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화 (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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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 지금...뭐라고 말씀하셨나요?" 

마코토는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를 먹고 있던 손을 멈추고 토우도우의 얼굴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토우도우는 샤워를 마친 몸에 바스로브를 걸치고 소파에 앉아 아메리칸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맞은편 소파에서 똑같은 바스로브 차림으로 햄에그를 먹고 있던 마코토는 

포크를 들고 있던 손을 멈추고 토우도우의 남자다운 단정한 얼굴을 응시했다. 

토우도우는 방금 믿기 어려운 말을 한 것이다. 

"이번에 롯뽄기에 회원제 호스트클럽을 오픈하는데, 마코토 네가 그곳의 대표이사다." 

토우도우는 좀 전과 똑같이 말했다. 

이런 때의 토우도우의 어조는 명령조로 거역은 용서치 않는다. 

처음에는 그 냉혹한 말투에 공포조차 느꼈던 마코토였지만 

최근엔 토우도우의 명령조를 들을 때마다 몸이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로 흥분하게 되었다. 

토우도우의 명령조를 어느새 굉장히 좋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마코토는 눈을 깜박였다. 

"겨, 결정되다니...하지만 전 호스트 클럽 같은 거 몰라요. 

들어 본 적도, 가 본 적도 없고, 곤란해요." 

마코토는 쨍그랑 하고 식기 위에 포크를 내려놓고 말했다. 

토우도우가 한 말이 너무나도 현실의 자신과 동떨어져 있어서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토우도우는 한 번 입밖에 내놓은 말은 결코 번복하지 않는다. 

"이미...결정된 일이다. 거역하지 마. 그리고 너라면 할 수 있어. 오픈은 12월 예정이다. 

그때까지 호스트 클럽의 내정을 배워둬, 알겠지?" 

"하, 하지만... 저 같은 시골뜨기가 호스트가 되도 틀림없이 손님 따위 아무도 오지 않을 거예요..." 

마코토는 굉장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토우도우는 컵을 내려놓으며 후훗 하고 웃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 뿐이야. 한 번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봐두는 게 어때? 

지금의 마코토는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야. 

난 이제 나갈텐데 내일 아침에야 돌아올 거야." 

토우도우는 그렇게 말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워크 인 클로짓 쪽으로 걸어갔다. 

마사노리와 무네노리는 급히 토우도우의 뒤를 쫓아 옷시중을 들었다. 

"그리고...내일 아침엔 미국제의 시작품 바이브를 가지고 돌아오지. 

시험해주길 바란다면 제대로 알몸으로 기다려. 알겠지?" 

토우도우의 평소대로의 강한 말투에 마코토는 볼을 붉히며 기쁜 얼굴로 순순히 대답했다. 

미국제의 시작품 바이브란 어떤 바이브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코토의 하반신이 반응했다. 

얼굴도 빨개져버렸다. 

토우도우는 그런 마코토를 즐거운 듯 바라보고 나서 사쿠라바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토우도우가 나가자 미제 바이브도 머리에서 떠나고, 마코토의 머릿속은 호스트 클럽 일로 가득찼다. 

"호스트 클럽이면..멋진 남자가 여자들의 이야기 상대를 하는 거 아닌가?" 

마코토가 혼잣말처럼 알고 있는 지식을 되짚으며 중얼거리자 식사 뒷정리를 하던 마사노리가 

입을 비죽거렸다. 

"4대 조장께서 이번에 오픈하실 가게는 회원제의 고급 호스트 클럽입니다." 

"회원제? 그럼..보통 호스트 클럽하고 다른가요?" 

이제 말끔히 몸을 회복한 마사노리를 돌아보며 마코토가 물었다. 

그러자 갈아입은 옷을 들고 나오던 무네노리도 가세했다. 

"회원제 가게는 회원이 아니면 가게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물론 회원이 되는 조건도 나름대로 엄격합니다. 

