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사로운 햇살이 깃든 커튼이 흐르며 (5/9)

따사로운 햇살이 깃든 커튼이 흐르며

“오늘…… 면접 보고 왔지?”

선일이 대뜸 물었다. 연재는 눈을 깜빡이다가 어설피 웃었다.

“아, 그게…… 떨어졌어요.”

“그래?”

“네, 이미 사람을 뽑았다고, 그래서…….”

거짓말은 익숙지 않았는데, 막상 뱉으니 술술 나왔다. 연재는 침대에 걸터앉는 선일의 옆으로 가 수건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침대에 무릎을 대고 서서 축축한 머리카락을 살살 털어 말렸다. 까만 머리카락 아래로 굵은 목과 넓은 흉통, 어깨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네?”

“오늘 한 일은 그게 다야?”

고개를 돌린 선배의 눈동자가 무언가에 억눌린 듯 보였다. 연재는 구겨진 눈썹을 보다가 입매를 끌어 올렸다.

“면접…… 다녀와서, 그냥, 다른 곳 찾다가 쉬었어요. TV 좀 보고…… 채, 책도 읽고. 주신 약도 챙겨 먹었구요.”

“그리고.”

“그리고…… 선일 씨가 오셨어요.”

슬쩍 눈치를 보자 선배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잠시 적막이 내려앉았다. 연재는 혹시나 그가 저를 의심할까 싶어 콩닥콩닥 뛰는 심장 부근을 손으로 살살 문질렀다. 며칠 전부터 선배는 집에 오자마자 잠에 들었다. 그러니 오늘도 그럴 것이다.

몸에 남은 남자들의 억센 손자국을 발견한다면, 거짓말이라는 걸 들킬지도 몰랐다. 마른침을 삼키며 결 좋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털어 말렸다. 한참 가만히 있던 선일이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그만하라는 듯 손을 들었다.

아직 머리가 덜 말랐는데.

연재는 수건을 들고 후다닥 욕실로 가 바구니에 놓고 나왔다. 돌아오니 선배는 형언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입술을 물어뜯고 있었다.

“이리 와 봐.”

“네, 네…….”

조심스레 다가가자 선일이 연재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그리곤 다시 물었다.

“정말 오늘 그것뿐이야?”

“…….”

“채연재.”

눈을 깜빡이던 연재는 시종 불안한 태도를 보였다. 움찔거리며 시선을 피하다가, 선일을 보며 침을 삼켰다.

“오는 길에…… 백 회장님, 을 만나 뵈어서 같이 왔어요…….”

“우연히?”

“네, 우연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가 자신을 쫓아왔든, 우연이든 연재에게는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으니까. 선일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표정을 살피자 조금 전보다는 나아진 듯싶었다. 연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침대 안으로 꼬물꼬물 기어들어 갔다.

“이제 자요. 내일 출근하시니까…….”

“그래야지.”

“불 끌게요.”

침대맡에 놓여 있던 리모컨을 드는데, 선일이 갑작스레 연재 위로 올라탔다.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자 그는 다부진 손으로 연재의 뺨을 짚었다. 심장이 콩콩 뛰었다.

“서, 선일 씨?”

“…….”

한참을 그러고 있던 선일은 조용히 연재의 상의를 벗겼다. 놀라 그 끝을 잡아 내렸지만 선일이 훨씬 빨랐다. 어깨에는 푸른 멍이 들어 있었다. 선일은 그것을 손끝으로 꾹, 누르다 하의마저 벗겼다. 얇은 옷이 스르륵 내려가자 골반에 큼지막한 손자국이 보였다.

침이 꿀꺽 넘어갔다.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면접을 보러 갔다가 사진을 찍히고, 그런 짓을 당했다고? 바보같이 이상한 것도 느끼지 못하고…….

“넘어지기라도 했나?”

“네?”

“넘어지기라도 했냐고. 계단을 구른 모양인데.”

선일이 태연하게 물었다. 연재는 고개를 숙여 제 몸을 훑었다가, 어깨를 움츠렸다. 선일은 그렇게 보이는 걸까? 자세히 보니 손자국이 그리 선명하지도 않고, 그냥 멍처럼 보이는 것도 같았다. 하얗게 물들었던 혈색이 천천히 돌아왔다. 연재는 뻣뻣하게 굳었던 어깨를 늘어트리며 헤헤, 하고 웃었다.

“네, 그, 계단에서 굴렀어요.”

“그래. 조심 좀 하지.”

“하하…….”

걱정하는 말에 반쯤 죄책감이, 그리고 반쯤 행복한 생각이 들었다. 선배가 걱정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다시 이전처럼 사이도 좋아진 것 같았다. 연재는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선일이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 뒤로 꺾었다. 우득, 하고 목이 뒤로 꺾였다.

“아, 윽…!”

“계단에 구르면 젖도 붓나 보지.”

일순 선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게 뜨인 눈동자가 오롯이 연재에게 향했다. 섬뜩한 기운에 소름이 돋을 만큼, 생소한 공포감이 일었다. 한순간에 심장이 위축되듯 머리가 새하얘졌다. 선일은 연재의 목을 억세게 쥐고서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다는 듯, 이를 갈았다.

“다리 벌려.”

* * *

“으, 흐윽…… 아!”

“…….”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위로 올려 찍자 그 틈새가 파르르 떨리며 성기를 오물오물 물어 왔다. 몇 시간을 해댔음에도 꽉 조여 오는 감각에 선일은 한숨을 내뱉고 등을 뒤로 기댔다. 삐리리, 삐리리. 오전 6시, 알람이 울렸다.

“서, 선일…… 씨, 흑, 아으, 앗!”

선일은 대답 없이 탁자로 손을 뻗어 알람을 껐다. 그리곤 놓여 있던 하얀 막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매캐하고 독한 냄새가 금세 안방을 채웠다.

“똑바로 해, 채연재.”

잠시 허리를 멈췄던 연재는 입술을 다물고 그의 아랫배를 짚은 채로 허리를 움직였다. 두 팔이 파르르 떨리는 것도 무시한 채 선일은 담배를 빨며 눈을 감았다. 연기가 폐 안으로 돌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이 느껴졌다. 살짝 어지러운 듯도 했다.

“흐읏, 응, 앗, 아읏, 흑!”

“더.”

짙은 연기가 연재의 얼굴 위로 뿜어졌다. 연재는 위아래로 움직이다 헉, 하고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나 이미 지독한 것이 혈관을 타고 들어와 온몸을 맴돌았다.

“커헉, 헉, 흐으, 콜록!”

저절로 눈물이 질질 흘렀다. 질구를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움직이던 연재가 고개를 푹 숙이곤 숨을 멈췄다. 흡, 흐윽, 큽, 짧게 내뱉은 숨소리에 선일이 담배를 빨아들이며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 들어 올렸다.

동그란 눈의 흰자위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눈 아래가 피로로 짙어져 있었다. 면접을 보고 온다던 채연재는 백이언의 차를 타고 돌아왔고, 맨몸이었다. 보고를 받은 선일은 당연히 연재에게 면접에 대해 물어봤고, 연약한 아내는 그저 떨어졌다고 답하며 웃었다.

그때부터 했으니, 거의 8시간째였다. 선일은 지친 기색 없이 연재의 둔부를 세게 붙잡았다. 몸에 남은 두꺼운 손자국들을 살피니 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여태 말없이 추삽질만 해댔던 것이 무색하게, 선일은 연재의 턱을 억세게 잡아 제게로 시선을 맞췄다.

“왜 이렇게 헐렁거려? 얼마나 됐다고 벌써 걸레마냥 늘어지는 거야?”

“흐읍, 흑, 그게, 앗, 아흑!”

“거짓말을 하려면, 똑바로 해야지. 응?”

그저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이 왜 옷을 벌거벗고 왔으며, 주머니에는 구겨진 수표가 들어 있는가. 백이언의 차를 타고 온 이유는 무엇이고 어째서 이야기를 숨길까.

무엇에 더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이 몸을 허락 없이 굴려 먹었다는 것에서 화가 나는지, 아니면 백이언의 존재가 잘못인지. 그것 또한 아니라면 연재가 입을 닫는 것에 화가 났을까.

“흐, 아윽! 윽, 거, 거짓……말, 아니, 흑, 아!”

“고집이 세, 채연재.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말하는 게 그렇게 싫어?”

“며, 면접…… 흑, 아으, 끅, 흐윽!”

눈물이 줄줄 흘렀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흐르는 것을 닦아내고 있자 선일이 담배를 짓눌러 끄고는 연재의 양 손목을 쥐었다. 퍽, 위로 쳐올리자 내벽이 경련하며 성기를 강하게 조여 왔다. 밤새도록 처박았음에도 연재의 속내는 여전히 좁고 습했다.

품으로 끌어당기자 연재는 힘없이 늘어지고는 가냘픈 신음을 흘렸다. 기절하고도 깨어날 때까지 이 짓을 한 탓에 온몸에 힘이 없었다. 선일은 허리를 일으키며 연재를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두 다리를 어깨 위에 얹어 놓자 연재가 덜덜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오늘, 출장이거든.”

“흑, 흐윽, 아! 아윽! 그만, 흐으, 흑, 아…!”

“갔다 오면 주기가 돌아오는데, 그때까지 얌전히 있을 수 있나? 하루라도 남자 맛을 보지 않으면 밖에서 돌리고 오는 천박한 아내가 말이야.”

주먹을 쥐었다 폈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선일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연재는 눈물로 얼룩진 뺨을 시트에 대고 문질렀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흐리멍덩하게 부서지는 듯했다. 어쩌면 눈물은 각막을 찢고 흐르는 것이 아닐까.

“아내를 잘못 골랐는지도 모르겠어. 이렇게 음란한 오메가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지. 백이언에게 대 줬나? 그에게 한 번 대 주니 좋았나? 나한테 거짓말을 할 정도로?”

“아흑! 흐, 악! 아윽, 아파, 아프, 아악!”

선일은 결국 제 분을 참지 못하고 연재에게 체중을 실어 있는 힘껏 박아 넣었다. 부러질 듯 가는 손목을 억세게 쥐고, 안쪽이 망가지도록 세차게 움직였다. 커다란 기둥에 꿰뚫리는 감각에 연재는 헛구역질을 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흐윽, 끅! 아파, 아파아, 아파요, 흑, 아윽! 아! 앗, 하윽!”

머리채를 붙잡고 속살을 짓이기듯 미친 듯이 찧었다. 아프다곤 하지만 연재의 성기는 꼿꼿하게 서서 쿠퍼액을 흘렸고, 음부에 물이 잔뜩 고여 질퍽이는 소리만이 새어 나왔다.

“백이언의 취향이 그쪽인가? 아파 죽겠다고, 울면서 비는 쪽?”

“아니, 흐으, 아니에, 아윽! 앗, 아흑, 흐으…… 그, 사람이라아, 으응, 흑, 아무, 일도…… 아!”

“난 거짓말을 제일 싫어해.”

차라리 솔직하게, 놈과 한바탕 구르고 왔다 하면 이리 화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선일은 말을 씹듯이 뱉으며 연재의 귓바퀴를 잘근잘근 씹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닿자 연재가 움찔거리며 몸을 움츠렸다.

이미 몸 곳곳에 선일이 남긴 흔적이 가득했다.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 * *

결국 출발 시간까지 괴롭혀진 연재는 축 늘어진 채로 기절했다. 선일은 깔끔한 슈트로 갈아입으며 연재의 벌어진 다리 사이를 보았다. 하얀 허벅지 안쪽과 온몸에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제 소유물이라는 도장을 찍어 놓은 것처럼, 연재의 몸이 온통 얼룩져 있었음에도 보기 좋았다. 새액새액 소리를 내며 잠든 얼굴을 보다 가까이 다가가자, 연재는 발작하듯 몸을 움츠리며 눈을 떴다.

“서, 흐으, 콜록!”

“누워 있어.”

“아윽, 흑…….”

낮게 쉬어버린 목소리에 연재가 당황하며 몸을 일으키다 고꾸라졌다. 선일은 연재의 허리를 안아 들어 침대에 똑바로 눕혀 주었다.

“규서를 부를 테니 그대로 있어.”

“안, …헉, 흡, 아니, 안, 아뇨…… 제가, 흡…….”

“고집부리지 말고, 씻겨 주는 대로 가만히 있다가 자.”

피로에 찌든 얼굴이 결국 힘없이 끄덕였다. 선일은 연재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동그란 이마를 쓸어 주었다.

특별 취급. 규서 놈이 그리 말했고 아니라 생각했건만, 지금 제 꼴이 딱 그 짝이었다. 동글동글한 뺨이 제 손에 기대왔다. 무의식중인 듯, 눈을 가늘게 뜨고 헐떡이는 꼴이 제법 예뻤다.

‘연재야, 자?’

함께 과제를 할 적에, 연재는 대부분 눈을 또렷하게 뜨고 강의를 들었다. 과제를 할 때에도 조금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밤새도록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러다 기말고사가 겹쳤을 때였나, 딱 한 번 펜을 붙든 채로 전공 책에 이마를 박고 자던 게 생각났다. 자세가 불편해 보여 고개를 돌려주자, 말랑말랑한 뺨이 책에 눌려 입술이 병아리처럼 쭈욱 튀어나왔다.

그맘때쯤 선일은 연재와 단둘이 과제를 하는 것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우성 알파와 우성 오메가, 아무리 팀플로 엮여 있어도 ‘단둘’이서 도서관 한편을 차지하는 모습은 음란한 소문으로 변질되어 퍼졌었다.

친구 몇 없는 연재는 몰랐겠지만, 선일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차차 연락을 끊고 멀어질 생각이었다. 열심히 사는 것도, 매번 고맙다고 꼬박꼬박 고개를 숙이는 것도 귀여웠지만 곧 한 그룹의 회장이 될 준비를 하는 선일에게는 필요치 않은 얼룩이 될 수 있었다.

물론 가지고 노는 오메가라면 수없이 많았지만, 정식으로 사귀는 ‘연인’은 뜻이 다르니까. 분명 아버지부터 시작해 간부들이 말리려 들 것이고, 기자들 또한 귀찮게 굴 것이 뻔했다. 실제로 사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성끼리의 만남은 그렇게 치부되었다.

‘으우, 흐…… 으음, 음, 냠, 얌얌…….’

‘……응?’

서적에 뺨을 댄 연재는 편안한 자세에 슬쩍 웃더니 몸을 뒤척이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먹는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닌가. 선일은 남의 잠꼬대를 보는 것이 처음이라 신기한 얼굴로 한참 지켜보았다.

작은 입술이 꼬물꼬물 움직이더니, 무언가를 먹은 것처럼 음냠냠, 하고 맛을 본다. 오물거리던 입술이 움직임을 멈추고 목울대가 움직였다. 하얀 얼굴이 발그레 물들었다. 행복한 꿈을 꾸는 모양이었다.

듣기로는 채연재의 집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우성 오메가들은 대부분 어릴 적에 팔려 가곤 했는데, 채연재네 집은 어찌나 콧대가 높은지 평생 먹고살 돈이 아니면 모두 퇴짜를 놓았다. 아니, 콧대라기보단 아들을 긁지 않은 복권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잘난 것도 없는 집이 온통 퇴짜를 놓고 다니니 알파들이 꼬일 리가 만무했고, 그 덕에 채연재는 집에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행운이 아니라 불운이었던 걸까, 녀석은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몸이 남아나질 않았고 그 와중에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집안의 일조차 조사할 정도로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기에 그 정도에서 그쳤지만, 선일은 간혹 궁금해지곤 했다.

뺨에 푸르게 남은 멍 자국, 쥐어뜯긴 듯한 머리카락과 간혹 팔 안쪽으로 보이는 깊은 상처들이 있음에도 저렇게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이유가.

우성 알파들 중에서는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제게 부족한 한 가지 때문에 열등감에 미쳐 사는 놈들도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원하는 것을 쥘 수 있는 위치라 하더라도 더 높은 곳을 원했다.

곁에서 지냈던 놈들만 봐도 그랬다. 우성 알파라는 걸 알자마자 자아도취에 빠졌다가, 차세대 회장이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자 지루함에 몸부림을 치곤 했다.

돈을 있는 대로 써 가며 펑펑 놀면서 착실히 다음 세대의 길을 밟는 우성 알파들을 질투했다.

아버지께서 원하는 대로 이상적인 회장이 되어야지, 그다음에는 모 기업보다 더 크게 자라야지, 그다음에는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되어야지, 그리고 ‘클럽’에 들어가 한참 위층에 자리 잡은 이들과 교류를 원했다.

욕심은 끝이 없었다. 채연재도 그럴까? 지금 이렇게 공부해서, 나은 삶을 살게 되면 거기서 참지 못하고 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괴로워하게 될까.

행복감에 젖은 얼굴을 보니 이 상태로 머물러도 좋을 듯싶었다. 불행한 삶이지만 부모를 보아하니 괜찮은 곳으로 시집을 가기는 글렀고, 제가 원하는 대로 평범한 일상을 차지할 수는 있겠지.

그래서 꽤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제 비서로 부르고 싶을 만큼.

멍하니 지켜보던 선일은 조심스레 연재에게 다가갔다. 도서관 구석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둘을 지켜보는 이도 없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할 것을 알면서도 동그란 뺨이 귀여워 고개를 들이밀었다. 비죽 내민 붉은 입술을 툭, 건드렸을 때였다.

‘서니…… 서배…… 우, 흐음, 선일, 선배애…….’

그 순간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들었다. 손끝에 닿았던 부드럽고 말랑한 입술의 촉감이 손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선일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겼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저릿한 손끝을 몇 번 쥐었다 폈으나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로 충격이 일었다.

온갖 열기가 심장으로 몰려 세차게 뛰어댔다. 심장 소리가 바깥으로 튀어 나갈 것만 같았다. 선일은 재빨리 도서관을 나섰다. 연재에게 바쁘니 먼저 가보겠다는 문자 하나 보내지 못하고.

무슨 꿈인지, 어떤 생각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선일은 그날로 연재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었다. 졸업과제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천천히 연을 끊자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은 서먹한 사이가 되었다.

‘너 요즘 선일 선배랑 다니더니 갑자기 뭐냐? 차였어?’

‘무슨 소리야. 선배랑은 그냥 과제만 했어. 선배가 바쁘시대.’

‘바빠도 후배들 밥은 사 주던데.’

‘……그냥, 내가 질리셨나 보지. 나 말 없고 숫기 적은 거 알잖아.’

채연재가 친구와 떠드는 소리를 들었었다. 선일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으나 연재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맴돌았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연락이 끊기고, 함께 듣던 강의가 끝나자 얼굴을 볼 기회도 없었다.

그렇게 연재는 선일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잊혔다. 간혹 생각이 날 때면 괜찮은 후배였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선일은 어느새 잠든 연재를 보며 눈을 내리깔았다. 새까맣게 잊고 있던 와중, 선일의 집안에서 연재를 찾아냈다. 어차피 몇 년 쓰고 버릴 오메가이기에 그들은 가문을 따지지 않고 겉모습만 멀쩡하면 돈을 퍼부었다.

그들의 가족은 꽤나 큰 금액에 놀라 하며 결혼 적령기를 놓친 오메가를 이리 비싼 값에 사도 되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 말을 물릴까 두려운 듯했다. 선일은 가문이나 나이는 중요시 않는다고 하였다. 어차피 최대 2년이 지나면 자연스레 이혼할 것이라고 말을 얹자, 그들은 더욱 좋아했다.

그 무렵 연재는 월급도 바치고, 집에서 모든 일을 떠맡는 호구나 다름없었기에.

“다녀올게.”

