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침대 위의 세상
침대에 이르자 정선우는 취한 사람처럼 쓰러졌다. 서도운은 정선우의 팔을 끌어당겨 앉혔다.
“옷 벗고 누워.”
몸을 늘어뜨리고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정선우의 모습에 처음 술에 취했을 때가 생각났다.
“벗겨줄까?”
정선우는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매를 당겨 재킷을 벗겨 침대 발치에 두고 넥타이 매듭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당겼다. 느슨해진 넥타이를 목에서 벗겨내 매듭을 풀고 있는 그에게 정선우는 약간 쉰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 형이랑 섹스할 수 있어?”
“또 하고 싶어?”
정선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거 말고, 진짜 섹스.”
“삽입 섹스를 말하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정선우의 표정은 긴장한 듯 보였다.
“때가 되면.”
서도운은 무릎을 꿇고 정선우의 발을 들어 양말을 벗겨냈다. 검은색 석재 바닥 위에 가지런히 놓인 하얀 발이 야하게 느껴졌다.
“잘할게…….”
머리 위에 내려앉은 정선우의 속삭임에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과 달리 정선우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완전히 지워져 있었다.
“뭘 잘한다는 거야? 섹스?”
“전부. 근데…, 내가 잘하는 게 공부밖에 없어서… 잘 못 할 거야. ……그래도 실망하지 마.”
입안에서 맴도는 쉰 목소리는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그 뜻은 명확하게 귀에 들어왔다.
“형이 말했잖아. 네가 날 사랑하는 한 난 네게 실망하지 않아.”
정선우의 입술 끝에 살그머니 미소가 맺혔다.
“그럼, 나랑 섹스해.”
서도운은 대답하지 않고 손을 발목에서 셔츠로 옮겼다. 꼭 잠긴 맨 위쪽 단추부터 차례대로 풀었다.
정선우가 가진 성적인 거부감은 상대가 ‘남자’라는 이유가 아닌, ‘섹스’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느껴졌다.
성향이 다르다면 동성의 섹스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건 본능에 가까웠다. 정선우는 그와 성적인 스킨십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 그가 무얼 하든 저항감 없이 자신을 내맡겼다.
‘남자’인 그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 성적인 트라우마로 인한 망설임이라면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었다.
정선우에게 자신과의 섹스가 거부감이나 부채감이 없는 환상이 되기를 원했다. 정선우가 서도운이란 존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억지로 끌어당기지 않았다.
정선우에게 서도운은 애달프게 손을 뻗어야 가질 수 있는 것이어야 했고, 간절해서 절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이어야 했다.
물론 내버려두면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를 것을 알기에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내밀겠지만 정선우 스스로 그에게 다가와야 했다.
서도운은 정선우의 셔츠를 벗겨내고 목에 남은 흔적을 쓸어내렸다. 하얗고 우아한 목덜미에는 자신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든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삽입 섹스는 안 돼. 그건 너나 나나 준비가 필요하니까.”
거절의 말에 정선우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목덜미를 만지던 손을 올려 볼을 쓰다듬자 정선우는 그것으로 실망감을 지워내려는 듯 그의 손을 잡아 볼을 비볐다.
“꼭 어딘가에 넣어야 한다면 다른 데 넣게 해줄 수 있어.”
정선우는 그의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껌벅였다.
“빨아줄까?”
달아오르는 얼굴의 열기가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가만히 바라보자 정선우는 눈을 감아 그의 시선을 피했다. 가지런한 속눈썹이 작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무릎을 꿇고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의 손으로 입혀준 바지 단추를 풀었다. 지퍼를 내리고 고개를 들자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쁜 숨을 뱉어내고 있는 정선우와 눈이 마주쳤다.
“조금 전에는 뭐든 할 수 있을 것처럼 굴더니……. 무서워?”
할 말이 있는 듯 달싹이는 입술을 보며 그는 작게 웃었다.
“괜찮아. 지금까지 한 거랑 똑같아. 손에서 입이 되는 것뿐이야.”
