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은 달콤하게
연재는 집 한구석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선일 선배의 집에는 익숙한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제 몫으로 가져온 여행 가방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집안일도 할 필요가 없었다. 며칠 뒤에 있을 면접 준비라도 할까 싶었지만, 어디서 할지 정하질 못했다. 침실에서 하자니 바보 같았고, 거실로 나가자니 가정부가 이상하게 볼 것 같았다. 손님방에 들어가자니 제가 꼭 초대 당한 사람 같았고.
그래서 그냥 거실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낡은 노트북을 켜 놓고 바보처럼 텔레비전만 봤다. 다리 사이는 욱신거리고, 물어뜯긴 몸 이곳저곳이 아파 왔지만 돌봐 줄 사람은 없었다.
처음, 오메가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집으로 가서,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부모님도 저를 좋아해 줄 것이고 모든 것이 원만하게 흘러갈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연재는 밝은 베이지색 소파에 누워 무릎을 모았다. 한 자리에 앉아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 시간은 길고 멀었다. 감옥. 꼭 그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었다. 선일 선배가 손님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간만이군요. 이 집은 여전히 아름답네요.”
“아아, 인테리어에 꽤 공을 들였으니 말이죠.”
“부인께선?”
“아직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 회장님을 맞이하기엔.”
주춤, 몸을 움직여 현관으로 나갔다. 서른 후반대 즈음으로 보이는 남성이 연재를 발견했다.
“…선일 씨, 오셨어요?”
“응. 이쪽은 TIO사 회장님. 김 회장님이야.”
“부인, 안녕하세요. 결혼식 이후로 처음 뵙는군요.”
연재는 급히 제 꼴을 확인했다. 부끄럽게도 하얀 와이셔츠 한 벌만 입고 있었다. 제게 허락된 옷이었다. 주변을 살폈으나 가릴 것은 보이지 않았다. 미리 말했다면 준비했을 텐데, 이런 꼴로 손님을 맞이하는 건.
“죄송해요, 꼴이….”
“괜찮아, 상관없어.”
“하하, 여전히 오메가 보는 눈은 정말 탁월하십니다. 결혼식 때도 생각했지만.”
김 회장이 품평을 하듯 연재를 위아래로 훑었다. 연재는 아랫입술을 질끈 물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시선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걸 안다. 결혼 후 그에 대한 소문을 들었으니까.
선일이 오메가를 갈아치우는 것은, ‘다 사용했을 때’였다. 집에 방문하는 알파들에게 내돌리느라 낡아빠진 구멍을 버리듯 말이다. 연재는 발끝을 안쪽으로 곱고는 울 듯한 얼굴로 김 회장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 제 행동에 선일이 화를 낼까 두려워 그의 눈치를 보았다.
“채연재.”
“…네.”
“침실로 들어가 있어. 냄새 풍기지 말고.”
“네, 알겠어요.”
다행히도 오늘은 아닌 모양이다. 연재는 급히 침실로 들어갔다.
“이런… 저 때문에 부인이 고생을 하네요.”
“아닙니다, 아직 준비하지 못한 제 잘못이 크죠.”
“이번 오메가는 좀 다루기 힘드신 모양입니다?”
“까탈스러운 면이 있어서.”
마치 물건, 혹은 애완동물의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연재는 침실 문을 닫고, 침대 아래에 쪼그려 앉았다. 누울 맘은 들지 않았다. 배도 고팠고, 잠도 오지 않았다. 낮잠을 너무 많이 잔 탓이었다. 내일은 공부를 해야지, 부끄럽더라도 면접 준비도 하고 집에서 적응을 해야지.
아침과 같은 일에 적응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괜찮을 거야. 괜찮아.
제 손등을 반대편 손으로 살살 쓸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래, 면접 준비도 하고, 제 앞길도 있으니까. 이젠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원하는 만큼 공부도 하고…….
“채연재?”
“서, 선일 씨? 왜…왜요?”
“잠깐 나와 봐.”
그때 선일이 문을 두들겼다. 연재는 살짝 붉어진 눈시울에 맺힌 눈물을 재빨리 닦아냈다. 문이 열리고, 선일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는 연재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울었어?”
“…….”
“…하아… 추스르고 나와. 김 회장이 보고 싶어 하니까.”
그 말에 일순 손이 굳었다. 연재는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울을 보아하니 눈가가 붉다. 고작 그런 취급을 당했다고 운 것을 들키고 싶진 않았는데.
저를 비추는 거울 속은 담담하고 평면적이었다. 주먹으로 내리치면 금세 깨져버릴 만큼 연약해 보이기도 했다. 싫다고 안 나가면, 선일 선배는 바로 이혼을 하자고 할까? 원하던 오메가가 아니라고, 바로 내칠까? 1년간 부모님께 들어가기로 했던 돈은? 그것도 안 줄까?
“부인.”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자, 김 회장이 서 있었다. 그는 문에 몸을 기대고 고개를 기울였다. 무릎을 꿇고 거울을 보고 있는 연재를 몇 번이고 훑었다.
“…네, 회장님.”
“나오기 싫습니까?”
“…아뇨,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래 보이는데… 진짜 아니에요?”
고개를 푹 숙이자, 그가 작게 웃었다.
“나도 싫다는 사람은 싫은데.”
김 회장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곤 연재의 말랑말랑한 뺨을 잡아 제게로 고개를 돌렸다. 잔뜩 겁에 질린 얼굴에 그가 안쓰럽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불쌍해라. 하기 싫나요?”
“…무서워요.”
“이런. 그럼 내가 말해 놓을 테니 오늘은 안에 있을래요?”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사람이었다. 연재는 코를 훌쩍이며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김 회장은 연재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연재는 제 어깨를 끌어안았다. 다행이다. 나가고 싶지 않았다. 선일 선배나, 그의 아들인 규서까지는 그렇다 쳐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까지 이러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버티기로 해 놓고, 이러지 않기로 해 놓고.
쉽게 무너지는 자신이 싫었다. 멍청하고, 바보 같은 채연재. 할 수 있는 거라곤 다리를 벌리는 것뿐이면서 그조차 못하겠다고….
“흑….”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제게 못되게 굴었던 부모님마저 보고 싶었다. 그냥 못하겠다고, 이혼하자고 하면 받아 줄까? 규서의 말대로 못 나가게 될까? 망가질 때까지, 이 집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처음 그와 결혼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생활은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선일 선배와, 다정하고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저를 사랑하진 않아도, 돈을 주고 샀더라도 좋은 사람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야.”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화난 얼굴의 선일 선배가 성큼 다가왔다. 연재가 놀라 엉덩방아를 찧자, 그가 손을 내밀어 머리채를 쥐었다.
“아악!”
“나오라면 나와야지, 어딜 대들어?”
“서, 선배! 흐, 아윽!”
“나 부끄럽게 만들지 마. 부인 노릇 제대로 해.”
그대로 질질 끌려 나갔다. 두피가 온통 뜯기는 듯했다. 선일은 연재를 거실 중앙 카펫으로 내던졌다. 고개를 들자 김 회장이 다리를 꼰 채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는 창밖을 보다 연재를 발견하곤 눈썹을 까딱였다.
“나오기 싫으시다던데.”
“그럴 리가요.”
“그렇다면야.”
억지로 끌려 나오는 걸 다 봤음에도,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연재에게 손을 내밀었다. 연재는 바닥으로 내쳐져서는 벌벌 떨었다.
그는 고개를 기울이며 안쓰럽다는 듯 눈썹을 늘어트렸다. 뺨을 매만져 오는 손이 찼다.
“불쌍하게도, 떨고 있네요.”
“처음이라 그렇습니다. 아직 길을 들이지 않은 상태라.”
“내가 너무 일찍 오긴 했지.”
선일은 답답하다는 듯 넥타이를 풀고, 소파로 가 앉았다. 김 회장은 연재의 허리를 잡아 제 무릎 위로 앉히고 살짝 웃었다.
“처음엔 다 이러지 않았나요. 그리 답답해하지 마세요.”
“그래도 내게 이렇게 망신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망신이라뇨. 아닙니다. 꼭 강간이라도 하는 것 같아 즐거운걸.”
커다란 손이 허리를 쓸어내렸다. 오늘 아침, 선일과 규서에게 후벼 파였던 아래쪽이 아직도 욱신거렸다. 연재는 두 손으로 김 회장의 어깨를 짚고 잘게 경련했다.
“그만 떨어요, 부인.”
“……죄송, 합니다.”
김 회장이 작게 웃었다. 그리곤 연재의 가는 허리를 한 번에 끌어안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도망쳐요. 하기 싫은 거죠?”
“…네?”
“도망친다면 그대로 둘 테니까. 내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응?”
놀라 그의 품을 밀어내자, 선일이 혀를 찼다. 연재는 고개를 숙인 채로 혼란에 빠졌다. 진짜 도망치라는 걸까? 정말로? 여기서… 지금?
“지금…요?”
“그럼요.”
그 말을 듣자마자, 연재는 구르듯이 그의 품을 벗어나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제 꼴이 어떤 꼴인지, 그리고 오늘 낮에 왜 도망치지 않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결혼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한껏 발기했던 김 회장의 성기가 느껴졌을 때부터 울컥이던 마음이 미친 듯이 술렁거렸다.
그때, 묵직한 알파 페로몬이 연재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숨이 턱 막혔다. 저절로 아래가 축축하게 젖어 들고, 무릎이 꺾였다. 일어나려 해도 소용없었다. 그새 다가온 김 회장이 입꼬리를 올리며 연재의 머리채를 붙잡은 탓이다.
“시, 싫… 싫어요, 싫어… 서, 선배. 선배.”
선일은 유리잔에 담긴 술을 마시며 연재를 내려다보았다. 서늘한 눈빛에 딸꾹질이 나왔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보고 싶지 않다는 듯이.
“너무 빨리 잡혔네요. 시시하게.”
“회, 회장님.”
“미안해서 어쩌죠? 부인. 나 때문에 이 회장님이 화가 났네.”
그는 지금 놀이를 하고 있었다. 연재는 진심으로 도망갔지만 그는 그 진심을 짓밟기를 원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비참함에 몸이 굳었다. 그들은 저항할 수 없는 오메가를 짓누르고 저들의 입맛대로 즐기기를 원했다.
첫날, 그 첫날에 그러지만 않았어도. 선배는 계속해서 다정했을까? 결혼식 직전에 그 일만 없었어도 선배는 저를 정숙한 오메가라 생각하고, 제게 잘 대해 주었을까? 아니면 그것 또한 조교의 일환이어서, 결국은 이런 운명이었을까.
“부인.”
“……네.”
“잡혔으니 벌을 받아야겠죠?”
“……네, 네에.”
“지금부터 강간할 건데, 싫어요, 좋아요?”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연재는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 좋아요.”
그러나 철썩, 고개가 돌아갔다. 한쪽 뺨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회, 회장님.”
“좋다고 하면 안 되지. 내가 지금 강간하고 있다고 했는데.”
“……아.”
아래턱을 떨다,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끔찍해서 심장이 강하게 조여 왔다.
“아윽!”
솥뚜껑만 한 손이 연재를 내동댕이쳤다. 카펫 위였음에도 아플 정도로 강하게. 그는 연재의 발목을 가볍게 잡아당겨, 흰 셔츠 아래 드러난 볼기짝을 벌렸다.
“하, 하지…!”
“오.”
아주 쉽게 잡혔다. 가는 허리가 붙잡히고, 김 회장은 꼭 추삽질을 하듯 연재의 엉덩이에 제 가랑이를 비볐다. 부드러운 재질의 바지 자락이 느껴져 아래에 힘을 주자, 그가 손을 들어 둔부를 내리쳤다.
“하윽!”
“이런 게 있네요?”
굵은 손가락이 엉덩이를 벌리고, 좁은 구멍과 그 아래 회음부여야 할 자리에 있는 보지를 짓눌렀다. 연재가 눈을 질끈 감자, 그가 기분 좋게 웃음을 흘렸다.
“이 회장님도 참, 이런 거라면 귀띔을 해주셨어야죠.”
“…….”
“어째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제 놀이에 동참이라도 해주시는 건지.”
그는 탁자 위 놓여 있던 제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연재의 둔부 사이로 흘려보냈다. 차가운 액체가 아래를 파고들고, 두 구멍을 축축하게 적셨다. 질척한 애액으로 번들번들해진 보지구멍 위로 술이 흐르고 김 회장의 손가락이 그곳을 살며시 건드렸다. 손가락 끝에 애액이 묻어 길게 늘어난다.
“하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와, 저를 보지 않는 선일 선배가 연재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수없이 반복된 후에는 윙윙, 하는 소리로 변질되고 시야가 거멓게 물들었다. 관자놀이가 아려 올 때쯤, 연재는 눈을 질끈 감고 온몸에 힘을 뺐다. 도망칠 수 없다.
김 회장은 처음의 태도와 다르게 연재를 거칠게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새하얀 다리를 잔뜩 벌리고 그 사이 위치한 분홍빛의 음부에 검지를 밀어 넣었다. 마치 고기의 육질을 확인하듯 이리저리 휘저어 대충 내벽을 확인하고 손가락을 빼냈다.
“아침에, 남편과 뒹굴었나?”
“…네, 네.”
“남편만?”
“…규서…도요.”
선일은 그 모든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매번 있는 일이었음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모두 제 성 취향으로 인해 시작된 일이었다. 첫 오메가부터 이러진 않았다. 이름뿐인 결혼, 동거인에 가까운 오메가를 들이고 그와 의무적인 섹스를 했다.
그러다 그 오메가가 규서의 성기를 빠는 것을 보았다. 선일은 그 후로, 제 오메가를 모든 사람들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선일이 박는 것은 깨끗한 상태의 아침뿐이었고, 오메가들은 선일의 손님을 포함해 집에 들르는 모든 이에게 봉사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남성 오메가가 취향이었던 탓에, 뒷구멍이 쉽게 망가져 버린 것이다.
“하으, 흑!”
“아들과 떡을 치는 엄마라니. 대단한데.”
“흐으으, 아, 하으, 응!”
“하긴 이렇게 쑤셔 주면 질질 흘려대는 걸, 아들이라고 참겠나.”
붉은 속살 안쪽으로 김 회장이 검지와 중지를 미친 듯이 박아댔다. 어느새 물이 질질 흘러 음부가 질퍽질퍽 했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굵은 손가락이 번들번들해질 정도로 쉬지 않고 안쪽을 세차게 긁었다. 수줍게 오므라진 여성기가 움찔거리며 손가락 두 개를 겨우 받아들였다.
선일은 연재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래가 빳빳하게 발기했음에도 자위를 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제, 제발… 흑, 흐으, 아, 그냥, 그냥… 앗!”
“그냥?”
“바. 박아 주, 흑! 아악!”
음핵의 자극으로 아래가 벌겋게 달아오른 연재가 결국 참지 못하고 김 회장에게 아양을 떨었다. 김 회장은 손을 들어 연재의 보지를 세게 내리쳤다. 손바닥이 축축해져도 상관없다는 듯 몇 번을 때렸다. 찰싹, 찰싹 하던 소리가 끈적하게 젖어 들자 김 회장이 실소를 터트리며 허리춤을 끌어냈다.
“남편 앞에서 강간을 당하는데도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그리고 곧장, 완전히 풀어진 아래에 성기를 깊게 삽입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아래가 강하게 수축하며 기둥을 몽땅 감싸 왔다. 밀어 넣음과 동시에 연재가 사지를 떨며 허리를 움찔거렸다.
“흐으, 흐… 아으, 아… 아, 아….”
알파 페로몬 향에 취해 눈매가 늘어져 있었다. 연재는 멍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며 끅끅대고 울었다.
“아, 하윽! 흐, 악!”
“…….”
김 회장은 ‘강간 놀이’에 푹 빠진 사람처럼, 아무 말도 없이 연재를 범했다. 부러 침을 뚝뚝 떨어트리고 연재의 목덜미를 세게 물어뜯었다. 선일이 ‘상품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행위는 삼가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온몸에 멍이 가득했을 것이다.
신사적인 겉모습과 다르게 무척 가학적인 취향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박는 내내 연재가 발버둥 치기를 바랐다. 힘에 겨워 늘어지면 볼기짝을 세게 내리쳤다. 선일도 그것까지는 막지 않았다.
“회, 회장니, 임, 흑, 아! 아윽! 그마, 그마안… 아! 흐윽!”
조금의 배려도 없는 삽입에 아래가 몹시 아팠다. 아침의 행위 덕분인지 찢어지지는 않았지만, 쉴 새 없는 움직임으로 마찰이 일었고, 질구가 홧홧하게 달아올라 몹시 뜨거웠다. 연재는 발끝을 잔뜩 곱은 채로 끅끅, 하고 울었다.
“제, 제발, 흑… 아! 아윽, 악!”
그는 연재가 조금도 느끼지 않기를 원했다. 온통 고통뿐인 관계이기를 바랐으나, 연재는 아래로 물을 질질 흘렸다. 두 알파의 페로몬 탓도 있었으나 일주일간 이어진 선일과 규서와의 관계로 인해 성기가 드나드는 것만으로도 발기했다.
발긋한 색의 성기가 꺼떡이며 배에 부딪혔고, 아래의 보지구멍은 김 회장의 것을 강하게 조여댔다. 그 순간 콘돔조차 끼지 않은 김 회장이 내벽에 정액을 왈칵 싸질렀다.
“자, 잠! 무슨, 흑, 아! 아, 안 돼요, 흐, 아윽!”
급히 발끝에 힘을 주고, 허리를 움직여 도망쳤으나 반항은 조금도 가지 못했다. 김 회장은 연재의 허리를 끌어안고 음모를 엉덩이에 비벼 올리며 잔뜩 사정했다.
“아, 안… 흐윽, 흑… 안에는, 안, 되는데….”
엉엉 울며 바닥에 고개를 박았다. 외간 남자들의 씨앗을 품는 몸은 이젠 익숙하다는 듯 김 회장의 정액에도 자극을 느끼며 움찔거렸다. 크기가 조금 줄어든 성기가 뭉근하게 빠져나가고, 그 빈자리를 희멀건 정액이 채웠다. 엉덩이만 들어 올린 채로 할딱이던 연재는 선일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사정의 여운에 벌벌 떠는 연재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애가 생기면 알아서 지워.”
서늘한 목소리에 울컥 눈물이 흘렀다. 연재는 말없이 콧등을 찡그리며 몸을 둥글게 말았다. 김 회장이 박아대던 뒤도 아팠고, 자극만 당하다 물을 질질 흘리는 제 성기도 아팠다. 가장 힘든 건 마음이었다. 사랑하던 선일 선배가 저를 내치던 날카로운 목소리. 후들거리는 팔다리로 몸을 끌어안았다.
“하아, 하… 이번, 오메가는… 그간 놈들보다 꽤, 음란하군요.”
“……그런 편이죠.”
“헐거워진 구멍에 그만 박고, 뒤 좀 쓸까 하는데 괜찮으신지?”
김 회장은 눈물로 일그러진 연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한가한 질문에 연재는 끅끅대며 카펫에 얼굴을 비벼댔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저를 학대하던 아버지도 보고 싶었다. 아니, 차라리 규서에게 다리를 벌리는 것이 나았다. 저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꼬마였으나 그와 그의 친구들에게 돌려지는 것이 나았다.
연재는 히끅이며 주춤주춤 몸을 움직였다. 음부가 고스란히 드러나 제 뒷모습이 음탕해 보일 것도 알았으나 숨길 새가 없었다. 질질 흐르는 정액을 느끼며 기어야 했다. 그러나 금세 눈치챈 김 회장이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찍어눌렀다.
“서, 선일… 씨, 흐윽, 아! 살려, 살려… 흐윽, 악!”
“그래, 그렇지. 남편한테 빌어야지.”
연재의 간절함에 김 회장이 끌끌 웃었다. 그는 빽빽한 주름으로 좁은 뒷구멍을 매만졌다. 조금도 풀지 않은 채였으나 그는 바로 밀어 넣을 것처럼 귀두를 입구에 문질러댔다.
“하, 하으, 흑! 시, 싫어어, 거기, 거기는, 싫어요… 흐윽!”
“왜. 왜 싫은데?”
“아파, 아파요… 흐으, 흐, 악!”
아프다는 말에 김 회장은 이를 드러냈다. 환하게 웃은 뒤 강하게 처박자, 뒤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연재는 비명을 지르며 팔을 길게 뻗었다. 수월하게 풀어져 있던 여성기보다 열 배는 넘게 아팠다. 본래 이러한 용도의 것이 아닌 탓이다. 바닥을 긁고, 주먹을 쥐었다. 선일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하으, 흑! 아, 아윽! 악! 아악!”
“하, 하하… 진작 뒷구멍에 박아 줄 걸 그랬나 보네. 이렇게 이쁜 소리를 내는데… 부인, 좋습니까?
“회, 회장, 니, 흐윽, 악! 아파, 아파요, 아흑, 흑! 아!”
연재가 도리질을 치며 비명을 질렀으나 그는 연재의 반응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굵직한 성기가 좁은 입구를 세차게 긁어대고, 맞물려 있던 뒷구멍이 강제로 한계까지 벌어져 후들거렸다. 잘 풀어 주지 않아 흘린 피는 윤활제가 되어 성기의 움직임을 더욱 수월하게 도와주었다. 조금 전 싸질렀던 정액과 피가 섞여 분홍빛의 액체가 바닥에 잔뜩 고였다.
“아으, 흑, 악! 아윽! 아! 서, 선일, 씨, 흐윽! 살려, 살려 주- 악!”
핏줄이 불거진 성기는 삽입을 시도할 때마다 내벽을 강하게 긁어 올렸다. 안쪽이 엉망이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내장과 내벽이 모두 딸려 나오도록 강하게 뽑아내고, 다시 처박기를 반복하면서 김 회장은 섹스, 아니 강간을 즐겼다.
아래에 부딪힐 때마다 성기 밑단이 닿아 왔다. 음모도, 고환도. 부딪힐 때마다 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그는 어느 정도 추삽질을 하다 손을 앞으로 돌려 연재의 성기를 붙잡았다.
“흐으, 흐…… 아, 아으, 무, 무스은, 흑, 아…!”
발끝이 잔뜩 곱았다. 그는 능숙하게 젖은 요도구를 문지르고 기둥을 흔들어대며 자극하기 시작했다. 뒤가 홧홧하게 아려 올 정도로 아팠으나, 앞의 자극 또한 강렬했기에 연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김 회장은 아예 성기를 꽂은 상태에서 연재를 들어 올려 제 무릎에 앉혔다. 깊게 들어오는 성기에 숨이 막혀 끅끅대자, 다정한 손짓으로 가슴을 토닥여 주었다. 물론, 일어나려 할 때마다 머리채를 잡히긴 했다.
“부인, 다리를 좀 더 벌려요. 부인도 즐길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
“…시, 흐윽, 아!”
거부하려는 찰나 투박한 손가락이 아래로 들어와 구멍을 찔러 왔다. 거친 손바닥을 넓게 펴 보지를 완전히 덮고 이리저리 비벼대는 탓에 머리가 하얗게 물들었다. 강렬한 통증이 잊힐 만큼의 쾌락이었다. 그는 점차 열기를 띠기 시작하는 연재의 뺨에 입을 맞추고, 잔뜩 벌어진 다리 사이를 보며 웃었다. 봉긋하게 달아오른 음핵을 엄지로 짓누르고 비비기를 반복하자 연재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으, 흑! 아!”
“좋죠?”
“흐으, 응, 아읏, 아, 아으, 아…!”
선일도 이리해 준 적이 없었다. 그나마 다정하게 굴던 규서도 김 회장에 비해 능숙하질 못했다. 연재는 몸을 이리저리 꼬다 바닥을 긁었다. 지나치게 흥분한 연재는 숨이 넘어가도록 끅끅대며 신음을 내질렀다. 김 회장은 그것을 눈치챈 듯 엎어져 있던 몸을 제게로 빙글 돌렸다.
“하으, 앙!”
아래가 강하게 마찰하며 아랫배가 몹시 아려 왔다. 거대한 흉기가 어딘가에 닿은 탓이다. 눈앞이 번쩍일 정도의 감각이었다. 연재는 김 회장의 목을 끌어안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여성기도 아니고, 뒤로 느꼈다는 사실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진작에 맨몸이었으나 한 꺼풀 더 벗겨져 여러 사람 가운데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흐, 흐으, 하으… 흐윽, 흑….”
“쉬, 괜찮아요. 부인. 남편이 밤마다 만족을 못 시켜 주는 모양이죠?”
“회, 회장, 회장님, 흐윽, 아, 아으, 흐… 응, 아!”
그는 천천히 연재의 살결을 어루만지며 허리를 추켜올렸다. 적나라하게 벌어진 음부 안으로 거친 성기가 드나들며 고환이 엉덩이에 닿아 뭉개졌다.
억눌린 소리는 금세 신음이 되어 공간을 채웠다. 살과 살이 부딪쳐 철썩이고, 맞댄 피부가 질척이며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뜨거운 마찰과 시선, 달라붙는 음성에 식은땀이 흘렀다. 소파에 가지런히 앉아 다리를 꼰 채로 구경하던 선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윽, 앗, 앙! 아응, 흐으응, 아!”
커다란 귀두가 어딘가에 부딪힐 때마다 연재의 눈앞이 번쩍번쩍 튀었다. 뒤는 처음이었으나 꼭 익숙한 사람처럼, 김 회장의 것을 잔뜩 조였다. 연재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손톱을 세웠다. 그러자 김 회장이 세게 쳐올리며 연재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이쁘니까 봐드립니다. 부인.”
“흐으, 아, 아, 아읏, 아! 아흐, 아!”
김 회장의 셔츠 위로 손톱을 세우고 잔뜩 긁었다. 그는 여전히 성기만 꺼낸 채로 허리를 쳐올렸는데, 그게 꼭 창부를 대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설움에 가슴 아파할 새도 없이 김 회장은 허리를 뭉근하게 돌리며 매끄러운 내벽을 억세게 짓눌렀다.
그러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연재의 갈비뼈 부근을 잡고 들어 올렸다. 귀두가 간신히 걸쳐질 만큼 빼내더니, 불안에 떠는 연재를 보며 눈을 휘었다.
“하윽, 아! 아으, 응! 악!”
비명과 같은 신음이 내뱉어졌다. 위에서 아래로 한 번에 내리꽂힌 탓에 내벽이 강하게 수축하며 심장과 같은 박동으로 쿵쿵 울었다. 제 몸의 무게만큼 억세게 들어온 성기가 음부를 한 번에 가르며 핏줄이 불거진 성기를 몽땅 삼켰다. 허리가 벌벌 떨리고, 토악질이 나는 것과 반대로 그 통증마저 쾌감으로 느껴졌다.
연재는 턱을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몸이 들려지고, 처박히기를 반복했다. 동시에 김 회장이 허리를 올리며 성기가 더욱 깊은 곳까지 들어섰다. 반복되는 삽입 행위에 연재의 성기와 뒷구멍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특히 보지구멍에서 흘러나온 정액과 애액이 뒤까지 흘러 온통 범벅이었다. 둘이 앉은 소파는 다시 쓸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해졌고, 김 회장은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검지와 중지로 보지를 쑤셔대며 쫀득하게 감싸 오는 뒷구멍에 좆을 처박았다.
