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하루 2권
모두가 고요한 아침
규서는 선일이 열네 살이 되었을 때 태어났다. 우성 알파와 우성 오메가의 유전자 조합으로 만들어진 케이스였는데, 소위 돈 좀 있는 집안에서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유전자만 제공하여 살아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우성 교육시설에서 자란 규서는 난생처음 아버지를 보러 가는 날 많이 설렜었다. 그도 그럴 게, 교육시설에서 만난 녀석들은 대부분 어린 아버지나 어린 어머니의 이야기를 해주곤 했던 탓이다.
막 스물두 살이 된 아버지는 제 생각보다 더 앳되었다. 둘은 갑작스레 가족의 모습을 갖춰야 했지만 규서는 그것도 마냥 즐거웠다. 일반 아이들보다 어린 아버지, 그것은 즉 더욱 친밀한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하지만 아버지의 집에 들어섰을 때, 규서는 곧바로 제 생각을 고쳐먹었다. 시설에서 나온 적 없이 살았던 탓에 눈치만 빨라서, 그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버린 까닭이다.
‘……이 앱니까?’
‘예. 이규서, 나이는 여덟 살입니다. 전해 드린 서류와 같이 우성 알파입니다.’
‘하자는?’
서늘한 눈동자가 저를 위아래로 훑었다. 물건 보듯 품평하는 시선에 소름이 끼쳤다.
‘없습니다. 특히 유전자 면에서는 뛰어난 쪽에 속합니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고요.’
‘알겠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는 말씀이시죠?’
‘그럼요. 그런 아이들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합니다.’
알아서 처리한다는 말에, 간혹 시설에서 사라지던 녀석들이 생각이 났다. 그때는 부모에게로 돌아간다는 말을 그저 믿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대부분 문제를 일으키던 놈들이다.
‘예, 알겠습니다.’
‘하자가 있다면 연락해 주시면 되찾으러 오겠습니다.’
‘AS도 나쁘지 않군요.’
고작 스물두 살이 할 말은 아니었다. 규서는 마른 입술을 훔쳤다. 자칫 잘못하면, 조금만 문제를 일으키면 ‘하자’가 있다고 판단될 것이라는 걸 눈치챘다.
여덟 살이던 규서는 그렇게 선일과 한집에 살게 되었다.
적당히 친구들을 골라 사귀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집에서는 죽은 듯이 지냈다. 아버지가 저를 부를 때는 대부분 혼이 나는 일이었기에, 규서는 선일이 제 이름을 부르는 걸 싫어했다.
‘이규서.’
무거운 목소리, 섬뜩한 시선과 함께 주어지는 처벌은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고통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컸다.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데려왔지만 그를 ‘아내’ 취급하지는 않았다. 온전히 성욕을 배설하듯 몸을 사용했고, 망가지면 내다 버렸다. 그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이 규서의 일이었다.
그렇게 세 명의 어머니가 바뀌고, 네 번째의 어머니가 집안에 들어섰다. 지겨운 결혼식, 지루한 첫날밤. 모든 것이 지긋지긋했다.
처음에 집에 왔던 오메가와는 제법 친하게 지냈었다. 그를 희롱하기는커녕, 아버지가 없는 자리에선 형제처럼 놀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규서는 그들에 대한 마음을 지워야 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똑같은 괴물이 되어야만 했다. 그래야 그 집에서 멀쩡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
규서는 욱신거리는 한쪽 뺨을 붙잡고 거실에 가만히 서 있었다. 훈육이란 이름의 폭력은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서 있는 이유는, 조금 전 지하실에서 데리고 나온 어머니 탓이다.
그간의 오메가들과 다르게 연재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기절하긴 했지만, 몸에 상처 하나 없었다. 아래도 지하실에 들어갔다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멀쩡했다.
가는 몸을 들어 익숙하게 씻기고, 머리를 말릴 때쯤 연재가 눈을 떴다. 그리고 때마침 선일이 연재에게 안방으로 가라 명령했다.
연재는 규서에게 작게 ‘고마워’라 속삭이곤 급히 방을 나섰다. 다리를 절뚝이며 안방으로 들어가는 소리를 귀에 새기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뺨을 내리쳤다.
‘성인이 됐다고 해서 반품이 없는 건 아니야.’
‘…….’
‘아들은 새로 들이면 그만이거든. 네가 하는 짓을 모를 거라 생각하지 마라.’
그렇게 나간 아버지는, 연재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고 얼마 뒤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다소 얌전한 경고였다. 아마도 어머니를 러트가 온 알파들에게 돌린 것과 그에게 옷을 빌려주어 나가게 한 일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그가 모를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규서는 욕실과 이어진 옷 방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지금, 전등 하나 켜진 어두운 거실에 서 있었다.
“흐으, 아…… 서, 선일, 씨이…… 응, 흐읏, 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아니, 흐으, 앗, 아읏, 아니에, 하으!”
지금까지와는 확실히 달랐다. 아버지가 오메가를 대하는 태도가.
저도 그랬다. 이상하게, 집으로 들어선 연재를 보았을 때 무언가 다름을 느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를 탐하고,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장난을 일삼았다. 그 행동이 마치 벌집을 건드리는 것과 같다는 걸 알면서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규서는 문고리를 천천히 돌렸다. 작은 틈새로 더운 열기가 느껴진다. 커다란 침대가 온통 흔들려 덜컹이는 소리도, 연재의 신음 소리도 마치 연극처럼 멀게 들려왔다.
“아, 흐윽, 그마, 그만…… 아!”
“……하…….”
침대 정중앙, 연재를 뒤로 엎어 허리짓을 하는 아버지가 보였다. 선일은 고개를 들고 불청객을 두 눈으로 맞이했다.
“흐읏, 응! 앗, 아응, 앗! 앙!”
“여기 좋아하지?”
연재의 목을 끌어안은 선일이,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공들여 씻겼던 하얀 몸이 다시 땀과 정액으로 번들거렸다. 선일과 규서는 눈을 맞댄 채로 입을 열지 않았다.
끈적한 소리와 함께 선일이 제 입술을 훑었다. 뱀처럼 긴 혀가 아랫입술을 훑고 고개가 기울어지며 가는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흐윽! 으, 하으, 흑!”
그러는 와중에도 검은 눈동자는 규서에게로 향해 있었다. 규서는 돌처럼 멈춰 서 있다가 급히 문을 닫고 나갔다. 쾅, 하는 소리에 연재가 놀라 시선을 들자 선일이 그의 둔부를 잡고 더욱 세게 내벽을 찧었다.
“아, 흐, 바, 방금…… 흐윽, 아!”
“오늘 바람이 거치네. 창문을 열어 뒀나 봐.”
“흐으으, 아! 아흑…… 아, 그, 그래서…… 추웠, 흐으…….”
선일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 집이 춥지 않도록 난방을 틀어 둔 걸로 기억하는데, 추웠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만족스레 입꼬리를 올렸다. 문을 닫고 도망가던 녀석은 귀를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래 봤자 스무 살, 사회생활이라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어린 핏덩이. 저 잘난 줄만 아는 우성 알파. 제게 눌려 살아왔다지만 그 추하고 더러운 우성 알파의 씨가 어디로 갈까.
허리를 짓쳐 올리자 연재의 여린 보지구멍이 성기를 세차게 조여 왔다. 어설픈 듯 음탕한 몸을 헤집자 연재가 끅끅대며 울음을 터트렸다.
조금만 예쁘게 굴었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을.
선일은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당기며 뒤에서 입을 맞췄다. 가는 목이 파르르 떨리며 목울대가 위아래로 껄떡인다. 그것마저 음란한 창부와도 같았다.
* * *
연이어 행위를 거듭한 탓에 눈꺼풀이 무겁다.
연재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다 그 숨에도 목구멍이 쓰리게 아파 오는 걸 알고 입을 꾹 다물었다.
고개를 돌리자 선일 선배는 이미 자리를 비웠다. 시간은 오전 10시. 깨우지 않았다는 것은 어제의 여파를 이해해 준다는 것일까. ……아니면 또 혼나려나.
시트를 붙잡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허기가 일었다. 최근 밥다운 밥을 먹은 기억이 없었다. 고용인들이 불편해 간단한 샐러드나 시리얼로 해결했던 탓이다.
연재는 바닥에 떨어진 잠옷을 보다 제 몸을 훑어보았다. 규서가 열심히 씻겨 준 보람 없이, 굳은 정액으로 지저분하다.
결국 아픈 몸으로 샤워를 하고 옷을 입었다. 이상하게 오늘은 커다란 셔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좀 얇고, 어쩐지 몸이 비치는 듯했지만 상의와 하의가 모두 갖춰진 잠옷이었다.
추웠는데 잘됐다.
잠옷을 모두 입고 거실로 나오자, 본래 있어야 할 고용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여전했다. 연재는 조심조심 식탁으로 가, 제 몫으로 차려진 찌개와 밥을 보았다.
앞으론 밥도 잘 먹어야지. 혼나지 않게 조심하고, 건강도 챙겨야지.
이혼한 후에 다시 일을 구하는 건 꽤 힘들 것이다. 경력이 뚝 끊길 테니까, 몸을 쓰는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 운동도 하고, 팔 힘도 기르는 게 좋겠다.
연재는 부드러운 된장찌개와 밥을 싹싹 긁어먹었다. 간신히 허기를 채우자 그제야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어제 있던 일, 그리고 지하실의 선일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무서웠는데, 묘하게 다정하다고 느꼈다. 바보같이…….
선배는 그저 벌을 줬는데 저 홀로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있었다. 밥을 다 먹은 낯이 조금 서럽게 일그러졌다. 특히 침실에서는 정말, 다정한 부부 같았는데……. 착각이겠지.
“……스톡홀름 증후군 무섭네.”
피해자가 가해자에 동화되어 동조하거나 그를 사랑하게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제 경우는 과거의 관계도 있다 보니 더한 듯싶다. 손으로 뺨을 가볍게 툭툭 쳤지만 역시 여전하다. 선일 선배가 자꾸만 어른거렸다.
그때, 받은 뒤로 신경도 쓰지 않았던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본 벨 소리로 설정한 탓에 귀가 째질 정도로 소리가 컸다. 밥그릇을 급히 싱크대에 두고 안방으로 들어가자, 하얀 핸드폰의 화면이 밝게 켜져 있었다.
<선일 씨>
선배였다. 괜스레 긴장이 돼 연재는 침을 한 번 삼켰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지금 일어났나?
“……아, 아뇨. 아까…….”
- 밥은.
“먹었어요…….”
그에게 온 첫 번째 전화였다. 뭔가 제게 시킬 일이 있나? 놓고 간 게 있다든지, 아니면…… 손님이 갈 테니 맞이할 준비를 하라든지…….
- 옷은, 준비된 걸로 입었겠지?
“네, 네. 그, 상하의가 모두 있는 잠옷…… 인데 마, 맞나요?”
설마 아닌가. 그래서 전화했을까? 연재는 CCTV라도 찾듯 집안을 마구 훑어보았다. 선배라면 설치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 제 꼴을 보고 혼이라도 내려고 전화한 것 같은데.
- 그래.
그러나 복잡한 연재의 생각과 달리, 선일은 짧은 답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연재는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조심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괴롭히시는 건가…….”
선일의 전화에 바짝 긴장할 저를 알고 괴롭히려 전화한 것일까? 그게 가장 답에 가까울 듯했다. 연재는 입술을 말아 물었다가,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그리곤 어제 사 둔 콜라나 마셔야지, 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챙겼다.
* * *
잠깐 자고 일어났더니 선일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연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허둥지둥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직 비몽사몽한 채였지만, 그의 전화를 무시했다는 생각에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전화를 걸며 부재중이 온 시간을 확인했더니 무려 12시 10분에 온 전화였다. 지금 시간은 2시 40분.
…잠깐 잔 게 아니었구나. 꽤 푹 잤다. 아까 몇 시에 일어났더라, 분명 아침이었는데…….
- 전화를 안 받은 이유가 있나?
전화를 받자마자, 선일이 대뜸 물었다. 놀란 마음에 딸꾹질이 나왔다. 연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가, 대답하려 입을 열었다.
“아, 끅! 아, 아뇨….”
- 문자에도 답이 없더군.
급히 화면을 살피자 사실이었다. 바로 전화하라는 문자였다. 누군가 목구멍으로 커다란 얼음을 쏟아 넣은 것처럼 가슴이 서늘해졌다. 연재는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 물었다.
“죄송, 죄송해요.”
새어 나가려는 딸꾹질을 꾹 참고 있는데, 선일이 한숨을 쉬었다. 화내기도 지쳤다는 태도에 손이 파르르 떨렸다. 또 혼날까, 또?
- 저녁에, 갈 거야.
“네, 네.”
- 손님이 둘 있으니 6시쯤에 준비하고 있어. ……목소리로 보아 잠든 것 같은데, 자느라 손님을 맞이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해.
“네, 아, 알겠, 끅! 어요…….”
연재는 저도 모르게 무릎까지 꿇어가며 대답했다. 손님이 둘, 손님이 둘… 아마 저번의 그 사람처럼 ‘맞이’해야 하는 거겠지…….
- 실수가 있으면 다시 벌을 받을 거다. 똑똑하게 굴어.
“네…….”
- 하아…… 뭘 애한테 가르치듯 이러고 있는지.
그대로 전화가 끊겼다. 아침만 해도 다소 부드러웠던 음성이 날카롭게 변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재는 끊긴 화면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입술을 꾹꾹 물어뜯었다. 그것 또한 딸꾹질 때문에 수월하지 못했다.
“끅! 끄윽…… 바, 바보같이…….”
두 눈을 꼭 감았다 떠도 현실이었다. 왜 잠이 들었을까, 왜.
아주 잠깐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그리 시간이 지났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꼭 신입으로 들어간 직장에 늦은 것처럼, 발이 저릿저릿했다.
이따 오시면 뭐라 하지. 또 죄송하다고, 잘못했다고 빌면…… 너무 바보 같지 않을까.
때마침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선배가 벌써 왔나 싶어 한걸음에 달려 나가자, 규서가 눈썹을 찌푸린 채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 규서야.”
“엄마. ……지금 깼어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깼네, 뭐.”
녀석의 뒤로 두어 명의 남자애들이 보였다. 규서의 친구들인 듯했다. 연재는 저도 모르게 쿵쿵 뛰는 박동 소리를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이전보다는 나았지만 좋은 꼴은 아니었다. 안쪽이 다 비치는 옷이었으니까.
“내 친구들이에요. 인사해요.”
“어? 아, 응. 아, 안녕…….”
어설프게 인사하자 규서 뒤의 알파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고개를 내밀고 연재를 쳐다보는 시선이 노골적이었다.
“……규서야, 너 근데….”
“왜요?”
어쩐지 평소보다 퉁명스러웠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연재는 규서의 뺨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을 힐끔거리며 마른 입술을 축였다.
“뺨…….”
“애들이랑 싸운 거예요.”
“…그래? 약 안 발라도 돼?”
“알아서 할게요.”
괜히 걱정했다 싶다. 저 나이 또래들은 자주 치고받는데. 규서의 태도를 보니 제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은 것 같았다. 지나치게 걱정하고,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갔다.
잊지 말아야 했다. 규서는 선일 선배의 아들이고, 저와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다정한 것은 규서의 성격이었다. 어린아이에게 기대어서는 안 됐다.
고작 스무 살짜리 아이에게 저도 모르게 마음을 기댔다는 생각이 들어 뺨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연재는 규서와 친구들을 힐끔거리다 도망치듯 안방으로 향했다.
그때 규서가 벽을 툭툭 쳤다. 연재는 저를 불렀다곤 생각하지 못하고 안방 문을 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툭툭, 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규서가 저를 보고 있었다.
꼭 개를 부르는 듯한 태도였다.
“엄마.”
“……응?”
“집에 주스 있죠? 그거, 세 개만 들고 와 주세요.”
“어…… 어?”