그 사람의 연수는 물론, 지위나 직업, 지인이나 친구 관계도 전부 조사하고, 

조사기준을 모두 클리어한 특별한 사람만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 

마코토는 내밀어진 흑백의 체크무늬 슬랙스와 검은 하이네트를 입으며 

두 사람의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리해도 자신이 그런 고급 호스트 클럽의 총지배인에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시골출신의 촌뜨기 청년이 호스트 클럽의 총지배인이라니 무리다. 

한숨을 내쉬는 마코토는 당혹해하며 소파에 앉았다. 

마사노리와 무네노리는 얼굴을 맞대고 뭔가 한 두 마디 소근거리더니 마코토에게 말했다. 

"어쨌든 한 번 호스트 클럽에 가 보시는게 어떨까요? 상당히 즐거울겁니다." 

"4대조장에겐 연락해 주겠습니다. 

롯뽄기의 호스트 클럽은 4대의 입김이 작용하는 가게뿐이니 안심입니다." 

마코토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어쨌든 한 번 가 보자. 

그리고 나서 토우도우 상과 다시 한 번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 마코토는 

중요한 것을 생각해 냈다. 

"저어...토우도우 상이 오실 때까지...돌아올 수 있을까?" 

마코토는 내일 아침, 미제 바이브를 가지고 돌아올 토우도우가 신경쓰였다. 

미제의 신제품 바이브도 맛보고 싶었던 것이다. 

"네, 물론입니다." 

마사노리의 말에 대만족한 마코토는 기쁜 듯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태어나서 처음 가 본 호스트 클럽은, 마코토에겐 충격적인 곳이었다. 

화려한 젊은 여자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게 안은 이미 자리가 꽉 차있었다. 

하지만 마사노리가 예약을 해 두었기 때문에 가장 안쪽의 박스 석만은 비어있었다. 

마코토와 마사노리와 무네노리, 그리고 보디가드로 온 두명의 수트 차림의 야쿠자들은 

안쪽의 VIP 박스 석에 자리잡았다. 

그러자 곧 이 가게의 No.1 부터 No.5 정도 되어 보이는 몸이 예쁘고 인기 있어 보이는 남자들이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품위있게 수트를 차려입은 젊은 남자들이 차례차례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박스 석에 앉았다. 

"이 가게의 호스트 레벨은 그럭저럭 평균입니다. 이번에 오픈 할 가게와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가게의 구조를 아는 데 참고가 될 겁니다." 

"하아..." 

마코토는 애매한 대답을 되돌렸다. 

마코토의 눈은 전신에 번쩍거리는 보석을 휘감은 멋진 남자들에게로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철저하게 고객에게 봉사하는 남자들. 

No.1과 2는 멋질 뿐만 아니라, 손님을 기쁘게 만드는 화술까지 갖추고 있는 듯했다. 

처음엔 놀라기만 했던 마코토도 호스트들의 화술에 말려 들어가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이런 데 오는 손님은 여자 뿐일거라 생각했는데...아닌가 봐요." 

마코토는 약한 칵테일을 마시면서 옆에 앉아 있는 이 가게의 No.1인 쇼우에게 말을 걸었다. 

가게 손님의 과반수는 남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No.1 호스트 쇼우는 하얀 수트와 옅은 회색 셔츠와 진한 회색 낵타이가 잘 어울리는, 

조각같은 미모의 남자였다. 

나이는 마코토보다 약간 많은 정도로, 유명한 모델을 조금 닮았다. 

"보통 클럽보다 훨씬 싸고 재미있으니까요. 

특별히 맘에 드는 아이가 없다면 이런 호스트 클럽이 낫다는 남자 손님들이 최근 많습니다. 

그런데 손님은 굉장히 매력적인 눈동자를 가지고 계시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는 처음 봤습니다." 

쇼우는 다정하게 미소지으며 마코토의 귓가에 살짝 속삭였다. 

"엣? 그래요?" 