웃음이 섞인 말에 정선우는 손으로 바지 앞을 가렸다.
“달라. ……그거… 더러워.”
“기다려 줄게. 씻고 나와.”
“그래도 안 돼.”
고개를 젓는 정선우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못 참을 거야. 형, 입에…… 싫어.”
그가 일어나자 정선우의 시선도 그를 따라 움직였다. 피하듯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라 자신만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서도운은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붉어진 눈가에 손을 내밀었다. 다가오는 손에 정선우가 눈을 감자 내려앉은 속눈썹이 손끝에 스치듯 느껴졌다.
“네가 싫어하는 건 억지로는 안 해.”
평소처럼 볼을 쓰다듬자 정선우의 호흡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울음기를 거두는 눈가를 보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형 거 빨아 볼래?”
손끝으로 입술을 쓰다듬자 정선우는 감았던 눈을 떴다.
“못 해도…… 괜찮아?”
서도운은 고개를 숙여 정선우의 입술 위에 웃음을 흘렸다. 웅크린 정선우의 몸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키스를 하고 입술을 뗐다.
“선우야, 형은 네가 빨아주기만 해도 좋아. 네가 잘하건 못하건 기분이 좋아서 네 입에 쌀 거야.”
정선우의 귓가가 달아올랐다.
“잘할게. 열심히…….”
주머니에 넣어둔 안경을 꺼내 정선우의 손에 쥐여주었다.
“형이 쌀 때까지 열심히 빨아봐.”
정선우는 안경을 쓰고 그를 올려 올려봤다.
서도운은 정선우의 시선에 눈 끝을 휘며 달콤하게 웃었다. 그렇게 웃어주면 정선우는 언제나 그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네 손으로 꺼내서 스스로 입에 넣어.”
웃음에 홀린 듯 정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지 단추를 푸는 것부터 지퍼를 내리고 속옷을 벗기는 것까지 답답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정선우는 몇 번이나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그때마다 말없이 웃고 있는 얼굴에 안심한 듯 다시 손을 움직였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속옷을 끌어 내리자 반쯤 부풀어 오른 성기가 밖으로 나왔다. 정선우는 처음 보는 것인 듯 가만히 그의 성기를 바라봤다.
서도운은 타인의 성기, 그것도 자신과 같은 남성기를 향해 정선우가 어떤 감정을 드러낼지 궁금했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숨도 멈춘 듯 그의 성기만을 보고 있던 정선우는 갑자기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정선우의 시선만으로 충분한 자극이었는데 내쉰 숨이 닿자 그의 성기는 착실하게 반응했다.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천천히 일어나는 성기에 정선우는 놀란 듯 물러났다.
서도운은 정선우가 고개를 돌리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손을 내밀어 정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천천히 해도 돼. 오늘은 이 정도만 해도 괜찮아.”
정선우는 그의 말을 다르게 받아들였는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다급하게 그의 바지를 꼭 쥐었다.
“형이, 커져서……, 움직여서 그래!”
정선우의 말에 서도운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성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발기하는 건 당연했다.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 완전히 발기하지는 않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정선우의 성기를 만지고 키스하며 그 역시 흥분했고, 안경 너머로 자신의 성기를 보고 있는 정선우의 시선에도 반응했다.
그에게는 당연하지만 정선우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발기하는 거 본 적 있어?”
“응.”
“네 거 말고, 다른 사람 거.”
“있어.”
“몇 번?”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는 정선우를 보며 서도운은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
“선우야, 천천히 하자.”
“그럼 이건 어떡해?”
서도운은 정선우의 말에 자신의 성기를 내려다봤다. 그의 성기는 이런 좆같은 상황에서도 아직 포기하지 않고 빳빳하게 일어나 있었다.
“……형이 알아서 할게.”
“아냐! 형, 내가 할게!
정선우의 애원에 그의 성기가 다시 반응했다. 혼자서도 잘 움직이는 성기가 신기한 듯 정선우는 숨을 죽이고 다시 들여다봤다. 한참 보고 있던 정선우는 살며시 고개를 들고 속삭였다.
