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뷔를 피하는 방법-3화 (3/130)

#3

[자유게시판] 이번에 MSM에서 아이돌 데뷔 프로그램한대

작성자 ㅣ 불닥먹구시퍼

공식으로 뜬건 아니고 아빠가 방송국에서 일해서 들은거임ㅇㅇ 인증 내놓으라고 뭐라할거같은데 믿던말던 자유롭게하셈 첫댓글 노인증구씹 예상해봄ㅎ 촬영 확정이고 출연자들도 다 정해졌다고함 얼굴도 다 괜찮은 애들로만 뽑아서 제발 잘됐으면 좋겠다고했음 지금까지 너네가 봐왔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됨 시청자 투표 많이 받아서 최종까지 남으면 후원 소속사랑 정식 계약이래 ㅇㅇ 곧 촬영 들어간다니까 기사 날걸

+) 댓글로 인증해달라고 하지마 귀찮으니까

댓글[540]

┖ ㄴㅇㅈㄱㅆ ~~~

└ 첫댓부터 예상댓ㄷㄷ

┖ 삼초니 계자면 뭐라도 있을거아니야ㅡㅡ 인증해 못믿겠어

└ ㅋㅋㅋ 귀찮다구 써놨자나 못믿겠음 믿지마

└ 없는걸 가져오라고 하니까 못만들지 ㅠ

┖ MSM에서 아이돌 데뷔프로를 왜햌ㅋㅋㅋㄱㅋㅋㄱㅋㄱㅋㅋ 예능 하나를 더 넣었으면 넣엇지 왜 그런 쓸데없는짓을 ㅋㅋㄱㅋㅋㄱ

┖ ??? 후원 소속사가 있다는건 소속사에서 진행하는게 아닌거임??? 걍 일반인 모아놓고 하는거???????

└ 물음표 ㅈㄴ많네 ㅋㅋㅋㅋㅋ 이런 장난글이 뭐가 그렇게 궁금해

└ 글쓴인데 일반인 데려다가 하는거래 ㅇㅇ

└ 헐 일반인으로 진행하는건 첨보네

└ ????? 연생이 아니라고???

┖ 모집 언제햇음??? 내가 못본건가??

└ ㄱㅆ) 모집은 따로안한댔어 뒤에서 알아서 채워넣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쓴이 귀찮다며 시간많은가봐 물어보는거 일일이 다 대답해주고 다니네?

└ 머릿속으로 짜내는거 재밌나보지ㅎ^ㅎ 웅

┖ 남자야 여자야 제발

└ ㄱㅆ) 남자임 남돌ㅇㅇ

└ 대박 미친

┖ 무슨 이런 글에 관심주고앉았냐ㅋㅋㅋㅋㄱㅋㄱㅋㅋㅋ

└ 너도 보고있자나 ㅠ

└ 이런 어그로에 홀랑넘어가서 잘생겻어??ㅠㅠㅠㅠ 이런거 물어보는거 웃겨서ㅋㄱㅋㄱㅋㅋ~~

┖ 너 글 하나때문에 온갖 커뮤에서 난리나겠어 글삭해

└ 이미 옆동네에서 좌표떠감

└ http://socialN.com/13980283 [[베스트글]MSM에서 새로 준비중이라는 서바이벌……]

└ 개빠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피드 ㅇㅈ

└ 지금 온갖 커뮤 주제 이거임

┖ 성원이 출연한다는거 ㄹㅇ임???ㅠㅠㅠㅠ 타커뮤에서 방송국 계자라는애가 나온다던데

└ 어디서 말도안되는 글 보고왔냐ㅋㅋㅋㅋㅋㅋㅋㅋ 걔가 왜나와 소속사있잖아

└ 형님 출소하셨습니까?

└ 성원이 소속사나온지 한참됐다^^!

┖ 야 이거 사실이든 아니든 공식 기사도 없는데 일단 지워 괜히 너만 피해봄

└ 마자 괜히ㅇㅇ 지우는게 좋을거같음

┖ 너 이런거 막 올리면 MSM한테 고소먹어 더 퍼지기 전에 일단 지우는게 낳지 않아ㅠㅠ?

└ 뭘 낳 아 ? ^^

[삭제된 게시글입니다.]

* * *

바로 집 앞에 있는 체인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을 입안에 마구잡이로 쑤셔 넣었다. 무난하게 먹으려고 불고기로 골랐는데 달짝지근한 게 피곤한 정신을 달래기에 딱 맞았다.

"아, 소시지."

이미 밀려온 잠에 지배당한 채로 젓가락질을 하다가 결국 소시지를 떨어뜨려 버렸다. 밤새 연습하다가 3시가 넘어서 겨우 잠이 들었다. 그리 빡세게 연습한 것도 아니고 안무를 새로 창작한 것도 아닌데 피곤했다. 나름 고등학생 때는 에너자이저 소리 들었던 몸인데 오랜만에 춤을 추려니까 이곳저곳 아픈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사실 성에 차지 않는 것만 제외하면 생각보다 아무 이상도 없었다. 노래가 나오는 순간 다리가 떨린다던가 발을 움직일 수 없다든가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슬럼프가 자연치유라도 됐는지 오랜만에 춤을 마주했는데도 멀쩡했다.

