝! 너의 선택은?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테인의 목숨을 얻으셨습니다.]
[튜토리얼 (8) 히든 NPC의 마음을 함락시켜라!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발레리 수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락을 히든 NPC ???에게 선사했다. 방랑자 ???는 당신과 있으면 재미있는 일이 생겨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잠, 잠깐.”
정말 이대로 퀘스트가 끝이라고?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튜토리얼 (9) 아버지를 찾아가라.]
『발레리 수하는 밖으로 나와 히든 NPC 방랑자 ???의 호기심과 관심을 얻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방랑자 ???는 당신과 함께 발레리 저택으로 갈 것이다. 발레리 로데인. 아버지에게 찾아가 방랑자 ???를 당신의 스승으로 받아 달라고 말하러 가자.』
[이벤트 퀘스트 히든 NPC의 이름을 들어라.]
『도박과 게임을 좋아하는 방랑자인 ???는 당신과 게임을 하던 중, 이 게임을 지속하는 것보다 당신을 따라다니며 즐거운 게임을 더 하는 것을 원해 게임을 포기했다. 방랑자 ???는 여기서 그만두려고 하지는 않는다. 발레리 수하와 한번은 성관계를 하려고 하는 ???를 만족시키고 그의 이름을 들어 보자. 어쩌면 발레리 수하에게 인생의 한 번뿐인 좋은 기회를 선사할지도 모른다.』
「제한 시간 : 2:00」
《보상 : ???》
“내기를 그만뒀다고. 이걸 멈출 생각은 없어.”
남자의 진득한 목소리에 눈을 껌벅이며 손을 뻗어 남자의 팔뚝을 움켜쥐었다.
“잠, 잠깐만…!”
원치 않는 것도 아니었고, 솔직히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남자의 다리 사이에 보이는 성기는 확실히 커다란 것이었지만, 쉬이 이렇게 게임이 끝나는 걸 원하지는 않았다. 아직 게임의 ‘게’자도 하지 못한 것처럼, 시작조차 못 했는데 끝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말했지 않나. 끝낼 생각은, 없다고.”
남자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남자의 손이 뻗어져 수하의 어깨를 감싸 쥐고 천천히, 몸을 쓸어내렸다. 볼록 튀어나온 유두를 손끝으로 누르며, 바닥 아래 누워 있는 수하의 몸통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게임이 끝났고, 내기가 끝났다 한들. 멈출 생각은 없다 했는데.”
“누가….”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켜 내며, 유두를 툭툭 건들고 있는 남자의 팔뚝을 힘주어 움켜쥐고 있었다. 자신의 손끝은 작게 떨리고 있는데. 남자는 아프지도, 그렇다고 막히지도 않는지. 살짝 웃는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멈춘다고 했어? 나도 멈출 생각은 없는데….”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두 손을 뻗어 남자의 목덜미에 두 팔을 감고 힘주어 당겼다. 남자가 지지대 삼아 바닥에 짚고 있던 팔꿈치가 굽히며 주춤거릴 때, 수하는 다리를 움직이며 상체를 비틀었다.
“하아…?”
어이없는 남자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몸을 버둥이며 남자의 몸을 바닥에 눕히려고 했던 생각과는 달리, 남자의 몸은 요지부동 상태로, 가만히 엎드리고 있었다.
“…내가. 할 테니까. 당신은 가만히 누워 있지?”
“흐응… 그것도 궁금하기는 한데. 내가 굳이, 왜 그래야 하지?”
남자의 말에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어떻게 말을 해야 남자가 자신의 말을 듣고 바닥에 누워 줄지, 알 수가 없었다. 남자의 진득한 눈동자를 볼 때마다, 몸이 굳어진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닿는 빗장뼈도 간지럽고 열꽃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게 더, 재미있을 테니까.”
단 하나 분명한 건, 남자가 도박과 내기를 좋아하는 만큼, 즐겁고 흥미로운 걸 좋아한다는 것이다. 분명 그것 때문에 남자가 자신의 말을 듣고, 제 뜻대로 움직이는 것일 터였다.
“재미있다라….”
덤덤한 목소리에 약간의 즐거움이 묻어 있는 것이 들려왔다. 입안에 침이 고여 와 삼키고 싶었으나, 수하는 자신이 긴장한다는 것을 남자에게 걸리고 싶지 않았다.
“어때? 좋지 않아?”
