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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왕자님의 애인 찾기 (2/35)

2. 왕자님의 애인 찾기

MOON 동물병원의 진료접수실장인 박희선은 아침 회의 후 진료 예약 일정을 확인하고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병원 진료시간은 20분이나 남아 있었다.

전날 밤부터 상태가 나빠진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거나 급한 문의 전화가 연이어 걸려오는 날은 진료시간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바빴다. 다행스럽게 오늘은 그런 날이 아닌 듯했다.

그녀는 옆에 앉아 클립보드에 진료 기록지를 끼우는 인턴을 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할 말 있으면 지금 하세요.”

인턴은 그녀의 말에 놀라 손을 멈췄다.

출산 휴가 중인 수의간호사를 대신해 2주 전부터 출근한 스물한 살의 인턴은 표정을 숨길 줄 몰랐다. 출근 후 잔뜩 들떠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 할 말을 참고 있는 어린아이 같아 내내 신경 쓰였다.

“저, 어제부터 나오신 서 선생님이요…….”

“서 선생님이 왜요?”

“부원장님 동생이면 원장님 아들이에요?”

“네, 원장님 아들이에요.”

박희선은 볼을 붉히는 인턴을 보며 “망할 서씨 남매”라고 조그맣게 투덜거렸다.

이곳은 그녀가 반평생을 보낸 직장으로 내년이면 근무한 지 딱 20년이었다. 원장인 문현정의 가정사에 훤한 것은 물론 문현정의 자식들이자 수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서도희와 서도운은 친동생보다 가까웠다. 20년 동안 이런 일은 셀 수도 없이 보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잘 알고 있었다.

“혹시 서 선생에 대해서 뭐 들은 거 있어요?”

단발머리에 서늘한 눈을 한 선배의 말에 젖살이 남은 동그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대답을 못 하고 어물거리고 있는 모습에 박희선은 긴 한숨을 쉬었다.

“이건 내가 서도운 선생 본인에게 부탁을 받아서 말하는 거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서도운 선생, 게이예요.”

“네?”

“서도운 선생은 남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예요.”

동그란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가 새하얗게 변했다. 박희선은 빠르고 선명하게 감정을 보여주는 인턴의 얼굴색이 신기했다.

“저, 그, 다른 선생님이……, 그런 말 안 하시고, 제가 서 선생님 취향이라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떠듬거리는 말에 박희선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명진 선생이죠? 5층 임상병리실장님이요.”

인턴의 눈가에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물이 고개를 끄덕이자 떨어졌다.

“이 선생, 이 새끼…….”

그녀는 씩씩거리며 전화를 들어 임상병리실 내선 번호를 눌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이 새끼’로 시작해 ‘개새끼’로 욕을 마친 후 전화기를 내려놨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인턴은 존경하는 선배의 걸쭉한 욕에 놀라 울음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명진 선생이랑 서도운 선생이 동창이라 친한데……. 아니지, 여기 수의사가 전부 S대 출신이니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네.”

S대 수의학과 동문회나 다름없는 병원상황을 떠올린 박희선은 머릿속에서 말을 정리했다.

“서도운 선생은 커밍아웃한 게이고, 이 병원 관계자는 서도운 선생이 게이라는 걸 다 알아요. 서 선생이 게이란 걸 모르고 반하는 여자가 굉장히 많은데, 이 선생이 이걸 가지고 장난을 많이 쳐요.”

“장난이요?”

인턴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오르자 박희선은 재빨리 옆에 있는 티슈를 뽑아 내밀었다.

“서 선생 처음 봤을 때 어땠어요?”

티슈를 건네받은 인턴은 울음소리와 함께 알아듣지 못할 말을 이어나갔다. 박희선은 알아듣지 못해도 대충 뭐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맞아요, 서 선생 잘생겼어요. 친절하고 잘 웃고 예의 바르고……. 다들 그래서 반하거든요. 맘 상하지 말고, 내가 이 선생은 따로 혼내줄게요.”

그녀는 훌쩍이는 인턴을 직원대기실로 보내고 무거워진 뒷목을 주물렀다.

미칠 노릇이었다.