“형……, 나랑 하고 싶은 거 맞지?”
답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당연한 말이었지만 답을 기다리는 눈에 서도운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선우의 얼굴에서 긴장이 풀어지며 배시시 웃었다.
“내가 못해서…… 형이 나랑 하기 싫어하는 줄 알았어.”
물론 지금 정선우의 상태에서 삽입 섹스는 무리였다. 하지만 못하는 것과 하기 싫은 것은 별개였다.
“지금까지 너랑 내가 한 게 뭐라고 생각해?”
“아니, 넣는 거……. 나 같은 사람은 만족감을 못 줘서…… 하기 싫어한대.”
“누가?”
“……인터넷.”
정선우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인터넷으로 무얼 찾아본 건지는 모르지만 성욕과 성행위도 구분하지 못하는 천진함이 귀엽기는 했다.
“선우야, 형은 너랑 하고 싶은데 참고 있는 거야.”
“왜?”
“……귀여워서.”
“내가?”
서도운은 얼간이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정선우의 입을 자신의 좆으로 막아버리고 싶었다.
그는 여전히 발기하고 있는 자신의 성기가 불쌍했다. 섹스를 하지 않은 지 거의 10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전에는 바빠서였고, 그다음은 정선우 때문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지만 그동안 정선우에게 아동용 성교육 교재라도 읽혀놔야 할 것 같았다.
한숨과 함께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무드고 뭐고 없었다. 그는 피식거리며 정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성기를 부풀리고 이렇게 웃은 건 처음이었다. 다른 곳으로 신경이 분산되면 발기가 가라앉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할게! 할 거야!”
그를 올려다보는 정선우의 벌어진 입술이 여전히 성욕을 자극했다. 저 입술 사이에 자신의 성기를 넣는다고 생각하니 기대감이 등줄기를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성기가 미각을 느낄 수 있다면 정선우가 물어뜯은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를 맛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의 성기는 그것을 맛보는 순간 쾌감에 떨며 사정할 것 같았다.
“형이 네 얼굴에 사정하기 전에 어떻게 좀 해줄래?”
정선우는 그의 말에 성기로 시선을 내렸다. 한참 머뭇거리다 성기에 손끝을 가져갔다. 하얗고 갸름하던 발처럼 손도 그랬다. 새하얀 손은 펜을 잡는 오른쪽 세 번째 손가락의 굳은살 외에는 틀어진 곳도, 흉터도, 마디도 없었다. 그런 손이 짙은 색의 성기를 머리에서부터 뿌리까지 천천히 쓰다듬었다. 닿을 듯 말 듯한 손길은 여린 꽃잎으로 성기를 쓰다듬는 것 같았다.
정선우는 그의 성기를 살며시 쥐고 다시 한번 확인이라도 하듯 물었다.
“형, 나랑 섹스하고 싶은 거지?”
“그래, 하고 싶어 죽겠어.”
서도운의 대답에 정선우는 부드럽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안경 너머 기쁨으로 반짝이는 눈이 보였다.
머뭇거림은 입안에 넣기 전까지였다. 정선우는 그의 욕망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매끈한 귀두가 혀에 닿자 순순히 입을 열고 성기를 입에 담았다. 마치 혀를 빨듯이 귀두를 입에 넣고 빨았다.
키스와 비슷했다. 정선우는 키스를 좋아하지만, 혀나 입술을 빠는 것 외에는 전혀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아무리 기교를 부려 키스를 해줘도 배우는 게 없었다. 흥분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빠는 것 외에는 다 잊었다.
몸으로 하는 건 하나도 못 한다더니 운동뿐만 아니라 섹스도 포함되는 것 같았다. 성기를 문지르며 귀두를 빨아준다든가 성기를 목구멍까지 넣는 조이는 기교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나 정말 딱 귀두만 넣고 쪽쪽 빨고 있는 걸 보며 이게 뭔가 싶었다. 제발 성기를 잡고 있는 손을 쓰라고 하고 싶었다. 잡고만 있지 말고 흔들거나 비벼도 되고 아무렇게나 주물러도 된다고 하고 싶었다.
