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2화 (132/236)

* * *

“돌아오실까……?”

하후예민은 속이 타들어 갔다. 그냥 훌쩍 떠나 버리신 건가? 분명히 대화할 때는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사실 단목장룡은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그냥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하후예민은 감정 없는 시선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 설렜다.

지금도 단목장룡이 없는 방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혹여나 돌아오진 않을까, 생각하며.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던 중.

둥! 둥! 둥! 둥!

하후예민은 이 북소리가 뜻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실전에선 처음으로 들어 보는 북소리. 장원에 적이 침입했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객당은 난리가 났다.

“뭐야, 이 북소리는?”

“하후 소저? 왜 여기에 계시는 것이오?”

잠에서 깬 옥검수사가 하후예민을 발견하고 물었다.

“…적이에요. 누군가 하후세가에 침입했어요.”

“뭐라? 감히 누가 하후세가를 공격했다는 말이오? 모두 일어나시오!”

하후세가의 선행에 반해 식객으로 머물고 있던 무인들. 강서성뿐 아니라 중원 전체에서 꽤 이름을 알린 무인들도 있었다. 그들이 함께 싸워 주면 당연히 큰 힘이 되리라.

하지만 하후예민은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설마……?’

그녀의 시선이 단목장룡에게 마련해 준 방으로 향했다.

대의를 위한 길

설마.

아니겠지. 그 사람일 리가 없어. 그분께서 뭐가 부족해서 이런 일을 벌이겠어? 말도 안 돼. 분명히 우리 가문을 노리는 악적들일 거야. 틀림없어.

‘혹시 그 사람이면 어쩌지?’

두근두근.

하후예민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망상에 걸음을 재촉했다. 객당에서 일명 도축장이라 불리는 전각까지는 꽤 먼 거리였지만, 어느 순간 지척에 도달한 하후예민이다. 그녀는 거의 다가섰을 때부터 걸음이 느려졌다.

하후가의 수많은 무인이 전각을 둘러싸고 있어서, 정확히 누구인지 보이지 않았다. 하후예민은 보고 싶지 않았다. 지금 떠오르는 것은, 이 전각의 용도가 무엇이냐고 묻던 단목장룡의 모습이었다.

여기에 관심을 가졌던 것일까?

설마 다른 오해가 있으면 어떡하지?

아니야. 그분이 굳이 왜 여길 노렸겠어?

만약 그렇다면 어떡할래?

“…….”

예전부터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던 옥검수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하후 소저께선 굳이 가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이 많은 무인과 식객들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십니까? 정 불안하시면 제가 옆에 꼭 붙어 있겠습니다.”

“…….”

하후예민은 순간 짜증이 났다.

네가 뭔데 옆에 붙어 있어? 오히려 난 그게 싫거든? 하지만, 오랜 기간 자신의 표정을 관리해 왔던 하후예민의 평정심은 이 정도로 흐트러지지 않았다. 일단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그녀는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많은 충격적인 일들을 경험하며 성숙해진 여인이었다.

“감사해요, 옥검수사 대협.”

“후후, 감사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전 하후세가의 식객이니까요. 그 의무를 다하려는 것일 뿐이지요. 이제까지 하후세가에 빌어먹은 밥이 있는데, 당연히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하후 소저를 지켜 드리겠습니다.”

딴에는 멋질 것이라 내뱉은 말이리라.

하후예민은 그의 말에 어떤 감흥도 없었지만,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르다. 속은 불안함으로 타들어 갔지만, 겉은 환히 웃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 덕분에 안심했다고 생각한 옥검수사가 검을 뽑는다.

“자, 가시지요.”

“예.”

뚜벅뚜벅.

걸어간다. 천천히 대치 상황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어린아이들이었다. 숫자가 워낙 많아 보지 않으려 해도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겁에 질린 채로 서로를 얼싸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가주인 하후광이 있었다.

그와 마주 보고 있는 사내는…….

두근! 두근! 두근!

제발, 아니었으면.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어? 저거 장 소협 아닌가! 왜 저기에 저 사람이?”

옥검수사의 말에 하후예민이 휘청한다.

애써 듣지 않으려 했고, 보지 않으려 했던 진실. 혹시나 했던 걱정이었지만 이제는 진실로 다가왔다. 그 무게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하다. 정말 그인가? 단목장룡. 왜…….

“어이쿠, 하후 소저. 놀라신 모양이군요.”

