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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역에서 처음 만난 그 날부터 3년이 지났다.
마코토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호스트 클럽 ‘아쿠아’의 존재는 저명인사나 VIP들 사이에
순식간에 퍼져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리고 토우도우의 정부로서 아쿠아의 대표이사장으로 일약 뒷 세계에 이름이 알려진
시골 출신의 마코토도 도쿄에서의 3년째 겨울을 맞이하여 또 한 번 크게 성장하려 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내일로 앞두고 ‘아쿠아’에서는 그 준비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의
대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특별한 밤이다.
이 특별한 밤에 마음에 드는 호스트를 빌려 즐거운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신사,
숙녀들은 1년 전부터 지명을 해 놓았다.
하지만 예약을 넣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인기있는 호스트에게는 지명이 집중되어,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만
겨우 호스트를 지명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밤은 춥네요...”
흰 벤츠의 뒷자석에서 내린 마코토는 짙은 감색의 수트 위에 하얀 캐시미어 코트를 걸치고
하얀 머플러를 하고 ‘아쿠아’로 들어왔다.
밖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해, 꽤 추워졌다.
“손님을 맞을 준비는 다 되었습니까? 음료와 요리는? 호스트 들은?”
마코토는 코트를 도어맨에게 건네고 근처에 서 있던 몇 명의 헬프들에게 물었다.
이 ‘아쿠아’에 들어온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젊고 단정한 얼굴의 헬퍼들은
마코토가 직접 말을 걸어준 것이 기쁘다는 듯이 살포시 뺨 언저리를 붉히며 서둘러 대답했다.
“네, 모든...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호스트 분들도 지금 준비를 하고 있는 참입니다.”
“요리와 음료도 최고급품뿐입니다.”
“그래...어쨌든 실수 없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 주세요. 헬퍼 들은 샴페인 글라스를 나를 때
손님의 부름에 주의하고, 문을 여닫을 때도 정중히 해주세요.
오늘밤엔 틀림없이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분들도 오실 테니까.”
마코토가 수려한 얼굴로 가만가만 말하자 ‘아쿠아’안에 팽팽한 긴장감이 달렸다.
오늘의 헬퍼는 30명.
지명이 들어와 있는 인기 호스트들은 10명. 그 외 프리인 호스트 들을 5명 준비하고
마코토는 가게를 열기 전의 인사를 시작했다.
깉은 감색의 아르마니 수트를 입고 있는 마코토는 이미 이전의,
안절부절 못하고 어딘지 모르게 시원찮아 보이던, 시골뜨기가 아니었다.
침착한 어조와 우아한 동작.
지적인 눈빛과 기품 있는 침착한 분위기는 아름다운 마코토의 얼굴과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리고 설령 어떤 VIP가 온다 해도 결코 꿀리지 않는 당당한 태도는
모든 호스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마코토님...오늘밤엔 4대께서도 오실 것 같습니다. 특별실을 비워 두라고...전화가 왔습니다.”
호스트 전원에게 세세한 지도를 하고 인사를 마친 마코토에게 그렇게 말한 것은
검은 수트와 검은 셔츠, 그리고 검은 실크 넥타이를 매고 있는 마사노리였다.
“..이미 비워 두었습니다,라고 토우도우상에게 전해주겠어요?”
마코토는 후훗 하고 여유 있는 미소를 보이며 마사노리에게 말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밤엔 특별 실을 비워 두고 있습니다. 그곳은...토우도우상 전용이니까요.”
마코토는 약간 쑥쓰러운 듯 그렇게 말하고 마사노리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야쿠자 세계의 4대 조장인 토우도우 히로야의 정부가 되어 밤의 도쿄거리에 군림하게 된 지 3년이 되는데도
마코토의 한 층 아름다워진 겉모습과는 달리 내면의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마코토의 상냥함과 미소는 사막에 떨어진 한 방울의 물방울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일이 끝나면 호스트들에게 특별 보너스를 지급해 주세요. 토우도우 상의 허가는 받아 놓았으니까.
헬퍼들에게도 공평하게...금액은 여기 써 놓았습니다.”
“...알겠습니다.”
마사노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마코토의 마음 씀씀이에 감탄하면서 메모 용지를 받아들었다.
“어서오십시오.”
첫 손님은 도내에서도 유명한 병원의 원장의 딸과 외교관의 딸 두 사람이었다.
소매가 긴 새빨간 이브닝 드레스와 앞가슴이 크게 파인 금색의 칵테일 드레스를 입고 있는 두 여성은
지명한 호스트들에게 안내되어 마치 여왕처럼 천천히 플로어를 가로질렀다.
“어머...마코토상. 오늘밤도 너무 아름다우세요.”
