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화 (120/236)

* * *

“떠나는 건가.”

무림맹 외성벽 위에 오른 제갈강량. 깊은 눈으로 단목장룡의 일행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본다. 사실 그에게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제갈세가와 더불어 ‘만월’의 조직원들이 열심히 찾고 있었지만, 전혀 그녀를 찾아내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해남도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단목장룡이었기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볼 뿐이다.

그렇게 단목장룡 일행을 바라보던 제갈강량의 눈빛이 일순 돌변한다.

그의 눈에는 경악이 담겨 있었다.

“지금 무슨…….”

분명히 단목장룡은 천향옥로단의 영향으로 제갈강량 수준의 고수라면 기척을 감지하기 쉬운 축에 속했다. 그런데 분명히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그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특히 천향옥로단의 냄새까지.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고작 며칠 사이에? 허허허……!’

그는 무영심결을 익힌 것도 모자라 실전에 적용하고 있었다.

물론 천향옥로단의 기운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벌써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솔직히 불가능했다. 그런데 단목장룡은 떡하니 그것을 해낸다.

‘천재… 아니, 괴물이라 불릴 만한 재능이로다.’

사실 단목장룡은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무영심결을 활용한 것일 뿐이지만, 그것을 본 제갈강량은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겨났다.

‘정말 저 아이라면…….’

당옥정의 다짐

“옥정아, 왜 그러니?”

근래에 그녀는 매일 웃음이 피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종일 시무룩한 얼굴로 수련에 일관하는 당옥정이다. 그런 조카의 모습에 무언가 일이 생겼다고 생각한 당용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축 처진 당옥정이 힘없이 말한다.

“아니에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당옥정.

그녀는 누군가의 곁에 당당하게 서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무공 수련에 임했다. 사천당문의 가주인 당허도가 당황할 정도로 말이다.

강호 무림에서 여러 부인을 두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런 만큼 당허도에겐 많은 자식이 있었다. 아들만 여섯 명이었으니 말이다. 당옥정이 사내로 태어났다면, 어떤 경쟁도 없이 그녀가 사천당문의 소가주가 되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할 만큼 당옥정의 발전은 눈부셨다.

단목장룡이 그녀의 체질에 맞게끔 수정한 뇌공검법과 필사적인 노력이 결합하여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네 낭군님 때문이니?”

“…아니에요.”

“맞는데 뭘.”

그런 당옥정을 보며 입꼬리를 올린 당용아가 연무장 바닥에 앉곤 옆자리를 툭툭 친다.

“이리 와서 앉으렴.”

당옥정은 자연스레 당용아의 옆에 앉았다.

당용아가 그녀의 어깨를 등을 쓰다듬어 준다.

“이제 강호에 나갈 때가 되지 않았니?”

“네……?”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뜨는 당옥정. 이제는 꽤 성숙해진 조카였지만, 당용아에겐 귀엽게만 느껴졌다.

“네가 지금 왜 이토록 무공 수련에 열중하는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남녀의 사랑이란 건 마음만 있다고 맺어질 순 없는 거란다.”

“…….”

“나도 너처럼 낭군님이 있었지만, 많은 이유를 들어 가며 그 사람과 맺어지지 못했지. 마음으로만 이어져 있다면 언젠간 운명처럼 맺어질 줄 알았던 거야. 하지만 지금 나를 보렴? 그 사람이 남긴 것이라곤 이 뇌공검법 하나뿐이지. 만약 내가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용기를 냈다면… 너만 한 딸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단다.”

“고, 고모님……!”

어릴 때만 해도 아이라는 것은 흑두루미가 보자기에 싸서 데려오는 줄로만 알았던 당옥정. 이제 그녀의 나이도 나이이니만큼 당용아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옥정아, 넌 널 딸처럼 생각한단다. 그러니 너를 다른 사내놈에게 준다는 게 아까워. 하지만 말이야. 네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먼저 다가갔으면 좋겠단다. 그가 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용기를 내서 다가갔으면 좋겠어. 그렇게 해서라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단다.”

“고모님…….”

당옥정이 침묵한다.