옥검수사가 그녀를 부축해 준다.

하후예민이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준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거 참, 식객으로 머물렀던 이가 도둑을 구출하러 왔을 줄이야?”

“…….”

단목장룡은 말이 없었다.

단지 자신을 둘러싼 인파를 가만히 내려다볼 뿐. 몇몇 이들은 이질감을 느꼈다. 분명히 포위당한 것은 단목장룡이다. 당연히 초조해하거나 겁먹은 표정을 지어야 할 텐데, 지금 그는 도리어 그가 하후가 사람들을 포위한 듯 당당하게 사방을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단목장룡의 시선이 하후예민과 마주친다.

그녀는 그 시선에 울컥하여 두 주먹을 꽉 쥔다. 하지만 나서지 않는다. 아직 모른다. 모든 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장천이라고 했나?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불러 줄까?”

다른 이름이라는 말에 단목장룡의 눈썹이 꿈틀한다.

그것을 당황한 것이라 받아들인 가주 하후광. 당당하게 외친다.

“감히 본가에 이름을 속이고 식객으로 들어와서 무영신투를 데려가려 했던가! 무영신투가 훔친 보물이 그리도 탐이 났던 것인가!”

버럭!

하후예민의 두 손이 벌벌 떨린다.

아니다. 저 사람은… 단목장룡은 절대 보물 따위에 어리석은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판단 기준으로 그를 파악했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하후예민이 이렇게 흔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뭐, 모든 게 그녀의 콩깍지일 수도 있겠지만.

“헛소리하지 마라! 보물을 탐내 아이들을 납치한 것은 네놈이 먼저가 아니냐!”

참지 못한 무영신투가 소리친다. 처음으로 그를 본 식객들이 웅성거린다.

“무영신투가 저리 어렸나?”

“아마 전대 무영신투의 제자인가 보군!”

“하후광! 네놈은 영웅이 탈을 쓴 쓰레기라는 걸…….”

당연히 모두 도둑의 말 따위는 듣지 않았다.

차곡차곡 쌓아 온 하후세가의 명망은 한낱 옥에서 탈출한 도둑의 말 몇 마디로 흔들릴 수준이 아니다. 도리어 무영신투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둑 주제에, 무슨 말이 많나!”

“이제껏 하후가에서 살려 준 것만으로도 싹싹 빌어도 부족할 판에 어디서 언성을 높여! 네가 협객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구나!”

“천하의 버러지 같은 놈! 남의 재물을 탐해 훔쳤던 주제에 감히 하후세가를 욕보여!”

무영신투와 아이들이 벌벌 떤다.

모두가 광적으로 하후세가를 찬양하고 있다. 애초에 이런 상황에서 무영신투 편을 드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후세가의 외적인 행보를 살펴 보면, 가주는 군자나 다름이 없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단목장룡이 입을 열었다.

“하후광.”

“말이 짧구나.”

“처음엔 하후세가를 좋게 평가했었다. 하지만 알아보니 그게 아니더군. 무영신투가 돌보는 아이들을 납치하여 그를 협박한 것이 당당하다고 보나?”

“헛소리!”

도리어 화를 내는 것은 하후광이 아니었다.

그를 믿고 따르던, 뼛속부터 하후세가를 존경하는 무인들이 먼저 분개하여 나선다. 하후세가를 흠집 내는 것은, 그곳에 객으로 있는 무인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주워담지 못할 거짓을 고하는 구나!”

“장천이라고 했던가? 강호에서 너 같은 놈의 이름은 들어 본 적도 없다! 너도 무영신투와 관련된 사파의 종자가 아닌가?”

“사파의 종자가 날뛰는구나!”

점점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

하후세가의 편에 선 사람들. 그 대부분은 분노했다.

그 상황을 반전시키려 한 사람이 있다.

“나 심의검 용호평이오! 식객으로 있던 이들은 나를 잘 알 것이오! 난…….”

“이놈! 죄를 지어 하후가의 옥에 갇혔으면 벽을 바라보며 참회할 것이지, 무영신투와 함께 도망쳐 나와?”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구나!”

광기.

분명히 개중엔 상황이 묘하다는 걸 알아차린 사람도 있다. 무영신투와 함께 구출된 아이들. 거기다 군데군데 보이는 눈에 익은 무인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분명히 이상하다. 하지만 하후세가에 감화된 이들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커다란 목소리에.

