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쓰는 필모그래피-201화 (201/224)

<다시 쓰는 필모그래피 202화>

202화. 유종의 미를

『내 아내는 처녀귀신』은 2화에서 9.3%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대답하라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 2화에서 기록했던 8.9%의 시청률을 뛰어넘은 TV Y 자체 신기록이었다.

1화에 이어 다시 한번 대답하라 시리즈의 아성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에 언론에서는 『내 아내는 처녀귀신』이 대답하라 시리즈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거라며, 작정하고 대답하라 시리즈와 『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라이벌 구도를 부각시켰다.

TV Y의 드라마가 주목받게 된 계기가 대답하라 시리즈였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심지어 몇몇 언론사에서는 대답하라 시리즈를 총괄하는 PD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해당 PD는 인터뷰를 통해 불쾌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대답하라 시리즈와 『내 아내는 처녀귀신』을 비교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내 아내는 처녀귀신』은 연출, 특수효과, 스토리, 캐릭터, 캐스팅 라인, 연기, 심지어는 OST까지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다시 나오기 힘들지도 모르는 명작이란 말입니다.”

대답하라 시리즈와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내 아내는 처녀귀신』에 대한 평가절하라는 게 그 이유였다.

대답하라 시리즈의 PD뿐만이 아니었다.

배우와 PD를 비롯한 수많은 연예계 종사자들이 『내 아내는 처녀귀신』 의 본방 사수 후기를 남기며 자연스레 홍보에 힘을 더해 줬다.

일각에서는 공중파에서 방송했다면 최고 시청률 50%을 가뿐히 넘었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덩달아 『내 아내는 처녀귀신』가 방송 3사로부터 거절을 당하거나 기대 이하의 조건을 제시받았고, 그 이유가 귀신과 퇴마 등의 판타지 요소 때문이라는 게 김희숙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그 즈음.

TV Y에서는 드라마 작가 중 역대 최고 조건으로 김희숙 작가와 두 작품을 더 하게 될 예정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TV Y, 김희숙 작가와 두 작품 더 한다.

-사실상 전속 계약 김희숙, 역대 최고 대우 보장받다.

-러닝 개런티까지 포함된 계약, TV Y와 김희숙 작가의 동행은 이어진다.

-TV Y는 어떻게 김희숙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줄줄이 쏟아지는 기사를 보며 TV Y 국장의 입꼬리가 실실 올라갔다.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좋아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몇 년 전.

그는 막 드라마국 국장이 됐을 당시, 김희숙 작가와 이유 불문하고 여러 작품을 계약해야 한다고 목에 핏대를 세운 채 주장했다.

오랜 진통 끝에 그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 아내는 처녀귀신』이라는 대박 드라마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사실 TV Y가 김희숙 작가를 데려올 수 있었던 데에는 약간의 운이 따랐다.

김희숙 작가는 『내 아내는 처녀귀신』을 방송 3사 중 한 곳에서 방영하기를 바랐지만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고, 한창 스트레스를 받던 차에 그 틈을 TV Y가 제대로 파고든 게 주효했다.

‘방송 3사는 김희숙 작가님을 못 잡은 걸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실컷 후회해라. 너희가 안주하는 사이, 우리는 최대한 치고 나갈 테니까. 드라마에 있어서만큼은 너희에게 밀리지 않을 거다.’

TV Y의 목표는 명확하다.

좋은 드라마를 많이 배출해서 드라마 명가 이미지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에 한해서만큼은 방송 3사와 대등한 경쟁을 펼칠 힘을 얻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좋은 드라마가 많이 들어와야 한다. 단순히 의욕만으로는 해결되는 게 아니라, 재능 있는 작가들이 TV Y를 선호하게 만들어야 한다.

TV Y 드라마국 국장은 대답하라 시리즈로 기반을 다진 상황에서,『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대박과 김희숙 작가와의 추가 계약이 날개를 달아 줄 거라 확신했다.