입안에 다른 소시지를 넣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능숙하게 핸드폰 주소록에서 삼촌을 찾았다. 통화 버튼을 누른지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서 바쁘다던 삼촌이 전화를 받았다.

-어, 하현아. 마침 전화하려고 했는데. 연습은 좀 했어?

“인주일 전두 핸는데여….”

-뭘 먹으면서 말하는 거야. 다 씹고 해.

다 뭉개지는 발음을 삼촌이 지적하기에 급하게 소시지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일주일 정도 했는데 그냥 그래요.”

-오늘인데 괜찮겠어?

“못 추겠다는 건 아니에요. 옛날 그 느낌이 안 나와서 그렇지.”

집 안에 맨날 틀어박혀서 노트북만 두드리는 생활을 반년 넘게 하다가 다시 시작하려니 감이 깨어나질 않았다. 여전히 크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오늘이 당장 촬영 날이기 때문에 일단 스스로를 달래서 괜찮다고 세뇌를 시켜놨다. 이건 중요한 일도 아니고 망쳐도 상관없는 거니까 괜찮다고.

“맞다, 삼촌. 장소 어디라고요?”

-어제 말해줬잖아. 그새 까먹었어? 이상하게 이런 건 기억을 못 하더라.

“적어놓는다는 걸 깜빡해서요. 그래서 어딘데요?”

-여의도 FC센터. 바로 옆에 큰 공연장 있어서 바로 찾을 거야. 이제 바빠서 전화 못 받으니까 잘 찾아와. 고맙다.

감사의 말은 빼먹지 않은 삼촌의 전화가 끊기자마자 남은 도시락을 후다닥 입안에 밀어 넣었다. 아직 오전 8시도 되지 않아서 시간은 넉넉했다.

맨날 티셔츠 하나 달랑 걸치고 나갔는데 오늘은 차마 그럴 수가 없어서 잔뜩 신경을 썼다. 나름 비싸게 주고 샀던 셔츠까지 입어가며 거울에 비친 모습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러다가 아무도 없는데 괜히 부끄러워져서 머쓱하게 한 번 웃고 밖으로 나갔다.

길가에서 택시를 하나 잡아서 목적지를 말하고 바로 의자에 푹 기대앉았다. 사전 미팅을 한 지도 2주가 지나고 벌써 첫 촬영 날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도로를 바라보며 짧았던 사전 미팅 날의 기억을 더듬었다.

카메라 한 대가 조용히 돌아가고 있는 작은 공간에 책상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것 같다.

“여기 보니까 출 수 있는 춤 장르가 많네요. 퍼포먼스 쪽이에요?”

“네.”

“노래도 해요?”

“노래는 불러본 적이 별로 없어서 잘…….”

“그럼 지금 한 번 불러줄 수 있어요? 짧게 카메라 테스트할 겸.”

간단한 프로필을 작성해서 내라고 하길래 잘 알지도 못하는 몸무게까지 꾸역꾸역 기입하고 난 다음 찾아온 것은 카메라 테스트였다.

아이돌 데뷔 프로그램이니 노래도 불러야 하는 게 당연했지만, 듣는 건 좋아해도 부르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 난감한 문제였다. 대충 목을 푸는 흉내를 내다가 몇 마디 내뱉어 보았지만, 목소리는 가사를 읽는 것처럼 딱딱했었다.

“잘 들었어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볼펜을 탁탁 두드리던 작가님이 "이번에는 춤 한 번 볼게요." 하며 춤을 요구했었다. 그때는 망설임 없이 무반주 댄스를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다.

눈치를 보면서 동작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감상하던 작가님이 환하게 웃으며 제안했었다.

“아이돌 춤도 출 줄 아는 거 있으면 해볼래요?”

그렇게 한참을 아이돌 히트곡 메들리를 추고 나왔던 기억이 나서 머리를 창문에 쿵 박았다. 갑작스럽게 노곤함이 파도치듯 온몸으로 밀려왔다. 긴장 때문에 심장 뛰는 소리가 길가의 자동차 소리만큼 크게 들렸고 덥지도 않은데 얼굴에 후끈후끈 열이 올랐다. 양 볼을 손으로 감싸봤지만, 손도 따끈해진 상태라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붉은 얼굴을 달래지 못한 채로 택시에서 내렸다.

“너무 늦은 거 아니야? 품절됐으면 어떡해.”

“그러게 내가 더 빨리 와야 된다고 했잖아.”

내리자마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사람들이 수백 미터 쭉 서 있는 줄이 저 멀리 버스정류장 바로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손에 하나같이 슬로건이 들려있는 걸 보니 오늘 여기서 콘서트가 있는 모양이었다. 바로 앞에 선 팬의 손에 들린 슬로건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0225 여기까지 밀려왔어]

“어…….”