그런 의심은 전혀 떠올리면 안 되는 금기였다.

‘하후세가…….’

단목장룡마저도 백성들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학관과 무관까지 지어 모두에게 배움을 전파하고자 했던 하후세가를 좋게 보았었다. 하후세가가 뒤에서 나쁜 짓을 한다고, 그 선행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은 공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후세가를 좋게 볼 생각은 없었다.

단목장룡이 검을 뽑는다. 말로는 저들을 설득할 생각도 없다. 강호란 그런 곳이다. 힘을 지닌 자가 목소리를 낸다. 그들의 말이 곧 진리이자 진실이 된다. 여기서 말싸움으로 이겨도, 하후세가에 붙어먹은 놈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으리라.

그가 검을 뽑자 하후광이 당황한다.

하후광은 그가 단목장룡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딸이 말해 준 것이기에.

어찌해야 할까 판단한다.

지금 무영신투가 여기서 빠져나가면, 하후세가는 큰 타격을 입는다. 무영신투의 보물로 벌여 놓은 사업이 많았다.

“아버지, 제가 이야기해 볼게요.”

하후예민이 나섰다.

그녀의 등장에 하후광이 눈을 빛냈다. 단목장룡도 사내라면, 하후예민을 함부로 대할 수 없으리라. 어쩌면 일이 기가 막히게 해결될 수 있었다.

‘용서와 관용을 보여 줄 때인가.’

하후광이 느긋하게 말한다.

“모든 것을 폭력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진정한 무인이 아니다. 잠시 모두 물러나라.”

“가주님?”

“하후 소저가 저놈에게 다가가게 놔두시려는 겁니까?”

“모두 물러서게!”

하후광의 내력이 담긴 외침에 모두가 뒤로 물러선다.

하후예민이 아랫입술을 깨물고, 천천히 단목장룡에게 다가간다. 그를 설득해야 한다. 이대로 싸운다면 당신도 다친다고. 그녀는 정치를 알고 있었다. 평판이라는 것은 쌓아 올리긴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쉬웠다.

‘내가 저분을 설득해야 해.’

다짐으로 고개를 끄덕인 하후예민.

그녀가 결의에 찬 얼굴로 다가오자 단목장룡은 조금 황당했지만, 검으로 그녀를 공격하진 않았다.

“장 공자님, 이대로 일을 진행하시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거예요. 전… 장 공자님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공자님께서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어요. 여기서 다친다는 게 아니에요. 본가와 친분이 있는 세력 중엔…….”

“절 걱정해 주시는 겁니까?”

“네……! 당연하죠! 전 공자님을…….”

“그럴 필요 없습니다.”

“……!”

하후예민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럴 필요가 없다니… 처음으로 누군가를 연모하는 감정을 깨달은 여인의 마음엔 깊은 상처가 되는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장 공자님,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라면… 제가 아버지를 설득하겠어요. 절 믿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아이들이 그렇게 갇혀 있는 것이 마음에 아팠답니다. 저도 장 공자님처럼…….”

단목장룡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역시 알고 있었군요.”

차가워진 단목장룡의 눈빛에 하후예민이 당황한다.

“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납치하여 그 생명으로 협박한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보물을 얻기 위해서?”

보통의 하후예민이라면, 듣기에 적당한 대답을 찾아냈으리라.

하지만 단목장룡의 혐오 가득한 눈빛은 참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거미줄로 뒤엉켜 있는 듯한 기분이다.

“저는… 그러니까… 모두에게 곡식을 나눠 줄 수 있게 되잖아요. 마, 만약 저 하나를 희생해서 세상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전 그렇게 할 거예요. 전, 절대, 나쁜 사람이…. 지금 하시는 생각은 모두 오해예요……!”

“알겠습니다.”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 단목장룡이다.

어느 순간 그녀의 눈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제발 들어 주세요, 공자님! 저는…….”

“막지 않으면 피를 보진 않을 겁니다. 어차피 하후세가에 대한 복수는 무영신투가 할 것이니까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하후예민을 노려보는 방구.

모두에게 곡식을 나눠 줄 수 있기에 아이를 납치한다고? 네가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 피와 땀으로 키운 자식이 다른 자식의 거름이 된다면 참을 수 있을까? 아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저렇게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놈들 중에 제대로 된 인간을 보지 못했다.

방구가 증오를 가득 담아 외쳤다.

“개 같은 년.”

“……!”