손으로 힘주어 붙잡고 있던 팔뚝을 살살 문지르며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 수하는 자신의 몸 위에 올라와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웃을 때, 남자는 어깨를 살짝 으쓱거리며 뒤로 한걸음 물러 수하의 몸에서 떨어졌다.
“좋다. 재미있게 한다니. 기대되는군.”
남자는 그대로 수하의 몸에서 떨어져 근처에 궁둥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수하가 몸을 살짝 굽히고 남자를 바라보았다가, 나무에 시선을 옮겼다. 거칠게 쇠사슬을 잡아당기는 테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져 있었고, 무어라 소리치는 듯 커다랗게 벌린 입과, 핏줄이 도드라진 목선이 시선에 닿았다.
“안 하고 뭐 하는 거지?”
테인의 얼굴을 볼 시간은 부족했다.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을 때, 남자가 빨리하라는 듯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숨을 목 안에 삼켜내고 테인을 보던 시선을 떨어트려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즐겁게 해 주면.”
덤덤한 목소리 끝은 떨리지 않았고, 입 밖으로 나오는 목소리는 유혹하듯 작게 속삭이듯이 내뱉어졌다.
“당신. 이름 알려 줄래?”
손을 뻗어 남자의 볼을 붙잡아 손끝으로 부드러운 입술 선을 문질렀다. 히든 NPC. 지금까지 만났던 NPC가 플레이어였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NPC는 정말 NPC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발레리 수하에게 인생의 한 번뿐인 좋은 기회를 선사할지도 모른다.
수하는 이 글귀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좋아. 네가 내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면, 이름 정도는 알려 줄 수 있지. 인생은 도박이자 게임이니.”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 손으로 단단한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역시, 걸치고 있던 모포와 다르게 옷의 질감이나 결이 확실히 좋다고 생각했다.
“좋아. 나중에 질질 울지나 말라고.”
손을 내밀어, 눈앞에 꺼덕거리는 성기를 움켜쥐었다. 머리 위에서 들리는 낮고 탁한 신음을 들으며 손가락으로 남자의 귀두를 쓸어내리고 기둥을 감싸 쥔 채로 위아래로 부드럽게 흔들었다.
“크읏… 윽….”
“기분 좋은가 봐. 하얀 물이 흘러내리는데.”
쉬이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도윤과 도훈과 할 때는 이상하게, 자신이 가지던 주도권이 사라져 버렸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서는 절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찌걱찌걱 거리는 소리가 들려?”
수하가 손을 천천히 움직일 때마다, 남자의 귀두에서 흘러내린 쿠퍼액이 수하의 손가락에 묻어났다. 점점, 빠르게 흔드는 손과 맞춰 남자의 뜨겁고 커다란 성기가 흔들렸고, 귀두에서는 야한 물이 계속해서 기둥을 따라 흘러내렸다.
수하의 손가락에 진득한 쿠퍼액이 묻어났고, 흔들 때마다 살갗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찌걱찌걱, 야한 소리가 뒤섞였다.
“당신. 지금 기분 좋은가 봐?”
“하… 큭… 재미있네. 재미있어.”
“재미있다니. 다행이네.”
손끝에 힘을 주고 남자의 귀두 사이의 여린 살갗을 누르며 벌렸다. 약하게 들리는 신음 소리를 들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디가 약한지, 어디가 잘 느껴지는지 이미 자신의 성기로 자위하며 알고 있었다. 여린 살갗을 문지르며 손가락에 힘을 주고 남자의 귀두와 기둥이 연결되어 불룩 튀어나온 살갗을 살살 문지르며 힘을 주었다.
“크읏….”
앓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질척해질 정도로 남자의 쿠퍼액이 묻어났다. 손가락으로 남자의 성기를 살살 문지르며, 손아귀에 힘을 살살 주자 남자의 앓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남자의 손이 들어 올려져 수하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하아… 하아….”
나른한 숨결이, 뜨겁게 수하의 머리카락 위로 떨어졌다. 오소소, 목덜미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에 어깨를 살짝 들썩거리며,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기분 좋은 거 맞네.”
남자의 잘생긴 얼굴을 살짝 일그러져 있었고, 벌려진 입술 사이에서 뜨거운 숨이 계속해서 내뱉어졌다.
“하아… 아직. 좋은 거라 말하는 시간은 아니지.”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분명, 볼까지 붉은 홍조가 올라온 모습을 보면, 남자가 느끼고 있다는 건 보이는데. 자존심인지. 아니면, 느끼고 있다는 것이 걸리기 싫은 걸지도 몰랐다.