“친구들한테 인사, 안 해요?.”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규서는 말을 끝으로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 뒤로 두 녀석이 실실 웃으며 연재에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어느새 딸꾹질은 멈춰 있었다.
* * *
작은 쟁반에 오렌지 주스 세 개를 올렸다.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규서가 저렇게 행동한 것은 처음이라, 어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손님용 주스는 꽤 비싸 보이는 유리병에 담겨 있었는데 그 안에 연재의 것은 없었다. 주고만 나오면 된다는 뜻이겠지? 세 개였니까.
조심조심 2층으로 올라섰다. 저도 모르게 발끝을 세우고 소리를 죽였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 나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규서의 방 앞에 서서 문을 작게 두들겼다.
“규서야.”
“들어와요.”
연재는 한 팔로 쟁반을 안고 문을 열었다. 쟁반을 안은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규서의 친구들이 1인용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규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느라 바빴다.
“저……기, 안녕. 이, 이거 마셔.”
이렇게 하면 되는 걸까? 동생도 없던 연재는 이 상황이 어색하고 민망하기만 했다. 아마 제 아래의 실루엣이 훤히 보일 터였다. 음모까지 보일지도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일이 오늘은 위아래의 옷을 모두 주었다는 것이다. 셔츠 하나만 입고 이렇게 올라왔다면 수치심에 주스만 두고 도망쳤을 지도 모른다.
“안녕, 몇 살이야?”
“으, 응?”
“어려 보이는데, 아래는 아다 같고.”
규서의 두 친구가 자연스레 말을 놨다. 비슷한 또래로 보였나 싶어 연재는 어설프게 웃었다.
“스물아홉…이야.”
“오, 생각보다 많네.”
“새 신부치고는 너무 늙은 거 아냐?”
“보지만 새거면 되지, 그게 뭔 상관이냐.”
푸하하, 웃는 소리에 어울리기 힘들다. 연재는 내내 눈치를 보다 테이블에 쟁반을 올려 두었다.
“즐겁게 놀고… 가.”
“에이, 누나 어디 가.”
“야, 누나라니. 형이잖아.”
“얘 보지 있다며? 그럼 누나지, 형이냐?”
둘은 품평하듯 연재를 위아래로 훑으며 손목을 잡아당겼다.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리자 또 저들끼리 웃었다. 유독 입술이 얇은 녀석이 아예 연재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아…! 그, 저기.”
“누나는 우유 먹고 가, 우리가 줄게.”
“으, 씨발. 느끼한 새끼.”
“이런 게 재밌는 거야, 동정 새꺄.”
까만 머리의 알파는 이 상황이 그리 익숙하지 않은 듯 보였다. 녀석은 주스를 들며 다리를 꼬았다. 꼭 잠시 지켜보겠다는 투였다.
“야, 이규서. 너네 엄마 여기서 좀 굴려 먹은 지 얼마나 됐냐?”
“별로 안 됐어. 내가 말 안 했냐? 애비 새끼가 존나 싸고돌아서 몇 번 돌리지도 않았어.”
“오, 레알?”
입술이 얇은 알파는 눈도 째져서는 꼭 여우 같이 생겼다. 나쁜 의미로는 아니고, 좋은 의미로.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아이돌 같기도 했다. 연재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너, 너희들끼리 놀아. 나랑 뭐, 뭘 하고 놀겠어… 그치, 규, 규서야?”
규서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답을 기다렸다. 규서는 저번 이후로는 제게 심한 짓을 하지 않았다. 처음, 친구들을 데려왔을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니 제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규서는 그 믿음을 깨 버리듯 차가운 눈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친구들이랑 인사하랬잖아요.”
“어…… 응?”
“친구들도 내 손님인데, 왜 그걸 모른 척해요?”
그때 규서가 벽을 치며 저를 부르던 것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나쁜 일이 있어서도, 장난도 아니었다. 꼭 개를 부르듯, 벽을 툭툭 쳤었다.
규서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컴퓨터를 만지작거렸다. 멍하니 그 뒤통수를 보고 있자 알파가 싱글벙글 웃으며 연재를 제 허벅지 위에 올려 앉혔다.
“누나, 우유 먹고 싶죠? 그죠?”
“설마 주스가 먹고 싶겠냐?”
“주스면 뭐, 오줌?”
“아, 씨발. 이 또라이 새끼 진짜 골 때리네.”
눈을 깜빡이는 사이 그들은 테이블 위 쟁반을 치우고, 그 위로 연재를 밀쳤다. 속이 다 비치는 얇은 바지를 훌러덩 벗겨내더니 입맛을 다시며 쪼그라든 성기를 쥐었다.
“자, 개봉합니다. 이 아래 보지가 있답니다.”
“잠깐만, 잠깐.”
까만 머리의 알파가 다급히 녀석을 말렸다. 그 틈을 타 허리를 들어 올렸으나 어느새 다가온 규서가 뒤에서 두 손목을 잡아 묶었다.
“으, 흐윽!”
그리곤 부드러운 천이 눈앞을 가렸다. 시야가 새까맣게 물들기 직전에 규서의 친구들이 핸드폰을 들어 올리는 것이 보였다. 꼭 영상을 찍듯, 동그란 렌즈가 제게로 향해 있었다.
“자, 잠깐. 잠깐만……!”
“방송 시작했냐?”
“어.”
방송이란 말에 어깨가 굳었다. 놀라 발버둥을 치자 성기를 잡은 손이 떨어져 나갔다. 연재는 급히 규서에게 몸을 기댄 채로 테이블을 밀어냈다.
“가만히 있어요, 엄마. 얼굴은 안 나오니까 걱정하지 말고.”
“규, 규-!”
“내 이름 부르면 이 영상의 주인이 누군지, 내일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요? 엄마 학창 시절에 알던 사람들까지 죄다, 이 영상 본다고 생각해 봐요.”
협박하듯 조곤조곤 이어진 말에 입을 꾹 닫았다. 규서의 어깨에 턱을 기댄 채로 떨고만 있자, 다시금 커다란 손이 다가와 다리를 벌렸다. 급히 저항하듯 밀어내려 했으나 양쪽에서 억세게 붙들었다.
“자, 자. 좀만 기다려 봐요, 형씨들. 여기 자지 아래에 보지가 있다니까? 어? 투홀 오메가 처음 봐?”
“본 새끼가 드물걸.”
“어, 씨발. 사실 나도 처음 봄.”
규서는 연재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로 가만히 채팅창을 보았다. 허벅지만 드러났을 뿐인데도 보기 불쾌할 정도의 성희롱이 오갔다. 그들은 투홀 오메가라는 말에 흥분해서는 자동으로 검열되는 욕설까지 섞어 가며 채팅을 쳤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에는 말이다.
“자, 보여드립니다. 생보지!”
그리고 친구 녀석이 연재의 발긋한 성기를 잡아 들어 올렸다. 벌어진 허벅지 사이, 어젯밤 여파로 인해 살짝 부은 음부가 훤히 드러났다. 여성기는 꼭 닫혀 투명한 즙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 흥분이라도 한 것처럼.
“실시간 손님이 천오백 분이네. 누나, 어때요?”
“……하, 하지 마.”
“아, 이 누나 즐길 줄 모르네.”
두꺼운 손이 아래를 매만졌다. 오므려진 음순을 벌려 작은 음핵을 툭, 건드리다가 손가락을 아래로 뻗어 집게손가락으로 구멍을 열었다. 붉은 속살이 훤히 드러나자 채팅창이 읽을 수도 없을 만치 빠르게 올라갔다. 규서는 그 일련의 과정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개쩌네. 나부터 할래.”
“아깐 싫다며?”
“손님 대접하는 거라며, 이게. 이 집 법을 따라야 하지 않겠냐? 그리고 야, 나 동정인데 먼저 하게 해주라, 좀?”
“동정이 자랑이다. 스물이나 돼 가지고.”
“스물에 동정 뗀 놈들이 또라이라니까.”
규서에게 등을 기댄 연재는 벌벌 떨고 있었다. 아무 말도 뱉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까만 안대가 축축하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어쩐지 입 안이 썼다. 규서는 뒤에서 연재의 무릎 아래로 손을 넣어 다리를 더욱 넓게 벌렸다. 무릎을 완전히 양옆으로 젖혀버리자 살짝 달아오른 아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 잘못했어. 내, 내가 잘못, 흑, 했어… 제, 제발, 그, 그만…….”
가느다란 울음소리를 들은 것은 규서뿐이었다. 친구 녀석들은 당장 범할 생각에 불거진 성기를 드러내고 있었고, 채팅창의 사람들은 연재를 희롱하느라 바빴다. 주소만 대 주면 당장 날아가겠다는 둥, 한 번에 얼마냐는 둥, 누가 봐도 깨끗하게 오므라진 아래를 보며 걸레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얼굴 안 보이게 찍어.”
“어, 새꺄. 당연하지. 얼굴 까이면 너도 좆되는 거 아냐.”
“애비한테 뒤지게 쳐 맞겠지, 뭐.”
눈물에 젖은 얼굴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알파 놈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그저 흥분되는 게 아니라, 무언가 꺼림칙한 것이 걸렸다. 이쯤에서 그만둬야 할 것 같은 기분. 유독 이 어미에게만 다르게 굴었던 제 아비처럼, 저 또한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 연재의 무릎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규서는 고개를 돌려 채팅창을 노려보았다.
[와 진심 개꼴ㅋㅋㅋ]
[ㅂㅈ개쩐다 투홀오메가 실화냐]
[난 잇는지도 몰랏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ㅗㅜㅑ;;;;]
[형님들 빨리 보지에 박아주십셔;;]
천박한 말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규서는 당장 방송을 끄고 싶은 마음을 참아 눌렀다. 이건 복수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 그가 아끼는 것을 탐해 망가트리는 것.
그 또한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이 집에 오는 오메가들을, 마음껏 써도 좋다고. 그러라고 만든 자리이니 오메가들이 망가지든 말든 평판에 누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만 굴라고.
그러니 이것은 지금까지와 같은 일이다. 제 친구들에게 오메가를 돌렸던 것처럼…… 같은 일이었다.
“흐, 흐윽…… 끕, 흑, 아…….”
“누나, 잔말 말고 빨리 박으라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안 풀어도 돼?”
“씹질에 풀고 안 풀고가 어딨어. 그냥 박으면 되는 거지.”
검은 머리의 알파는 찝찝하다는 듯 아래를 힐끔거렸다. 크게 부푼 성기는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것처럼 쿠퍼액을 질질 흘렸으나, 마음이 동하지 않는 모양이다. 연재의 여성기는 일반 여성들보다 작았기에 풀지 않고 쑤셔 박으면 분명 피를 흘릴 것이다.
나름대로 로맨틱한 섹스를 꿈꾸던 검은 알파는 입맛을 다시다가 도리질을 쳤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오메가를 안 먹는 건 손해였다. 동정을 떼 준다는 말에 질색을 하긴 했는데, 직접 와 보니 그럴 가치가 있긴 했다.
간혹 남성 오메가에게 여성의 모습을 바라는 이들이 있지만, 규서의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골격 자체는 예쁘게 각져 있어, 남자치곤 좀 마른 아이돌 지망생처럼 보였다.
눈물로 젖은 얼굴은 입을 굳게 닫고 있으면 금욕적일 만큼 단호해 보였고, 긴 속눈썹이나 그 아래 숨긴 까만 눈동자는 한입에 넣어 씹어 먹고 싶을 만큼 맑고 투명했다.
“야, 안 해? 너 안 하면 나부터 한다?”
“아, 됐어. 할 거야.”
침을 삼키자 분홍빛으로 물든 아래가 선명히 눈 안에 들어왔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질구가 달싹거린다. 도톰한 살이 축축하게 젖어 어서 넣어 달라는 듯이 입구를 벌렸다가 닫기를 반복했다. 살 떨리게 야한 장면이다. 옆에 있던 녀석이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밀었다.
“빨리.”
재촉하는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기둥을 잡아 축축히 젖은 선단부터 질구를 열어젖히자, 데일 듯한 뜨거움이 성기를 둘러쌌다. 번들거리는 물건은 이미 한 번 절정에 치달은 것처럼 물을 질질 흘렸다. 알파는 불퉁하게 튀어나온 귀두를 밀어 넣으며 음순이 양옆으로 벌어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흡, 허억…….”
난생처음 맛보는 오메가와의 섹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왜 그간 참아왔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검은 머리가 마른침을 삼키며 좁은 내부로 파고들자 둔덕이 위로 도톰하게 솟았다. 가장 두꺼운 귀두를 삼키자 그다음부터는 빠르게 들어설 수 있었다.
지나치게 좁은 구멍이 툭, 찢어지며 피가 새어 나왔고 홧홧한 내벽이 성기에 쫀득하게 달라붙었다. 알파는 허리를 숙여 두 엄지로 보지를 훤히 벌렸다. 음순 안쪽, 새빨간 살갗 사이 동그란 음핵이 발기해 있었다. 뿌리 끝까지 밀어 넣자 연재의 배가 볼록하게 부풀었다.
“흐, 아으, 흑…… 흐, 아, 아으, 흐…….”
[피흘리네 처년가봄ㄷㄷ]
[ㅂㅅ처녀겟냐 학교도안나온새끼]
[시발님들저싸요;;;ㅌㅌㅌㅌㅌㅌ]
[나 오메간데 섯다 ㄹㅇ박고싶다]
채팅창의 음탕하고 더러운 욕설들도 한몫했다. 동시 접속자는 천오백, 아니 이천 명에 달하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흥분하는 남자에게, 박고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저들이 탐하는 오메가를 제 아래에 두고 있었다.
“아, 씹…… 헉, 존나, 흐윽……!”
연재는 새까만 시야 너머로 제게 향하는 모든 시선을 받아들여야 했다. 벌어진 여성기와, 그아래를 쑤시고 들어오는 묵직한 성기의 감촉에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제게 다정했던 그리고 윤간의 상황에서 달려와 도와줬던 규서가 이런 짓을 벌였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거짓이라고,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생살이 찢어지며 남성이 들어서는 감각이 선명하다.
알파는 끝까지 밀어 넣은 후에야 미친 듯이 움직였다. 조금의 배려도 없이 오로지 박아대기만 하는 탓에 쾌락보다는 고통이 앞섰다. 어깨를 뒤틀며 괴로움을 표했으나 그 누구도 그것에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다.
“하으, 흑, 아, 아읏, 아! 아, 아파, 흑, 아파…… 악!”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고통의 결이 다르다. 그간 저를 범해 온 사람들과 다르게, 지금의 알파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모르는 듯 어설프게 박아댔다. 성기를 욱여넣고, 속살이 딸려 나갈 정도로 빼냈다가, 다시 한번 거칠게 쑤셔 박았다.
질퍽한 아래에서 알파의 쿠퍼액과 연재의 질액이 흘러 한데 뒤엉켰다. 찢어진 질구는 그가 움직일 때마다 스치며 머리가 관통되는 듯한 고통을 일궈냈고, 적막 가운데 둘의 신음이 새어 나갔다.
“흐, 아으, 흑, 헉! 씨발, 존나, 존나 좋아, 씨발……!”
“야, 누나 자지 식었잖아.”
다른 손이 다가와 남성기를 한 손에 움켜쥐었다. 스무 살답게 손바닥이 꽤나 매끄러워, 위아래로 흔들 때마다 미끈한 비닐에 스치는 듯했다. 그러다 곧 차가운 액체가 뿌려졌다. 놀라 허리를 들썩이자 규서가 목을 끌어안았다.
“쉬…… 별거 아니에요, 엄마. 자주 했던 거잖아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찡얼거려요?”
그 말에 설움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다. 아니, 아니었다. 몇 번을 해도 규서에게 당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그래도 조금, 조금 믿었었는데.
연재는 아랫입술을 고집스레 말아 물었다. 다 장난이었는데 그걸 몰랐던 자신도 한심하고, 이 상황에 처해지도록 내버려 둔 선배도 미웠다. 적어도, 적어도 이런 짓은 당하지 않게 해줘야 할 것이 아니야.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아니고, 그가 명령한 일도 아닌데 어째서…….