반응이 없자 정선우는 슬쩍 눈을 들어 그의 눈치를 살폈다. 서도운은 한껏 웃어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선우가 거부감 없이 성기를 핥고 귀두를 빠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아름다운 남자가 자신의 좆을 물고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쾌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의 눈치를 보며 힐끔거리는 저 시선과 마주치면 자신도 모르게 성기가 반응했다.
그건 성욕과 비슷했지만 다른 감정이었다. 기이한 충족감이었다.
정선우가 그에게 주는 성적인 쾌감의 크기나 질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정선우와 그의 관계였다.
그는 차오르는 사정의 욕구를 누르며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목구멍까지 성기를 밀어 넣어 사정하고 싶기도 했고, 얼굴에 뿌려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에 정액이 달라붙는 걸 보고 싶기도 했다.
“선우야, 입안에 싸도 돼?”
성기를 물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선우를 보니 사정하기도 전에 머릿속이 쾌감으로 가득 찼다.
서도운은 정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금씩 성기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끝까지 넣을 생각은 없었다.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움찔거리는 혀 위에 귀두를 비볐다. 당황한 정선우가 입에 고인 침을 삼키며 성기를 조이자 불똥이 튄 것처럼 쾌감이 터졌다.
입안에 퍼지는 정액에 정선우는 커다랗게 눈을 떴다. 혀로는 성기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의 허벅지를 잡고 있는 손은 그럴 마음이 없는 듯 힘을 줘 움켜쥐었다.
성기를 입에서 꺼내자 삼키지 못한 정액과 타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뱉어.”
서도운은 티슈 뭉치를 정선우의 입 앞에 내밀었다. 비위가 약해 비린 음식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액을 삼키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정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틀어막았다.
“뱉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정선우는 치미는 구역질을 견딜 수 없는지 곧 티슈 뭉치를 받아 입안에 든 것을 뱉어냈다. 토하지는 않았지만 계속되는 헛구역질에 서도운이 내민 생수로 입안을 씻고 나서야 겨우 진정했다.
“괜찮아?”
정선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있었다.
베개 위에 흘러내린 머리를 한참 쓰다듬어도 정선우는 얼굴을 숨기고 보여주지 않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형이… 너무 흥분했어. 앞으로는 조심할게.”
그의 사과에 대꾸라도 하듯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베개 속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옆에 누워 바싹 귀를 들이밀자 정선우는 고개를 돌려 속삭였다.
“……미안해.”
“뭐가?”
“그런 거…… 못해서.”
“그런 게 뭔데?”
“……삼키는 거.”
“정액?”
“응.”
서도운은 몸을 돌려 정선우를 쳐다봤다. 흘러내린 머리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손을 내밀어 머리를 쓸어 넘기자 결 좋은 머리는 손가락 사이를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형 정액을 먹고 싶었어?”
얼굴을 숨기는 동안 운 듯 정선우의 눈가는 부어있었다. 손끝으로 눈가를 쓰다듬자 가지런한 속눈썹이 내려앉았다.
“……모르겠어.”
“그럼 왜 삼키려고 한 거야?”
“형은 내 거 먹잖아.”
“내가 했으니까 너도 하려고 한 거야?”
정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말고, 조금씩……. 그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안 그래도 괜찮아.”
그의 말에 정선우는 고개를 저었다.
“형이…… 나한테 해주는 건, 나도 해주고 싶어.”
서도운은 정선우의 어깨를 끌어당겨 바로 눕혔다. 몸을 내리누르고 팔 사이에 가두자 정선우는 놀란 얼굴로 그를 올려봤다.
“그럼 나도 해줘야겠네.”
“뭘……, 하지 마!”
당황한 정선우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형, 그거 진짜……. 먹으면 안 돼.”