난생처음으로 들어 보는 상스러운 말에 하후예민의 머리가 하얗게 변한다.

그녀가 몸을 휘청이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옥검수사가 후다닥 달려온다.

“하후 소저!”

“감히! 하후 소저에게!”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던 하후광.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후세가의 심복들이 소리친다.

“하후 소저를 공격했다!”

“저 악적을 잡아 처죽여라!”

그러면서 하후광은 물러선다.

당연히 그는 정면에 나섰다가 개죽음을 당할 생각이 없었다.

‘쯧, 골치가 아프게 되었군.’

저 사내가 단목장룡이라면, 하후세가의 전력으로 그를 막을 수 없다. 하후광은 냉정하게 자신의 실력을 평가했다.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필패다. 그가 무림맹의 장로를 이겼다는 소식이 사실이라면, 처참하게 깨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그에게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순 없었다. 적당히 놓쳐야 한다.

‘그 이후엔…….’

고통 섞인 비명이 들려온다.

“끄아아아악-!”

‘조금의 희생이 있을 순 있겠지만 네놈의 오늘 행동으로 인해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대로 저놈이 가문의 식솔과 식객들을 학살한다면…….

하후세가는 이 작은 희생으로 대의로 나아갈 수 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뭐지?

이놈이 왜 여기에? 벌써?

흠칫!

“무슨?”

설마 벌써 모두를 죽인 건가? 그 많은 인원을? 그게 말이나 되는……!

하후광이 주변을 둘러본다. 모두가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다. 또한, 묘한 내음이 코를 간질였다.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뿌옇게 변한다. 대체 이건 뭐지? 천향옥로단의 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물이었지만, 하후광이 그걸 알 턱이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뒤로 내뺀 건지 알겠군.”

“이, 이…….”

말을 내뱉지 못한다.

단목장룡의 시선이 차가웠기에. 하후광은 죽고 싶지 않았다. 대의를 이루기 위해서. 생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하나 알아 둬라. 난 이 자리에서 널 죽여도 전혀 상관없다.”

“……!”

“널 죽이지 않는 것은 쉽게 죽이면 재미가 없어서다. 뭐, 언제든 죽고 싶으면 덤벼도 되지만.”

스걱!

“끄아아악!”

하후광의 한쪽 귀가 잘려 나갔다.

반응하지 못할 쾌검. 거기다 몸에서 퍼져 나오는 향으로 내력을 제대로 일으킬 수 없다. 같은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이 맞는가? 이제 막 절정의 상급에서 넘어왔다고 하더라도, 이런 차이가 말이나 되는 건가?

“대, 대체 네놈은……! 무슨 억하심정으로……!”

단목장룡은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가장 앞장서서 모두를 인도할 뿐이다. 뒤에 선 방구와 아이들은 그의 압도적인 위용에 입을 떡 벌린 채로 그를 따르고 있었다.

* * *

콰앙!

한쪽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하후광.

그가 책상을 내려쳤다. 사랑스러운 딸아이는 병상에 드러누웠으며, 식객들의 반응도 예전만 못하다. 더군다나 무영신투에게서 뜯어낼 보물이 사라졌다. 이대로 가다간 가문이 뿌리째 뽑힐 것이다.

‘내 이 방법까진 쓰지 않으려 했건만…….’

하후광이 붓을 들고, 종이에 글을 써 내려간다.

이들과는 더 연을 깊게 맺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이들이다. 정파의 방식이 아닌, 사파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 이것이 대의를 위하는 길이다.’

두 개의 서신이 완성되었다.

아무리 단목세가의 천재 무인이라 하더라도 이들에겐 당하지 못하리라.

그날 밤.

두 마리의 전서구가 하늘을 날았으며, 그 전서구가 향하는 곳은.

해남도와 나찰궁이었다.

제운산으로

“사형……?”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온 방구.

처음 양씨세가의 삼현마금을 훔치는 걸 막아섰을 땐, 반말과 욕설은 기본에 바닥에 침까지 찍찍 뱉던 놈이었지만.

이제는 날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왜?”

“그게…….”

“편하게 말해라.”

“저 때문에 곤란해지시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사형은 정파 소속이고… 하후세가는 남창에서나 강서성을 넘어서도 평판이 좋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사형을 욕할 수도 있고, 또 원한을 품은 하후세가가 사형을…….”

“요점만. 뭔데?”

내 물음에 방구가 고개를 푹 떨군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럴 땐, 사죄하지 말고 감사해라.”

