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0화 (80/236)

* * *

“자네가 단목위에게 알려준 무공은···.”

조백.

그는 초절정 상급에 오른 실력자였다. 결국 그 거대한 벽인 화경의 경지에는 닿지 못했지만, 무림맹 내에서도 상당한 경지에 올라와 있다. 또한, 기를 느끼는 것은 다른 단주급 인사보다 훨씬 뛰어났다. 눈을 크게 떠도 형체만 볼 수 있을 뿐이지만··· 기의 흐름과 소리로 단목위가 펼친 흑룡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느낄 수 있었다.

“단목세가의 무공 중 하나입니다.”

중원의 온갖 절기들을 이리저리 엮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것도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무공 구결을 안다고 그것을 조합해낼 정도의 재능이라면···.

조백은 무언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더는 캐묻지 않는다.

단목장룡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주고 있었다. 홀로 조원을 영입하라 했더니 조연연과 단목위 같은 괜찮은 이들을 데려왔다. 또한, 순찰당과 비선당에 접촉하여 무림의 동태를 살피고 조장 회의까지 열었다. 단목장룡이 고작 약관을 넘은 게 맞나 싶을 정도.

‘마치 두 번째 인생을 사는 듯 허니···.’

쓸데없는 생각에 조백이 고개를 흔든다.

“설 조장, 자네는 이제 단목장룡의 수하로 해남도로 따라간다. 내 눈이 침침하여 얼굴은 보지 못하지만··· 공 조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얼굴 나이로는 설 조장이 동생 취급을 받아도 의심을 받지 않는다는군.”

설비연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린다.

조백도 그걸 알고 있었다.

“설비연.”

“예···.”

“이 임무는 장난이 아니다.”

“···.”

“그러니 약조는 확실히 지키리라 믿으마.”

“예··· 단주님.”

어찌나 입술을 많이 깨물었던지 설비연의 혀에선 피 맛이 났다.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

어찌하여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면···.

‘정신 차려! 설비연!’

설비연이 주먹을 꽉 쥔다. 그렇다면 며칠 전 조원끼리의 비무가 아닌, 그 날의 선택을 바꿔야 한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살아왔다. 자기 자신에게도 그것은 적용된다. 이것은 그녀가 감내해야 할 형벌이다.

“해남도는 사마련의 권역이자 암천회의 영역. 그곳의 위험성은 비선당의 정보를 통해 모두 숙지했으리라 생각한다.”

뭐 그렇다고 해도 글로 읽는 것과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다르리라.

흑룡단주는 천천히 두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두 사람은 흑룡단주가 뼈가 부서지고, 피를 흘리며 얻었던 귀중한 경험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새겨듣는다. 패배의 쓰라림으로 흔들렸던 설비연 또한 다시 복수심으로 냉혹한 평점심을 되찾았다.

두 시진 뒤, 두 사람은 단주와의 대담을 끝나고 자신들의 조원에게 향했다.

단목장룡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은 임시로 이새붕이 조장이 된다. 물론 흑룡단에선 그들에게 임무를 하달하진 않겠지만···.

“새붕아, 잘 부탁한다.”

해남도는 이새붕을 데리고 가기에 위험한 곳이다.

나나 설비연은 위기에서 빠져나올 실력이 있지만, 아무리 내게 가르침을 받은 이새붕이라 할지라도 그곳은 무리였다.

“예, 조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단목장룡은 단목위와 조연연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조장님이 돌아오실 땐, 더 성장하여 있겠습니다. 조장님께서 일을 믿고 맡기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저도 부조장님 밑에서 착실히 수련하며 기다리겠습니다!”

단목장룡이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없더라도 그들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석 달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공을 가르치고 배우며 깊은 유대를 쌓은 5조였다.

“금방 돌아오마.”

단목장룡은 마치 나들이라도 가는 듯 평온한 얼굴로 그들을 떠나갔다.

이새붕은 암천회의 권역인 해남도로 떠나는 단목장룡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이 있었기에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돌아오실 땐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무림맹 밖으로 나온 단목장룡.

등 뒤에 작은 봇짐을 멘 설비연이 죽립을 눌러 쓰고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은 전혀 말을 섞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 조용히 이렇게 가면 괜찮아. 제발, 이렇게만 가자.’

설비연은 입을 꾹 다물고 단목장룡을 뒤따라갔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무림맹에서 꽤 멀어지고, 인적이 거의 없는 길로 들어섰을 때.

단목장룡이 걸음을 멈추고 휙 몸을 돌렸다.

“설비연.”

“···.”

설비연의 콧구멍이 한 차례 벌렁거렸다.

그녀의 본래 성격이라면 저 버릇없는 단목장룡에게 한바탕 쏟아내야 정상이다. 하지만 참는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 이번 임무는···.

“검을 들어라.”

“···?”

설비연의 머릿속에 의아함이 떠오른다.

검을 들라고? 주위에 적이 있나? 감각을 널리 퍼트렸지만,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요?”

“이번 임무에서 넌 철저히 내 명령을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 혼자 가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대체 지금···.”

“아직 날 인정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확실히 서열 정리를 하고 가자고. 중요할 때 초치지 말고.”

설비연의 두 주먹을 꽉 쥔다.

대체 어디까지 자만할 것인가.

“네가 이기면, 네 명령을 따르지.”

“그 말··· 번복하지 않을 자신···.”

“당연히.”

설비연이 자신을 곱게 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서열 정리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빙백신검(氷白神劍).

북해빙궁의 검은 냉기를 품는다. 평범한 무인들은 꿈에 꿀 수 없는 성질. 검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내부의 피가 얼어붙는다는 무공이다.

“절대 봐주지 않아요.”

“마음대로.”

단목장룡의 미소가 짙어진다.

과거 서녕지부에 있을 때도, 북해빙궁의 무공서는 본 적이 없었다.

‘냉기를 다루는 무공이라··· 좋은 경험이 되겠어.’

또 단목장룡은 수하의 실력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지만 효율적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사파의 권역

설비연은 아주 당연하게도.

단목장룡에게 자신이 패배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설비연은 북해빙궁의 빙백신검. 이 무공은 중원의 무학과 비교해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무공이었다.

또한, 설비연 자신도 재능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뛰어난 재능. 그리고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노력. 설비연은 마교가 북해빙궁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사건을 겪고, 하루도 무공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복수를 위해서. 언젠간 그들에게 원수를 갚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런데 단목세가의 둘째인 단목장룡에게 패배하면 되겠는가?

단목세가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건, 조원끼리의 비무에서 드러나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최관월이 흑룡단의 지옥 수련을 견뎌내긴 했지만, 조장 설비연은 경험의 폭이 다르다. 신교의 무자비한 괴물들을 직접 마주해본 경험이 있는 여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단목장룡를 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좋아. 그래도 이전 내기에서 내가 패배한 것이 있으니··· 그리 험하게 굴리지는 않으마.’

속으로 이미 승리한 후까지 떠올린 설비연.

두 사람이 검을 들고 마주한다. 그녀는 대강 비무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 빙공 계열 중 최고라는 뱅백신검을 사용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비무가 시작되었다.

아무도 지켜보는 이가 없는 관도 부근의 공터에서 말이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