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1화 (121/236)

* * *

단목세가.

지금 단목세가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매일 단목장룡의 소식이 들려왔다. 사천 성도 지부 부지부장직의 역할을 예상을 뛰어넘게 잘 수행하고, 용봉지회에서 우승한 것으로 모자라 이제는 그 흑룡단의 조장이 되었다고 한다.

거기에 이제는 다시 없을 협객이라며 호북성을 진동시키고 있다.

흑룡단의 임무가 협의를 실행하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들르는 마을마다에서 엄청난 속도로 악인들을 처단하고 백성들을 구원한다. 소문이란 발 없이 천 리를 간다고 한다. 당연히 단목세가엔 그 소문이 들려왔다.

당연히 반겨야 할 일이다.

뿌듯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이란 그렇게 밝고 긍정적인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기와 질투.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도 당연히 존재했다. 단목세가 전체로 본다면 단목장룡의 성장은 당연히 환영해야 한다. 하지만 단목세가엔 단목장룡의 몰락을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바로 단목세가 가주 단목무광의 첫째 부인처럼 말이다.

그녀의 이름은 백예령.

비화 표국주의 둘째 딸이었다. 가업을 물려받진 못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단목세가의 소가주였던 단목무광과 연인이 되었으며, 사랑을 통해 혼인에 성공했다. 아마 그녀가 비화 표국주의 딸이 아니었다면 아마 첫째 부인이 되진 못했으리라.

비화 표국은 성과 성을 이동하는 규모의 표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북성에선 꽤 신뢰받는 표국이었다. 단목세가와 비화 표국은 조합이 좋았다. 비화 표국은 매번 부족한 실력 있는 무인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단목세가는 확실한 자금원을 얻었다.

단목세가와 비화 표국은 이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이 성장했다.

더군다나 첫째 부인의 아들인 단목청야가 있다. 그가 천룡각에서 남궁일몽이라는 거물과 연을 맺게 된 것은 그녀의 조기교육 덕분이라 할 수 있었다. 단목청야 또한 단목세가를 오대세가로 만들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으니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그는 정치적으로도 재능이 있었으며, 무공으로도 나무랄 데가 없는 가문의 후계자로 성장했다.

‘단목장룡, 네가 있기 전까지는……!’

으드득!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부모의 눈에는 한없이 예뻐 보이기 마련이다. 하물며 단목청야는? 어릴 때부터 어른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뛰어난 아이였다. 단목세가의 장로들 또한 그를 후계자로 꼽았다. 그런 단목청야가 어찌 소중하지 않겠나? 그런 아들이 어미를 잃어 망나니짓을 하던 단목장룡에게 후계자 자리를 뺏긴다?

아무리 단목장룡이 강호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해도.

백예령의 눈에는 망나니일 뿐이다. 무공이 아무리 강하면 뭐 하나? 그는 망나니였다.

가문의 공금을 횡령하여 기루에 갖다 바쳤던 망나니!

천한 기녀들에게 침을 질질 흘리며 하룻밤을 보내 보겠다고 단목세가의 무공을 한낱 춤사위로 전락시킨 망나니!

무가의 자제인 주제에 미친 듯이 살이 쪄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망나니!

과거 첫째 부인은 그를 대놓고 핍박하거나 하진 않았다.

단목세가의 완벽한 안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결점을 보이면 안 되니까.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그 안주인 자리가, 가모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었다.

‘감히 단목세가를 넘봐?’

확실히 말해 두자면, 단목장룡은 단목세가의 가주 자리를 탐내지 않았다.

막말로 그가 지금 당장 문파를 개파 한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단목세가는 비교도 하지 못할 문파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범인들은 그런 규격 외의 존재를 이해할 수 없는 법이었다.

‘이제까지 두고만 봤지만… 이젠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아들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행동해야 했다.

사실 그것이 아들을 위한 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만족을 위한 길이라고 할지라도.

백예령은 그것이 아들을 위한 길이라 생각할 것이다.

‘셋째를 포섭해야겠어.’

셋째 부인 정원화.

진강 상단의 장녀. 그녀의 아들은 단목경으로, 단목청야와의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난 지 오래였다. 정원화는 이미 가모 자리를 포기했으리라. 거기다 단목장룡이 과거 단목경을 흠씬 두들겨 패 준 이후로 단목장룡이라면 치를 떨었다.