그녀도 당연히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불편할까 봐. 그에게 방해가 될까 봐 수련에만 열중했다. 그와 약속한 것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네가 당장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어.”

“그게 뭔가요……?”

당용아의 심각해진 얼굴에 당옥정이 침을 꿀떡 삼킨다.

“강호 무림엔 ‘영웅은 삼처사첩(三妻四妾)’이라는 말이 있단다.”

“삼처사첩이요?”

“네 아버지 허도를 봐라. 네겐 어머니라 부를 사람이 몇이나 되지?”

당옥정의 왼쪽 손가락이 펴진다.

당연히 한 손으로 모두 헤아릴 수 없었다.

“……!”

당옥정의 어깨가 부르르 떨린다.

“당문의 가주란 그런 자리야. 난 허도 그놈이 아직도 애 같지만, 그래도 사천 땅에선 영웅이라 부를 수 있겠지. 그렇다면 단목 공자는 어떠니? 그는 어떻게 될 것 같아? 당문의 데릴사위가 된다면 여러 부인을 둘 순 없겠지만… 넌 어떻게 생각하니?”

“장룡은……!”

당옥정이 반발하려 했다.

그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당용아의 말대로 현실이 그러하다. 그는 사천당문의 가주인 당허도보다 훨씬 높게 올라갈 사내였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출신이 아닌데도 무림맹주가 될 수 있다면, 당연히 단목장룡이다.

용봉지회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모용세가의 모용란. 양씨세가의 양주아. 그 두 여인은 단목장룡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솔직히 그녀들은 외적으로도 아름다웠고, 내적으로도 강인했다.

그때 갑자기 떠오른 한 여인.

‘갈유화…….’

그녀는 당옥정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삼처사첩이라는 걸 당연히 옹호하고픈 마음은 없다. 하지만 단목장룡을 노리는 여인이 많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당용아는 그런 당옥정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여인이라고 사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건 너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당옥정의 눈빛에 불이 붙는다.

이제껏 참아 왔던 감정이 폭발하듯 샘솟는다. 서신으로라도 단목장룡과 대화하는 것이 좋았지만, 당연히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도 많았다. 얼마나 발전했는지, 노력했는지 보여 줘서 그를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다.

“고모님 말이 맞아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에요!”

“응?”

당연히 당용아는 그녀가 바로 떠난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런 표정이었으니까.

“육 성.”

“육 성……?”

당옥정은 뇌공검법의 오 성 경지에 올랐다.

육 성이라면 거의 무림의 경지로 따지면 절정의 상급. 초절정 바로 아래 단계였다. 뭐 절정에서 초절정의 벽이 무지막지하게 높긴 했지만…….

“그 정도는 되어야 장룡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확고한 목표가 생겼으니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장룡은 반년 동안 맹을 떠난다고 했으니 그 전까지 육 성에 도달해 볼게요! 무조건! 꼭!”

화르르!

당옥정이 무공에 소홀했던 적은 없었으나 이번에는 그 느낌이 달랐다.

당용아조차 무인(武人)의 마음가짐을 되새길 정도였으니.

‘참, 순수하다니까.’

그런 당옥정이 귀엽기도 하면서 대단하다고도 생각했다.

“좋아, 그럼 이 내당주께서도 더 확실하게 네 수련을 도와주도록 하마.”

“네! 바로 수련해요! 그리고 전 육 성에서 멈출 생각은 없어요.”

“그래, 그래. 알겠구나.”

팔딱, 일어선 당옥정.

당용아는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옥정이가 떠나는 날, 그때가 되면 시작하자.’

당용아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 * *

추적과 탐색.

일단 제갈교아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흑룡단인 우리가 그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당연히 제갈교아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만약 그녀 스스로 숨은 것이라면 모두에게 알려 협력자를 모집하는 게 더 나은 길일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그녀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것이라면? 적은 더 은밀하고 깊숙하게 숨어들 것이다.