박희선은 낌새가 이상한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붙잡고 서도희가 애 딸린 유부녀이며, 서도운은 게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이루어지지 않을 짝사랑과 불가능한 연애를 꿈꾸는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오지랖이었다.

그것은 직장 내에서 늘 일어나던 참사를 미리 막아주었기에, 서씨 남매는 물론 원장이자 어머니인 문현정과 대다수의 직원이 그녀의 오지랖에 감사했다.

그러나 한두 번도 아니고 매 시즌마다 늘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으니 이쯤 되면 재앙에 가까웠다. 그녀가 문현정 원장을 이모처럼 여기지 않았다면, 서도희와 서도운을 동생처럼 생각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연봉이 아니라면, 벌써 병원을 그만뒀을 터였다.

MOON 동물병원은 본원을 포함해 수도권에 세 곳, 지방에 네 곳의 지점을 가진 기업형 동물병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반려동물 심장 클리닉을 소유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돈을 주면서까지 공부를 시키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교육기간 동안 보너스를 지급하고 자격증이 늘어나면 월급도 늘어나 그것을 즐기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공부하는 데 질려서 도망갔다.

특히 수의간호사의 경우 MOON 동물병원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수술보조부터 임상병리, 보호자 상담까지 못 하는 게 없어 ‘수의테크니션 양성소’라고 불렸다. 덕분에 업계 구인란에 ‘MOON 동물병원 출신 수의테크니션 구함’이라고 광고가 실릴 정도였다.

진료접수실장인 박희선 또한 병원 측의 지원으로 미국에서 수의테크니션 과정을 마친 것은 물론, 상담심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음에도 병원 운영진의 집요함에 치를 떨었다. 그녀는 소위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인간들이 병원을 운영하니 이런 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병원을 운영하는 3대가 S대 수의학과 출신으로, 심장, 호흡기 수술은 대학병원보다 잘한다고 소문나 있고, 미디어에서 수의사 인터뷰가 필요하면 그들을 찾아오니 자타공인 최고의 동물병원이라 할 만했다.

MOON 동물병원에 대한 특이점은 그것으로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머리 좋고 동물을 좋아하는 것 외에는 평범한 1대, 2대와 달리 3대인 서씨 남매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현 MOON 동물병원 원장인 문현정은 ‘신의 축복을 받은 외모를 가진 남자’와 결혼했다. 태어난 두 아이는 부계와 모계의 특징을 모두 이어받아 축복받은 외모에, 놀랄 정도로 머리가 좋고, 심각하게 부자였다.

너무나 잘난 그들은 연애나 사랑에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서도희는 스물세 살에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서도운은 고등학교 때 커밍아웃을 했다. 그 후 15년이나 지났지만 남매는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라, 유부녀임에도 결혼해 달라고 남자가 쫓아오거나 게이라고 말해도 여자가 울면서 매달리는 일이 허다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잊을만하면 경찰을 부를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럴 때마다 난장판이 된 병원을 정리하는 건 박희선의 몫이라 가끔 서씨 남매를 볼 때면 치가 떨렸다.

박희선은 한숨을 쉬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병원 진료시간이 시작된 것을 알았다. 정말 오랜만에 맞는 평온한 아침인 듯 진료 예약 문의 전화도 오지 않았다.

그녀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 오늘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타인이 멋대로 반하는 게 남매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사정도 모르고 반한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명진의 장난과 그에 동조하는 다른 직원들까지 가만히 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녀는 점심시간에 전 직원 앞에서 이명진 선생의 등짝을 멍이 들도록 후려치기로 마음먹었다.

* * *

동물병원 뒤쪽에는 입원 중이거나 내원한 동물들을 위한 넓은 잔디공원이 있었다. 잔디공원 주위로 설치된 펜스에는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커다란 자물쇠가 달려 있었지만, 늘 이곳으로 드나드는 사람이 있었다.

서도희의 딸이자 서도운의 조카인 백도경은 언제나처럼 잔디공원의 출입구를 열고 뒤뜰을 통해 대기실로 들어왔다. 박희선에게 인사를 하러 진료접수실 쪽으로 가려다 걸쭉한 욕설에 발을 멈췄다.

진료접수실장인 박희선은 흥분하거나 슬퍼하는 보호자를 부드럽고 차분한 어조로 토닥여주는 존재였다. 그런 그녀가 욕을 한다면 분명히 서도희나 서도운이 관계된 일이 뻔했다.