“난 네 거 맛있어.”
“아냐, 이상해! 하지 마…….”
서도운은 잔뜩 얼굴을 찌푸린 얼굴로 애원하는 정선우를 내려보며 웃었다.
명품을 좋아하던 사치스러운 남자는 그와 사귀게 되자 발바닥까지 핥았었다. 찬양을 늘어놓으며 그의 정액을 기쁘게 삼켰다.
그러나 원하는 것이 주어지자 더럽다는 듯 뱉어냈다. 처음과 달라진 반응에 이유를 묻자 원래 싫어했다고 했다.
서도운은 사과했다. 섹스를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싫은 것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하자 남자는 눈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다르다고. 얼마나 비싼 선물을 해주냐에 따라 정액의 맛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 말이 우스워 얼마까지 맛있게 정액을 먹을 수 있는지 시험해봤다.
점점 내려가는 카드 한도에 정액은 역겹고 끔찍한 맛이 되었다. 섹스도 마찬가지였다.
맛있는 정액은 없었다.
맛있게 먹어주는 것뿐이었다.
단지 그가 먹었기 때문에 자신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선우의 순진함이 가슴 한구석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그가 해주는 것은 모두 자신도 해주고 싶다는 정선우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했다.
“네가 형 입에 안 싸면 되잖아.”
“……못 참을 것 같은데.”
서도운은 얼굴을 내려 삐죽하게 내민 정선우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것도 못 참으면 나랑 평생 섹스 같은 섹스는 못 해.”
“그럼 어떡해…….”
“참아.”
서도운의 말에 정선우는 길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살짝 찌푸린 미간과 가지런한 속눈썹이 내려앉은 얼굴이 처연하게 보였다.
그는 정선우가 걸치고 있던 남은 옷을 벗겨냈다. 늘어진 나신을 끌어당겨 앉혔더니 샐쭉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서도운은 생긋 웃으며 정선우에게 안경을 건넸다.
“절대 다른 데 눈 돌리지 마. 형만 봐.”
정선우는 그의 말에 따라 그를 바라봤다.
서도운은 그 시선 속에서 옷을 벗었다.
급할 것도 급하지 않을 것도 없었다. 도망가지 않겠다고 약속한 남자였다. 소매 단추를 풀고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셔츠를 벗고, 바지와 속옷도 벗었다.
완전한 나신으로 서서 정선우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시선을 떼지 않던 남자가 붉어진 얼굴로 눈을 감았다.
“선우야.”
무릎을 벌려 그 사이에 자리를 잡고 부르자 겨우 눈을 뜬 정선우가 울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서도운은 부드럽게 웃으며 부풀어 오른 정선우의 성기를 감싸 쥐었다.
“형…….”
“똑똑히 봐. 형이 너한테 어떻게 하는지.”
혀를 내밀어 피가 맺힌 듯 붉은 귀두를 천천히 핥았다.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며 오므리려는 다리를 팔꿈치로 밀어냈다.
“형! 형!”
귀두를 입에 넣어 혀로 감싸자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혀를 움직여 매끈한 귀두를 문지르며 손으로는 기둥을 움켜쥐고 문질렀다.
숨이 넘어갈 듯 흐느끼는 소리가 갑자기 멈춰 고개를 들자 정선우가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소리를 삼키고 있었다.
입을 열어 커다란 성기를 뱉어냈다. 입안을 가득 채운 체액이 입술 사이로 줄줄 흘러내렸다. 손등으로 대충 닦아내고 타액과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성기를 움켜쥐었다. 손아귀에 힘을 주자 놀란 듯 허벅지가 튀어 올랐다.
“입 벌려.”
정선우는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손끝으로 귀두를 문지르니 가슴을 들썩일 만큼 숨을 헐떡였다. 그래도 입을 막은 손을 치우지 않았다.
요도에 손톱을 세우자 몸 전체가 들썩였다.
“손 치워.”