아마 제갈강량도 그것을 경계하고 우리에게 제갈교아가 실종됐다는 걸 밝히지 말고 찾아 달라고 했으리라.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반년이라는 시간의 제약이 있었기에 우리는 산보를 나간 것처럼 느긋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체력이 있으면 경공을 펼쳤고, 걷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였다. 이제껏 내가 중원에서 이동할 땐, 낮에 객잔이 있는 마을에 도착하면 다음 날까지 그곳에서 쉬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 할당된 거리만큼 이동하지 못하면, 객잔이 보이더라도 간단히 식사만 하고 바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호북성으로 이동하며, 조원들을 교육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탐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흔적을 찾는 것.

전문적으로 누군가를 추적하는 기술을 추종술(追從術)이나 추적술(追跡術)이라 한다.

“추종술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찰력을 필요로 한다. 발이 달린 인간은 땅을 디딜 때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추적할 땐, 전방도 주시해야 하지만 아래도 살펴보아야 한다.”

난 속보로 갈 때는 조원들에게 추종술에 대해 교육했다.

“산과 같이 풀과 나뭇가지가 우거진 곳에선 움직인 방향으로 그것들이 꺾이기 마련이지. 또, 짐승들은 외부의 침입자를 경계하긴 하지만 대부분 반대 방향으로 도망친다. 특히 풀을 먹는 짐승들이 그러하지. 짐승들은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동물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으로도 추적 대상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할 수 있지.”

추종술에 대한 서책에 나오는 내용이었지만, 다시 한번 강조한다.

“예, 조장님.”

“그리고 당연히 그런 추적을 따돌리는 수법도 존재하지. 사행술, 잠형술, 은신술, 둔주술. 여러 이름으로 부르지만 결국 흔적을 감추기 위한 무공들이다.”

전문적으로 하나씩 익혀 가는 것이 저 무공들이지만.

난 그것들을 한데 묶어 최대한 빠르게 익힐 수 있도록 간소화했다. 또한, 거기에 귀를 더 예민하게 만드는 지청술이나 최소한의 빛으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지안술 또한 결합했다.

당연히 그 모든 무공은…….

‘신교의 무공이지만.’

저들이 무공의 구결을 떠들지 않는 이상에야 그것이 탄로 날 일은 없었다.

“호북성에 도착하기 전까지 흑룡술(黑龍術)의 경지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예, 조장님!”

흑룡공에 이은 흑룡술.

나는 내 조원들을 만능으로 만들고 싶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들을 또 한 조직의 장(將)으로 만들려 했다.

무림맹에서부터 그들을 지척에서 지켜보다 보니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조연연은 야생적인 감각이 아주 뛰어났다. 그녀는 유능한 정보 조직의 수장이 될 수 있으리라. 이새붕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얻는 능력이 탁월했다. 거기에다 선을 그을 줄도 안다. 그는 내가 없더라도 조직을 잘 이끌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단목위는…….

‘그는 묵묵히 명령을 수행한다. 어떤 일을 맡겨도 포기하지 않을 끈기와 인내를 가졌다.’

가장 중요한 임무에 파견하는 대(隊)를 이끌 수 있으리라.

반년.

뿌린 씨앗은 발아했으며, 이제 꽃을 피울 일만 남았다.

난 이번 기회에 확실히 우리 오 조를 키우려 했다. 흑룡단이라는 단체에, 무림맹이라는 명분에 갇혀 있지 않기 위해서. 난 흑룡단의 조장이긴 했지만 영원히 여기에 머물 생각은 아니었다. 무림맹은 상당히 썩어 있었다. 특히 위지무외 장로의 일을 겪으며 그걸 확실히 깨달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낀 묵은 때가 가득한 곳을 깨끗하고 정의로우며 협의가 가득한 무림맹을 만든다?

어쩌면 그 일이 천마신교에 복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었다.

걷는 동안에는 모두가 주변을 둘러보며 특이한 흔적을 찾는다. 몇 명 규모인지, 흔적을 남긴 이들의 체형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토론한다. 제갈교아의 연락이 마지막으로 끊긴 것은 호북성이라지만, 다른 지역에 있을 가능성도 열어 둬야 한다.

받은 만큼 일을 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제갈강량이 내게 준 무영심결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자, 다시 뛰자.”