“정말. 여자인 우리들조차 언제나 부러워할 정도로 예쁘세요. 어떻게
그렇게 언제나 빛날 수 있는 거죠?”
여성들의 물음에 마코토는 생긋 상냥하게 웃으며 ‘당치고 않습니다’하고 대답했다.
“틀림없이...토우도우 상 때문이겠죠? 그렇죠?”
“4대 조장은...마코토 상 이외엔 쳐다보지도 않는다면서요? 아앙....질투나.”
여성들은 마코토와 인사를 나누고 호스트들과 함께 룸으로 들어갔다.
틀림없이 오늘밤은 고가의 샴페인을 마시며 호화로운 기분에 잠기며
호스트들의 교묘한 말솜씨와 폭 감싸는 듯한 다정한 분위기에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알콜이 들어가면 말도 많아진다.
게다가 호화롭고 우아한 분위기가 더해지면 당연히 손님들은 호스트들과 관계를 가지고 싶다고
유혹하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 ‘아쿠아’에서는 그런 것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면...
“토우도우 상이 오시면 말해주세요.”
마코토는 마사노리와 헬퍼들에게 전언을 남기고 혼자 가게를 나섰다.
갑자기 눈이 보고 싶어진 것이다.
나가노에서는 눈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곳 도쿄에서는 드물었다.
새하얀 눈을 보고 있자니 3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도쿄에서 열심히 일해 자신을 길러주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무렵의 일이 묘하게 그리워졌다.
마코토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지금 일류 호텔 식 노인 홈에 들어가 아무런 불편 없이 생활하며
제2의 인생을 즐기고 계신다.
이것도 모두 토우도우 덕분이란 걸 알고 있지만 마코토의 마음은 약간 허전했다.
그 허전함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코토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애틋한 기분이 되어 버린다.
마코토는 도쿄에 왔을 때의 일을 생각하며 흥청거리는 거리의 한 모퉁이에서 약간 슬픈 기분을 맛보았다.
“마코토...?”
그런 마코토를 등뒤에서 부른 것은 토우도우였다.
롤스로이스에서 내린 토우도우는 턱시도에 검은 캐시미어 롱코트를 걸치고 몇 명의 간부들과 눈 속에 서 있었다.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지? 코트도 입지 않고...너 혼자인가? 마사노리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마코토가 혼자 멍하니 거리에 서 있는 것에 놀란 토우도우는 마사노리와 무네노리의 모습을 찾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코토의 경호를 맡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없다는 사실에 격노한 토우도우는 순간적으로
모양 좋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앗...잠깐 눈이 보고 싶어서..두 분에겐 제가 양해를 구했어요.”
마코토는 황급히 둘러대듯 말했다.
토우도우가 화를 내면 얼마나 무서운지 마코토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마사노리와 무네노리라 해도 토우도우는 용서하지 않는 남자인 것이다.
야쿠자 세계의 톱에 있는 토우도우 히로야의 본질은 냉혹하고 잔인한 것이다.
마코토 앞에서만 상냥함을 표현하고, 그 이외엔 냉철한 가면을 쓰고 있다.
마코토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잠시...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마코토는 살짝 토우도우의 팔을 잡고 눈이 춤추는 가운데 그렇게 말했다.
마코토의 아름다운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가 조금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토우도우는 화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뒤에 대기하고 있는 사쿠라바에게서 포장되어 있는,
껴안아야 할 정도로 커다란 꾸러미를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마코토에게 건네며 토우도우가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크리스마스 선물? 이거...뭐예요?”
마코토는 크기에 비해 가벼운 선물을 받아들고 놀란 얼굴로 물었다.
“풀어보면 알거야.”
토우도우의 말에 마코토는 그 자리에서 선물의 포장을 풀었다.
새하얀 눈이 하늘하늘 춤추는 가운데 마코토의 눈앞에 드러난 것은 도쿄에 상경할 때 할머니가 사 주신
그 선풍기였다.
틀림없었다.
이것은 할머니가 사 주신 선풍기다.
“저, 저어..이거 버린게...”
마코토는 무심코 양손으로 선풍기를 껴안고 토우도우에게 말했다.
토우도우는 어깨에 코트를 걸친 채,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밤에 선풍기를 선물하다니,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선풍기를 소중히 안고 있는 마코토를 행인들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쳐다보곤 지나갔다.
하지만 마코토는 그런 남의 시선 따윈 상관없었다.
마코토에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인 것이다.
“네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내가 버릴 거라 생각했어?”
“그래도...고마워요...정말로...”
“크리스마스에 선풍기는 어울리지 않지만, 네가 가장 기뻐할 만한 게 이거 같아서...”
