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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절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마코토는 새파란 얼굴로 검은색 일색의 남자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무도,아무것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아무말없이 마코토의 양팔을 잡고,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었다.
다른 사원들도 그런 소동에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마코토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검은색 일색의 남자들이었기때문에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저, 저기..."
다른 사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응해주진 않았다.
마코토는 정말로 무서웠다.
엘리베이터라는 밀실 안에서 본 적도 없는 검은색 일색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무슨 짓을 당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강함과 민첩함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마코토는 생각했다.
갑자기 사장에게 키스를 당해, 이제 조금만 있으면 백버진을 잃게 되나 했더니,
다음엔 본 적도 없는 검은 집단에게 어딘가 끌려가게 된 것이다.
혹시 이 집단은 무슨 종교단체일지도 모른다.
아니, 흉악한 테러리스트집단 일지도...
마코토는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상태로 엘리베이터를 내려
지하 주차장에서 검은 벤츠의 뒷자리에 밀어 넣어졌다.
마코토가 살고 있던 시골에서는 본 적도 없는 고급 차의 뒷자리는 굉장히 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소릴 할때가 아니다.
"어,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마코토는 푸른 눈동자를 빛내며 신경질적으로 발차한 벤츠 안에서 외쳤다.
알몸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바스로브를 휘감고 행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일하고 있던 금융회사 역시, 이 검은 수트의 남자들이 사장을 줘 패놔서 해고는 틀림없다.
내일부터는 일자리를 잃고 백수 신세가 될 것이다.
싸구려 아파트 역시 집세를 지불하지 못하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극빈 일직선으로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할버니에게 생활비를 보내기는커녕,
혼자 먹고사는 것조차도 위험하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곤란하다.
여기까지 와서 굶어죽다니, 절대 싫다.
"저어...내려주세요. 회사로 돌아가겠습니다. 차를 멈춰...내려주세욧."
안색이 바뀐 마코토가 소란을 피워도 벤츠는 이미 달리기 시작했고,
좌우에 앉아 있는 남자들은 아무리 봐도 마코토로서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어, 어라?"
"그럼 저희들은 이만..."
"저, 저기"
이상스런 얼굴로 푸른 눈을 깜빡거리며 마코토는 눈앞의 낡은 아파트를 바라보았다.
바스로브와 양말차림으로 멍하니 있는 마코토를 남기고 벤츠는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마코토는 당치도 않은 모습인 채, 잠시 아연히 시모오치아이의 아파트
와 사라져가는 벤츠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좁은 계단에 도착해 지금이라도 쓰러져 버릴 듯한 목조 2층짜리 아파트는
아무리 봐도 자신의 아파트였다.
저녁 때 시장을 보기위해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한 눈으로 마코토를 보고
멀리 돌아갔다.
어, 어쨌든...이 꼴로는 곤란하니 옷이나 갈아입자.
마코토는 황급히 아파트의 제일 끝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콰당하고 기세좋게 문을 닫았다.
방 열쇠는 문 위의 귀틀에 놓아두었기 때문에 바로 열 수 있었다.
마코토는 방안으로 들어온 순간 힘이 빠진 듯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오늘이라는 날은 대체 어떻게 된 거냐.
갑자기 사장이 덤벼들어 범해질 뻔하고,
그 후 본 적도 없는 검은색 일색의 남자들에게 독일의 최고급차인 벤츠에 태워졌다.
게다가 도착해 보니 이곳?
그렇다 해도 그 검은 남자들은 대체 누굴까.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긴한데...
"아아---생각났다! 그 때의...도쿄역에서 동전 주워줬던 사람들?!"
마코토는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랬다. 확실히 그 때의 남자들이다.
어떻게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을까.
"그래도...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 사람들이 회사에 온거지?
것두 왠지 절묘한 타이밍으로 나타난 것 같은데..설마..사장의 마의 손길에서 날 지켜주고..
여기까지 데려다 주었다? 하지만...왜?"
마코토는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게 되어버렸다.
그 시꺼먼 남자들이 누구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코토의 머리 속은 패닉에 빠졌다.
"관두자..왠지 피곤하고..어쨌든 옷 갈아입고..그리고 나서 뭣 좀 먹자."
사장이 덮치는 바람에 점심도 먹지 못했던 마코토는 갑자기 공복감을 느꼈다.
하지만 방안에 들어와 안심할 새도 없이 누군가가 갑자기 문을 노크했다.
"네, 네?"
아직 바스로브 차림인 마코토는 노크 소리에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 오를 정도로 깜짝 놀랐다.
"누구세요?"
마코토는 스윽 문 앞까지 다가가 신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마코토의 예상과는 달리 들려온 것은 아직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저어..전 오늘부터 옆방에 이사온 사람인데 잠시 인사를..."
"엣? 이사? 옆방?"
마코토는 급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기 서있는 것은 긴 검은 머리를 뒤로 모아
하나로 묶은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굉장히 수수한 모습의 여성이었다.
하지만 쌍커풀진 눈동자는 또렷했고, 얼굴도 작고 나름대로 예쁜여성이었다.
"저,저기..저는 미하라 마코토라고 합니다.2주전에 이사와서 도쿄에는 아직 별로 익숙하지않아서.."
하고 마코토는 바스로브 차림인 채 자기소개를 했다.
그러자 갈색의 롱스커트에 흰T셔츠차림의 여성은 조금 놀란 듯 마코토를 보면서
쿡쿡하고 웃기 시작했다.
"저어..키지마 유리코입니다.잘부탁합니다.."
키지마 유리코라고 소개한 여성이 왜 웃는지 일순 마코토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상한 모습을 깨닫고 마코토는 쾅하고 문을 닫았다.
"아..죄송합니다. 옷 갈아입고 나중에 인사하러 가겠습니다."
"그럼...기다릴께요."
유리코는 상냥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옆방으로 돌아갔다.
문에 기대어 등에 흠뻑 땀을 흘리고 있는 마코토는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런 변태같은 모습을 초대면의 사람에게 보이다니..아아, 오늘은 인생 최악의 날이야아아--."
마코토는 머리를 부여안고 무심코 그렇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