“아, 하으으, 흑, 아! 아윽, 으, 흐읍, 흑!”
그 순간 무언가가 성기를 감쌌다. 뜨겁고 축축했다. 그 와중에도 아래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알파는 어설프게 내벽을 들쑤시며 거친 숨을 뱉었다. 두 손이 가슴을 쥐어 왔다. 있지도 않은 살을 뜯어 잡고는 작은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짓이기며 잡아당겼다.
“흐, 아, 아파, 흑, 아……! 읍, 흐읍!”
그러자 누군가의 입술이 닿았다. 매끄럽고 말랑말랑했다. 놀라 눈을 크게 떴으나 여전히 시야는 까맣다. 연재는 벌벌 떨며 발끝을 잔뜩 오므렸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규서의 말대로 늘 겪을 일이다. 앞으로 계속, 이런 생활이 유지될 것이다. 제 의사와는 상관없었다. 바보같이 부모님을 위해 서명한 그 계약서 한 장 때문에, 계속해서 이렇게 살아야 했다. 그러니 상처받지 말자, 슬퍼하지 말자. ……배신이 아니었다. 원래부터 이런 것이었는데, 바보 같이 혼자 착각했다. 스무 살짜리의 장난에 놀아난 것뿐이다.
“으읍, 흡, 웅……!”
뜨거운 살덩어리가 입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 생경하고 뜨거운 어딘가로 성기가 강하게 빨아들여진다. 마치 봉사하듯 기둥을 훑고 요도구를 짓이겼다. 물컹한 것은 아마도 지금 입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지나치게 젖은 음부를 벌린 누군가가 음핵을 강하게 짓눌렀다. 진득하게 애액이 묻어나오는 그곳을 비비며 탐욕스러운 움직임이 지속되었다. 척추선 마디마디가 저릿하도록 아려 왔다. 거친 손가락이 음부를 벌려 안쪽까지 쑤셔 박아 거칠게 흔들어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으응, 흑, 흡, 흐읍, 응, 우윽!”
목구멍까지 들어와 입 안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 알파가 연재의 혀를 잡아당겨 엉망으로 씹어댔다. 숨이 벅차 입이 벌어질 때마다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지나치게 달라붙는 혀와 입술에 끙끙 앓고 있자, 뒤에서 규서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만해.”
“하아, 씹…… 씨발, 왜!”
“남창한테 키스를 왜 해? 병신새끼.”
나무라듯 내뱉은 말이 비수가 되었다. 밸도 없는 사람처럼 또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꾹 참아냈다. 맞는 말이다. 돈을 받고 이 집에 몸을 팔고 있으니, 남창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알파는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연재의 허리를 잡아 쳐올렸다. 규서가 저를 막아선 것이 불쾌했는지 조금 전보다 더 거칠고 억셌다. 내벽이 연신 꿈틀거리며 성기를 물었다 놓았다. 연재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천장을 보았다. 천 너머로 밝은 빛이 새어 들어왔다.
검은 천의 작은 구멍들이 꼭 도망칠 구멍처럼 보였다.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고, 저를 비웃는 듯했다.
“엄마, 사람들이…… 엄청 좋아해요.”
“흐…… 아, 아윽, 흑…….”
“엄마보고 걸레년이래. 보지구멍 다 헐 때까지 박고 싶다고, 좆 급할 땐 연락하라는데.”
아래가 크게 부풀었다. 놈은 절정에 이른 듯 박차를 가하며 좁은 내벽을 억지로 벌려 쑤셔 박았다. 다리가 더 크게 벌어진다. 허벅지를 잡은 알파가 다리가 찢어지도록 짓누르며 가쁜 숨을 내뱉었다. 이를 악물자 내벽을 휘젓던 것이 한 번에 뿌리까지 들어서며 안쪽을 억세게 찍었다.
“흐윽, 악!”
“오메가 새끼들도 엄마 몸이 야해 보이나 봐, 지들도 좆 달렸다고…….”
“아, 아으, 시, 싫어, 아, 안에는…… 하, 하지, 흐윽, 마아……!”
귀두가 꿀렁이며 묵직한 정액을 토정했다. 놈은 다 싸지를 때까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고환을 아래에 비벼대며, 연재의 작은 뒷구멍을 손으로 더듬었다.
“헉, 허억, 헉…… 씨발, 흐윽, 헉…….”
간헐적으로 숨을 내뱉던 알파가 사정을 마치고 좆을 빼냈다. 억세게 뽑아내는 바람에 내장이 뒤틀리듯 안쪽이 잘게 경련했다. 잔뜩 힘이 들어갔던 다리가 축 늘어졌다. 버려진 인형처럼 늘어진 아래를 카메라가 유심히 촬영했다.
연한 분홍빛이던 아래가 붉은색으로 부어오르고 피와 정액, 그리고 애액이 뒤섞여 음란하게 흘러내렸다. 생크림 빵이 터진 것처럼 좁은 음부가 정액을 울컥대며 몇 번을 뱉어냈다. 아직 사정하지 못한 연재의 성기가 그제야 절정에 다다랐다. 이미 여러 번 해댄 것처럼 묽은 정액이 툭툭 떨어진다.
“와, 씨발. 돈 들어왔다. 보G9멍님, 감사요. 뭐 원하는 플레이 있으면 말하세요.”
“아…… 야, 나 한 번 더 하면 안 되냐?”
“차례 지켜, 새끼야. 보지에 친구까지 팔 생각이야?”
규서는 늘어진 몸을 다시 안아 올렸다. 검은 안대는 완전히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조심스레 안대를 벗겨 주자, 새까만 속눈썹이 눈물로 뒤엉켜 있다. 필사적으로 아랫입술을 물고 신음을 참는 모습에 가만히 허리를 들어 올렸다.
“뭐요? 보지에 주스 병 넣어 달라고? 와, 나. 9멍님 무섭네.”
“저거? 야, 내 좆보다 작어.”
“구라.”
“재 보든가, 씨발!”
두 녀석이 떠드는 소리에 연재가 움찔거리며 눈을 떴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엉망이 된 것이 보였다. 검은 머리의 알파는 조금 전보다 적극적으로 과일주스 병을 들어 올렸다. 입구를 열지도 않은 새것이다. 그리곤 제 성기에 비교하며 ‘병이 좀 더 두껍네’하고 웃는다.
“……자, 잠깐만. 잠깐…….”
“안대 벗었네? 왜? 안 보이는 게 더 꼴릴 거라며?”
“그냥.”
규서는 연재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카메라는 온전히 목 아래만을 찍고 있었지만, 혹여나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어미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떨고 있었다. 발간 뺨과 그 옆으로 이어진 눈매가 예뻤다.
“됐고, 비켜 봐.”
“야. 내가 할 거야. 넌 폰이나 들어.”
“……씨발, 너무하네. 한 번 박은 거 가지고.”
“첫맛이 달라, 동정 새끼야.”
“이제 동정 아님.”
작은 몸으로 어떻게든 이 상황은 견디려는 것도 예뻤다. 뒤로 묶인 팔은 잔뜩 경직돼 있고, 조막만 한 두 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배신감? 아니면, 치욕스러움? 어떤 것이 먼저 앞섰을지 궁금했다.
“사람들한테 보여지는 거, 좋아요?”
“…….”
다물린 입술은 열리지 않았다. 미동조차 없었다. 규서는 연재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며 끌어안은 몸을 살살 매만졌다.
“아하, 알겠다. 내가 이래서, 밉구나?”
말간 미소에 속이 메스껍게 울렁거렸다. 연재는 눈을 감고 규서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누나, 저기요? 저기, 유부 누나?”
“유부 누나가 뭐야.”
“유부남이라고. 초짜 티 좀 내지 마.”
규서와 속삭이는 사이 두 녀석이 자리를 바꿨다. 조금 전까지 즐겼던 흑발은 옆자리로 이동해 카메라를 아래에 고정시켰다. 입술이 얇은 녀석은 아직 뜯지도 않은 주스를 손에 들고서 연재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누나? 이거 봐요. 이거, 지금 여기에 넣을 거거든?”
두꺼운 유리로 된 입구가 아래를 툭, 쳤다. 입구에선 여전히 정액과 애액이 흘렀다. 아랫입술을 말아 물자 녀석이 가까이 다가왔다. 째진 눈매가 잔뜩 휘어졌다.
“내 이름은 진혁이에요, 백진혁. 기억해요, 누나.”
“…….”
금세 떨어진 놈은 뚜껑을 둘러싼 비닐을 조심스레 벗겼다. 툭, 찌이익. 노골적으로 여성기에 입구를 대 놓고 천천히 뜯는다. 흑발의 알파는 아쉬운 얼굴로 연재의 아랫배를 몇 번 쓸어내렸다. 크고 거친 손바닥이 무척 불쾌했다.
“자, 주스 들어갑니다.”
백진혁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알파가 명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연재는 아래에 힘을 잔뜩 주고서 발끝을 오므렸다. 거부할 수 없다. 밀어내고, 울어 봤자 오히려 더 좋아할지도 몰랐다. 그들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연재는 등 뒤의 규서가 여전히 저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시선이 닿는 뺨이 홧홧하게 아려 왔다. 이렇게 배신해 놓고, 왜 다정하게 굴었다가…… 사람을 괴롭혔다가, 또 아는 체를 하며 토닥이는 건지. 어떻게, 사람을 나락까지 던져 놓고 밉냐는 물음을 하는가.
연재는 주먹을 쥐었다. 그래, 그의 말마따나 규서가 너무 미웠다. 정을 갖게끔 잘 대해 주다가 이제 와 아닌 척 구는 것이 미웠다. 선일 선배는 처음부터 무섭기라도 했지…….
“흐, 아윽!”
딴생각을 하던 와중, 차가운 유리병 입구가 구멍에 닿았다. 연재가 누워 있었기에 병 또한 기울여야 했는지 음순 사이로 시큼한 오렌지 주스가 흘러내렸다.
“차, 차가…… 아윽, 흐, 흐윽!”
흑발의 알파가 유독 거칠게 굳은살이 박인 엄지로 음핵을 짓눌렀다. 검지는 깊게 넣어 이리저리 꼬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와, 이천삼백 명.”
퉁퉁 부은 보지구멍에 유리병이 들어가는 것을 2300명씩이나 보고 있었다. 백진혁은 질구를 벌리고, 주스가 최대한 흐르지 않게 살갗에 유리병을 맞대었다. 그리고 천천히, 연재의 등을 손으로 받쳐 들어 올렸다.
“으, 하으, 흑…… 흐으, 아……!”
머리카락이 뒤로 흘러내리고 볼기짝이 위로 솟았다. 피가 아래로 쏠려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기울어져 있던 유리병이 휙, 들리더니 수직으로 입구에 내리꽂혔다. 동시에 시리도록 차가운 액체가 내벽으로 왈칵 쏟아졌다.
“하흐, 흐, 아으, 흑, 시, 싫…… 아으, 흑……!”
“개쩐다…….”
내벽 끝부터 차가운 액체가 출렁이며 차오르는 것이 선연하게 느껴졌다. 연재는 파르르 떨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내뱉었다. 꼭 감고 있던 두 눈이 뜨이고 까맣고 동그란 동공이 드러났다. 고개가 완전히 뒤로 젖혀졌다. 천장을 보며 입을 벌리자 혀 위로 침이 고였다.
“아, 흐윽, 아파, 아, 흑…… 기, 분 나…… 빠아, 흑, 아!”
“뭐라구요? 오빠라고?”
“아니이, 흑, 아윽! 아! 아윽, 그, 그만……!”
도리질 치며 결국 눈물을 터트리자 백진혁이 낄낄 웃었다. 주스 안에 가득 차 있던 액체가 어느새 텅 비었다. 그럼에도 병을 치우지 않고 꾹꾹 밀어 넣자, 입구의 붉은 속살이 보였다.
“방금 오빠라고 했죠? 개좋은데 한 번 더 불러 줘요.”
“흐윽, 흐, 아윽, 아! 시, 싫…… 흑!”
“생각보다 속 좁네? 누나.”
꾸욱, 밀어지는 유리병에 숨이 막혔다. 혹시나 너무 힘을 줘서 정말 들어갈까 봐, 그리고 어린 녀석들이 장난기가 솟아 깨트릴까 봐, 연재는 바들바들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고여 있던 눈물이 관자놀이로 흘러내렸다.
토할 것 같았다. 안쪽을 가득 채운 액체는 연재가 살짝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꼭 누군가가 아래에 소변이라도 눈 것처럼, 불쾌한 감각이 일었다. 백진혁은 유리병을 가지고 몇 번 더 추삽질을 하다 빼냈다. 조금 전 찢어졌던 부위가 다시 찢어져, 피를 흘린 탓이다.
“아, 피 봤네. 미안. 내가 할 땐 찢어지는 거 싫은데.”
“야, 아깐 풀어서 뭐 하냐고 그랬잖아!”
“걸레지만 처녀막 떼는 기분이라도 들면 좋잖아.”
백진혁은 대충 소매로 입구를 닦았다. 그리고 들어 올렸던 허리를 내려 주고는 줄줄 흘러내리는 오렌지 주스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보지구멍으로 오줌 싸는 거 같네.”
“흐, 아…… 윽.”
추잡스러운 단어와 저를 향한 희롱은 이제 수치스럽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아버지께 두들겨 맞는 것처럼 아프기만 했다. 다만 그 고통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이 즐기고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그때 뜨거운 살덩어리가 아래를 헤집고 들어섰다. 쭈읍, 쭙. 노골적인 소리에 놀라기도 전에, 음핵을 살살 물어 오는 감각에 허리가 들썩였다.
“아, 흐으, 무슨! 흑, 아!”
백진혁은 꼭 캡 안에 든 젤리를 빨아 먹는 것처럼 질구에 입술을 맞췄다. 억세게 빨아들이며 음순과 음핵, 그 입구를 겉도는 애액을 추잡스러운 소리를 내며 먹었다. 내벽에 가득 차 있던 음료가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뒤이어 꼴깍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허벅지가 파르르 떨리며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만, 그만해…… 싫어, 기분 나빠! 하, 하지 마. 더러워…….”
“왜요…… 맛있는데. 친구 어머니가 가져다, 주신 건데 안 먹으면…… 나쁘잖아.”
“하으, 흑, 싫어…… 하지 마, 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와르르 무너졌다. 연재는 발버둥을 치며 어깨를 뒤틀었다. 손이라도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밀어낼 수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나 아무 저항 없이 아래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무릎 아래를 고정시킨 규서 때문이기도 했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자위를 하는 흑발 알파의 시선에 숨이 막힐 듯했다.
“페로몬도, 안 뿌렸는데 왜 이렇게 흥분을 잘해? 너 걸레야?”
“흐, 끄윽…….”
“알파 좆, 아니 그냥 좆만 보면 아래가 벌렁거리나? 아프고 싫다면서 이건 왜 세우고 있는데.”
가장 부끄러웠던 부위를 백진혁이 한 손으로 잡아챘다. 꼿꼿하게 발기된 성기는 발긋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기둥으로 흘러내린 정액을 위아래로 비벼 올린 녀석이 작게 웃는다.
“사실 이런 거 즐기지? 너 같은 애들 많이 봤어. 아닌 척 굴면서, 씹질만 해주면 신나서 벌려대는 새끼들 존나 많아. 왜 그런지 알아? 여기, 보지구멍으로 이쁨 못 받으면 지가 쓸모없는 걸 알거든.”
“……아니, 아니야.”
“오메가 주제에 뭘 할 수 있겠어? 아니, 이런 집으로 시집온 것 자체가 구멍이 간지러워서 미치겠다는 것 아닌가?”
“모, 몰랐어. 난 몰랐어…….”
“모르긴 뭘 몰라. 순진한 척하네.”