“그래도…….”

“넌 더 독하게 마음을 먹을 필요가 있다. 네 말대로 하후세가가 분명히 내게 원한을 품어 날 함정에 빠트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넌 그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있지 않나?”

“……!”

상당히 넓은 방이다. 하지만 아이의 숫자가 열 명을 넘어섰기에 좁아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잠들어 있었다.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고,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로 잠들어 있었다. 지금 저 아이들은 안심하고 자고 있으리라.

“넌 분명히 피해자다.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 너와 같이 옥에 갇혔던 무인들이라면 네게 공감해 줄 것이다. 하지만 중원 모두가 그럴까? 그래, 말로는 힘내라고 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하후세가가 했던 것처럼 무력으로, 계략을 꾸며 널 노린다면 그들은 널 외면할 거다. 왜냐고? 힘이 없으니까.”

“…….”

“힘이 없다는 건 죄가 아니다. 하지만 강호에선 힘이 없으면 억울할 일이 많겠지. 어쩌면 ‘죄’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전… 전 대체 어찌해야 합니까?”

“글쎄.”

고뇌에 가득 찬 당대의 무영신투, 방구.

사실 그에겐 호감이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가 지키려고 하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자산을 가진 부호가 고아를 들인다면, 솔직히 크게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중원을 뒤흔들었던 대도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쿠웅.

방구가 무릎을 꿇는다.

“사형, 염치없는 부탁일 수도 있습니다. 기회주의자라고 욕하셔도 담담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은혜를 갚겠다던 놈이, 또 은혜를 갈구하는 모습에 환멸이 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아이들을 지키고 싶습니다. 제가 거둔 아이들만큼은…….”

어느 순간 아이들의 숨소리가 낮아진다.

모두 잠에서 깬 것이다. 어리다고, 모든 걸 모르는 게 아니다. 그들도 안다. 전후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여 옳고 그름을 파악할 수 없을진 모르겠으나, 방구가 지금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리라.

“제게 싸우는 법을 알려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오체투지.

그는 온몸을 땅바닥에 박으며 내게 부탁했다.

“일어서라.”

“…….”

“일어서.”

주춤주춤 자리에서 일어서는 방구.

“넌 무공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가 축 처진 어깨로 말한다.

“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달리는 것엔 자신이 있지만……. 하나,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재능이 없더라도 사형께서 명하는 모든 수련을…….”

“넌 재능이 있다.”

“예? 제가요……?”

“그래.”

웃기는 일이다. 무영신투의 신법이나 은신술을 잘 사용하면서 싸우는 법을 모른다? 어불성설. 그는 내력의 기초가 잘 닦여 있었다. 또한, 몸을 활용하는 법 또한 알고 있다. 창의성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무공을 제대로 익히려고 했던 적이 있나?”

“전 무공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여… 사부도 그렇게 말했었고요…….”

“헛소리다.”

“예……?”

“무영신투가 어떤 사람인지 아나? 그는 화경에 이른 초고수였다. 그가 단지 네가 불쌍하여 제자로 들였다고 생각하나? 혹시 그가 다른 불쌍한 아이들을 거둔 적이 있나?”

“그건…….”

내 말에 당황하는 방구.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이다.

“사부는 매번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넌 무공에 소질이 없으니 경신법이나 은신술만 익히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당연히…….”

“그것도 무공이다.”

“예?”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직접 상대를 타격할 수 있는 기술만 무공이라 칭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말한 경신법이나 은신술도 무공의 일종이다.”

“어엇!”

난 무영심결을 활용하여 기척을 숨겼다.

동시에 보법을 밟아 방구의 뒤에 도착했다. 그리고 검집째로 그의 목을 겨누었다.

“넌 지금 죽었다. 내가 검기를 활용했나? 현란한 검초를 펼쳤나? 그냥 검을 쭉 내밀었을 뿐이다. 이게 네 장기지 않나?”

“…….”

“넌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네가 익혀 왔던 ‘무공’을 말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방구의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이건……!”

“그래, 넌… 으음?”

방구의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이 흐릿하게 변했다.

깨달음인가.

깨달음이라는 것은, 아주 작은 것에서도 발견하기 마련이다. 과거 어떤 고수는 수백년 된 거대한 소나무의 솔잎 개수를 세다가 깨달음을 얻어 화경의 벽을 깼다고도 한다.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깨달음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게 찾아온다.

