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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토는 거울속의 자신이 완전히 의기소침해 있는것을 알아차렸다.
설령 때린것이 자신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상황으로 볼때 사장을 거역한 마코토는 즉각 모가지다.
일류 대기업과는 달리 마코토가 근무하고있
는 회사는 고리대금회사이다.
사원 한 사람쯤 사장의 임의대로 즉각해고하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다.
마코토는 하아---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여기서 꼬리를 말고 도망칠수는 없었다.
어쨌든 회사에 가서 그 시꺼먼 남자들과는 아무관계도 없다고 주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마코토는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해크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미하라 마코토는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와 연갈색의 머리칼을 가진, 혼혈아다.
아버지가 미국인이고 어머니는 일본인이었다. 하지만 마코토는 태어나자 곧 양친에게 버림받았다.
아버지는 마코토가 태어나기 전에 혼자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고,
그 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자기가 낳은 자식을 키우기를 거부했다.
결국 고아원에 들어가게 된 것을 나가노의 시골에 살고 있던 어머니의 양친이 거두어 준 것이다.
마코토는 성장함에 따라 양친에게 버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별로 슬프지는 않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열심히 마코토에게 듬뿍 애정을 쏟아 부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도 있었다.
근처 어른들에게 차가운 눈초리를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마코토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듯, 슬픔도 서러움도 자신의 안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마코토의 성적은 우수했다. 중학교에서도 고교에서도 언제나 톱이었다.
언젠가 이 시골을 나가 도쿄에 가서, 큰 일을 성공시켜 출세하고,
할아버니 할머니에게 효도하겠다-는 뜨거운 생각이 어느새 마코토가 공부하게끔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희망으로 가슴을 부풀이며 도착한 도쿄였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마코토는 괴로운 기분으로 수트를 입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바겐 세일때 산 싸구려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 뒤로 돈 순간 무언가 말랑거리는 것에 부딪쳤다.
"앗...아야야.."
그곳에는 확실히 어제 이사왔다고 인사를 왔던
'키지마 유리코'라는 여성이 부딪친 어깨를 아픈 듯이 문지르며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후 인사하러 간다고 해 놓고선, 아직 가지 않았다.
"앗...죄송합니다.괜찮아요? 어젠 인사하러 가지 못해 죄송합니다.여러가지사정이..."
마코토는 다급히 몸을 굽히고 유리코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뇨..저도 정신을 놓고 있어서...게다가 어젯밤에는 이사의 피곤으로 자버려서.."
"그랬구나..다행이다. 아뇨, 정말 죄송합니다. 어제부터 실수만 하고.."
마코토는 몇번이나 유리코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늘 유리코는 옅은 화장을 하고,
청초한 느낌의 원피스에 감색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저어..그보다 빨리 가지 않으면 지각하는 거 아닌가요?"
유리코의 말에 마코토는 '아-앗-!'하고 외치며 손목시계를 보았다. 이대로라면 완전히 지각이다.
"저,저어..그럼 나중에.."
"다녀오세요"
유리코의 전송을 받으며 마코토는 필사적으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