압박하듯 내뱉어지는 질문에 손끝이 저려 왔다. 그가 천천히 페로몬을 풀고 있다는 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우성, 우성 알파였다. 연재는 살면서 한 손으로 세어 볼 정도로 적었던 우성 알파들을 참 많이도 만난다 싶었다.
“이제 그만해, 하, 하고 싶은 거 다 했잖아.”
“무슨 개소리야. 난 안 박았는데.”
“……그럼, 그럼, 흐으, 빨리하고… 아, 끝내…….”
말을 내뱉을 때마다 묵직하고 탁한 기운이 몸을 짓눌렀다.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숨이 막힐 만큼, 그의 지독한 향기가 머릿속까지 파고들었다.
“야, 그거 풀어 봐.”
“뭐?”
“팔.”
얇은 눈매가 더욱 가늘어졌다. 백진혁은 혀를 내밀어 입가를 훑으며, 연재의 위로 올라탔다. 카메라에 잘 찍힐 수 있게 아래에서만 박던 때와는 달랐다.
규서가 팔을 풀어 주었지만 오래 묶여 있던 탓에 피가 통하지 않았다. 뒤쪽에 자리하던 그가 사라지자 몸이 뒤로 휙, 넘어갔다. 테이블 위에 머리를 찧기 전 백진혁이 머리를 감싸 주었다.
“놔……!”
“왜애. 보지도 빨아 준 알파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마, 말 좀 그렇게…… 하지, 흐윽!”
불시에 커다란 흉기가 속살을 뚫고 들어섰다. 온갖 체액으로 얼룩진 안쪽이 한껏 술렁이며 조금 전의 유리병보다 두꺼운 것을 힘겹게 삼켰다. 아니, 삼켰다고 볼 수 없었다. 반쯤 끼어 있었다.
“흐, 아, 아윽, 아, 아파….”
“내 좆이 좀, 크지?”
숨이 턱턱 막혔다.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 아래가 바싹 조여졌다. 내부가 팽창해 아래가 터질 것만 같았다. 차가운 유리병으로 다소 굳었던 내벽이 거대하고 단단한 성기로 인해 꿈틀거리며 달라붙었다. 백진혁은 성기를 반쯤 꽂은 채로 한숨을 푹 쉬었다.
“걸레는 아닌가 보네. 좆이 반밖에 안 들어가.”
“……바, 반…….”
“다 넣으면 누나…… 아니, 형 보지 다 헐 거 같은데.”
웬만한 사람들이 닿는 곳까지 닿았다. 연재는 여전히 욱신거리는 팔을 움직여 아랫배를 더듬었다. 이게 반이면, 얼마나 더…….
“이런 좆 처음 보는구나, 그치?”
“……여, 여기까지, 만, 하면…… 아, 안 돼?”
“형 하는 거 보고.”
진심으로 아래가 다 찢어지고 헐어버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백진혁의 것은 두렵도록 거대했다. 사람의 것이라곤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둥의 색깔은 검붉은 빛이었고, 피부 안쪽으로 둥근 알들이 도드라져 있었다.
“……내, 내가, 뭐…… 뭘, 하면, 돼?”
“예쁘게 굴면 돼, 그냥.”
“어, 어떻게…….”
백진혁의 페로몬 향은 꼭, 썩어 문드러진 나무 향과 같았다. 짙고 무거운, 그리고 속내를 뒤집어 불쾌함을 남기는 오래된 냄새. 가까이 다가온 녀석은 연재의 팔을 제 목에 두르고, 가느다란 다리를 들어 허리에 감게끔 했다.
“자, 이렇게.”
휘어지는 눈이 까맣다. 빛 한 점 없이 검고 깊었다. 백진혁은 천천히 허리를 뒤로 뺐다가, 쿵, 하고 내벽에 제가 왔다는 것을 알리듯 존재감을 남겼다. 속살이 성기에 달라붙어 그 모양으로 굳어버린 듯했다. 너무 벌어져서, 다시는 좁혀지지 않을까 싶어서, 연재는 끅끅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 흐윽, 어…… 흑!”
“존댓말.”
“네, 네에…… 알겠, 어요…… 흐으, 아, 아읏!”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의 범주를 넘어섰다. 여러 번의 수술을 거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니, 애초에 기둥에 알이 박혀 있는 게…….
“뭔 생각해? 솔직하게.”
“아, 무 생각…… 도, 흑, 아! 아윽, 흑!”
도리질을 치며 거짓말을 뱉자, 백진혁의 성기가 더욱 깊게 들어섰다. 결장의 입구를 두드리는 느낌에 연재의 얼굴이 새파랗게 물들었다.
“딴생각 했잖아. 야한 거.”
“……흐, 흐윽, 끅… 아, 아윽!”
동시에 페로몬 향이 묵직하게 가슴 가운데를 짓이기듯 눌러왔다. 연재는 백진혁에게 두른 팔에 힘을 주고는, 더듬거리며 말을 뱉었다.
“너, 너무 크…… 크다고, 새, 생각했, 어요, 흐으, 흑, 아……!”
솔직하게 내뱉자 백진혁은 잘했다는 듯 연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허리를 뒤로 물렸다. 그럼에도 배 안쪽이 가득 차 있는 듯한 느낌은 저버릴 수 없었다. 조금 전의 충격으로 팔다리에 힘이 빠져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가는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며 잘게 흔들렸다.
어쩐지 기분이 상해 보이는 규서가 보였다.
“규…… 아, 흐으, 아, 저기, 흑…….”
무의식중에 이름을 부르려 하자 백진혁이 작게 웃으며 천천히 추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깊게 파고들었던 성기가 단번에 뽑혀 나갔다. 장기가 모두 아래로 쏠리는 듯한 충격에 숨을 들이켜자,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손이 가느다란 등줄기를 느긋하게 쓸어내리고, 백진혁이 작게 중얼거렸다.
“아들아, 하면 되잖아.”
* * *
오후 5시, 연재는 흐릿하게 눈을 뜨고 시계를 쳐다보았다. 몸은 제 것이 아닌 듯 위아래로 흔들리며 남성의 것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익숙하게 벌어져 성기를 삼켰다.
방송은 두 시간 내로 종료되었다. 핸드폰을 들고 있기 귀찮다는 이유였다. 그 뒤로 수십 개의 후원이 들어왔으나 백진혁은 박아대는 것에 여념이 없어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아까처럼 자신들의 요구도 들어달라고 했으나 백진혁도 규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흑발의 알파만이 우물쭈물거리다 말았을 뿐이다.
“하아, 후…… 형, 살아 있어요?”
이제는 돌기가 가득한 성기에도 정액이 묻어날 정도로 내벽이 엉망이었다. 아쉽게도 끝까지 박아 주진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연재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속살을 찧고 박아댈 때마다 싫은 얼굴로 입술을 질끈 물더니, 결장 입구를 찔러 올리면 새파래진 얼굴로 백진혁의 목을 끌어안았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빌지는 않았지만 백진혁은 처음이니까, 봐주기로 했다.
팔다리가 축 늘어진 연재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듯 보였다. 입 안과 얼굴부터 배, 허벅지 사이와 안쪽 구멍까지 정액으로 가득했다. 이 정도로 음란한 광경을 본 적은 없었다. 백진혁은 땀으로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지루 새끼.”
“네가 조루인 게 아닐까?”
흑발이 투덜거렸다. 처음 구멍을 뚫게 해준 후로 한 번도 아래에 박지 못해 매우 불만이었다. 뒷구멍도 나쁘진 않았지만 조금 불만족스러웠다. 이상하게 콘돔을 끼지 않고 보지에 싸야만 오메가를 완전히 정복한 듯한 기분에 휩싸였던 탓이다.
규서 놈은 저도 자주 쓰는 오메가라고 하더니, 팽팽하게 발기한 채로 몇 시간 동안 오메가에게 손도 대지 않았다. 흑발은 한숨을 쉬며 옷매무새를 고쳤다.
“슬슬 가자. 얘 아빠 오잖아.”
“어, 잠깐.”
백진혁은 가엽게도 인형처럼 흔들리는 연재의 허리를 잡아 뒤로 뺐다가, 한 번에 찔러 넣었다. 몇 시간 내내 박았음에도 좁은 내벽이 움찔거리며 성기에 달라붙어 왔다. 우둘투둘한 돌기가 속살을 긁어 올릴 때마다 자지로 물을 질질 흘려대는 게 웃겼다. 다 포기한 듯한 얼굴을 하고서 그러고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안쪽에 토정하고 성기를 뽑아냈다. 계속 틀어막혀 있던 구멍이 울컥이며 정액을 왈칵 쏟아냈다. 흑발은 ‘으’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처음엔 꼴린다고 박아댔는데 윤간이라도 당한 꼴을 보니 조금 찝찝했다. 길거리에서 굴러다니던 오메가를 잡아 와 공중변소에 박아 놓고 해댄 것만 같았다.
“진심 변기 같다.”
“아, 나 그거 좋아해.”
“……어?”
“보지 변기로 쓰는 거 좋아한다고.”
흑발의 표정이 노골적으로 찌푸려졌다. 그러나 그는 더럽다는 말을 하는 대신 제 짐을 챙겼다. 백진혁과 이규서는 과에서 가장 유명한 놈들이었다. 몇 번 술을 마신 것 빼고는 그리 친하지도 않은 사이였다. 솔직히 말해 같은 우성 알파였지만 흑발에게 두 녀석은 조금 무서운 상대였다. 이름만 대면 알 법한 기업의 아들들이라는 점도 그렇고, 오메가에게 지나치게 무자비한 면도 그랬다.
흑발은 떨떠름한 얼굴로 규서를 힐끔거렸다.
당연하게도 둘은 학교에서는 평범하게 지냈다. 과에 섞여 있는 오메가들을 지금처럼 대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친한 친구인 양 섞여 놀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늘어진 연재를 보다가 창부니까 상관없다, 고 스스로 세뇌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야, 백진혁. 가자.”
“어어.”
곧이어 백진혁도 티슈로 성기를 닦아내고 바지를 추슬렀다. 울룩불룩 돌기가 솟은 성기는 징그럽기 그지없었다. 태어나서 저 정도로 큰 건 보지 못했는데. 흑발은 조금 진 듯한 기분으로 방문을 열었다.
한쪽 소파에 앉아 있던 규서가 턱을 괴었다. 흑발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내일 봐.”
“내일은 못 보고, 다음 주쯤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 왜?”
“뭐.”
어깨를 으쓱이는 걸 보니 말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흑발은 더 이상 이들에게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재빨리 문을 열어젖혔다. 백진혁은 싱글거리며 짐을 챙겼다. 그러다 색색대며 숨을 고르는 연재에게 손 키스를 날렸다.
“형, 다음에 봐요.”
“…….”
방문이 닫히고, 연재는 눈을 감았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멍한 얼굴로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었다.
* * *
“이규서, 스물 먹었다고 막 나가는 거냐?”
“뭐가요.”
“지금 너 하는 꼴이 그거잖아. 나이 좀 먹었다고, 다 컸으니까 좆대로 하겠다는 꼴 아니야?”
“왜요. 맘대로 쓰라면서? 하지 말라고 한 적 없었는데?”
“손님 올 때는 자제하라고 말했을 텐데. 내가 오늘 손님 온다고 말도 했고.”
“아, 그거? 자제하고 한 건데요? 자제 안 했으면 저 오메가, 지금도 돌림빵 당하고 있을 텐데.”
날카로운 소리에 눈을 떴다. 아까와 같은 천장이었다. 연재는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켰다가,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하윽!”
“……채연재!”
누군가 급히 다가와 몸을 받쳐 주었다. 연재는 굵직한 팔에 기대어 파들파들 떨었다.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지나치게 오래 했다. 이전에 길거리의 알파들에게 당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걸레짝을 만들고 그런 말이 나와?”
“아내한테 걸레라니 말이 심하네.”
“……너 일단, 저녁에 서재로 내려와.”
“그래요.”
몸은 깨끗하게 씻겨 있었다. 고개를 들자 선일이 연재의 무릎 아래로 손을 넣어 안아 들었다. 연재는 차마 말리지도 못하고 그의 품에 축 늘어졌다. 선일은 말없이 화난 얼굴로 규서의 방을 나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꽤 컸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자 두 명의 남자가 고용인이 차려 준 회와 술을 먹고 있었다.
“이 사장님, 뭔 일 있나요?”
“살짝 문제가 생겼습니다. 대접해 드리려 했는데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규서의 커다란 티셔츠 한 장만 걸친 상태라, 아래가 훤히 보였다. 두 남자의 시선이 연재의 아래로 향했다. 울긋불긋한 키스 마크와 멍든 손자국에 그들이 작게 웃었다.
“아들놈이 말을 안 듣나 봅니다.”
“지금 스무 살 아닙니까? 한창때죠. 눈앞에 이렇게 이쁜 엄마가 있는데 어떻게 자제하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선일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연재는 후들거리는 팔로 선일의 어깨를 툭, 쳤다.
“왜?”
“내, 려 주…… 세요.”
“못 걷던데.”
“괜찮, 아요.”
못 걸어도 아래는 쓸 수 있었다. 이번 일은 제가 잘못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규서가 대놓고 친구들을 불러왔는데, 순진하게도 그 꾀에 넘어가 몸 간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닌가. 저 때문에 선일이 피해 보는 일은 없어야 했다.
“…….”
선일은 잠시 연재를 쳐다보더니 그를 내려 주었다. 휘청거리던 연재가 거실로 들어서서 두 남자의 아래에 무릎을 꿇었다. 그걸 보던 선일의 얼굴에 작게 금이 갔다.
“느, 늦어서…… 죄송, 해요. 제, 실수…… 예요.”
어찌나 울었는지 목소리가 죄다 갈라져 있었다. 연재는 마른침을 삼켜 가며 말을 이었다. 잘게 경련하는 손으로 오른편 남자의 허벅지를 쥐자 그가 작게 웃으며 연재의 손을 맞잡았다.
“부인, 몸이 안 좋은데 들어가서 쉬셔도 됩니다. 대접이야 다음에 받으면 되죠.”
“괘, 괜찮아요.”
“현모양처시구만.”
껄껄 웃은 남자가 연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작은 강아지를 대하는 듯한 태도에도 연재는 주춤대며 남자의 바지춤을 쳐다보았다. 동그란 눈동자에 시무룩한 빛이 어렸다. 오른편 남자는 연재의 어깨를 두드리며 손을 치웠다.
“진짜 괜찮습니다, 뭐. 기대하고 오긴 했지만 아픈 사람을 상대로 하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요.”
“……아.”
제법 다정한 목소리에 숨이 막혔다. 저렇게 웃으며 말해 놓고, 선일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분명 사업차 온 것일 텐데, 아내로서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사업에도 문제가 갈 수 있다. 그럼 늘 완벽하던 선일에게 오점이 생길 것이다. 감히 내가, 선배에게. 그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재는 주먹을 쥐었다. 그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다.
선배가 저를 이곳으로 데려와 괴롭게 했지만, 그에게는 악의가 없었다. 분명히 계약 결혼이었고, 연재는 스스로 서명했다. 다정하게 대해 준다는 말은 없었으니 혼자 오해해 홀로 상처받는 바보 같은 짓을 했던 것뿐이다.
몇 년 전, 대학을 다닐 때 그를 좋아하던 감정이 아직도 미련처럼 남아 있었다. 그 후로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던 탓일까. 연재는 저릿한 손을 쥐었다 펴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때, 왼편의 남자가 손을 뻗어 연재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럼 저는 어떻습니까? 난 아픈 사람이랑 하는 것도 취향인데.”
익숙한 얼굴이었다. 연재는 눈을 깜빡이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백, 백…… 백이언.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검은 눈동자에 이채가 스미자 그가 눈썹 한쪽을 슬며시 들며 기쁜 음성으로 물었다.
“저 기억하세요, 부인?”
“배, 백이언…….”
“맞아요, 잘했어요. 똑똑하네요.”