이미 잠든 연재에게는 들리지 않겠지만, 선일은 그때는 손가락 하나 대었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도서관에서의 그 감정이 되살아날 것만 같았다. 이미 희석되고도 남은 먼 기억인데도, 그때 비친 햇빛 내음마저 느껴졌다.

이 흐름에 몸을 맡겨도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은 들지 않았다.

마음 가는 대로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만이 들었다. 어쨌든 지금 연재는 공식적으로 제 아내였고, 저의 오메가였다.

그래, 그리고…… 가끔은 새로운 방식으로 오메가를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쩌면 같은 패턴에 질린 걸지도 몰랐다. 벌써 연애 놀음이 고픈 나이가 됐던가. 선일은 제풀에 웃었다.

선일은 규서에게 안방에 들르라는 문자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 더불어 이전처럼 굴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출장을 다녀오면 러트가 시작된다. 보통 약을 먹고 며칠간 잠에 들곤 했지만 엉망이 된 채연재를 보고도 참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 돌아왔을 때의 채연재는 아주 얌전히, 현관에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되도록 제 근처에 가까이 오지 않고, 러트 기간이 끝날 때까지 숨어 있어야 한다.

제 감정이 어떠한 것이든 간에, 연재는 우성 오메가로서 괜찮은 신체 조건과 성격을 지녔으니까. 고분고분 말도 잘 듣는 편이고, 고집은 세지만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이전 오메가들처럼 진짜 ‘부인’ 역할을 하고자 건방지게 굴 일도 없었다.

어쩌면 채연재는 2년보다 더 오래가지 않을까, 가볍게 생각을 끝낸 선일은 집을 나섰다.

“경호, 하나 맡아.”

“어떤 분의 경호를 맡으면 될까요?”

“누구겠어? 내 아내. 출장 갔다 오는 동안 밖에 나돌지 않게 감시하고, 백이언이든 뭐든 사내놈들을 집에 들이지 않도록 해.”

어쩌면 미리 붙였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채연재는 교묘하게 남자가 꼬이는 재주가 있으니까. 선일은 세단에 올라타며 일주일간의 출장 계획을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 * *

만약 심장이 바닥에 놓인 돌과 같았다면 제 것은 이미 마모되어 사라지지 않았을까.

연재는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새빨간 얼굴로 이불을 끌어 올렸다. 피곤에 찌들었음에도 선배의 체향, 페로몬 향이 가까이 맡아질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을 뜨려는 찰나 그가 제 머리카락을 넘겼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눈을 뜨기는 민망해서 조용히 자는 체를 했는데…….

“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몹시도 울적했던 속내가 맑게 개었다.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말자. 앞으로의 일이 중요하니까.

어제 그랬던 것도, 이전에 있던 일도 모두 제 탓은 아니었다. 속은 사람은 잘못이 없다. 연재는 속으로 몇 번이고 곱씹으며 입술에 닿았던 선배의 촉감을 떠올렸다.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입술을 매만지는데 심장이 콩콩 뛰었다.

오래전에 좋아했었기에 결혼을 하더라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오래전부터 선배를 잊고 살았다. 간혹 제게 치근덕대는 알파들을 보면 선배가 떠오르곤 했지만 그리 깊은 감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몸이 가까워지니 마음도 그때처럼 되살아나는 모양이다. 밤새도록, 기절을 몇 번 할 때까지 혹사당했음에도 연재는 두근거림을 멈추지 못했다. 이불을 끌어 올려 코 위까지 가렸다.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저 혼자 부끄러워서 그랬다.

러트가 온다고 하셨다. 결혼 후 첫날, 고용인들에게 물어 대충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대개 알파와 오메가들이 그렇듯 그 또한 약을 먹고 버틸 것이다. 오메가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겠지만, 분명 노팅을 당하고, 아래쪽이 엉망이 될 터였다.

그래도, 그가 덜 힘들 수 있다면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연재는 혹시 모를 일을 위해 그가 러트가 왔을 때 도와주고자 여러 용품을 준비했다. 콜라를 구입한 게 들킨 날 이후에 몰래몰래, 고용인들을 통해서.

연재는 입술을 말아 물고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러다가도 또 좋아서 발버둥을 치다가 찌릿한 근육통에 윽, 하고는 침대 위로 몸을 늘어트렸다.

입매가 씰룩거리다 결국 올라갔다. 연재는 엎드려 베개를 두 팔로 감싸 안고는 헤헤, 하고 웃었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백이언이 가져간 카메라도 어떻게든 잘될 거야. 노력하면 돼. 내가 조금 더 힘내서 선배를 보살피면 돼.

그가 돌아온다면 어제의 일을 아주 간략하게, 말해 주는 게 좋겠다. 딱 백이언이 가져간 카메라에 대해서만. 약점이 붙잡혔다는 걸 알면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자신이 바보같이 일을 저지른 게 부끄러워 밤새도록 당하면서도 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선배를 위해서라면 바보는커녕 병신도 될 수 있었다. 평생 얼굴을 들지 못하는 신세가 되더라도, 그래도…….

좋아하는 감정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사랑이라는 싸구려 네임택을 붙이고 싶지는 않았다. 연재는 이불 속에서 뒹굴다 단어를 고르고 골라 그를 ‘연모’한다고 표현하기로 했다. 다소 구시대적인 표현이었지만 좋았다.

연모, 누군가를 사랑하여 몹시 그리워함. 코앞에 있음에도 그의 손길 하나에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딱 제 짝이지 않은가.

* * *

채연재는 꿈을 꿨다. 아주 간만의 꿈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과제를 하고, 선배와 학식을 먹었다. 더 좋은 걸 사주겠다는 말에 손사레를 치며 굳이 학교 식당으로 그를 이끌었다.

“고등학교 때도 공부만 했어?”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를 참으며 밥을 먹던 때였다. 선배가 갑자기 질문을 건넸다.

“아, 음…… 그렇죠.”

“친구는?”

순수한 의문이 담긴 눈빛에 괜스레 민망해 졌다. 이곳에서도 혼자 다니는 걸 모르는 걸까, 연재는 마른 입술을 축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한 명 있었어요, 1학년 때.”

조금씩 친해지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오메가라는 이유로 이런저런 시선을 받는 탓에 중학생 이후로는 홀로 지냈었기에 제게 다가온 친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친구는 연재보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였다. 집에 돈도 많았고, 베타인데다 여동생도 하나 있었다. 아이는 홀로 공부하는 연재를 신기하게 여겼다. 그리고 자신도 처음엔 못했다면서, 3년을 꾸준히 하니 겨우 평균에 다다랐다고 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성적이 바닥이었다며 웃는 것이 꽤 해맑았다.

연재에게는 첫 친구나 다름이 없었기에, 그 아이에게 꽤 잘해 주고자 노력했다. 없는 돈으로 선물을 사 주기도 했고 친구가 부탁할 적엔 숙제도 대신 해주었다. 그러다 가끔 공부가 힘이 든다고 작게 털어놓을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근데, 음…… 친구는 제가 질렸나 봐요.”

“…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친구가 저에게 투정을 부릴 때마다 기쁘게 받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친구는 어느 순간 매섭게 돌아섰다. 우성 알파에, 돈이 꽤 많다고 소문난 다른 아이에게 찰싹 붙어서는 연재의 인사도 받지 않았다. 연재는 끈질기게 쫓아갔다. 오해가 있을 거라고, 무슨 일인지 몰라도 오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렵게 잡은 자리에서 친구는 지겹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너 나한테 그랬잖아. 돈 없어서 힘들다고. 그게 나한테 돈 빌려달라는 소리랑 뭐가 달라?’

순간 한 대 맞은 것만 같았다. 커다란 망치에 부서진 머리가 후드득 쏟아졌다. 연재는 손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해야. 그냥 한 말이었어. 너도 나한테 힘든 일을 털어놓으니까, 나도, 나도 그런 거야. 그냥…….

친구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래서 거지새끼들이랑 안 노는데, 하고. 연재는 계속해서 도리질을 쳤다. 오해야, 오해. 진짜 오해야, 난 정말…… 그런 생각이 없었어. 정말, 정말로.

고압적으로 내려다보는 눈길이 두려웠다. 혹시 친구가 저에 대해 나쁘게 얘기할까 봐, 그리고 이 아이가 저를 진짜로 그런 사람으로 취급할까 봐.

‘변명뿐이네, 넌. 난 너한테 잘해 줬는데. 구질구질하게 굴어도 얘기도 들어 주고, 학습지도 풀게 해줬잖아.’

홀로 교실에 남았던 일. 고요하고 적막한 교실 안에 평소 들리지 않던 초침 소리가 선명하게 귀 안으로 새겨들어왔던 때. 그것을 떠올리니 속이 퍽퍽하게 막혀 왔다. 연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제가…… 투정을 부렸거든요. 친구가 오해한 거, 긴 하지만 제가 먼저 그런 여지를 줬겠죠.”

“뭐라고 부렸어?”

묻는 선배는 아무런 악의도 보이지 않았다. 연재는 김치찌개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냥 힘들다고.”

선배는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하지만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연재는 말을 아꼈다. 뭣보다 그 이야기를 꺼냈다가 선배가 그 친구처럼 오해할까 봐 겁이 났다.

오해를 풀고 싶어도 풀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날처럼 홀로 남게 될지도 몰랐다. 선배의 다정함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연재는 고개를 저었다. 말없이 식사를 계속하자, 선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날 그렇게 버려졌을 때, 연재는 무거운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오해라고 해서는 안 됐다. 친구를 탓하는 거니까 잘못했다고 그냥, 내가 너에게 그런 마음을 가졌다고 인정했어야 했다. 다 내 잘못이라고, 네가 오해한 게 아니라고.

설령 오해라 해도 오해하게 만든 내 잘못이라고,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그래서 지금 조금이라도 친해진 선배가 소중했다. 그날 이후로 처음으로 만들어진 관계였으니까.

* * *

사포처럼 거친 것이 둔부를 세차게 문질러 왔다. 가느다란 무언가는 아래를 억세게 잡아 벌리고 배 안쪽에 두꺼운 기둥이 꿰여 속이 메스꺼웠다. 거친 운전의 버스라도 탄 것처럼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연재는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일어났다, 야. 일어났어.”

“우으…….”

처음 듣는 목소리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연재는 두 팔로 침대를 지탱하여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어깨를 뒤척이자 손목이 뒤로 꺾여 묶여 있는 게 느껴졌다.

연재는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색색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왁자지껄한 목소리에 머리가 징징 울렸다. 그때 허리 위로 묵직하고 커다란 인영이 내려앉으며 체중을 실어 거칠게 움직였다. 뜨뜻미지근한 액체가 왈칵 쏟아지며 배 안을 가득 채웠다.

어슴푸레 뜨인 시야 사이로 거뭇한 피부 결의 가슴이 보였다. 꽤나 운동을 한 듯 햇볕에 탄 가슴은 탄탄한 근육으로 솟아 있었다. 땀으로 젖은 몸이 위아래로 거칠게 움직이자 연재도 함께 들썩이게 되었다.

서서히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려는 찰나 남자는 손을 움직여 연재의 머리채를 잡고 입을 맞췄다. 억지로 들려진 목이 아파 침음을 흘리자 그는 축축한 내벽에 반쯤 식은 성기를 욱여넣었다.

결합부가 욱신거리고 아려와 연재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 기억을 돌려 봤지만 선일이 나간 뒤 침대에 잠든 것이 다였다. 규서가 내려온다곤 했지만 기다리지도 못하고 까무룩 잠에 들었었다. 연재는 헛구역질을 하다 다시 안쪽을 꿰차고 들어오는 성기에 잔뜩 힘을 주었다.

“으흐, 흑, 윽!”

“씨발, 존나 조여! 터질 것 같아, 미친.”

“쌌으면 나와, 새끼야!”

“아, 씨발…… 조금만 더, 어?”

남자의 뒤로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 술과 담배를 즐기고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커다란 방 안에는 옷가지들이 너저분하게 늘어져 있었고, 그들은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피가 세차게 빠져나가듯 사고가 차갑게 정지했다. 연재는 멍하니 그들을 살피다 다시 퍽, 찌르고 들어오는 흉기에 아랫배가 찌르르 울리는 듯했다.

“흐윽, 악!”

“헉, 씨발, 눈 뜨니까, 너…… 더 예쁘네.”

그제야 제 아래에 성기가 빠듯하게 들어차 있음을 깨달았다. 연재는 다급히 숨을 들이켜며 입술을 질끈 물었다. 여긴, 어디지?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이 사람들은…… 누구지?

앞뒤로 흔들리는 와중에도 손목을 마구 비틀었다. 거친 밧줄에 살결이 긁혀 생채기가 일었으나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남자는 가느다란 몸뚱이를 붙잡고 굵은 것을 욱여넣었다. 가학적이라 해도 될 만큼 억센 움직임에 숨이 턱턱 막혔다.

성기는 좁은 내벽을 뚫고 찌르고 들어섰다가, 귀두까지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온 체중을 실어 몸이 터질 듯이 짓누르는 추삽질에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눈을 여러 번 깜박이자 빨강, 노랑, 초록. 여러 가지의 색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자 뒤쪽에 서 있던 한 남자가 다 마신 맥주캔을 바닥으로 내던지며 연재를 힐끔거렸다.

“야, 깼는데? 눈 가려야 되는 거 아냐?”

“왜 가려.”

“나중에 신고하면 어떡해?”

사내들은 마치 줄이라도 선 듯 남자의 뒤에 서 있거나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자가 흑인 남성의 것을 애무하고 있었고, 그들은 그것을 보며 자위를 했다. 다음 순번을 기다리는 듯한 남자가 안대를 찾으며 수선스럽게 굴자, 연재의 턱을 세게 붙잡은 남자가 낄낄 웃었다.

“야, 규서가 마음대로 하라고 그랬는데 신고하겠냐?”

“아니, 그래도.”

“진혁이도 있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찐따새끼야.”

매캐한 연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연재는 아침, 아니 어제일지도 모르는 선일과의 관계로 이미 지친 상태였다. 몸부림을 칠 힘도 없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할 머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하다면 익숙할 정액이 다시 한번 쏟아지며 속살 사이사이를 가득 메웠다.

남자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고 후련하다는 듯 허리를 폈다. 정액과 질액으로 질척해진 좆을 연재의 허벅지에 대충 문질러 닦고는 맨몸 그대로 푹신한 소파로 가 맥주캔을 땄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움찔거리며 연재에게 다가왔다. ‘신고’ 운운한 것을 봐 다른 이들에 비해 걱정이 많은 듯했다. 그러나 그 또한 흉흉하게 발기한 성기를 드러냈다.

뺨에 주근깨가 가득한 남자는 팔뚝과 종아리 아래가 건강한 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유순한 얼굴과 다르게 튼실한 허벅지 사이 굵은 것이 꺼떡였다. 그는 한참을 우물쭈물거리다가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하지 않으면 뒤로 가라는, 뒤쪽의 시큰둥한 목소리에 허겁지겁 연재의 위로 올라탔다.

등 뒤로 딱딱한 마루가 느껴지고, 천장은 나무로 이뤄져 있었다. 연재는 여전히 흐릿한 눈동자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까만 눈동자에 생리적으로 흐른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여기…… 어디, 예요.”

“어, 어?”

“내가 왜 여기에…… 있어요?”

조심스레 묻자 남자는 당황한 듯 눈을 끔뻑였다. 난감한 기색으로 시선을 피하면서도 발기한 성기는 쿠퍼액을 뚝뚝 흘렸다. 하얀 뱃가죽 위로 그 액이 고여 가려는 찰나, 남자가 연재를 들어 단번에 뒤엎었다.

“흑!”

“씹…….”

조금 전 다른 녀석이 박던 곳이 아닌, 좁은 뒷구멍에 성기를 무작정 밀어 넣었다. 풀어지지 않아 들어갈 리가 만무했다. 남자는 구멍에 침을 뱉어 손가락으로 몇 번 휘젓고는 페로몬을 짙게 흩뿌렸다. 원치 않았음에도 뒷구멍에서 질척한 애액이 흘러 좁은 입구가 풀어지기 시작했다.

“으, 하으, 아…! 흑, 그, 만…… 왜, 흐윽, 왜 이러시…… 아윽!”

“야, ……닥쳐. 내가 만만해 보여?”

“그게, 흐윽, 악!”

입구가 투득, 찢어지며 핏물이 새어 나왔다. 남자는 애액과 피를 윤활제 삼아 굵은 것을 거칠게 쑤셔 박고 속수무책으로 늘어지는 연재의 허리를 들어 힘 있게 박아 넣었다. 아까의 남자보다 더 질이 나빴다. 그는 연재가 제게 질문을 했다는 것이 불쾌했는지, 혹은 죄책감이 들었던 순간에 화가 났는지 둔부를 잡아 들어 올리곤 아래로 강하게 찍어 눌렀다.

“아으, 흑, 앗, 아윽!”

동시에 알파의 페로몬이 진하게 풍겨왔다. 불행히도 연재는 페로몬에 약한 편이었고, 남자는 축 늘어진 연재의 머리카락을 뜯듯이 쥐었다. 뺨이 마룻바닥에 부딪히고 남자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리자 몸이 바닥에 쓸려 생채기가 났다. 다부진 허벅지가 철썩 부딪쳐 오며 무자비하게 움직였고, 연재는 벽까지 밀어붙여져 머리를 부딪치며 격렬하게 흔들렸다.

“흐윽, 흑, 아, 아읏, 응, 앗! 흑, 아윽!”

“씨발, 찢어져도 좋다고, 존나 물어대는 걸레 새끼 주제에!”

뒤쪽의 남자들이 큭큭 웃었다. 쟤 또 왜 저래? 몰라, 대가리 맛 갔나 보지. 한두 번 저러냐? 속삭이는 목소리에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남자는 두 손으로 연재의 구멍을 잔뜩 벌리고는 뻑뻑하게 조여오는 내벽을 미친 듯이 긁어 올렸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살덩어리는 단단하게 굳어 속살 곳곳을 찍어 눌렀고, 연재는 강제로 쾌감을 느끼며 신음을 속으로 삼켰다. 남자는 접합부가 뜨겁게 달아오르도록 움직임을 재빨리 해 북받치는 분노를 풀어내듯 욕을 뱉었다.

“아까, 아까까진 가만히 있더니. 내가 만만해 보였지? 어?”

“흐, 끄윽, 아윽! 흐윽, 아, 아으, 흑, 앗!”

“보지 다 찢어버릴 거야, 개 같은 새끼.”

커다란 횃불이 배꼽 아래까지 닿아 몸을 찌르고 들어오는 듯, 토악질이 일었다. 흉악한 말에 연재는 몸을 한껏 웅크렸다. 한두 번 있던 것도 아닌데, 매번 처음인 것처럼 사내들이 제 몸을 마구잡이로 유린하는 것은 늘 불쾌하고 싫었다.

남자는 허리를 곧추세우고는 연재를 벽 끝까지 밀어내 팽만감에 몸이 터지도록 쑤셔 박았다. 잔뜩 휜 연재의 몸을 두꺼운 손으로 몇 번 쓸어내리더니 힘없이 늘어져 흐느끼는 연재의 귓바퀴를 잘근잘근 씹었다.

더운 숨소리가 귀 안쪽까지 스며들어 소름이 돋았다. 그는 잔주름으로 오물거리는 구멍에 손가락을 하나 더 욱여넣고는 큭큭 웃었다.

“얼마나 해댔길래 구멍이 이렇게 헐렁하냐? 어?”

“흐읍, 윽…… 큭!”

반대편 손이 연재의 목덜미를 잡아 벽으로 짓눌렀다. 목이 졸려 억눌린 신음이 간헐적으로 뱉어지자 남자는 가학적으로 손을 들어 둔부를 내리쳤다. 하얗고 동그란 볼기짝에 새빨간 자국이 남자 뒤쪽의 놈들이 휘파람을 풀었다.