“아흐, 흑, 아! 아, 아!”
“…….”
오롯이 연재의 음성만이 남았다. 김 회장은 연재를 소파에 길게 눕히고, 그 위로 올라타 허리를 마구잡이로 흔들어댔다. 박아댈 때마다 크림빵처럼 정액을 질질 흘려대는 보지를 손가락으로 엉망으로 쑤시고, 질구에서 흘러나온 보짓물을 연재의 가슴에 닦았다.
“부인, 다음에 올 때… 선물을 하나… 준비하죠.”
“흐으, 흑, 아, 아, 아읏, 아!”
“벗고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몸이지, 않습니까….”
철퍽, 하고 박을 때마다 그가 은근하게 웃었다. 연재는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아랫배가 욱신거릴 정도의 쾌락임은 맞았으나, 피하고 싶었다. 간절히 도망치고 싶었다. 선일을 바라봤으나 그는 고개를 돌린 채로 연재를 바라보지 않았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연재는 적어도 ‘망가질 때까지’ 이곳에서 다리를 벌리고 안방 남창 노릇을 해야 했다. 들어오는 모든 손님들에게 구멍을 제공하는 창부.
연재는 선일의 오메가였고, 둘은 돈으로 이뤄진 관계였다.
“아, 하으… 흐, 아, 아, 아….”
눈을 질끈 감자 김 회장이 또 한 번 토정했다. 뒷구멍으로 흘러 들어오는 묵직한 정액에 연재는 늘어진 채로 경련했다. 멀쩡한 김 회장과 달리 연재는 거친 쾌락의 여운에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마치 커다란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모래가 잔잔하게 깔리듯, 쓸려 내려가는 하얀 거품처럼 연재는 사라질 듯이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김 회장은 버클을 올리며 시원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잘 썼습니다. 이 회장.”
“즐거우셨군요.”
“예. 요 근래 써 본 오메가 중 가장 괜찮았네요.”
눅눅하고 축축한 소파 위에 연재만이 늘어져 있었다. 두 남자는 몸을 일으켜 식탁에 앉았다. 가정부가 차려 놓은 와인과 안주 따위가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규서가 내려와, 제 어미를 안아 들었다. 사업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모자는 침실로 들어섰다.
정액에 찌든 몸을 씻기는 건 아들 규서의 몫이었다. 물론 대개의 오메가는 이 상황이 익숙해지면 규서의 손을 피했다. 스스로 씻고자 원했고, 규서는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 주었다. 꼴리면 박는 구멍에게 의사라는 게 필요한가 싶지만, 규서는 구멍들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었다.
늘어져 있는 구멍을 원하지는 않았다.
규서는 연재를 안아 욕조에 앉혔다. 물의 온도를 맞추고, 파리한 안색의 연재를 힐끔거렸다. 떡 한 번 쳤다고 기절하는 오메가는 처음이다. 아버지나 저와 했을 때는 이렇게 예민하게 굴지 않았으면서. 아버지가 모르는 사람에게 뒤를 대 주게끔 한 것이 어지간히 충격이었나 보다.
하얀 욕조 안에 물을 채웠다. 물줄기가 욕조 바닥에 부딪혀 나는 거친 소음이 줄어들 때쯤, 규서는 욕조에 입욕제를 풀었다. 그리고 꼼꼼히 씻기기 위해 옷을 벗었다.
늘어진 연재의 얼굴은 ‘어머니’라고 하기엔 너무 어렸다. 제 또래로 보일 지경이었다. 규서는 입맛을 다시며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욕조는 꽤 커서, 두 사람이 들어가고도 남았다. 목재로 이뤄진 바닥과 달리 욕조는 하얗고 단단한 재질로 되어 있었고, 원에 가까운 네모난 형태를 띠었다. 다리를 쭉 뻗으면 고정이 될 정도의, 적당한 길이기도 했다. 규서는 연재의 옆에 앉아 한숨을 내뱉었다.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 찬 욕실은 몹시 습했다. 힐끔 본 연재는 아직도 기절해 있다. 도통 일어날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기절한 오메가를 범하는 건 어쩐지 진짜 쓰레기 같아서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규서는 입맛을 다시며 연재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제 앞으로 옮겼다.
부드럽고 따끈따끈한 살결이 닿아 왔다. 움찔거리는 여성기와, 축 늘어진 남성기가 훤히 보였다. 규서는 연재의 허벅지 안쪽으로 발을 밀어 넣어 벌렸다. 가느다란 어깨가 움찔거렸다.
“으, 흐으, 응…….”
연재는 가느다란 눈썹을 찡그리고 할딱였다. 주홍색에 여러 번 물을 탄 듯한 입술이 벌어지고, 붉은 혀가 보였다. 끝이 동그란 코도 움찔거리고, 입가가 씰룩였다. 규서는 더 가까이 다가가 그를 한참 보았다. 눈두덩이 아래는 불그스름하게 물들어 있었고, 긴 속눈썹은 머리카락만큼 새까맸다. 깨끗한 선의 쌍꺼풀을 보던 규서가 침을 삼켰다.
아버지의 취향은 언제나 저와 같았다.
그러나 이번은 조금 달랐다. 아주 조금. 외모가 아닌 성격이 달랐다. 앞선 오메가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만큼. 규서는 손을 뻗어 연재의 뺨을 쓸어내렸다. 누군가가 열심히 빚은 도자기처럼 매끄러웠다. 엄지에 힘을 줘 뺨을 누르자, 입이 자연스레 벌어졌다.
규서는 혀를 집어넣었다. 두 손을 내려 뭉근한 정액이 가득 찬 보지를 천천히 쑤시고, 늘어진 혀를 감싸 올렸다. 고개를 비틀어 혀를 깊게 밀어 넣고 손가락으로는 아래를 계속해서 뒤적였다. 두 구멍 모두 사용했는지 아래위로 정액이 가득 차 있었다.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정액을 빼냈다. 힘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연재의 턱을 따라 저 또한 고개를 기울였다.
무의식중에 움찔거리며 도망가려는 움직임이 재밌었다. 얽힌 혀가 도망을 치거나, 질구에 힘이 들어가 손가락을 씹는 일이 생겼다. 규서는 계속해서 입을 맞추며 눈을 휘어 웃었다.
연재의 냄새는 유독 달달했다. 대부분의 오메가들이 달큰한 향을 흘리지만, 새 어미의 페로몬은 무르익은 사과와 솔향이 뒤섞인 것과 같았다. 규서는 눈을 감고 그 향을 깊게 마시며 연재의 아랫입술을 빨았다. 아프지 않게 이로 살짝 짓이기고, 다시 혀를 집어넣어 치열을 훑었다.
“으, 흐응, 응…….”
갑자기 난 소리에 규서가 눈을 떴다. 깼나 싶어 혀를 목구멍까지 밀었더니, 또 끙끙 앓았다. 잠깐 나온 소리인 듯싶었다. 연재가 깨어나도 상관은 없지만, 어쩐지 이 스릴이 재밌었다. 기절한 사람의 아래를 쑤시고 숨이 막힐 정도로 입을 맞춰대는 게, 꼭 해선 안 될 짓을 하는 것만 같아서.
규서는 쪽, 소리가 날 만큼 입을 떼어내고 퉁퉁 부어오른 연재의 입술에 다시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정액이 다 빠지지 않은 아래에 제 귀두를 들이밀었다. 보지구멍도, 뒷구멍도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써 보지 않은 뒷구멍을 쓰기로 했다.
어미의 후장에 좆 대가리를 밀어 넣는 감각은 짜릿했다. 그것도 조금 전까지 강간을 당해 기절한 사람을 말이다. 매끈한 선단부터 천천히 좁은 내벽을 벌려 밀어 넣었다. 여성기와 다르게 더욱 쫀득하고 끈적한 내벽은 뻑뻑했다. 오메가라고 해도 히트 싸이클이 아니니까.
“하…… 후우…….”
규서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며 뿌리까지 욱여넣었다.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구멍을 열었다. 워낙 뻑뻑한 터라 성기가 조여와 아프기까지 했다. 규서는 혀를 내밀어 제 입술을 훑었다.
양 골반을 잡고 구멍을 비집고 들어섰다. 꽉 다물려 있는 조개의 입을 억지로 열어내듯이, 좁은 뒷구멍에서 성기를 빼냈다가 다시 강하게 쑤셔 박았다. 두툼한 귀두가 안쪽 도톰한 살을 열어내자 연재가 숨을 크게 뱉으며 떨었다. 어느 한 지점을 누를 때마다 눈썹이 일그러지고, 가지런하고 단정한 콧대가 경련했다. 규서는 힘을 줘 그 부분을 세게 찧었다.
“으, 으응!”
결국 연재가 눈을 떴다. 조여들던 심장 박동이 크게 울렸다. 규서는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제게 이런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새어머니 덕분에 새 취미가 하나 생겼다. 자는 오메가의 가랑이를 쑤셔대는 것.
연재는 눈을 뜨고도 한참이나 멍한 얼굴을 했다. 주변을 둘러보고, 규서를 쳐다보다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상황이 이해 가지 않는지 예쁜 눈이 가늘어졌다.
“……규서?”
“네에, 어머니. 깨셨, 어요?”
규서는 해맑게 웃으며 좆을 처박았다. 성기를 빠듯하게 감싼 속살을 헤집고 불룩한 부위를 찔러 올리자, 연재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놀라 동그래진 눈동자가 경련하더니 이내 아래로 향했다.
연재의 움직임과 동시에 규서는 그의 손목을 잡아 욕조 벽에 짓누르며 허리를 크게 움직였다. 욕조의 물이 출렁이며 첨벙, 하고 욕조 바깥으로 흘러내렸다. 규서는 가까이 다가가 연재의 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제야 입술이 부었다는 걸 알아챘는지, 연재가 이로 아랫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이, 이게…… 아, 읏!”
“씻기려는데, 어머니가, 하으, 후…… 씨발, 나를 꼴리게 하잖아요.”
“아, 흐윽, 무슨…… 흐으, 읏, 아!”
“그러게 누가 기절, 하래……. 다리 한 번 벌려 놓고, 씨발, 기절까지 해서… 헉, 사람을, 자극하고.”
연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흐리멍덩한 눈동자에 빛 한 점이 없었다. 하지만 거칠게 박아댈 때마다 일그러지는 눈살과, 잘게 흔드는 어깨가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규, 흐으, 규서, 아, 아윽!”
“하아…… 후…….”
연재는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선일 선배가 와 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눈물로 얼룩진 시야로 규서가 가까이 다가왔다. 고개를 돌리자, 턱을 잡아 고정시키더니 입을 벌리게끔 했다. 뜨거운 살덩어리가 입 안으로 들어와 내부를 마음껏 훑어댔다. 목구멍까지 깊게 들어와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고, 연재의 작은 혀에 제 것을 올려 뜨거워지도록 비벼대다 치열 하나하나를 훑었다. 벗어나고자 고개를 저으면 허리를 움직여 내벽을 거칠게 긁어 올렸다.
성기의 핏줄, 그리고 심장 박동이 느껴질 정도로 온몸이 밀착돼 있었다. 규서는 한 번 박을 때마다 연재의 허리를 세게 안으며 벽으로 밀어붙였다. 퍽, 퍽 쳐올리는 소리에 온몸이 일그러지는 듯했다. 어린 남성의 성기가 드나듦에도 제 구멍은 좋다고 빨아대고 있었고, 조금 전 김 회장과의 관계처럼 원치 않음에도 발기했다.
“아으, 흐, 아, 아, 아!”
점점 높아지는 교성에 규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규서는 제 아래서 우는 아홉 살 연상의 어머니를 훑어보고는 입을 벌려 가느다란 목덜미를 씹었다.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아버지의 아내들을 범할 때마다 규서는 그들이 제 아이를 낳아 주는 걸 꿈꾸곤 했다. 동생이자 아들이라니, 그건 분명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아버지의 반응이 궁금했다. 특히 이번 오메가가 그렇게 된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첫날만큼은 다정했던 아버지의 지인.
“하으, 흑, 아, 아윽, 응, 아!”
분명히 아버지답지 않았다. 신혼여행을 가지 못해 미안하다 말하고, 다정하게 굴었다. 집에 오자마자 거실에서 범하지 않았고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린 뒤 ‘부부의 침실’로 들어갔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규서는 꽤나 흥미로워했다.
다음 날, 곧바로 이전과 같아진 둘의 모습에 그럼 그렇지, 하고 넘겼지만.
“하으, 흐, 앗, 아, 아으!”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아버지일 리는 없다. 규서는 대답하지 않고 더욱더 강하게 아래를 쑤셔 박았다. 비좁은 구멍에 좆을 가득 밀어 넣고, 마찰로 인해 입구가 뜨거워지도록 흔들어댔다. 가느다란 손목을 쥐고 마른 몸을 엉망으로 흔들어댔다. 꼭 바싹 마른 나뭇가지처럼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한 몸이었다. 물론, 구멍만큼은 제 할 일을 다 했지만.
“아, 아, 앗, 앙! 흐으, 아!”
바깥의 누군가가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모자가 친목을 다지는 중이로군’ 하고 중얼거렸다. 규서는 김 회장을 가벼이 무시한 채로 연재의 다리 사이에 허리를 묻었다. 고환이 부딪치고 음모가 닿을 만큼 세게 밀어 넣어 비벼 올리자 연재가 벌벌 떨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규서는 두 손으로 연재의 가슴 양쪽을 붙잡고 몇 번 더 쳐올렸다. 사정하는 와중에 움직이자 연재가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발버둥 치며 히끅이다가 저도 함께 사정하며 눈물을 뚝뚝 떨궜다. 규서는 엄지로 양쪽 유두를 문질러대며 연재의 입술을 가볍게 빨았다.
“하으, 흐…… 흐으, 아.”
연재는 팔다리를 늘어트린 채로 여운에 몸을 떨었다. 잘게 경련하는 어깨를 끌어안은 규서가 한숨을 내뱉었다. 뜨거운 물은 어느새 미적지근하게 식어 있었고, 달큰한 입욕제 향 위로 연재의 냄새가 뒤엉켰다. 다리는 규서의 허리를 두르고 있었고, 팔은 아무렇게나 늘어졌다.
아마 이 집 전체에 연재의 오메가 냄새가 진동을 할 것이다. 아니, 집 앞까지 날지도 모른다. 규서는 가느다란 어깨에 턱을 올리고 입맛을 다셨다. 따끈따끈한 몸이 폭 안겨 와 제법 안는 맛이 있었다. 재밌는 계획이 떠올랐다.
* * *
정신적인 충격이 컸는지, 연재는 새벽 6시가 되어도 눈을 뜨지 못했다. 선일은 그런 연재를 보다 혀를 찼다. 제시간에 일어나지 않는 아내는 바로 혼을 내는 것이 맞았지만, 어쩐지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제, 김 회장이 연재를 가지고 놀 때부터 들었던 감정이었다.
선일은 연재의 턱을 잡아 제게로 돌렸다. 결혼한 지 고작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건만, 볼살이 폭 패어 턱이 날카로웠다. 왜 기분이 나빴지? 이 녀석이 제대로 하지 못해서? 김 회장은 만족했는데?
선일은 턱을 놓고 몸을 일으켰다. 부스럭대는 소리에 연재가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새까만 눈이 천장을 향해 몇 번 깜빡이더니, 욕실로 향하는 선일을 발견했다.
“서, 선일 씨……!”
아무래도 김 회장이 문제였던 듯하다. 선일은 꽤나 감정적이고 제멋대로여서 친하게 지내는 누군가가 지겨워지는 일이 많았다. 어젯밤의 김 회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선일은 후련한 얼굴로 한숨을 내뱉고 욕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무시당한 연재는 안절부절못하며 침대 아래로 발을 뻗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일주일간 느끼지 못했던 강한 통증이 온몸을 덮쳤다. 발에 힘을 줘 일어날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말 못 할 곳이 몹시 아파 왔다. 셋을 상대한 것은 너무 벅찬 일이었을까. 연재는 쓰라린 제 아래를 힐끔 내려다보다 말았다.
간신히 일어나 벽을 붙잡고 샤워실로 기어갔다. 안쪽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화났을까? 집안의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그것도 일주일 만에 실수를 저질러서 화가 났을까? 벌을 줄까? 아니면, 내쫓을까?
아니, 망가질 때까지 버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들인 규서도 비웃지 않았던가. 이 집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선일 선배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야 부모님도, 저도 살 것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버려진다. 그러니 최대한 곱게, 고분고분 말을 들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저기요오. 엄마? 왜 이렇게 안 와요?”
“……규서야?”
“아버지 이제 씻어서? 이상하네, 그럴 양반이 아닌데.”
깨워야 할 사람이 모두 일어났다는 걸 깨닫자 심장이 쿵, 가슴께를 내리쳤다. 규서는 연재의 얼굴이 새파랗게 물든 것을 보고 고개를 기울였다.
“왜요?”
“……이, 일어나, 났, 어…?”
“어, 뭐. 네. 오늘 MT 가거든요. 그래서 일찍 일어났는데, 왜요? …엄마 혹시 오늘 늦잠 잤어요? 아버지 안 깨웠고?”
날카로운 질문에 연재가 시선을 피했다. 고집스레 닫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대답을 미뤘다. 그러자 규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뭐, 그럼 나는 엄마가 깨워 줬다고 할게요. 이따가 아버지 나오면 내가 그렇게 말할게요.”
“어, 어…?”
“왜 그런 표정을 지어요? 나라고 뭐, 하루에 한 번씩 좆물을 안 빼면 큰일 날 줄 알았어요? 내가 아버지도 아니고.”
문 앞에 서서 팔짱을 낀 규서가 처음으로 성인답게 보였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아이에게 ‘성인’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아니야. 규서야, 고마워.”
“고마우면 보지구멍이나 닦아요. 어젯밤에 제대로 안 닦아서, 아래가 너저분하니까.”
그 말에 화들짝 놀라 아래를 가렸다. 규서가 눈을 휘어 웃고는 문밖으로 나갔다. 연재는 주변을 둘러보다 티슈를 뽑아 침대에 몸을 기댄 채로 아래를 닦았다. 안쪽까지 무언가가 느껴졌다. 손가락을 넣어 휘젓자 굳은 정액이 툭툭 떨어졌다.
닦아내긴 했지만 불쾌한 느낌은 여전했다. 연재는 떨떠름한 얼굴로 티슈를 버리고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제야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규서가 나쁘지 않은 아이라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이 집에 살면서 많은 오메가를 봐 온 아이다 보니 철이 든 듯했다. 어젯밤, 김 회장과의 일 이후로 기억이 새하얬는데 잠시 눈을 떴을 때 규서가 보살펴 주고 있었다. 알약 하나와 함께 따뜻한 차를 내어주기도 했다.
이따 고맙다고 해야지. 연재는 바싹 마른 손에 얼굴을 묻고 숨을 색색 내쉬었다.
그러다 얼마 뒤, 욕실 문이 열렸다. 안방 안쪽에 딸려 있는 욕실은 어제 기절한 사이 규서에게 당했던 곳이었다. 조금 전까지 그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했는데, 문틈 사이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보니 기억이 떠올랐다.
연재는 주춤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닥을 내려다봤다가, 다시 시선을 올려 선일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확인했다. 눈알을 너무 많이 굴려 도르르, 툭. 하고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천천히 선일이 하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왔다. 아래는 하나도 가리지 않은 채였다.
“서, 선일 씨.”
“…….”
힘겹게 불렀지만, 선일은 연재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 지나쳤다. 그는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연재는 얼떨떨한 얼굴로 선일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걸어가면서 보았던 검붉은 색의 성기가 떠올라 다시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이미 제 몸 안에 삽입되었던 것이지만, 밝은 아침에 적나라하게 보니 민망하고 남사스러웠다.
연재는 제 몫으로 주어진 하얀 와이셔츠를 아래로 잡아 빼며 안방 밖으로 나갔다.
“선일, 선일 씨. 저기, 저…….”
“들어가.”
“…네, 네?”
“우리 멍청한 아내는, 같은 말을 두 번 해야 알아듣나?”
화들짝 놀라 고개를 마구 저었다. 그리고 급히 절뚝이며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아니, 문을 닫을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연재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문에 달라붙었다. 오늘 기분이 많이 안 좋은가? 바쁜데 말을 걸어서 화났나? 벌은 이따 와서 내릴지도 모른다. 저번처럼 때릴까, 아니면 더 무서운 벌이 올까. 연재는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이미 잠은 다 깨 버렸다. 씻기나 해야 할 것 같아서, 연재는 선일의 냄새가 나는 욕실로 들어섰다. 수증기로 희뿌예진 거울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세면대에 손을 올리고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 반대 손으로 거울을 쭉 닦았다. 제 볼품없는 얼굴이 보였다. 조금 더 밀어내자, 하얀 욕실이 조금씩 드러났다. 손을 뻗어 조금 윗부분도 닦았다. 뽀드득, 소리가 좋았다.
그런데, 방금 닦은 부분에 선일이 귀신처럼 서 있었다. 새까만 정장을 입고, 거뭇한 눈으로 연재의 뒤를 쳐다보고 있었다.
“선배?”
“……호칭 똑바로 해.”
“죄송해요… 선일 씨. 무슨, 무슨 일 때문에…….”
부끄러웠다. 꼭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둑 키스를 하려다 들킨 것처럼 민망했다. 연재는 두 손을 모으고 꼼지락거렸다. 한참 쳐다보던 선일은 말없이 욕실을 나가버렸다. 쾅, 하고 닫히는 소리에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진짜 화 많이 났나 봐. 어떡하지…….
* * *
연재는 MT에 간다는 규서의 짐을 챙기는 걸 도왔다. 그래 봤자 옷을 들어 주는 정도였지만 규서는 꽤나 좋아했다. 연재는 무언가 해낸 기분에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오늘은 두 사람 모두 집을 비우니까, 면접 준비를 해야겠다. 벌써 면접일이 4일밖에 남지 않았다.
“저 갔다 올게요. 내일이면 오니까 너무 섭섭해하시지 말고요.”
“으응, 다녀와.”
“……그 표정은 좀 상천데.”
가볍게 장난을 친 규서가 연재의 목덜미를 잡아 제게로 끌어당겼다. 상체가 앞으로 쏠리자, 어깨를 받아내 주더니 입술을 쪽, 하고 맞췄다. 살짝 부딪치듯 닿아 아랫입술을 빨아들이고 떼어내는 솜씨가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다. 연재는 손등으로 입술을 훔치며 시선을 피했다. 선일 선배는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이제 막 스무 살이 됐는데 이럴까.
그러다 아차, 싶었다. 아까 하다 못한 말이 떠올랐다.
“아, 어제 차… 고마웠어. 피로가 좀 풀린 거 같아.”
“그래요? 다행이네. 다음에 또 사 올게요.”
“아니, 아니야. 내가 사 마실게. 고마워.”
“별로 비싼 것도 아닌데. 여튼 저 다녀올게요.”
꾸벅 인사하고 가는 게 참 밝았다. 제게 몹쓸 짓을 한 건 마찬가지지만, 어쩐지 규서에게는 마음이 무너졌다. 어젯밤 저를 챙겨주었고, 결국엔 스무 살인 어린아이가 아닌가. 전희도 후희도 없는 선일 선배와는 다르게 다정하게 굴어서 그런 걸까.
어차피 하룻밤 자고 오는 거라며 가볍게 짐을 싸 들고 가는 뒷모습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연재도 대학생이었고, MT를 갔었다.
학생회비를 내지 않으면 두들겨 맞는다는 말 때문에 스무 살이 되자마자 번 돈으로 냈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MT를 갔고, 30만 원이라는 거금을 낸 것치고는 조촐한 음식과 소주만 들이켜야 했다.
그때도 왔었다. 선일 선배는, 과 얼굴마담이자 과탑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달고 인사했었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던 사람이었다. 그냥 멀리서, 동경하듯 바라보는 것으로 좋았다. 대부분의 학과생은 얼굴도 잘생기고, 공부도 잘한다는 선일에게 호감을 가졌다. 특히 오메가들이 난리였다. 저런 알파는 지금 먹어 봐야 한다면서, 저들끼리 속닥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 민망했었다.
띠리링,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연재는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규서였다.
“어, 규서야. 왜?”
- 아, 엄마. 나 놓고 간 거 있어서요. 그 현관에, 지갑.
“지갑?”
급히 현관으로 돌아오자 정말로 지갑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다소 의도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연재는 급히 집어 들었다.
“찾았어. 어디야?”
- 아, 여기…… 음, 두 블록 건너에 있는 파란 편의점 알아요?
“아, 응. 내가 거기로 갈게.”
- 감사해요. 빨리 부탁드려요.
“응.”
지갑을 들고 바로 신발을 신으려다, 제 꼴을 확인했다. 하얀 셔츠 하나 입은 꼴은 꼭 창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연재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차마 선일의 것은 건드리지 못하고 규서의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규서의 방은 꽁꽁 잠겨 있었다. 당연하게도 연재에게는 열쇠가 없었다. 연재는 동동거리다 핸드폰이 울려 고개를 내렸다. 규서가 언제 오냐며, 여기서 집이 보이는데 연재가 나오질 않아 안달이 난다고 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자에 연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으으으…….”
이 집안 어디에도 연재를 위한 옷은 없었다. 이불도 너무 비싸 보여서 만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음은 급한데, 방법은 없었다.
그러다 연재는 꼭 누군가 준비해 둔 것처럼 접힌 반바지를 발견했다. 규서의 문 바로 옆에 말이다. 고용인이 빨랫감을 정리해 둔 것일까? 규서가 깜빡해서 안 넣었고…….
그럴 리가 없는데. 이렇게 우연하게 있을 리가 없는데, 이 상태로 나가느니 반바지를 입는 게 나았다. 어차피 잠깐 나갔다 오는 것뿐이니 괜찮겠지.
연재는 홧홧하게 달아오른 제 뺨을 마구 문지르며 허겁지겁 바지를 입었다. 반바지는 입고 나니 핫팬츠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짧고 꽉 끼었다. 게다가 속옷도 입지 않아 아래가 불편하게 와 닿았다.
[규서: 엄마, 언제 와요 ㅠㅠ 버스 가겠는데요ㅠㅠ?]
또다시 온 문자에 연재는 급히 슬리퍼를 꺼내 신고, 현관문 바깥으로 나왔다.
일주일 만에 나온 바깥 냄새에 감복하기도 전, 두 블록 너머의 규서가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규서야!”
“엄마, 여기요!”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 녀석이, 제 친구들 앞에서 무척 자연스럽게 엄마라고 불렀다. 연재는 어설프게 웃으며 뛰어갔다. 이런 꼴인 게 부끄럽기도 했고 매서운 찬바람이 볼을 스쳐 따끔거렸지만, 어서 지갑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규서의 친구들은 모두 알파였다. 요즘 스무 살들은 이렇게 키가 큰가, 아니면 제가 작은 걸까. 그들 앞에 서 있으려니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연재는 손에 쥔 지갑을 규서에게 내밀었다. 규서의 친구들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이거, 지갑.”