선일은 반대편 소파에 앉아 술을 들이켰다. 커다란 티셔츠를 입고 바닥에 앉은 연재의 뒷모습에 속이 쓰렸다. 이규서가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최근 들어 몇 번, 연재를 괴롭히는 걸 봤으나 이전에도 종종 친구들을 데려와 오메가를 돌려쓰곤 했으니 별일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고작 스물 먹었다고 대들려는 꼴을 보니 짜증이 났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도 불편했다. 곧바로 침실로 데려가 잘 수 있게 해줄 생각이었다. 한 번 대접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업에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뭣보다 오늘 온 손님들은 그런 것으로 치졸하게 굴 이들은 아니었으니까.
선일은 연거푸 술잔을 채우며 백이언을 쳐다보았다. 그는 연재를 쳐다보며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연재가 조심스레 왼편으로 기어가자 다리를 벌려 자리를 잡게 도와주는 꼴이 같잖았다.
“빨고 있을래요? 부인이 늦는 바람에 사업 얘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서.”
“……네, 네.”
연재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백이언의 바지춤을 붙잡았다. 툭, 하고 단추를 풀자 그가 소파에 느긋하게 등을 기댔다. 언제부터인지 팽팽하게 발기된 것이 느껴졌다. 안쪽 브리프가 살짝 젖어 있었다. 시선을 위로 올리자, 백이언이 입술을 훑으며 술을 마셨다. 작은 잔에 찰랑이는 투명한 술이 그의 입으로 훌러덩 넘어갔다. 목울대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백이언은 그러는 내내 연재에게서 시선을 떼어내지 못했다. 마치 안주 삼아 술을 마시듯.
크게 부풀어 오른 브리프를 보던 연재의 손끝이 사정없이 경련했다. 조심스레 브리프를 내리자 거대한 물건이 퉁, 하고 튀어나와 연재의 뺨을 거칠게 쳤다.
“아, 큭큭…… 귀여워라, 놀랐어요?”
“아, 아니에요.”
급히 시선을 내렸다.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연재는 침을 삼키곤 핏줄이 불거진 투박한 성기를 붙잡았다. 허벅지가 세 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고 두꺼웠다. 밑동을 붙잡고 혀를 내밀자 귀두 끝에서 짭조름한 맛이 느껴졌다. 연재는 콧잔등을 찌푸렸다가 다시 혀를 내밀어 기둥을 천천히 훑어 올렸다.
그 상태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백이언은 술잔을 들어 올리며 빙글빙글 돌렸다.
“그래서, 이 회장님은 투자하실 겁니까?”
“최근 경향을 보면 해외로도 수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백 회장님도 하실 생각 아니셨나요?”
“그쵸, 뭐. 요즘 영상으로도 홍보를 나쁘지 않게 하더군요. 대중 반응도 좋고…….”
성기는 두 손으로 붙잡아도 컸다. 연재는 무릎에 힘을 줘 몸을 일으켜 입을 크게 벌렸다. 천천히 귀두부터 목 안으로 삼키자 울퉁불퉁한 겉면의 핏줄이 움찔거렸다. 마른침을 삼키며 요령껏 혀를 움직였다. 몇 번이고 억지로 펠라를 했던 탓에 익숙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실망하지 않도록, 선배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연재는 열심히 움직였다.
“회장님 사업과 결부시켜도 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먹힐까 싶기도 하고.”
“그것에 관해선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언제 있었는지 모를 정장의 남자가 선일에게 서류를 내밀었고, 그는 여전히 연재를 내려다보며 둘에게 그것을 나누어 주었다. 철저히 시장에 관해 조사된 자료였다. 몇십 년에 걸쳐 비슷한 경향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요즘 좀 끝물이지 않습니까?”
“될 만한 녀석들은 잘되긴 하지. 이 회장, 나는 하겠네. 백 회장. 이 회장 사업 중 안 된 것이 있던가?”
“없긴 하죠. 워낙 수완이 좋으셔서.”
백이언이 작게 웃자 아래 성기도 잘게 떨렸다. 연재는 목울대를 움직이며 힘겹게 성기의 반을 삼켰다. 더 이상은 잘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목젖을 넘어 삼킨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곳이 억지로 열리는 느낌이 두려워 손이 나가질 않았다.
연재는 두 손으로 기둥을 훑으며 두 개의 고환을 천천히 매만졌다. 말랑말랑한 것을 열심히 애무하고 있자 위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제 실력이 부족해서 불만인 걸까. 연재는 눈치를 보면서도 열심히 움직였다.
백이언, 이전에 보았던 남자는 조금 불편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말이다. 선일이 없는 곳에서 접근하기도 했고 그의 시선은 그저 욕망에서 그치지 않았다. 좀 더 무겁고, 질척했다.
조금 전과는 달리 이곳의 알파들은 예의 있게 페로몬을 뿌리지 않았다. 연재는 다소 편하게 한숨을 쉬며 입을 더욱 크게 벌렸다. 목구멍 안쪽까지 밀어 넣으려 하자, 백이언이 그를 막듯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 밀어냈다.
“우응……!”
“자료대로라면 괜찮네요. 좋은 제안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께는 말씀하시지 않은 게 확실하겠죠?”
“당연히 두 분 외에는 모릅니다.”
“괜찮네. 잘만 하면 크게 끌어모으겠군.”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든 손가락이 살살 움직였다. 백이언은 연재의 두피를 천천히 누르고 매만지며 그의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목젖까지 닿았다가, 다시 빠져나가며 입가에 귀두가 걸쳐졌다. 말랑한 입술에 거친 기둥과 부드럽고 큰 귀두가 몇 번이고 스쳤다. 울컥이며 흘러나오는 쿠퍼액이 모두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아, 이번에 E사 말입니다. 저는 투자금을 빼낼 생각인데 두 분은 어떠신지요?”
“E사? 왜?”
“뭐 하나 터질 것 같더군요. 백 회장님 말대로 저도 빼려곤 했습니다.”
“음…… 그래? 난 거기 맘에 드는 배우가 있어서 고민되는데.”
움직임은 점차 빨라졌다. 연재는 숨을 죽여 안쪽을 찌르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곧 목젖이 아릿하게 쑤셔와 컥컥이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뒤통수가 따가웠다. 착각일 지도 모르겠지만 선배가 자꾸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연재는 소리를 낸 것에 혼이라도 날까 두려워 백이언의 허벅지를 세게 붙잡았다. 그러나 머리채가 세게 잡히며 성기가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다. 입을 벌린 채로 눈을 동그랗게 뜨자, 희멀건 액체가 눈두덩이와 뺨으로 왈칵 쏟아졌다.
“배우야 다른 곳으로 돌리면 되죠. 일이 터지면 따로 불러도 되지 않습니까?”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뭐. 그렇게까지 맘에 드는 건 아니고.”
“리스크가 높긴 하나…… E사가 가라앉으면 그 배우에게도 타격이 있을 게 분명합니다. 자연스레 취하실 수도 있고요.”
“아, 그보다 이 회장. 회장이 하는 것 중 화장품 브랜드 있잖아. 그, 남성 브랜드.”
백이언이 연재의 뺨을 몇 번 툭, 치더니 그를 끌어 올렸다. 스스로 일어날 힘도 없는 몸을 제 허벅지에 올리곤 연재의 다리를 활짝 벌렸다. 붉은색으로 퉁퉁 부어오른 아래를 보며 작게 웃은 백이언이 더 뒤쪽, 좁은 뒷구멍을 매만졌다. 앞쪽에 비해 많이 쓰지 않은 듯 바싹 조여져 있었다.
백이언은 디저트로 나온 슈를 반으로 갈라 그 안의 크림을 손가락에 묻혀 연재의 내벽을 샅샅이 훑었다.
“으, 흐읏, 응……!”
“그거 괜찮네요. 그리하시죠.”
“정말인가?”
“안 될 것 있나요.”
귓등으로 선일의 목소리와 다른 사내의 것이 뒤엉켰다. 연재는 파들파들 떨며 벌어진 내부로 밀고 들어오는 성기를 고스란히 느꼈다. 조금 풀었다 해도 좁았다. 번들거리는 귀두는 힘차게 속살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섰다. 저도 모르게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연재는 입술을 말아 물고 최대한 소리를 참았다. 그 탓에 아랫배가 쏙 들어갔다.
성기가 쿨쩍이며 내벽을 헤집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렸다. 등 뒤에는 계약 결혼이긴 하나 남편이 지켜보고 있었고, 그의 비서와 고용인들 그리고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백이언은 여유로운 얼굴로 연재의 안을 쑤시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 맞다. 혹시 자네들 오메가 사업에 관심은 있는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요? 억제제 약물? 아니면… 오메가 자체를?”
“어허! 큰일 날 소리 말게, 백 회장. 그쪽으로 손 뻗었다가 잘못되면 쪽박이라고.”
“그래도 돈 쓸어모으기엔 적합하지 않습니까.”
숨을 들이켜자 백이언이 옅은 한숨을 뱉었다. 그리곤 연재의 몸을 제 배에 바싹 달라붙게 안은 뒤, 다른 곳에 비해 부드러운 살집이 찬 둔부를 잡아 벌렸다. 더 벌어질 것도 없던 아래가 어거지로 성기를 삼켰다. 시야가 아득하게 멀어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지나치게 큰 성기는 연재의 내벽 곳곳을 모두 짓누르며 들어섰고, 그 탓에 가장 느끼던 안쪽이 찔렸다. 연재는 파르르 떨며 백이언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뭐 사실 비슷한 꼴이긴 한데, 연예계 오메가에 관련한 일이네.”
“혹시 창백과 관련 있는 겁니까?”
“맞아. 창백이 새 사업을 생각하고 있더라고. 내가 먼저 낚아챌까 싶어서.”
“어떤 겁니까?”
추한 얼굴을 보일 것 같아 눈을 질끈 감았다. 연재는 제가 끌어안은 백이언과 닿아 있다는 것도 싫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서 이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는데, 그들의 대화는 끝이 나질 않았다. 중간중간 농담이라도 하며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다. 백이언은 연재의 볼기짝을 힘껏 쥔 채로 위아래로 흔들었다.
“으, 흐읍, 윽!”
백이언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는 손을 올려 연재의 머리를 제 어깨로 짓누르더니,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이러고 사는 거 좋아요?”
그 말에 청승맞게도 가슴이 철렁거렸다. 연재는 대답하지 않고 그의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위로 올렸다가 아래로 내려 박힐 때마다 토악질이 났다. 성기는 끝까지 들어가지도 못했다. 내벽 끝까지 닿아 쿵쿵 찧어댈 때마다 음탕한 소리가 났다. 연재는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때 백이언이 귓가에 열한 개의 숫자를 중얼거렸다.
“내 번호예요, 부인. 필요할 때 전화해요.”
그러곤 비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모르게 그를 쳐다보자 그가 다시 거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앉아 있던 소파가 덜컹거렸지만 자리에 있는 이들은 말 한마디도 얹지 않았다. 조금씩 가라앉는 선일의 목소리만이 귓가에 새겨지듯 들어섰다.
백이언의 물건은 그 형체가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아래를 뭉근하게 비벼댔다. 크고 굵은 기둥과 불퉁한 귀두가 속살을 치고 올라왔다. 안쪽이 잔뜩 끈적해지고 쿠퍼액과 애액이 질척하게 흘러 백이언의 바지가 젖었다. 음부가 움찔거리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자 그 또한 속도를 내며 허리를 쳐올렸다. 그때마다 시야가 여러 빛깔로 물들었다.
연재의 성기도 발기해 뱃가죽에 자꾸만 부딪혔다. 차라리 느끼지 않았더라면 나았을 텐데, 연재는 제 몸이 미워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는 연재를 달래듯 등허리를 살살 쓸어내리며 토닥였다.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으나 연재의 귀로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다소 무자비한 이야기였다.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오메가를, 해외로 진출시켜 음지에서 활동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해외에서 몸을 굴리면 국내로 이야기가 퍼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터고, 어차피 자리를 잡기까지 몸을 팔았던 놈들이니 상관없지 않냐는 농담도 들렸다.
돼먹지도 못한 말이었으나 백이언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선일은 짤막하게 그런가요, 하고 말았다. 나이가 지긋한 남자는 그들의 대답에 신이 나 이야기를 더 얹었다. 최근 일본 성인용품 쪽에서 AV 배우의 성기를 딴 물건들이 나오고 있다며, 오메가 연예인들을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말이었다. 추잡스럽고 더러웠다. 분명히 법에 저촉될 터인데도 이들은 상관치 않았다.
“으, 흐읍, 으…….”
백이언이 성기를 쥐자, 차가운 손바닥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연재는 발작적으로 그를 밀어내려다 선일의 눈치를 보고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 참아야 했다. 지금까지 잘 참았으니까 조금만 더 참아야 했다.
이야기는 거의 마무리되었는지 이들은 사업에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주로 음탕한 농담 따먹기였다. 선일은 작게 웃으며 동의를 했고 백이언도 맞장구를 쳐 주었다. 행위를 하면서도 서글서글하게 웃는 얼굴이 무서웠다. 연재는 벌벌 떨다 이내 제 안에서 토정하는 것을 느끼고 온몸에 힘을 풀었다.
* * *
알파와 오메가, 그 둘에게는 고질적인 병이 하나 있다. 바로 러트와 히트 싸이클. 뭣 모르는 베타들은 짐승들의 발정기를 들먹이며 누군가를 희롱할 때 사용하곤 했지만 이 주기는 그저 발정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주기가 찾아올 때마다 꼬박꼬박 약을 먹어야 했는데, 자칫 잘못하여 약을 먹지 못하거나 처방이 잘못되었을 경우 큰 문제가 생긴다.
러트 혹은 히트 싸이클이 온 알파와 오메가는 본능적으로 페로몬을 뿜으며 주변 이들을 매혹시킨다. 이들이 원치 않더라도 지나가던 알파와 오메가는 그 향에 매료돼 다소 충동적인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
법원에서는 주기로 인한 범죄의 경우, 가해자 또한 피해를 받았다고 간주하기도 하여 꽤나 많은 반발이 일었다.
연인이 있는 이들은 그 주기를 이용해 즐거운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연인이라고 해도 지나친 발정기를 받아내는 것이 힘겨워 대부분의 알파/오메가들은 약으로 그 주기를 가라앉히곤 했다.
그리고 연재의 주기는 3개월에 한 번이었다. 투홀이었던 탓에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었지만. 지난번에 갑작스레 히트 싸이클이 터진 것은 아마, 하필 그 근처에 러트가 온 알파가 많아 주기가 엉망이 된 것이라 추측했다.
언젠가 열성 오메가였던 친구가 ‘부럽다’고 했었다. 그때는 마냥 우성과 열성, 그 단순한 차이가 부러운가 싶어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열성은 한 달에 한 번에서 두 번, 히트 싸이클이 찾아왔고 약을 먹어도 잘 들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다. 때문에 학교나 회사에 주기가 찾아왔음을 밝히고 휴가를 내야만 했다. 당연하게도 많은 회사들은 그것을 들먹이며 열성을 차별하곤 했다.
연재는 며칠 전, 선일이 보는 앞에서 백이언에게 한참 동안 범해져야 했다. 이미 앞서 제 아래를 후볐던 규서의 친구들이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백이언은 내벽에 제 성기의 흔적이 남기를 바라듯 진득하게 비벼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백이언과 다른 손님은 집을 떠났다. 연재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배웅을 마치고 돌아온 선일은 역시나 화난 얼굴로 저를 들어 올려 욕조에 던져 넣었다. 알약이 잔뜩 들어 있는 약통을 바닥으로 내던지며, 두 개나 먹으라고 하였다.
먹고 나면 속이 좋지 않아 거절하고 싶었지만, 악귀처럼 일그러진 선일의 얼굴이 꽤 무서웠기에 연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들거리는 팔다리로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내벽에 가득 찬 정액을 빼내는 것뿐이었다. 그마저도 어설퍼 정액이 잘 빠져나오질 못했다. 혹여 임신이라도 할까 봐 두려워, 연재는 눈앞이 노랗게 변해도 파르르 떨면서 속살이 텅 빌 때까지 긁어내렸다.