거대한 절구가 떡을 찧듯 억세게 움직이던 남자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여전히 화면 속의 여자를 힐끔거렸다. 사내는 알파였으나 모든 오메가에게 발정하는 편은 아니었다. 특히 남성체의 오메가는 역겹고 더럽다 여겼다. 임신 가능성이 적어 가지고 놀기 편한, 그 정도의 것.

그는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 화면으로 돌려 주고는 이를 갈며 속삭였다.

“사내새끼가, 오메가라고 뒤나 대 주고 사는 거 부끄럽지도 않아? 저렇게 가슴이 큰 것도 아니고, 힘이 그렇게 약한 것도 아니잖아. 좆 달린 몸으로 이러고 사는 게 좋아?”

화면 속 여성은 커다란 가슴 사이로 성기를 끼우고, 거뭇한 성기의 끝을 정성스레 핥았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시선을 돌리자 남자는 다시 쿵, 하고 거친 소리가 나도록 벽으로 밀어붙이며 추삽질을 해댔다.

커다란 손이 허리를 붙잡고, 둔부를 세게 내리치며 끝없이 움직였다. 뒤로 박아댈 때마다 압박으로 인해 보지에 가득 차 있던 정액이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실금이라도 하는 기분이라 불쾌했다. 연재는 숨을 크게 들이켜며 어깨를 뒤틀었다.

가냘픈 어깨가 뒤로 꺾이며 날개뼈가 유독 도드라졌다. 파르르 떨리는 허리, 꼴에 사내라고 나름대로 잡혀 있는 근육을 보던 남자가 침을 모아 연재의 허리께로 뱉었다. 끈적한 액체가 주룩 흘러내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규서, 라고 한 것 같은데.

“씨, 발.”

험악한 욕을 뱉은 남자는 이미 사정했음에도 연재의 몸을 다시 앞으로 휙 돌리며 눈을 부라렸다. 뒷구멍에 가득 찬 성기는 입구가 뜨겁게 달아오르도록 빙글 돌며 긁어댔고, 마찬가지로 내벽이 내장처럼 빙글빙글 돌아 꼬이는 듯했다. 연재는 망연히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잡힐 것도 없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화면 속 여자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럼에도 이런 오메가에게 발기했다는 것과,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가졌다는 사실에 수치스러운 듯 인상을 구겼다.

남자는 축구 동아리에서 가장 서열이 낮았다. 끄떡하면 동료들에게 머리를 얻어맞곤 했고,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지나친 욕설과 가스라이팅을 당해야 했다. 그러나 연재는 저보다 아래에 있었고, 저보다 낮은 위치에 존재했다.

그럼에도 이 오메가가, 감히 저를 무시하고 여기가 어디냐, 따위의 질문을 한 것에 화가 났다. 조금 전까지는 입을 고집스레 다물고 벌벌 떨기만 하던 녀석이 왜 그랬겠는가. 분명 제가 만만해서, 뭐라도 얻어낼 만하니 그런 것이다.

목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퍼렇게 멍이라도 들게 할 생각으로 조이며 허리를 쳐올리는데 전 차례였던 남자가 담배를 피우며 헛웃음을 흘렸다.

“적당히 해라, 아무리 그래도 죽으면 안 되잖아. 친구 엄만데.”

“……으, …….”

“황진수, 그만하라고.”

싸늘한 일갈에 그가 움직임을 멈췄다. 목을 조이던 힘이 풀리자, 연재는 곧장 컥컥대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발작하듯 숨을 들이켜고 마시며 몸을 뒤틀었다. 팔이 뒤로 묶여 있어 아픈 가슴을 내리치지 못해 몹시 답답했다.

황진수라 불린 남자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성기를 뽑아냈다. 거칠게 뽑아낸 탓에 입구가 쓰라렸지만 연재는 이로써 끝났다 싶어 한숨을 쉬었다.

“세수나 하고 와, 너 정신 좀 차려야겠다.”

“……으, 응.”

“뭘 그렇게 쫄고 그러냐? 걍 한 말 가지고.”

남자는 어설피 웃으며 목덜미를 긁었다. 정액에 절어 희멀건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성기를 두 손으로 가리고는. 조금 전과는 정반대의 사람처럼 헤헤, 하고 웃는다.

연재는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새액새액 숨을 쉬었다. 때마침, 멀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규서랑 진혁이 왔냐?”

“어어, 잘 놀고 있었어?”

“쥑이게 놀았지.”

진혁, 백진혁. 뇌리에 새겨졌던 이름에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정액으로 얼룩진 몸을 최대한 굽혀 시선을 내리깔고 있는데, 규서와 진혁이 커다란 봉투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혀를 찼다.

“더럽게도 썼다, 이 새끼들아.”

“어? 아, 청소할 거야. 야, 캔 버린 거 주워.”

“그거 아니고, 규서 엄마. 너무 지저분하게 쓴 거 아냐?”

“몇 번 안 박았는데?”

“상태가 말이 아닌데.”

그때 봤던 백진혁의 것은 사람의 물건이 아니었다. 흉기, 아니 커다란 전봇대를 썰어 놓은 것과 같았다. 꼬챙이에 꿰뚫리듯 온몸이 경직되었던 것도 생생히 되살아났다. 연재는 무릎을 꿇어 앞뒤로 흘러내리는 정액을 가렸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백진혁의 뒤로 규서가 보였다. 규서는 말없이 연재를 힐끔거리다 고개를 돌렸다.

“규서, 규서야!”

연재는 본능적으로 규서에게로 기었다. 바닥에 질질 끌린 무릎에 생채기가 났으나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희멀건 몸 이곳저곳에는 정액과 남자들의 흔적이 묻어 있어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전날 선일이 남긴 것도 만만찮게 많았다.

최선을 다해 기어가며 끅끅 눈물을 참았다. 아무리 그래도 아는 사람인데, 아무리 그래도 제게 엄마라 불렀던 이인데. 저를 무시할 리가 없었다. 손바닥이 장판을 벅벅 긁어 그 끝이 갈라져 피가 났다. 연재는 그래도 최선을 다해 기었다. 가슴부터 배까지, 온몸이 긁히는데도.

“규서야, 규서야. 나, 나 좀 살려줘…… 제발, 응? 규서야, 규서야.”

그러나 규서는 무감각한 얼굴로 사 온 술들을 테이블 한쪽에 정리할 뿐이었다. 사내들은 연재가 동그란 엉덩이를 드러내고 기어가며 정액을 흘리는 꼴을 쳐다보았다. 두 구멍은 꼭 하얀 크림빵이 터진 것처럼 정액을 울컥이며 바닥을 적셨고, 살짝 발기된 성기는 알파들 손에는 한 손으로 잡힐 만큼 적당히 작아 보였다.

그들은 그것을 안주 삼아 맥주병을 따며 담배를 피웠다.

이들은 규서와 진혁이 다니는 대학교의 축구부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어설프게 축구를 하다 프로팀으로는 가지 못하고, 동아리에서 즐기는 체대 무리.

“규서, 흑, 악!”

힘겹게 규서의 발목을 붙잡은 연재가 끅끅대며 울었다. 너무, 너무 힘들었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기에는 연이어 벌어진 일들에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했다. 눈을 뜨기 전까지만 해도 짝사랑했던 선배가 제게 몰래 도둑키스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더 나아질 거라 믿었다. 규서도, 그런 나쁜 짓을 했지만 나쁜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방송을 켤 때에도 저를 붙잡고만 있었지 범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니까 괜찮다고, 규서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어쩌면 저 ‘진혁’이라는 친구가 억지로 밀어붙였을 거라고.

“엄마.”

규서가 작게 읊조렸다. 주변의 이들은 그를 흥미롭다는 듯이 보고 있었고, 진혁은 소주를 병째로 들어 단번에 들이켰다. 턱 아래로 흐르는 쌉싸름한 액체를 슬쩍 훑고는 연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엄마, 내가 친구들한테…… 인사하라고 했잖아요.”

“규, 규서야. 나, 나 죽을 것, 같아.”

“친절하게 해야죠. 친구들이 기다리는데…… 왜 자꾸 엄살을 떨어요? 다른 엄마들도 다 했어요. 엄마만 이렇게 굴면 내가 뭐가 돼요?”

다소 신경질적으로 느껴지는 비난에 연재가 눈물을 뚝 그쳤다. 규서도 제 편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낯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연재는 부들부들 떨며 몸을 일으키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럼에도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힘겹게 무릎을 꿇고 규서의 바지춤을 붙잡았다.

“규서야, 내가,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잘할게. 이, 이제 싫다고도 안 할게, 그니까…… 응? 제발, 흑, 서, 선일 씨가…… 가, 가만히 있으라고, 그랬단, 말이야…….”

“아빠가요?”

“으, 응. 출장, 다녀올 때까지 가만히, 가만히 있으라고…… 흑, 아!”

연재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다 거칠게 내쳐졌다.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구르자 지켜보던 이들이 낄낄 웃었다. 맨몸으로 나동그라진 연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규서를 올려다봤다. 공포에 질린 눈동자에 규서가 눈썹을 구겼다.

“엄마.”

이내 묵직한 발이 연재의 손을 짓밟았다. 규서는 체중을 실어 발끝으로 작은 손을 엉망으로 짓이겼다. 연재는 딸꾹질을 하다 히끅이며 눈물을 참았다. 참을 눈물도 더 이상 없다는 듯 가슴이 서늘하게 굳었다.

“아빠 말은 듣고, 내 말은 안 듣는 거예요?”

“규, 규서야…… 끅, 흡…….”

“나 기분 나쁘게 그러지 말고,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자고요. 응? 엄마한테도 좋은 일이잖아. 돌림빵 당하는 거 좋아하잖아요?”

“아, 흐윽, 아니, 악! 아, 아파…… 아파, 규, 끅! 규서, 야…….”

“왜? 전에 길에서 굴러먹던 놈들한테 박히는 거 보니까 좋아 죽던데.”

차가운 손바닥이 연재의 허리를 살살 문질러왔다. 전에, 길에서…….

“야, 그만해. 아무리 그래도 엄만데 심하다, 야.”

“버릇이 안 돼 있잖아.”

“건 그렇지. 오늘부터 고치면 되는 거 아냐?”

“……하.”

길에서, 길에서 굴러먹던 놈들…….

규서의 부탁에 지갑을 들고 허겁지겁 나간 날이 떠올랐다. 그전에 먹었던 음료도, 기다린 듯이 규서가 가고 난 후 저를 속박하던 사내들도. 모조리 러트가 와 뜨거운 체향을 풍기며 저를 강간했던 이들의 얼굴도.

삽시간에 떠오른 모든 퍼즐이 하나둘 이어지기 시작했다. 왜 그간 생각하지 못했는가 싶을 정도로 재빠르게 맞춰져 그림이 완성되고야 말았다.

“네가, 네가 그랬어?”

“…….”

규서는 아무 말 없이 맥주캔을 따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무신경한 옆선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연재 누나, 너무 상처받지 마요. 애가 삐뚤어져서 그래.”

“규, 서야… 네가, 네가 그런 거야?”

“어릴 때부터 아빠 사랑을 못 받았거든, 우리 규서가. 엄마도 없고. 저런 애가 똑바로 자랐겠어요? 알파센터에 있을 때는 애가 참, 얌전했는데. 열심히 공부하고 그런 애였는데, 아빠 만나고 달라졌다?”

백진혁의 말에 규서가 힐끔 그를 노려봤다. 진혁은 작게 웃고는 엎어진 연재를 한 번에 들어 올렸다. 그리곤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며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억지로 들려진 허연 몸이 단번에 드러나자 둘러앉아 있던 녀석들이 희롱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연재 누나가 그런 거 다 받아 줘야죠. 그래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지 않겠어요?”

“아, 흐읍…… 흐, 시, 싫…… 끅…… 흑…….”

“스물아홉이나 됐는데, 몸은 꼭 애새끼 같네.”

가느다란 신음이 적막 위를 천천히 맴돌았다. 남자들은 눈썹을 까딱이며 마른 입술에 침을 묻혔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연재는 바닥에 닿지 않는 발끝을 버둥거리며 백진혁의 품에서 몸을 비틀었다. 안간힘을 썼으나 그는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연재를 가볍게 들어 벽 한쪽의 침대로 내던졌다.

“너네 바닥에서 했냐? 아무리 그래도 형인데, 안 아프게 해줘야지.”

“그, 급해서 그랬다. 인마.”

“예의 지켜, 예의.”

연재는 여전히 규서를 보며 입술을 질끈 물었다. 저를 구해 준 줄 알았다. 늦게 오기는 했어도, 더 위험할 상황에서 구해 준 줄로 알았다. 그래서 규서를 믿었다. 후에 친구들을 데려와 저를 괴롭히기는 했어도, 그래도.

시야가 흐릿하게 뭉개졌다. 눈물이 고이자 백진혁이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눈가를 닦아 주었다.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재는 핏기없는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청승맞다. 이런 상황까지 와서는,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픈 걸 보니. 병신새끼, 그렇게 당하고도 또 기대를 하고, 실망을 했을까.

바보같이, 병신같이 또…….

“형이라고 부르는 게 좋아요, 누나라고 부르는 게 좋아요?”

다가온 백진혁이 너덜너덜해진 입구를 살살 문질렀다. 손가락은 수려하게 내벽을 훑으며 정액을 끄집어내더니, 도톰한 음핵을 매만졌다. 그러자 몸은 자연스레 달아올랐다. 피가 아닌 얼음장과 같은 물이 혈관을 흐르는 듯한데도, 화기가 돌았다.

“아무래도 형이 좋겠지? 좆이 달렸으니까.”

연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선일이 오기까지는 일주일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집이 아니었고. 오늘은 시작일 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규서의 각진 턱을 쳐다보았으나 돌아오는 시선은 없었다. 무기력하고, 절망적이었다.

“아, 여기 어딘지 궁금하죠, 형?”

“…….”

“집에서 꽤 먼 곳인데…… 근처에 계곡도 있고, 산도 있어요. 다들 시간 내서 왔으니까, 내일은 나가서 놀아요. 좋죠? 바비큐도 먹고.”

자상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백진혁을 올려다봤다. 그는 이미 굳건하게 발기한 것을 바지 너머로 세우고서 연재의 다리 사이에 느긋하게 비벼댔다. 저것이 얼마나 흉악하고 끔찍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연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휴가라고 생각해요, 편하게 놀자고. 여기는 우리 펜션이니까 남 눈 신경쓰지도 말구요.”

“…….”

“가만히 있으니 예쁘네요, 형.”

선배가 보고 싶었다. 그는 이렇게까지 억지로 굴지 않았다. 제게 선택권을 주었고, 심지어 몸이 좋지 않을 때에는 침실로 데려가고자 했었다. 마지막에 입술에 닿았던 순결한 키스의 감촉은 지워진 지 오래였다. 연재는 물끄러미 진혁을 올려다보았다.

내심 생각했던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갔다.

“백…… 이언, 백이언 회장님, 닮았네.”

“아, 이제 알았어요?”

“…….”

“우리 아빤데. 하여간, 부자 취향은 그대로라니까.”

진혁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소파에 앉아 기다리던 놈들에게 턱짓을 했다.

“먼저들 해. 내가 먼저 하면 다 늘어질 게 뻔하니까.”

그리곤 침대 위쪽의 창문을 열어젖혔다. 그가 말했던 대로, 산 특유의 흙 내음과 청량한 바람이 찬찬히 불어왔다. 연재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며 침대 구석으로 가 앉았다.

진혁이 규서의 옆으로 가 마시던 소주를 들이켜고, 규서는 연한 갈빛의 둥근 병을 들어 잔에 따랐다. 기다리던 이들이 하나둘 연재에게로 다가왔다. 꼭, 창부라도 된 듯했다. 연재는 거의 포기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야, 그… 진혁아, 근데 임신은 안 하겠지? 하면 규서네 아빠가-.”

“안 해. 괜찮아.”

“그, 그래?”

“어.”

곁눈질을 하던 이들이 다시 침을 삼키고는 침대 위로 올라섰다. 침대가 워낙 좁아 두 녀석을 제외하고는 다시 근처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대신 연재의 손을 끌어다 제 성기를 쥐게 하고는 그 위로 자위를 시작했다.

이명이 들려왔다. 비명과 닮은 이명은 연재의 머릿속을 꽉 채웠다. 선명하게 와 닿는 탐욕의 시선과 손길들이 더 이상 역겹게 느껴지지 않았다. 본래 몸에 존재하던 벌레들처럼, 그저 일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연재는 멍하니 고개를 젖혔다. 창백하게 질린 뺨을 누군가 쓰다듬고, 입을 맞췄다. 선일의 것이 닿았던 곳을 두꺼운 입술이 삼키고 하관을 벌려 연재의 턱을 씹어댔다.

힘없는 다리는 금세 벌어져 축축한 내벽 안으로 굵은 흉기가 들어섰다. 사내들은 핏줄이 달아오른 것을 무작정 쑤셔 넣고는 허리를 재빨리 들어 올렸다. 가느다란 몸이 짓이겨지도록 욱여넣고, 무기력하게 늘어진 연재의 머리채를 잡아 쉴 새 없이 꿈틀거리는 안쪽을 찔렀다.

“으, 흐윽…… 윽, 아…….”

가느다란 신음이 흐르자 그들은 더욱 신이 난 듯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두꺼운 귀두가 속살을 벌려 위아래로 움직이고, 구불거리는 안쪽 살이 터지도록 강하게 쑤셨다. 무자비하게도 그들은 연재를 뒤로 돌려 작은 뒷구멍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줄이 길어 한 번에 한 명으로는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사내들은 지친 듯 늘어진 작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물을 흘릴 때마다 가학적으로 움직이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연재는 마치, 건드려서는 안 되는 순백과도 같아 보였다. 이미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상태임에도.

* * *

하루가 지났다.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으나 진혁이 억지로 연재를 일으켜 끌고 나왔다. 펜션은 바깥에서 보니 2층짜리의 작은 산장과 비슷했다.

바로 앞에는 청량한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끝에는 거친 폭포가 쏟아지는 계곡이었다.

새벽까지 연재를 괴롭히던 이들은 윗도리를 벗어 던지고 강가로 뛰어들었다. 그들 중 연재만이 실오라기 하나 없는 맨몸이었다.

“이 근처에 아무도 없어요, 형. 어차피 계속 벗을 텐데 뭐 그렇게 부끄러워해요?”

“…….”

“여기까지 왔는데 놀아야죠. 놀러 나온 거 오랜만이죠? 형네 남편은 참, 너무하다니까.”

진혁은 아예 연재를 품에 안아 들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보아하니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는 듯하다. 어제 진혁은 걸레짝처럼 늘어진 연재를 보고, 마치 선의를 베풀듯 ‘오늘 저는 안 할게요, 형.’하고 말했었다. 그에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온몸엔 정액이 덕지덕지 묻어 그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였고, 다리 사이는 말로 형언하기 힘들 만큼 지저분했다. 사내들은 묵혀 온 성욕을 풀듯 연재의 몸에 정액을 쏟아부었고 행위는 갈수록 심해져 갔다.

심지어 처음에는 연재를 안타까이 여기던 남자도 연재의 뺨을 내리치며 조이라고 소리를 지르곤 했으니까.

“상처 남겠다.”

“…….”

“뭐 이렇게 세게 쳤대. 근데 형, 원래 이렇게 말이 없어요?”