“감사해요, 엄마. 늦을 뻔했는데 그래도 빨리 가져다… 어?”
지갑을 받아 든 규서가 연재의 바지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연재는 아차 싶어 어깨를 움츠렸다.
“아, 이거… 미안, 이, 입을 게 없어서.”
“아니, 뭐. 입지 말란 말은 아니었어요.”
괜스레 부끄러웠다. 아무리 짧다고 해도 바지는 바지인데 말이다. 연재는 시선을 이리저리 피했다. 집안에서 신는 슬리퍼에 맨발가락이 발긋한 색으로 물든 채 비죽 나와 있었다. 이만 가도 될까? 너무 춥고, 부끄러운데. 연재는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규서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그때 규서의 뒤에서 소곤거리던 친구 중 한 명이 슬쩍 다가왔다. 한 녀석은 규서의 어깨에 턱을 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어…… 아, 안녕.”
넉살 좋게 웃는 걸 보니 친구는 끼리끼리 사귄다는 말이 떠올랐다. 연재는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그러자 싱글싱글 웃은 녀석이 팔을 길게 뻗었다. 그리곤 연재의 뺨을 톡톡 건드렸다. 친구의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꼭 이미 한 번 만나 본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굴고 있었다. 연재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가, 규서를 부끄럽게 만드는 행동인 것 같아 억지로 눈을 똑바로 떴다.
“규, 서야.”
그러나 이 친구의 손을 떼어낼 방법은 없어서, 규서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규서는 아, 하고는 친구의 팔을 잡아당겼다.
“야, 빨리 가자. 늦었어. 엄마, 저희 가볼게요.”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알파들이다 보니 거칠고 철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을 정당화시켜 줄 마음은 없었지만, 연재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애들이라 그런 거라고, 제가 오메가라서 그렇게 대한 게 아니라고 말이다. 아무리 친구 어머니치고 젊다고 하지만 아홉 살이나 차이가 났다. 뺨을 툭툭 쳐대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연재는 이제 ‘얌전히’ 살아야 했다. 그게 선일의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이었다.
“…규서야. 잘 다녀와.”
“네, 내일 봬요.”
규서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래도 규서는 착한 아이라 다행이었다. 집안의 룰에 따르고 있지만, 최대한 제 안위를 걱정해 주고 있지 않은가. 아침에도 다정하게 굴어 줬고, 조금 전에도 정해진 옷 외의 것을 걸친 저에게 무어라 하지 않았다. 아마 선일 선배라면, 화를 냈을 텐데.
예전의 선일 선배가 딱 저러했다. 배려심 깊고, 다정했다. 엄청난 집안에 우성 알파라는 소문과는 다르게 늘 겸손했다. 친구도 많았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
“너네 엄마 예쁘다.”
“저번에 봐 놓고 왜 지랄이야.”
“아니, 오늘따라 냄새가 존나 나잖아. 왜 저래?”
다시 뒤돌아서려는 순간, 연재는 규서와 그 친구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눈이 마주친 규서의 친구가 엄지와 검지를 말고는 혀를 길게 내밀어 좆을 빠는 흉내를 냈다. 소름이 확 돋아났다. 연재는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지난번에 규서와 함께 저를 범했던 녀석이라는 게 떠올랐다.
볼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자 후회가 물밀듯 떠밀려 왔다. 미쳤나 봐, 내가, 미쳤나 봐.
왜 규서가 착하고,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지? 그때 제 친구들을 데려와 싫다는 말에도 강간을 강행했는데. 게다가 선일 선배가 하지 말라고 했다. 그때 규서가 그리 말했다. 아버지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참지 못하겠다며 좆질을 했었다.
그래, 규서는 착한 아이가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고작 아침의 일 하나로? 어제 씻겨 주고 돌보아 줬다고? ……이전의 선일 선배가 그리워서, 규서에게 투영이라도 했다던가, 아니면 어디라도 기대 보고 싶어서…?
“……아!”
멍하니 횡단보도를 건너다 옆을 지나치던 남자와 세게 부딪쳤다. 둘 다 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연재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
그러나 남자는 대답 없이 가던 길을 갔다. 연재는 빨개진 얼굴로 걸음을 재촉했다. 왜 이러지, 자꾸? 이제라도 정신 차리자. 누구에게 마음 주고, 막 그러지 말고… 바보같이, 멍청하게 살지 말고. 절대 마음을 주지 말고.
두 손으로 제 뺨을 툭툭 쳤다. 똑똑하게 살진 않았어도, 멍청하게 산 적은 없었다. 매번 장학금도 탔고, 이력서에 한 줄 챙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시험과 과제로 지쳐도, 아르바이트까지 해 가면서 살아왔다.
가난했고, 오메가였을 뿐이다. 연재는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선일 선배의 이전 오메가들은 길어야 6개월이었다. 그사이에 얼마나 많이, 몸을 굴려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6개월 후면 저도 이 집을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연재는 자꾸만 아른거리는 선일의 옛적 모습을 떠올리다 고개를 흔들어 치웠다. 아직도 꿈속에서 깨지 못한 제 머리를 툭툭, 치자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아, 춥다.”
두 손으로 빼빼 마른 어깨를 한껏 끌어안았다. 그리고 터벅터벅, 슬리퍼를 질질 끌며 선일의 집으로 들어섰다. 일주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남의 집처럼 느껴지는 집이다. 연재는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걸음을 빨리해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그 순간 묵직한 알파 냄새가 덮쳐 오듯 몸을 짓눌러왔다. 저절로 무릎이 꺾였다. 연재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켜며 벽에 손을 짚은 채로 벌벌 떨었다. 집안에서 나는 냄새는 아니었다. 입술을 질끈 물자,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누군가가 인기척을 내며 터벅, 걸어왔다.
혹독한 겨울의 냄새처럼 매섭고 사나운 페로몬이었다. 한둘이 아니었다. 게다가…….
“누구-!”
급히 몸을 돌려 문을 닫으려 했지만 남자들이 순식간에 밀려들었다. 그들은 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눈으로 연재를 바닥으로 짓누르고,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팔다리를 손쉽게 진압했다. 팔다리가 욱신욱신 저려 왔다. 마른침을 삼키자 커다란 손들이 머리채를 쥐고 연재의 옷을 마구잡이로 벗기기 시작했다. 하얀 와이셔츠에 달린 단추가 툭툭 떨어져 바닥을 굴렀고, 누군가 준비한 것처럼 제 허리에 딱 맞는 반바지는 아래로 당겨져 한 번에 벗겨졌다.
“그, 흐으, 읍! 응!”
“하아, 하, 헉…… 씨발, 헉…….”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 또한 선일이 준비한 손님들일까? 아니, 아니다. 다섯의 남자들은 모두 다른 옷을 입고 있었고, 연령대도 달랐다. 그들 중 허름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알파가 허겁지겁 바지를 벗으며 묵직한 좆으로 연재의 뺨을 툭툭 내리쳤다.
40대 정도의 중년 알파는 연재의 입 안으로 제 넥타이를 밀어 넣었고, 출근길이었는지 가방을 내던지고 정장을 벗어 던졌다. 이들은 모두 평범했다. 선일 선배가 데려온 김 회장처럼, 돈이 많아 보이거나 규서처럼 여유롭지 않았다.
모두 러트가 온 것처럼, 억제제 따위 한 입도 먹지 않은 사람들처럼 벌건 눈으로 연재의 몸을 마구 훑어내렸다. 연재는 끅끅대며 몸을 움츠렸다. 왜,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조금도 모르겠다. 제가 뭔가 잘못했을까? 페로몬을 갈무리하지 않았나? 아니, 뭣보다 러트가 온 알파들이 한 번에 들이닥칠 수 있냔 말이다.
“우, 흐으, 윽, 응! 으읍, 윽!”
“씨발, 존나 실감 나네…… 하, 하아, 후, 하아…….”
“이, 허억…… 이 새끼 취향인가 보지. 흐읍, 헉… 자네, 바로 박을 거 아니면, …비키지 그래?”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30대 초반 정도의 알파도 다가왔다. 두 알파가 투닥대는 틈을 타,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 제게로 끌어당겼다. 페로몬에 의해 축 늘어진 가는 허리를 붙잡으며 콧등을 찡그렸다.
“이런 게 좋냐?”
“으, 후으, 으윽, 으읍!”
“너 몇 살이야?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우으, 우! 흐윽, 응!”
마구 도리질을 쳤다. 뭔가 오해가 있는 듯했다. 온 힘을 다해 소리를 냈으나 새어 나가는 것은 신음뿐이었다. 붉은 머리는 연재의 다리를 넓게 벌리곤 휘파람을 불며 웃었다.
“진짜 보지네. 구멍이 둘이라서 두 배로 밝히는 거야? 응?”
“우, 흐으…… 흐으으, 으흑….”
서럽고 억울해서 화가 났다. 그리고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없는 자신이 미워서 주먹을 쥐었다. 그러나 러트가 온 다섯 알파를 이겨낼 순 없었다. 연재가 더 뛰어난 극우성 오메가였어도 마찬가지였을 터다. 알파들은 검붉은 성기를 드러내고 위아래로 흔들며 연재를 내려다보았다. 붉은 머리가 연재의 다리 사이에 좆을 비비기 시작했다.
“우으, 흐, 으으으… 흐으, 응… 흑.”
“아 씨, 순서 놓쳤잖아.”
말다툼을 하던 앞의 두 알파들이 구시렁거렸다. 그리곤 연재에게로 다가와 고개를 내밀었다.
“와, 씨발…….”
잔뜩 벌어진 다리에 다섯의 알파들은 한계에 치달았는지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붉은 머리가 검정에 가까운 성기로 보지 위를 거칠게 문질렀다. 잔뜩 발기해 축축하게 늘어진 남성기 아래로, 도톰한 살덩어리와 작은 보지구멍이 움찔거렸다. 밀려오는 페로몬 탓일까, 하도 젖어 물이 질질 흐르고 좆으로 음부를 툭툭 칠 때마다 애액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가 떨어졌다.
“횡재했는데…… 이거. 싼값으로…….”
진한 분홍색으로 물들어 살짝 부푼 작은 음핵은 남아날 새가 없었다. 사내들의 투박한 손이 아래로 뻗어와 이곳저곳을 매만지고, 주물러댔다. 어느 순간 마른 다리가 골반이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벌어졌다. 동시에 붉은 머리가 귀두를 붙잡고 안으로 힘차게 밀어 넣었다. 더해지는 압박감과 무게에 눈을 질끈 감았다.
지켜보던 알파들도 하나둘 움직였다. 붉은 머리는 연재의 허리를 들어 제 성기 위에 꽂듯이 앉혔고, 중년의 알파는 연재의 뒤에 서서 좆을 몇 번 흔들어댔다. 그리곤 연재의 입에서 넥타이를 빼내자마자 제 성기를 처박았다. 목을 붙잡고 욱여넣은 바람에 숨이 턱 막혔다. 고개가 완전히 뒤로 꺾여 허리에서 우득, 소리가 났다.
트레이닝복의 남자는 제 고환을 벅벅 긁다가 연재의 손바닥에 대고 허리를 흔들었다. 동시에 혀를 내밀어 작은 가슴을 한입에 물어 세차게 빨아들였다. 앞머리가 길게 내려온 음침한 남자는 연재의 오목한 겨드랑이에 좆을 끼워 넣었다. 소름 끼치는 감각에 퍼뜩, 허리를 세우자 붉은 머리가 볼기를 세게 내리쳤다.
“우으, 응!”
마지막으로 뚱뚱하고 덩치가 큰 남자는 멀찍이 서서 그 모든 것을 촬영하고 있었다. 지퍼만 내려 좆을 흔들어대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연재의 발끝에 힘이 들어가 안으로 잔뜩 곱았다. 중년의 성기가 목구멍을 세게 찔러와 몹시 아팠다. 구역질이 났다. 목이 억지로 꺾여 힘겨웠다. 그럼에도 알파는 연재를 신경 쓰지 않고 허리를 움직여댔다. 연재는 움찔거리며 아래로 물을 왈칵 흘렸다. 작은 보지구멍 사이로 애액이 흘러내리자 삽입이 수월해진 붉은 머리가 더욱 신이 났다.
“흐으…… 윽, 우으, 응…… 후으…….”
좁은 살갗을 헤집어 좆을 마구잡이로 쑤셔 박은 붉은 머리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연재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선명한 울혈을 남기며 추접스럽게 허리를 흔들어댔다. 트레이닝복의 알파는 연재의 말랑한 손바닥으로 성기를 감싸고, 그 위로 제 손을 겹쳐 단단하게 쥐었다. 아무래도 구멍이 두 개다 보니 아래에도 넣을 순 있겠지만, 약속한 것이 있었다.
“씨, 발…… 그냥 박, 고 싶네. 아…… 하아, 후….”
이성이 날아가기 직전의 러트 상태인지라,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 뒷구멍을 마구잡이로 찢어 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들은 약속한 장소에, 약속한 시간에 모였다. 규칙도 있었다. 강도는 천천히 늘릴 것, 몸에 상처를 남기지 말 것. 트레이닝복은 연이어 숨을 고르며 연재의 말캉한 손바닥 위로 귀두를 문질렀다.
“흡, 우윽, 흑, 욱, 우윽!”
붉은 머리의 성기가 배 속을 가득 채우고, 손과 겨드랑이에 불쾌하도록 찐득한 액체가 고였다. 울긋불긋한 핏줄이 솟은 성기는 끔찍했다. 선일이나 규서와 할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니, 김 회장보다 더… 더 끔찍했다.
이것은 더 이상 성관계나, 섹스 같은 것이 아니었다. 폭력이었다. 어째서 이들이 저에게 이런 짓을 하는지 알 수도 없었고, 힘껏 거부함에도 받아들여지질 못했다.
연재는 애처로운 얼굴로 벌벌 떨었다. 마른 뱃가죽 위로 들락거리는 성기의 윤곽이 볼록하게 튀어나오고, 목구멍에 쑤셔 박는 알파로 인해 숨도 쉴 수 없었다. 질식하기 직전까지 가서야 그는 잠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었다. 연재는 새빨간 얼굴로 할딱였다.
“흐, 흐으… 아, 흐, 욱, 우응!”
손바닥에 문질러지는 묵직한 살집의 성기, 짓누르는 순간 저며질 것만 같이 부드러운 겨드랑이에 비벼대는 검붉은 남성의 것. 그리고 멀리서 카메라를 들고 자위를 하는 남자.
연재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가늘게 떴다. 목이 메었다. 살려 달라 외치고 싶었다. 선일 선배든, 규서든, 김 회장이든 누구든 간에 와 주었으면 했다. 그러나 닫힌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집안일을 하러 오는 고용인들도 오지 않는가. 그때 한참 목구멍에 박아대던 알파가 힘껏 좆을 넣으며 사정했다. 미적지근한 정액 덩어리가 울컥이며 목구멍에 직통으로 쏟아졌다. 남자가 성기를 빼내자마자 구역질이 났다.
“우욱, 욱…!”
“삼켜.”
“욱, 컥, 커헉!”
쓰라린 목을 붙잡을 수도 없었다. 목이 거꾸로 꺾어져 뱉어내기 힘겨웠는데, 남자는 연재의 입을 틀어막고 삼킬 때까지 풀어주질 않았다. 결국 기분 나쁘고 쓴 것을 삼켜야 했다. 목젖이 움직이는 걸 본 남자가 손을 놓아주었고, 연재는 꺽꺽대며 울었다. 이 와중에도 내벽이 잔뜩 짓눌려 욱신거렸다. 러트 온 알파의 성기는 평소보다 더 크고 뜨겁게 부풀었다. 이런 식으로 알 생각은 없었다.
“빨리 쳐비켜!”
“악! 이놈이…!”
반쯤 정신을 잃은 이들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손바닥을 오나홀 삼아 허리를 흔들던 트레이닝복이 중년을 밀쳤다. 그리곤 굵직한 성기로 연재의 뺨을 툭툭, 쳤다.
벌건 대낮에 다 비치는 셔츠와 핫팬츠 차림이라니 긴가민가했지만, 사실일 줄은 이곳에 온 알파들 모두 몰랐을 터였다.
헐렁하고 커다란 셔츠에, 다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핫팬츠까지 차려입은 오메가의 집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오전부터 진동하는 오메가 냄새. 발정 난 듯이, 꼭 페로몬 증폭제라도 먹은 것처럼 퍼지던 냄새 탓이다.
“아, 아으, 앗, 아!”
“야, 이쁜아.”
“흐으, 흑, 아, 앗, 아으으…! 흑!”
붉은 머리는 꽤나 끈질겼다. 연재는 발끝을 잔뜩 곱은 채로 경련을 일으켰다. 음부는 이미 한 차례 범해졌음에도 좁았고, 성기를 빼낼 때마다 질구가 잔뜩 오므라들었다. 그를 가르듯 강하게 아래로 찧어대자 얇은 몸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굵직한 성기는 쉴 새 없이 움직였고, 그는 체중을 실어 연재의 아래를 찢을 듯이 박아 넣었다.
배 안을 가득 채운 성기는 내장을 모두 망가트릴 것처럼 깊게 밀고 들어왔다가, 한 번에 빼내며 전율이 일도록 세차게 추삽질을 했다. 연재는 할딱이며 숨 가쁜 소리를 내뱉었다.
천장을 올려다봤다. 아무 무늬 없는 하얀 천장. 선일과도, 규서와도 이런 천장을 보면서 했었다. 그들이 한시라도 빨리 와 주었으면 좋겠지만, 아마 이 폭력이 그칠 때까지 그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야 선일 선배는 제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구하러 올 사람이 아니었고, 규서는 MT를 가지 않았던가. 그들은 가족이 아니었다. 연재는 그들 사이에 끼어든 이물질일 뿐이었다.
“제, 제발… 그만, 해, 주… 흐윽, 아, 앗, 아윽, 아…!”
“씹, 씨발, 씨발, 너, 보지 존나, 쩐다.”
“살려, 주세요… 흑, 흐윽… 아, 아으….”
잔뜩 젖어 질질 흐르는 질액 덕분에 속살이 성기에 쫀득하게 달라붙었다. 빼낼 때마다 붙잡아 오는 붉은 내벽이나 봉긋하게 솟은 음핵과 남성기, 다섯의 페로몬에 짓눌려 벌벌 떨기만 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붉은 머리는 예민하게 경련해대는 안쪽 살을 힘껏 쑤시다 성기를 거칠게 뽑아냈다. 마찰로 인해 후끈후끈하게 달아오른 질구가 움찔거리며 매끈한 선단을 꽉 조여왔다. 힘겹게 제 기둥을 잡은 남자가 구멍 위에 정액을 싸지르는 순간 앞머리가 긴 남자가 연재의 발목을 제게로 잡아당겼다.
절정 중인 붉은 머리는 연재의 흰 배 위에 정액을 모두 쏟아내고, 숨을 들이켜며 제 손으로 성기를 마구 흔들어댔다.
“헉, 허억…! 윽, 헉!”
하나의 성기가 빠져나가자마자, 새로운 것이 들어섰다. 잔뜩 젖어 쿠퍼액을 질질 흘리던 굵직한 물건이 보지를 한 번에 열고 들어섰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중년의 알파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연재의 몸을 들어 엎어뜨리고는, 자그마한 엉덩이를 힘껏 벌렸다.
“흐으, 흑… 아, 흐, 자, 잠깐, 잠깐만요, 앗, 아읏, 응!”
“씨발, 걸레 같은 새끼, 얼마나 몸이 달았으면… 이런 짓을 해? 새파란 것이 말이야…!”
“앗, 아윽! 아, 아파…!”
말리기도 전에 뒷구멍에 맞춰진 귀두가 내벽을 세차게 벌리며 좁은 곳을 헤집었다. 단숨에 뿌리까지 처박은 중년은 침을 뚝뚝 흘리며 연재의 허리를 붙잡았다. 졸지에 아래에 눕게 된 긴 머리의 남자는 아랫입술을 짓이기며 허리를 쳐올렸다.
“아, 아윽, 앗, 아!”
두 성기가 떡방아를 찧듯 연달아 내벽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집요할 정도로 한 지점을 쑤셔박히는 바람에 연재의 물건이 바짝 서 파들파들 떨렸다. 어느새 유두를 빨던 트레이닝복이 이를 벌려 연재의 온몸을 씹어대기 시작했다. 멍이 들 정도로 살갗을 빨아들여 울혈을 남기고, 턱을 잡아 돌려 입을 맞추기도 했다.
“우, 흐윽, 으, 흑, 응, 웅!”
알파들의 거친 숨소리에 귀가 먹먹했다. 중년의 남자가 한층 더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어대자, 아래의 알파도 질 수 없다는 듯 좆을 거칠게 쳐올렸다. 내벽이 온통 찢어지고 망가질 것만 같았다. 둥글고 단단한 귀두가 두툼한 안쪽 살을 비집고 들어섰다. 연재는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허리를 뒤로 젖혔다.
연재의 등을 받아낸 중년은 한숨과도 같은 신음을 내뱉으며 연재의 귓속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뜨거운 살덩어리의 감각에 소름이 돋아났다. 멀리서 자위를 하던 남자도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와, 연재의 얼굴을 가까이 클로즈업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 같던 쾌락이 왈칵 흘러넘쳤다. 발긋한 성기 끝에서 희멀건 정액이 쏘아지자, 아래의 남자가 연재의 골반을 잡고 허리를 쳐올렸다. 제 배 위로 쏟아진 연재의 정액을 손으로 쓸어 맛보기까지 하더니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헤, 헤헤… 맛있다. 오메가 보지, 맛있다….”
“흐으, 흑, 아, 으윽, 응! 아, 아윽! 악!”
“헉, 허억… 헉, 씨발, 씹, 허억….”
동시에 두 성기를, 그것도 앞뒤로 품는 것은 생각보다 무서웠다. 여성기와 뒷구멍 사이의 얇은 막이 찢어지는 건 아닐까 싶을 만큼 두려웠다.
카메라를 든 남자 또한 절정에 다다랐는지 연재의 얼굴에 대놓고 정액을 싸질렀다. 알파 특유의 페로몬 향이 섞여 머리가 얼얼해질 만큼 어지러웠다. 그들이 주는 쾌락은 계속해서 범람하는 바닷물처럼 연재를 덮쳐왔다. 죽을 것만 같았다.
“하아, 하… 이름이, 뭐니?”
카메라를 든 남자가 물었다. 연재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마구 휘저었다. 눈물이 뚝뚝 흘렀다. 다섯의 남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연재에게 달라붙어 저들의 성기를 비벼 올리기 바빴다. 연재는 잡히지 않은 손으로 얼굴의 정액을 닦아냈다.
손바닥 위에 질퍽하게 남은 정액은 아무리 닦아내도 깔끔하게 떨어지질 않았다. 상황을 글자로, 또 생각으로 인지할 수 없었다. 멍한 검은 눈동자에서 투명한 액체가 주륵주륵 흘렀다.
“이런 얼굴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냐? 그러고도 무사했어? 응?”
“아, 아윽, 악! 흐으, 흣, 아… 흑, 아!”
“좆맛이 그렇게 그리웠구나?”
끌끌대며 웃는 소리에 살갗에 소름이 돋아났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남자들의 정액이라도 된 것처럼 온몸이 더럽게 느껴졌다. 닿아 오는 두툼한 살결들, 굵직한 손과 투박한 움직임에 저 또한 함께 얽혀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아무리 페로몬에 의해서라지만 사정하고 쾌락을 느낀 것이다. 연재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니, 흐윽, 아니에요… 이게, 이거, 아니… 아, 아윽! 흐, 앗, 앙!”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걸레, 같은 오메가가…!”
“아읏! 응! 아, 하윽, 앙! 아읏, 흐앙!”
두 남자는 연재의 가는 몸을 붙잡고 푹푹 소리가 나도록 더욱 강하게 좆질을 해댔다. 그들은 연재가 몸부림을 칠 때마다 페로몬을 뿌려 온몸에 힘이 빠지게끔 했다. 러트가 온 알파가 하나둘도 아닌 다섯. 다섯이 한 번에 쏟아내는 페로몬에 연재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기껏해야 열성 알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조차 밀쳐낼 수 없었다. 연재는 잔뜩 젖은 제 아래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몸에 힘을 줄 수 없어 침이 질질 흘렀다. 트레이닝복의 알파가 연재의 침을 몽땅 빨아 마셨다.
“아으, 앗, 하아, 아앙!”
중년은 가느다란 허리를 붙잡고, 골반에 멍이 들도록 허리를 쳐올렸다. 검지와 중지로 작은 유두를 거칠게 문지르자 박기 전까지만 해도 순수하고 순진해 보였던 녀석이 허리를 흔들며 아래를 축축하게 적셔 왔다. 보지구멍에서 흐른 애액이 뒷구멍까지 적실 정도로.
그래, 이 녀석이 올린 사진처럼 단정한 얼굴로… 창부처럼 구는 게 꼴렸다. 알파는 쾌락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을 뒤집어 깐 연재의 뺨을 천천히 핥았다. 그리고 더욱 강하게 안쪽을 찧어대며 씨물을 뿌렸다.
온몸을 뒤덮는 알파들의 정액에 코끝이 아려 왔다. 그 상태로 몇 번을 더 당했다. 남자들은 반쯤 뒤집어진 눈으로 연재의 구멍에 좆을 박아 넣고, 힘껏 허리짓을 해 욕망을 풀어냈다.
좁고 은밀했던 아래가 사내들의 손자국으로 가득해질 때까지, 그들은 계속해서 추삽질을 했다. 연재가 기절하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 * *
“끄윽… 이거 맛 좋네. 더 없나?”
“더 있지. 한 잔 더 마시려고? 그쪽 너무 취했는데.”
“아, 맘껏 먹으라고 하지 않았냐? 서방님들이 좆질해 준 값으로 좀 먹겠다는데 뭐라 하겠어?”
쾌락에 물들어버린 몸은 이곳저곳이 죄다 욱신거렸다. 특히 아래의 두 구멍은 지나친 삽입으로 인해 계속해서 정액을 흘려보냈다. 연재는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깼…어?”
그때 코앞에 뚱뚱한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등 뒤에서 나타난 얼굴에 놀라 몸을 움츠리자, 그가 혀를 내밀어 연재의 뺨을 살살 핥았다. 난잡한 교미 중에도 계속해서 자위만 해댔던 남자였다. …영상을 찍고 있었고. 연재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깼냐니까?”
“…네, 깨, 깼어요.”
무겁게 뒤틀린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남자는 꼭 녹아내린 지방처럼 두툼한 손으로 연재의 허벅지를 살살 쓸었다. 연재는 그제야 제가 무엇을 입고 있는지 깨달았다.
“너 예쁘다. 아기 있어?”
“…아뇨… 없, 어요.”