그들이 머리가 굳는다 싶을 때.

경공을 펼친다. 머리를 식히는 데는 몸을 쓰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었다.

* * *

호북성에 도착하여 우리는 운현현을 시작으로 제갈교아가 남긴 흔적이 있는지 탐색했다.

우리가 찾는 것이 제갈교아라는 걸 드러내면 안 되었기에 무림맹의 순찰당이나 개방도들과는 최대한 접촉하지 않았다. 단지, 주변에 의심스러운 일이 있느냐만 물어보았을 뿐이다. 특히 납치나 실종 같은 사건에 집중했다.

제갈교아가 스스로 몸을 숨기지 않은 이상 누군가에게 납치당했을 확률이 높으니까. 만약 그녀를 납치했다면 무언가를 얻어 내기 위함일 것이다. 그녀는 혼(魂)의 향을 맡을 수 있다고 했으니 분명히 이용 가치가 높았다. 만약 몸값을 요구하려는 것이었다면, 제갈강량이 내게 이리 부탁할 리도 없었다.

상황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이곳이 정파의 권역이라 할지라도 중원은 치안이 좋지 않았다. 납치나 인신매매 같은 것은 중원에서 꽤 흔한 일이었다. 정파의 협객들도 그것이 문제라는 걸 알았지만, 워낙 땅덩이가 넓었기에 모든 일을 해결할 순 없었다.

마을을 들를 때마다 우리는 납치 사건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우리 오 조는 최대한 신속하게 마을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하여 실종자나 납치범들의 본거지를 습격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건을 해결했으며, 수많은 사람을 구출했다. 물론, 제갈교아는 발견하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무림인 나으리-! 천지신명께 나으리분들의 명운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는 또 한 번의 감사 인사를 받고 마을을 떠나갔다.

실전.

제갈교아를 찾은 것은 아니었지만, 매 순간이 실전이었다. 나를 포함한 조원들은 호북성의 수색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자 누군가를 찾는 것에 슬슬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제갈교아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에 조바심이 나긴 했지만…….

추종술의 기초 서책에 적힌 대로, 무언가를 추적할 때는 끈기와 인내가 필수였다.

그렇게 우리는 운현에서 십언, 죽산, 방현, 흥산을 지나 자귀현에 도착했다.

자귀현에서 남동쪽으로 향하면…….

“조장님……!”

씻을 수 있는 환경에선 몸을 씻긴 했지만, 그래도 노숙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보니 지저분한 행색의 이새붕. 그가 왠지 모를 기대감이 섞인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단목위는 무언가 긴장한 듯한 표정을 했다.

“이제 곧 의창현이군.”

“예-! 정말 오랜만에 다시 돌아가는군요!”

의창현.

그곳은 단목세가가 있는 현이었다.

영웅 귀환

난 당연히 단목세가에 그리 애틋한 감정은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만약 내가 불가에서 말하는 윤회나 환생을 하여 아기 때부터 단목장룡의 이름을 사용했다면 모를까. 난 죽다 살아난 망나니 공자의 몸에 빙의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단목세가의 이름을 버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다.

단목세가가 아닌 전혀 무공을 익히지 않은 몸에 빙의했다면, 지금 난 산에 틀어박혀 내공심법만 죽어라 수련하고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나마 명문가의 자제였기에 아주 어린 나이부터 내공심법을 익힐 수 있었고, 그 기반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

난 단목세가에 분명히 받은 게 있었다.

‘산산이는 천룡각에 갔나? 이건 정확하지 않군.’

단목세가에서 그나마 정을 붙였던 것은 단목산산과 태상가주였다.

단목산산은 은근히 당옥정과 비슷한 느낌이라 할까? 그래도 당옥정이 훨씬 귀엽긴 했지만.

‘…….’

아무튼, 임무라고 해도 굳이 가문에 들르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더군다나 의창현에서 단목세가는 가장 강대한 가문이었다. 의창현의 정보는 그들이 꽉 쥐고 있으리라.

‘가 볼까.’

그렇게 우리는 자귀현의 탐색을 마치고, 의창현으로 향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