진혁은 연재를 품에 안고 개울가 근처에 앉아 다정하게 물었다. 연재는 진혁의 어깨에 고개를 늘어트린 채로 한숨을 흘렸다. 이제 하루가 갔다. 날짜를 보아하니, 선배가 떠난 것은 이틀 전이었다. 그러니까…… 그 후로 종일 자고, 이곳으로 왔다는 뜻이다.

선배는 일주일이면 온다고 했다. 제가 사라진 것을 알면, 그리고 규서가 제 말을 듣지 않았다는 걸 알면 곧바로 구해 줄 것이다. 희망은 그것뿐이었다. 이들 사이에서 도망칠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응? 말이 없냐니까? 대답 안 할 거예요? 벙어리야?”

“……아니, 워, 원래 말 없어.”

계속해서 대답하지 않은 것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진혁의 목소리가 음산하게 귓가를 간질였다. 연재는 마지못해 대답을 뱉었다. 그러자 진혁이 꽈악 끌어안고는 가벼운 키스를 했다. 쪽, 닿았다 떨어지는 온기가 불쾌하다. 차라리 어제의 그것들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어, 규서야. 깼냐?”

“……어.”

“배 안 고파? 애들 시켜서 라면이라도 끓이게 하자.”

“그러든가.”

규서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연재는 여전히 진혁의 품에 안긴 채로 고개를 숙이고는, 곁눈질로 규서를 훔쳐보았다. 규서는 정말 휴가라도 나온 사람처럼 가벼운 옷차림으로 캠핑 의자에 앉아 책을 펴 들었다. 첫 만남 때부터 밝았던 아이는 없었다.

“읏차, 우리 연재 형도 배고플 텐데.”

“……윽!”

“형부터 밥 먹을래요?”

본능적으로 불길함이 깃든 제안에 도리질을 쳤다. 진혁은 실실 웃고는 연재를 안은 채로 조금 깊은 물속으로 들어섰다. 찬 기운에 놀라 진혁의 목을 꽉 끌어안자, 멀찍이 앉아 있던 규서가 저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연재는 먼저 시선을 피했다. 따끔한 시선이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춥구나, 형.”

“……나, 나갈래.”

나긋한 목소리에 손끝으로 진혁을 밀어냈다. 그러자 진혁이 서글서글하게 웃고는 연재의 뺨을 앙, 물었다가 놓았다.

“혼자서요? 서 있지도 못하는 사람이, 앙탈 부리는 건가?”

“놔, 놔줘.”

“하하하…….”

밀어내는 하얀 손끝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어제 그리도 바닥을 긁어대더니. 진혁은 연재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려 물속으로 내던졌다.

“흐읍!”

서늘한 기운이 몸 안쪽까지 세차게 밀고 들어왔다. 몸을 둥글게 웅크리자 몸이 아래로 가라앉았다. 연재는 더듬더듬 손을 뻗어 바위를 잡고는 힘겹게 발끝을 세웠다. 그리 깊은 곳은 아니었다. 허리께까지 오는 정도.

“야, 너네 그만 놀고 라면이나 끓여!”

“어? 알겠어! 야, 가자.”

“뭐야, 우리가 하는 거야?”

“그럼 진혁이나 규서가 하겠냐?”

추위에 몸이 달달달 떨렸다. 연재는 이를 딱딱 부딪치며 허겁지겁 바깥으로 나가고자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진혁이 뒤에서 붙잡아 왔다.

“나가려고요?”

“놔, 놔줘.”

“형 먼저 밥 먹자니까?”

그제야 진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듯했다. 연재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나, 나가서, 나가서 해. 추워.”

“에이, 내가 왜 여기로 왔는데.”

“으, 흐윽!”

단번에 굵은 손가락이 아래로 들어와 보지를 벌렸다. 두 개의 손가락은 질구를 양옆으로 벌려 찬물이 울컥이며 들어가도록 도왔고, 더 깊은 곳을 꾹꾹 짓누르더니 빠져나갔다.

“헐렁해서 안 풀어도 될 것 같네요.”

“제발, 제, 제발. 추워…….”

“읏챠.”

진혁은 뒤에서 연재의 다리를 안아 올렸다. 허리께에 찰랑이던 물이 바람결에 따라 한쪽으로 쓸려나갔다. 언제 벗었는지, 진혁은 묵직한 성기를 아래에 문지르며 달콤하게 웃었다.

찬 곳에 들어온 터라 몸이 잔뜩 경직돼 있었다. 아침까지도 벌어져 있었던 아래는 힘이 들어가 처음처럼 좁아져 있었고, 양옆의 둔덕이 단단하게 질구를 막았다. 진혁은 제 것을 밀어 넣음과 동시에 찢어질 것을 알면서도, 주먹만 한 귀두를 연재의 아래에 대고서 천천히 욱여 박았다.

“으, 흐윽…… 악! 아, 하으, 아, 아파아……!”

“쉬이, 괜찮아요. 밥 주려는 거니까.”

“흐, 끄윽, 흑, 아, 아윽…… 흑! 아, 아…….”

곧 살과 살이 부딪쳤다. 차게 질린 몸은 뜨거운 성기를 반갑게 받아들이며 빨아들였다. 홧홧하도록 굵은 성기의 겉에 질액이 잔뜩 묻어나며 달라붙었고, 진혁은 연재의 배 안쪽이 뜨거워지도록 깊숙이 움직였다.

“이제 안 춥죠?”

투명한 강물은 철썩이며 진혁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렸고, 지나가던 이들이 휘파람을 불며 입가를 씰룩였다. 상체만 나와 헐떡이는 오메가는 어제 그렇게 당했음에도 예민하게 몸을 떨며 신음을 내질렀다. 이쯤 되면 무뎌질 만도 한데, 우성 오메가는 다르다며 놈들은 낄낄거렸다.

“아침 떡 맛있겠네.”

“진혁아, 라면 다 끓으면 부를게.”

“어제 존나 해서 불알 텅 빈 거 같은데, 보니까 또 하고 싶고.”

백진혁은 사람 좋게 웃으며 그들에게 손까지 흔들어 보였다. 연재는 커다란 바위를 끌어안고 헐떡거렸다. 놈의 성기는 사람의 것과 지나치게 달라서, 울룩불룩한 모양을 하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벽이 온통 긁히는 것만 같았다. 커다란 귀두가 아래를 쑤시고 들어올 때마다, 그리고 고환이 부딪칠 때마다 눈물이 왈칵 솟았다.

“제, 제발, 흑, 아! 아윽! 자, 잘못…… 흑, 했, 흐으, 흑! 아윽!”

“형이 뭘 잘못했어요. 잘못 안 했어, 형. 이거 형 좋으라고 해주는 건데?”

조금도 봐주지 않고 끝까지 밀어 넣은 탓에 질구가 찢어져 피를 흘렸다. 투명한 강물에 핏물과 쿠퍼액이 섞여 흐르는 것이 보였다. 연재는 숨을 들이켜며 눈을 질끈 감았다.

“흐, 으, 흐윽, 끅, 아, 아윽!”

“이제 배부르겠네요, 그쵸?”

진혁은 다정하던 태도와 다르게 연재의 머리채를 잡은 채로 뱃가죽이 찢어지도록 박아댔다. 좁은 구멍 사이로 백탁의 애액이 왈칵 흘러내렸고, 두피는 찢어질 것만 같았다. 커다란 엄지손가락이 음핵을 거칠게 짓이기고 눌러오자 경직됐던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며 성기를 세웠다.

성기가 내벽을 파고들 때마다 아랫배가 볼록하니 튀어나왔다. 성기의 모양 그대로, 우둘투둘한 겉면이 속살을 마구잡이로 긁었다. 작은 몸은 진혁의 움직임에 따라 엉망으로 흔들렸고 커다란 성기를 품은 보지는 두툼하게 부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움찔거렸다.

“사, 살려…… 흑, 아윽! 아, 아읏, 응, 앗! 아!”

안쪽 내장까지 와 닿은 성기는 철썩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움직이며 무자비하게 찔러 올렸다. 사방이 뚫린 강가에 소리를 참고 싶었으나 그럴 정신조차 없어 연재는 축 늘어진 채로 진혁에게 들려 박혔다.

그는 마치 오나홀을 쓰듯 허리를 세우고, 연재의 몸을 앞뒤로 흔들어댔다. 단단한 살결과 물이 들어올 수도 없을 만치 뻑뻑하게 채운 질구가 욱신거렸다.

“하, 진짜…… 형 보지, 존나 일품이에요.”

“윽, 흐윽, 흣, 아윽!”

“내가 한두 번 박아 본 것도 아닌데 여기는 넣자마자 쌀 것 같다니까?”

그와 동시에 커다란 귀두 끝에서 정액이 물처럼 쏟아졌다. 내벽 깊은 곳까지 질척하게 적셔대고, 천천히 빠져나가며 질구까지 가득 채웠다. 진혁이 성기를 뽑아내자 잔뜩 벌어졌던 구멍이 달싹이며 정액을 흘려보냈다.

“풉! 저거 봐요. 형 안에 싸지른 게 막 떠다닌다.”

“……하, 하으, 흑, 하아, 하아…….”

그 틈을 타 바위를 안은 팔을 뻗어 주변에 난 잔디를 쥐었다. 연재는 다급히 위로 기어 올라가며 백진혁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아니, 백진혁이 손에 힘을 풀어 놓아준 듯했다. 지나치게 큰 것이 들어왔던 터라 아랫배는 흠씬 얻어맞은 듯 아팠고, 다리 사이는 거대한 기둥에 꿰뚫린 것처럼 감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연재는 발끝으로 땅을 밀어내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다 넘어져 굴렀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 절뚝절뚝 도망을 갔다. 백진혁은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어딜 가, 씨발.”

아까부터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규서 녀석이 가까이 온 탓이다. 규서는 연재의 발목을 쥐어 한 번에 잡아당겼다. 흙더미 위로 뺨이 거칠게 긁히며 쓰러지자, 백진혁은 기다렸다는 듯 연재의 허리를 안아 다시 강으로 밀어 넣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깊은 곳까지 짓누르다, 머리채를 잡아 올리자 오메가는 컥컥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진혁은 규서가 지켜보는 앞에서 연재를 다시 아래로 쑤셔 박았다. 가느다란 팔이 버둥거리며 진혁의 다리를 붙들었고, 그는 그대로 10초를 더 세다 꺼내 주었다.

“헉, 허억! 흑, 흐읍, 헉, 헉!”

“아직 하루밖에 안 즐겼는데, 왜 자꾸 가려고 해요.”

“…….”

“나 섭섭하게.”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절망스레 무너지고 있었다. 백진혁은 한숨을 깊게 내뱉으며 전율을 느꼈다. 소름이 끼치도록 아름다운 감정이었다. 간신히 잡았던 희망을 놓친 눈동자가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정신 차려요, 형.”

진혁은 눈을 휘어 웃으며 손을 들어 뺨을 내리쳤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연재가 후들후들 떨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미, 미안. 미안해, 아니, 자, 잘못, 잘못했, 어요. 흐, 잘못했어요.”

“으이구, 오메가들은 매번 이렇다니까. 자기가 잘못해 놓고 내가 나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울어대.”

하얀 뺨이 발갛게 물든 것이 예뻤다. 진혁은 그 위를 혀로 살살 쓸어 올렸다. 그때 말없이 서 있던 규서가 손에 든 책을 바닥으로 툭, 던지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야, 백진혁.”

“응? 왜? 같이 하자고? 구멍이 하나 남긴 해.”

되묻는 얼굴이 해맑았다. 규서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한숨을 뱉었다.

“때리지는 마.”

“아…… 싫어?”

“어.”

채연재, 규서의 새어머니이자 아버지의 아내인 그는 버려진 곰 인형처럼 축 늘어져서는 울고 있었다. 눈물로 엉망이 된 꼴을 보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며칠 전, 백진혁은 은근한 얼굴로 펜션에 놀러 가자고 했다. 축구부 녀석들이 합숙을 가는데, 비용이 부족하단다. 사실 말로만 합숙이지 놀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규서는 학기 중에 일주일을 통째로 날릴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이어진 말에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너네 아빠, 일주일 동안 출장 가신다던데? 어머니랑 같이 가는 거 어때?

저도 아직 모르던 소식이었다. 백진혁은 당시 찍었던 연재의 사진을 화면에 띄우며 엄지로 툭툭, 사진 속 희멀건 살갗을 건드렸다. 탐탁잖아하는 얼굴에 진혁은 ‘왜, 전엔 쓰게 해주더니 이번 오메가는 아니야?’하고 부추겼다.

우습게도 그 말에 규서는 알겠다고 답했다. 연재를 특별 취급하고 있다고 아버지에게 화를 냈던 건 자신이었으니까.

“연재 형 맘대로 써도 된다며?”

“백진혁.”

“아, 네네네. 그래. 그래, 알겠어. 뭐 그렇게 노려보고 그러냐? 애들한테도 말해 둘게. 때리지 말라고.”

필사적으로 백진혁의 품에 안겨 히끅이는 목덜미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규서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축구부 녀석들이 다 끓였으니 어서 오라고 소리쳤다.

백진혁은 아쉽다는 듯 한숨을 흘리며 경련하는 뺨에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살결에 입술이 닿자마자 연재가 몸을 움츠렸다. 꼭 작은 다람쥐 같았다.

* * *

연재는 식사를 하는 내내 백진혁의 품에 가만히 안겨 있어야 했다. 저보다 아홉 살은 어린 녀석들이 희롱을 하고,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에도 아무 말 못 하고.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놈들이 툭툭 건드리는 것에 몇 번이고 울컥하다 말았다. 우습지만자신은 이런 취급에 화낼 수 있는 입장도,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식사가 끝나자 각자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몇몇 녀석들은 다시 계곡으로 뛰어나갔고 연재는 드디어 작은 방 침대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쉴 수 있는 시간을 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연재는 제풀에 웃음을 흘렸다. 문은 바깥에서 잠글 수 있는 구조였고, 바깥 거실에는 백진혁과 규서가 앉아 있었다. 둘이 물놀이에 가지는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문만 잠겨 있다면 어떻게든 부수고 나가면 됐을 텐데. 혈기 왕성한 두 명의 알파 앞에서 도망칠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조금 전에는 본능적으로 뛰쳐나가긴 했지만.

눈을 감으니 금세 졸음이 몰려왔다. 이렇게 잠을 자도 되는 걸까. 앞으로 일어날 일에 어떻게든 반항하고, 도망치려 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지나치게 태평한 걸까? 누군가 제 상황을 안다면 병신 같이 군다고 생각할까?

그때 조용한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철컥, 잠겼던 것이 풀리고 들어선 사람은 예상했듯이 규서였다. 연재는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그에게서 나는 미미한 페로몬 향을 맡았다.

“엄마.”

“…….”

“약 먹어야죠.”

잘그락, 유리병에 든 알약들이 부딪쳐 말간 소리를 냈다. 연재는 눈을 감은 채로 규서의 말을 무시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큰 아들은 성큼 다가와 알약 하나를 꺼내 들었다.

“먹어요.”

“…….”

“아버지 말, 잘 듣잖아요. 아버지가 먹으라고 한 건데 먹어야지.”

흐리멍덩한 안개 속에 누워 있던 연재는 번뜩 떠오른 선일의 얼굴에 숨을 탁, 하고 내뱉었다. 봇물이 터지듯 목구멍이 뚫리고 폐가 숨을 원하듯 쿵쿵 짓쳐 올라왔다. 다급히 몸을 일으키자 규서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왜 그래요?”

“헉, 허억…… 하아, 하…….”

연재는 말없이 규서의 손에서 물컵을 빼앗아 들었다. 손끝이 시릴 정도로 찬 것을 왈칵 쏟아부었으나 답답함은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급히 규서가 가져온 알약과 함께 물을 삼켰다. 몸에 좋으니 꼭 먹으라고, 그리 말했던 것을 떠올리자 벌렁대던 가슴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래도 마냥 편안하지는 않아서 연재는 약을 다 삼키자마자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파요?”

“…….”

“엄마, 아파요?”

끈덕지게 물어오는 질문도 무시했다. 지금 규서에게 좋은 말이 나갈 것 같지 않았다. 너는 왜 자꾸만 날 힘들게 해? 조금 괜찮아질 만하면, 왜 자꾸 날 괴롭혀? 내가 그렇게 미워? 아니면 난 원래 이러려고 데려온 거야? 하지만 선배가 이번엔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근데 왜, 왜, 왜…….

입술을 질끈 물어 모든 말을 삼켰다. 어차피 규서는 재밌어서 그랬다고 답할 것이 뻔했다. 연재는 콧잔등을 찌푸리며 이불에 뺨을 마구 비볐다. 아까 백진혁에게 얻어맞은 쪽이 쓰라렸다.

“…어차피, 다 알고 온 거 아니에요?”

“…….”

“이렇게 될 거 알고 아버지랑 결혼한 거잖아요. 근데 왜 자꾸, 몰랐던 것처럼 굴어요. 다른 엄마들은 아니었는데.”

온몸이 뻐근하게 아려 왔다. 연재는 두 팔로 몸을 감싸고 동그랗게 말아 숨을 쉬었다. 새액새액 내뱉는 소리가 거칠다. 고작 얇은 이불 속인데도 규서가, 그리고 다른 이들이 닿지 않아 좋았다.

괜찮아, 괜찮아. 연재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누구도 저를 감싸 주지 않을 때마다 바보처럼 되뇌었던 말을 속삭였다. 이 시간이 지나고 저녁이 되면, 놈들은 또다시 어제처럼 저를 괴롭혀 올 것이다. 아무리 싫다고, 살려달라고 빌어 봤자였다. 오히려 그런 행동이 촉진제가 되어 알파들의 가학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연재는 선일과 결혼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체질을 미워한 적이 없었다. 사회 인식도 그러했다. 간혹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오메가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경각심은 충분했다.

알파는 알파, 오메가는 오메가. 베타는 베타. 각자 주어진 삶에 맞춰 열심히 살면, 불행보다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 믿었다.

“말 좀 해봐요.”

“……무슨, 말.”

“자꾸 이렇게 굴면 분위기 안 좋아지는 거 알잖아요. 적당히 비위 맞춰 주고 그럴 순 없어요?”

순간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아픈 것도 잊고 몸을 일으키자 생각과 달리 규서는 안절부절못하며 입술을 씹고 있었다.

“내가, 내가 쟤네 비위를 맞춰 줘야 해?”

“……당연하잖아요. 엄마는, 우리 집 오메가고…… 쟤넨, 내 친구들이니까.”

“너네 집 오메가라는 게 뭔데?”

“왜 자꾸, …알면서 물어요. 아버지랑 얘기 다 하고 결혼한 거잖아요. 아버지 손님들 오셨을 때도…… 그렇게, 했잖아요?”

힐끔, 규서가 연재의 눈치를 보듯 눈을 빙글 돌렸다가 서성거렸다. 연재는 이불 끝자락을 강하게 쥐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얘기? 난, 난… 선배 말을 들어야 한다는 거밖에 몰라. 그렇게 들었어. 선배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근데 지금 이건, 이건 아니잖아.”

“……결혼이라고 해서 진짜 아내가 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면 뭔데? 어차피 몇 년 뒤면 이혼할 거 알아. 그렇게 끝낼 거라고 들었어. 선배가 하라는 대로 하고, 얌전히 2년만 기다리면 된다고.”

돌변하듯 따져 묻자 규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망연히 허공을 쳐다보다가 이를 악물었다. 지금까지, 다른 오메가들에게도 이랬던 건 아니었다. 제가 선을 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집에 온 오메가들은 돈에 팔려 왔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가학적인 성 착취에도 반항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지쳐 갈 뿐이었다.

연재의 말도 맞았다. 그는 이 집에 ‘아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고, 아버지가 명하는 대로 다리를 벌리면 그만이었다.

“2년 뒤라고요.”