손톱이 요도를 계속 파고들었다. 정선우는 덜덜 떨다 손을 내려 침대 시트를 힘껏 쥐었다.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턱 아래로 떨어졌다.
“선우야…….”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자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선우야, 입 벌려.”
“형! 아파! 아파! 그만해!”
열린 입술 사이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성기를 아프게 하던 손을 떼고 서럽게 울고 있는 얼굴을 끌어내렸다. 서도운은 아이처럼 우는 남자에게 입을 맞추었다.
성기의 맛과 피의 맛이 뒤섞였다. 혀를 넣어 입안 곳곳을 핥아 계속 피를 삼켰다. 시트를 쥐어뜯을 듯 쥐고 있던 손이 그의 머리를 감쌌다. 정선우의 혀가 그의 혀를 쫓아 입안에서 난잡하게 뒤엉켰다.
더 이상 피 맛이 느껴지지 않자 키스를 멈추었다. 떨어지는 입술 사이로 헐떡이는 정선우의 숨결이 느껴졌다.
서도운은 눈물로 젖은 볼을 닦아주며 속삭였다.
“또 입을 다물거나 손으로 막으면 입에 정액을 쑤셔 넣을 거야. 알아들었어?”
정선우는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다시 성기를 쥐자 정선우의 몸이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스치듯 부드럽게 기둥을 문지르며 성기로 고개를 내렸다. 혀를 내밀어 빨갛게 충혈된 귀두 끝을 핥았다. 굳은 몸이 움찔거렸다.
“괜찮아, 이제 아프게 안 해.”
서도운은 생긋 웃으며 다시 정선우의 성기를 입에 넣었다. 귀두를 입에 담고 혀로 요도를 문지르자 넘치듯 쿠퍼액이 흘러나왔다. 삼킬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이라 입에 든 귀두를 뱉어냈다.
입술 사이로 주르륵 흘러내린 체액이 성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새빨간 귀두부터 부드러운 음모에 둘러싸인 뿌리까지 푹 젖어 번들거렸다.
고개를 들자 그를 보는 정선우의 시선과 마주쳤다. 시키는 대로 입을 열고 가쁜 숨을 뱉어내고 있었다.
눈을 맞추고 뿌리부터 귀두 아래까지 천천히 위아래로 문질렀다. 정선우의 입술 사이로 작고 연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형…….”
“다시는 아프게 하지 않을게.”
부드럽게 웃으며 귀두를 손바닥으로 감싸 천천히 문질렀다.
“하아…, 흐으…….”
정선우는 눈가를 붉히며 숨을 헐떡였다. 찌푸려진 미간은 아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형, 흐응, 나…….”
“쌀 것 같아?”
“응, 형…, 싸, 아…….”
귀두를 문지르던 손도 기둥을 쓸어내리던 손도 거뒀다. 잔뜩 긴장한 허벅지 안쪽을 젖은 손으로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쌀 것 같으면 형한테 말해.”
“흐응, 응…….”
서도운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정선우를 바라보며 무릎에 입을 맞췄다. 무릎부터 천천히 입술을 옮기며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정선우의 다리를 한껏 젖혀 묵직한 성기 아래로 머리를 넣었다. 위협적인 크기의 성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고환을 혀를 내밀어 핥았다.
성기 너머로 넋이 나가 있는 정선우의 얼굴이 보였다. 서도운은 생글거리며 한쪽 고환을 입에 넣었다. 천천히 가라앉던 정선우의 호흡이 다시 가빠졌다.
발기불능이라고 말했던 남자는 온몸이 예민했다. 성적인 분위기가 흐르면 어딜 만져도 헐떡거렸고 키스만 해도 성기를 세웠다. 성기는 몸을 더듬는 것만으로도 쿠퍼액을 줄줄 흘리고, 만져주면 신음을 내지르며 정액을 뿌렸다.
서도운의 품에 안긴 정선우는 발기불능이 아니라 지나치게 잘 느끼고 잘 싸는 조루였다.