어떻게 저걸 보고 그걸 깨달아?

그런 말은 의미가 없다. 저마다 삶을 통해 하나씩 축적하는 무언가. 그걸 경험이라 명명한다면, 작은 계기로도 그 경험이 폭발적으로 융화되어 발현된다.

앞서 말했듯 방구의 재능은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천하의 대도 ‘무영신투’가 눈독을 들인 만큼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필 그가 제대로 키워 내기 전에 고인이 되었기에 문제였지만. 아마 무영신투는 다 계획이 있었으리라.

“대, 대장……?”

우뚝 멈춘 방구에 겁먹은 아이들.

울먹이며 방구를 바라보는 그 아이들에게 말한다.

“방구에겐 좋은 일이다. 그러니 모두 안심하고 자렴.”

내 말에 여덟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묻는다.

“정말요오……?”

“이 바보야, 은인께서 거짓말을 하시겠어?”

“으응…….”

“참고로 지금 방구를 건드리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건들지 말아라.”

“…….”

꼼지락꼼지락.

모두가 조금씩 방구와 멀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난다.

난 그렇게 방구의 근처에 앉아 그를 계속 지켜보았다.

깨달음을 모두 체화할 때까지 말이다.

* * *

푸르르……!

전서구의 날갯소리.

서신을 펼친 사내가, 머리를 긁적인다. 만월을 더 사고 싶다고 전서구를 보낸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이 아니었다. 무영신투라는 전설적인 도둑에 대한 내용. 그리고 그놈을 데리고 도망간 한 사내.

‘장천……?’

참가자의 수준이 대단했던 최근의 암천제. 사실 짜고 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많았지만, 해남도에 즐길 거리가 많았기에 암천제에 참가하는 무인이 많았다.

거기다 운이 좋게도 우승하게 되면, 평생 만져 볼 수 없는 만큼의 재화를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일확천금의 기회가 있는 곳이다. 아무튼, 어중이떠중이들도 많지만 대마두라 불리는 이들도 참가하는 암천제.

그곳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사람의 이름이 바로 장천이었다.

‘보고해야겠군.’

이런 일을 독단으로 판단하여 처리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암천회 흑랑대 소속의 정보원 능운송은 서신을 들고, 해구 지부로 향했다. 해구 지부장에게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서신을 읽어 본 해구 지부장은 말했다.

“회주님께 보고드려야겠다.”

“회주님께요……?”

그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가? 장천이라는 인물이? 아니면 무영신투라는 대도의 보물이?

해구 지부장은 능운송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않았다.

“여모봉으로 보내라.”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후광이 보낸, 일종의 도움 서신은.

암천회주와 한 여인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호호, 이 머저리 같은 놈들이 감히 낭군님을 건드리려 해?”

그녀는 손에 든 서신을 구긴 것도 모자라 쫙쫙 찢어 버렸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서늘했다.

* * *

“상태는 어때?”

꾸벅.

방구가 허리를 깊이 숙여 내게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알게 되었습니다. 또 무엇을 잘못 판단하고 있었는지도 말입니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건 무림에서 기연이라고도 하지. 하지만 무공이라는 건 끝이 없다. 그 깨달음으로 만족하고 정체된다면, 또 억울한 일을 당하겠지.”

“그 말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겸손하게 앞으로 정진하겠습니다. 또한, 무영신투의 이름도 버리지 않겠습니다.”

하루 사이에 뭔가 각오를 다진 듯했다.

“그래? 다행이군.”

“예, 돌아가서 무공을 익히고… 강해질 겁니다. 하후세가에 대한 복수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매듭짓겠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된다.”

“그리고 언젠간 꼭 사형께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제 목숨과 아이들을 살려 주신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평생에 걸려도 갚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 마음으로 충분하다.”

한껏 다짐을 쏟아 낸 방구.

그가 말한다.

“그리고 예전에 말씀하셨던 사부의 무공서는…….”

“그건 어디에 있지?”

“안휘성 제운산(齊云山)에 있습니다.”

제운산이라.

남창현에서도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그렇기에 하후세가와 거래를 했던 것이겠지.

“거기까지 같이 가도록 하지.”

“예! 모시겠습니다.”

무영심결의 완성본을 볼 기회였다.

어차피 제갈교아를 찾는 임무는 완수했으니까.

