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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회식.
개회식과 같이 참으로 길고도 길었지만, 화산파의 보물이라 불리는 자령단을 곧 얻을 예정이기에 단목장룡의 심장은 은은하게 뛰고 있었다. 뭐 그의 심장이 뛰고 있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긴 했지만.
‘헤헤···.’
당옥정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단목장룡에 찰싹 붙어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 결과, 유 의원의 말대로 단목장룡 또한 자신과 비슷한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직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고 할 순 없었지만, 그 풋풋한 설렘과 기대가 당옥정의 가슴을 간질였다. 아마 이 감정을 발판삼아 사천성에서도 더 열심히 무공을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부분 이들이 기나긴 연설에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있을 무렵.
단상 위에 오른 화산파의 군명이 두 사람을 호명한다.
“단목장룡, 당옥정.”
두 사람이 단상 위로 올라갔고.
수많은 관중의 갈채가 쏟아진다.
화산의 제자가 고풍스러운 목함 두 개를 가져온다.
“이번 용봉지회를 빛내준 두 사람에게 화산의 보물을 지급한다.”
“우아아아아-!”
함성이 터져나왔고.
단목장룡과 당옥정이 포권 지례로 예를 표한 후 목함을 받아들었다.
장문인 군명은 군중의 함성이 멎을 때까지 기다렸다.
용봉지회의 우승자인 두 사람에게 또 줄 것이 있었다.
“유성검룡(流星劍龍) 단목장룡.”
“우아아아-!”
“멋지다!”
단목장룡 또한 그 별호가 마음에 들었다. 성도잠룡보다는 훨씬 낫다. 한 지역에서만 알아주는 별호가 아닌, 이제는 그만의 특색있는 별호가 생긴 것이다.
“뇌검비봉(雷劍飛鳳) 당옥정.”
단목장룡은 슬쩍 당옥정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도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당옥정도 고모인 당용아를 따라 별호에 봉(鳳)이 들어갔다.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강호의 새로운 두 영웅의 탄생을, 화산이 축복하리.”
거대한 함성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온몸을 뒤흔드는 짜릿한 전율. 당옥정이 황급히 고개를 돌려 단목장룡을 올려다본다.
‘뭔가··· 혼례를 치르는 것 같아···.’
당옥정은 수많은 군중이 전해주는 열기에 조금은 앙큼한 상상을 펼쳐나갔다.
* * *
자령단.
현재 단목장룡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내공이었다.
단일 세력으로는 최고라는 천마신교. 그곳엔 여러 가문이 존재하는데, 전문적으로 연단술을 연구하는 가문도 있었다. 거기서 만들어진 영약 중 최상등품은 교주의 직계부터 그 아래로 배분된다. 신교의 소수 인원은 남들은 평생 가도 모으기 힘든 내공을 어린 나이부터 단전에 품게 된다.
그 차이는 상당히 크다.
내력이 많을수록 그것을 제어하는 능력이 자연스레 생기게 된다고 할까? 그릇 자체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물론,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그것도 별 소용이 없겠지만··· 혈통을 타고난 이들의 재능은 대부분 뛰어나다.
단목장룡은 시작이 늦었다.
어릴 적부터 내공심법을 익혀왔지만, 제대로 그걸 갈고닦은 것은 사공천의 혼이 그의 몸에 빙의했을 때부터다. 여러 기연으로 영약을 취했지만, 그것만으론 앞서나가는 이들을 따라잡기엔 힘들었다.
‘그래도 자령단 정도면 부족함을 많이 따라잡을 수 있어.’
유성일락과 같은 절기는 내력의 소모가 매우 컸다. 자령단을 취하면 유성일락 뿐 아니라 더 상위의 절기도 무리 없이 펼칠 수 있으리라.
단목장룡이 자줏빛을 띤 영약을 입에 털어 넣고, 운기행공을 시작한다.
당옥정이 호법을 서주고 있으니 안심하고 내력을 운기할 수 있었다. 목을 넘기자마자 청아한 기운이 발끝, 손끝, 머리로 퍼져나간다.