남자는 손등으로 연재의 뺨을 매만졌다. 토할 것만 같았다. 연재는 짧은 치맛자락을 내려 제 아래를 간신히 가렸다. 제 성기를 감싼 부드러운 속옷의 감각도, 꽉 조이는 메이드복도 불편하고 끔찍했다.
“맘에 들어? 이거, 이거 내가… 새걸로 사 온 거야. 헤… 헤헤.”
“…….”
“이, 있잖아. 예쁜아.”
몸을 한껏 웅크렸다. 다가오는 남자에게서 며칠 씻지 않은 듯한 불쾌한 냄새가 났다. 허리를 들어 벽 쪽으로 도망가자 술을 마시던 남자들이 어, 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야, 보지 깼는데?”
“하루 종일 처자는 줄 알았네.”
“깼어?”
다섯의 시선이 제게로 집중됐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얼굴로 연재를 위아래로 훑었다. 연재는 팔이 잡힌 채로 침을 삼켰다.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술을 들이켰다.
텔레비전에서는 살색 가득한 음란한 영상이 나왔고, 커튼이 양옆으로 걷힌 창문에서 햇빛이 들어와 거실이 온통 밝았다. 그들은 매번 이랬다는 듯이 소파에 앉아 영상을 보며 시시덕거렸다.
연재는 저만,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 된 것만 같다고 느꼈다.
“예쁜, 예쁜아?”
“……왜, 왜요….”
그때 뚱뚱한 남자가 다시 말을 걸었다. 어깨를 움츠리자, 멀찍이 지켜보던 붉은 머리가 성큼 다가왔다. 연재는 양쪽 알파들의 눈치를 보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뚱뚱한 남자는 연재의 허리를 냉큼 잡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메이드복은 무척 얇아, 남자의 손길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 나랑 사귀자. 나, 나 자지도 크고 잘, 잘하니까. 나랑 사귀자. 너, 너도 나, 좋지?”
“네…?”
“이, 이런 거 좋아하면, 내가, 내가 도와줄 수 있어. 그니까, 나랑, 나랑 사귀자. 예쁜아.”
두툼한 손이 가슴을 세게 쥐었다. 없는 살집을 아플 만큼 그러모으더니, 연재의 대답도 듣지 않고 억지로 입을 맞췄다. 다행히 입이 닿기 직전, 고개를 돌렸으나 남자는 계속해서 입을 맞추려 굴었다.
“시, 싫어, 싫어요. 하지 마, 마세요.”
“야, 쟤네 뭐 하냐?”
“몰라, 아… 으, 아저씨. 나 먼저 해도 돼?”
“어.”
뜨거운 손이 아래로 와 동그랗게 살이 오른 둔덕을 거칠게 문질렀다. 속옷 너머로 축축하게 젖은 단단한 남성기와, 굴곡진 보지를 손바닥으로 아프지 않게 툭툭, 쳤다. 그는 지나치게 흥분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
“나, 나랑 사귀, 사귀자. 응? 흐으, 너, 너도 이런 거 좋아서, 한 거잖아, 어?”
“무슨, 무슨 소리예요. 하지 마세요. 시, 싫다고 했잖아요…!”
연재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있는 힘껏 남자를 밀어내 일어났으나, 금세 다리에 힘이 풀렸다. 집안을 가득 채운 알파 냄새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우윽, 욱…!”
“아… 존나 꼴리네. 아저씨, 저거 신작이랬지?”
“어. 빌려줘?”
“헐, 빌려주게? 어. 존나 좋지.”
밀려난 뚱보는 벙찐 얼굴로 연재를 쳐다봤다. ‘감히 네가.’라는 뜻이 담긴 눈동자에 연재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침착하게 생각해 보려 했으나 가슴이 지나치게 빨리 뛰었다. 연재의 생각들은 꼬리 잘린 도마뱀처럼 어설프게 온몸을 기었다. 연재는 손끝에 힘을 줘 몸을 질질 끌었다. 허리에 힘이 빠져 바닥에 내려앉았으나 움직일 수는 있었다.
치마가 짧은 탓에 아래 속옷이 전부 보일 테지만 그것에 신경 쓸 때는 아니었다. 아직도 정액이 흘러나왔다. 조급한 마음에 손끝이 저릿저릿했다. 남자들이 저를 보고 있었고, 저는 웃기지도 않는 속도로 도망치고 있었지만 연재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중년의 알파와 떠들던 트레이닝복이 성큼 다가와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힘겹게 기어간 거리가 다시 한번에 좁혀졌다.
“윽…!”
“으쌰.”
쿵 소리가 나도록 바닥에 연재의 머리를 밀어낸 알파는 연재의 치마를 위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질척하게 젖은 하얀 속옷을 옆으로 밀어내 구멍만 드러낸 채로 좆을 처박았다.
“흐, 아…! 아아, 아…!”
“으, 씨발… 이 새끼 진짜, 조임 쩌네. 몇 번을 박았는데.”
남자가 손을 들어 둔부를 내리쳤다. 동시에 아래로 물이 튀었다. 그는 연재의 오른쪽 무릎을 들어 올려 허리를 꺾은 뒤 거칠게 좆을 밀어 넣었다.
적은 음모 사이로 드러난 발간 남성기와, 여전히 좁은 보지는 넣을 때마다 처음 박은 것처럼 성기에 달라붙어 왔다. 쫀득한 내벽을 짓이기듯 커다란 귀두로 안쪽을 세차게 박아대자 연재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 아으, 흑, 아! 앗, 아으…!”
“젊어서 그래, 젊어서.”
“그래도 그렇지… 씨발, 상태가 너무 좋잖아.”
빼빼 마른 몸이었지만 볼기만큼은 살집이 가득해 가슴을 매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남자는 연재의 엉덩이를 양옆으로 벌려 자그마한 뒷구멍에 중지를 밀어 넣었다.
“아, 흐윽…! 흐, 아, 앗, 아…! 그, 그마, 흐으읏…!”
작은 속옷 사이로, 그리고 질구로 들락거리는 좆은 여전히 크고 두꺼웠다. 러트의 욕망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는지, 남자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연재의 뒷구멍에 중지를 끝까지 쑤셔 박았다. 미끌미끌해진 아래 덕분에 손가락은 수월하게 들어갔고, 도톰한 보지살에는 질척한 쿠퍼액이 잔뜩 묻어 음탕해 보였다.
“그, 그마, 그만, 하세… 흐윽, 아, 아, 아!”
남자는 연재의 머리를 바닥에 밀어 박은 채로, 고개를 들어 화면을 응시했다. 화면 속에는 모 연예인을 닮은 여성 오메가가 신음을 내지르고 있었다. 남자는 그것에 흥분해 아래를 더욱 크게 키웠다.
“아윽…!”
“와, 존나 하고 싶다….”
등 위로 침이 뚝뚝 떨어졌다. 연재는 눈을 꼭 감았다. 저도 모르게 눈동자가 뒤로 뒤집어져, 추한 꼴을 보일 것만 같았다. 그때 남자의 성기가 개의 것처럼, 귀두 부근이 둥글게 부풀기 시작했다.
“아, 아…! 우, 흐으, 응… 아!”
설마, 하는 순간 속살 틈에서 커진 성기가 내벽을 거칠게 긁어 올렸다. 귀두 주변으로 솟아 있던 핏줄이 팔딱거리며 움직였다.
“아으, 아, 아읏, 응, 아!”
“흐으, 더 조여 봐. 후, 하아….”
술을 들이켜던 중년의 알파도 다가왔다. 처음처럼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바지 버클만 내려 검붉은 좆을 꺼내 들었다. 바짝 발기한 성기에 어깨를 움츠리자, 그는 화면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 아으, 흑, 아!”
“뭐, 대충 비슷하긴 하네.”
그리곤 연재의 옷을 손으로 훑어 내리고, 짧은 치맛자락을 가슴까지 끌어 올렸다. 연재의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지고, 눈물로 지저분해져도 그들은 조금의 죄의식도 갖지 못했다.
커다랗게 부푼 성기에 눈앞이 흐리멍덩해졌다. 죽을 것만 같았다. 여러 손이 다가와 연재의 가슴을 쥐어뜯었고, 퍽퍽 쳐올릴 때마다 젖꼭지가 음탕하게 흔들렸다.
“흐읏, 앗, 아, 응!”
“젖탱이 살은, 헉, 찌워야겠는데.”
중년 알파의 손가락이 아래로 닿아와 트레이닝복이 쑤시던 뒷구멍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좁고 쫀득한 내벽이 달라붙어 붉은 속살을 훤히 드러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연재의 보지 위로 좆을 비벼 올리며 안쪽의 단단한 것과 맞부딪치도록 움직였다.
귀두 끝, 요도구멍이 보지를 문지르고 음핵이 자극당해 발끝이 잔뜩 곱았다. 남자는 하얀 속옷 안쪽에 정액을 왈칵 싸질렀다. 조금 전까지 자위를 하고 있었는지 생각보다 빠른 사정에 연재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다.
“흐으, 흐… 아, 우으, 욱, 흐윽… 아….”
얇은 천 안에 가득 찬 정액과, 그 정액 위로 비벼지는 음부, 안으로 들어선 커다란 알파의 물건과 엉덩이에 닿아 오는 너저분한 음모까지.
모든 것이 끔찍했다. 눈을 감았다 떠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절망스러웠다.
“그, 그만, 흐으, 아….”
붉은 머리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허리를 거칠게 흔들었다. 그들은 연재의 아래를 모두 헤집고 찢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조금의 배려도 없이 움직였다. 오랜 시간 하지 못했던 것을 풀어내듯 탄성을 질렀고, 잔뜩 굳은 연재의 몸을 마음껏 매만지고 살결을 빨아들이기도 했다.
“아, 아아, 아윽, 아!”
그리고 이내 안쪽에 쏟아내듯 정액을 싸질렀을 때, 부풀었던 성기가 크기를 줄였다. 터질 것처럼 아려 오던 아랫배의 통증은 가시지 않았지만, 남자는 후련하다는 듯 한숨을 내뱉으며 연재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아, 존나 시원하게 잘 썼다. 3년 치는 뽑은 듯.”
“다음 나, 나.”
붉은 머리의 남자가 나가자 트레이닝복의 남성이 자리를 잡았다. 연재는 기절하지도 못하고 허리를 위로 들어 올린 채 다리를 벌려야 했다. 다섯 남자의 정액이 얽힌 뒷구멍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지저분했다.
“으, 씨발. 드러워.”
트레이닝복은 마시던 맥주를 거꾸로 기울여 연재의 두 구멍에 쏟았다. 엎드려 있다 놀란 연재가 펄쩍 뛰자, 남자들이 끌끌거리며 웃었다.
“존나 귀엽네.”
“보지가…… 그대로 벌어졌네.”
앞머리가 긴 남자도 화면을 보며 자위를 하다 참지 못하겠다는 듯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뒷구멍에 욱여넣고 있는 트레이닝복을 밀어냈다. 그 바람에 다리 사이에 고스란히 꽂혔다.
“아, 하으, 흐윽……!”
손발이 저릿저릿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당해 놓고도, 쾌락은 끊임없이 밀려와 저를 잠식했다.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 끝없는 질식의 틀에 갇힌 것만 같았다. 번들거리는 두 자지가 보지와 뒷구멍을 열었다. 이미 여러 차례 삽입을 당한 터라 두 구멍 모두 부드럽게 풀려 있었다.
“……보지가, 죄다, 늘어졌잖아……!”
앞머리가 긴 알파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 뒤로 꺾었다. 묵직한 성기가 도톰한 살을 비집고 들어서자마자 내벽이 꿈틀거렸다. 연재의 속살이 침입한 커다란 기둥을 오물오물 씹었다.
“으, 흐윽! 흐으…… 헉, 아, 아으, 아!”
“진짜, 잘 조이네, 예쁘게…….”
아래의 남자가 웃으며 연재의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주었다. 결이 좋은 흑발이 부드럽게 넘어가며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드러냈다.
“늘어진 보지도, 맛이 꽤, 괜찮네!”
“닥치고 빨리 박기나 해. 나 또 할 거니까.”
“정력 미쳤냐?”
트레이닝복은 뒷구멍에 성기를 처박은 채로 연재의 두 다리를 양옆으로 잡아 벌렸다. 두 좆을 물고 있는 뽀얀 둔덕이 훤히 드러났다.
긴 머리가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작게 웃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꼬라지가 꽤 대단했다. 하얗고 부드러운 몸 이곳저곳이 쿠퍼액과 애액으로 지저분했고, 자그마한 젖가슴은 붉게 물들어 남자들의 잇자국으로 가득했다.
“아, 끄흑……! 으, 아흐, 흑!”
아래에서 곧바로 꽂힌 좆과, 보지구멍을 이리저리 후벼파는 성기의 움직임에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연재는 멈추질 않는 눈물로 얼굴을 더럽히며 눈을 질끈 감았다. 미끌미끌하게 젖은 아래의 두 구멍에 두 성기가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아, 흐윽, 흑, 아, 아, 앗!”
어느 지점을 짓이길 때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트레이닝복은 뒤에서 연재의 가슴을 쥐고 없는 살을 끌어모아 주물럭거렸다. 자그마한 유실을 짓이기기도 하고 음탕한 허리를 만지작거렸다.
“아, 아으, 흑……!”
질구가 뜨겁게 달아오르도록 퍽퍽 처박는 움직임이 몹시 거칠었다. 앞의 남자는 힘껏 허리를 움직이다 양 주먹을 쥐고 눈을 꼭 감은 연재를 보곤 혀를 내밀어 제 입술을 훑었다. 그리고 고개를 앞으로 빼 정액으로 지저분해진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우, 후으, 응……!”
남자는 커다란 손으로 연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잘하고 있다는 듯이, 칭찬하듯 부드럽게 토닥이며 입을 떼어냈다. 옅은 붉은색으로 물든 얼굴은 이미 절정에 여러 번 이르러 지쳐 있었다. 남자는 연재의 뺨을 살살 핥아 올렸다.
“너, 부모님이 이러는 거…… 아셔?”
그 말에 허리가 굳었다. 충격을 받은 듯 크게 뜨인 눈꺼풀 안쪽으로,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그는 좆을 잘게 쳐올리며 뭉근하게 허리를 돌리고, 옅은 음모로 부드러운 음부의 둔덕을 매만졌다. 그리곤 연재의 아랫배를 짓눌렀다.
“아, 아으, 흑…… 흐, 아…….”
“모르시는구나. 하긴…… 이렇게 굴러먹는 걸 알면, 얼마나 놀라겠어…… 그것도 집에서.”
“흑, 끄, 끄흐…… 흑, 흐으…….”
살짝 볼록하게 나왔던 아랫배가 눌리자, 안쪽의 정액들이 질질 새어 나왔다. 성기 틈새로 주룩 흘러 뚝뚝 떨어지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긴 머리의 남자가 말을 걸 때마다 가슴이 욱신거렸다.
부모님, 부모님은 분명 저를 팔아먹은 돈으로 따뜻한 집을 마련했을 것이다. 구질구질한 반지하의 집이 아니라, 제법 괜찮은 곳으로 구했겠지. 물을 만 밥에 눅눅해진 김을 올려 먹지도 않을 것이고, 여행도 다닐 것이다. 어머니가 여행을 좋아하셨으니까.
“흐, 아…… 아, 아으, 흑, 아…….”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동안, 제가 고통받을수록 그들은 행복해질 것이다. 생전 모르던 사람들에게 앞뒤가 뚫려, 창부처럼 다뤄져도 부모님은, 즐겁기만 할 터다. 저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지만, 안다고 하더라도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왜 도망치지 않았을까. 그래도 선일 선배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을까. 첫날밤 이후로 선배가 달라질 거라곤 상상도 못 해서?
아니, 제 인생을 스스로 개척할 용기가 없었다. 도망쳐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고, 어디론가 가더라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한평생 부모님의 아래에서, 아니 그들이 휘두르는 채찍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려 살았으니까. 대학을 졸업하고, 입대를 하고, 취직도 했지만 연재는 나이만 먹은 어린 청년에 불과했다.
“아, 아, 아흑, 흐, 아!”
연재는 반쯤 눈을 감은 채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앞이고 뒤고, 모두 정액으로 가득 차 구역질이 났다.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구경을 하던 다른 두 남자도 낄낄대며 다가와 치마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가락 하나도 들어가지 못할 빠듯한 구멍에 새끼손가락을 욱여넣었다.
“아, 흐으…… 아, 아……아…….”
쾌락이 고통으로, 그리고 고통이 무감각으로 바뀌어 갔다. 연재는 흐리멍덩한 얼굴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신기하게도 시야가 노랬다. ‘하늘이 노랗다’라는 말뜻을 알겠다. 당장 죽겠다는 거구나.
“으, 흐윽, 욱, 우……윽…….”
신음도 흘러나오질 못했다. 죽어가는 사람이 칼에 찔린 것처럼 작은 침음을 뱉을 뿐이었다. 실제로도 칼과 다를 것은 없었다. 피만 나오지 않았지, 제 몸을 꿰뚫고 내벽을 찢어발기는 건 같았다.
왜 오늘따라 고용인들이 한 명도 오지 않는 건지. 왜 규서는 하필, 오늘 놀러 갔는지. 연재는 어디에 원망을 뱉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냥 제 탓만 하기로 했다. 이게 다 제가 못나서였다. 제가 좀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면,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더라면.
바보같이 부모님에게 끌려와 이곳으로 팔리지 않았더라면…….
벌써 4시. 아니, 아직도 4시였다. 선일이 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남았다. 이들은 그전에 나가고도 남을 것이다.
그때 삑, 삑,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연재는 남자들이 나갔다 왔나 싶어 눈만 깜빡였다. 이 와중에도 아랫배가 욱신거리도록 쑤셔 박는 좆 덩어리에 토악질이 났다. 음핵을 짓누르며, 신이 나도록 떡을 치듯 박아대는 바람에 볼기짝이 다 아팠다. 앞의 남자가 연재를 꽉 끌어안고 빨딱 선 조그마한 음핵을 마구 문질러댔다.
“아, 흐으, 아…….”
그럼에도 자극이 오진 않았다. 그냥 아프고 힘들기만 했다. 다시 기절하고 싶은데 몸은 따라 주지 않았다. 그들은 오물오물 씹어대는 보지구멍에 집중하느라 누가 들어오는지도 보지 못했다. 중년의 알파는 치마를 들어 올리고 그 아래로 얼굴을 처박아, 연재의 성기를 빨기도 했다.
하도 만져대 온몸의 껍질이 까진 것만 같았다. 연재는 멍하니 그들에게 속박된 채로 흔들렸다.
“아, 엄마아.”
발소리와 함께 들린 것은 익숙한 음성이었다. 애교 섞인 목소리에 숨이 턱, 막혔다.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아, 아…… 설마.
“규, 흐윽, 아! 읍……!”
“야, 뭐야?”
“……미친, 저녁까지 아무도 안 온댔잖아. 저거 뭐야?”
“튀어, 그냥!”
남자들은 연재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급히 짐을 챙겼다. 옷을 반도 입지 못하고 창밖으로 뛰쳐나가는 소리가 급했다. 연재는 가는 팔뚝으로 몸을 일으켰다가, 놀란 얼굴로 멈춰 있는 규서를 발견했다.
“규, 규서야…….”
“……이게 무슨 일이에요.”
일그러진 얼굴에 눈물이 왈칵 솟았다. 연재는 끅, 하고 울음을 참다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무, 아무 일도 아니… 흐윽, 흑…….”
“아, 아니. 엄마, 괜찮아요? ……이게, 대체…… 아니, 저…… 갑자기 취소돼서, 왔는데…….”
“흐, 흐윽, 끅, 흑! 흐윽……!”
욕, 할까? 더럽다고 그럴까?
연재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규서를 볼 용기가 없었다.
“대체 무슨, 무슨 일이에요……!”
“흐, 흐윽…… 흑, 흐으…… 흐, 흐윽…….”
“세상에…….”
그러나 규서는 연재의 몸을 꼼꼼히 살피다 아랫입술을 말아 물었다. 걱정스레 구겨진 눈썹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누군지 봤어요? 방금 나갔죠? …하, 하, 바, 방금 간 거죠? 미쳤지, 미쳤어. 내가 늦어서…… 내가!”
“……흑, 끄윽, 흑……아니, 흑, 아니야…… 아냐…….”
눈물이 질질 흘러나왔다. 눈물샘이 망가진 것처럼 그냥 주룩주룩 비처럼 흘러내렸다.
아마 이전에 이런 일이 생겼더라면 부모님은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럽다고 저를 욕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메가로 발현했을 때에도 알파들에게 다리나 벌리는 것이라고 무시하곤 했었다. 창부라는 말을 들어도 연재는 입을 꾹 닫아야 했다.
“……엄마, 괜찮아요? 내가 늦어서, 죄송해요…….”
“……아니, 아니야…….”
“방금, 방금 그 사람들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 마세요. 알아서 처리할게요.”
규서가 이렇게 다정했었나. 연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들의 품에 안겼다. 비록 제가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만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규서의 행동에 가슴이 미어졌다. 이게 가족이구나. 아프면 걱정해 주고, 무슨 일이 생기면 나서 주는 것.
선일은 그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연재는 아주 조금 이 관계가 소중해짐을 느꼈다. 그래도 오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았을 거란 생각은 바뀌지 않았지만.
“늦어서 미안해요, 이렇게…… 이렇게 다 젖어버리고…….”
“…….”
“가서 약 먹어요, 밤에 먹는 거. 지금 먼저 먹어요.”
“……응.”
연재는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까딱도 할 수 없었지만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규서는 연재가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어머니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가는 몸에는 작은 메이드복이 입혀져 있었고, 그것은 제가 상상한 것과 같았다.
어머니는 짧은 바지도, 메이드복도 제법 잘 어울렸다.
“많이 좋았어요?”
“……응?”
“아팠어요?”
“어? 어어…… 아팠어. 싫었고…… 아팠어.”
규서는 연재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주었다. 짙은 흑발 군데군데에 정액이 묻어 있었다. 그저 아프고 싫었다니 조금 실망스러웠다.
뭐, 자세한 건 영상을 보면 알겠지.
다시 연재를 끌어안자, 작은 몸이 힘없이 딸려 왔다. 눈물로 지저분해진 뺨을 닦아 준 규서는 어머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 * *
연재는 3일 내리 잠만 잤다. 잠깐 눈을 뜨면 규서가 옆에 있었고, 마른 목을 축여 주거나 땀을 닦아 주었다. 배가 고플 연재를 위해 죽을 해 오기도 했다.
비몽사몽 한 기억 속, 단 하나 또렷한 것은 선일이 출장을 갔다는 규서의 말이었다. 혹여 선배가 와서 저를 혼낼까 두려웠던 마음은 사그라들었고, 연재는 그렇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잠을 잤다.
그리고 선일이 돌아오는 날, 연재는 다행히 눈을 떴다. 뻐근하던 어깨와 허리, 그리고 말 못 할 곳은 규서가 돌봐 준 탓인지 가뿐하게 나아 있었다. 비록 그날의 기억은 지워지지 못했지만.
“……아, ……흠, 큼.”
간만에 낸 목소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침대맡을 보니 규서가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며칠간 저를 돌보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이 침대도, 방도 규서의 것이었다. 연재에게는 방이 없는지라 규서가 제 방을 양보한 모양이다.
연재는 조심스레 이불을 걷어냈다. 그리고 살금살금 침대 밖으로 내려섰다. 규서의 눈 아래가 거뭇거뭇한 것이 꽤 피곤해 보였다. 조용히 나가려는 찰나, 단단한 손이 손목을 잡아 왔다.
“……엄마?”
“아, 깨, 깼구나.”
“……음…….”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에 괜스레 미안해졌다. 연재는 규서의 손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미안, 고마워.”
“……몇 시예요?”
“아, 지금…… 어, 4시야. 오후 4시.”
방에 걸려 있는 시계를 힐끔거리며 답하자, 규서가 미간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더 자지, 왜?”
“곧 아버지 와요.”
“……아.”
현실 같지 않았던 며칠이 지나면서, 선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연재는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다행히 몸은 호전되었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선일에게 들킬 만한 요소는 없었다.
“밑에…… 술이랑, 난장판 내놓은 건 내가 친구들이랑 그랬다고 했어요.”
“어?”
“청소하시는 분한테 그렇게 말했으니 엄마도 그렇게 알아 둬요.”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규서는 어서 나가라는 듯 연재에게 손짓을 했고, 연재는 주춤거리다 방을 나왔다. 탁, 하고 닫히는 문소리에 어쩐지 기분이 묘해졌다.
규서는 선일의 아들이었고, 저는 짧으면 1년, 길면 2년 뒤에 이혼당할 오메가였다. 그 사실을 다시 되새겼지만 며칠간 규서의 행동 탓인지 심장이 울렁거렸다. 그거 조금, 다정하게 대해 줬다고 마음이 풀린 것일까.
……그가 자신을 지켜 줄 거라고 생각하기라도 했을까? 미적지근한 감정에 가슴을 주먹으로 꾹, 눌렀다. 우습게도 친해졌다고 느낀 모양이다, 자신은.
* * *
연재는 급히 옷을 갈아입고, 남편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규서가 빌려줬던 크고 헐렁한 잠옷을 정리해 세탁실에 넣고, 얇은 와이셔츠를 입었다. 문득 첫날밤이 떠오른 탓에 남몰래 제 아래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찢어지거나 부은 흔적 하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제 뺨을 툭, 쳤다. 먹지도 않고 자서 그런지 살이 쏙 빠져 있었다. 움푹 파인 볼살을 보니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
이렇게 못난 얼굴이었나. 이런 얼굴로는 면접은커녕…….
“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급히 날짜를 확인해 보니 당연하다는 듯 지나가 있었다. 면접은 어제였다. 바로 어제 면접이 있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작은 회사였지만 나름대로 이것저것 준비했었다. 선일의 집 근처 회사로 알아보면서, 최대한 근무 시간이 짧은 곳으로 보면서. 돈이 있으니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기본적으로,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어 이력서를 넣었다.
……그래, 어차피 ‘아내의 일’을 하려면 회사를 온전히 다닐 수 없다. 선일이 오는 시간에 맞춰 집으로 달려와야 했고, 그가 갑자기 전화를 걸면 어느 때라 할지라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쓸모없는 사람처럼 집에서 나뒹굴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때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연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가, 붉어진 눈시울을 손등으로 마구 훔쳤다. 축축해진 눈가에 가슴이 미어졌다. 왜 자꾸 못난 생각만 하는 걸까, 애처럼.
“오, 오셨어요?”
다급히 달려가자, 새까만 코트를 빼입은 선일이 구두를 벗고 있었다. 고개를 든 선배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죄… 죄송해요.”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문을 열기 전에 맞이해야 했는데 뒤늦게 온 탓이다. 손에서 땀이 났다. 두 손을 맞잡고 침을 삼켰다. 하지만 선일은 구두를 벗고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연재는 쩔쩔매며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언제 온 것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고용인들이 식사를 차리고 있었다. 연재는 선일이 겉옷을 벗는 걸 급히 도왔다. 코트 안쪽에서 무겁고 차가운 향이 났다.