2월 25일은 노블의 데뷔일이었고, ‘여기까지 밀려왔어’는 항상 콘서트 마지막 곡으로 부르는 팬송의 가사였다. 바로 앞에 있는 웅장한 크기의 콘서트장을 슬쩍 바라보다가 FC센터와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콘서트장이 가까워질수록 이곳저곳에서 나눔 줄들이 출몰했고 아예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장사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한참 돌아다니다 보니 유독 긴 줄이 눈에 띄었다. 이것도 나눔 줄인 것 같긴 한데……. 궁금함에 줄 앞쪽으로 가서 보니 홈마의 나눔 줄이었다. 부채와 슬로건을 함께 받아들고 신나는 얼굴로 멀어져 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여기서 뭐 하냐, 지금.’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반대쪽으로 가려고 방향을 틀었는데 줄 맨 뒤에 누군가 걸어와 섰다.

180cm에 가까워 보이는 키에 긴 다리로 반듯하게 걸어온 남자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끼고 있었다. 한 손에는 휴대폰, 반대쪽 손에는 슬로건이 마구잡이로 담겨있는 쇼핑백. 콘서트장에 저런 차림으로 오는 사람들이 한 둘도 아닌데 언뜻 비치는 느낌이 아직 학생인 것 같아서 괜히 시선이 갔다. 남팬인가?

“썬 라이트 줄 찾아서 섰어. 지금 빨리 가야 해서 바빠. 벌써 9시잖아.”

아, 대리구나.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워낙 거리가 가까워서 목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렸다. 정신 차려야지 싶어 그제야 발을 반대로 돌렸다.

겨우 정신을 붙잡고 FC센터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9시 10분이었다. 다들 와있을까 봐 불안한 마음으로 입구에서 신분확인을 끝내고 들어간 건물은 생각보다 더 위엄이 넘쳤다. 걷기만 해도 눈치가 보여서 바로 삼촌이 알려줬던 대기실이 있는 5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어, 그때 같이 프로필 찍었던 분 아니세요?”

한참 위에 있는 엘리베이터가 내려올 때까지 사과나 수확하러 갈까 싶어 휴대폰을 꺼내 드는 순간 누가 팔을 살짝 건드리며 말을 붙였다. 목소리의 발상지인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나 할법한 화려한 금발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 네. 그…….”

“아, 전 김성원이라고 하는데 혹시 아세요? 그 예전에 핫스테이지 나왔어요. 준결승까지 갔었는데.”

얼굴을 30초 정도 마주하고 있으니 드디어 떠올랐다. 기억의 저편에서 성원의 얼굴이 떠올라 고개를 두어 번 끄덕여줬다.

그 기억 안 나던 방송이 핫스테이지였구나. 춤 잘 추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몇 편 봤던 프로그램인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네.”

“저번에 스튜디오에서 말 걸고 싶었는데 끝나자마자 가셨더라고요. 어디 소속사 연생 하신 적 있으세요? 진짜 잘생기셔서.”

“아니요.”

“아, 이번 방송이 처음이시구나. 많이 떨리시겠어요.”

성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프로처럼 조언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첫 촬영 때는 분위기 진짜 딱딱해요. 쉬는 시간 되면 분위기 좀 풀리기 시작하는데 그때 되면 살만하고 그래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함께 탑승한 후에도 쉬지 않고 종알종알 떠드는 게 솔직히 시끄러웠다. 그래도 나름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해서 귀를 열었다. 조금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자 신이 난 듯 본인도 모르게 목소리 톤을 높인 성원이 갑작스럽게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소곤댔다.

“그런데 PD님들한테도 잘 보여야 해요. 편집이 진짜 중요하거든요. 저 핫스테이지 나왔을 때 메인PD님한테 여기 편집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던 누나 있거든요? 그때 PD님이 그 누나 무대를 반으로 잘라놨어요. 그래서 그 다음 주에 떨어졌어요.”

편집의 중요성을 속닥거리며 전하던 성원은 3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사람이 들어오자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완전히 내 이야기 같았다. 통편집, 탈락.

5층에 도착하자마자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왔다. 3층, 4층에서 탄 사람들 뒤쪽에 밀려있던 성원 또한 인파를 헤치고 살짝 흐트러진 상태로 나왔다.

“대기실이…… 아, 여긴가 봐요.”

한참 넓은 복도를 설치고 다니던 성원이 대기실을 찾은 듯 문을 벌컥 열고 먼저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기운차게 인사를 하고는 저번 프로필 촬영 때 만난 듯 이미 안면을 튼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뻘쭘하게 발을 들였다. 그리 넓지 않은 대기실에 스무 명이 넘는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으니 꽉 차 보였다. 아직 열댓 명은 안 온 것 같으니 다 오면 대기실이 터질 것 같았다. 좁은 대기실 안으로 겨우 발은 들였는데 성원처럼 우렁차게 인사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조용히 구석 자리로 가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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