‘네가 무슨 생각으로 지금 이 시국에 돌아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생각처럼 되지 않을 것이야.’

* * *

“와! 정말 오랜만이에요! 아저씨!”

“어? 나으리께선……? 설마… 새붕이? 너 새붕이냐?”

“맞아요! 저 새붕이에요!”

“어이구! 덩치가 커져서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구나. 무림인이 되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그게 정말이었구나!”

“하핫! 맞아요, 아저씨. 저 무림맹에 들어갔습니다!”

“아니, 이게 누구여! 새붕이 아니여?”

“아줌마!”

노점의 상인들과 이새붕이 반갑게 인사한다.

이새붕은 의창현에 있을 때부터 다른 이들과 잘 어울렸다. 망나니 취급을 받던 나에게도 잘 대해 준 아이였다. 뭐 가끔 눈치 없는 말로 날 도발하긴 했지만… 그것도 이새붕의 매력이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조연연이 보인다.

조연연이 은근히 이새붕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조원끼리 연인 사이가 되는 걸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럴 권리도 없었고 말이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의창현의 상인들은 이새붕과 인사를 나눈 후, 내게 시선을 던졌다.

“허……? 설마 단목세가의 둘째 공자님인가……?”

작은 목소리로 중년 여인이 이새붕에게 묻는다.

이새붕은 그녀에게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우리 조장님이세요!”

“사람이 몰라보게 바뀌었구먼.”

상인들이 날 보며 쑥덕이기 시작한다.

대부분 날 칭찬하는 말이었다. 그들은 대화가 내게 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하겠지만, 항시 귀를 열고 있는 내겐 바로 옆에서 하는 것처럼 잘 들린다.

이새붕은 슬쩍 내 눈치를 보더니 말한다.

“이제 가야겠어요! 임무가 있어서 말이에요!”

“그래, 그래! 새붕아! 얼른 가 보거라. 무림맹의 나으리가 되었으니 바쁠 테지. 참, 삶은 감자가 있는데…….”

“오, 정말요? 잘 먹을게요!”

중년 여인은 후한 인심으로 감자를 마구 담아 주었다.

이새붕은 당연히 그걸 거절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단목세가의 장원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렇게 의창현의 중심부로 향하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성성루.

기루이기도 했지만, 하오문의 지부이기도 했다. 단목장룡으로 빙의하고 처음으로 들렀던 기루. 여기서 제갈교아를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얻을 가능성도 있었다.

“잠시 들렀다 가자.”

“예, 조장님.”

당연히 조원들은 내가 유흥을 즐기기 위해 기루에 들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난 호북성 내 하오문의 지부에서 정보를 얻은 적이 많았다. 대부분 납치에 대한 정보는 개방보다는 하오문이 더 정확했다.

* * *

쑥덕쑥덕!

“워메, 사람이 완전히 변한 것은 아닌가 보네!”

“왜? 무슨 일 있어?”

“그게 말이여…….”

상인들끼리의 소문은 빠르게 퍼진다.

단목세가의 망나니 둘째 아들, 단목장룡. 그는 돼지처럼 살이 뒤룩뒤룩 쪄서는 매번 기루에 들르곤 했었다. 특히 의창현에서 가장 비싼 기루라는 성성루에서 돈을 물 쓰듯 쓴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천향이라는 미모의 기녀가 있다고 하지만, 명문가의 자제가 기루에 매일 들락거리는 것은 당연히 딱히 좋은 평을 듣진 못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야? 무림인들은 다 그런 거 아니야?”

시큰둥한 중년 사내의 말.

여인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가?”

그러자 자신감을 얻은 중년 사내가 가슴을 탕탕 치며 말한다.

“그래! 옛날의 둘째 공자님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공자님이라면 계집질 정도야 당연한 게지! 거기다 그분은 성성루의 그 기녀를 연모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예전에도 매번 성성루의 천향만 찾지 않았느냐 이 말이야!”

사내의 당당한 외침에 여인이 금방 수긍하고 말았다.

“어머머! 그러고 보니 그렇네! 어쩜 사내가 그리 일편단심일까!”

“암, 단목 공자님은 영웅이지! 영웅이야!”