“그래, 길어야 2년.”

선명하게 타오르는 눈동자에 심장이 뛰었다. 채연재는 지금 제 눈앞에 있는데도 손에 닿질 않았다. 규서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채연재는 자신은 오로지 아버지의 몫이라는 듯, 그에게는 모든 걸 내보이고 아플 때에도 그를 위해 다리를 벌린 오메가였다. 그러나 이규서를 위해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리어 화를 내고, 괴로워하지 않는가.

아버지도 그를 특별하게 대했고, 이번 어머니도 규서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굴었다.

그래서 백진혁의 꼬임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아끼는 것을 망가트리고 싶어서. 그리고, ……제 것으로 하고 싶어서.

“버려진다고 했지? 사창가에 버려져서, 개처럼 살 거라고. 다 알아. 알겠으니까 그만 좀 해.”

한참을 가만히 서 있던 규서는 그대로 문을 닫고 나섰다. 철컥,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연재는 그제야 다시 누울 수 있었다. 이불로 칭칭 감은 몸을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면 끌려 나와야 했지만 최대한 숨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눈꺼풀을 닫아 시야를 가리니 가슴이 부유하듯 허허로운 감정이 일었다. 그것은 자괴감과도 비슷했다.

* * *

그대로 저녁까지 내리 잠을 잔 연재는 처음 제게 삽입했던 남자의 팔에 의해 끌려 눈을 떴다. 보기 좋게 탄 갈빛의 피부를 가진 녀석은 연재의 몸을 감싼 이불을 훌훌 털어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몸을 웅크리자, 녀석은 조급히 바지춤을 내려 성기를 쥐고 연재의 보지 안으로 밀어 넣었다.

“흐윽……, 아!”

“아, 씨발, 쌀 뻔했네.”

이맛살을 구기며 아래를 조이자 그는 연재의 허리를 내리찍고는 무언가를 왈칵 흘려보냈다. 뜨겁고 세찬 물줄기에 놀라 눈을 크게 뜨자 내벽 깊은 곳부터 안쪽이 잔뜩 젖었다. 손을 뻗어 남자의 배를 밀어냈으나 그는 더욱 깊게 밀어 넣고는 소변을 누었다.

“무, 무스, 흐윽! 하지, 하지 마……!”

“싫냐?”

유난히 껄렁하게 생긴 놈이었다. 그는 귀에 걸린 피어싱을 만지작거리며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연재의 속살 깊은 곳까지 쏟아부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시원하게 싸지른 녀석은 성기를 단번에 뽑아냈다. 내벽이 거칠게 긁히다 귀두가 질구에 잠시 걸렸다. 놈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다시 한번 세게 성기를 들어내고 바지춤을 정리했다.

“바, 방금…… 이게, 이거, 흐…… 흐으, 무슨……!”

소름이 확 끼쳤다. 아직도 내부에 가득 찬 액체가 출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연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아래 입구에서 뜨뜻한 액체가 주르륵 쏟아져 내렸다.

“와, 보지로 오줌도 싸네.”

남자는 킥킥 웃으며 제 입술을 훑었다. 벌벌 떨며 손을 아래로 뻗었다. 구멍을 벌리자 놈의 소변이 줄줄 흘러내렸다. 불쾌한 냄새에 눈물이 왈칵 솟았다. 연재는 벽을 짚은 채로 아래를 급히 휘저었다. 소변은 끝도 없이 빠져나왔고, 남자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이며 가만히 지켜보았다.

“흐, 흐윽, 끅, 흡…….”

비참함에 속이 메스꺼웠다. 거친 벽을 짚고, 손끝을 세웠다. 동그란 둔부가 위로 올라가며 손가락이 더욱 깊게 들어서자 남자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놀랐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연재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몸을 웅크렸다. 조금 전까지 누워 있던 침대에서 사내의 냄새가 났고, 제게서도 불쾌한 냄새가 났다. 모두 쏟아내 더는 나오지 않는 안쪽을 헤집다가, 연재는 오열하듯 엉엉 울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는 혀를 차더니 연재의 허리를 들어 끌어안고는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자 그가 손을 들어 둔부를 세게 내리쳤다. 허리가 뒤로 꺾임과 동시에 그는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를 구멍 안으로 욱여넣었다.

거실은 텅텅 비어 있었고 창밖은 주홍빛깔로 가득했다. 남자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성기가 위아래로 흔들려 내벽을 잘게 긁어댔다. 연재는 여전히 울면서, 주먹을 쥐고 놈의 어깨를 퍽퍽 내리쳤다. 그는 한 손으로 연재의 엉덩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 담배를 태웠다.

바깥으로 나오자 곧 지독한 연기와 함께 고기 냄새가 났다. 사내들이 둘러서서 바비큐를 굽고 있었다.

“그냥 데리고 나오랬더니 한 번 했냐?”

“아니, 존나 마려워서 싸고 나왔는데.”

“뭐? 오줌 쌌냐? 미친 새끼.”

“왜. 나 이런 거 좋아해.”

백진혁이 가볍게 농을 던지자 남자가 낄낄 웃었다. 그리곤 어제보다 더 서럽게 우는 뺨을 잡아 제게로 돌렸다. 말갛고 동그란 얼굴이 제법 동안이었다. 그는 연재의 내벽에 좆을 찔러 넣은 채로 캠핑 의자에 앉았다. 동시에 다리가 양옆으로 벌어지며 성기가 더욱 깊은 곳까지 밀려 들어왔다.

“야, 담엔 몇 명 더 데려오자. 구멍이 두 개긴 해도 하나라서 그런지 영…… 기다리기 힘들다?”

“새끼들이 두 번씩 해대니까 그래. 한 번 하고 바로 돌리면 되는데.”

“보지가 좆을 안 놔주는데 어쩌냐?”

그들은 농담을 몇 마디 뱉으며 낄낄 웃었다.

배 안쪽이 가득 차 속이 더부룩했다. 연재는 끅끅대며 울었다. 느닷없이 들어와 저를 변기로 사용한 놈의 것이 배 안쪽을 채우고 있어 불쾌했다. 그들이 저를 마음껏 가지고 놀 것은 알고 있었고, 각오한 채로 잠에 들었음에도 서러움이 목 끝까지 치고 올라왔다.

“흐, 끄윽, 흑, 흐으, 흑…….”

“오구오구, 서러웠어요?”

“놔, 흑, 놔…….”

한참 어린 녀석이 연재를 애 취급하며 실실 웃었다. 길고 두툼한 두 팔이 허리를 안은 채로 놓아주질 않았다. 연재는 끅끅대며 울다가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자 녀석이 허리를 치켜올리며 보지 깊숙이 들어선 귀두로 안쪽을 엉망으로 짓이겼다.

“흐윽, 아!”

“야, 배고프다.”

힘을 주었던 허리가 무너졌다. 연재는 남자의 어깨에 이마를 댄 채로 계속해서 울었다. 눈물샘이 텅 비었는데도 자꾸만 흘러나왔다. 피다, 피. 이것은 텅 빈 눈물샘을 대신해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것이다.

고기를 굽던 한 녀석이 부랴부랴 접시에 고기를 담아 나눠 주기 시작했다. 그는 첫날 연재에게 느닷없이 화를 냈던 남자였는데, 그때와는 반대로 다른 친구들에게 비위를 맞추며 웃고 있었다.

연재는 눈물을 그치고 힘없이 늘어진 채로 남자가 허리를 추켜올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아래를 조였다. 그는 잘한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연재는 난생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너무나 간절하게 죽고 싶다.

그러나 생각은 소리가 되지 못했다. 성대는 그들의 폭력에 갈기갈기 찢어진 지 오래였고, 연재는 목줄을 맨 개처럼 가냘픈 신음만 흘려야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말은 생기를 가지지 못했다. 입 밖으로 나가 씨앗이 되지 못해 그대로 죽고 말았다. 연재는 제 안의 시체 더미 위에 죽고 싶다는 말 한마디를 또 올려놓았다.

놈은 얼마 가지 않아 사정을 하고 연재를 바닥에 내쳤다. 흙과 자갈, 모래로 가득한 바닥은 거칠고 쓰라렸다. 연재는 멍하니 바닥에 뺨을 댔다. 고기를 먹던 이들은 연재를 둘러싼 것처럼 양쪽에 앉아 즐기고 있었다.

“야, 야. 황진수. 너 고기 그만 구워.”

“어, 어? 버, 벌써 배불러?”

“아니, 눈요기 좀 하게 재밌는 것 좀 하라고.”

그들은 춥지도 않은지 온통 상의를 탈의한 채였다. 체대라는 말은 거짓이 아닌 듯했다. 두꺼운 팔과 다리, 근육질의 몸을 이리저리 내돌리며 고기를 수도 없이 먹어치웠다.

고기를 굽던 남자는 어설프게 머리를 긁적이다가, 바닥에 엎어진 연재를 훑어봤다. 옷 한 벌, 속옷 하나도 걸치지 않고 늘어진 오메가는 망가진 구체관절인형처럼 새하얬다. 이곳저곳에 남은 손자국이나 울혈을 제외하면.

그는 특히 연재의 다리 사이를 유심히 살폈다. 종아리에 비해 살이 오른 허벅지 사이, 적당한 크기의 남성기가 늘어져 있었다. 분명 곧 서른이라 하였는데 연분홍빛을 띤 것이 괜히 사람 마음을 묘하게 만들었다.

저 아래에는 제가 어제 탐하지 못한 여성기와, 오메가답게 애액으로 흠뻑 젖은 뒷구멍이 있었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자연스레 피가 아래로 쏠렸고,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걸레 같은 꼴로 누워 있음에도, 창부처럼 이곳의 모든 이들에게 다리를 벌리는 오메가임에도 말이다.

게다가 친구라고 하기는 뭐한 부원들 앞에서 섹스 쇼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다는 듯 턱짓을 하며 휘파람을 불었고, 남자는 아래를 두둑하게 발기한 채로 주춤주춤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주변에 사람이 없다 한들, 바깥에서 그것도 사람을 주위에 둘러놓고 할 수 있을까. 생각과 다르게 성기는 꺼떡이기 시작했지만 남자는 찝찝함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 안에서 하면 안 돼?”

“왜? 꼽냐? 밥 먹는데 좋은 구경 좀 하자고, 새끼야.”

“반찬이 없잖아, 반찬이!”

부원들의 언성이 높아지자 남자는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힐끔 주변을 둘러보니 백진혁은 기분 좋은 듯 웃고 있었고, 이규서는 말없이 제 그릇을 비웠다.

남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지만 그들에게 반항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는 결국 어설피 웃으며 애써 호탕한 척 굴었다.

“그래, 뭐. 밖에서 하는 것도 좋지!”

“야야, 빨리 해라. 보지 거덜 나겠다.”

늘어져 있던 연재는 제게로 드리우는 그림자를 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팔이 바닥에 쓸리는 것도 잊은 채 급히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자, 남자가 조금 긴장한 얼굴을 했다.

“하… 하지 마.”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 나갔다. 연재는 파르르 떨며 조금 전 다른 사내가 소변과 정액을 싸지른 곳을 가렸다. 가는 두 다리가 오므려지고 생채기가 난 몸이 뒤로 물러나자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가만히 있어, 너.”

뉘엿하게 져 가는 주홍색 태양 빛이 시야를 가렸다. 남자는 성큼 다가와 연재의 팔뚝을 잡아 바닥으로 짓눌렀다. 그러자 사내들이 야유를 하며 저들끼리 낄낄대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 나도 하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씨발, 가만히 있어. 귀, 귀찮게 굴지 말고.”

그는 단번에 바지춤을 끌러 흉흉한 물건을 꺼내 들었다. 맨몸으로 준비된 오메가는 풀어 줄 것도 없이 이미 아래가 정액으로 흥건했다. 무릎 아래를 잡아 양옆으로 벌리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괴물이라도 보듯 떨고 있었다.

“하지, 하지 마. 그만, 그만해. ……제, 제발….”

“씹!”

그 순간 남자는 저도 모르게 울화가 치밀었다. 손을 크게 들어 연재의 뺨을 철썩, 소리가 나도록 내리쳤다. 작은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고 오들오들 떨던 오메가는 몸을 축 늘어트렸다.

“뭐, 뭐야!”

사지가 축 처져 발끝이 대롱거리자 남자는 놀란 마음에 가는 머리카락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리 세게 치지 않았는데! 억울함이 울컥 치고 올라왔다. 그러나 기절한 줄 알았던 오메가는 그저 초점 없는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씨발, 미친년아!”

“…….”

“그, 그러게 누가 깝치래? 고, 고분고분 말, 들어야지!”

남자는 짐짓 놀라지 않은 척 씩씩대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단숨에 연재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어 성기를 욱여넣었다. 두툼한 성기가 내벽을 꾸물꾸물 파헤치며 들어서자 조금 전 수치스러웠던 것이나, 치밀어 올랐던 화가 가라앉았다.

“그래, 씹, 씨발, 예쁘게, 굴면 얼마나, 조, 좋아!”

“우, 흐윽, 윽, 윽!”

흙바닥은 차고 거칠었다. 남자가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등과 팔, 엉덩이가 죄다 쓸려 아팠다. 구름은 느리게 움직여 태양을 가렸고, 사내들의 검은 얼굴이 하나둘 제게로 향했다. 흰자위와 완벽히 분리되는 까만 동공은 섬뜩할 만치 무감각했다.

그들은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다만 제 위에 올라선 사내만이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야, 이, 이런 것도 좋네! 밖에서 하니까, 씨발, 더 조이고… 악!”

짐승처럼 허리를 흔들며 연재의 속살을 탐하던 남자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연재는 제 위로 엎어진 체중에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단단한 상체가 몸을 짓누름과 동시에 구불구불한 내벽을 짓누르던 성기가 배 아래쪽을 강타했다.

“뭐, 무스, 흐악! 악!”

놀란 남자가 팔로 땅을 짚으며 상체를 세우자 또다시 퍽, 하고 끔찍한 소리가 났다. 연재는 남자의 아래에 깔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눈만 깜빡였다. 그때 뺨 위로 미적지근한 것이 떨어졌다. 남자는 무언가에 얻어맞고 있었고, 그 여파가 안쪽까지 닿아 내벽이 엉망으로 휘저어졌다.

연재는 겁에 질린 낯으로 몸을 잔뜩 움츠렸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았다. 거친 욕설이 뇌리에 꽂히고, 차가운 계곡 바람이 불어왔다.

“아악! 악, 아, 미, 미안! 잘못, 하윽, 윽, 악!”

“흐, 흐읏, 읍, 으읏, 으…… 아, 흐윽…….”

안간힘을 다해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피가 터지도록 씹어댔으나 자꾸만 신음이 흘러나갔다. 이미 안쪽으로 들어선 물건은 사내가 얻어맞을 때마다 거칠게 내벽을 찔러 올렸다. 위로 살짝 휘어진 성기는 두툼한 귀두를 이용해 연재의 속살을 벅벅 긁어댔다.

공포와 쾌감이 한데 어우러지며 사지가 주체할 수 없이 떨려왔다. 마지막으로 사내들은 남자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쿵, 쿵, 쿵! 배 아래까지 쑤시고 들어와 한 곳이 집중적으로 파였다. 토할 것만 같았다. 동시에, 연재는 절정에 다다라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다행히 사내가 버티지 못하고 연재의 몸 위로 덥석 쓰러졌다. 연재는 사정 직전이었던 아래를 허겁지겁 가렸다. 흉기는 미끄러지듯 빠져나왔으나 귀두가 걸쳐진 채로 질구를 들락거렸다.

“씨발 새끼, 말 존나 쳐 안 듣고 지랄이야!”

“야, 규서야. 미안하다. 내가 때리지 말라고 분명 말했는데, 씨발, 이 새끼가 좀 멍청해서.”

그들은 그제야 남자를 끄집어내 던졌다. 피로 범벅이 된 놈은 작은 침음조차 흘리지 못하고 기절해 있었고, 그 아래 피와 정액 그리고 눈물로 지저분해진 연재가 새파랗게 질린 낯으로 떨고 있었다. 상황이 파악되자마자 발간색의 성기가 축 늘어졌다. 우습게도 누구도 보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팽팽하게 조여진 무릎 사이를 누군가 벌리자, 사정없이 몰아쳐 결국 찢어진 입구가 드러났다. 그곳에서 핏물이 새어 나오자 그는 혀를 차고 연재를 덥석 들어 올렸다.

혼란스러운 눈동자는 갈 길을 찾지 못하고 허공을 떠돌았다. 연재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런 상황에서도 안쪽을 쑤셔오는 것에 느끼며 절정 직전에 다다랐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덜렁 들려 엉덩이가 밑으로 슥 들어가는 의자에 앉혀졌다. 연재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즐겁던 바비큐 타임은 서늘하게 굳어버렸고, 남자들은 욕을 뱉었다.

“규서야, 진짜 미안하다. 내가 저 새끼 가서 더 조질게.”

“야, 구급상자 어딨냐?”

“거, 그…… 거실 TV 밑에 있더라!”

백진혁은 턱을 괴고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흥미롭게 휘어진 눈과 마주하자마자, 연재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째선지 그가 이 상황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아무런 물증도, 이유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긋한 눈동자가 그리 보였다.

남자는 처음부터 손버릇이 나빴고, 때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그만이 못 들은 듯 보였다. 연재는 입술을 말아 물었다가, 두 팔로 무릎을 감쌌다. 누가 이 상황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루빨리 시간이 가든, 이 상황을 만들었던 누군가가 저를 죽여 주든 모든 것이 끝나길 바랄 뿐이었다.

* * *

다소 착잡하게 끝난 바비큐 파티는 놈을 완전히 산 뒤편으로 내던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남자들은 펜션 앞에 모닥불을 피우고 수다를 떨었다. 대부분 오메가 혹은 여자와의 잠자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뺨이 퉁퉁 부은 연재는 맞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 아프지도 않았고, 맞았다는 이유로 쉬게 해주었으니까.

그러나 연이어 벌어진 사건 탓일까, 어떠한 생각도 이을 수 없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연재는 멍하니 땅을 내려다보았다. 아까부터 열이 올라 몸이 뜨끈거리기도 했고, 움직이거나 말을 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오른편에는 규서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왼편에는 백진혁이 다른 놈들의 이야기에 맞춰 웃음을 터트렸다. 일주일이나 자체 휴강을 하고 놀러 온 대학생들은 제 나이에 맞게 해맑은 얼굴로 재잘거렸다. 물론 대화 내용은 그렇지 못했다.

“야, 저번에 그 새끼 존나 걸레 된 거 알아?”

“누구.”

“그, 걔 있잖아. 머리 노랗게 물들이고, 피어싱 끼고 다니던 아다 새끼.”

“아. 걔? 존나 센 척하던 열성?”

모닥불이 근처에 있어서일까, 어쩐지 땀이 났다. 연재는 누구 것인지 모를 외투를 꽉 끌어안았다.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래는 욱신거렸다. 더 이상 무언가를 받아들였다간 망가질 것만 같았다.

뺨의 상처에는 진득한 연고가 잔뜩 발라졌다. 투박한 손으로 치덕치덕 연고를 발라 준 한 남자는 연재를 힐끔거리다가 아팠냐, 하고 물었다. 말없이 사내들의 행위에 참여하던 이였는데 연재는 순간 울컥했다가 고개를 저었었다.

“어. 진심 골 때리더라. 그때 빵 한 번 당하고 좆에 미쳐서, 클럽 돌아다닌대.”

“레알?”

“클럽을 왜 돌아다니는 줄 아냐? 한 곳에서 괜찮은 알파 새끼 다 따먹으면 옮기는 거야. 대박이지? 시발, 그때는 존나 싫다고 튕기더니.”