‘5년. 그 안에 모든 작가들이 함께 작품을 하고 싶은 방송국으로 만들고 말겠어.’

*   *   *

결과적으로 『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상승세는 TV Y, 그리고 언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랐다.

3화에서 10.5%를 기록하며 10%를 고지를 돌파하더니, 5화에서는 14.5%로 15%를 눈앞에 두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6화에서 16.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변 없이 최고 시청률 15% 돌파에 성공했다.

상승세를 막을 어떠한 논란과 문제도 없었다.

이쯤 되니『내 아내는 처녀귀신』과 대답하라 시리즈를 비교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었다. 워낙 폭발적인 속도로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보니 동시간대에 방영하는 공중파 드라마들과 비교해야 할 정도였다.

이에 TV Y드라마국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시청률의 상승에 따라 광고 단가가 상승했고, 덕분에 추가 편성한 제작비도 10화 전후로 모두 회수가 가능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즉, 11화부터 최종화까지의 광고 판매료는 온전히 TV Y의 수익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11화 전후로 상승세를 타야 TV Y 입장에서는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상황.

TV Y 국장은 상승세를 낙관했다.

‘다음 주면 STS의 『메스』가 끝난다. 다른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내 아내는 처녀귀신』보다 낮으니, 탄력만 받으면 20%는 물론이거니와 30%도 생각보다 빨리 노려 볼 수 있을지 몰라.’

『메스』로맨스를 철저하게 배제한 의학 드라마로, 응급실의 현실과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10%대에 머물던 시청률은 입소문을 타면서 12화를 기점으로 20%를 돌파했고, 종영을 일주일 앞둔 22화에서는 마침내 최고 시청률 30% 돌파에 성공했다.

그 와중에 『내 아내는 처녀귀신』이 15% 돌파에 성공하며, KNC와 MBS의 금토드라마는 한 자리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굴욕을 겪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돌파구마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메스』의 종영 후 상승세를 노리기에는 현재 『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화제성이 너무 컸다.

단적으로 음원 성적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6화까지 공개된 『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OST는 도합 세 곡인데, 대한민국 최고 규모의 음원 사이트인 워터멜론에서 나란히 1위부터 3위까지를 차지했다.

음원 순위는 드라마 인기의 척도다.

인기 있는 드라마의 모든 OST가 대박 나는 건 아니지만, OST가 대박 난 드라마는 반드시 흥행한다.

심지어 한 드라마의 OST가 음원 사이트 실시간 순위 1위부터 3위까지를 장악한 경우는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OST가 드라마의 분위기와 어울리게 잘 뽑힌 건 맞지만, 드라마의 화제성이 워낙 엄청나기에 덩달아 OST가 흥행한 거라고 보는 게 맞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시청률은 갈수록 상승할 거고, 후반부에도 좋은 OST는 많이 남아 있으니까. 시청률 20%를 언제 돌파하느냐에 따라…… 정말로 30%도 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TV Y 드라마국은 『내 아내는 처녀귀신』가 최고 시청률 30%를 돌파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운이 따르면 25%는 가능하겠지만, 30%는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로는 달성 불가능한 수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 이상으로 가파른 시청률 상승 추이를 보며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마침내 6화의 방영 직후.

TV Y 드라마국은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거, 우리가 홍보에 힘을 실어 준다면 최고 시청률 30%를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

『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8화가 방영하는 날.

『메스』는 최고 시청률 32.3%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채 종영했다. 매 순간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준 주연 배우의 연기대상 수상은 보너스였다.

2014년 1월 4일 토요일.

『내 아내는 처녀귀신』이 최고 시청률 21.1%를 기록하며 마침내 20% 고지를 넘어섰다.

방영 10화 만에 맺은 결실이었다.

*   *   *

신년이 되자 『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촬영 스케줄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남은 신은 10개 남짓이었고, 재촬영해야 할 신 또한 10개 정도 있었다.

빠르면 며칠, 길어도 열흘 안에는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스케줄이었다.