사람의 외관과 명성이 확 달라지니 같은 행동을 해도 다르게 보아 주는 의창현의 상인들이었다.

* * *

성성루에서 천향과 오랜만에 재회했다.

그녀는 바뀐 내 모습에 깜짝 놀라며, 정말 단목장룡이 맞느냐고 몇 번이나 물어 왔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내게 몸을 밀착하려 했지만… 일부러 그녀와 거리를 벌렸다. 천향옥로단의 기운을 아직 완전히 제어하지 못했다. 겨우 욕구를 참아 내고 있는데, 한번 발동이 걸리면 해남도에서처럼 행동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난 그녀와 거리를 두고, 적당히 안부 인사를 한 후에 이제껏 그래 왔던 것처럼 정보를 구매했을 뿐이다. 동전 한 냥에 많은 정보를 얻었으니 은인이라는 게 좋긴 좋았다.

그녀에게선 요즘 녹림의 세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녹림.

간단히 말하면 산적이지만, 사마련에 속해 있었기에 정파에서 함부로 그들을 공격할 순 없었다.

거기다 표국에서는 그들을 필요악으로 여긴다던가? 적당히 통행세만 내면 도리어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녹림의 산채였다. 오히려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들지 않는 곳이 바로 녹림이 터를 잡은 곳이다. 그들의 권역에서 감히 다른 도적들이 날뛰는 꼴을 참지 않는다.

녹림은 산채를 만들어 그곳에서 계속 장사(?)를 해야 하기에, 될 대로 되어란 식으로 살인까지 주저하지 않는 막돼먹은 도적놈들과는 다르다고 할까? 뭐 내가 보기엔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성성루에서 시정잡배와 같은 놈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그들은 천향을 꼭 데려가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다가 내 듬직한 수하들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 그들의 출신이 녹림도라는 게 걸리긴 했지만,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해남도에선 혈세귀막과 나찰마궁과도 출동한 경험이 있었다.

녹림이 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해도, 사파의 기둥이라는 놈들과 비교할 순 없었다. 그리고 천향은 하오문에서도 꽤 직위가 높은 편이다. 하오문이 침묵하는 문파라고 해도, 아예 힘이 없는 건 아니다. 중재하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일이 커지면 그녀가 해결하겠다나?

‘형문산채라… 어쩌면 제갈교아의 실종은 녹림과 관계가 되었을지도 모르지.’

의창현 남단에는 녹림의 산채가 존재했다.

호북성에선 유일한 녹림 산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본가에 들렀다가 한번 가 봐야겠군.’

* * *

실로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단목세가.

세가의 식솔들은 당연히 단목장룡을 보고 놀랐다. 사천성 성도 지부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아직 살집이 꽤 있는 상태였기에, 지금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니까. 세가의 무인들은 대부분 존경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용봉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무인에게 둘도 없는 영광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가주전에 들어서고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뭔가 어색한 느낌이랄까? 가주인 단목무광은 단목장룡을 보며 생각이 많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오랜만에 보는 첫째 부인과 셋째 부인이 있었다. 그리고 두 여인의 눈빛은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단목세가는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당연히 단목청야가 되리라 생각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본래 가주인 단목무광은 일찍이 단목청야를 소가주로 정하고 후계자 교육을 시작하려 했던 모양이지만… 단목장룡이 성도 지부로 떠난 이후로 태상가주가 그것을 무기한 연기했다.

당시에 단목장룡은 언가와의 혼약을 괴상한 이유로 깨었기에 주변에서 좋은 시선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태상가주는 영약까지 쥐여 주며 그를 믿어 줬었다.

‘뭐 태상가주께서 부탁하셔도 단목세가의 후계자가 될 생각은 없지만.’

그렇게 생각한 단목장룡이 어른들께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려는 순간.

“본가에 오기 전에 정말… 기루… 성성루의 천향과 만났더냐…….”

단목장룡을 질책하려는 음색이라기보단…….

답답함 가득 쌓인 목소리. 솔직히 아비로서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뜨거웠다. 단목장룡이 자랑스러웠다. 무림인이라면 단목장룡의 행보에 쾌감을 느끼리라. 대리 만족을 느꼈으리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라는 자리는…….

‘본가의 정보력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군?’