“오메가 새끼들이 그렇지 뭐. 좆맛 한번 보면 정신 못 차리지.”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연재는 두 무릎을 끌어안고 눈을 질끈 감았다. 코로 숨을 몇 번 내쉬다가, 일순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팔 받침대를 손으로 세게 쥐었다. 천천히 끓어오르던 열기가 아랫배로 쏠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손끝이 잘게 경련하더니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

아, 설마.

머리를 스쳐가듯 한 생각이 스쳤다. 열, 하면 떠오르는 가장 첫 번째 것. 히트 싸이클.

투홀인 탓에 주기가 엉망이긴 했어도 대체로 3개월 안에 한 번이었다. 이전에 억지로 발화된 히트 싸이클을 제외하더라도 아직 한 달이 남은 시점이다. 연재는 당황한 얼굴로 입을 틀어막았다. 손발이 저리고 시야가 뭉개진다. 커다란 펜션은 꼭 돌무더기처럼 뭉뚱그려진 형태로 일그러져 갔다.

“안, 돼…….”

연재는 곧 무언가를 잘못 삼킨 사람처럼 컥컥대며 기침을 내뱉었다. 온몸에 힘을 주었으나 페로몬이 막힐 리는 만무했다. 더듬더듬 다리를 아래로 내리고, 다급히 펜션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돌아가 봤자, 약은 없었다. 불시에 잡혀 온 터라 짐을 챙겨오지 못했던 탓이다. 혹시 구급상자 안에 있을까? 어지럼증이 일어 상체가 휘청거렸다. 가느다란 캠핑 의자는 무게를 감당치 못하고 옆으로 휙, 무너져버렸다.

“흐, 흡…….”

오로지 백진혁과 규서의 시선만이 연재에게로 닿았다. 검은 두 눈동자가 일그러지더니 점차 붉은 열기를 띠었다.

“야, 근데 뭔 냄새 안 나냐?”

“나 씻었는데?”

“열성 새끼야, 그거 말고. 존나 단내 난다고.”

눈앞이 노랗게, 파랗게 물들었다. 곧 두 짝의 시선은 여러 개가 되어 연재에게로 향했다. 바닥에 엎어진 채로 헐떡이자 외투가 스르륵, 아래로 떨어지며 희멀건 나신을 내보였다. 온종일 찬바람을 맞은 탓에 관절마다 붉어진 몸은 맛 좋게 익어 따기 직전의 열매와 같았다.

“채연재, 히트 싸이클이야?”

규서의 섬뜩한 목소리가 귓가를 내리쳤다.

백진혁이 몸을 돌려 팔을 뻗자마자, 연재는 미친 듯이 뛰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투로 몸을 감싼 채로 숲으로 뛰어들었다. 남자들이 어, 하고는 단번에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연재는 아픈 것도 잊고 다리를 뻗어 세차게 뛰었다.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숨이 벅차올랐다. 열이 올라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오메가 특유의 체향이 퍼져나간다. 스스로도 느껴질 만큼 지독하게.

그나마 나무와 과일의 향을 닮은 것이 다행일까. 연재는 하얀 맨몸에 상처가 길게 남는 것도 무시한 채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곧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래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투홀 오메가의 히트 싸이클은 불규칙적이다. 게다가, 구멍이 두 개인 탓에 앞뒤로 애액을 흘려 속옷조차 입을 수 없었다.

히트 싸이클을 억누르는 약을 먹지 않는 날이면, 아래가 온통 축축하게 젖어 속옷이 제 역할을 하지도 못했다.

연재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커다란 나무 뒤, 풀숲에 쓰러지듯 몸을 숨겼다.

페로몬이 근방을 모두 장악해 나갔다. 시원한 솔향, 그리고 달고 상큼한 사과 향이 얽혀 주변이 온통 풋내로 가득했다. 이쯤이면 안전할 것이다. 지독하게 강한 페로몬 향은 연재가 어디에 있는지 그 자취조차 찾아내지 못하도록 도와줄 터였다.

연재는 풀숲에 몸을 숨기고 울컥이며 흘러나오는 애액을 두 손으로 막았다. 보지구멍과 뒷구멍은 당장이라도 성기를 삼키고 싶은 듯 벌름거렸고, 당장 백진혁의 것과 같은 게 들어와도 고통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젖어버렸다.

연재는 몸을 감싼 외투로 아래를 질척한 허벅지 주변을 닦았다.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지만, 외투에서 굳건한 알파의 향이 느껴져 쾌감이 배가 되었다.

“흐, 흐으…….”

왜 하필 오늘이야. 왜 하필, 지금…….

어쩌면 이번에도 알파들의 페로몬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터진 것일 수도 있겠다. 연재는 스스로에게 변명을 해보이며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꾹꾹 참아 삼켰다.

차라리, 차라리 제게 말하고 데려왔더라면 약을 챙겼을 것이다. 불시에 터질 수 있는 탓에 억제제는 늘 품에 넣고 다녔으니까. 이렇게 된 건 모두 규서 때문이었다.

어차피 멋대로 데려올 거라면 말이라도 하지. 아니면, 저를 속여서 놀러 간다고 그리 말하기라도 하지. 어찌 지쳐 잠든 사람을 이렇게, 제 맘대로…….

울컥하고 설움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다. 연재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울었다.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다. 이 집에 온 후로 계속해서 제 몸은 유린당했다. 존재 자체가 짓밟히듯 멋대로 행하는 이들에게 벗어나지 못했다.

선배를 위해 스스로 움직이기도 했다. 그래서 첫날에는, 많이 놀라고 무서웠지만 괜찮을 거라고 제 맘을 다독였다. 선배에게 혼날 것이 두려웠지만,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면 될 테니까. 그럼 이전보다 부드러워진 선배는 이해해 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착각이었다. 익숙해졌다고 해서 상처마저 아프지 않을 순 없었다.

같은 부위에 여러 번 상처가 나고, 물집이 잡히고 터지기를 반복하며 끝내 굳은살이 되어도 고통은 여전했다.

저보다 어린 대학생들에게 둘러싸여 희롱당하고, 변기와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도 그랬다. 2년간 버티겠다는 각오가 우습게 무너지고 말았다.

멀리 저를 찾는 발소리가 들렸다. 수많은 알파들이 이리저리 살피고, 게걸스럽게 침을 삼키며 욕망의 페로몬을 뿜어냈다. 오메가의 몸은 알파들의 페로몬에 저항하지 못하고 눈에 띄게 경련하며 애액을 내보냈다.

연재는 발기한 제 성기를 쥐고 눈을 꼭 감았다. 손도 대지 않았는데 절정에 다다른 것처럼, 성기는 껄떡이며 묽은 액체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몸을 둥글게 말고 숨을 최대한 죽였다. 이리저리 낙엽을 밟으며 돌아다니던 발소리는 천천히 멀어졌다. 그들은 짐승처럼 나지막한 숨소리를 내뱉으며 연재를 찾고 있었다.

어디 갔어, 예쁜 오메가야, 어디로 갔어. 도와줄 테니 이리 나와, 나쁘게 굴지 않을게. 어디 갔어, 어디에 있어?

징징 울리는 목소리는 꼭 섬뜩한 노래가사와 같았다. 연재는 그들이 더 멀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때, 아랫배가 징하고 울리며 머리가 새하얗게 점멸했다.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예쁜 오메가야, 어디로 갔을까. 해치지 않을 테니 나와 봐, 약이 필요하지? 응……?

“으, 흐읏…….”

아래를 막던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움직여 두 구멍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노랫가락과 같은 목소리는 멀어져 갔고 연재는 스스로 보지와 뒷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박은 채로 할딱였다.

이마를 흐르던 땀이 콧잔등 위로, 그리고 낙엽 사이로 흘러내렸다.

새하얀 나신을 이리저리 꼬며 더욱 깊이, 더 안쪽을 갈망했다. 그러나 손가락의 길이엔 한계가 있었다. 연재는 벌겋게 핏발 선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굵직한 나뭇가지를 발견했다.

그러나 손을 뻗지는 못했다. 간신히 이성이 막아섰다. 썩어 떨어진 나뭇가지는 겉이 무척 거칠었으며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 보였다. 연재는 결국 목소리가 모두 사라지자마자 허리를 들어 둔부를 치켜든 채로 뒷구멍에 네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흐으, 흣, 아, 아…… 으읏, 응, 흐으…….”

조금 전까지 느끼던 쾌감에 대한 혐오는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무너진 이성 위에 본능이 자리를 잡자, 연재는 몸을 꼬고, 발끝을 굽히며 손가락을 거칠게 움직였다.

늘 억제제를 먹었기에 직접 겪는 것은 처음이었다. 즉, 제 손으로 뒤를 쑤신 것도 처음인지라 손가락은 어설프게 내벽을 긁어 올렸다. 깊은 곳까지 닿지도 못하고, 제가 느끼는 곳을 찾지도 못하면서 연재는 열심히 허리를 들썩였다.

“아, 하으, 흐응, 응, 아, 아…….”

그때 페로몬 한 점 묻어 있지 않은 기척이 느껴졌다. 손가락으로 내벽을 마구 긁어대던 연재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까만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서늘한 바닷바람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진득하게 늘어져 오는 알파 페로몬은 동시에 끈적한 태양 볕처럼 몸의 주도권을 빼앗았다. 움직이던 손가락에 힘이 빠지고, 치켜올린 둔부가 스르륵 내려가 늘어졌다.

종아리까지 애액이 흘러 하체가 번들거렸다. 연재는 나뭇잎 사이로 흐리게 모습을 드러낸 달을 발견했다. 그리고 규서가 말없이 다가와 연재를 끌어안았다.

“찾았다…… 엄마.”

달아오른 앞섶이 보였다. 연재는 규서의 말도 무시하고 헐떡이며 그의 바지춤을 붙잡고 늘어졌다. 열기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뜨거운 액체가 눈가로 줄줄 흘러내리고 더위에 숨을 제대로 쉬기 힘겨웠다.

그리고 서늘한 나무 향기가 났다. 짙고 무거운 흙내음, 그것과 얽힌 이가 연재의 뒤에서 허리를 감싸왔다. 미적지근하고 축축한 혓바닥이 귓바퀴를 천천히 훑었다. 그 또한 단단하게 발기한 것을 등에 문질러 오며 나른한 한숨을 내뱉었다.

“형, 갑자기…… 그렇게 가니까, 놀, 랐잖아요.”

연재는 결국 등 뒤로 몸을 무너트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발긋하게 익은 온 살갗이 결국 과즙을 터트린 열매와도 같았다. 규서는 연재의 뺨을 붙들고 그의 시트러스 향을 깊게 삼켰다. 목덜미에 입을 묻고, 잘근잘근 씹어대자 뜨거운 몸이 덜덜덜, 눈에 띄게 경련했다.

“빠, 빨리…… 흐, 아으, 응, 아, 가, 간지러, 흑… 흐으…….”

입을 벌리고, 새빨간 혀를 내밀었다. 그래도 열기는 몸속 깊은 곳에 갇혀 빠져나오질 못했다. 연재는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손을 뒤로 해 둔부 사이를 더듬자 백진혁이 두 손목을 잡아챘다.

“흐, 왜애…… 아으, 흑, 놔아, 놔…….”

칭얼거리며 고개를 젓자 다가온 규서가 벌어진 입술에 혀를 밀어 넣으며 깊게 입을 맞췄다. 동시에 백진혁의 굵은 손가락이 뒷구멍을 열고 들어와 양쪽으로 벌렸다. 질질 흐르던 애액 덕분에 구멍은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속살을 드러내 보였다.

“존나 야해.”

“우, 흐응, 읍, 우응, 응…….”

등 뒤의 백진혁이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다급히 제 버클을 풀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툭, 지이익. 바람 소리 하나 없는 적막한 숲속에서 한 명은 끈적하게 타액이 오가는 키스를 했고, 한 명은 서둘러 흉기를 꺼내 들었다. 연재는 손목이 자유로워지자마자 팔을 뻗어 규서의 목을 끌어안았다.

시원한 바다내음이 목구멍으로 쏟아지고, 갈증이 풀어지듯 페로몬으로 몸 곳곳이 물들었다. 연재는 혀를 내밀어 규서가 넘기는 침을 받아 삼키고, 입 안을 훑는 혀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들이 누구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곳이 어디인지도.

수치심도, 절망감도, 분노도 모두 아스러졌다. 연재는 헐떡이며 백진혁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허리를 들어 주었다. 곧바로 단단하고 굵직한 귀두가 와 닿았다. 끈적한 애액이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세 명의 호르몬이 한데 얽혀 소음을 일으켰다.

백진혁은 단단하고 축축한 선단을 밀어 넣었다. 빨아들이는 눅진한 구멍에 침을 삼킬 새도 없었다. 귀두 부근을 두른 동그란 진주알들이 내벽을 지그시 누르며 속살을 벌렸고, 점점 더 두꺼워지며 우둘투둘한 모양의 흉기가 끝도 없이 들어섰다.

“아, 하으, 흑, 아아……!”

고개를 뒤로 젖히자 두 사내가 연재의 양쪽 목덜미를 훑으며 더운 숨을 흘렸다. 낙엽이 바스러지고, 풀숲이 흔들리며 하얀 살갗 위로 햇빛이 일렁거렸다. 규서는 손을 올려 빨갛게 부은 뺨을 쓸어내리고 주먹에 힘을 주었다.

연재가 쏟아내는 페로몬의 양이 지나쳐 아래가 욱신거리며 터질 듯이 부풀었다. 아버지의 아내이자, 새어머니의 육신은 탐할수록 뜨겁게 달아올랐고 가느다란 팔다리가 허리를 감싸왔다.

“엄, 마…… 채연재, 연재야. 나도, 넣어도 돼?”

“흐, 아으, 응, 아…… 아!”

굵직한 물건이 이내 거의 끝까지 들어섰다. 결장을 열고, 미끄러운 입구 안까지 들어선 백진혁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 씨발, 이게 다 들어가네.”

“으, 흐윽, 욱! 흐으, 아…… 하으으…….”

빠듯하게 배 안쪽을 꿰찬 성기가 쿵쿵 박동질을 하며 울렸다. 연재는 아랫배를 한 손으로 붙잡았다가, 나지막한 신음을 뱉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의지와 다르게 손이 불그스름한 보지구멍을 매만졌다. 음핵이 스치자마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제 남성기 아래로 잔뜩 벌어진 질구가 몹시 뜨거웠다.

두 사내의 사이에 갇혀 몸을 잔뜩 구부리자 팔다리가 욱신거렸다. 꼿꼿하게 선 유두가 잘게 경련했고, 마른 몸이 번쩍 들려서는 어렵지 않게 그들의 손에 들렸다.

“뻑뻑하긴 한데, 진짜 존나 젖어가지고…… 이게 다 들어가는 사람 처음이에요, 형.”

“하아, 하, 흐으…… 응, 아…….”

백진혁은 나무에 등을 대고 연재의 다리를 잡아 양옆으로 활짝 벌렸다. 연재는 그가 가만히 있는 것이 불만이어서, 아래에 힘을 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재촉했다. 끈적하고 습한 내벽이 성기를 꾸물꾸물 물어오자 백진혁이 작은 침음을 흘렸다.

“빨리, 빠, 빨리이…… 흐, 흐윽, 빨리요, 제바알…… 아.”

규서는 잠시 망설이는 듯 입술을 물었다. 연재의 페로몬에 눈앞이 아찔하게 흔들리면서도, 이곳으로 그를 끌고 와 백진혁의 말대로 너덜너덜해지도록 그를 사람들에게 내돌린 것이 내내 찝찝했던 탓이다.

그러다 연재가 하얗고 가는 손가락으로 제 보지를 뒤적이고, 어떻게든 안쪽을 긁어내려는 것을 보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결국, 연재의 양 손목을 치워 훤히 드러난 질구에 성기를 맞대었다. 마치 간지러운 키스를 하듯, 부딪쳤다가 떨어질 때마다 결합부에 투명한 애액이 길게 늘어졌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싶었고, 제 말에는 순종하지 않는 채연재를 갖고 싶었다. 어떤 의미로든 간에.

그러나 이제야 그 의미를 깨달았으니, 여기까지 와서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두 자신이 감당해야 할 업보와 같았으니까. 채연재는 쾌락에 미쳐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허리를 들썩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숨을 뱉고, 아래에 힘을 줘 벌름거린다.

닿은 귀두를 간질이듯, 빨아들이고자 하는 움직임에 규서는 참지 못하고 백진혁과 자신의 사이에서 그의 몸이 짓눌려 터지도록 강하게 쑤셔 박았다. 두 개의 남성기가 내부로 들어서며 안쪽의 질벽과 장벽이 경련했다. 연재는 할딱이며 계속해서 애액을 흘려보냈고, 더 깊은 곳으로 넣어 달라는 듯 뜨거운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조금 더, 더…….

뭉개진 시야 너머로 얼굴을 알 수 없는 남자가 아른거렸다. 연재는 그를 끌어안은 채 할딱이며 향을 맡았다. 시원하고, 조금은 비릿한 바다 냄새. 두 개의 구멍에 빠듯하게 성기를 끼워 넣고 조금씩 움직이는 사내들의 움직임. 고개를 뒤로 젖히자 뒤쪽의 남자가 입을 맞춰 왔다.

연재는 그가 흘려주는 모든 것을 빨아먹었다. 목이 마르고, 숨이 막혔다. 조금 더 깊게, 더 강하게 들어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내벽을 조이며 도리질을 쳤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잘게 흔들리고 땀에 젖은 맨몸이 화끈거렸다.

손끝으로 눈앞의 누군가를 더듬었다. 단단한 어깨와 팔, 억센 움직임과 커다란 물건. 그리고 묘하게 다정하게 느껴지는 시선이 저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서…… 선배…….”

선배인가. 선배인가 보다. 입꼬리를 올려 헤헤, 하고 웃자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연재는 그의 목에 이마를 묻고는 아양을 떨듯 뺨을 비볐다.

“선배애, 조, 좋아요…… 흑, 아…….”

지나치게 장성한 물건이 속살을 뭉근하게 짓누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재는 허공에 뜬 발끝을 오므리며 선일의 품에 안겼다. 따뜻하고 다정했다. 고개를 들자 짙은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가 보였다.

“흐으, 아, 선배, 더…… 조금 더, 더요…….”

이곳은 어디일까. 나는 왜 선배랑 이곳에서,

“흐윽, 아! 아으, 응, 아!”

생각을 잇기 전에 선배가 거칠게 좆을 뽑아냈다가, 한 번에 들이박았다. 배꼽 아래까지 처박고 올라온 물건에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하자 뒤쪽의 누군가가 무릎에 팔을 끼운 채로 손을 내렸다. 두꺼운 손가락이 좆이 들어찬 결합부를 살살 매만지며 통통한 둔덕을 쓸었다.

“으응, 흑, 아읏, 아…… 아!”

“기분 존나 째진다. 씨발, ……하, 남편이라도 찾는 거야? 응?”

“하으으, 흑, 서, 선배애…… 앗, 하윽! 응, 아! 앙, 아윽! 앗!”

잔뜩 벌어진 허벅지를 붙잡은 선배가 위로 찍어 올렸다. 살갗이 닿아 철퍽이는 소리가 일었고, 그 와중에도 애액이 허벅지 아래로 주룩 흘렀다. 선일이 허리를 치켜올릴 때마다 연재는 괴롭게 신음을 뱉다가도 웃었다.

아침에, 제 입술에 도둑키스를 한 선배의 수줍음이 기뻐서.

그와 몸을 맞대고 접합하는 이 순간까지도 설레었다.

“간만에, 이런 년이 굴러오네. 안 그러냐? 젖만 좀 더 컸으면 좋았을 텐데.”