“채연재.”
“네, 네.”
“준비 안 하고 뭐 했지?”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들자, 선일이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얼굴은 또 왜 그 모양이야?”
“……네?”
“오늘은 못 가겠군. 이런 걸 데려갔다간 관리도 안 하냐는 소리만 듣겠어.”
연재는 저도 모르게 제 뺨을 훑었다. 많이 못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선일은 혀를 차고는 연재를 내버려 두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가 저에게 준비하란 말을 했던가? 어디를……?
“저…….”
“됐어. 오늘은 데려가지 않을 생각이니까.”
“…….”
고개를 푹 숙였다. 며칠간 먹지 못해 못났나 보다. 그래도 어릴 적부터 예쁘다는 말은 자주 들어서 외모는 자신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못하는 듯해 서러움이 북받쳤다. 어쩐지 눈물이 글썽글썽 고였다.
“……왜 울어?”
옷을 모두 갈아입고 나온 선일이 까칠하게 물어 왔다. 연재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 눈두덩이 위로 흘러내린 것을 재빠르게 훔치고, 들고 있던 코트를 내밀자 그가 자연스레 시중을 받아 입었다.
“아니에요…….”
“가고 싶나?”
“……그게 아니라.”
“가 봤자 좋은 꼴은 못 볼 텐데.”
어딜 말하는 걸까. 그가 이렇게 차려입은 것을 보면 중요한 자리일 것이 뻔했다. 부부 동반이라든가, 그런 모임인 걸까. 연재는 습관처럼 아랫입술을 물어뜯었다.
“뜯지 마.”
“……네…….”
“갈 준비해. 오늘은 보여주기만 할 테니까.”
선일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자, 그가 맘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위아래로 훑는 표정이 꽤나 매섭다. 연재는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네…….”
거부하거나, 되물을 자신은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자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용인이 연재에게 옷을 내밀었다.
* * *
노골적으로 몸매가 드러난 옷은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웠다. 그 위로 코트를 걸쳐서 다행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연재는 지금쯤 수치심에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연재는 차 안에서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선일을 훔쳐보았다.
집을 나가기 직전, 규서가 입 모양으로 미안하다고 전했다. 아마 규서가 저에게 전해야 할 것을 전하지 못한 듯했다. 쓰러져 있던 제 잘못이니, 연재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선일은 무심한 눈동자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은은한 페로몬 향이 났다. 매일 깔끔하게 거둬져 있던 것과 다르게, 그 스스로 풍기는 향에 조금 어지러웠다.
그의 페로몬 향을 처음 맡았을 때가 떠올랐다. 대학생이었고, 단둘이 과제를 하던 날이었다.
‘선배, 그…….’
‘신경 쓰지 마, 미안.’
‘아뇨, 아니에요.’
그는 러트 기간에 약을 먹고 학교에 왔었다. 약으로도 감출 수 없는 페로몬 향에 도서관 안은 오메가들이 득실거렸다. 그들은 꼭 사냥감을 노리듯 선일을 쳐다보고 있었고, 선일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연재와의 과제를 진행했다.
선일은 학교에서 유명한 알파였다. 외모부터가 남달랐으며, 풍기는 분위기가 제법 돈 있는 집안의 자제처럼 느껴진 탓이다. 졸업 뒤에는 커다란 기업의 회장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괜찮으세요?’
‘그럼. 약 먹었다니까.’
‘그래도 힘드시면…….’
‘공부하고, 집 가서 자면 나을 일이야.’
그리고 그는 그런 소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알파들과 다르게 자신을 뽐내는 것을 싫어했고, 제게 유혹의 의미로 다가오는 오메가들을 냉정하게 거절하는 것도 몇 번이나 보았다. 당연히 그와 저는 이어지지 않겠지만, 마음을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미움받을까 싶어 연재는 그에 대한 마음을 접었었다.
연재 또한 우성 오메가라는 이유로 이름이 나돌았기에 오히려 이상한 소문이 퍼지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선일의 페로몬 향은 꽤 좋았다. 무겁고 차가운 향수와도 닮아 있었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향과도 비슷했다. 그 향에 꼬여 오는 여러 오메가들 사이에서 둘은 말없이 과제를 했었다. 선일은 잊은 일이겠지만 연재에게는 아직도 생생한 기억 중 하나였다.
정말, 별것 아닌데.
“도착했습니다.”
운전사의 말을 끝으로 회상이 끝났다. 연재는 번쩍 고개를 들고는 선일의 눈치를 봤다. 호텔직원이 문을 열 때까지 그는 움직이지 않았고, 연재도 그를 따라 내려섰다.
어느새 살짝 어둑해진 하늘 아래 조명으로 번쩍이는 호텔은 꽤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처럼, 커다란 경호원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이 하나 같이 알파였기에, 연재는 이곳이 ‘알파 전용 호텔’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따라와.”
선일의 뒤에 바싹 붙었다. 경호원들 사이를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서자, 선일이 연재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옆에 서.”
“……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있어. 오늘은 널 공식적으로 공개할 생각은 없으니까.”
네.
아주 작게 대답했다. 부부 동반이구나. 괜스레 떠오른 생각에 뺨이 붉어졌다. 이제는 선일이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과거처럼 다정한 그 선배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연재는 선일의 말대로 입을 꾹 다물었다. 둘은 직원의 안내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섰고, 곧 최상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연재는 침을 꼴깍 삼켰다. 넓은 회장 안에 여러 쌍의 알파와 오메가가 앉아 있던 탓이다. 알파들은 와인 잔을 기울이며 웃고 있었고, 오메가들은 꼭 장식품처럼 예쁘게 꾸민 채로 앉아 있었다.
대체로 남성 오메가였고, 그들은 연재처럼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음란한 옷을 입고 있었다. 추워 보일 정도로 얇은 옷들은 알파들이 움직일 때마다 속살을 드러냈다.
“김 회장님, 오셨습니까? 이쪽으로 오셔요.”
“감사합니다.”
“옆에는…… 새 오메가인가요?”
주변을 살피느라 벙쪄 있던 연재는, 저를 지칭하는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선일보다 조금 키가 작은 여자가 연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에게서 물씬 흐르는 알파 페로몬 향에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자, 선일이 연재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그만 놀리시죠.”
“하하… 너무 귀엽길래요. 아, 저도 소개시켜 드리죠.”
선일은 그녀를 따라 중앙의 테이블로 가 앉았다. 연재는 주춤거리며 따라 걸었다. 제 어깨를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저도 이번에 새 부인을 맞이했는데. 저쪽에. 진아, 인사드려.”
“……아, 안녕하세요.”
연분홍색 머리의 남자가 몸을 일으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또한 다른 오메가들처럼 몸이 훤히 드러난 옷을 입고 있었다. 피부가 몹시 하얘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머리 색이 잘 어울렸다.
여자는 빙긋 웃으며 그 옆자리에 앉았고, 연재도 선일의 손짓을 따라 자리에 착석했다.
다만 알파와 오메가의 의자는 조금 달랐다. 알파의 의자는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모두 가죽으로 감싸져 있는 반면, 오메가의 의자는 딱딱하고 엉덩이 부근이 뚫려 있었다. 연재는 고등학교 시절 의자를 떠올리며 무릎 위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곧이어 다른 알파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선일에게 사업적인 관심이 있는 듯했고, 연재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어쩐지 손끝이 몹시 차가워졌다.
공간은 꼭 무도회장처럼 화려한 붉은색으로 치장돼 있었다. 직원들이 음식을 이리저리 옮기고, 와인을 건넸지만 오메가들은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자다 깨서 온 연재는 고픈 배를 쥐고 바닥만 쳐다보았다. 심심해서 타일 무늬에 새겨진 꽃을 하나하나 세 보기도 했다.
자꾸만 저에게 닿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이미 익숙한 것이었다. 오메가로 판정이 났을 때부터 늘 받던 불쾌한 것과 닮았다. 이런 시선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나 싶지만, 그것에 화를 내고 거부할 만큼 저는 강하지 않았다.
그냥, 참아야 했다.
“오, 데리고 오셨군요.”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자연스레 연재의 옆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심장이 쿵, 떨어졌다. 아는 냄새였다. 이 페로몬 향은, 그때 그, ……김 회장님의 것이다.
“아, 김 회장님 오셨군요.”
“여기서 뵈는 건 간만이죠? 오늘따라 좀 심심해서 왔습니다.”
“그렇군요.”
직원이 그의 손에 붉은 와인이 담긴 잔을 건넸다. 목이 가는 와인 잔을 이리저리 돌리던 김 회장은 자연스레 연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땐 좋았지요.”
“오, 회장님 댁에 들르셨습니까?”
“그럼요. 새 오메가와 즐거운 시간도 보냈습니다.”
그의 말에 주변 알파들이 관심을 보였다. 연재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입술을 질끈 물었다. 아까부터 묘하게 변한 분위기 탓이다.
다른 자리의 오메가들은 이미 테이블 위에 엎어져 여러 알파들에게 둘러싸여 희롱을 당하고 있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은 선일의 테이블뿐이었다. 연재는 건너편 분홍 머리의 오메가를 힐끔거렸다. 그 또한 같은 생각인지, 새파란 얼굴로 침을 삼키고 있었다.
“어떠셨습니까?”
“선일 회장님 안목인데 묻는 겁니까?”
김 회장의 농에 알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선일은 말없이 와인을 기울였고, 연재는 하나둘 다가오는 손길을 느끼며 떨리는 무릎을 쥐었다.
“그만, 하시지요.”
김 회장이 연재의 팔을 끌어당기려던 참이었다. 선일이 그들의 행동을 막았다.
“예?”
“오늘은 소개드리러 온 것이 아니어서 말입니다. 부끄럽게도 제 오메가가 몸 관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려던 연재는 선일의 말에 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는 꼭 물건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는 것처럼 가볍게 말을 툭 뱉었다. 아니, 그것이 맞을 것이다. 이곳의 알파들에게 오메가는 물건이다.
오메가에 대한 인식은 천천히 변하고 있지만, 상위층에서는 ‘아직’이었다. 뭣보다 이 모임은, 부인을 희롱하는 곳인 듯하였다. 명칭은 부인이지만 사실상 전용 창부를 공유하는.
알파들은 아쉽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건너편 분홍 머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처음에 인사를 나눴던 여성이 작게 웃었다.
“우리 진이 차례인가요?”
“이쪽도 준비가 안 된 건 아니겠지요?”
“설마요. 하지만 알고 계시겠죠?”
“그럼요. 희연 회장님께서 늘 그것을 조심하라 이르지 않으셨습니까.”
그녀는 여유롭게 웃으며 작은 치즈를 포크로 찍어 눌렀다. 알파들이 분홍 머리에게로 다가가더니, 그의 몸을 이리저리 매만지기 시작했다.
“……흐…….”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벌벌 떨었다. 옆자리의 여성 알파가 입 꼬리를 올리며 작게 ‘정진, 고개 들어야지’ 하고 속삭였다.
알파들은 그를 희롱하며 옷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유두를 비틀고, 바지 안쪽 성기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정진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자 그들은 작게 웃었다.
“조금 아쉽군요.”
“뭐, 넣을 곳이야 많지 않습니까? 오메가들은 구멍이 죄다, 보지랑 다를 게 없으니.”
노골적인 언행에 알파들이 침을 삼켰다. 정진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제법 잘생긴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윽고 바지가 벗겨지고, 정진은 테이블에 상체를 엎어뜨린 채로 다리를 벌렸다. 사내들은 정진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쑤시다가, 축축하게 젖어 들 때쯤 허벅지 사이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흐으, 시…… 흐윽, 여, 여보…….”
정진이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희연 회장에게 손을 뻗으며 애절하게 고개를 저었다. 싫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녀가 무서운 모양이다. 연재는 그들을 보다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팔뚝에 돋아난 소름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코트를 추스르는데, 선일이 가까이 다가왔다.
“잘 봐 둬.”
“……”
“다음엔 네가 저렇게 될 거니까.”
다행이다. 아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일 때문에, 적어도 오늘 하루는 겪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해야 할까.
선일이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연재는 울 듯한 눈으로 파르르 떨며 정진을 바라보았다.
사내들은 정진의 다리 사이로 성기를 세차게 쑤셔대면서, 그의 탄탄한 가슴을 쥐어뜯고 분홍색 유두를 비틀었다. 그러나 시선은, 연재에게로 향했다.
“…….”
“시선 돌리지 마.”
그들은 꼭 연재를 범하는 것처럼, 움켜쥔 손과 붉은 뺨, 겁먹은 눈동자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아래로 시선을 내리깔며,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들의 시선이 무엇인지 안다. 제가 지금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 안다.
단지 선일의 오메가여서일까. 아니면 ……제 탓일까.
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밤마다 집 앞으로 찾아오는 알파들을 보며, 꼭 발정 난 암컷 고양이처럼 냄새라도 뿌리냐고 비꼬았다. 어쩌다 이런 더러운 것이 태어났는지 모르겠다고, 사내 노릇은 죽을 때까지 못할 거라 손가락질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연재의 잘못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누가 덮친다면 사과라도 해라. 네가 홀린 것이니까. 그딴 얼굴로 길거리를 돌아다니지 말란 말이다. 네가 오메가여서 널 싫어하는 것 같냐? 아니, 네 꼬라지가 역겨워서 하는 말이야. 넌 알파였어도, 베타였어도 여전히 창부와 다를 게 없었을 거다.’
그리 말하고선 연재를 훑어봤었다.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저, 회장님.”
“응?”
“예?”
그때 누군가 입을 열자 공교롭게도 둘 다 회장이었던 탓에 선일과 희연이 동시에 답했다. 그러자 그들을 부른 남자가 작게 웃으며 선일을 쳐다보았다.
“선일 회장님이요.”
“무엇 때문에 부르셨죠?”
선일은 그들의 행위에 참여하지 않고, 올곧게 허리를 펴고 앉아 와인으로 입술을 축였다. 연재는 어깨를 늘어트린 채로 몽롱해져 가는 시야에 눈을 꼭 감았다 떴다. 알파들의 페로몬에 조금 전부터 어질어질하던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린 듯했다.
“부인, 말입니다.”
“예.”
“……이름을 여쭤봐도 될까요?”
침을 삼켰다. 그러자 선일이 연재에게 턱짓을 했다. 네가 답해, 라고 말하는 듯했다.
연재는 두 손을 꼭 쥐었다가, 안절부절못하며 정진의 얼굴에 정액을 뿌리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연재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며 자위를 했고, 굵고 검붉은 성기는 금방이라도 연재의 아래를 뚫고 싶은 것처럼 단단하게 솟아 있었다.
“채…… 연재, 입니다.”
“채?”
남자가 의문스레 묻자 그에 선일이 답했다.
“아직 성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하…….”
그는 콧잔등에 붉은 주근깨가 나 있었고, 머리카락은 붉은 기가 도는 갈빛이었다. 남자는 탐욕스레 연재를 쳐다보며 입술을 훑더니 사정한 성기를 그대로 두고는 정액으로 축축한 손을 내밀었다.
“부인, 저는 백이언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차마 손을 잡지 못하고 있자 선일이 심기 불편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저 정액으로 더럽혀진 손을 어찌 잡는단 말인가. 연재는 눈동자를 들었다가, 아래로 내리깔기를 반복했다. 잡아야 하나? 잡지 않으면 ‘벌’을 받을까?
“부인. 팔 떨어지겠습니다?”
피부가 조금 거뭇한 탓에 정액이 눈에 띄었다. 연재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가 묘하게 다정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다정한 가면을 쓴, 위험한 사람이었다.
“연재 씨?”
이번에는 이름을 불러왔다. 연재는 결국 벌벌 떨며 손을 들어 올렸다. 악수를 하려는 찰나 선일이 어깨를 짚어 왔다. 설마 도와주는 건가 싶어 그를 쳐다보자,
“두 손으로.”
단호한 한 마디만 내뱉고 손을 떼어냈다. 그리곤 다른 알파들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연재는 결국 두 손으로, 백이언의 손을 맞잡았다. 저보다 두 배는 큰 듯한 손은 무척 각지고 단단했다.
그는 굳은살 하나하나가 느껴질 만큼, 억세게 손을 쥐더니 위아래로 살살 흔들었다. 옅은 색의 홍채가 일렁거렸다. 흥미롭다는 듯, 혹은 탐하고 싶다는 듯 더러운 욕망이 담겨 있었다.
“다음에 꼭 뵙시다. 부인.”
손이 떨어졌다. 연재는 정액으로 질척해진 제 손바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닦을 수 있는 곳도 찾지 못해, 남자의 씨물을 손안에 담고 있어야 했다. 울 것만 같았다.
“근데 아예 안 보여주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다음에 얼마나 성대하게 하시려 그러시는지.”
알파들의 말에도 선일은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결코 원하는 것을 이뤄 줄 낌새가 보이지 않자, 결국 그들은 정진의 몸을 탐하는 일에 매진했다.
김 회장이 요구했던 것은 ‘삽입하지 않기’였는지, 그들은 정진의 얼굴과 귓구멍에 정액을 싸지르고, 가슴에 멍이 들도록 물어뜯으면서도 삽입만은 하지 않았다.
여전히 손에 묻은 백이언의 정액을 어찌할지 몰라 이로 입술을 물어뜯던 연재가 결국 참다못해 선일을 작게 불렀다.
“선일 씨.”
고개만 돌려 눈썹을 까딱이는 모습이 몹시 거만했다. 깔끔하게 올라간 새까만 머리카락, 반듯한 이마와 곧은 눈빛에 심장이 따끔거렸다.
“저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나요?”
“아, 그래.”
생각보다 빠르게 허락해 주었다. 허락하지 않으면 어쩔까 싶었는데, 자신의 오메가가 아무 곳에서 싸지르는 건 바라지 않는 모양이다.
연재는 주춤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웨이터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 화장실의 위치를 묻고, 왼쪽으로 빠르게 걸었다.
주먹을 질끈 쥐자 끈적하고 불쾌한 감각이 생생했다. 연재는 코트 자락을 거듭 여몄다. 회장 곳곳의 희롱당하는 오메가들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더불어, 제가 연민할 입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입가에 조소가 맺혔다.
화장실로 들어서자 고급스러운 호텔답게 부드러운 라벤더 향이 풍겼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거울과 물기의 흔적이 남지 않은 세면대, 이전에 연재가 살던 집만큼 크기도 했다.
급히 세면대로 다가가 물을 틀었다. 얼음장 같은 물줄기에 손을 밀어 넣고 벅벅 소리가 나도록 씻었다. 엄지로 손바닥을 밀어내고, 손가락 사이사이에 고인 정액을 긁었다.
찬물에 딱딱하게 굳은 정액은 후드득 떨어져 내렸지만 연재는 여전히 찝찝하고 불쾌했다. 몇 번을 더 씻었다. 비누칠을 세 번, 네 번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살짝 고였다. 하지만 금방 참아냈다. 울었다는 걸 들키면 선배가 싫어할 것이다.
그때 화장실 안으로 사람이 들어섰다. 연재는 고개를 숙이며 계속해서 손을 씻었다. 손끝이 차게 굳었다. 높은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바람이라도 불면, 그대로 넘어질 것만 같았다.
“부인?”
“어? ……아, 네.”
제게로 향하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자 백이언이 서 있었다. 붉은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이 선명했다. 그는 세면대를 내려다보며 입가를 끌어 올렸다.
“손 씻고 계셨군요.”
모르는 체하지만 다 알고 있다는 말투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당연한 것이 아닌가. 제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연재는 애써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럼.”
그리고 곧장 그를 피해 문을 열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았지만 이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것이 더 싫었다. 아무도 제게 손을 대지 않을 때, 가장 노골적으로 행동했던 사람이었으니까. 만약 다음이 있다면, 그 ‘다음’에서 가장 싫은 짓을 할 것이 뻔했다.
“부인.”
그러나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백이언이 살짝 열린 문을 닫아버렸다. 머리 위로 올라온 긴 팔에 침을 꿀꺽 삼키자, 반대편 손이 왼쪽 어깨에 올라왔다. 백이언은 당연하다는 듯 문을 잠가버렸다.
“선일 회장님 밤일은 맘에 드십니까?”
“……선일 씨가 기다려서, 늦으면 혼날 거예요.”
“회장님 없는 곳에선 괜찮다는 뜻일는지요.”
연재는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보내주지 않을 것이 뻔하다. 무엇이 됐던 간에 이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말 것이다.
“저는, 선일 씨에게…… 모든 걸 보고해요.”
“네.”
“이런 일도, 다 말씀드려야 해요.”
“음…… 아, 지금 협박하시는 거예요?”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선일은 누가 보아도 제법 큰 회사의 회장이며, 알파 모임에서도 어느 정도 지위가 높았다. 다른 이들이 선일을 대할 때 하는 행동, 말투 하나하나가 그 증거였다. 그가 원한다면 연재는 그들에게 넘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선일의 이름을 말했다. 그래, 남자가 말한 대로 ‘협박’이었다.
“……네, 맞아요.”
“정말?”
커다란 손이 허리를 쥐었다. 코트를 껴입었으나 안쪽 옷이 워낙 얇아 몸 선이 고스란히 느껴질 것이다.
“서, 선일 씨는…… 맘, 맘대로 건드는 거 싫어하세요.”
“그렇죠.”
“많이, 아주 많이 화내실 거예요.”
말을 이을수록 연재는 위축되었다.
“부인께 말이죠.”
“…….”
백이언의 손은 엄청나게 컸다. 연재의 손을 덮고도 남을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말이다. 키도 컸지만 그와 비슷한 선일보다 손이 컸다.
그는 연재의 몸을 돌려 두 손목을 한 번에 쥐었다. 그러고도 손가락이 남았다. 그리고 다가와서는 허벅지를 무릎으로 짓눌러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꼭 실험당하는 개구리 같았다.
“…….”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선배에게 화장실을 같이 가자고 했어야 했나? 하지만 애도 아니고, 아니…… 분명 알파인 선일이 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이러는 이유가 뭔지, 그의 저의를 알 수 없었다.
연재는 얌전히 입술을 닫았다.
“너무 긴장 마세요. 나도 억지로 하는 타입은 아니니까.”
우습지만 흔한 말이다. 알파들은 저리 말하고 저들 맘대로 한다. 강간할 생각은 없으니, 웃으면서 강간을 당하라 말한다. 연재는 눈을 내리깔았다. 왜 저는 알파가 아니었을까. 아니, 남성 오메가도 강하게 자랄 수 있었음에도 왜 저는 그러지 못했을까.
“웃기다고 생각했어요?”
“…….”
“회장님 취향이 좀 바뀌셨나 봅니다. 고분고분한 타입은 별로 안 좋아하시는데 말이죠.”
입을 다물었다. 대화할 마음도 없었고, 말을 꺼내 봤자 자극하는 꼴일 테니까. 그저 그를 뿌리치기 위해 몸을 뒤틀었다. 동시에 백이언의 페로몬이 흘러나왔다.
“……흡…….”
“가만히 있어요, 부인. 강제로 하는 거 싫다고 했잖아요.”
속삭이는 음성이 다리가 후들거리도록 달콤했다. 백이언의 페로몬 향은, 달콤한 꿀 향과 비슷했는데 그 향이 너무 진해 질식할 것만 같았다. 숨이 턱 막혀 고개를 숙이자, 백이언이 오른손으로 제 버클을 풀어 성기를 끄집어냈다.
“……하, 흐윽……!”
“별거 안 해요.”
백이언은 그렇게 말하곤 연재의 옷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제야 알아차렸다. 바지 안쪽, 음부가 위치하는 곳에 지퍼가 달려 있었다. 지이익, 벌어진 구멍 틈으로 성기가 천천히 비벼졌다. 그는 연재의 허연 허벅지에 뜨거운 물건을 비집어 넣고 움직였다.
“다리에 힘줘요.”
연재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상상도 못 한 더러운 방법에 구역질이 났다. 백이언은 점차 움직임을 빨리해 말랑말랑한 허벅지를 범하기 시작했다. 곳곳이 불그스름한 흰 피부는 스칠 때마다 움찔거리는 것이 꼭 질과 같았다.
잘 젖는 오메가인지, 아래에서 벌써 물이 질질 새었다. 좀 더 뒷부분에 있을 구멍이 앞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백이언은 연재의 손목을 억세게 쥐고는 목덜미에 이마를 묻었다.
“하, 후…… 부인, 아, 부인…… 제법, 괜찮네요.”
연재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괜찮아, 괜찮아. 아픈 것도 아니고 잠시면 끝날 거야. 저번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 괜찮아. 어차피… 어차피 매번 당하는 몸인데, 그러니까…… 괜찮아.
“넣고 싶은데…….”
깊게 침전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연재는 주먹을 쥐고 벌벌 떨었다.
“아, 흐윽…! 아, 근데…… 부인.”
오른손이 둔부를 붙잡는다. 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들어와 뒷구멍을 매만지고 더 안쪽으로 움직였다. 저도 모르게 아래를 확 조이자, 백이언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보조개가 폭, 파이는 것이 꽤 예쁜 얼굴이었다.
“질 좋은 오메가군요.”
동시에 굵직한 검지가 보지구멍을 매만졌다. 와중에도 성기는 빠르게 움직이며 허벅지를 거칠게 긁어댔다. 하얀 허벅지 사이 검붉은 흉기가 움직이는 장면은 혐오스러울 만큼 역겨웠다.
“투홀이라니…… 응?”
백이언은 노골적으로 연재의 목덜미를 핥아 올렸다. 어깨가 파르르 떨리며 그에게 눌린 몸에서 애써 막고 있던 페로몬이 새어 나왔다.
“선일 회장님은 꼭…… 망가지면 버리셨죠.”
앞뒤로 힘차게 움직이던 좆이 결국 파르르 떨며 사정감을 내비쳤다. 더욱 굵어진 귀두가 연재의 입구를 천천히 문지르며 질구를 열 듯 말 듯 느릿하게 움직였다.
“……남편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여기서 이제, 그만…… 아!”
“아, 망가진 걸 갖는 건 별론데.”
도톰하게 달아오른 음핵에 귀두가 거칠게 긁혔다. 부드러운 선단으로 그곳을 쿡쿡 찌르다가, 다시 말랑한 살갗에 기둥을 비벼 올리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곧 정액을 왈칵 쏟아냈다. 음핵과 질구, 음순과 회음부까지 아래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연재의 속옷에 대고 희멀건 액체를 토해냈다.
“어쩔 수 없네.”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가 손목을 놓자마자, 분명 쓰러질 것이다.
그러나 백이언은 연재의 손목을 놓는 대신 정액으로 가득 찬 속옷을 그대로 입혔다. 틈새로 씨물이 왈칵이며 새어 나와도 무시하고, 지퍼까지 꼼꼼히 잠가 주었다. 뭉근하고 뜨뜻미지근한 감각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천천히 연재의 아래를 손으로 두들기며 음핵이 있을 곳을 살살 문질렀다. 연재의 남성기도 살짝 발기하자 한숨을 쉬더니 두 손을 단번에 놓아버렸다.