단목장룡은 가주가 실망했다는 걸 눈치챘지만, 굳이 거짓을 고할 필요는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이 나온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구나!”

첫째 부인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오라버니 최고얏

“부인.”

“죄송해요. 장룡의 말에 너무 화가 나서 그만…….”

가주 단목무광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단목장룡은 어떤 변명조차 하지 않고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그것만 보자면 단목장룡은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다. 예전이었다면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늘어놓고, 멍청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으로 넘기려 했을 테니까.

애초에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아들의 외관은 과거와는 확실히 다르다. 살에 파묻혀 뒤뚱거리는 모양새는 사라지고, 당당히 그의 앞에 서 있다. 그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까? 단목장룡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랐을까?

‘변명하지 않는 것이냐.’

그래도 기다려 주었다.

이제는 달라진 아들이기에, 믿고 싶었다.

단목장룡은 멀뚱히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묻지 않고서는 대답을 들을 수 없다고 판단한 단목무광. 그의 입이 천천히 열린다.

“왜 천향을 만났더냐.”

“별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사내들은 다…….”

은근히 말을 얹으려 했던 첫째 부인.

단목무광의 부리부리한 안광에 찔끔한다.

“…….”

단목장룡이 잠시 고민한다.

저들의 시선을 보면, 천향이라는 기녀에 미쳐서 욕정을 풀러 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천향은 하오문 소속의 기녀였으며, 그녀에게 정보를 얻으러 갔다. 하지만 정파의 무인이 하오문에서 정보를 얻는 것 자체도 당당히 밝힐 종류의 것은 아니다. 또한, 이 자리에서 모두 밝힐 필요는 없다.

어쩌면 단목무광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여인의 치마폭에 휩싸인 것보단, 그게 더 나을 수도 있으니까. 뭐, 단목장룡은 적당한 핑계를 가지고 있었다.

“임무차 들렀습니다.”

“그렇더냐…….”

그래도 조금은 안심한 듯한 단목무광.

전혀 이해하지 못할 대답은 아니다. 그는 하북성에 와서 여러 사건을 해결했다. 그 임무의 일환이라 생각한다면…….

“예, 그렇습니다.”

첫째 부인과 셋째 부인은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녀들도 눈치는 있었다. 여기서 소리치는 것보다 ‘밤’에 남편에게 속삭이는 게 더 효과적이다. 물론, 단목무광이 그녀들의 속삭임에 흔들릴지는 지켜봐야 할 테지만.

단목무광은 일단은 그 대답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다른 것을 묻기 시작했다.

사천 성도 지부에서의 일. 용봉지회. 그리고 무림맹.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단목장룡의 활약상이 부각되는 듯하여 혀가 바짝바짝 말랐지만, 최대한 미소를 잃지 않으려 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갔고.

단목무광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네 이야기를 들으니 얼마나 노력했는지 눈에 보이는구나. 여기까지 오느라 피곤할 터인데 가서 쉬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단목장룡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가주가 그것을 보고 한마디 덧붙인다.

“참, 본가의 방계를 데려왔다고 했던가? 그 아이도 저녁 식사에 데려오거라. 한번 보고 싶군.”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단목장룡이 가주와 두 부인에게 꾸벅 인사하고 방을 떠나갔다.

첫째 부인은 때를 놓치지 않고, 걱정을 늘어놓았다. 당연히 이번에 잡은 건수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후우우… 장룡이 달라진 건 맞지만, 그래도 문제는 문제네요. 기루에 들러서 또 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아닐지…….”

“그러게요. 사내가 그런 곳에 한 번 발을 디디기 시작하면 절대 끊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임무차 들렀다는데 함부로 혼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러게요…….”

두 여인은 아닌 척 단목장룡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단목무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지켜보도록 합시다.”

단목장룡의 활약상을 들으며 뿌듯한 얼굴이던 가주. 그의 얼굴에 걱정이 떠오른다. 그 모습을 본 첫째 부인 백예령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힌다.

‘아버지를 불러야겠어.’

아무리 무림에서 명성을 떨쳤다고 하더라도.

후계자라는 자리는 다르다. 이제껏 단목세가와 비화 표국이 맺어 온 연이 있었다. 첫째 부인은 모든 것을 다 활용할 생각이었다. 아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넌 절대 후계자가 될 수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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