힘겹게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돌아왔을 땐, 대략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연재는 차마 침실로 향하지 못하고 소파로 기어가 잠을 청했다.
입을 것 하나 없어 백이언이 찢듯이 벗겼던 얇은 옷을 이불 삼아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선일의 출근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 남았었다. 연재는 억지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러나 그날도 선일은 아침 봉사를 받지 않고 집을 나섰다.
“졸려…….”
연재는 선일이 ‘네 전용이야’라고 준 냉장고를 열어젖혔다. 안에는 달콤한 케이크나 디저트, 그리고 콜라가 잔뜩 쌓여 있었다. 이게 그의 ‘남편 노릇’일까. 연재는 콜라 한 병을 꺼내 품에 안고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는 선일의 냄새가 진하게 났다. 이불자락을 힐끔거리다 구석에 앉아 낡은 노트북을 켰다.
‘백이언’.
이름을 검색하자 여러 기사가 떴다. VTN그룹 회장, 우성 알파, 고아원 자원봉사, 수재민에게 기부, 등등…….
백이언에 대한 이야기는 제법 좋았다. 우성 알파에 잘생기고, 일 처리도 깔끔할뿐더러 사회봉사나 기부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이로 유명했다. 그리고 다른 우성 알파들과 달리 부인을 한 번도 두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왜 저에게 번호를 알려주었을까. 몇 번이고 곱씹어 기억에 남은 전화번호를 읊어 보았다. 선일이 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 수는 없겠지만, 걸어도 나쁜 일만이 생길 듯해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연재는 도리질을 치며 인터넷을 꺼 버렸다. 어차피 잠깐 이 집에 있는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자. 그들의 사업이나 일에 끼어들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간혹 우성 알파 집안으로 시집을 간 오메가들이 그 사이에 끼곤 했지만 연재에게는 그럴 능력도 용기도 없었다.
콜라의 뚜껑을 잡아 돌리자 치이익, 기포가 빠지는 소리가 났다. 연재는 페트병을 들어 꼴깍꼴깍 마시고는 소주라도 마신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으음…….”
지나치게 달고 톡톡 쏘아 맛있었다. 며칠간 선일이 제게 눈길조차 주지 않아 속상했던 것이 한 번에 내려가는 듯했다.
연재는 노트북 화면을 내려다보며 두 다리를 모아 앉았다. 선일도, 규서도 그날 이후로 제게 말을 걸지 않았다. 꼭 하숙생처럼 일어나 그들이 집을 나가는 것을 보고, 고용인들이 차려 놓는 밥을 먹는 것이 아침 일상이 되었다.
불안함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기만 하던 며칠, 연재는 문득 심심해졌다. 선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나 부업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전에 규서, 그 나쁜 녀석도 저를 위해 일을 찾아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 진짜……!”
연재는 순간 규서가 한 행동이 떠올라 화가 났다가, 마음을 다스렸다. 아홉 살이나 어린 아이였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됐으니, 무엇이 중한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뜻이다.
“후우…….”
열을 내서 뭣 하겠는가! 연재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한숨을 내뱉었다. 아직도 화가 나긴 했다. 잘해 주는 척하다가 그런 식으로 저를 속여먹을 줄은 몰랐다. 그날 일을 상상하면 아직도 역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이다. 연재는 늘 그렇듯, 제 아비에게 맞았던 것을 싸그리 지웠던 것처럼 고개를 털어버렸다.
“……괜찮아. 괜찮아. 애잖아, 애라서 몰라서. 그런 거잖아.”
하긴, 그간 선배의 부인으로 저까지 포함해 넷이나 들어왔으니 제가 어떻게 보였을까. 그들과 같이 몸을 팔아 돈을 벌러 온 오메가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진짜 속지 말아야지. 연재는 콜라 한 모금을 더 마시고, 고용사이트를 검색했다. 선일은 오전 6시에 나가서 이르면 3시쯤 오니까, 그사이에 짧은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집 밖으로 나가면 혼나니까, 집에서 하는 일을 찾거나 허락을 받아 보는 수밖에 없다.
선일에게 허락을 받는 제 모습을 상상했더니 살 떨리게 무섭다. 연재는 입술을 ‘ㅡ’자로 굳히곤 침을 꼴깍 삼켰다.
사이트를 쭉쭉 내리다 보니 괜찮은 것이 하나 보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소형쇼핑몰 상담 업무, 재택근무 가능’.
펜을 꺼내 종이에 또박또박 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더 내려 꼼꼼히 살폈다. 확실히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은 적었다. 게다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애매해서, 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없었다.
“아, 면접은 가서 봐야겠지……?”
이왕이면 돈 좀 모으고 싶은데. 선일에게 면접일만 허락받을 수는 없을까? 오늘 아침에도 부리부리한 눈으로 저를 쳐다도 보지 않고 나갔는데, 부탁을 들어줄지 모르겠다. 연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연재 전용 냉장고’에서 마카롱 하나를 꺼냈다.
제 지갑으로는 너무 비싼 것이라, 간혹 ‘600원에 1개’ 파는 곳에서만 사 먹었던 마카롱이었다. 물론 선일이 넣어 놓은 것은 꽤 비싸 보였다. 통통하고 크림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연재는 다른 사이트를 펼치며 딸기 마카롱을 베어 먹었다.
* * *
“회장님, VTN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황 비서한테 돌려.”
“아, 네.”
선일은 널따란 책상에 앉아 쌓인 업무를 처리했다. 대부분 회장들은 아래로 일을 맡기고 홍보와 접대를 빙자해 놀러 다니기 일쑤였지만, 아랫놈들을 믿을 수 없던 선일은 매번 제가 일을 처리하곤 했다. 최근 들어온 신입사원에 관한 업무까지 말이다.
선일은 들고 있던 서류를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빠르게 훑어 내렸다. 근래 들어 일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백이언, 백 회장이 집에 들렀던 날부터였다.
채연재는 온몸에 멍이 들어서는 비틀비틀 걸어가 놈의 성기를 맛있게 빨아먹었다. 좆에 환장한 다른 오메가들처럼, 알파 맛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신이 나서 떡방아를 찧어댔다. 조금 전까지 이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아래를 훤히 보여 놓고는.
선일은 집에 들이는 부인과 아들인 규서에게 큰 제재를 걸지 않았다. 규칙을 지킬 것, 말을 들을 것. 그 외에는 없었다. 아들과 부인이 바람이 나 밤마다 섹스를 해대든, 아들이 부른 친구들과 온종일 그 짓을 해대든 말이다. 그간 그렇게 지내왔다.
몸이 아플 때에도 오메가들은 부인으로서의 일을 해야 했다. 오히려 뜨거운 내벽에 흥분하는 사람들이 많아 오메가가 아플 때를 기다리기도 했다.
결혼식으로부터 세 달가량이 지나면 선일은 오메가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성욕을 배출할 곳이 필요하긴 했으나 그럭저럭 참을 만했고, 러트가 오면 약을 먹었다. 남이 신나게 씹어댄 몸에 박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채연재가 비틀대며 백이언의 성기를 빨아댔을 때, 속이 메스꺼웠다. 힘겨운 얼굴이 보이면 안쓰럽다가도 다시 화가 나 좆에 미친 오메가라고 욕을 퍼부었다. 고용인부터 비서,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 곳에서 다리를 벌리던 연재는 꼭 창부와 같았다.
몇 년 전, 그가 알던 채연재는 순백의 도화지처럼 말간 아이였다.
“회장님, VTN사 회장님께서 직접 통화를 원하시는데…….”
“……알아서 처리하면 안 되나? 일로 바쁜 것 안 보여?”
“많이 급하신 일이라고, 꼭 부탁드린다고 하셔서요…….”
백이언과는 이전에도 종종 사업을 위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전 부인이 있을 때에도 데려와 접대를 해주곤 했고. 하지만 그 꼬라지의 채연재를 엉망으로 박아대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불쾌했다. 적나라하게 보였던 아래와 질척하게 입을 맞추던 모습까지.
“……돌려, 이쪽으로.”
선일은 결국 제 인터폰을 가리켰다. 그제야 비서가 허둥지둥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선일은 잠시 기다리다 삐리릭, 울리는 인터폰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
짜증 나는데, 그냥 이쪽과는 아예 끊어버릴까.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상당히 많은 사업이 VTN사와 얽혀 있던 탓이다.
“예, 백 회장님.”
- 이 회장님, 많이 바쁘셨나 봐요?
“일이 좀 몰려서요.”
- 쉬엄쉬엄 하셔요. 안 그래도 업계 탑이신데, 얼마나 더 올라가시려고 그러십니까?
능글맞게 웃는 얼굴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선일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서류를 사락사락 뒤집어 정리했다.
“뭣 때문에 연락하셨습니까?”
- 아,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장 사장님이 하신 말씀 있잖습니까.
“오메가 사업 말입니까?”
- 네, 네. 실은 ‘창백’ 쪽과 제가 진행하던 일이었거든요.
선일의 기억으로는 장 사장이 창백보다 먼저, 일을 키우겠다고 했다. 하필이면 창백과 협업하던 이 앞에서 그 얘기를 하다니 그도 참 운이 없다 싶다.
“그랬습니까. 장 사장님이 아쉬워하시겠군요.”
- 이 회장님은 아쉬워하지 마시라고 이렇게 연락드렸지요.
“…….”
그다지 끌리진 않았다. 한물간 오메가 연예인들로 바깥 장사를 하면 귀찮은 일은 적겠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들 터다. ‘창백’이 끼어든 이상, 아무래도 해외에 아예 회사를 차려 뒷돈 빼듯 오메가들을 뒤로 돌려먹겠지.
게다가 우선 법망을 피해 하는 일이다. 딱히 법을 지키는 편은 아니지만, 회사 이미지에 타격이 가는 건 좋지 않다. 적어도 이미지엔 말이다.
-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랑 이 회장님은 무슨 일이 있으면 빠져나갈 수 있게 손을 써 뒀으니까요.
“생각해 보겠습니다.”
- 다음 주 수요일, 클럽에서 뵈면 좋겠네요.
“……그것도, 생각해 보죠.”
- 사모님도 뵙고 싶고요.
은근한 말투가 심기를 찔러왔다. 선일은 말없이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테이블을 두드렸다.
백이언, 비교적 빨리 회장 자리에 오른 이로 고작 서른다섯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꽤 나쁘지 않은 이미지를 쌓고, 사업 또한 고르는 족족 유행을 타곤 했다. 신세대적인 이미지가 강한 기업이었다.
그의 VTN사와 계속해서 연을 잇는다면 제게도 나쁠 것은 없었다. 선일이 이끌고 있는 이곳은 꽤나 오래된 기업이었으니까.
고민하던 선일은 그래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 * *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였다. 선일은 여전히 잔뜩 쌓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때 비서실에서 사무용 전화가 왔다.
“왜?”
- 회장님, 아드님이 오셨는데 미리 약속된 것일까요?
“……규서가?”
- 네, 이규서 님 오셨어요.
규서가 회사로 온 적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선일이 시킨 일을 하기 위해 간혹 들르기만 했을 뿐, 그가 자의로 찾아온 일은 전무했다.
녀석은 분명히 제 아들이었다. 유전자를 조합해 만들어진 ‘우성 알파’. 하지만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만들어진 아이인 탓일까, 온전히 받아들여지질 않았다. 아니, 제 회사에 당당히 들어선 것이 오히려 불쾌하다.
“들여보내.”
어차피 오늘 내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은 끝냈다. 이전에 하던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건가. 선일은 한숨을 내쉬며 주먹으로 목덜미를 툭툭, 쳤다. 밀린 것이 많아 약속을 다 취소하고 나가질 않았더니 온몸이 뻐근했다.
잠시 뒤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비서의 뒤로 규서가 들어왔다. 굳게 닫혀 있는 입술이나 결연한 눈빛을 보니 무언가 다짐을 한 듯싶었다. 그래 봤자 스무 살짜리 꼬맹이가 뭘 하겠냐마는.
“앉아.”
선일은 손님용 티 테이블을 턱으로 가리켰다. 비서는 차를 내오겠다며 문을 조용히 닫고 나갔다.
“또 뭐가 불만인 거냐?”
회사 일만 해도 벅찼다. 어린 남자애를 육아할 시간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선일은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클럽에 데려가는 것이 꼭 아내일 필요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규서가 내뱉은 말은 의외인 것이라, 선일은 눈썹 한쪽을 들어 올렸다. 등을 뒤로 기울이자 주름 하나 없는 정장이 더욱 넓게 퍼졌다. 빳빳한 재질의 천 안쪽 몸이 근육질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각진 어깨가 드러났다.
“그간 집에 들인 오메가들은 ‘클럽’에서 몸이 망가져서 돌아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새 오메가를 구해 오겠습니다. 탈이 날 일도 없고, 비용이 들지 않는 이로요.”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맞는 이야기다. 알파클럽의 모든 회원이 자신의 아내를 돌리는 것에 찬성할 리는 없었다. 내 것은 내 것, 타인의 것은 모두의 것. 그리 생각하는 이들이 한둘도 아니었기에, 부부 동반 시에 반드시 자신의 아내를 데려오지 않아도 된다는 룰이 있었다.
뭣보다 클럽에서 여러 차례 돌려진 오메가들은 대부분 망가지기 일쑤였으니, 아내를 오래 두고 쓰고 싶은 이들은 다른 오메가를 데려오곤 했다. 둘째 부인이라고 부르면서.
“왜?”
“……제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요.”
“그니까, 왜? 이번 오메가가 꽤 마음에 드나? 그런 것치곤 험하게 다루던데.”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천으로 닦았다. 시력이 나쁜 편은 아니었기에 안경은 시력 보호용으로 산 것이었다.
“망가지면 아깝잖아요. ……그런 게 자주 있는 것도 아닌데.”
“투홀이라? 그런 게 취향이면 여자를 들여. 나중에 말이야.”
“이번 오메가는 몸이, 좀 약하니까…… 곱게 쓰자고 하는 거예요. 방법이 있는데 굳이 돌아서 가야 됩니까?”
“난 네가 이러는 게 이해가 안 가는데. 몸 약한 오메가가 한둘인가? 두 번째였나, 그놈도 비리비리했지.”
케이스 안에 안경을 넣고 닫았다. 이규서가 입술을 물어뜯으며 저를 노려보고 있었다.
“설마, 마음이라도 갔나?”
“뭐… 라구요?”
“왜. 예쁘장하고, 성격도 꽤 귀여우니 그럴 수 있지. 성욕 배출구에 그런 걸 느꼈다니 유감이지만.”
선일은 첫 번째 오메가를 떠올렸다.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규서 이놈이 정말 제 애미라도 되는 듯 졸졸 따라다니며 말을 꽤 잘 들었었다. 그러다 그가 아래가 헐거워졌다는 이유로 길거리 알파들에게 두들겨 맞고 왔을 땐 적잖게 충격을 받았었지.
당장 신고해야 한다고, 강간으로 모자라 사람을 이렇게 패 놓을 수 있냐고 화를 내기에 선일은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다고 했다. 제 용도를 다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 어차피 갈아치울 때가 되어 다음 날 보내버렸다.
그때 울먹이던 것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모른다. 고작 오메가에게 눈이 뒤집혀서는.
“……당신이 먼저 그랬잖아.”
“어미에 이어 제 짝이라도 구한 듯 굴고 있으니 제법 재밌네. 취향이 굴러먹은 걸레라도 되는 거냐?”
“입 조심해. 당신이나 그따위로 굴지 마!”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나이임에도 단 한 번도 말을 놓지 못했던 녀석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차를 내오던 비서가 놀라 다시 문을 닫고 나가는 게 보였다. 선일은 내일, 회사에 소문이라도 나겠다 싶어 한숨을 내뱉었다.