“이런… 난 쉽게 게임이 멈추는 걸 싫어해.”
“그러기엔. 내가 말했던 게임은 빠르게 포기했잖아?”
남자의 말과 행동이 달랐다. 남자가 쉬이 게임을 멈추는 것이 싫다고 말했으나, 아까 상황을 돌이켜 보면, 남자는 정말 빠르게 게임을 포기했었다.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말이야.”
게임을 빨리 끝내려고 고민은 했으나, 그렇게 빨리 끝내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시작의 ‘시’자도 못했는데, 끝나 버린 것이 아쉬웠다. 아쉬운 티를 팍팍 내며, 남자를 내려다보았으나, 남자는 그런 수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런, 아까 말하지 않았나. 난, 즐겁고 재미있는 걸 좋아한다고.”
“뭐?”
“네가 내 것이 되는 것보다는, 너와 함께 가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게임을 포기한 것뿐이다.”
“….”
“내 것이 되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즐거운 일이 사라질 것만 같으니.”
어깨를 감싸던 손이 천천히 움직여 수하의 하얀 나신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남자의 손가락이 수하의 둥근 어깨를 감싸 쥔 채로, 천천히 미끄러지듯 내려가, 불룩 튀어나와 옷 위로 도드라진 유두를 손톱으로 눌렀다. 수하의 상체가 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덤덤하게 바라보며, 남자는 입을 열었다.
“지금 하는 내기는, 네가 내 이름을 궁금해하는 것이니.”
손톱으로 긁어내고, 손가락 집게로 수하의 유두를 괴롭혔다. 남자의 손길에 수하의 몸이 움찔움찔, 떨리면서도, 남자의 성기를 위아래로 흔들며 자극시키고 있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하아….”
“제대로 된, 즐거움을 선사해야지.”
“아까랑은 다르게 쉽게는,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구나.”
“그래. 그러니 날 한번 즐겁게 만들어 봐.”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다, 손을 들어 올려 가슴을 지분거리는 남자의 손을 쳐냈다. 남자의 손이 잠깐 갈 곳을 잃은 듯, 허공에 머물다가 바닥으로 내려갔다. 한 손으로 남자의 어깨를 붙잡아 밀었다.
남자의 상체가 기울어지며 바닥에 누웠을 때, 수하는 남자의 골반 위에 궁둥이를 깔고 앉아 남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좋아. 즐겁게 만들어 줄게.”
수하는 나른한 숨을 내뱉으며 남자의 발기되어 있는 성기에 엉덩이를 문질렀다. 수하의 하얀 나신이 그대로 따듯한 햇빛에 내려앉아 은은하게 빛이 났을 때, 수하는 손으로 남자의 가슴을 누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기대하라고, 쉽게는 안 해 주는 거니까.”
덤덤하게 내뱉는 말과 함께, 남자의 두 눈이 붉게 물들어 가는 것이 보였다.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한 손으로 땀에 젖어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엉덩이를 들어 올려 남자의 성기를 툭툭, 건들며 한 손을 내려 단단한 남자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손끝에 남자의 뜨거운 성기가 감겨 오는 것만 같았다.
“후우….”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목에 걸려 왔던 숨을 내뱉으며 남자의 성기 끝을 구멍에 맞추었다. 손을 앞뒤로 살살 움직여 구멍 주변에 남자의 성기 귀두를 문질렀다.
벌렁거리는 구멍 끝이 남자의 귀두와 맞물렸을 때, 수하의 엉덩이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구멍이 벌어지고 남자의 귀두 끝을 천천히 삼켜 냈다.
“흐읏….”
불룩 튀어나온 귀두가 내벽을 문지르며 구멍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뜨겁고 단단한 귀두가, 아직 열기를 품고 있는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진득한 쾌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남자의 손이 뻗어져 수하의 허벅지를 문질렀고, 수하는 남자의 거친 손길을 느끼며 한 번에 남자의 밑동 끝까지 주저앉았다.
“아흑…!”
끝까지 구멍 안에 들어왔을 때, 아랫배에 절로 힘이 들어가 구멍을 조였다. 남자의 성기가 수하의 벌렁거리는 구멍에 달라붙었다. 불룩 튀어나온 귀두 끝은, 수하의 전립선을 두드렸다. 수하의 고개가 살짝 들어 올려졌고, 나른한 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하윽…! 읏…!”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일수록, 남자와 수하의 엉덩이가 부딪쳤다. 살갗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며, 수하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져만 갔다. 상체를 살짝 굽히고, 남자의 가슴 위에 두 손을 올려놓은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움직였다.