백도경은 오늘 욕을 먹을 이는 엄마일까, 삼촌일까 궁금해하며 대기실 모퉁이에 숨어 귀를 기울였다. 박희선의 말을 들으니 접수실의 인턴이 삼촌에게 반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박희선이 욕을 하는 이는 엄마나 삼촌이 아닌 이명진이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자신의 삼촌에게 톡을 보냈다.

[백도경 : 삼촌 여기 난리야]

[서도운 : 왜?]

[백도경 : 진료대기실? 진료실?]

[서도운 : 진료실]

백도경은 달려가는 오리 이모티콘을 보낸 후 진료접수대 너머 박희선을 향해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진료실 6’이라는 명찰이 달린 진료실을 향해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긴 생머리를 팔랑이며 진료실로 들어선 백도경은 모니터를 보고 있는 삼촌을 향해 보호자용 의자를 바싹 끌어 앉았다.

“삼촌, 명진 삼촌이 또 한 건 했어.”

“명진이가 뭘 했는데?”

서도운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백도경은 엄마와 삼촌을 꼭 닮은 짙은 쌍꺼풀이 있는 눈을 예쁘게 휘며 웃었다.

“접수실 인턴한테 삼촌이 관심 있다고 거짓말했나 봐.”

“대학교 때 하던 장난을 아직도 하는 건가? 걘 대체 언제 철들려고 그러지…….”

두 사람이 얼마나 친한지 아는 백도경은 서도운의 불평에 킥킥거렸다.

“박 실장님이 명진 삼촌한테 ‘개새끼’라고 욕했어.”

“개새끼가 욕이야? 칭찬이지. 근데 학교는 어쩌고 여기 있어?”

인근 여자 중학교 교복을 입은 백도경은 서도운의 시선을 피하며 손에 든 휴대폰을 쳐다봤다.

“……조퇴.”

“9시 20분인데 무슨 조퇴야?”

“……자체 휴강.”

“중학생이 무슨 자체 휴강이야?”

서도운의 물음에 동그란 이마 아래의 예쁜 눈썹이 찌푸려지며 입술이 툭 튀어나왔다.

“새 담임이랑 안 맞아서 학교 못 다니겠어.”

“개학한 지 2주밖에 안 지났는데 뭐가 안 맞아?”

“지난주에 상담했는데 나한테 막 이상한 소리를 하잖아.”

“뭐라고 했는데?”

핀잔을 주던 서도운은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열다섯 살의 백도경은 가족들의 눈에만 예쁜 아이가 아니었다. 서도희가 워낙 화려한 미인이라 엄마에 비해 자신은 못생겼다고 투덜거리지만, 자그마한 체구에 커다란 눈, 작은 콧방울과 빨간 입술이 꼭 인형같이 보였다.

“내가 우리 집이 엄청 부자라서 공부 같은 거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래도 고등학교는 가야 한다잖아.”

그는 사랑스러운 조카의 말에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1학년 때 담임은 이렇게 말하니까 바로 알아들었거든. 이번 담임은 내 말을 못 알아들어. 삼촌, 재산세 나온 거나 토지등록증 같은 거 담임한테 보여줄까?”

“음……, 삼촌 생각에는 좋은 선생님 같아. 삼촌은 네가 고등학교도 못 갈 거라고 생각하거든.”

백도경은 그의 말에 볼을 부풀리며 인상을 썼다.

“1학년 때 담임이 고등학교는 성적 나빠도 갈 수 있다고 했어!”

“도경아, 성적은 나빠도 되는데 출석 일수는 채워야 돼. 삼촌이 공부는 안 해도 되니까 학교는 가랬잖아.”

“검정고시 보면 안 돼? 학교 가기 싫어.”

서도운은 인형 같은 얼굴로 칭얼거리는 조카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럴 때 보면 원수 같은 매형과 다름없었다.

서도희의 남편이자 백도경의 아버지는 뮤직비디오와 TV 광고 감독인 백경이었다. 백경은 업계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동시에 ‘징징거리는 애새끼’로도 유명했다. 뜻대로 안 되면 주위 사람들에게 칭얼거리며 짜증을 유발하는 존재였다.