‘자령단은 생기(生氣)를 품고 있다고 했었지···.’
당문의 만독전에서 받은 대법으로 내부의 노폐물이 모두 배출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령단의 기운을 받아들이자 아직 몸속에 노폐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면 그 이후에 쌓인 독소일 수도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
소림사의 대환단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했던가?
대환단과 자령단을 비교하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모르긴 몰라도 자령단에 생기가 들어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온몸에 활력이 돋아난다. 알게 모르게 쌓인 피로가 모두 날아가고, 하늘 위로 붕 뜬 기분이었다.
‘좋구나.’
그런 감각에 몸을 맡긴 채로.
해우심법을 운용한다. 천마신공을 기초로 하여 변환된 해우심법. 내력은 단전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다. 세맥에, 근육에, 뼈에.
만마가 복종한다는 천마.
인간의 나약한 육체를 뛰어넘기 위한 그 무공이 자령단과 만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두근두근!
자령단의 기운이 대주천하여 온몸에 고루 퍼져나간다.
단목장룡은 고민했다.
사실 단전의 내력을 더 채우고자 했지만, 자령단과 해우심법의 조화가 너무 좋았다. 언철진이나 팽염호보다 가는 몸으로도 그들보다 근력이 강했던 이유는 모두 해우심법에 녹아든 천마신공의 능력.
내공이냐, 육체의 능력이냐.
결과는 뻔했다.
‘고민할 거 없지. 둘 다 잡는다.’
자령단의 기운.
그 거대한 기운이 한점의 낭비도 없이 온전히 단목장룡의 몸 전체에 녹아들었다.
무림맹으로
자령단의 기운을 모두 흡수했다.
본래 가지고 있던 내력은 총 50년. 1갑자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1갑자를 훌쩍 넘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자령단의 기운이 완전히 단전에 쌓이지 않았다는 점이지만, 단전에 쌓이지 않은 나머지 기운들은 육체 전체에 녹아든 상태였다.
현재 단전의 내력은 80년.
단전에 온전히 쌓이지 않는 농밀하고 순수한 자령단의 기운은 신체 곳곳에 차곡차곡 쌓였다.
언젠간.
육신에 녹아든 이 순수한 기운들이 내게 축복을 내려주리라.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 날이 온다면···.’
번쩍!
눈을 뜬다.
당옥정은 잔뜩 긴장한 상태로 호법을 서고 있었다.
“어? 벌써 끝났어? 적어도 반나절이나 하루 이상은 걸릴 줄 알았는데···.”
“얼마나 지난 거야?”
“반 시진 정도?”
그것밖에 안 지난 건가.
붕 뜬 기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건 감각에 남아 있었다. 과거 청성파의 소청단을 취할 때보다 운기속도가 더 빨라진 듯하다. 알게 모르게 꾸준히 성장한다는 증거. 다른 무인들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였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서 당옥정에게 손을 내민다.
“으응? 손 달라고?”
“그래.”
그녀의 맥을 통해 진기를 불어넣는다.
“느껴 봐. 이 길을 잘 기억해.”
“으으으···.”
당옥정이 몸을 배배 꼬며 내 기운을 받아들인다. 이 기운을 어찌하면 당옥정이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생각으로 이미 연구를 마쳐놓았다. 그 과정에서 다른 무공의 구결도 필요했지만, 그녀가 그걸 일부러 자랑이라도 하지 않는 한 들킬 일은 없었다.
이 각이 지나고.
손을 뗀다.
“하으으···.”
“제대로 느꼈어?”
“으으응··· 느, 느끼긴 했는데··· 이건···.”
“그럼 바로 자령단을 취해. 감각이 잊히기 전에.”
“으응···! 알겠어.”
당옥정이 자령단을 취했고, 난 그녀의 호법을 섰다.
내가 알려준 것을 토대로 운기한다면 자령단의 기운을 온전히 취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