“……윽!”
바로 바닥에 주저앉자 볼기짝이 아려 왔다. 곤두박질치며 속옷의 정액이 터질 것처럼 퍼져 아래를 온통 축축하게 적셨다. 바들바들 떨며 바닥에 손을 짚자, 질척한 아래에서 음란한 소리가 샜다.
백이언은 바지춤을 정리하고 손을 씻었다. 그리고 후련한 태도로 연재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고 나가버렸다.
연재는 세면대를 붙잡고 새빨개진 눈으로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눈물샘이 고장났나 보다. 괜찮은데,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고 앞으로도 이럴 테니 전혀 괴롭지 않은데, 괜찮은데 자꾸 흘러나온다.
“흐, 히윽, 끅…….”
직선으로 쏟아지던 수도꼭지처럼 연재는 숨을 죽이며 입술을 질끈 물어뜯었다. 차가운 바닥과 속옷 안쪽을 채운 타인의 정액의 온기가 모두 낯설다.
* * *
선일과 집으로 돌아온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백이언에게 협박하듯 내뱉은 말과는 달리, 연재는 왜 이리 늦었냐는 그에게 그저 속이 좋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둘은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고, 선일은 피곤하다며 샤워 후 바로 잠에 들었다. 연재는 내내 소파에 앉아 있다가 그가 잠이 든 후에야 움직였다.
이 집에는 욕실이 4개가 있다. 하나는 침실 안쪽, 대부분 선일이 사용하는 곳이다. 하나는 거실 근처. 손님이 사용하는 곳이고, 하나는 규서의 방에 딸린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집에 들렀던 오메가들이 사용하는 욕실이 있었다.
거실과 이어진 부엌 옆, 자그마한 창고 건너편에 있는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꼭 차별 같아서 불쾌하다 느꼈지만 이쯤 되니 오메가 전용 욕실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연재는 욕실로 들어서 옷을 벗고, 속옷도 천천히 벗었다. 앞쪽과 회음부, 그리고 뒷구멍까지 질척하게 묻은 흰 정액이 길게 늘어졌다.
그리고 욕조에 물을 채우며 세면대 옆에 놓인 약통의 뚜껑을 돌렸다. 안에는 알약이 잔뜩 들어 있었는데, 선일이 이 집에 와 처음으로 준 것이었다. 아파 앓아누웠을 때 규서가 챙겨 준 그 약이기도 했다.
약을 하나 꺼내 목구멍에 밀어 넣고, 삼켰다. 불쾌한 맛이 났다. 이걸 먹고 나면 꼭 속이 좋지 않았다. 무슨 약인지는 몰랐다. 선일이 ‘반드시’ 하루에 하나를 먹으라 했기에 먹는 것일 뿐.
그리곤 세면대에 물을 틀어 속옷을 빨았다. 난생처음 보는 남자, 또 다음에 볼 수도 있는 그의 정액은 끈적하여 잘 떨어지질 않았다. 결국 손으로 꾹꾹 밀어내야 했다. 다리 사이의 것도 그리 닦아내야겠지.
하얀 속옷, 하얀 정액. 하얀 거품과 하얗게 물든 세면대의 물.
헛구역질이 났다. 약 때문일 것이다.
선일 선배는 얼마나 좋은 것이길래, 매일 먹으라고 했을까. 연재는 담담히 속옷을 빨다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이 집에 온 후로 늘어난 것 같다. 조심해야지.
* * *
금요일 아침의 해는 유난히도 밝았다. 피곤함에 잠긴 눈꺼풀을 찌르는 햇빛에 연재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비척비척 침실로 향했다. 오전 6시. 익숙해지기 힘든 일을 할 시간이었다.
커다란 침대 위 홀로 잠든 선일의 얼굴은 이전과 같이 말갛다. 아무리 못된 사람도 자는 얼굴은 평온하다던데 선일이 딱 그 짝이다.
연재는 이불 안으로 들어가 선일의 아래로 자리를 잡았다. 허벅지 위에 앉아 살짝 발기한 것을 쥐니, 바지 안쪽의 것이 꿈틀거린다. 조심스럽게 바지와 속옷을 내려 성기를 쥐었다. 여전히 흉측할 만큼 커다랬다.
문득 그의 것이 큰 이유가 ‘우성’이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성 알파들은 다 큰 걸까? 그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은 규서도 꽤 크고 두꺼웠다.
그렇다면 열성 알파들은 좀 더 작은 걸까? 하지만 우성 오메가인 자신은 평범한 크기였다. 오메가인 것이 문제일까? 제 것도 더 컸으면 좋을 텐데.
그런 잡생각을 하며 애무하던 찰나였다. 갑작스레 머리채가 잡혔다.
“아!”
“…….”
손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선일이었다. 그는 제 성기를 입에 문 채로 눈을 동그랗게 뜬 연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불쾌한 듯 일그러진 얼굴에 연재가 급히 물건을 쥔 손을 치웠다.
“죄, 죄송…….”
“오늘은.”
“……죄송합, 합니다.”
“할 생각 없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가 하라고 해서, 규칙이라고 해서 한 것인데. 하고 싶지 않다면 부드럽게 말해 주면 되지 않을까? 억울함에 입술이 댓 발 튀어 나갈 뻔했지만 연재는 그저 그의 바지춤을 정리해 주고 이불 밖으로 나왔다.
“그, 그럼 나갈게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문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선일이 연재를 불렀다.
“너.”
“……네?”
“어제, 어디서 잤지?”
몸을 일으킨 선일은 늘 그렇듯 상의를 벗은 채였다. 넓은 어깨와 탄탄하게 드러난 근육에 괜스레 뺨이 달아올랐다. 아무리 지금은 미워하는 사람이라지만, 일전에 깊은 짝사랑을 했던 상대였다. 그 후로도 잊지 못하다 팔려 가듯 결혼하는 것에 설레어 하기도 한.
“그, 거실…… 소파, 요.”
“왜?”
“느, 늦게 샤워해서…… 깨실까 봐.”
이전의 습관이었다. 어머니는 소리에 예민하셨고, 연재는 어머니가 주무시는 시간 동안은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밤새 공부를 해 목이 말라도 냉장고로 가는 일은 없어야 했다. 문을 여는 순간 어머니가 짜증 담긴 목소리로 제게 타박을 했었다.
“내가 옆에서 자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도…… 피곤, 하시니까…….”
“…….”
선일은 연재를 가만히 보더니 한숨을 푹 내뱉었다.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이라, 연재는 잔뜩 겁을 먹고 고개를 숙였다. 가시밭길에 서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가도, 뒤로 가도 제가 있어선 안 될 곳처럼.
“나가.”
“네, 네에.”
후다닥 문을 닫고 나왔다. 그제야 다리가 벌벌 떨렸다. 연재는 문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마른세수를 했다. 그래도 혼나지 않아 다행이다. 먼저 그가 하기 싫은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알아낼 방법이 없어도 어떻게든 알아서, 눈치 있게 행동했어야 했는데.
연재는 축축한 손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이 집 알파는 하나가 아니다.
이 층으로 올라가 규서의 문을 두들겼다. 일전에 규서가 도와주었고 친절했다고 하더라도, 집안의 부인 된 노릇은 해야 했다. 그가 싫어서 거부하지 않는 이상, 연재는 계속해서 아들의 성기에서 좆물을 빼 줘야 한다.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연재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푹신한 이불에 둘러싸여 잠에 폭 빠진 얼굴을 보니 서글서글 웃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첫날, 그리고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규서는 선일보다 더 폭력적으로 행동했었다. 지금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제법 다정해졌지만.
연재는 이런 밸도 없는 생각이나 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조금 잘해 줬다고 마음이 풀리는 걸 보면 독하게 살 일은 없는 듯하다. 그러니 이 집안에 팔려 왔겠지만.
“규서야…….”
소곤소곤 부르자 규서가 끙,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누가 부자 아니랄까 봐 선일처럼 윗도리를 벗은 채다. 규서는 하얀 편인 선일보다 피부가 까맸는데, 그 나이대 아이 같다고 느껴졌다. 온전히 햇볕에 그을린 듯하여 그렇다.
“규서야, 일어나야지.”
어쩐지 껄끄러웠다. 규서가 며칠간 잘해 줘서일까, 이런 짓을 하면 안 되는 사이 같았다. 꼭 진짜 가족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연재는 양 입술을 말아 물고 그의 이불을 천천히 거둬냈다. 규서는 하의도 입지 않고 자는 편이었기에 성기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꼭 다리가 세 개인 것처럼 길고 굵은 것은 성기라고 표하기도 뭣했다.
성기를 손으로 잡고 위아래로 살살 흔들었다. 아침이라고 발기한 물건이 금세 빳빳하게 부풀었다.
살짝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고개를 숙여 귀두를 입 안에 품었다. 본래라면 아래의 여성기나 뒷구멍을 써야 하지만, 어제의 일 때문인지 오늘은 영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입을 써도 좋다고 했으니 괜찮겠지.
“으, 흐음…… 음.”
규서가 꿈틀거리며 허리를 들썩였다. 연재는 입 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은 흉기를 보며 콧등을 찡그렸다. 기둥을 손으로 문지르고, 혀로 요도구를 짓이기며 강하게 빨아들이자 규서가 한숨을 푹 쉰다. 잠을 자면서도 느낄 건 다 느끼고 있었다.
“규서, 흐읍…… 읍, 우으, 읍…….”
고개를 들어 다시 부르려는데, 규서가 커다란 손으로 연재의 뒷머리를 잡고 목구멍 끝까지 좆을 처박았다. 순식간인 탓에 놀라 움찔거리자, 무의식중에 움직였던 녀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 하아, 아, 어, 엄마?”
“우으, 흑…….”
성대까지 밀고 들어온 것에 연재는 마른침을 삼켰다. 입 안과 입술이 버석버석하게 말라 거칠었다. 아들의 허벅지를 붙잡고 항의하듯 밀어냈지만 규서는 여전히 연재의 머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허리를 쳐올리며 목구멍에 좆을 박아 올렸다.
“우윽, 흑! 응! 웁!”
“아, 엄마…… 죄송해요. 조금만, 음…… 오 분만요.”
규서는 아이처럼 칭얼거리며 욕심껏 허리를 움직였다. 퍽퍽 쳐올릴 때마다 목젖이 아려 왔다. 연재는 파르르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입술이 찢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삼킨 적은 없어서 숨을 쉬는 것도 어려웠다.
“하다 보면 익숙, 해질 거예요.”
“흐윽, 응, 욱!”
연재를 달래듯 머리를 토닥여 주더니 다시 한번 목구멍으로 귀두를 쳐올렸다. 푹푹 박힐 때마다 입 안이 다 허는 듯했다. 무식하게 박아대다가도 허리를 뭉근하게 돌려 치열과 혀를 짓이기기도 했다.
그러다 규서는 연재의 이마를 밀어내며 잔뜩 젖은 성기를 빳빳하게 세운 채로 입꼬리를 올렸다. 침대 머리에 상의를 살짝 기댄 녀석이 손을 까딱였다.
“엄마, 이리 와요.”
연재는 쓰라린 목을 붙잡고 구역질을 했다. 나오는 것은 없었으나 컥컥대며 급히 숨을 삼켰다. 산소가 부족해 머리가 핑 돌았다. 시야가 새까매지려는 찰나, 규서가 손을 뻗어 연재를 끌어당겼다.
“오늘은 뒤에 넣을게요. 괜찮죠?”
“커헉, 컥…… 헉, 흐으…….”
“어제 거기 가서 아래는 실컷…… 어, 안 했어요?”
제 어미의 다리를 넓게 벌리게 한 규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는 다리 사이 보지는 예쁘게 닫혀 있었다. 연한 색으로 물든 것은 누가 건든 흔적이 없다. 아침에 아버지와 관계도 갖지 않은 듯, 정액은커녕 애액도 나오지 않아 뻑뻑한 상태였다.
“음…….”
대부분 오메가들은 ‘그 모임’에 다녀오면 삼 일은 눈도 뜨지 못하고 잠을 잘 정도로 망가져서 왔다. 아래가 헐어버릴 때까지 돌려대서, 규서가 매일 아침마다 뒷구멍에 약을 발라 주었다.
하지만 연재는 아래가 깨끗하다. ……예상 밖이었다.
“왜 안 했어요?”
규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끝으로 연재의 보지를 툭툭 건드렸다. 이걸 봤다면 분명 정신없이 박아댔을 텐데. 투홀 오메가는 흔치 않으니까, 한두 번으로 만족할 리가 없다. 아마 파티에 참가한 알파의 전원이 줄을 서서 쑤셔댔을 터다.
“허억, 헉…… 흑…… 규, 규서야.”
연재가 정신을 차린 듯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규서는 여전히 어머니의 보지를 이리저리 벌리며 상태를 확인했다. 깨끗하다. 연분홍색도 여전하고, 찢어지거나 다친 흔적 하나 없다.
“네?”
“오, 오늘은…… 흐으, 그, 이, 입으로만…… 하면, 안 돼?”
노골적으로 음핵을 찔러오는 탓에 허리에 소름이 바짝 솟았다. 연재는 열기를 띤 얼굴로 규서를 내려다봤다. 무릎으로 서서, 고작 스무 살에게 아래를 검사받는 기분이 들어 수치스럽기도 했다.
규서는 잠시 말이 없더니, 연재의 말을 말끔히 무시하고 엉덩이를 잡아 양쪽으로 벌렸다. 좁은 구멍에 손가락 하나를 넣었다가, 바로 귀두를 들이밀었다.
“아, 흐으… 규, 서야…! 앗, 아!”
“으음… 흠, 으… 후….”
자주 쓰지 않은 뒷구멍으로 들어오는 성기에 몸을 굳혔다. 연재가 고개를 뒤로 젖히자, 규서는 여전히 누운 채로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커다란 손이 둔부를 잡아 아래로 짓눌렀다.
“흐읏, 응….”
“어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진짜?”
“아으, 흐… 아무, 아무 일도… 아! 흑!”
“그런 것치곤 좀 예민한데….”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쾌락보다는 고통 탓이었다. 뻑뻑한 뒷부분이 움찔거리자 규서가 더욱 강하게 욱여넣었다.
“근데, 엄마 히트 주기는 어떻게 돼요?”
“으, 흐읍, 응… 모, 몰라.”
“왜?”
“부, 불규칙… 앗, 하으! 해서, 몰, 으흑, 라아….”
오메가로 발현했을 때부터 그랬다. 연재의 히트 싸이클은 불규칙적이었고, 그래서 늘 억제제를 들고 다녀야 했다. 병원에서는 투홀 오메가에게 자주 있는 증상이라고 했다. 투홀 오메가들은 대부분 ‘별종’이었기에 주기가 정확하지 않았다. 연재와 같은 경우도 드물어서, 실험 결과도 많지 않았고 있는 거라곤 출처를 알 수 없는 논문들뿐이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억제제를 충분히 주었고 연재는 약을 매일 들고 다니며 생활해야 했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아, 흐윽! 으… 아, 아파… 흑, 아!”
“많이 아파요?”
“으, 응, 흐윽, 아!”
규서는 다정하게 속삭이며 연재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주었다. 발갛게 물든 얼굴이 요사스러웠다.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이자, 성기가 더욱 부푸는 것이 느껴졌다. 이상하지, 아프다는 말이 좋았던 적은 없는데… 이번 오메가 엄마는 아파하는 얼굴이 꽤나 괜찮았다.
제게 이런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규서는 연재의 가슴을 살살 문지르며 느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아, 아으, 흐…!”
그리고 그때의 영상을 떠올렸다. 남자들은 즐거웠다며 영상을 보내주었고, 원본은 깨끗하게 삭제했다. 철저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규서는 제 방에서 그것을 틀어 보았다.
역시나 생각대로, 연재는 괴로워했으나 빳빳하게 솟은 성기를 숨기진 못했다. 아래에선 애액이 축축하게 흘렀고 러트에 미친 알파들이 허리짓을 할 때마다 허덕이며 보지와 뒷구멍을 조여댔다. 오나홀처럼 마구잡이로 취급당해도 좋다고 조여대는 것을 보니 가학심이 일었다. 규서는 허리를 위로 치켜올리며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 흑, 아! 앗, 아응!”
“…….”
“규, 규서… 아으, 흑, 아, 아침… 먹어야, 하는… 흑!”
시간을 힐끔 보니 7시 10분이 조금 넘었다. 강의시간에 맞춰 깨워 주어야 한다는 걸 다시 알려줘야 하나. 규서는 좀 더 느긋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연재를 지켜보았다. 고통에서 쾌락으로 천천히 물들어 가던 연재는 결국 아래를 세운 채로 파르르 떨었다. 팔뚝을 쥐자 꽤 마른 것이 느껴졌다. 이런 몸으로는 앞으로의 일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이번 오메가는 좀 오래갔으면 좋겠는데. 이전처럼 금세 망가져 버리는 건 재미없을 것 같다.
“엄마.”
“흐으, 으, 으응, 왜… 아!”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더라고요.”
“으, 흐윽, 응? 아, 으윽!”
“면접을 못 보긴 했지만… 일하고 싶어요?”
지금 꼴을 봐서는 창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순수함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규서는 연재의 팔뚝을 매만지다 손을 올려 작은 가슴을 툭툭 건드렸다. 역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래에서 위로 쳐올릴 때마다, 특히 회음부와 보지구멍에 음모가 닿을 때마다 일그러지는 얼굴이 그랬다.
삽입을 당한 것도, 굴려진 것도 아닌데.
“하고 싶으면 해도 되지만… 할 수 있겠어요?”
“아으, 흑… 아!”
연재는 대답할 상황이 아닌 듯했다. 벌벌 떨다 절정에 이른 엄마는 규서의 품으로 푹 쓰러지고 말았다. 규서는 연재의 둔부를 잡은 채로 허리를 거칠게 쳐올렸다. 정액을 왈칵 뱉어내면서도 내벽이 쫀득하게 성기에 달라붙어 왔다. 규서는 내벽을 쿵쿵 찧어대며 한숨을 푹 내뱉었다.
이곳에 살면서 일을 한 오메가는 딱 한 명이다. 고집이 무척 세서, 아버지가 멋대로 해보라며 일을 보내주었는데 하필이면 아버지와 연줄이 있는 회사였다. 그는 그곳에서 성 접대를 하거나 직원들의 공용변기가 되어 굴려졌다.
그 알파 모임에서는 그게 당연했으니까. 서로 오메가를 공유하고, 즐기는 곳이었으니까. 겉으로는 상류층 간의 정보 공유와 친목 도모를 위한 것이었으나, 그들은 오메가를 공유하는 것에 더욱 집중했다. 아마 이 작은 오메가는 어제 그것을 두 눈으로 보고 왔을 테고, 아버지가 없는 곳에서 희롱쯤은 기본으로 당했을 터다.
“아, 아으, 흐… 흐윽, 아….”
부들부들 떨며 절정에 이르는 얼굴이 제법 볼 만했다. 규서는 연재의 턱을 들어 올렸다. 잔뜩 젖은 눈동자가 울먹울먹했다.
“일 안 해도 되잖아요. 아버지가 돈 넉넉히 주는데.”
그래서 반쯤은 진심으로 말했다. 묘하게 고집도 있고, 순순히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만큼은 주고 싶지 않다는 듯 이를 악물고 버티는 모습이 맘에 들었다. 해봐야 1년에서 2년. 그 뒤에 나갈 준비를 할 생각으로 들어온 오메가.
“집에 있어요, 그냥. 일이 너무 하고 싶으면 집에서 일해도 되잖아요?”
“…하아, 하… 흐으….”
“집에서 하는 일이라면 나도 찾아볼게요.”
연재는 축 늘어진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규서는 잘 생각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한 손으로 잡을 만큼 작은 머리가 여전히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답답하면, 내 방에서 옷 입고 나가요. 내 옷이 좀 크긴 해도 입을 건 있을 거예요.”
“…흐으, 으… 응.”
“엄마한테 맞는 바지는 아래 칸에 있어요. 대신 아버지가 올 시간에는 집으로 돌아와야 해요.”
연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 집에서는 나름 저를 챙겨 주려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었다. 규서는 좋은 아이였고, 좋은 아들이었다. 제 배로 낳은 아이는 아니었고, 결국 아침마다 이런 관계를 갖고 있지만, 그래도.
* * *
아침의 선일 선배는 확실히 이상했다. 아침마다 하라 했던 것도 거부했고, 배웅 나가는 것도 피했다. 행동과 말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연재는 거실 소파에 앉아 몸을 둥글게 말았다.
규서는 학교에 가고, 선배도 출근을 했다. 저만 집에 있었다. 집안일도 할 게 없었다. 그들은 연재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침에 규서가 한 말이 떠올랐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며칠 후부터는 아마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연재는 소파 옆에 둔 스파게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선일이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챙겨 먹으라고 한 탓에 고용인이 주고 갔다. 입맛이 없어 손이 가진 않았지만 접시를 들어 스파게티 면을 포크로 빙글빙글 돌렸다. 토마토 향이 제법 좋았다. 부모님은 잘 지내고 계실까.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선일이 연재의 것으로 새로 사 준 핸드폰을 켰다. 전원을 켜는 건 처음이었다. 이전에 쓰던 것은 완전히 폐기되어,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긴 탓이다. SNS도 안 하는 탓에 친구들과 다시 연락을 잡기도 힘들었다. 연재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이모의 번호를 입력했다.
몇 번의 신호가 가고, 이모가 전화를 받았다.
- 누구세요?
“아… 그, 이모. 저 연재예요.”
- 어머, 어? 연재니? 진짜로?
“네, 맞아요. 이거 제 번호예요.”
이모는 그 집에서 유일하게 제게 잘 대해 주던 사람이었다.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집안에서 자라던 연재에게, 하나뿐인 버팀목이기도 했다. 그마저도 자주 오지는 못했지만 간혹 학교 앞으로 와 맛있는 것을 사 주거나 이야기를 들어 주곤 하셨다.
- 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연락은 안 되지, 언니는 해외로 간다고 그러지… 너도 같이 갔냐니까 대답도 안 해주고.
“하하… 전 한국이에요.”
- 언니랑 형부만 간 거야?
“네… 그, 돈이 좀 생겨서요.”
차마 제가 벌었다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 정말 몸을 판 것 같지 않은가. 연재는 입가를 매만지며 포크로 스파게티 면을 빙글빙글 돌렸다.
- 그럼 다행이다, 정말. 따로 사는구나.
“네.”
- 이참에 연 끊어. 언니랑 형부한테 연락 와도 무시하고, 너 혼자 살아. 잘됐다, 정말.
“그쵸.”
이모는 저보다 더 좋아해 주었다. 그 집에서 사는 건 고문과도 같은 일이었으니까. 성인이 되고, 29살이 되도록 그 집에 매여 살던 것은 모두 부모님, 아니 제 탓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들에게 잡혀 살았던 탓인지 연재는 나이가 들어도 부모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에서 번 돈의 대부분을 그들에게 주어야 했고 연재는 제 손으로 그리했다. 주변에선 답답하다고 했지만 습관처럼 자리 잡은 것은 도저히 나아지질 못했다.
- 그래, 잘 살아. 뭔 일 있으면 전화하고.
“네.”
- 이모 지금 회사라서, 이제 끊어야겠다.
“알겠어요, 이모. 그냥 안부 전화 한 거예요.”
호탕한 웃음과 함께 이모는 알겠다며, 잘 지내고 또 연락하라고 하시곤 전화를 끊었다. 연재는 한숨을 푹 쉬고는 다시 포크를 빙글빙글 돌렸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했다. 집처럼 느껴지는 곳도 아니었고, 오히려 감옥처럼 느껴졌다. 그때 아침에 규서가 지나가듯 흘린 말이 떠올랐다.
선일이 방금 나갔으니까… 산책이라도 다녀올까. 좀 걷고 오면 좋을 것 같은데.
창문 밖을 보자 해가 쨍쨍하다.
그래, 이런 집에 왔다고 계속 우울해할 수는 없다. 어제 있었던 일도 그냥 잊어버리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각오를 하고 들어왔으니까. 연재는 두 손으로 제 뺨을 짝, 쳤다.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 집에 살면서도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결국 좋은 대학에 장학금까지 받고 들어가지 않았던가. 저는 못나지 않았다. 상황이 암울할 뿐이지, 늘 열심히 살았다. 따지자면 할 줄 아는 건 많지 않았지만.
손을 꼼지락거리던 연재는 몇 입 먹지도 않은 스파게티를 내버려 두고 규서의 방으로 향했다.
‘허락 없이 집을 나가는 일은 없어야 돼.’
‘네, 알겠어요.’
‘내 아내가 아무 곳이나 돌아다니는 건 허락 못 해.’
‘네. 아, 알겠어요.’
무시무시한 얼굴이 떠올랐지만, 잠깐이면 되지 않을까. 이 주변만… 아주 잠깐.
* * *
간만에 제 발로 나온 밖은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좋았다. 그래 봤자 집 주변만 빙빙 도는 게 다였지만, 잠시의 휴식 시간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 날부터, 그리고 그 후 지금까지. 약 2주가 지났으나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니었고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1년에서 2년. 버텨야 했다.
부모님은 잘살고 계시는 듯하다. 외국에 가서 저 없이도 잘.
그건 아주 기쁜 일이었다. 아니, 기쁜 일이어야 했다.
연재에게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있었다. 소심하고 늘 비협조적인 저와는 달리 활발하고 적극적이던 친구. 결혼식 전날까지도 연락했었다. 제 상황을 말하는 것이 부끄러워 유학을 간다고 했다.
물론, 친구는 믿어 주지 않았다. 가족들과 사이가 좋던 친구는 연재의 집안을 이해하지 못했고, 입이 닳도록 자취를 권했다. 그래서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뒤늦게 알파 집안으로 팔려 가게 되었다.
“1500원이요.”
“아, 그…… 잠시만요.”
자연스레 편의점에 들어와 콜라를 집어 들었다. 생각해 보니 돈을 가져오지 않았다. 아니, 집안에서 연재에게 허락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가져올 돈도 없었지만.
연재는 아차 싶어 두고 나가려다가, 주머니를 뒤적였다. 규서가 입고 나가라던 바지 안에는 만 원짜리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나중에 갚아야지.
“여기요.”
“네. 만 원 받았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은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거스름돈을 돌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저렇게 일을 하던 때가 있었다. 대학에 다닐 때, 장학금도 필요했고 용돈도 필요했기에 하루에 네 시간만 자며 공부와 일을 병행했었다.
그때는 졸업만 하면 정말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정말로 그 집에서 벗어나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연재는 콜라를 들고 집 주변 공원으로 가 그네에 앉았다. 이른 시간이라 몇몇 할아버지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뚜껑을 따자 치익, 하고 김 빠지는 소리가 났다.
‘친구들 보고 싶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흔쾌히 들어 주고, 시원하게 대답해 주던 그 친구가 보고 싶다. 연재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번호쯤은 외워 둘걸. 저장만 하고 살다 보니 번호를 기억할 일이 없었다.