“...응...응응.”
마코토는 눈이 내리고 있는 가운데 선풍기를 꼬옥 두 손으로 껴안으며 방울방울 눈물을 흘렸다.
이미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던 추억을 되찾은 듯한 그런 따뜻한 감정이 밀려왔다.
토우도우가 이런 선풍기 하나를 생각해 주었다는 게 너무 기뻐서 견딜수 없다.
게다가 사쿠라자도 이미 버렸다고 말했는데 제대로 찾아 주었던 것이다.
마코토는 선풍기를 안은 채 흘끗 토우도우 뒤에 서 있는 사쿠라바를 바라보았다.
사쿠라바는 변함없는 포커 페이스였지만 마코토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희미하게 눈이 가늘어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감기 걸리겠다.”
마코토의 어깨를 안으며 토우도우가 말했다.
“네.”
마코토는 기쁜 듯 대답하고 선풍기를 안은 채 ‘아쿠아’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VIP룸에 들어간 마코토는 선풍기를 바닥에 놓고 갑자기 토우도우에게 안겼다.
“...뭐지? 오늘밤은 전에 없이 서비스가 좋은데?”
“...토우도우상이 오길 기다렸단 말이에요.”
마코토는 발돋움하여 키가 큰 토우도우의 목에 매달리며 말했다.
토우도우의 입가가 기쁜 듯 웃고 있다.
토우도우는 수트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어 푸른 리본으로 장식되어 있는 그것을 마코토에게 건넸다.
“...또 하나의 선물이야. 열어봐.”
“제, 제게?”
“너 이외에 누가 있는데?”
마코토는 토우도우에게서 작은 상자를 받아들고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급히 포장을 뜯었다.
상자 안에는 로렉스시계가 들어 있었다.
바디와 브레스가 백금이고 문자판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본 적도 없는 비싼 롤렉스였다.
“이거..비싼 거죠?”
눈을 둥그렇게 뜬 마코토의 솔직한 말에 토우도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싸구려로 보여? 선풍기만으론 왠지 멋이 없어서 말이지. 이제부턴 이 시계를 차고 자유롭게 시간을 써도 좋아.
지금까지처럼 이제 널 속박하지 않을 테니.”
롤렉스를 왼 손목에 채우며 토우도우가 말했다.
하지만 그런 토우도우의 말을 듣고 마코토는 마음속이 급속히 차가워지는 감각을 맛보았다.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기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굉장히 허무하고 공허한 느낌이 든다.
토우도우에게 독점되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마코토는 토우도우의 품으로 힘차게 파고들었다.
“싫어요. 그런 말씀 하지 말아주세요. 제 시간을 좀 더 속박해 주세요. 좀 더...독점해 주세요.
이제 와서 자유로운 시간 같은 거 제게 주지 마세요. 불안해 지니까.”
토우도우의 목에 매달려 마코토는 애원했다.
토우도우로서는 틀림없이 기뻐해 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반응에 일순 놀란 얼굴을 했다.
하지만 곧 마코토의 마음을 사랑스럽게 생각하며 츄우 소리내어 이마에 키스했다.
“...알았다. 널 좀 더...옭아매 주지. 나 이외의 일 따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독점해 주겠어.”
“....응...기뻐요.”
“그 전에 날 기쁘게 해서 그럴 생각으로 만들어 봐. 언제나 처럼...할 수 있지?”
토우도우는 만족스레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마코토에게 명령했다.
마코토는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로 웃으며 배운 대로 바닥에 두 무릎을 대고 익숙하게 토우도우의 퍼스너를 내렸다.
“...응...으응...”
마코토는 입을 벌리고 토우도우 자신을 듬뿍 목안까지 삼켰다.
토우도우의 분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딱딱해져 있었다.
마코토는 토우도우의 분신을 애무하며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속삭였다.
“...좀 더 뿌리까지 삼켜...그래.”
“웃...우웅...”
토우도우는 마코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선 채로 명령했다.
마코토는 그 명령에 순순히 복종하며 자신의 내부의 애정을 확인했다.
야쿠자 4대 조장인 토우도우 히로야로부터 명실공히 사랑 받고 있는 마코토는 도쿄의 밤거리에서
가장 유명하고 힘있는 남자가 되었다.
이제 밤의 세계에서 마코토를 모르는 자는 아무도 없다.
냉혹한 암흑가와 화려한 밤의 세계에서 마코토는 토우도우를 사랑하고 그에게 사랑 받기 바라며
오늘밤도 필사적으로 살아간다.
도쿄의 화려한 미드나잇은 그런 마코토와 토우도우를 감싸듯 오늘밤도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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