“대체 뭐가 문제냐? 다른 놈들처럼 고분고분 있을 순 없어?”
“지하실로 내려가서는 벌도 주지 않았지?”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짐을 챙겼다. 더 이상 대화할 이유가 없었다. 이규서가 유독 오메가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 경우는 하는 짓과 말이 달라 의아하기는 했지만, 선일은 아이의 동정심에 놀아날 생각이 없었다.
“딴 놈들한테 돌리면서도 기분 나빠서는, 혼자 속으로 지랄했잖아. 아니야?”
“시간이 늦었어. 과제 없나? 요즘 대학생들은 물러 터졌군.”
“말 돌리지 말고!”
규서의 성난 언성에 선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가방을 챙겨 들다 시선만 돌려 규서를 빤히 쳐다보았다. 가늘고 긴 눈, 위쪽으로 치우친 동공이 섬뜩하게 반짝였다. 규서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가, 이를 악물었다.
저 눈빛이 무서워서, 저도 어떻게 될까 두려워서 그의 말에 복종하고 살았다. 크게 불편한 건 없었지만 맘에 들지 않는 점이나, 그가 자신을 처벌할 때마다 참아야 했다.
“당신이 더해. 나보다 더하다고. 그 오메가한테 넘어가서 눈 돌아가는 거 다 보여.”
“무슨 개소리를 하나 했더니…….”
어처구니없다는 듯 실소를 뱉는다. 선일은 눈을 내리깔고 짐을 챙겨 몸을 일으켰다.
“딴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일 것 같아? 대학교 동창이라며. 아는 사이여도 상관없다며? 아무런 감정 없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 근데 지금 뭐야, 이전 오메가들이 했던 것, 그대로 걔한테 한 적 있어? 있냐고!”
그래서, 지금 오메가 하나에 알파 둘이 눈이 멀어 병신처럼 구는 꼴을 내보이란 말인가. 선일은 규서를 지나쳐 회장실 문을 열어젖혔다. 몇 년 뒤 제 자리를 이을 놈이 저렇게 감정적이어서야 되겠는가.
“내가 아니라 아버지, 당신이 후회하게 될 거야.”
“그래, 들어가서 공부나 해라. 교수한테 밉보이지 말고.”
그대로 문을 닫고 나왔다. 안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비서들은 부리나케 나와 선일의 눈치를 보았다. 선일은 말없이 한숨을 쉬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총 13층의 큰 건물, 선일이 운영하는 회사는 강남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경영을 배우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 자리를 맡아 온 지도 곧 십 년이다. 아직 이 회사가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창밖을 보자 하늘이 어둡다.
* * *
“다녀오셨어요.”
오늘은 시간 맞춰 인사를 건넸다. 연재는 안쪽이 비치는 옷자락을 늘어트리며 우물쭈물 고개를 숙였다. 한데 오늘따라 선일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회사에서 나쁜 일이라도 있었는지 미간에 주름이 가득했다.
“가방, 주세요.”
두 손을 내밀자 그가 서류 가방을 내밀었다. 연재는 그것을 들고 선일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었다. 하지만 선일은 가만히 선 채로 연재를 내려다보았다. 뭔가 빠트린 게 있었을까? 인사하고, 짐도 들어 주었는데.
“채연재.”
“네, 선일 씨.”
기묘한 긴장감에 마른 입술을 훑자 그가 벽을 툭, 쳤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고개를 기울이자 선일이 연재의 어깨를 잡아 벽으로 짓눌렀다. 손에 들린 가방이 떨어지고, 두 손목이 선일에게 붙잡혔다. 그는 신발도 벗지 않고서 연재의 등 뒤에 달라붙었다.
“서, 선일 씨?”
“…….”
“왜, 왜요? 저 뭐 ……잘못했어요?”
겁에 질린 목소리에 선일이 낮은 침음을 흘렸다. 이런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헛소리라 치부했건만 규서의 목소리가 자꾸만 맴돌아 오는 길 내내 운전에 집중하질 못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차가 꽉 들어찬 네거리에서 앞차에 들이박고 싶었다. 무언가 폭발할 듯 부글부글 끓었다.
“가만히.”
“네, 네…….”
연재는 벽에 붙은 채로 침을 꼴깍 삼켰다. 선일의 손이 아래로 향했다. 부드럽고 얇은 바지를 아래로 내리더니, 유독 통통하고 동그란 둔부 사이를 가른다. 굴곡진 손가락은 살짝 부은 두 구멍을 두드렸다.
이규서의 말처럼 채연재에게 홀렸다거나, 그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전 오메가들과 달리 ‘알던 사이’였기에 거슬리는 것뿐이다. 그때는 제법 나쁘지 않은 사이였으니까. 오히려 회사를 이으며 제 비서 자리에 앉히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럭저럭 똑똑하게 일을 처리하고, 성실했으니까.
그러다 구질구질한 중소기업에서 알파 놈들의 커피나 탄다는 소식에 손을 털었지.
“아, 흐……!”
앞쪽을 벌려 음핵을 찌르듯 누르자 연재가 놀라 퍼떡 뛰었다. 선일을 향해 고개를 돌린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한 번 만졌다고 느끼는 바보가 된 것만 같다. 다른 사람일 때는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선일은 천천히 내벽으로 검지를 밀어 넣었다. 뜨뜻하고 축축한 애액이 손가락을 감싸오며 속살이 움찔거린다. 비교적 작은 보지구멍은 신기하게도 금세 오므라들어 손가락 하나만 넣어도 꽉 찬 느낌을 줬다.
뒤는 만지고 싶지 않았다. 백이언 그놈이 뒤쪽에 쑤셔 박으며 대화를 나눈 것이 떠오르던 탓이다. 그간 해온 것과 다를 것도 없는데 괜스레 그것이 불쾌했다.
선일은 말없이 연재의 안쪽을 넓혀 가며 매끄러운 내벽을 꾹꾹 짓눌렀다.
“흐아, 아읏…….”
연재는 주먹을 꼭 쥔 채로 눈을 감았다. 고작 안을 넓히는 건데 어째서 이렇게 몸이 달아오르는지 모르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안쪽이 가려워 크고 굵은 것이 세차게 긁어 주면 좋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 보니 아내의 역할에는 ‘남편이 원할 때마다 이에 응할 것’이라는 항목도 있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제게 푸는 걸까? 연재는 선일을 힐끔거렸다. 살짝 벌어진 입술에서 가느다란 숨이 새어 나왔다.
까만 동공을 위로 올린 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선일은 한참 아래를 쑤셔대다가 연재의 시선을 느끼곤 그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양 뺨이 붉게 물든 동그란 얼굴이 꼭 사과처럼 익어있었다. 게다가 연재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페로몬이 천천히 배어 나왔다.
오메가가 알파와 성행위를 하며 페로몬을 흩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번식행위였다. 그러나 그간 다른 이들에게 다리를 벌릴 때 페로몬을 풍긴 적이 없었다. 솔향과 사과 향이 한데 섞여 상큼한 냄새가 기분 좋게 흘렀다.
그래, 백이언이랑 할 때도. 규서 놈이 데려온 친구들에게 범해질 때도 페로몬 향이 나지 않았다.
선일은 입꼬리를 올리곤 두둑하게 달아오른 바지 중심을 연재의 골 사이에 비벼 올렸다.
“서, 흐으…… 선, 일 씨…….”
“좋아?”
온몸이 캐러멜처럼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가 몸을 부딪쳐 올 때마다 끈적한 액체가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는 듯했다. 선일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허전한 아래를 어서 빠듯하게 채워 주기를 바랐다.
연재는 음부를 조였다 풀어내며 벽에 이마를 대고 숨을 몰아쉬었다.
“어서, 흐, 어서요.”
“아직 안 풀어졌잖아.”
“어, 언제느은, 그런 걸 따졌다구…… 아!”
손가락이 하나에서 세 개로, 순식간에 늘어나 안쪽을 마구 휘저었다. 그것만으로도 질구가 가득 차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연재는 눈가를 발갛게 붉히곤 선일을 올려다봤다.
“간, 간지러워요. 넣어 주세요.”
오늘따라 감도가 좋은 건지, 애교를 부리는 건지 애절한 눈빛에 선일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하긴 채연재는 결혼 첫날부터 다른 남자들과 뒹굴고 온 놈이다. 그 사실을 떠올리니 또 불쾌해져, 선일은 철퍽, 철퍽 소리가 나도록 손을 거세게 움직였다.
“흐, 아앗! 앗, 읏!”
파르르 떨리는 허리를 붙잡고 아래를 대충 휘저은 뒤 곧바로 성기를 꺼냈다. 생각해 보니 현관에서부터 하는 건 조금 번잡스럽다. 선일은 연재를 번쩍 들어 앞으로 돌린 뒤, 단번에 보지구멍으로 좆을 처박았다.
“하윽!”
대번에 쑤시고 들어온 탓에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파르르 떨고 있자, 선일은 연재를 안은 채로 신발을 벗었다. 그리곤 그대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거실로 향하자 고용인이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아, 흐읏, 앗, 응!”
“다녀오셨어요?”
“네.”
“식사는 언제 하시겠어요?”
고용인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연재는 수치로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선일의 목을 끌어안았다. 무릎에 힘을 뺐다간 그대로 곤두박질칠 것만 같아서 허리에 다리도 단단히 묶었다. 선일은 연재의 둔부를 받친 채로 답했다.
“두 시간쯤 뒤에요.”
“네, 그렇게 할게요.”
다시 부엌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 상태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그의 앞에서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었지만, 보일 때마다 부끄러워 참을 수 없었다. 저 사람은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저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는데.
“흐으, 읏, 흐, 흡, 끄윽!”
다시 걸음을 옮긴 선일 덕에 움직일 때마다 몸이 들썩였다. 성기가 내벽을 쿡쿡 찌르고, 아래가 조였다 풀어졌다를 반복하며 간질간질한 자극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큼지막한 성기는 내벽을 가득 채운 채로, 선일이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울룩불룩하게 튀어나온 핏줄 하나하나가 내벽을 살살 간질이며 제 존재감을 나타내는 바람에 추삽질보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연재는 선일의 어깨에 이마를 박은 채로 온몸에 힘을 잔뜩 주었다.
“빠, 빨리, 들어가, 요…….”
“왜?”
일상적으로 움직이던 선일은 순간 연재의 태도에 눈썹을 들어 올렸다. 이제 와 보니 눈도 뜨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며 제 품으로 숨고 있다. 꼭 도토리를 숨기는 다람쥐 같아서, 선일은 안방으로 향하다 말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흐읏!”
“부끄러워? 저 사람들한테 보이는 게.”
“아흐, 흑, 다, 당연… 흐읏, 앗!”
그가 자세를 바꾸자 두둑한 성기가 더욱 깊은 곳까지 찌르고 들어왔다. 연재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켜며 손톱을 세웠다.
“몇 번이고 보였잖아.”
“그, 래도…… 으, 흣, 앗!”
선일은 장난스레 손을 움직여 성기를 품은 아래를 벌렸다. 그러자 음핵과 음순, 새빨간 속살이 훤히 드러났다. 연재는 그가 흉한 것을 보지 않았으면 해서 선일의 목에 달라붙었다가 밀려났다. 벗기다 말아 무릎에 걸쳐진 바지와 속살이 훤히 보이는 상의를 훑어본 선일이 동그란 음핵을 살살 돌리며 엄지와 검지로 비벼댔다.
“아으, 흐, 그, 그거, 시…… 으, 흐읏!”
“싫어?”
“흑, 아! 아읏, 드, 들어가, 요, 흑……!”
고용인은 모두 베타로 이뤄져 있었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구역이 분담된 세 명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집안 곳곳을 끊임없이 쓸고 닦는 남성 베타였다. 집이 크긴 했으나 매일 같이 쓸고 닦는 곳이 더러울 리는 만무했다. 그는 종종 베란다 구석에 앉아 여자친구와 통화하곤 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시선을 돌려 연재를 쳐다보곤 했다.
“서, 선일 씨이…….”
연재는 이제 울 듯한 목소리로 그의 재킷을 흔들며 졸랐다. 예의 그 남성 베타가 아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선일은 평소보다 적나라하게 연재의 허리를 잡아 위로 올리고, 손을 놓으며 억세게 움직였다.
아마 뒤에서 훤히 보일 것이다. 성기가 들어가면서 질구가 크게 벌어지고, 애액을 줄줄 흘려대는 것까지. 연재는 입술을 말아 물고 선일의 어깨를 툭툭 쳤다.
“드, 들어가요, 흑, 여기, 싫, 싫어요.”
“그렇게 싫어?”
“네, 너, 너무, 싫…… 흐으, 앗!”
선일은 연재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허리를 들썩이다, 제가 앉은 자리가 그 자리였다는 걸 떠올렸다.
혹시 백이언이 앉았던 자리라 싫은 것인가? 선일은 제 목을 와락 끌어안은 연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통통하고 하얀 엉덩이만 드러낸 뒤를 툭툭 두들겨 주자 녀석이 빨리요, 하고 속삭였다.
왜 자꾸만 백이언이 신경 쓰이고 짜증 나는가 했더니, 연재에게 해를 끼쳐 그런 듯했다. 이리저리 해진 애를 사람들 앞에서 박아댔으니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 선일은 연재의 머리채를 뒤로 잡아당기며 말간 얼굴을 억지로 보이게끔 했다.
“왜, 왜요?”
동그란 눈동자가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붉은 눈시울과 하도 물어뜯어 상처가 난 입술이 보였다. 이걸 다음 주 클럽에 데려간다라. 말을 물릴 수도 없다. 연재가 가서 회장들을 잘 대접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엉엉 울다가 제게 먹칠을 하는 건 아닌지. 가만히 고민에 빠져 있는데 연재가 불편한 듯 허리를 들썩였다.
“……저기이…… 선일 씨.”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가 펴졌다가 반복하며 연재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선일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아래는 간지럽고 베타의 시선은 여전히 느껴졌다. 평소엔 쉬지도 않고 삽입을 해대더니 오늘따라 왜 이러나 싶다.
연재의 재촉에 선일이 아, 하고는 그를 들어 안았다. 내려 주면 혼자 걸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연재는 꾹 참고 선일을 팔과 다리로 감쌌다. 아까처럼 움직일 때마다 아래가 들썩이는 것이 묘했다. 질구가 벌어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단단하게 발기된 성기를 틈 하나 없이 빨아들였다.
겨우겨우 안방에 도달했다. 선일은 문을 닫고, 연재를 침대에 눕혀 주었다. 연재는 입을 꾹 다문 채로 양 무릎을 잡아 스스로 다리를 벌렸다. 하얗고 말간 것이 잡아먹어 달라는 듯 맨살을 드러내니, 꼭 갓 태어난 토끼 같았다.
“괜찮지, 이제?”
조금 전까지 칭얼거리던 연재는 다소 편한 얼굴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일은 벌어진 아래에 귀두를 올려놓고 천천히 비비다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부들부들한 허벅지를 잡아 누르며 축축한 안쪽을 비집고 들어서자 한껏 달아오른 속살이 성기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선일은 연재의 다리를 제 어깨에 올려놓고는 아주 느긋하게 밀어 넣었다. 연재는 선일에 비해 몸집이 작고 말라, 커다란 좆을 욱여넣을 때면 아래의 피부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연재는 우성 오메가답게 아래를 잔뜩 적시고 알파의 것을 받아들였다. 마치 구멍 난 로션 통처럼, 희멀건 액체가 왈칵 하며 쏟아져 나왔다. 선일은 진득하게 흐르는 체취를 맡으며 더 깊은 곳으로 허리를 밀어 넣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애초에 섹스에 익숙할 녀석이 여전히 당황스러운 얼굴로 파들파들 떨었다.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는 선일이 움직일 때마다 달라붙어 왔다. 어깨에 올려 둔 무릎이 천천히 접히고, 두 사람의 몸이 겹쳐짐에 따라 연재의 호흡이 홧홧하게 물들어 갔다.