아주 어릴 적에는 번호를 줄줄이 외워 공중전화로 친구 집에 전화하곤 했는데.
별것 아닌 기억에 입술이 씰룩거렸다.
그때는 아주 잠시였지만 버스표도 있었다. 어린이용 버스표를 샀던 기억이 났다. 연재는 그네를 앞뒤로 흔들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뱉었다. 늘 보았던 하늘이 생경하게만 느껴졌다. 지긋하게 올려다보고 있자,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흘러갔다.
고개를 숙여 콜라를 한 입 마셨다. 나온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연재는 집으로 향했다.
* * *
“야, 너네 아빠 또 결혼했다며?”
“몇 번째지?”
“몰라. 다섯? 넷?”
규서는 핸드폰 게임에 집중했다. 쓰잘데기 없는 이 대화는, 분명 저들도 한 번 하게 껴 달라는 뜻이다.
이선일. 그가 몸담고 있는 ‘알파클럽’은 그렇게 유지되어 왔다. 상위계층의 친목 도모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대부분 가슴에 칼 하나씩은 품고 있었고, 그것을 유하게 만드는 것이 오메가였다.
좋게 말해 부인이지, 오메가들은 알파들의 사업 도구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얼마나 더 잔혹하게, 또 성적으로 굴리는가에 대하여 알파들은 지극히 관심이 많았다. 돈만 쥐여 주면 다리를 벌릴 이들이 많은 상위층의 알파들은 평범한 관계에 빠르게 질려 갔다.
지금까지 그 짓거리에 동참하긴 했지만, 규서는 제가 선두가 되어 할 마음은 없었다. 지금도 새엄마가 다른 이들에게 굴려지는 건 선일의 것이기에 용납하는 것이다. 제 오메가는 그리 둘 생각이 없었다.
“야, 규서야. 나 한 번 가면 안 되냐?”
“저번에 누구 데려갔다던데?”
“누구? 야, 야. 나도. 나도 데려가 주라.”
“개쩔었대. 투홀이래.”
친구들을 데려가는 것도 일상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끌리지 않았다.
“아, 나 겜 하게 좀 비켜.”
“어? 아… 미안.”
“발정 난 새끼들처럼 왜 이래.”
난데없이 짜증을 부렸지만 그 누구도 규서에게 뭐라 하지는 못했다.
-LOSE!
“아…… 씨발.”
“져, 졌냐?”
“미안. 야, 너도 사과해.”
게임에 패배하자 주변 놈들이 안절부절못하는 게 느껴졌다. 순간 짜증이 치솟았다. 오늘 아침 연재의 표정 꼬라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대 주기 싫으면 하지 말든가, 하기 싫은 티 팍팍 내면서 고스란히 다리나 벌리는 꼴이 짜증 나 미칠 것 같다.
평소처럼 웃고 나오고, 혹시나 답답해서 그럴까 봐 옷까지 빌려줬건만 쓸쓸한 표정 때문에 열불이 났다. 감싸 주고 구해 주고, 또 잘 대해 줬는데도 아직도 그딴 표정으로 저를 대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왜, 제가 박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나? 잘해 주었으니까, 친절하게 해줬으니까 아침 기상마다 해야 하는 그 짓거리를 피할 줄 알았나? 이제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진짜 엄마라도 된 줄 알았나.
“야, 너 어디 가?”
“강의 곧 시작인데…….”
“안 들어.”
지금까지의 다른 오메가들과 다를 것 없다. 그냥 몇 년 좀 굴려지다가, 쓸 수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땐 매음굴에 버려질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취급해야 했다. 잠깐 가지고 놀 생각으로 친절하게 대해 준 것도 우스웠다. 왜 그랬지. ……미쳤지.
* * *
집에 들어오자 또 할 일이 없다. 거실을 빙글빙글 돌다가, 고용인들이 들어올 땐 어색하게 인사했다. 물론 그들은 연재가 없다는 듯이 무시하고 청소를 시작했다.
연재는 소파 위에 앉아 무릎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이제 오전 11시. 선일이 중간에 들어올 수 있지만 드문 일이고, 규서는 저녁까지 수업이 있다고 했다. 창밖을 보니 아까 나갔을 때보다 날이 흐리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꼭 몸부림이라도 치는 듯했다.
그나저나 규서도 곧 공부하느라 바쁠 텐데. 제 일거리를 찾아주느라 시간을 뺏기는 건 아닐까 싶다. 연재는 발가락을 꼼지락대다가 안방으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연재의 짐은 옷장 구석에 있었는데, 딱 하나 허락받은 것이 노트북이다. 이 외의 옷과 핸드폰은 모두 압수되었고 노트북도 SNS 계정을 모두 지워야 했다.
그것이 집안의 규칙이라고 했다.
“……내가 찾아봐야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말고도, 오전이나 야간 일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집에 가만히 있는 건 너무 지루했다. 다른 취미도 뭣도 없었다.
고용사이트를 켜고, 지역과 시간대를 검색했다. 한참을 둘러봐도 적당한 건 나오지 않았다. 연재는 점심까지 굶으면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적였다. 고용사이트는 여러 개니까, 뭐라도 하나 나올까 싶어서.
그러던 사이 현관문이 열렸다. 연재는 그런 줄도 모르고 방구석에서 열심히 노트북을 만지작거렸다.
사실 사이트 옆에 뜨는 광고를 타고 타, 쇼핑몰을 구경하기도 했다. 카드가 등록돼 있으니 살 수 있었다. 선일이 금지했으니 옷은 사지 않았고, 자주 마시는 콜라 한 박스를 주문했다.
이제는 김이 다 새어버린 콜라를 꼴깍꼴깍 마시고, 다시 사이트로 돌아가 일거리를 찾던 때였다. 안방 문이 벌컥 열렸다.
“흐악!”
“…….”
“……다, 다, 다녀오셨, 어요?”
다름 아닌 선일이었다. 연재는 바짝 쫄아서는 노트북을 잽싸게 정리해 가방에 구겨 넣었다. 벌떡 일어나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선일이 아무 말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
연재는 그저 벌써 퇴근했나? 이렇게 일찍 일이 끝나는 날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발꿈치를 들고 거실로 나갔다.
얼마 안 가 선일이 나왔다. 목욕가운을 걸친 그는 몹시 피로해 보였다. 소파 구석에 앉은 연재를 보다가, 고용인이 내민 커피를 받아 마셨다. 그 모습까지 꼭 TV의 배우 같아서 연재는 계속 그를 훔쳐보았다.
“아침 9시 38분. 나갔더군.”
“…네?”
“편의점에서 콜라를 사고…… 방금 콜라 한 박스를 주문하고.”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가 힘을 주어 강조한 ‘콜라’에 조금 비웃음이 담겨 있는 듯했다. 침을 삼키자 선일이 무심한 눈으로 연재를 쳐다보았다.
“내 말을 허투루 들으라고 했던가.”
“…….”
“콜라는 왜 또 그렇게 시킨 거지? 중독이라면 말해. 치료센터에 보내줄 테니까.”
그때서야 알았다. 규서가 준 옷을 갈아입지도 않았고, 제 옆에 콜라 하나가 버젓이 놓여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연재의 낯이 새파랗게 물들자 선일이 커피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코, 콜라가 좋아서요…… 그냥, 그냥.”
“말하면 준비했을 텐데. 굳이 내 말을 어겨 가면서 밖으로 나간 이유가 있나?”
“……죄송합니다.”
“대답해. 이유가 있냐고 물었어.”
발가벗겨져 혼나는 아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익숙한 취급이었다. 집에서도 부모님은 연재가 멋대로 돌아다니거나 행동하는 것을 싫어하셨으니까.
“…그냥, 답답해서…….”
“답답하면 창문을 열면 되지 않나?”
“…….”
“누굴 만날 생각이었지?”
그 말에 놀라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그런 건 아, 아니에요.”
“도장은 네가 찍었어. 팔려 왔다고 해도, 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직접 물어봤어. 그치?”
“……네.”
“그때 뭐라고 했지? 할 수 있다고, 괜찮다고 말했지. 원하는 결혼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할 말이 없었다. 결혼한 지 이제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그가 하지 말라는 것을 어겼다. 잠깐만 나갔다 오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가 모를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제 다녀온 후로 생각을 좀 했는데.”
“…….”
“괜한 생각이었어.”
손끝이 잘게 경련했다. 연재는 눈을 내리깔고, 작은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의 말이 모두 맞다. 선일의 말대로 그는 제게 직접 계약 결혼에 대해 설명했고, 그저 돈이 오가는 관계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걸 알면서도 부모님을 위해, 그리고 선일을 믿고 도장을 찍은 건 저였다.
“다 벗어.”
하나둘 옷이 흘러내렸다. 규서가 빌려준 옷인 걸 알 텐데, 그 또한 혼이 나겠지. 미안함과 불안함이 한데 얽혔다.
바지부터, 상의까지. 벗을 때마다 뼛속까지 수치심이 일었다. 그의 앞에서 벗은 게 한두 번도 아닌데 괜한 부끄러움에 두 손으로 아래를 가렸다.
“다 벗으라고 했지.”
그는 마지막 남은 속옷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집에서는 속옷을 입는 것은 금지, 그가 준 옷만을 입어야 했다. 다른 옷을 입은 것으로 모자라 속옷까지 입었다는 것에 그는 꽤나 불쾌한 듯 보였다.
연재는 머뭇거리다 속옷을 벗었다. 비참한 기분에 속이 쓰렸다. 두 손을 맞잡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자, 선일이 소파 팔걸이를 툭, 쳤다.
천천히 다가가자 선일이 목욕가운을 여미며 저를 훑어보았다. 방금 씻고 나온 그에게서 연한 페로몬 향이 흐르는 탓인지 물기에 젖은 모습이 고혹적이었다. 살결이 드러나는 가운을 입었음에도 금욕적인 분위기가 풍겨 연재는 침을 삼켰다.
좋아했는데, 정말로.
저 얼굴을…… 저 표정을. 제게 주는 다정함을 사랑했는데. 혼신을 다해 고백하는 불같은 사랑은 아니었으나 작은 촛불처럼 오래도록 사랑을 간직했었다.
이상하게도 제 사랑은 바람 한 번 불면 사라질 촛불과 다르게, 꺼지질 않았다.
“잘못한 게 뭔지 말해.”
“……집, 나간 거……랑, 옷, 입은 거…… 속옷 입은 거…….”
“또.”
“……아, 음…… 퇴, 퇴근하실 때 선일 씨, 마중…… 안 간 거……요.”
“또.”
또?
뭐가 더 있었나?
연재는 아랫입술을 말아 물고 한참을 고민했다. 여전히 두 손으로 아래를 가린 채였다. 집안에 난방을 틀어 두었음에도 으슬으슬 몸이 떨렸다.
저도 모르게 시선을 주방 쪽으로 옮기자, 고용인들이 일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이쪽을 보지도 않고, 익숙하다는 듯 제 할 일만 할 뿐이다. 무감각한 표정이 꼭 로봇과 같았다.
“여길 봐야지. 하나부터 둘까지 다 알려줘야겠어?”
“……죄송합니다.”
“오른쪽 협탁 두 번째 서랍, 상자 꺼내 와.”
“네.”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시선이 느껴졌다. 여럿의 시선이, 그때 알파 모임에 갔을 때처럼 훑어보는 듯한 눈길 하나하나가 온몸에 벌레처럼 달라붙었다.
연재는 협탁에서 때 하나 없이 깨끗한 하얀색 종이상자를 꺼냈다. 여닫는 소리가 꽤 크게 났다. 조심조심 발꿈치를 들어 맨몸으로 선일에게로 향했다.
선일은 어디서 났는지 모를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가 많이 화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거 들고, 2층 계단 옆 지하실로 들어가.”
“……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지하실은, 선일이 자주 갈 일이 없을 거라고 했다, 말을 잘 듣는다면.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연재는 새하얀 몸뚱어리를 전부 드러낸 채로 계단까지 천천히 걸어가, 그 입구 옆 작은 문으로 다가갔다. 때마침 현관문이 열렸다. 규서와 친구들이다.
“아, 아버지.”
“또 친구들을 데려온 거냐?”
“조용히 놀면 되잖아요.”
“그래. 끝나고 서재로 와라.”
팔이 후들후들 떨렸다. 규서가 데려온 친구들은 이전의 녀석들과 다른 아이들이었다.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어린 알파들은 오메가의 음란한 모습에 정신이 팔려 연재를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
작은 머리, 예쁘장한 얼굴과 가는 몸. 분홍빛으로 물든 관절과 유독 동그랗게 살이 잡힌 볼기짝에 시선이 가지 않을 순 없었다. 두 알파는 규서의 뒤에 숨어 친구의 엄마를 먹음직스럽게 쳐다보았다.
“진심 한 입 거리다. 한 번 박으면 죽을 거 같은데.”
작게 들려온 말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자리에 있는 알파만 해도 넷이다. 그들의 시선을 온전히 받으며 지하실 문을 열었다.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못 먹고 못 자란 것이 미친 듯이 한이 되었다. 집은 늘 난장판이었고, 연재가 힘겹게 밥을 차리면 부모님이 모두 먹는 바람에 먹을 것이 없었다. 차갑게 남은 밥에 물을 말아, 싸구려 단무지나 김치에 밥을 먹었었다.
잘 먹었다면, 좀 더 활동적으로 살았더라면…… 이렇게 삐쩍 마르고 작지 않았을 텐데.
“들어가, 어서.”
머뭇거리자 선일이 재촉했다. 연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안으로 급히 들어섰다.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에서 꿉꿉한 냄새가 났다. 오랜 시간 쓰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말끔히 청소되어 발에 먼지가 밟히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어둑한 계단을 조심스레 밟았다. 연재는 더듬더듬 발을 움직이며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보이지 않겠지만 알몸으로 집안을 배회하는 것도, 여전히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마지막 계단에 도착해 커다란 철문 앞에 섰다. 머뭇거리자 선일이 뭐 하냐는 듯 연재를 툭, 쳤다. 연재는 제 손으로 삐걱이는 문을 열어젖혔다.
“……아.”
문 안쪽에는 성인용품, 아니 성고문 도구에 가까운 물건들이 즐비해 있었다. 야한 잡지에서도 보기 힘든 목마부터 시작해, 기다란 밧줄, 몸을 위에 걸어 놓는 쇠고랑 따위가 늘어져 있었다.
한쪽 벽에는 다양한 모양의 딜도가 있었고, 하나같이 흉측한 생김새라 눈을 뜨고 볼 수도 없었다. 연재는 벌벌 떨며 문 앞에서 도통 움직이질 못했다.
철컥, 문이 잠기고 선일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타박타박, 여유로운 걸음걸이가 공포로 다가왔다. 연재는 눈을 내리깔고 상자를 꼭 끌어안았다. 이제라도 잘못했다고, 한 번만 봐달라고 빌면 안 될까?
“이리 와.”
그는 천장에 매달린 쇠고랑을 매만지며 연재를 불렀다. 주춤거리며 다가가자 선일은 망설이지 않고 연재의 팔목에 그것을 채웠다. 상자는 바닥에 내려놓은 채였다. 그는 쇠고랑을 간신히 서 있을 수 있는 길이로 조정했다. 연재는 까치발을 선 채로 그가 하는 것을 가만히 보았다.
“서, 선일 씨.”
“…….”
“죄송해요, 저, 정말로.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 정말, 진짜요.”
이런다고 그가 봐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조금이라도 덜, 아팠으면 했다. 벌써부터 팔뚝이 저렸다. 어렵게 서 있을 수는 있지만, 발끝에 힘을 빼면 팔뚝과 손목이 찌릿하게 아려 왔다.
“그래, 그러니 벌을 받아야지.”
“……네, 버, 벌 받을게요. 정말 잘못했어요. 제가, 제가 미쳤나 봐요. 정말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말을 하다 보니 감정이 북받쳤다. 꼭 어릴 적 부모님께 혼이 나던 때와 같았다. 눈물이 왈칵 치솟자 선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뭘 했다고 벌써 울지?”
“……죄, 흐읍, 죄송해요.”
“벌은 받아야 해. 네 버릇을 고쳐 주는 거니까.”
방은 꼭 감옥처럼 생겼다. 정말 죄를 지어서 온 것만 같았다. 연재가 떨고 있는 사이, 선일이 연재의 손목을 고정한 훅을 옮겼다. 그곳에는 거칠고 낡은 밧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대략 3미터는 되어 보였다.
“다리 사이에 끼워.”
“네, 네.”
더 혼이 날까 무서워 급히 그의 말을 들었다. 밧줄을 다리 사이에 끼우자, 정확히 음핵을 짓눌러 왔다. 축 처진 성기의 아래, 회음부와 함께.
선일은 연재를 가만히 서 있게 두더니, 서랍장에서 연분홍색의 액체가 든 병을 꺼내 왔다. 엄지손톱만큼 조금 들어 있었는데, 그는 연재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툭, 쳤다.
“벌려.”
바로 입술을 벌리자 액체가 입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연재는 묻지도 않고 바로 삼켰다. 그래야 그가 좋아할 것 같았다.
선일은 다 태운 담배를 꽁초에 짓이겨 버리고, 새 담배를 들어 불을 붙였다. 치이익, 담배에 불이 붙고 연기를 삼키는 소리가 거실에서와는 다르게 선명하게 들려왔다.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마른 입술을 축이자 그는 바닥에 두었던 흰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에그가 여러 개 들어 있었다.
선일은 담배를 피우며 연재의 다리를 벌리게 하고, 그 틈으로 에그를 하나둘 밀어 넣었다. 보지구멍에는 세 개가 들어갔고, 뒷구멍에는 네 개가 들어갔다. 왜 뒤에 더 많이 넣느냐고 묻고 싶었는데 선일의 표정이 무서워 묻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무감각한 표정으로 샤워가운을 여미며 꺼냈던 상자와 물품을 정리했다.
“다섯 번, 왕복으로 다섯 번.”
“……네?”
“여기부터, 저기까지 다섯 번이라고.”
그가 가리키는 것은 밧줄이었다. 연재는 손목에 힘을 줬다가, 발끝을 웅크리며 거칠게 찢어지고 짓이겨진 밧줄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손에 쓸리기만 해도 아파 보이는 밧줄이었다. 그 위를, 지금 이 상태로 걸으라는 말에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싫어?”
“아, 아뇨.”
그래, 이 정도면 후한 처사일 수도 있다. 조금 전 먹인 것은 아마도 최음제일 것이고, 그건 연재가 더 아프지 않게 도와줄 터다. 내심 다정한 선일이 마음을 쓴 것일지도 몰랐다.
연재는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사이 선일은 방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책을 꺼내 들었다. 아주 두꺼운 책은 몇 번이나 읽었는지 낡아 있었고, 선일은 익숙한 듯 책갈피 부분을 열었다.
“이 책도 오랜만이군.”
제가 온 후로 이곳에 온 적이 없다는 뜻이다. 아니, 제가 오기 전 있었던 오메가가 말을 잘 들었기에 오지 않았을 터다. 다 제 잘못이었다.
“움직여.”
날카로운 시선이 박혔다. 연재는 최대한 발가락에 힘을 줘 까치발을 섰다. 그래도 밧줄이 꽉 죄도록 아래를 긁는 것은 여전했다. 천천히 움직이자, 까칠하게 찢겨진 부분이 음핵과 회음부를 거칠게 긁었다.
“흐윽……!”
아주 살짝 움직였을 뿐인데, 게다가 몸 안에 든 에그가 아직 진동하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새하얗게 굳었다. 별것 아닐 것이라 생각했건만,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연재는 입술을 파르르 떨다 선일을 훔쳐보았다. 한 세 번만 왕복하고, 다섯 번이라고 하면 혼날까? 책을 읽고 있으니 속아 주지는 않을까.
이 상태로 걷는 건 무리였다. 한 번으로도 쓰러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릴 때마다 음핵에 그곳에 적나라하게 와 닿아 소름이 돋았다.
“안 해?”
“하, 해요.”
무릎이 파르르 떨렸다. 급기야는 소변이 마려웠다. 아까 콜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이다. 그러고 용변을 보지 못했으니 당연지사 마려울 수밖에.
“화, 화장실 한 번만 갔다 오면….”
“벌을 더 늘리고 싶나 보지?”
흉흉한 눈빛에 고개를 숙였다. 연재는 다시 주춤주춤 걸음을 옮겼다. 살짝 스칠 때마다 아릿한 감각에 숨이 막혔다. 내벽에 들어찬 에그들이 서로 부딪치는 감각에 소름이 돋았다.
“하, 흐으, 흑, 흡…….”
최대한 소리를 눌러 참았다. 지하실인 탓에 조금만 신음을 흘려도 크게 울린 탓이다. 연재는 울먹이며 다리를 움직였다. 허벅지 사이, 좁은 그곳을 눌러오는 밧줄은 중간중간 매듭이 져 있었다. 힘들게 걸어도 매듭 때문에 도저히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연재는 고작 첫 번째 매듭 앞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때마침 앞 구멍에 찬 에그 하나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하, 흐으…… 아, 자, 잠시, 만요, 흐으……!”
“속도가 안 나네. 아무리 처음이래도 그렇지.”
“죄, 흐윽…… 아, 너무, 흐윽, 아, 아파요, 흑…….”
“잘못한 건 아는 거야?”
선일은 턱을 괴었다. 맨몸으로, 팔은 위로 번쩍 든 연재는 꼭 마른 생선처럼 보였다.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해 빼빼 마른 것이 보기에 나빴다.
이렇게 마른 오메가를 데리고 다니면 저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을 것이다. 고용인을 시켜 더 먹도록 해야 했다.
아무래도 보지가 달려서 그런지 다른 오메가들보다 밧줄을 건너는 것에 고통을 느끼는 듯 보였다. 옆으로 치우쳐진 성기는 발기하지 못해 축 늘어져 있었고, 동그란 엉덩이는 벌써 벌겋게 물들었다. 연한 피부는 보이는 것처럼 약했다.
“하, 흐으…… 흑, 흐, 아!”
연재는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조금 전에는 그리 길지 않은 줄로 보였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 발끝을 최대한 세운 채로 걸었으나 두꺼운 매듭이 음핵에 걸려 아래를 강하게 자극했다.
“자, 잘못…… 흑, 흐으, 아…….”
“한 번도 다녀오질 못했어.”
“흐, 흐윽, 으, 아, 아파요, 너무…… 아, 흡…….”
눈물을 뚝뚝 떨구며 빌 듯이 얘기하는 것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간 힘든 것을 시켜도, 싫어하는 티를 낼지언정 거부하지는 않지 않았던가.
확실히 밧줄이 많이 낡기는 했다. 매번 새 밧줄을 사용하긴 하지만, 오래 처박아 둔 탓에 이리저리 망가진 모양이다.
이제 막 관계를 가진 어린 오메가에게는 벅차 보였다. 게다가 연재는 몸집이 작고, 여성기가 달려 있지 않은가. 좀 과한 처사였나, 선일은 고개를 기울였다.
“아, 흐윽, 아!”
서서히 약 기운이 도는 모양이다. 발간 성기가 고개를 들고 고통이 쾌락으로 물들며 연재의 팔다리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가느다란 다리가 천천히 움직여 매듭을 넘어섰다. 선일은 말없이 앞 구멍 에그의 모든 전원을 켰다.
“하으, 흑! 아으으, 흐응……!”
괴로워하지만 나름대로 느끼고 있었다. 조금 더 지켜봐도 될 듯해, 선일은 책을 매만지며 허리를 뒤로 젖혔다.
작은 얼굴이 벌써 눈물로 가득 얼룩져 있었다. 처음에 데려올 때만 해도, 말 하나는 잘 들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이리 매를 버는 성격인 줄은 몰랐는데.
“벌이 하나가 아닌데 말이지.”
“하으, 흐, 아, 아으, 응, 으읏…….”
연재는 선일의 말을 듣지 못했다. 갈수록 까칠하고 거친 밧줄이 음핵을 짓이기고 비벼 올 때마다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위로 들린 팔뚝이 저리고, 꼿꼿하게 세운 발가락이 아렸다. 침이 고이고, 삼키자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흐읏, 응, 아, 아읏…! 응, 아!”
후끈한 열기가 솟아 온몸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연재는 허덕이며 급기야는 밧줄에 제 아래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음핵뿐만 아니라 보지구멍과 회음부, 뒷구멍까지 아프게 찔러오는 자극에 숨을 쉴 수 없었다.
약 때문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모든 감각이 아래로 쏠리고, 내벽이 축축하게 젖어 들며 여성기에서 애액이 흐르는 것 모두. 약 때문이다.
“흐윽, 흣, 응, 아, 아앗, 읏!”
여러 개의 에그들이 진동하며 서로 부딪쳤다. 뭉근한 내벽을 이리저리 비틀리다가, 엉망으로 짓이겨왔다. 바싹 긴장돼 있던 뺨이 풀리고, 눈가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연재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벌써 끝까지 왔다.
“하으, 흐, 아…….”
마지막 매듭을 넘어서는 순간 뒷구멍에 들어찬 에그들이 잘게 진동하며 내벽을 뒤흔들었다. 붉은 속살들이 물컹하게 맞물리며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발간 눈가에서 투명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 하읏, 흐, 아…….”
“생각보다 좋아하는군.”
“아니, 흐, 야, 약…… 때문, 아으, 흑…….”
무의식중에 다리가 꼬였다. 무릎과 무릎을 맞대고, 아래에 힘을 주자 선일이 테이블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흥분제가 아니야.”
“흐, 아아…… 으, 흐윽…….”
“그냥, 이완제지. 몸에 힘 좀 풀어 주는.”
거짓말. 연재는 고개를 저었다. 흥분제가 아니라면 이렇게 아픈 것이 자극으로 느껴질 리가 없었다. 질구가 스쳐 간 밧줄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흥분했다. 그냥 이완제일 리가 없었다. 선배가 제게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거, 짓마…… 흐으, 아! 흑, 흐으, 아…….”
“정말인데.”
“흐읏, 으, 아, 거, 짓마…알, 하으, 흐읏!”
벌겋게 물든 뺨 위로 투명한 액체가 툭툭 떨어졌다. 연재는 가는 팔을 경련하며 발끝을 잔뜩 세웠다. 조금이라도 발에 힘을 풀면, 거칠고 따가운 가시들이 아래를 찔러댔다. 이런 것조차 아픔보다 성적인 쾌락으로 다가오는데, 약 기운이 아닐 리가 없다. 선일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저를 괴롭히려고, 벌을 주려고.
지이잉, 진동하던 에그들의 세기가 더욱 높아졌다. 내벽 안쪽을 마구잡이로 헤집더니, 저들끼리 부딪치며 속살을 비틀어 올렸다. 교묘하게 연재가 느끼는 부위를 피해 움직여 댔고, 발을 떼어내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질구로 내려앉았다.
온갖 자극에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봐, 좋아 죽잖아.”
그럴 리가! 연재는 있는 힘껏 도리질을 쳤다. 서러움에 눈물이 툭, 떨어졌다.
“너 옛날부터 이런 거 좋아했지? 아닌 척 굴면서.”
