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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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는 마코토의 휴대폰에 착신 멜로디가 울렸다. 

전화를 건 것은 토우도우였다. 

“네, 접니다.” 

마코토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토우도우의 낮은 목소리는 굉장히 기분 좋은 듯 했다. 

“알겠습니다.” 

마코토는 곧 전화를 끊고 뒤에 있는 마사노리를 돌아보았다. 

“빨리 오라고.역시 토우도우 상은 지정한 시간보다 빨라. 내가 그럴거라고 했잖아요? 그쵸?” 

마코토가 새파란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생긋 웃으며 말하자 

마사노리와 무네노리의 얼굴도 자연히 풀어졌다. 

이곳에 오고 나서 마코토는 급속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지만 내면의 빛도 잃지 않았다. 

보통 사람은 이런 꿈같은 생활에 익숙해지면 겸허함을 잊고 거만해지는데 마코토는 전혀 달랐다.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져 토우도우에게 안기는 일에도 완전히 익숙해졌지만 

마음의 순수함은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마코토이기 때문에 저 토우도우 히로야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일 것이다. 

마사노리와 무네노리는 토우도우가 숨기고 있는 속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측근들이었다. 

“빨리..빨리...토우도우상이 기다려.” 

마코토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상의를 급히 갈아입고 있는 마사노리와 무네노리를 재촉했다. 

세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는 소리도 없이 닫혀 그대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지하에 내리자 하얀 롤스로이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코토를 알아본 운전수가 내려서 뒷좌석의 문을 열자 마코토는 급히 올라탔다. 

“빨리 가주세요. 토우도우 상이 기다리니까...” 

문이 닫히기 전에 뚱뚱한 중년 운전수에게 말했다. 

운전수는 애교 있게 웃으며 마사노리와 무네노리가 탄 것을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 

운전수의 그 웃는 얼굴을 본 마사노리의 얼굴이 갑자기 변했다. 

무네노리의 얼굴도 위험을 민감하게 느낀 표범같이 예리한 눈초리로 바뀌었다. 

“언제나의 운전수는 어떻게 됐지?‘ 

마이크의 스위치를 누르고 마사노리가 운전수에게 물었다. 

하지만 운전수는 아무런 대답 없이 롤스로이스를 발진시켰다.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무네노리와 얼굴을 마주한 마사노리는 문을 열려했다. 

하지만 열리지 않았다. 

“이봐...차를 세워!” 

마사노리가 큰 소리로 명령해도 운전수는 돌아보지도 않고 차의 스피드를 올렸다. 

롤스로이스는 뒷좌석과 운전석과의 사이에 방탄 유리가 설치되어 있다. 

마사노리는 수트 안에서 권총을 꺼냈지만 그것을 생각해 내고는 ‘쳇’하고 혀를 찼다. 

“마코토님...이 운전수는 아무래도..당신을 납치하려는 것 같습니다.” 

“나, 납치? 왜요?” 

마코토는 아까부터 두 사람의 행동에 놀랐지만 무네노리의 말을 듣고 한 층 놀랐다. 

“납치하라는 명령한 상대가 누구인가는 불분명하지만...노리고 있는 건 당신입니다.” 

“당신을 납치해서 4대와 뭔가 교섭이라도 하려는 거겠죠.” 

두 사람은 침착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점점 더 속력을 높였다. 

마코토는 밖의 풍경을 보며 불안한 듯 얼굴을 찡그렸지만, 

앞에 앉아있는 마사노리와 오른쪽 옆에 앉아있는 무네노리가 

그런 마코토에게 용기를 북돋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당신은 목숨을 걸고 지킬 테니..” 

“어떤 일이 있어도, 4대께 돌려 보내드릴 테니 안심하세요.” 

“...하지만...” 

“이때다 싶으면 언제나 가르쳐 드린 대로 우리들을 놔두고 도망치세요. 아시겠죠?” 

마코토는 배 아랫부분에 힘을 주어 ‘네’하고 대답했다. 

긴장한 나머지 전신의 피부가 욱신거리며 아프다. 

긴장과 공포에 질린 나머지 실금해 버릴 것 같았다. 

마코토는 이런 때를 위해 언제나 마사노리나 무네노리로부터 대처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어떤 대처방법도 사용할 수 없을 때는 두 사람을 미끼로 도망친다. 

그것이 마코토가 최종수단으로 배운 것이었다. 

마코토를 둘러싸고 있는 상대가 야쿠자 조장인 이상 언젠가는 

이런 위험이 닥쳐올지도 모른다고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정말로 이런 액션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리라곤. 

전신의 신경이 곤두서 위험을 알린다. 

마코토는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마코토와 마사노리, 무네노리 세 사람을 태운 하얀 롤스로이스는 

오다이바 방면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그 때 예약한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마코토를 기다리고 있던 토우도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는 가부키쵸 지역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로 적대시해 온 블랙마피아로부터 

마코토를 납치했다는 내용이었다. 

무사히 돌려주는 조건은 가부키쵸의 모든 권리에서 손을 떼고 그것을 내놓으라는 

당치도 않은 내용이었다. 

그런 조건은 물론 응할 수 없다. 

턱시도 차림의 토우도우는 휴대폰을 쥔 채, 테이블 위에 세팅되어 있던 포크를 쥐고 탕하고 

소리를 내며 모던한 느낌의 테이블을 찔렀다. 

“교환 장소는?” 

토우도우의 가시돋힌 낮은 목소리에 마피아는 천천히 더듬거리는 일본어로 

‘오다이바 A지점. 12시’라고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토우도우는 들고 있던 휴대폰을 그대로 가게 벽에 던져 박살을 내버리고 

다시 한 번 포크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토우도우의 옆에는 사쿠라바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부하들을 모아. 오다이바와 동시에 블랙마피아 본부를 덮친다. 

철저히 파괴해. 그리고 사쿠라바...” 

하고 토우도우는 사쿠라바를 불러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다. 

“알겠습니다.” 

사쿠라바는 곧 수하들을 몇 명 데리고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남은 간부들은 토우도우의 명령에 재빠르게 대응했다. 

“마코토...” 

토우도우는 포크를 꽈악 쥔 채 중얼거리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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