촬영이 막바지에 다다르면 다다를수록 배우들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짙어져 갔다.

‘다들 입이 귀에 걸렸네. 하긴, 길었던 촬영의 끝이 보이기도 하거니와, 시청률이 워낙 좋아야 말이지.’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은 게 당연했다.

최고 시청률 20%를 돌파했고, 해외 포상 휴가와 시청률 대박에 출연료 추가 지급이 일찌감치 확정됐으며, OST가 음원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을 정도로 『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인기가 뜨겁다.

오죽하면 주연과 조연뿐만 아니라 단역마저도 인기를 얻을 정도다.

김희숙 작가가 집필한 모든 드라마가 인기를 누렸지만, 『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화제성은 그 정도가 유독 남달랐다.

어딜 가나 『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OST가 들리고, 인터넷을 조금만 해도 『내 아내는 처녀귀신』과 관련된 기사를 볼 수 있을 정도였으며, 한국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이미 12개국 수출까지 확정된 상황.

안시현은 이토록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드라마를 뭐라고 호칭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국민 드라마.

『내 아내는 처녀귀신』은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국민 드라마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 인기가 엄청났다.

다만 회귀 전보다 지금의 상승세가 더 빠른 상황.

이에 안시현은 한 가지 기대를 품었다.

‘종영 전에 최고 시청률 30% 넘을 수 있으려나?’

『내 아내는 처녀귀신』은 18화로 종영된다.

변동사항은 없다. 시청률과 무관하게 김희숙 작가는 18화로 매듭지을 것이라 못을 막았고, TV Y가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TV Y 입장에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청률로 인해서 연장의 유혹을 떨치기 힘들었을 터였다.

실제로 연장 논의가 은밀히 진행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나 드라마국 국장이 결사반대를 하며 설득한 끝에 연장 논의는 자연스레 가라앉았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멍청한 짓을 하는 게 아닌, 장기적으로 김희숙 작가의 작품이 TV Y에서 계속 방영될 수 있도록 포석을 깔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남은 회차는 8화가 전부다.

회귀 전에 『내 아내는 처녀귀신』가 『메스』의 종영 이후 마땅한 경쟁작이 없어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걸 감안하면, 시청률 30% 돌파도 마냥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뭐…… 시청률이야 내 손을 벗어난 영역이니까. 일단은 촬영에 집중하자. 마지막 신을 남겨 두고 있는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둬야지.’

안시현은 이제 한 신의 촬영만을 남겨두고 있다.

따라서 촬영장에 있는 시간보다 외부 스케줄을 소화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내 아내는 처녀귀신』의 흥행으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린 건 김진모와 김겨울이지만, 안시현이 얻은 수혜 또한 만만치 않았다.

『내 아내는 처녀귀신』에서 안시현의 출연 분량은 김진모의 4분의 1이 채 안 될 만큼 적었지만, 존재감만큼은 김진모에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출연 분량이 적은 만큼 매 신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고, 급기야 조연임에도 시청자들로부터 사실상 주연 취급을 당하게 됐다.

오죽하면 중간 광고 전에 퇴마사 이환이 안 나오면 섭섭하다는 이야기마저 나올 정도였다.

덕분에 안시현은 주연을 맡았을 때만큼이나 많은 외부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마지막 신을 대충 촬영할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외부 스케줄을 소화하며 시간이 나는 대로 안시현은 대본을 손에 쥐었다. 스케줄이 끝난 뒤에는 집이 아니라 촬영장 근처의 숙소로 향했다.

1분 1초라도 더 연습하기 위해 말이다.

너무 많이 봐서 겉이 너덜너덜해져 테이프를 몇 번이나 붙여 놓은 대본은 뚫어져라 쳐다보며, 안시현은 속으로 다짐했다.

‘후반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이니만큼 무조건 원테이크로 끝내겠다는 각오로 촬영에 임한다.’

다시 한번 몰입도를 끌어올리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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