쾌감에 약한 건 좋지만 심각할 정도로 줄줄 싸대니 삽입 섹스를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전에 사귀었던 이들이라면 솜씨 좋은 비뇨기과 의사에게 보냈을 테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직접 섹스를 가르쳐주고 쾌감을 알려주고 싶었다. 참는 법도 싸는 법도 자신이 알려주고 싶었다.
고환 한쪽을 입에 넣어 혀로 굴리며, 다른 한쪽은 손으로 주물러주자 정선우는 몸을 말고 헐떡였다.
“형, 아, 응…, 좋아…, 아아…….”
커다랗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나오는 모든 호흡에 신음이 섞였다.
살짝 문지르기만 해도 정액을 줄줄 싸는 성기와 달리 고환은 정선우가 적극적으로 쾌감을 구하면서도 사정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였다.
고환을 뱉어내고 쿠퍼액을 쉼 없이 흘리고 있는 성기를 다시 입에 물었다. 혀로 감싸 힘껏 빨자 달궈진 육체는 쾌감으로 얻어맞은 듯 비틀거리며 침대 위로 쓰러졌다.
정선우는 몸을 젖히며 숨을 들이켰다.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보며 서도운은 성기에서 입을 떼고 정선우를 끌어당겼다. 귓불을 물자 순간적으로 정신이 드는지 헐떡이며 짧은 신음을 뱉었다. 그런 정선우의 목덜미와 귓가를 오가며 부드럽게 키스를 하고 등을 쓸어내렸다. 천천히 가라앉는 정선우의 호흡을 확인하며 속삭였다.
“잘 참았어.”
서도운은 참는 법을 정선우의 머릿속에 그렇게 박아 넣었다.
오피스텔에서 키스와 사정의 쾌감으로 늘어진 정선우를 두고 화장실로 가 잔뜩 부풀어 오른 자신의 성기를 혼자서 처리해도 섭섭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정선우는 순간의 성욕을 처리하기 위한 상대가 아니었다.
때가 되면 얼마든지 정선우의 앞에서 성욕을 드러내고 자신의 모든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
모든 것을 드러낸 그의 곁에 정선우가 있어 줬으면 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도 똑바로 서서 그에게 다가오던 그 모습 그대로, 두려워하지도 취하지도 않고 그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선우야.”
서도운은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리며 이름을 불렀다. 정선우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정선우는 기쁨을 담아, 더없이 아름답게 그를 향해 웃었다.
“형…….”
정선우는 그의 부름에 답하며 그를 끌어당겼다.
입술이 닿았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기교라고는 없는 키스가 사랑스러웠다.
벌거벗은 채 맞닿은 정선우의 몸이 그에게 감겨들었다.
침대 위를 뒹굴며 격렬한 키스가 이어졌다. 땀이 배어 나오는 맨살이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어딜 만져도 부드러운 피부를 움켜쥐고 쓸어내리자 정선우는 그의 아래에서 헐떡였다. 작은 접촉에도 쾌감에 떨며 매달리는 몸짓이 사랑스러웠다.
가쁜 호흡을 참지 못해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새어 나온 정선우의 신음이 그를 단번에 흥분시켰다. 두 개의 성기가 비벼지며 두 사람 사이에서 단단히 굳어졌다. 서도운이 쿠퍼액을 흘리며 미끄러지는 성기를 붙잡아 손 안에 가두고 허리짓을 하자 정선우의 손이 등을 더듬어 내려와 허리를 끌어당겼다.
“아, 형…, 나…….”
“이제 싸도 돼.”
“응, 형, 키스…….”
맞닿은 입술 사이로 쾌감과 신음이 흘러나왔다.
사정하는 내내 정선우의 팔이 그를 단단하게 감쌌다. 숨쉬기 힘들 만큼 밀착한 몸 사이로 두 사람이 정액이 섞였다.
나른한 신음과 함께 몸을 감싼 팔이 풀어지자 서도운은 몸을 일으켰다. 그의 아래에서 쾌감의 잔재에 몸을 떨고 있는 정선우는 너무나 약해서 부서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