인사치레란 걸 알고 있지만, 매끄러운 말투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리고 그런 마코토가 마음에 들었는지 쇼우는 다시 한 번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이야기한다. 

"오늘 저녁...시간 있어요?" 

"...엣?" 

"난 2시에 일이 끝나는데..같이 식사라도 하지 않겠어요?" 

호스트 쇼우는 마코토가 토우도우 히로야의 정부라는 사실을 모른다. 

알았다면 이런 바보 같은 유혹은 절대 하지 않았겠지만 마코토는 

이 호스트 클럽에서도 단연코 눈에 뛸 정도로 미려한 얼굴과 균형 잡힌 스마트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좀 전부터 VIP석에 있는 마코토를 대부분의 여자 손님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을 

마코토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호스트들보다 마코토가 더 마음에 든 듯했다. 

하지만 가장 마코토의 존재를 신경쓰고 있는 것은 쇼우였다. 

"아, 저어...괜찮아요. 3시까지는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고..." 

"누구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쇼우는 마코토에게 바싹 몸을 붙이고 귓가에 물었다. 

마코토는 그제서야 쇼우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쇼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쇼우는 말 그대로 유혹적인 눈길로 '야한거 하자'고 유혹하고 있었다. 

마코토는 호스트의 정체를 보아버린 듯한 기분이 들어, 좀 실망했다. 

"기다리는 사람은 없지만,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코토의 말에 쇼우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발끈하는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헤에에...역시. 그리고 그 상대는 당연히 남자겠죠? 나보다 멋진 남자?" 

쇼우의 자신만만한 말에 마코토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예요. 토우도우는 히로야는 제가 아는 최고의 남성입니다." 

마코토가 말하자 쇼우는 멈칫하는 얼굴을 하고 두 눈을 크게 떴다. 

"토, 토우도우 히로야하면...설마...토우도우의 4대조장은 아니겠죠?" 

쇼우가 들고 있던 글라스가 달그락하고 소리를 냈다. 

마코토는 그런 쇼우에게 '네, 그 토우도우 상입니다.'하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최, 최근...토우도우 조의 조장이 새끼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설마..그게..." 

쇼우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일어서서 마코토의 옆에서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자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호스트들도 공포에 질린 얼굴로 

일제히 박스 석에서 도망쳐 버렸다. 

"저어...제가 뭔가 이상한 얘기라도 했나요?" 

마코토는 놀란 얼굴로 토우도우의 이름을 꺼낸 것을 후회하며 

옆자리에서 다리르 꼬고 앉아 있던 마사노리에게 물었다. 

설마 호스트들이 이렇게 겁먹으리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조금 놀라는 정도일 것이라고 밖에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마사노리는 그런 마코토를 보고 약간 기쁜 듯 웃으며 위스키를 전부 마셔버렸다. 

무네노리도 브랜디 글라스를 비우고 일어섰다. 

"슬슬 가시죠...4대 조장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안 될 테니까요..." 

"네." 

마사노리와 무네노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마코토를 보호하듯 걸어나가자 

다른 야쿠자들도 일제히 일어서 뒤를 쫓았다. 

그리고 토우도우의 이름이 나온 순간, 일제히 조용해진 가게 안을 걸어 나갔다. 

"이걸로 당신의 얼굴도 알려졌습니다. 

이제부터...어딜 가든 '토우도우조 4대조장의 정부'라는 딱지가 붙게 될 겁니다." 

"각오해 두는 쪽이 좋습니다. 

당신은 바로 지금부터 토우도우 조 4대조장의 특별한 사람이 된 거니까요." 

마사노리와 무네노리가 가게에서 나올 때 한 말이 마코토의 가슴을 무겁게 했다. 

마코토는 두 사람의 말을 몇 번이나 마음 속으로 되새겼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롤스로이스를 타고 갑자기 변해버린 자신의 운명의 크기에 

곤혹스러움과 무서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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