커다란 손이 가슴을 억지로 움켜쥐었다. 양손으로 살가죽을 끌어 쥐고, 뒤에서 박아대자 동그란 둔부에 깊게 들어간 성기가 움찔거리며 크기를 키워 나갔다. 배가 터질 것만 같았다. 작은 것도 아닌, 두 개의 큰 기둥이 양쪽을 찔러대며 저를 희롱하고 있었다.

연재는 선일에게 매달리며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골반을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선일이 더욱더 빠르게 움직이며 음란한 속살을 벌리며 파고들었다. 들어설 때마다 작은 질구가 커다랗게 벌어지며 둔덕이 위로 부풀어 올랐다.

“흐응, 읏, 아, 아으, 서, 선배애…… 선배, 흐읏, 아! 너, 너무…… 흑, 아…… 조, 좋아……요, 흐윽, 흐, 앗, 아!”

물기 가득한 두 구멍에 두 성기가 번갈아 움직이며 찔걱이는 소리를 내뱉었다. 꼭 먹음직스러운 고기의 살을 발라내 씹어 삼키듯, 흥건한 육즙을 빨아들이듯이. 그들은 오메가의 히트 싸이클 해소를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듯 작은 몸을 억지로 뒤틀어 흔들고, 잔뜩 벌어진 붉은 음부 안으로 온 힘을 다해 성기를 욱여넣었다.

미끄러지듯 빨아들이고, 빠져나갈 때에는 뻑뻑하게 조여 오며 좆을 우물우물 씹어대는 움직임에 두 알파의 눈동자가 흐리멍덩해졌다. 아래를 만지작거리던 뒤쪽의 남자가 연재의 음핵을 엄지로 지그시 눌렀다가, 위아래로 비벼대기 시작하자 연재는 더 이상 소리를 참아낼 수 없었다.

“흐응, 아, 아앙! 흐앙, 앗, 앙! 흐으응, 앙, 아읏……! 흑, 아!”

“조용히, 해…… 형. 여기, 짐승 새끼들이 존나, 많단 말이야.”

두 구멍은 정액을 뽑아내듯 움찔거리며 성기를 꽉 죄어 왔다. 특히 뒤쪽의 물건은 너무나 크고 버거운 데다, 움직일 때마다 안쪽이 온통 긁혀나가는 고통마저 일었다. 연재는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그들에게 기대지 않아도, 매달리지 않아도 발은 땅에 닿지 않았다.

한 손으로 눈물을 마구 닦아냈다. 가슴을 짓이기고, 유두를 잡아당기던 손가락이 이제는 음핵을 괴롭히고 있었다. 묵직하고 불쾌한 성기가 아래를 꿰뚫고 내장까지 드나들며 풍선처럼 제 안에 갇혀 있던 열기를 터트렸다.

“하으, 흑, 아! 아응, 읏, 아앙……!”

바스락, 바스락. 곧 여러 개의 발소리가 들렸다. 침을 흘리며 뜨거운 숨을 내뱉는 이들은 꼭 좀비처럼 서서 거대한 성기를 손에 쥐고 연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미 어제 한 차례 범했음에도 보는 것만으로도 고환에 정액이 가득 차오르는 듯, 저 몸 안에 씨를 뱉고 싶었다. 그리고, 저 작은 오메가의 배가 볼록하니 나와 자신들의 아이를 갖고, 예민한 안쪽을 찔러 넣는 상상을 했다.

“봐요, 형…… 하아, 흐…… 형 씹물 때문에, 짐승 새끼들 몰려든 거.”

“흐윽, 응, 아으, 서, 선배애…… 아, 아흐, 흑, 앗, 아응!”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라고.”

백진혁의 말대로 셋의 교미를 지켜보는 이들은 체육부 부원들만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그르릉, 목 안쪽으로 성욕을 눌러 참는 동물의 울음소리도 들려왔고, 멀리 내던졌던 아까의 남자도 피떡이 된 채로 좆을 꺼떡이고 있었다.

마치 좀비처럼 다가오던 이들은 어느 선에서 걸음을 멈췄다. 두 우성 알파의 페로몬이 진득하게 뿜어나간 탓이다.

벌건 성기의 끝에서 정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사내들은 실핏줄이 터진 눈으로 연재의 아래와, 쥐어뜯긴 가슴과, 쾌락에 흐려진 얼굴을 살피며 제 것을 흔들었다.

두 성기가 들락거릴 때마다 애액과 쿠퍼액이 질질 흐르고 조금 진해진 분홍빛 구멍과 보지가 드러났다. 연재는 이제 온몸에 힘을 빼고 선일, 아니 규서의 품에 안겨 그들이 움직이는 대로 헐떡이기만 했다. 매끈하고 꼿꼿한 성기가 흔들리며 보잘것없는 정액을 찔끔 토해냈다.

“보여지는 거 좋아해요?”

규서가 조곤조곤 속삭였다. 그는 상당히 화난 듯 보였으나, 애써 눌러 참은 목소리로 이를 갈았다. 인형처럼 늘어진 두 팔을 강하게 붙잡고 허리를 올려 쑤셔 박자, 음핵이 음모에 거칠게 스쳤다. 연재는 다시 허리에 힘을 줘 뻣뻣하게 서서 짧은 숨을 끊어 뱉었다.

“흐, 흐윽, 헉, 하아, 하, 흐으, 흑!”

너무 좁아 아무리 욱여넣어도 다시 밀어내곤 했던 아래가 이제는 성기에 달라붙어 달팽이의 점액질처럼 떨어지질 않았다. 동그란 둔부는 두 성기를 삼키고도 모자랐는지 구불구불한 내벽을 움찔거리며 접합부를 씹어댔다.

연재의 음모와 자신의 것이 완전히 달라붙도록 깊게 박은 규서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숨을 크게 삼켰다. 연재와는 달리 러트가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제정신이 돌아왔음에도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뜨거웠고, 음란한 얼굴로 울었다.

통통하고 반질반질한 보지구멍은 움직일 때마다 좁아졌다가 늘어나기를 반복했다. 목이 너무 쉬어 신음이 아닌 끅끅대는 울음만이 질퍽이는 소리와 얽혀들었다. 빨갛게 물든 뺨에 입을 맞추자 연재는 여전히 그가 선일이라 생각하는지 수줍게 웃었다.

“선, 흐윽! 앗, 선…… 선배애, 으, 흐윽! 아, 아, 내, 내가, 선배를…… 아, 흐윽, 응, 앙!”

턱을 잡아 돌리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눈동자가 이리저리 떠돌았다. 규서는 연재의 뺨을 붙잡고 작고 또렷하게 속삭였다.

“엄마, 지금…… 엄마 아들이랑, 아들 친구한테 당하는 거예요. 강간을.”

“흐윽, 응, 아! 무, 흐윽…… 아, 흐읏!”

“자세히 봐. 내가 아직도 아버지로 보여요?”

우둘투둘한 핏줄과 진주알이 불거진 성기로 뒤를 파고들던 백진혁이 먼저 안쪽 깊은 곳에 토정했다. 규서 또한 이를 악물고 속살을 파헤쳐 정액을 쏟아부었다. 허벅지는 이제 투명한 애액뿐만 아니라, 희멀건 정액으로 얼룩져 꽤나 음란했다.

안쪽에서 왈칵이며 쏟아지는 것도 무시한 채, 규서는 연재를 끌어당겨 수풀 사이로 눕혔다. 상체를 짓눌러 볼기가 위로 솟도록 골반을 틀어잡고, 조금 전 백진혁이 박아대던 뒷구멍에 아직 흉흉하게 선 것을 밀어 넣었다.

“흐윽, 아! 아윽……!”

“여기, 아버지 없어요. 엄마. 아버지가 붙여 놓은 사람도 없고, 엄마를 구해 줄 사람은 하나도 없어.”

“흣, 앗, 아응, 윽, 아! 자, 잠…… 흐윽, 응!”

“난 아버지가 아니라, 당신 아들이야. 아버지 좆맛이 그렇게 좋았어요? 내 좆을 물고도 그 새끼를 떠올릴 만큼?”

느긋하게 후희를 즐기던 백진혁은 커다란 성기를 꺼떡이며 자리를 옮겼다. 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연재의 머리칼을 쥐고 들어 올려, 작고 부드러운 입술에 귀두를 살살 문질렀다. 전부 들어갈 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구멍조차 히트 싸이클로 완전히 풀어지고 나서야 삼키지 않았던가.

“빨아요, 형.”

“윽, 흐윽, 흐으……!”

“이쪽도 처리해 줘야지. 형이 바라던 자지잖아요.”

벌어진 입술을 귀두로 열었다가 닫으며 재촉하자 연재가 헐떡이며 성기를 앙, 하고 삼켰다. 입 안이 몹시 좁아 귀두를 삼킨 것만으로도 볼이 볼록하니 튀어나왔다. 연재는 눈을 가늘게 뜨고 혀를 내밀어 사탕을 빨 듯 쪽쪽 소리를 내었다. 달아오른 얼굴이 성기를 오롯하게 올려다봤다.

우둘투둘한 겉면을 혀로 훑으며 입술에 힘을 줘 더 깊이 삼켰다. 연재는 얼마 삼키지 못하고 꾸물거리다가 규서의 움직임에 움찔거리며 성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진혁은 무어라 하지 않고 다정하게 다시 입에 물려 주었다.

추웁, 쪽, 추륵, 타액과 쿠퍼액이 턱 아래로 주룩 흘러내린다.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삼키고자 했지만 모두 넘어가지 못한 모양이다. 진혁은 연재의 양 볼을 잡아 입술을 더욱 크게 벌리게 한 뒤, 아까보다 강한 힘으로 머리를 제 쪽으로 당겼다.

입 안에서만 머물던 귀두가 목구멍까지 닿아 쿡쿡 건드려왔다. 귀두 주위로 동그랗게 심어진 알알들이 지나치게 부드러운 속살을 거칠게 긁어댔다. 제 아래처럼 좁고 습한 위쪽 구멍이 끈적하게 달라붙어 왔다.

“우으, 흑, 응, 으읍, 우!”

살과 살이 비벼지고 틀어져 마찰열이 일었다. 쓰라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연재는 힘겹게 코로 숨을 내뱉으며 꼬챙이에 뚫린 것마냥 위아래로 흔들려야 했다.

잡초를 잔뜩 쥐었던 손을 올려 단단한 허벅지를 붙잡았다. 앞뒤로 몰아치던 움직임이 조금, 아주 조금 안정된 듯했다. 연재는 눈꺼풀에 힘을 줘 감았다 뜨며 목구멍으로 흘러내려 오는 쿠퍼액을 꿀꺽꿀꺽 삼켰다.

미친 듯이 타오르던 아랫배의 열기와 갈증이 천천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때 입 안을 가득 채우며 목구멍을 찔러대던 흉기가 번들번들해진 채로 입 밖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흐윽, 흐…… 아, 하아, 흐…….”

“형, 이쪽 볼래요?”

연재는 뺨을 툭툭 치는 손가락에 순종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흥분에 물든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굵직한 성기가 왈칵 정액을 쏟아부었다. 까만 머리카락부터 눈과 볼, 입술까지 흘러내린 정액은 꼭 하얀 크림처럼 보였다. 사내에게 좆을 조르고, 정액을 달라며 보채던 이답지 않게 순수한 생김새 덕에.

그러던 와중에도 규서는 제 어미의 구멍을 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차례 성욕을 풀어낸 백진혁은 바지춤을 추스르며 커다란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로 지독하게 움직이는 이규서는 광견병에 걸린 개새끼처럼 보였다.

이제 연재는 목이 거의 나가 소리조차 내질 못했다. 바람 소리에 가까운 것을 흘리면서, 이규서가 하라는 대로 그의 이름을 흉내 내어 부를 뿐이었다. 입술이 뻐끔거리며 ‘규서야’라는 말을 뱉을 때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연재를 짓눌러 추삽질을 했다.

지저분한 흙과 낙엽, 바람과 사내들의 시선 속에서도 그들은 교미하듯 몸을 맞댄 채로 절정에 다다랐다.

“흐으, 흑, 흐으…… 규, 흐으…서어……야.”

“한 번 더요.”

“규, 흐윽, 규서…… 우윽!”

이규서는 백진혁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담배를 연이어 세 대를 피운 뒤에야 움직임을 멈췄다. 두 구멍을 번갈아 찔러대던 녀석은 기절한 채연재의 뺨을 살살 쓸어내리며 정액으로 얼룩진 입술에 입을 맞췄다.

백진혁은 그 입술에 묻은 것이 제 정액임을 깨닫고는, 오랜 친구가 하는 꼴에 헛구역질을 했다. 미친 새끼 아냐, 저거?

그 주위를 빙 두른 녀석들이 침을 삼켰다. 가장 강한 수컷들의 교미가 끝이 났으니 저들의 차례가 왔다고 생각하듯이.

그러나 규서는 연재를 품에 안아 들었다. 다리 사이로 지나치게 많은 정액이 흘러 제 옷깃을 더럽히는 데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백진혁은 축구부원들을 둘러보다 이규서의 뒤를 따라 걸었다.

히트가 온 몸으로 얼마나 달렸는지, 펜션까지는 꽤 걸렸다. 백진혁은 달랑거리는 하얀 두 다리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규서야.”

“…….”

“이규서.”

침묵이 길게 흘렀다. 규서는 말없이 걸음을 재촉했고, 백진혁은 뒤를 쫓으며 한숨을 뱉었다.

“야, 이규서.”

“왜.”

다소 날카롭게 부르니 그제야 답이 되돌아왔다. 퉁명스러운 되물음에 백진혁은 걸음을 빨리해 규서의 옆에 서서 걸었다.

“뭐가 문제야?”

“뭐가.”

“왜 그렇게 빡쳤냐고.”

백진혁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기절한 연재의 얼굴을 툭툭 쳤다. 아직도 제가 싸지른 정액이 남은 뺨이 움찔거렸다.

“다 돌아가. 이만하면 됐어.”

“흥 깨지는 소리 하네. 이제 겨우 이틀째인데?”

“그만하자고.”

이번 여행에서 이규서가 평소답지 않게 굴고 있는 것은 알았다. 놈은 가학적으로 오메가를 굴리는 걸 좋아했고, 집요하게 그 뿌리까지 일그러트려 삶의 의지가 꺾이는 순간을 즐겼다. 집에서야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라곤 하지만.

백진혁은 센터에서 이규서와 함께 자라다가, 우연히 같은 고등학교로 진입하면서 다시 만났다. 어릴 적엔 아버지, 아버지 하며 나름 순수하게 굴던 녀석은 다시 만났을 땐 딴판이 되어 있었다.

저야 뭐, 원래부터 이런 놈이었지만.

“왜? 왜 갑자기 하기 싫어? 이상해, 너. 여행도 탐탁잖아 하더니.”

“…….”

“설마 그 오메가한테 마음이라도 갔어?”

빈정거리며 고개를 기울이자 역시나, 불쾌함에 일그러진 입술이 보였다.

“뭐야, 맞아? 오메가한테 그럴 맘 없다며?”

“…….”

“아, 알겠어. 뭐 그렇게 째려봐? 근데 그거 혼자 먹기엔 아깝지 않냐? 구멍도 두 갠데, 나도 좀 먹으면 덧나나.”

우성 오메가, 그중에서도 투홀만 줄 세우더라도 채연재는 단연 상등품이었다. 말랑말랑한 성격이면서도 무너질 듯 말 듯 매번 반항하는 점이 재미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단 한 번의 윤간, 아니 강간에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게 당연했다. 뿌리까지 앗아가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순하게 생겨서는 의외로 꽤 버티는 채연재는 아래가 너덜거려 더 이상 박지도 못할 정도가 아닌 바에야 평생 가지고 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디서 이런 오메가를 데려왔는지 몰라도, 백진혁은 채연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규서 또한 그런 의미인 줄 알았더니 아닌 모양이다. 백진혁은 얼마 전 제 아비가 하던 말을 떠올렸다.

“싫냐? 그렇게 싫어?”

“가라고 하지 않았어?”

“이야, 친구한테 너무하네. 오메가 보지 맛 좀 보더니 눈이 제대로 돌아갔나 봐?”

“야.”

“알겠다, 알겠어요! 내가 손 뗄게. 어차피 오메가는 널리고 널렸으니까, 뭐.”

정말 상관없다는 의미로 두 손을 들자 규서가 혀를 차고는 펜션으로 들어갔다. 품 안의 제 어미를 꽉 끌어안고.

백진혁은 잠시 뒤 축구부 놈들의 짐이 문 앞에 마구잡이로 던져지는 걸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남자고 여자고, 오메가고 베타고 연애에는 쥐뿔도 관심이 없다더니. 그에게 꼬리치던 학과 애들이 참으로 통탄해 할 일이었다.

“뭐, 나도 미안할 일 있으니까 쌤쌤이지.”

주머니를 뒤져 담뱃갑을 꺼냈으나 한 개비도 남은 게 없었다. 아까 욕구를 풀고 줄담배를 피운 탓이다. 백진혁은 펜션 앞 원통 형태의 쓰레기통에 담뱃갑을 던져 놓고는 제 차로 향했다.

서비스로 축구부 부장 놈에게 문자 한 통을 날려 깔끔한 뒤처리까지. 이렇게 좋은 친구가 어디에 있나. 백진혁은 콧노래를 부르며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들었다.

* * *

몸을 모두 씻기고, 아무도 쓰지 않은 구석방 침대에 눕혔다. 아직도 페로몬 향이 진동을 했으나 규서는 입 안쪽 살을 씹으며 참았다.

지나치게 혹사당한 아래는 찢어지고 헐어 빨갛게 부었고, 그사이 살이라도 빠졌는지 턱은 가늘어졌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 겨우 잠에 든 연재는 꿈속에서조차 편치 않은 듯 얼굴이 찌푸려진 채였다. 규서는 마른 손목을 끌어다 제 손 위에 얹었다가, 발작하듯 놓았다.

오메가의 히트는 최대 사흘, 적으면 하루 이틀에 끝이 난다. 열기가 빠져나가느냐에 달랐으니, 채연재는 내일 하루만 더 견디면 끝이 날 터였다.

투홀 오메가들의 주기가 엉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갑작스럽게 터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규서는 제게 매달리며,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던 연재의 이마를 쓸어 올렸다.

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마에 땀이 가득했다. 양 뺨은 붉게 물들어 감기라도 걸린 사람처럼 색색 숨을 내뱉었다.

규서는 연재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잤으면 싶어 물수건을 가지러 거실로 나갔다. 문밖으로 한바탕 짜증을 부리는 소리도 들렸고, 백진혁의 차가 떠나는 소리도 들렸다. 굳게 잠긴 문을 힐끔거리다 한쪽에 마련된 하얀 수건을 들어 찬물을 적셨다.

다시 돌아와 지친 눈가를 문질러 주고, 이마와 목 부근의 땀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수건을 접어 이마에 올리자 안 그래도 작은 얼굴이 수건 탓에 더 조그맣게 보였다.

규서는 한숨을 내쉬고 그 옆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했어야 했는데. 조금 더 생각하고 움직였어야 했는데. 연재를 함정에 빠트린 일도, 히트가 온 그를 범한 것도 모두 후회가 되었다.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거늘, 제가 하는 행동은 그와 똑 닮아 있었다. 사람을 도구처럼 쓰고, 멋대로 망가트려 버리는 습성은 유전이라도 되나.

시집을 와 계속된 성적 학대에도 꿋꿋하던 채연재가 오늘은 몇 번이고 무너졌다. 그에 대고 자신은 무어라 했던가. 아버지로 착각하는 모습이 화가 나, 아픈 목으로 제 이름을 계속해서 외도록 하지 않았던가.