“아으, 흐, 흐윽…… 아, 아!”
그답지 않게 지나치게 느린 속도에 연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속이 간질간질했다. 아까 한참 괴롭힘당한 음핵에 음모가 닿으며 그의 둔덕에 눌리자, 더 강하게 짓눌러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끈적끈적하게 성기를 빨아대는 보지구멍으로 더욱 세차게 들어와, 평소처럼 숨도 쉬지 못하게 박아 주면 좋겠다. 느긋한 움직임에 연재는 안달이 나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였다. 그의 음모에 음핵을 비비며 무릎을 모으려 하자 선일이 그를 막았다.
“많이 해댔을 텐데, 기특하게도 잘 조인단 말이지.”
“흐으, 흣, 응…….”
“처음엔 순진한 녀석이 뭣 모르고 온 줄 알았는데…….”
선일은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연재의 허리를 추켰다. 더한 쾌락을 고파 하며 질구가 움찔거렸다. 입구까지 정액이 왈칵거리도록 범해도, 연재는 또다시 조여 왔었다. 아무리 우성 오메가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성욕 처리에 최적화된 구멍은 처음인지라, 선일도 내심 아까웠다.
클럽에 간다면 십중팔구 두세 번 만에 망가질 것이다. 그 후부터는 제가 손도 대고 싶지 않을 만큼 더럽혀져 시키지 않아도 오는 손님마다 대접을 하려 안달을 내겠지. 지금까지 오메가들이 그래 왔듯이 말이다. 그만큼 클럽에서 쓰는 ‘약’은 질이 나빴다.
“서, 선배애, 빨리이…….”
그때 연재가 잘게 재촉하며 칭얼거렸다. 아니, 살짝 화난 것도 같았다. 일그러진 눈썹이나 사납게 노려보는 눈동자나. 선일은 의외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작게 웃었다. 이번 오메가는 여러모로 아까운 면이 많았다.
그래, 그래서 규서의 눈에 그리 비쳤을 것이다. 아는 사이라고 해서 제 태도가 달라질 리는 없지 않은가. 선일은 연재의 허리를 잡아 성기를 단번에 뽑아냈다.
“흐읏, 아!”
벌어졌던 보지구멍이 천천히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음란하게 움찔거리며 애액을 뚝뚝 흘려대는 안쪽 동굴은 젤리처럼 구불구불하게 뒤틀려 있었다. 다시 퍽, 쑤셔 넣자 속살이 폭신하게 성기를 감싸 오며 강하게 수축했다.
아랫배가 살짝 볼록해지며 선일의 성기를 모두 삼켰다. 움직일 때마다 즈읍, 쭈읍, 하고 애액이 붙었다 떨어지며 노골적인 소리를 냈다. 선일은 연재의 상의를 위로 올려 작은 가슴을 모두 드러내게 한 후, 입술을 맞췄다.
연재가 놀라 눈을 떴지만, 선일의 시선은 다른 곳에 있어 둘은 마주치지 못했다.
선배가, 선배가 왜 이러지?
연재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선일을 내려다봤다. 가슴을 빠는 소리가 귀에 콕콕 박혀 왔다. 축축하고 뜨거운 살덩어리가 유두를 빙글 돌리고 그 끝으로 꾸욱, 눌러왔다.
“서, 선일 씨. …흑!”
힘겹게 밀어내자, 선일은 말없이 번들거리는 입술을 한 번 훑었다. 그리곤 눈썹을 올리며 울먹이는 연재를 쳐다봤다. 진득한 체액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젖꼭지 한쪽이 다른 쪽에 비해 톡 튀어나와 있었다.
반대쪽에 손을 올려 살살 돌리자 연재가 선일의 어깨를 붙잡고 파르르 떨었다. 차마 그 손을 밀어내지는 못했다.
선일은 작은 가슴을 손자국이 남도록 세게 쥐고 허리를 움직였다. 퍽, 찧을 때마다 연재의 몸이 위로 치우쳐졌으나 가슴과 옆구리를 잡아 끌어내리며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연재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기분에 양 입술을 말아 물었다. 저도 모르게 헛발질을 하며 끙끙, 하고 신음을 참고 있는데 선일이 대뜸 물었다.
“임신하면 여기서 젖이 나오나?”
“흐, 흐읏…… 네, 네? 앗!”
“이 작은 데서 나올 게 뭐가 있지?”
순수하게 의문을 담은 얼굴이다. 그간 오메가를 임신시킨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되지 않는 듯 표정이 묘했다. 연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거친 손바닥이 계속해서 유두와 유륜을 비틀고 짓눌러댔다.
시야의 초점이 흐려졌다가, 다시 선배의 얼굴이 또렷해졌다. 입꼬리를 올린 것이 보였다. 제 위로가 먹혀들은 모양이다. 연재는 선일을 힐끔 올려다보며 지금, 지금인데. 하고 생각했다.
“서, 선… 일 씨……잇, 흐읏!”
“왜.”
다소 무심한 목소리였으나 흥겨운 감정이 느껴졌다. 화났던 것이 풀린 걸까. 몸으로 남편을 위로하는 아내가 된 것은 참으로 비참했지만, 선배가 웃고 있으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저요…… 아, 하으, 아!”
“어.”
연재는 후들거리는 팔을 뻗어 선일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최대한 순한 얼굴로, 마른 입술에 침을 묻혔다.
“하, 하루만…… 흑, 흐으… 나가, 갔다 오고, 싶… 으, 은데에…….”
“……왜?”
낯을 확인하자 떨떠름할 뿐 화가 나거나 불쾌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연재는 여전히 제 가슴을 가지고 노는 남자의 어깨에 이마를 묻고 작게 헐떡였다. 생경한 감각에 어깨가 찌릿찌릿했다. 작은 유두가 자극당할 때마다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며, 면접…… 흑, 아, 지, 집에서…… 일, 할 건데…… 요, 흐읏, 응!”
“면접?”
뚝, 움직임이 멈췄다. 성기의 말단까지 처박힌 채로 선일이 인상을 찌푸렸다. 커다란 귀두가 안쪽을 퍽 치고 올라왔기에 연재는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무슨 면접.”
“하, 하으, 흑…… 지, 집에서, 하는, 일…….”
“재택근무?”
“네, 에…… 흐, 며, 면접… 만, 보고, 올게요.”
꺾인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자, 우두커니 멈춘 선일이 보였다. 그는 제 목을 감싼 연재의 손을 치우고는 경직돼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내벽에는 여전히 그의 것이 들어 있었고, 선배가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이 제 존재감을 뽐냈다. 연재는 무릎을 모으며 침대를 짚었다.
“안, 되나요?”
할딱이는 숨소리가 섞여 그 물음이 참으로 처연하게 들렸다. 선일은 나른한 얼굴로 커다란 손을 쥐었다 폈다. 순간, 일을 하고 싶다면 제 회사로 오면 될 것이지, 하고 생각한 것을 믿을 수 없었던 탓이다.
오메가를 회사로 데려오는 일은 결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은 다른 이들을 대접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그 명칭처럼 ‘아내’가 아니었으니까. 창부와 다름없는 그들을 회사에 들이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오메가에게도 그랬다. 그는 자신이 첫 아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이 관계가 오래갈 것이라 믿었다. 다른 이들에게 몸을 내어주어도 회장의 아내라는 자리를 몹시 탐냈다. 그래서 멋대로 회사에 찾아왔을 때 그를 당장 사창가에 내다 버렸다.
한데, 연재는…….
선일은 눈꺼풀을 아래로 내리며 복잡한 듯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곧 다시 평소처럼 연재의 허리를 붙잡고 단번에 좆을 처박았다.
“아윽!”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아랫배에 힘을 주자 볼록하니 선일의 성기가 튀어나온 것이 보였다.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은 뻐끔거리지도 못하고, 절박하게 그의 것을 씹어댔다. 화가 난 걸까? 웃음기 가득한 얼굴이 굳어 있었다.
“흐, 아윽, 흑! 아!”
괴롭히다, 다정해졌다 다시 서늘해진 선배의 태도에 맞춰 가기가 어려웠다. 사정없이 움직이는 탓에 생각을 잇기에도 어려웠다. 안 된다는 걸까. 제가 괜히, 약속을 어기려고 해서 화가 난 걸까?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선일은 목울대를 움직이며 떨떠름한 얼굴로 연재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래, 갔다 와.”
선일이 뱉은 뜻밖의 말에 연재가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나 감사를 표하기도 전에 그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여 추삽질을 해댔다. 찔꺽, 찔꺽. 동그란 둔부에 고환이 부딪치고 음란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흐, 아으, 흣, 응!”
“……언제 가는지 말하고.”
선일의 큰 손이 볼기짝을 잡아 왔다. 그대로 몸을 끌어 올려 퍽, 퍽 소리가 나도록 박아댔다. 온몸이 찌르르 떨리며 쾌락이 낮게 깔린 후회 위로 범람했다.
어차피 집에서 하는 일이니 괜찮을 테지. 가만히 생각하던 선일은 그것을 끝으로 한숨을 쉬었다.
연재는 그저 과거에 알던 후배였기에 조금 안쓰러웠을 뿐이다. 이 관계에 다른 감정이 들어가서는 안 됐다. 시작부터 반대로 박음질을 한 헝겊과도 같은 결과가 아닌가. 이미 지나 버린 것을, 이미 헝겊에 바느질의 흔적을 남겼기에 실을 빼낸다 해도 온전히 처음과 같을 순 없었다.
“도망치면 너희 부모님이 네 대신이 될 거야.”
선일은 무신경한 눈빛으로 일순 파랗게 굳은 얼굴에서 시선을 피했다. 오늘따라 고분고분 말을 듣고, 귀여운 말을 하더니 제게 부탁이 있어 그랬나 보다. 그 사실을 깨닫자 가슴에 차가운 물이 첨벙이며 쏟아지는 듯했다.
“아, 아윽, 흑!”
말이 너무 심해, 너무해. 연재는 울먹이며 툭 튀어나온 입술에 힘을 주었다. 도망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부모님으로 협박하는 그가 미웠다. 조금 전 자꾸만 간질이며 괴롭히기에 빨리해 달라고 졸랐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괜히 그랬어. 그냥, 나도 그냥 좋으니까 해달라고 한 건데. 저런 말을 하다니, 너무해.
다정했던 선배는 다시 무섭게 변했고 구멍을 풀어 주던 그는 허리를 들어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 침대로 짓눌렀다. 뒤통수가 퍽, 하고 침대 스프링에 튕겨 나왔다. 연재는 잘게 떨리는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억센 움직임에 숨이 막혔다. 연재의 체구가 선일보다 한참이나 작았던 탓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더운 숨을 내뱉으며 선일을 쳐다보았다. 조금 전까지 살살 웃으며 장난을 치던 그는 어디로 갔는지, 적막해진 낯빛이 섬뜩했다.
“끝나고, 바로…… 약 먹어.”
* * *
연재는 후들거리는 걸음을 옮겨 욕조에 드러누웠다. 선일이 규서를 부르기도 전에 제 발로 욕실로 들어와 문도 걸어 잠갔다. 그런 짓을 했던 아이에게 제 몸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뜨거운 물을 틀어 온몸이 녹아내리도록 닦았다. 마지막 선배의 표정이 잊히질 않아 설움이 북받쳤다. 싫으면 안 된다고 하지, 왜 그런 얼굴로 허락해 줬는지 모르겠다. 저는 나름대로 용기를 내서 물어본 건데.
콧잔등을 찌푸리며 훌쩍였다. 손을 아래로 뻗어 선배의 정액을 빼냈다. 규서가 했던 대로 손을 움직였으나 직접 하는 건 꽤 아팠다. 손가락보다 엄청 큰 것도 들어왔는데, 고작 이런 게 아프다니 어불성설이다. 연재는 고집스레 입술을 물고 가능한 깊은 곳까지 긁어내렸다.
“흐, 흐윽…….”
욕조에 매달려 허리를 들고 끈적한 것을 빼내자 허리가 들썩였다. 저도 모르게 자극이 된 탓이다. 눈살을 찌푸리며 손톱을 세웠다. 통통한 둔덕을 갈라 손가락을 비집어 넣자 이맛살이 구겨진다.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새어 나오는 신음을 눌러 참았다.
“하윽, 윽!”
아직 더 깊은 곳에, 손가락이 닿지 않는 곳이 질척했다. 연재는 질구에 힘을 줘 어떻게든 짜내려 했지만, 쭈쭈바도 아니고 힘을 준다고 나올 리가 없었다. 결국 천신만고 무거운 몸을 늘어트리며 포기했다.
이러다가 임신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이걸 다 빼내야 할 텐데…….
임신을 하면 가슴에서 젖이 나오냐고, 이 작은 거에서 나올 게 있냐고 묻던 얼굴이 생생하다. 연재는 침을 꼴깍 삼키며 주변을 둘러봤다. 물론 문을 잠갔으니 아무도 없겠지만, 욕실의 창문이 열려 있는지도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야 시선을 내려 제 두 가슴을 쳐다보았다. 선일이 하도 만지작거려 평소보다 도톰하게 부어오른 유실은 살짝만 건드려도 욱신거렸다. 여자들의 가슴에서는 젖이 나온다는데, 오메가도 나오려나?
성교육 시간마다 졸았던 것이 후회스럽다. 연재는 조심조심 두 손으로 가슴을 동그랗게 잡았다가 위로 들어 올렸다. 하지만 잡히는 것이 없기에 골이 생기거나 살집을 움켜쥘 수는 없었다.
옛날에 학교를 다닐 적, 친구였던 한 오메가는 키도 크고 덩치도 엄청났다. 반 아이들은 그런 그를 놀리곤 했지만 모두 그의 주먹에 얻어맞고는 입을 꾹 다물었었다. 아무래도 덩치가 크니까 가슴도 컸다. 그 또한 남자였지만, 여성들과 비교해도 될 만큼 컸다.
그 정도로 키우면 젖이 많이 나올까? 선배는 나오길 바라는 것 같았는데.
한참 가슴을 주물럭대다가 연재는 허탈한 얼굴로 손을 내려놓았다. 이게 무슨 짓인가 모르겠다. 어차피 몇 년 뒤에는 이혼할 텐데, 애를 낳아 키울 생각을 하는 게 우스웠다.
뒤처리가 어설퍼 아이가 생긴다면 선배가 알아서 하려나? 아니면 제가 키워야 하나. 지운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꺼림칙했다. 어차피 초기엔 작은 세포일 뿐이지만…….
생각을 마치고 다시 물을 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뽀득뽀득 씻었다. 힘을 내서 안쪽에 차 있는 정액도 다시 긁어냈다.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 추위에 파르르 떨며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욕실 옆에 놓인 병을 들어 올렸다.
잘게 흔들자 약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서로 부딪쳤다. 무슨 약인지, 어디 회사인지도 나와 있지 않은 수상한 병이지만 연재는 의심 없이 뚜껑을 열어 알약을 꺼내 삼켰다. 목구멍으로 넘기다 겉면이 살짝 녹아 쓴맛이 났다.
“으에.”
거울을 보며 혀를 길게 내밀자 꼭 바보 같았다. 조금 웃겨서 키득키득 웃다가, 얼른 욕실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허락받아서 다행이다. 규서와 함께 면접을 보고, 집에서 짬 나는 시간에 일을 하면 딱 좋겠다. 그럼 하루하루가 지겹지도 않을 거고, 시간도 빨리 갈 것이다. 뭣보다 제 경력에 ‘쉬는 날’이 없다는 게 좋았다.
무슨 일을 하든 후에 회사에 들어갈 때, 일을 하지 않고 방탕하게 논 기간이 있으면 아무래도 안 좋으니까. 말이야 지어내면 그만이다. 연재는 축축한 머리를 수건으로 몇 번 털어내며 하품을 내뱉었다.
오늘은 선배가 좀 무서웠지만, 결과는 좋으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