선일의 말에 심장이 쿵 떨어진 것만 같았다. 그간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던 ‘과거’가 이런 식으로 더럽혀질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그때, 그 순간 하나하나가 제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선일은 알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가 했던 다정한 행동들 하나하나에 기대어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다. 부모님이 제게 폭력을 가해도, 선일이 꼭 저를 특별한 사람 취급하듯 대해 주던 것을 떠올렸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어떻게…….
“시, 싫어…… 흐, 선배애애…… 미워, 흣, 흐으, 아……!”
저도 모르게 투정 섞인 말이 나갔다. 연재는 고개를 축 늘어트리고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눈을 부릅뜨고 선일을 노려보자, 그가 눈썹을 슥 들어 올렸다.
“괴, 흐으… 괴롭, 히지 마, 세요. ……아, 흐으, 흑!”
“…….”
선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소리냐는 듯, 의구심을 가진 표정에 연재가 후들거리며 다리에 힘을 풀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끝자락에 다다랐으나, 되돌아갈 용기가 생기질 않았다. 이걸 다섯 번을 하라고? 대체 어떻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간 선일이 제게 해온 짓 중 그 어떤 것보다도, 연재는 당장 그의 처사에 억울함을 느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소변도 마렵고, 아랫배도 욱신거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제가 지은 죄라곤 밖에 나가 콜라를 사 마신 것뿐이다. 물론 나가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이런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먹고 싶은 건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싫은 일을 당할 줄 알았다면 바깥바람 정도는 베란다에 엎어져서 맡았을 것이다.
“겨, 결혼할 땐…… 이, 이렇게, 무섭지, 않았, 흐으, 잖아요…….”
“…….”
“바, 바람 쐬고 싶고 막, 콜라가 먹구 싶었는데, 그냥…… 흐, 흐윽, 끅, 흡…….”
설움이라는 보따리에 구멍이 생기더니, 펑하고 터져버린 것만 같았다. 연재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가슴이 따끔따끔 아파 왔다. 참고 싶었는데 선일의 말이 너무나 큰 상처가 되었다. 그가 저를 무시하고 다른 이들에게 공유할 때에도 참을 수 있었는데.
“왜애, 흐으, 흑, 왜, 이러는, 건데요…… 흐윽, 끅! 나, 나는, 이런 거…… 모, 몰랐는데…… 흑…….”
“……채연재.”
“선배, 미워요. 흐, 미워, 밉다구요. 끅!”
연재는 제가 무슨 말을 뱉는지도 몰랐다. 그저 되는 대로 입을 벌려 말을 쏟아냈다. 하지 말아야 할 말, 해선 안 될 말을 구분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결혼 후 제게 일어난 일들이 너무 벅차서, 근데 거기에 선배가 커다란 주삿바늘로 상처를 터트린 탓이었다.
말없이 다가온 선일은 벽에 고정된 밧줄 한쪽을 풀어내고, 연재의 손목을 붙든 고리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양 손목을 하나로 고정시킨 수갑의 열쇠를 찾고 있는데, 연재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파요, 흐으, 아파아…… 아파, 싫어, 너무 싫어어…… 선배애애…….”
얘가 이런 애였나. 선일은 조금 당황한 얼굴로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섰다. 벌을 안 줄 수는 없는데, 저런 얼굴로 칭얼대는 걸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그래, 옛정도 있으니 조금 덜한 벌로 주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선일은 바닥에 주저앉은 연재의 팔목을 억지로 끌어 올렸다. 그러는 중에도 설움이 목 끝까지 올라온 연재는 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선일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허리를 부드럽게 안아 들자, 연재가 훌쩍이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과한 처사였던 모양이다. 아래를 보니 붉게 부어 있었다. 고작 한 번 걸었을 뿐인데.
“아파아…….”
칭얼대며 목을 끌어안는 맨몸이 차다. 달아올랐으니 뜨거울 만도 한데, 지하실이 그에게 해로운 모양이다. 선일은 눈살을 찌푸리며 연재를 구석 소파에 앉혔다.
동그란 무릎을 잡아 벌리자 붉어진 아래가 드러났다. 여성기뿐만 아니라 남성기에도 거친 상처가 나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쯧.”
고작 이 정도 가지고 울다니. 앞으로의 일을 어찌 버티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간 싫은 티는 냈어도 제법 말을 잘 듣지 않았던가?
옛날의 연재도 그러했다. 팀원들의 탈주로 과제를 둘이서 하게 됐을 때, 불만 하나 없이 그들을 대신해 과제를 모두 처리했었다. 저 작은 것이 우성 오메가라고 수군대는 목소리에도 익숙하게 행동했다.
하루는 몸에 상처가 있어 물었더니, 덤덤히 ‘아버지께서 술을 드셔서요.’하고 넘어갔었다. 참으로 의연한 애라고 생각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는데, 선일은 후에도 연재의 과제를 짬짬이 도와주었다.
강의가 끝나면 바로 아르바이트를 가고, 자는 시간을 쪼개서 공부를 하며 장학금을 받는 게 억세 보였다. 겉으로 봐서는 툭 치면 날아갈 것처럼 작고 말랐으면서, 제가 해야 할 일에 있어서는 이를 악물고 했다.
반드시 살아남고 말겠다는 듯이. 불행한 운명에서 벗어나겠다는 듯이 말이다.
결국은 부모의 정을 버리지 못해 이곳으로 추락하고 말았지만.
“…….”
아래에 약을 발라 주고 있자 연재는 그새 정신을 차렸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슥슥 닦아내고, 무릎을 좁히려 하기에 다시 벌렸다.
이 모양이 됐으니 어떤 벌을 주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선일은 우선 안에 든 에그를 천천히 빼내기로 했다.
“힘 빼.”
“…….”
붉어진 질구를 열어 손가락을 집어넣자, 구불구불하고 축축한 내벽이 쫀득하게 달라붙었다. 세 개의 에그가 서로 부딪치며 달칵달칵 소리를 내었고 그것을 끄집어내자 투명한 실이 길게 이어졌다.
하나둘 빼낼 때마다 연재의 무릎이 파르르 떨렸다. 관절 하나하나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선일은 연재의 뒤로 손을 뻗어 유난히 통통한 살덩어리를 문지르며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도왔다. 아래의 것을 다 빼낼 때까지 연재는 작은 신음 하나 흘리지 않았다.
엉엉 울며 매달린 것이 부끄럽고, 아직 약 기운이 가시지 않아 몸이 예민한 모양이다.
“약 썼어.”
“……흑.”
“이완제 아니고, 흥분제 맞아.”
새초롬한 눈이 선일에게로 향했다. 원망 가득한 눈동자에 선일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투정을 받아 주면 훗날 힘들 것을 안다. 오메가는 길을 잘 들여야 했고,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을 잘 해내기 위해 교육이 필요했다.
그리고 교육에는 처벌이 필수적으로 따르는 법이다.
“채연재.”
“……죄송해요.”
“뒤로.”
여성기가 저 모양이 됐으니 뒤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자꾸만 처벌을 미루고, 다음에 하자는 말이 튀어 나갈 듯했으나 선일은 입을 꾹 다물었다.
선일은 <알파클럽>의 회장이었다. 아버지를 이어 클럽의 주최를 맡았고, 고위직의 알파들은 대부분 오메가를 밥 먹듯 갈아치우며 그들을 가축 취급했다.
알파들에게 오메가란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 액세서리와도 같았다. 얌전히 제 말을 듣고, 사업에 도움이 되도록 다른 이의 좆을 물고, 다리까지 벌릴 줄 아는.
그것으로 인해 사업이 이어지기도 했다. 선일은 지금까지 꽤 괜찮은 오메가들을 입수했고, 제 성욕을 처리함과 동시에 사업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해 왔다.
그들은 돈, 혹은 명예를 위해 선일과 결혼했으나 억센 취급에 반항했다. 그때마다 그들을 다룬 것은 처벌이었다. 공포에 가깝게 그들을 세뇌시키고, 제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벌을 내렸다.
그렇게 얌전해진 오메가는 제법 쓸 만해졌다. 길어야 1년에서 2년이었지만, 한 오메가를 오래 사용하는 것도 알파들의 덕목은 아니었다.
“흐…….”
연재가 작은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뒤로 돌렸다. 작은 의자에 팔꿈치를 기대고 바들바들 떠는 가는 허리가 하얗고 매끈했다. 점 하나 없이 깨끗한 몸이었다.
괜스레 평소보다 몸이 작고 말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연재를 지켜봐 온 것이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선일은 흥분제가 섞인 젤을 들고 왔다. 아이보리색 장갑을 손에 끼우고, 연재의 둔부를 벌리자 붉고 자그마한 구멍이 드러났다. 오메가답게 안쪽이 벌써 질척해져 있었다.
“약을 먹었다 해도 너무 쉽게 젖는다고 생각 안 해?”
“흐아, 읏…….”
이런 작은 몸으로 어릴 적부터 그 고생을 하고, 얻어맞으면서 컸다. 좋은 기업에 들어갈 기회도 잡지 못하고 보잘 것 없는 곳에서 커피나 타 나르며 회사 안방 오메가 노릇을 했다. 선일은 연재를 위아래로 훑어보다 말았다. 자신답지 않은 생각이다. 제 아내로 들어온 오메가는 그저 물건에 불과했다. 말 잘 들어야 하는 오메가.
젤을 손에 듬뿍 짜 아래에 펴 발랐다. 좁은 입구가 뻐끔거리며 손가락을 물었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연재는 수갑으로 묶인 손목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끅끅대며 신음을 참았다.
부끄럽다. 순간 정신을 잃었나 보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더한 벌을 받을까? 하기 싫다고 졸랐고, 게다가 선배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더 무서운 것이 올지도 몰랐다. 먼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저였으니까, 혼이 나는 게 당연한 건데.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을 때에도 그렇게 군 적이 없다. 온몸에 멍이 들어도 울지 않았다. 그저 몸을 웅크리고 끝나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그런데 왜, 선일에게는…….
“아, 흐으, 흣, 응……!”
“그대로.”
“히으, 끄…… 응, 흐읏, 읍…….”
아직 뒤쪽의 에그는 빼내지 않았다. 그리고 선일도 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손가락을 깊게 넣어 젤을 꼼꼼히 펴 바르곤 몸을 일으켰다. 뒤쪽으로 가 분홍색의 실리콘을 들고 오더니, 그것을 연재의 남성기에 퍽, 하고 끼웠다.
“하으, 흑!”
오나홀을 위아래로 흔들 때마다 즈뿟즈뿟, 음란한 소리가 퍼졌다. 아래를 뒤적이는 손가락이 점차 빨라지더니 내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매끈한 속살이 손가락과 에그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선일은 연재의 허벅지 안쪽을 짓누르며 최대한 벌리곤, 그의 아래를 계속해서 자극했다.
“으, 하으, 흐, 흣…… 흑, 아, 싫, 흐으, 흑……!”
아까, 순간 터진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저 아픈 것이면 참을 수 있었는데, 그가 그저 ‘이완제’를 먹었다고 말하는 순간 설움이 북받쳤다. 정말로 제 몸이 이상해진 것 같아서, 강간과도 다름없는 행위에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아서.
고통은 익숙했지만 쾌락은 어설펐다. 연재는 허리를 뒤틀며 의자를 가득 끌어안았다. 의자에서 선일의 냄새가 났다. 그가 앉아 있던 곳이다.
“흐, 아아, 흣, 응, 아……!”
선일은 손에 힘을 줘 오나홀을 강하게 조이며 연재의 것을 뒤흔들었다. 무감각한 낯에 전등불이 살짝 비췄다가 멀어졌다.
습한 지하실의 찬 공기가 둘을 감쌌다. 연재는 파르르 떨며 차가운 손끝을 말아 쥐었다. 목이 말랐다. 조금 전 고통과 쾌락으로 인해 수그러들은 요의가 다시금 느껴졌다.
“하으, 흐, 저어, 화, 장실…… 흑, 아…….”
“참아야지, 채연재. 바닥에 싸지를 생각이야?”
“아니, 끅, 아니요, 흐으, 아, 하읏, 응……!”
요도구에서 나오는 것이 정액일지, 소변일지는 연재도 알 수 없었다. 아랫배가 지끈거릴 정도의 자극에 눈앞이 펑펑 튀었다. 망가진 기계처럼 팔과 다리에 힘이 쭉 풀리고 엉덩이가 자연스레 위로 들렸다.
“아으, 흣!”
동그란 엉덩이가 위로 올라가자 허리가 아래로 쏙 빠지며 유연한 곡선을 그렸다. 선일은 연재의 등골뼈를 하나하나 짓누르며 피부의 감촉을 천천히 느꼈다.
너무 괜찮은데.
“흐으, 응, 흐읏, 아, 가, 갈 것 같…… 아, 흐읏, 응!”
연재는 도리질을 치며 무릎을 벌벌 떨었다. 오나홀 안에 든 성기가 금방이라도 사정할 듯이 부풀었다. 선일은 오나홀을 빼내고, 동그란 귀두의 끝을 엄지로 짓쳐 눌렀다. 그리고 가느다란 몸이 뭉개지도록 그 위를 차지하며 크게 부푼 성기를 밀어 넣었다.
에그가 가득 찬 내벽 안으로 일반인의 것보다 큰 것이 밀고 들어오자 토악질이 올라왔다. 우욱, 하고 숨을 들이켜자 선일이 작게 웃었다. 아래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좁은 내벽 사이로 욱여들어 온 물건이 거칠게 내벽을 긁어 올리기 시작했다.
“아흐, 흑! 아, 아윽!”
선일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새까만 머리카락, 작은 머리통이 잘게 경련한다. 옆으로 보이는 동그란 뺨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꼭 복숭아처럼, 하얀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메마른 몸은 우습게도 둔부만큼은 토실토실하니 잡아 벌리기에 좋았다. 손을 앞으로 돌려 작은 가슴을 쥐어뜯자, 연재가 끅끅대며 울음을 터트렸다. 내벽을 들쑤시는 에그와 성기의 움직임을 견딜 수 없었는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왜 삽입을 했을까.
선일은 지하로 내려와 ‘벌’을 줄 때에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삽입을 해주지 않았다. 많은 오메가들이 쾌락의 해소를 원했고, 그것은 알파의 성기로 풀어지곤 했으니까.
약을 먹이고 고통과 쾌락을 맛보여 주며 기절할 때까지 몰아붙였었다. 그러나 방금은, 작은 에그로 찬 구멍이 움찔대는 걸 봤을 땐, 저답지 않았다.
하지만 후회는 들지 않았다. 그런 짓을 할 만큼, 연재의 내벽이 기분 좋게 제 것을 물어 왔다.
고작 1년에서 2년 쓰고 버리기엔 아까운 몸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채연재, 고개.”
“흐, 아아…… 아, 흑, 서, 서……일, 씨…….”
선배라고 부르려던 연재는 급히 말을 돌렸다. 더 이상 그를 화나게 해서는 안 되었다. 뒤로 젖혔던 고개를 들자, 새까만 눈동자와 마주쳤다. 누군가 심장을 쥐어짜는 듯 공포가 일었다.
“흐윽, 흑, 으…… 하아, 흐…….”
“쉬…….”
새까만 눈동자가 집착스레 붙어왔다. 그가 퍽, 하고 허리를 쳐올리자 아래가 울컥이며 그것을 힘겹게 받아들였다. 간만에 받아들인 선일의 성기는 여전히 적응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이전의 그 이름 모를 회장도, 갑자기 저를 덮쳤던 이들에게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치익, 타는 냄새에 연재가 몸을 움츠리자 선일은 담배를 깊게 빨며 허리를 추켜올렸다.
“흐윽! 으, 하으……!”
매캐한 연기가 뿜어졌다. 그리 넓진 않은 지하실이 금세 담배 냄새로 가득 찼다. 저절로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꼭 아버지 냄새 같아서,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주먹을 쥐고 벌벌 떨고만 있자 선일이 다시 한번 담배를 빨아들이고 연재의 허리를 잡아 퍽, 하고 박았다.
내벽에 가득 찬 성기와 에그들이 맞물리며 속살을 엉망으로 일그러트렸다. 오메가의 구멍은 알파나 베타 남성의 항문과 다르다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연재는 눈을 질끈 감았다. 토할 것 같았다.
“채연재.”
“흐으, 흡…… 네, 네에…… 아!”
“연재야.”
문득 불린 이름에 올려다보자 그가 입꼬리를 올린 채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끄트머리가 치이익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더니 잿가루가 먼지처럼 가라앉았다.
“서, 선일…… 씨, 흑, 아!”
“응.”
선일은 꼭 옛날처럼, 연재의 칭얼거림을 받아 주듯 대답했다. 그에게 이것은 그저 놀이일 뿐인 걸까. 제게는 정말, 정말로 인생을 뒤흔들 결정이었는데. 이 집에 들어오면서, 그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바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던 일도 포기하고 그의 오메가가 되었는데.
선일의 것이 좁은 뒷구멍을 세차게 밀어낼 때마다 내장이 죄다 흔들리는 듯했다. 선일은 담배를 쥔 손으로 의자 받침대를 붙잡고, 연재의 내벽을 거칠게 쑤셔댔다. 아프다, 아픈데 묘한 쾌락이 일었다. 그가 먹인 최음제 때문일까, 아니면 벌써 제가 이 짓에 익숙해진 걸까.
“흐으, 흡…… 으, 으흑…….”
눈을 꼭 감고 벌벌 떨고만 있자 선일이 연재의 뺨을 툭, 하고 쳤다. 그러나 눈을 떠도 그가 보이지 않았다. 워낙 거칠게 흔들어 대는 탓에, 시야가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컴컴한 지하실, 쾨쾨한 냄새와 들썩이는 의자, 살과 살이 부딪쳐 철썩이는 소리가 났고 그 가운데 저는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남편의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주, 죽을…… 것, 같…… 흐으, 흑…….”
할 수만 있다면 그만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부모님이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까, 그만 놔달라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선일과 결혼 전에 했던 계약서에는 ‘일방적인 이혼 요구 시 손해배상’이라는 문구가 있었고, 연재는 결국 돈 때문에 참아야 했다.
“아, 하으, 흐…… 흐윽, 아…….”
누가 제 모습을 본다면 무어라 할까. 우성 오메가임에도 난잡한 생활을 즐기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 공부만 집착하고 살았던 저였다. 친구들이 가볍게 가는 클럽도, 술집도 멀리해 ‘범생이 새끼’라는 욕만 들었다.
그렇게 노력하더니 결국은 알파에게 몸이나 파는 꼴이라고 비웃을까. 오메가들은 죄다 이렇다고, 쉽게 결혼해 산다고.
구멍이 두 개라는 걸 알면 더 추잡한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연재는 울컥이며 절정에 다다랐다. 저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상상함과 동시에, 욱신거리는 아랫배를 붙잡고 하얀 시야를 막고자 눈을 꼭 감았다.
두 다리는 의자 팔걸이에 걸려 넓게 벌어져 있었고, 발끝은 쾌락의 여운에 젖어 잔뜩 오므라들었다. 선일은 자신의 것에 비해 턱없이 작은 성기가 토정하는 것을 보고 콧잔등을 찌푸렸다. 희멀건 색이 꼭 채연재 본인처럼 뽀얀 색이다.
오메가의 정액을 보고 귀엽다는 생각을 한 건 처음인데. 구멍이 두 개라는 사실이 이리도 특별했던가.
“하으, 흐…… 흐으, 흑…….”
“벌써, 갔어?”
“죄, 죄송…… 하, 윽!”
그러나 선일은 아직 절정에 오르지 않았다. 아직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벽에 비벼 불을 끄고, 바닥에 내던지자 연재의 까만 눈동자가 데구루루 굴러갔다.
선일은 연재가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린 틈을 타, 내벽 안에 가득 찬 에그의 전원을 켬과 동시에 그의 골반을 잡고 거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아, 아흐, 흑! 아! 서, 선…… 흑, 아!”
“후으…….”
잔뜩 조여오는 구멍에 박차를 가해 추삽질을 해댔다. 연재의 내벽이 잘게 경련하며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징징 울리는 에그가 안쪽을 자극하고, 커다란 귀두와 기둥이 한 번에 들어갔다가 쑥 뽑히며 거뭇한 빛을 내었다.
제 애액으로 번들번들해진 선일의 성기는 꼭 흉기와 같았다. 저것이 어떻게 제 몸에 들어왔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아, 아! 흐윽, 흑! 앗, 아윽, 아, 흑!”
“채연재.”
“흐으, 흑, 앗, 앙! 흐으윽…… 아! 흡!”
동그란 눈동자가 일그러져 눈물을 뚝뚝 흘렸다. 새까만 동공에 빛 한 점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게 보였다. 선일은 저도 모르게 그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주며 제 입술을 훑었다.
만족스럽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씹질은 간만이었다. 계속해서 오메가를 들이고, 그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가졌지만 연재와의 행위는 달랐다. 뭐가 다른지는 정확히 짚기 어려웠다. 투홀이라서? 아니면, 이 작은 녀석의 구멍이 제법 괜찮은 것이라?
쾌락과는 거리가 먼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채웠다. 사라진 지도 몰랐던, 없어졌던 무언가로 안쪽이 빠듯하다. 선일은 하루 종일 생각했던 것을 떠올렸다가 눈을 감았다.
어제, 그 클럽에 데려간 것을 후회하던 자신이 있었다. 짐승들에게 둘러싸인 어린 양처럼 벌벌 떠는 연재를 봤을 땐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그가 화장실에 다녀왔을 때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벌겋게 물든 얼굴이나, 찝찝해서 못 참겠다는 듯이 입술을 말아 물고 주춤거리던 걸음걸이. 감히 제 허락도 없이 딴 놈이랑 떡이라도 쳤나 싶어 순간 화가 치밀었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클럽에서 남의 오메가를 범하는 것은 왕왕 있는 일이다. 아니, 모두 그 짓을 하기 위해 모이곤 했다. 선일 또한 그러했다. 남편을 앞에 두고 울부짖는 오메가를 범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데, 왜 연재는.
“아, 하윽, 아, 아파요, 흑, 아…… 흑……!”
생각에 빠진 사이 저도 모르게 너무 깊게 욱여넣었는지, 녀석이 엉엉 울고 있었다. 최음제로도 버틸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듯, 찌푸려진 미간에 아차 싶었다. 생으로도 성기를 뿌리까지 삼키는 걸 힘들어하던 몸에, 다른 것과 함께 집어넣었으니 아플 만했다.
허리를 뒤로 물리자 연재가 꺽꺽이며 두 손으로 뺨의 눈물을 훔쳤다. 뒤로 젖혀진 목덜미가 곡선을 부드럽게 그렸다. 와중에 저도 남자라고, 톡 튀어나온 목울대가 보였다.
“…….”
선일은 연재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 아프다고 훌쩍대는 녀석을 벽으로 밀치고, 골반을 단단히 잡은 채로 연재의 다리를 제 허리에 감쌌다. 그리고 굵직한 성기를 한 번에 빼내 내벽에 들어찬 에그를 뽑아냈다.
“흐, 흐윽…… 흑, 아…….”
어찌나 아팠는지 조금 전까지 다시 발기하던 성기가 푹 죽어 있었다. 선일은 연재의 반응을 살피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언제부터 제가 오메가의 눈치를 보았던가. 이건 벌이다. 쾌락을 느끼라고 하는 벌이 아니라, 고통을 주기 위한 벌이었다. 그대로 연재를 아래로 내려 성기를 끝까지 처박았다. 위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체중이 실려 내벽이 거칠게 열렸다.
“흐, 아! 아윽, 아!”
고통스레 일그러진 얼굴을 무시하고, 벽에 손을 짚은 채로 미친 듯이 박아 올렸다. 구멍은 더 이상 조일 힘도 없는지 선일의 움직임대로 벌어졌다 좁혀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억지로 다다른 절정에 선일이 내벽에 정액을 뿌리자, 연재가 축 늘어졌다.
뺨을 툭, 쳤지만 기절했는지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선일은 그대로 연재를 의자에 앉히고, 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채연재의 나이는 스물아홉. 겉보기에는 안 그렇다지만, 여하튼 보통의 오메가라면 결혼하고도 남은 나이였다. 특히 우성 오메가에 투홀이라면 어딜 가도 비싼 값으로 팔렸을 터다. 얼굴도 꽤 반반해, 부모가 여태까지 연재를 팔아치우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그랬기에 연재가 제 아내가 될 수 있었다. 선일은 의자에 늘어져 기절한 연재를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지하실을 빠져나왔다.
* * *
규서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가 오메가를 지하실로 데려가는 건 드물었다. 웬만한 잘못을 하지 않으면 보통 적당한 선에서 용서해 주곤 했다.
설마 집 앞에 잠깐 나갔다고 지하실까지 끌고 간 걸까. 제가 준 옷을 입고 순진하게 다녀온 사람을 그렇게 발가벗겼나. 고용인들도 모두 있는 시간에.
“아, 겜 존나 질린다. 딴 거 없냐?”
“없어. 어디더라, 와영, 와일드영8 있잖아. 그거 신작 곧 나온대.”
“그거 언제 나오는데?”
“어…… 이번 달 말이래.”
게다가 제 친구들도 다 보고 말았다. 그를 보여줄 생각으로 데려온 건 아니었는데, 친구들의 시선을 받은 연재가 덜덜 떨던 것을 떠올리니 짜증이 치밀었다. 그렇게 너무, 몰아세우다간 망가지고 만다.
아버지도 알 텐데. 오메가를 교육시키는 건 아주,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금까지 그것을 지켰기에 재혼에 재혼을 일삼은 것이 아닌가. 아래가 망가지도록 돌려먹고 내다 버렸지만, 그들은 적어도 공포에 휩싸이진 않았다. 알고 들어온 것도 있었지만…….
“야, 근데 아까 오메가 자지 봤냐?”
“넌 자지 봤냐? 난 젖탱이 봤는데. 너무 말라서 쥘 것도 없더라.”
“그래도 엉덩이는 존나 동그래서 귀엽던데. 내 취향이야. 마른 새끼들은 큰 걸 박아 주면 아주 환장한다고. 게다가, 뱃가죽에 좆이 튀어나오는 것도 개꼴림.”
“으, 씨발. 징그러운 새끼. 나는 좀 더 통통한 게 좋아. 오메가라면 젖이 커야지. 야, 규서야. 니네 엄마 밥 좀 멕여라. 쓰러지겠더라.”
결국 게임기를 만지작대던 규서가 그것을 내던졌다. 친구들이 화들짝 놀라 쳐다보자 성큼 걸어가 창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씨발, 짜증 나서 존나 토할 것 같아.”
“야, 무섭게 왜 이래…… 미친 새꺄, 돈 줄 알았잖아.”
“레알. 진심 맛탱이 간 줄.”
창밖의 해가 벌써 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게임만 쳐했으니, 슬슬 애들도 보내고 선일을 만나야 할 때가 왔다. 규서는 어린애처럼 씩씩대며 벽을 주먹으로 퍽, 내리쳤다. 그 모습을 보던 친구들은 역시 미친 게 분명하다며 떠들어댔다.
2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