마른 몸을 씻기고, 구멍에 들어찬 정액을 빼내고 또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새 옷을 입히는 동안,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입에 ‘약’을 넣어 주면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전신을 휘감았다.

뼛속까지 틀어박힌 더러운 알파의 피가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규서는 잠든 연재의 허리를 감싸 안고 눈을 감았다.

바보, 병신, 머저리. 스스로를 향한 욕설은 늘 그렇듯 익숙했다.

* * *

연재는 억눌린 소리를 내며 어깨를 비틀었다. 몸이 무겁고 목이 말랐다. 팔을 움직이려 했으나 꼼짝도 안 했다. 게다가 시야는 모호하게 흐트러져 아무것도 뵈질 않았다.

“으, 우으…….”

몇 번 더 눈을 깜빡이자 간신히 초점이 잡혔다. 하얀 침대와, 익숙한 패턴의 천장이 보였다. 아직 펜션이구나. 아직…… 그래, 아직 선배가 오지 않았구나.

입술이 버석버석하게 말라 달싹이는 것조차 힘겨웠다. 연재는 몸을 뒤척이다 제 위에 올라온 크고 무거운 팔과 다리를 발견했다.

“……어.”

고개를 돌리니 규서가 자고 있었다. 제 나이에 맞게 순박한 얼굴로, 색색 숨을 들이마시면서.

연재는 한참 규서를 내려다봤다. 새까만 속눈썹이나 곧은 콧대, 입술까지 선일 선배를 많이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선배는 좀 더 무섭고, 규서는 좀 더 착하게 생겼다는 점이다.

왜 규서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가, 생각을 더듬던 연재는 어제 일을 떠올렸다. 사내들의 부추김에 저를 덮쳤던 남자가 제 뺨을 때렸고, 그러자 수많은 발길질이 그가 핏덩이가 되도록 가해졌다. 그 아래서 헐떡이다 나와 쉬고 있었는데, 몹시 더웠었다.

입술이 마르고 속이 타는 듯한 열기에 심장이 난도질을 당한 듯 아려 왔다.

그래서, 아…… 그래서, 뛰었는데. 수풀 사이로 숨어 저를 찾는 소리에서 애써 도망쳤는데… 그 후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잡혔던 걸까? 그대로 기절이라도 했었나. 그런 저를 규서가 데리고 와 주었나.

다시 한번 규서를 쳐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규서의 머리카락은 아주 조금 갈빛이 섞여 있었다. 아마 햇빛을 맞으면 더 밝게 보일 터다. 속눈썹도 그랬다. 곧은 콧대도 선일과 다르게 끝이 좀 더 둥글었다.

연재는 말없이 그의 팔과 다리를 밀어냈다. 침대 구석으로 몸을 구기자 규서가 덮던 이불이 제게로 딸려 왔다. 폭이 좁아 저쪽까지는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불이 사라지자 규서는 작게 웅얼거렸다.

그에게 이불을 도로 덮어 줄까 고민하다가, 그냥 이불로 제 몸을 꽁꽁 감쌌다. 깜빡이는 눈꺼풀 속 검은 눈동자에는 희미한 온기도 보이지 않았다. 집에 돌아간다면, 아니… 선배의 집에 돌아간다면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말해야겠다.

부모님께 드린 돈을 모두 갚아야 하고, 위자료도 필요하겠지만 그냥 무작정 그리해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빚이 제 어깨를 짓누를 테지만, 작은 원룸을 구해 그곳에서 틀어박혀 있고 싶었다. 부모님이 저를 불러 또 온갖 집안일을 떠넘기고 화풀이 대상으로 삼겠지만, 가고 싶지 않았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선배의 아내가 되었던 세 오메가들은 어떻게 버텼을까. 규서의 말대로 다른 오메가들은 이쯤은 아무것도 아닌 걸까? 그럼, 저 혼자 유난인 것일까.

모두가 이렇게 사는데, 이게 잘못된 것도 아닌데 혼자 괴로운 거라면 어떻게든 사는 게 맞았다. 고등학생 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 친구의 말대로 남에게 매달려서는 안 됐다. 남 탓으로 돌리고 칭얼거리면, 제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 쓰레기만 될 뿐이다.

그러나 그리하고 싶지 않았다. 무얼 하고 싶냐고 누군가 물어도, 연재는 답할 것이 없었다. 그냥, 정말 그냥.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사람의 손길도, 눈길도 닿지 않는 컴컴한 곳에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잘 사는 것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은가. 이렇게 된 김에 빚을 잔뜩 떠안고 굶어 뒤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괜찮았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메마른 눈동자에서 축축한 액체가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아마도 투명할 그것은 말라비틀어진 눈물샘을 대신해 제 안에서 몇 번을 정제하고 씻어낸 피였다. 신체의 모든 체액이 울컥 치솟듯,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내장 깊은 곳까지 후벼 파인 상처에서 피가 그치질 않았다.

연재는 등 뒤의 숨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두 팔로 제 몸을 끌어안았다. 모든 감각이 되살아나고, 욕망에 가득 찬 검은 시선, 억지로 팔을 잡아당기는 커다랗고 단단한 알파들의 페로몬, 저항할 수 없도록 짓눌러 범하던 무수한 손들이 아직도 살결에 들러붙은 듯했다.

연재는 손바닥으로 제 살을 계속해서 쓸었다. 질척하게 붙어 오는 손바닥들은 도저히 떨어지질 않았다. 결국 연재는 이불을 걷어내 침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텅 빈 거실에는 짐도, 인기척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연재는 절뚝거리며 욕실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베이지색의 얇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벗지도 않은 채 그 위로 물을 끼얹었다. 온도를 맞추지 않아 이가 시리도록 찼으나 그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으, 흐으…….”

손끝으로 피부를 쓸어내리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손톱을 세웠다. 아직 히트가 가시지 않아 온몸이 불긋하고 뜨거워 손톱자국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연재는 숨을 몰아쉬며 미친 듯이 몸을 긁었다.

사내들의 손뿐만이 아니었다. 펜션에 벌레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연재는 다리 위로 기어오르는 지네를 내치고, 또 내쳤다. 긴 지네는 바닥에 내쳐지자마자 까만 개미가 되어 꾸물꾸물 발가락 사이로 기어 올라왔다. 아무리 몸을 긁고 발버둥을 쳐도 그들은 떨어지질 않았다.

그때 닫아 둔 욕실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연재는 찬물에서 덜덜 떨면서, 뜨거운 입김을 뱉었다. 고개를 돌리자 규서가 작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아차 싶었다. 잠가 두었어야 했는데, 그럴 생각을 못 했다. 연재는 최대한 제 몸에서 빠져나가는 페로몬을 갈무리하려 했으나 이미 욕실은 페로몬 향으로 가득 찬 후였다.

“엄마, 일어났어요? 몸은 아직이에요?”

“규, 흐윽, 흐, 끅…!”

두 페로몬이 얽히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연재는 벽을 짚은 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목이 아팠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사막처럼, 햇볕 아래에 오롯이 서서 죽기 직전에 이른 것처럼 갈증이 일었다. 안 된다고, 나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규서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그의 페로몬이 신체에 녹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더, 더어…… 흐, 끄윽…….”

얼음장 같은 물에 몸을 씻어 내리면서, 덜덜 떨면서도 아랫배에 가득 찬 열기가 부풀었다. 몹시 더웠다. 규서가 조용히 욕실 안으로 들어오자, 연재는 문을 가리키며 주저앉았다.

세찬 물줄기가 머리와 몸 전체를 거칠게 두드렸다.

“무, 문…… 자, 잠가야…….”

“아무도 없어요, 괜찮아요. 도와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요.”

“어, 흐으, 응…?”

규서는 찬물에 혀를 차며 샤워기를 껐다. 아침부터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물줄기가 멈추고 곧 욕실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연재는 두 팔로 제 어깨를 끌어안고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직 부족하죠?”

“흐…… 규, 서야…… 흑, 아…….”

그만, 그만하고 싶은데.

몸이 그를 원했다. 연재는 눈물을 뚝뚝 떨구며 규서에게 손을 뻗었다. 저를 배반하고 가지고 논 아이는 상냥하게 손을 뻗으며 입가를 끌어 올렸다. 규서는 곧바로 입을 맞췄다. 축축하게 젖은 몸은 뜨거웠고, 몸을 타고 흐르는 물은 차다. 그에게 연재의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욕조 안으로 들어선 규서는 바지춤을 풀어헤치며 숨을 골랐다. 가볍게 키스를 하고, 혀를 깊게 밀어 넣어 내벽을 샅샅이 빨아들이고, 잠시 입을 떼어내고 연재의 두 다리를 벌렸다. 부어오른 아래는 안쓰러웠지만, 히트 조절 약이 없는 탓에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아버지의 약을 먹이지 않을 생각이다.

“흐, 아으, 흑, 아!”

가느다란 몸을 벌려 그나마 양호한 뒤쪽에 성기를 밀어 넣었다. 내벽은 녹아내린 수플레처럼 끈적하고 부드러웠다. 성기를 감싸오는 것을 느끼며 또다시 입을 맞췄다.

들어선 것만으로도 입구가 쓰라린지, 표정이 좋지 않다. 규서는 연재의 페로몬 향을 깊게 빨아들이며 그의 목울대를 혀로 훑었다. 천천히 고개를 내려 쇄골을 잘근잘근 씹고, 매끄러운 어깨를 빨았다.

살갗에 긴 상처가 느껴졌지만 규서는 어제 수풀 사이에서 생긴 것이라 짐작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물기에 젖은 탓에 타액이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와 내벽에 들어찬 성기가 질퍽이며 욕실을 채웠다. 좁고 습한 탓에 소리가 크게 울리는 듯했다.

연재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어서, 어서 하고 중얼거렸다. 제 몸에 달라붙은 벌레들이 자꾸만 신경 쓰였지만 당장 이 열기를 해결해야 할 듯했다.

“천천히 할게요, 괜찮죠? 엄마.”

규서의 삶에, 엄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저를 낳아 준 이는 없었고, 유전자를 제공한 이름 모를 이만이 존재했다. 아버지에게 천대를 받을 때엔 그를 찾아갈까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쓰잘데기 없는 짓이었다.

돈이 없는 오메가들은 그런 일을 자주 했고, 자신의 유전자로 태어난 아이가 제게 찾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유전자를 기증한 모든 오메가의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되었다.

“엄마…….”

새어머니의 품은 따뜻했다. 규서는 저보다 작은 연재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허리를 움직였다. 철퍽, 철퍽. 젖은 접합부에 고환이 닿도록 깊게 쑤셔 박고, 헐떡이는 숨을 빨아먹었다. 규서는 일그러진 연재의 얼굴을 보며 최대한 단시간에 그의 열기를 빼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페로몬이 짙어 제 이성조차 잃을 정도였으니, 이보다 더 그를 괴롭게 할 수는 없었다.

자연스레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으, 흐으, 아! 무, 무슨…… 흐, 아악!”

느긋하던 움직임이 점차 거세졌다. 미끄러운 욕조에 누워 규서의 행위에 흔들리던 연재의 낯이 파랗게 물들었다. 아랫배에 가득 들어찬 성기가 점차 크기를 키우더니, 기둥의 중심 부근이 둥글고 단단하게 솟았다.

노팅이었다. 연재는 이를 악물고 미친 듯이 규서의 어깨를 내리쳤다.

“하, 하지, 흐윽, 하지 마…… 아윽! 아, 아파, 아파! 하지 마, 하지…… 흑, 아악!”

관계의 중간도 아니고, 삽입 직후 크기를 늘려나가는 것에 아래가 벌벌 경련하기 시작했다. 좁은 내벽은 결국 커다래진 성기를 모두 품지 못하고 툭툭 찢어지기 시작했고, 연재는 볼록하니 튀어나온 아랫배를 보며 공포에 절은 눈으로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그를 밀칠수록, 발버둥을 칠수록 역효과가 났다. 빠질 수 없도록 안쪽에 단단히 고정된 바람에 고통만 줄 뿐이었다. 연재는 결국 온몸을 동그랗게 말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와 동시에 열기가 빠르게 식기 시작했다. 온몸을 달아오르게 했던 시뻘건 불덩어리가 천천히 빛을 잃어 갔다. 규서의 성기 끝에서 쿠퍼액이 왈칵 흘러내렸다. 그는 부풀어 오른 흉기로 허리짓을 시작했다.

본래 노팅은, 사정 직전 크기를 키워 암컷 내지 오메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생긴 동물적 습성이다. 그러나 규서는 초반부터 아래를 부풀린 채로 거칠게 속살을 긁어댔다.

상처가 난 내벽은 쓰라리고 아팠다. 커다란 귀두가 아랫배를 찔러 올릴 때마다 토악질이 났고, 동시에 자극되어 쾌감이 전신을 감쌌다. 아픔에 울다가, 제 몸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규서가 어느 부위를 찌를 때마다 아래를 세웠다. 그게 너무 수치스러워서 연재는 눈을 꼭 감았다.

“엄마…… 눈, 떠요.”

질구에 기둥이 걸려 움직이질 않았다. 규서는 다시 한번 쿵, 소리를 내어 속살 깊은 곳을 내리찍었다. 하얀 두 다리가 벌어져 파들파들 경련하자 발등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규서는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결합부를 내려다보며 입술을 끌어 올렸다.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다. 제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고 바보같이 굴지 말았어야 했다. 아버지를 향한 복수심에 눈이 멀었다 하더라도 이 연약한 오메가를 그렇게 두지 말 것을.

다른 이들이 그에게 손을 댈 때마다, 더러운 말을 뱉으며 희롱할 때마다 울컥이던 마음을 따를 것을 그랬다. 괜한 자존심을 부리다 하마터면 진짜 망가질 뻔하지 않았는가.

규서는 산딸기처럼 달아올라 본능적으로 내벽을 수축하는 연재를 툭툭 건드렸다. 살이 빠져도 말랑한 볼은 여전한지라, 보들보들한 피부가 몹시 귀여웠다.

“연재야, 눈 뜨래도.”

“시, 싫… 어.”

일순 눈썹이 일그러졌다. 규서는 최대한 표정을 갈무리하며, 미소를 지었다.

“뭐가 싫은데요?”

“다, 싫어…… 흐, 그만, 그만해…… 이제 그만, 흑, 끄으…….”

“……엄마가 발정 나서 박아 준 거잖아요. 가만히 있어요.”

움찔거리던 속살이 꿈틀거리며 성기에 달라붙었다. 뒤로 뺄 때마다 붉은 것이 딸려 나왔다가, 박아 넣으면 배 아래쪽이 볼록하게 올라왔다. 느릿하게 움직이던 규서는 연재를 들어 올려 제 위에 앉히고는, 허리를 위로 추켜올렸다.

“흐윽, 흑, 아! 아읏, 아, 앙!”

“좋잖아요, 그쵸?”

물컹한 둔덕이 벌어졌다 좁아지기를 반복했다. 피부가 빨갛게 물들도록 그의 허리를 들어 위로 올렸다가, 다시 내려 박았다. 연재가 급히 두 팔로 밀어내려 굴자, 규서는 가는 두 팔목을 잡아 아랫배에 고정시키고 조금 부풀어 오른 유두가 경련하도록 세차게 움직였다.

격렬한 움직임에 연재는 숨도 쉬지 못하고 신음을 뱉었다. 커다란 귀두와 부풀어 올라 단단해진 기둥이 구불구불한 내벽을 미친 듯이 올려 치며 자극했다. 쓰라렸던 것도 잊은 채 입을 크게 벌려 숨을 들이켜고 내뱉었다. 주름이 잡힌 질 내벽이 움찔거리며 오물오물 씹어대자 규서가 작게 빈정거렸다.

“이렇게 좋아하면서 뭐가 싫대.”

무릎 위에 앉자 성기가 더욱 깊게 들어가는 바람에 연재는 숨을 쉬지 못했다. 꺽꺽대며 울다가, 허리를 추켜올리면 난잡한 교성을 질렀다. 규서는 숨을 고르며 손자국과 울혈이 남은 상체를 훑어보았다. 유륜과 유두는 처음 봤을 때보다 조금 더 커져 있었다.

마른 몸에 가슴 크기만 키워나가니 그리 음란해 보일 수 없었다. 갈비뼈가 드러난 흉통은 가늘어 양쪽에서 쥐면 엄지가 가슴까지도 닿을 것 같았다. 하필 물기에 젖은 탓일까, 채연재는 오늘따라 더 음란하게만 보였다.

“엄마, 임신 안 해봤죠?”

“흐으, 아, 아읏, 응, 앙!”

“여기에 애기 있던 적 없죠?”

커다란 손이 아랫배를 덮었다. 연재는 거의 정신을 놓은 채로 고개를 툭 떨어트렸다. 버틸 힘이 남이 있지 않아 규서가 흔드는 대로, 위로 들렸다가 아래로 내리찍히기를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자극을 무시할 수도 없어 힘겹게 신음을 흘리고 나오지도 않을 듯한 눈물을 떨궜다.

이미 몇 번이고 절정에 다다라 아래가 묽은 정액으로 너저분했다. 언제 갔는지, 언제 싸질렀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간헐적으로 깜빡이는 전등처럼 연재는 울다 늘어지기를 반복했다.

“그간 여기에 남자들이 씨물을 존나 싸 줬잖아요.”

“하으, 흑, 아, 아…… 아으, 흐…….”

“그때마다 어땠어요? 아기 가지고 싶었어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임신을 바라기는커녕, 아직까지 임신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많은 관계를 가졌고 그들은 모두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규서는 계속해서 불룩하니 튀어나온 아랫배를 누르고 쓰다듬었다. 안 그래도 좁은 내벽이 더욱 수축하며 속이 거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규서는 연재를 꽉 끌어안고 내벽에 무게감이 느껴지는 묵직하고 질퍽한 정액을 왈칵 내뱉었다.

“으, 흐으, 아, 아으, 응…….”

정액은 제각기 유기체처럼 내벽 사이사이로 스며들었다. 깊은 곳까지 밀어 넣어진 정액에 아래가 가려웠다. 연재는 들썩이며 제 보지로 손을 뻗었다가, 규서에게 손등을 얻어맞았다.

“아…….”

“소중한 아기씨인데 빼면 안 되지.”

“우으…….”

또다시 발간 보지로 손을 가져가다 혼이 났다. 연재는 여전히 제 다리 위를 기어오르는 벌레를 보고 눈을 꼭 감았다. 그것들이 질구를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특히 규서가 사정한 후에는.

부풀어 올랐던 것이 줄어들고, 규서는 퉁, 소리가 나도록 커다란 것을 빼냈다. 안에서부터 허연 액체가 주룩 흘러나왔다. 달팽이 진액처럼 줄지어 새어 나온 것을 규서가 다시 안으로 밀어 넣었다. 연재는 불쾌함에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규서는 지쳐 늘어진 연재를 끌어안아 욕조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펜션을 둘러보더니, TV 오른편에 있는 서랍으로 가 첫 번째 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성인용품이 잔뜩 들어 있었다. 처음의 계획에 따르자면 오늘 연재는 온몸에 진동기를 매달다가 스스로 딜도 위에 앉아 허리를 흔드는 둥의 짓을 해야 했다. 규서가 이 펜션에 오메가들을 데려와서 시키는 플레이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규서는 이제 채연재에게 다정하게, 최대한 부드럽게 대할 생각이었다. 포장지를 찢어 바닥에 내던지고, 작고 가는 딜도를 손에 쥐었다.

소중한 씨물이 하나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채운 뒤 재워야겠다.

선일이 늘 먹으라 챙겨 주었던 연재의 알약은, 모두 내다 버린 뒤였다.

3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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