“크윽….”
“하아… 읏….”
흙바닥에 닿아 있던 무릎을 떨어트리고, 반쯤 쭈그려 앉은 상태로 엉덩이만 작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구멍 안에 남자의 귀두가 나왔다가 들어왔다가를 반복했다.
“크읏… 윽….”
수하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질수록, 남자의 입에서 낮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수하는 그 신음을 들으며 점점 더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두툼한 살갗이 연결되어 있는 성기 부분에서 흔들던 허리를 좀 더 내려, 남자의 밑동까지 구멍으로 집어삼켰다.
“흐윽… 읏…!”
허리를 그렇게 오래 흔들지도 않았지만, 수하는 아프고 당겨 오는 허벅지에 눈썹을 찌푸렸다.
“하… 크윽… 벌써… 움직임이 느려지는군.”
수하의 허벅지를 쓸어내리던 남자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하의 볼록 튀어나온 엉덩뼈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에 볼록 튀어나오는 뼈를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며 남자는 손끝에 힘을 주었다.
부드러운 수하의 살결이 남자의 손끝에 눌려 불룩불룩, 튀어나왔다. 힘주어 붙잡은 남자의 손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살결이 튀어나왔을 때, 남자는 손아귀에 힘을 주고 수하의 하체를 내리눌렀다.
“하으읏…!”
수하의 입에서 커다란 신음이 튀어나왔고, 반쯤 쭈그려 앉은 상태로 두 다리를 부르르 떨었다. 당겨오는 허벅지가 얼얼하고 아파졌을 때, 남자는 힘주어 수하의 허리를 들어 올렸다.
“잠… 잠깐!”
“후우….”
수하의 외침과 함께, 남자의 나른한 숨결이 내뱉어졌다. 남자는 흙바닥에 누워 있는 상태로 허리를 거칠게 움직였다. 퍽퍽, 살갗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공터에서 울렸다. 수하의 얼굴이 붉어지고, 반쯤 뜬 눈으로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벌어진 입은 닫힐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남자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남자의 골반에 주저앉은 엉덩이가 억지로 들어 올려져 그 위에서 몸을 들썩거렸다.
“흐… 아아…! 하으읏…!”
“크읏… 즐겁게… 해 준다 하지 않았나.”
남자의 신음과 수하의 신음이 뒤섞였다. 열기가 휩싸인 듯 점점 거칠어지는 남자의 허리 짓에 수하는 허리를 활처럼 휘며 몸을 부르르 떨 뿐이었다.
“하읏…! 아! 잠… 잠… 아흑!”
수하의 고개가 푹 숙여지고, 남자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수하의 손아귀에 셔츠가 잔뜩 구겨졌다.
“이런, 허리에 힘줘야지.”
남자가 혀를 작게 차며 상체를 살짝 들어 올렸다. 꼿꼿하게 서 있던 수하의 상체가 살짝 흔들렸다. 수하의 상체가 뒤로 기울여지는 순간 남자는 손을 뻗어 수하의 움푹 들어간 허리에 손을 감았다.
“아…! 아아…!”
밑동 끝까지 구멍 안으로 파고들어 온 순간, 곤두세웠던 무릎이 굽혀지며 바닥에 부딪쳤다. 허리와 엉덩이가 덜덜 떨려 왔을 때, 남자의 손이 엉덩이를 움켜쥐고 힘주어 붙들었다.
“흐… 아윽….”
“즐겁게 해 준다더니, 즐겁게 해 주는 게 아니라. 즐기고 있는군.”
“흐… 그러면… 가만히… 있으라고….”
입술을 이빨로 짓눌러 씹으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수하를 살짝 내려다보며 상체를 기울였다. 남자의 몸에 상체가 뒤로 기울어지자, 남자의 옷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풀러 남자의 목덜미에 두 팔을 감았다.
“잠. 잠깐만 기다려 봐…!”
“이런… 그러다가는. 즐겁게 해 주지 못할 텐데?”
“하… 가만히… 있으면!”
“방금도, 혼자 흔들다 멈추지 않았나. 혼자만 즐길 거라면, 내가 즐겁게 만들어 주지.”
“뭐…? 하윽…!”