정말 싫어하는 매형과 판박이라도 그는 하나밖에 없는 조카를 매우 사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해도 참혹한 현실은 인정해야 했다.

그는 자신이 업어 키운 조카가 일곱 살이 되던 즈음, S대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3년이 지나 열 살쯤 되니 ‘인 서울’만 돼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시 3년쯤 지났을 땐 대학을 못 갈 거라고 확신했다. 지금은 고등학교만 가도 다행이다 싶었다.

서도운은 입술을 삐죽하게 내밀고 있는 백도경의 동그란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부드럽게 웃었다.

“중학교만 졸업해. 졸업하고 나면 삼촌이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줄게.”

삼촌의 손길에 백도경은 배시시 웃었다.

“일어나, 학교까지 바래다줄게.”

“오늘은 진료 없어?”

“인사할 곳도 있고 세미나랑 컨퍼런스 일정도 있어서 진료는 6월부터 시작할 거야.”

서도운의 말에 백도경은 그의 허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볐다. 그는 매달린 백도경을 업고 진료실을 나왔다.

“전 이대로 퇴근 하겠습니다. 일 생기면 연락주세요.”

대기실을 나서며 박희선에게 인사하자 백도경도 등 뒤에서 손을 흔들었다. 박희선은 서도운이 백도경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알기에 다 큰 조카를 업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도 그저 웃기만 했다.

병원을 나서며 그는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삼촌이 매일 업어서 학교 바래다줄까?”

“정말? 그럼 매일 학교 갈게.”

백도경은 삼촌의 목에 바싹 팔을 두르고 매달렸다.

엄마인 서도희는 그녀가 다섯 살 때쯤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아빠인 백경은 서도희가 보고 싶다며 딸을 서도운에게 맡기고 그대로 미국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서너 달마다 한 번씩 보는 부모는 낯설었고 그 낯이 익기도 전에 다시 떠났다.

5년 후 귀국한 엄마, 아빠는 이젠 자신들과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에겐 외삼촌이 아빠고, 외할머니가 엄마였다. 외삼촌과 외할머니에게서 자신을 떼어놓으려는 엄마, 아빠가 너무나 미웠다. 백도경은 밤새 울다 결국 응급실로 실려 갔다. 깨어난 그녀에게 엄마는 전처럼 외할머니 집에서 살아도 된다고 말했다.

15살이 되어도 그녀는 여전히 엄마, 아빠란 존재가 어색했다.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외삼촌이었고 외삼촌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으면 했다.

“삼촌, 이번에 새로 온 선생님들 중에 생물이 좀 잘생겼어. 근데 생물이 1학년 수업만 들어가서 내가 1학년 수업할 때 숨어서 같이 들었거든. 키도 크고 목소리도 괜찮았어.”

서도운은 백도경의 말에 잠시 혼란을 느꼈다.

“……원래 무슨 수업이었어?”

“국어.”

“도경아, 학교 가서 그냥 자. 그냥 네 자리에 앉아서 계속 자다 와.”

“그래도 돼?”

“어차피 전교 꼴찌잖아.”

“응.”

백도경은 그의 목을 꼭 감으며 어깨에 턱을 괴었다.

“생물한테 애인 있는지 물어볼까?”

“하지 마! 절대 하지 마!”

서도운이 고개를 돌려 버럭 소리를 지르자 백도경은 비죽하니 입술을 내밀었다.

“삼촌, 빨리 애인 사귀어. 삼촌만큼 잘생기고, 엄청 착하고, 머리 좋은 남자로.”

귓가에 들리는 조카의 목소리에 그는 한숨을 삼켰다. 얼마 전에 만났던 양원구의 말이 떠올랐다.

“어딘가 삼촌 짝이 있을 거야. 아직 못 만나서 그래. 만나면 삼촌이 무조건 잡을게.”

“응, 꼭 잡아. 잡아서 도망 못 가게 묶어놔.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구청에 등록도 하고 인식칩도 꼭 하고.”

서도운은 그녀의 말에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렸다.

백도경은 삼촌의 웃음소리에 허공에 뜬 발을 달랑거렸다. 그녀는 서도운이 짝을 만나 목줄을 묶어 곁에 매어두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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