‘하후세가가 어떻게 나오려나.’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쥐는 쥐고, 고양이는 고양이다. 단지, 귀찮을 뿐이다. 뭐, 여러 방편을 생각해 놓고 있었다. 무림에서 쌓은 연은 이럴 때 활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들도 식사를 마쳤으니 바로 출발하지.”

“예.”

* * *

달그락달그락.

아이들이 있었기에 걸어서 제운산까지 가기엔 불편한 부분이 많다.

우리는 사두마차 세 대를 빌려서 안휘성까지 향했다. 마부까지 고용해 꽤 지출이 컸지만, 전장에 맡겨 놓은 돈은 충분했으며, 사실 돈이라면 방구가 나보다 더 많았다.

하후세가에 많이 강탈당했음에도, 여러 군데에 보물을 숨겨 두었다.

그는 남창현에서 만년현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금괴를 몇 덩이 가져왔는데, 무영신투가 왜 천하제일의 대도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무림인이 즐비한 중원에서 활약했던 도둑이었다.

그렇게 마차를 타고 가던 중.

소영이 아랫입술을 깨물고 흘끔흘끔 나를 본다. 그녀는 마차 안에 다른 아이들이 있기 때문인지 최대한 어른스러운 척을 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덩치가 크니까 아이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래도 정신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상적으로 행동하겠어.’

난 소영에게 참을성을 길러 주기 위해 냄새를 최대한 맡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열심히 그것을 지키고 있었다. 지금은 그녀가 내게 찰싹 달라붙어 있지만, 언젠가 소영과 헤어져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물론, 그녀와 얽힌 사연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전에는 소영을 위험한 구렁텅이에 몰아넣을 생각은 없었다.

‘정녕 제갈세가의 짓일까.’

전대 가주 제갈강량.

제갈세가에 내분이 났다는 건 전혀 들은 적이 없었다. 뭐, 오대세가로 불리는 가문인 만큼 치부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컸지만 말이다.

‘제갈강량의 몸이 좋아지지 않아서, 그의 파벌 중 하나인 제갈교아를 내친다?’

천자산에서 그녀를 구출한 일로, 아마 사건이 터지긴 하리라.

강시를 만드는 가문. 정파엔 당연히 그런 가문이 없었고, 사파에선 꽤 있다. 나찰마궁이 그런 쪽으로 발전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해괴한 방향으로 무공을 정의하는 놈들이었으니.

‘분명히 천자산에 진을 설치한 세력은 만만히 볼 수 없다. 집단의 힘일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 집단의 우두머리라면 최소 화경(化竟)의 경지.’

난 강호의 잣대로 나누어 놓은 경지를 완전히 맹신하지 않는다.

다만, 화경이라는 경지는 확실히 인정한다.

나조차도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경지.

나의 일차적인 목표였다.

이 몸으로 무공을 익힌 지 몇 년 되지 않았기에, 어떤 이들이 들으면 배가 부른 소리라고 할 테지만…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마저도 부족하다.

‘무영신투의 완전한 무공이 그 실마리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

무공은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체화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제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무영심결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얻었으니.

그렇게 마차에 타서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마차의 떨림이 잦아든다.

“제운산에 도착했습니다요.”

마부의 목소리.

우리는 마차에서 내린다. 마차를 타고 제운산의 길을 오를 것까지는 없었다. 무영신투의 비동이 있는 곳까지 숨겨진 길이 있다던가?

“모두 절 따라오십시오. 얘들아, 이곳은 길이 험하니 절대 뛰거나 장난치면 안 된다.”

“네! 대장!”

문득 옆을 바라보니 소영이 신난 얼굴로 아이들을 따라 외치고 있다.

“…….”

“……!”

소영이 화들짝 놀란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을 따라 했던 모양이다.

“난, 아이가, 아니야!”

소영은 그렇게 외치더니 조연연 쪽으로 달려갔다.

뭐, 앞서 나가더라도 쉴 새 없이 뒤를 돌아 날 흠끔흘끔 바라보긴 했지만.

“…….”

피식.

난 가장 마지막에 서서 그들을 따라간다.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다.

비동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험했기에 우리는 자주 휴식을 취했다.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위에 앉아 있으니 소영이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온다.

“냄새……!”

“냄새는 산에 다 오르면 맡게 해 주마.”

그녀가 이제껏 참은 것이 있었으니 그래도 보상(?)은 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지금 맡게 해 달라는 건가?

“저어기서 냄새가 나.”

소영이 손가락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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