남자가 허리를 차올리자, 수하의 몸이 들썩거렸다. 구멍 안에서 기둥 중간까지 빠져나갔던 성기가 다시 밑동 끝까지 파고들어 왔다. 수하의 허리가 부르르 떨려 왔고, 힘이 들어가 움푹 들어간 엉덩이가 잘게 움찔거렸다.
“흐… 아으….”
“덜덜 떨고 있는 게. 갓 태어난 망아지 같군.”
“…흐… 진짜로… 가만히 좀… 있으라고!”
결국 수하의 입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주도권을 잡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금방 주도권이 빼앗겼다. 테인도, 다른 형들과 메이슨, 로버트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주도권을 잡아 괴롭히고 싶었는데.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맛있게 먹고 즐기고 싶었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건들면 그대로 잡아 먹혀 버려서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내가… 내가 할 테니까!”
“흐음… 그럼 한번.”
수하의 짜증스러운 외침에도, 남자는 별다른 생각이 없는지 덤덤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못 움직이게 만들어 봐.”
“…뭐?”
“기다리는 건 적성에 맞지 않거든.”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주저앉은 상태로 허리를 움직였다. 수하의 손끝에 힘이 들어가 남자의 목덜미에 두 팔을 감은 상태로 팔뚝을 움켜쥐었다. 도톰한 입술을 깨물며 위아래로 몸이 흔들릴 때마다, 얼굴에는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턱선을 따라 목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찝찝하고 더웠다. 남자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점점, 더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며 자신이 생각을 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거칠게 허리를 흔들었다.
“하윽…! 아아!”
수하의 입에서 결국, 목구멍에서 눌러 담던 신음이 흘러나왔다. 새어 나온 신음을 삼킬 새도 없이, 빠르게 구멍 안에 박아 대는 성기 끝이 전립선을 두드리자 눈앞이 하얗게 전멸하는 것 같았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힘들었다. 쾌감에, 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등줄기를 따라 투명한 땀방울이 허리 라인을 따라 흘러내렸다.
“하으으…!”
“크윽….”
수하의 몸에 힘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남자의 성기를 옥죄였다. 구멍이 단단하게 조여서 주름이 쪼그라들었다. 그 주름에 밀려 나온 성기가 다시 퍽퍽, 소리를 내며 수하의 구멍 안에 박혀 들어왔다.
수하의 상체가 위아래로 거칠게 흔들렸고, 하늘 높이 쳐 들은 고개가 흔들렸다. 땀에 젖은 얼굴에 들러붙은 검은색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얼굴과 목덜미에 달라붙었다.
“아흑…! 아아!”
“윽… 조금… 만… 큭!”
남자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거친 숨소리가 목덜미에 닿았고, 남자의 움직임은 점점 더 빨라졌다. 수하의 몸이 떨리며,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가 남자의 복근에 문질러졌다. 여린 귀두 끝에서 흘러내린 애액으로 남자의 복근이 진득해졌다,
“흐… 아윽!”
수하의 살짝 튀어나와 있던 아랫배가 움푹, 들어가며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경련하듯 잘게 떨리고 있는 몸과 함께, 수하의 몸이 크게 휘며 남자의 복근에 진득한 정액을 쏟아 냈다.
“하으으… 아아아!”
구멍에 힘이 단단하게 들어가 남자의 성기를 쪼여 대자, 남자의 얼굴이 살포시 구겨지며 작은 욕설을 내뱉었다.
“큭….”
낮은 신음과 함께 수하의 구멍 안에 정액을 뿌려 넣은 남자는 그대로 상체를 기울였다. 수하의 등에 거친 흙과 모래 알갱이가 들러붙었다. 거슬거리는 모래를 떨어트릴 수조차 없었다.
제대로 쉬지 못했던 숨을 몰아쉬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하으… 하아… 하아….”
“후….”
남자가 얼굴에서 흘러내린 땀을 손등으로 대충 훔치며 구멍 안에서 성기를 빼내었다. 반쯤 주저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관계를 하지도 않은 것처럼 옷을 추슬러 입고 있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하… 으….”
“즐겁지는 않았으나, 흥미로우니 내 이름을 알려 주지.”
풀었던 단추도, 발기되어 정액에 범벅이 되어 있던 성기도 숨겨 버리는 남자를 바닥에 누워 있는 상태로 올려다보았다.
“내 이름은, 레위스다. 네 이름은 무엇이지?”
[이벤트 퀘스트 히든 NPC의 이름을 들어라.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 : 반지》
“…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